<단독> '금융위 건너뛴' 세종텔레콤 이상한 실수

투자 귀재가 운영하는 회사 맞아?

[일요시사 취재1팀] 양동주 기자 = 투자의 귀재가 지휘하는 세종텔레콤이 유진투자증권 주식을 쉼 없이 사들이고 있다. 단순 투자 차원이라고 선을 긋고 있지만, 일순간 경영 참여를 선언해도 크게 놀라울 건 없는 상황. 이런 가운데 회장 얼굴에 먹칠해버린 세종텔레콤의 초보적인 실수가 향후 주식 매수 행보에 어떻게 작용할지 주목도가 한층 높아진 모습이다.

1954년 5월 설립된 유진투자증권은 금융투자업을 영위하는 유진그룹 산하 금융계열사다. 2007년 12월자로 서울증권에서 현재의 상호로 변경했고, 최대주주는 올해 1분기 기준 보통주 2640만920주(지분율 27.25%)를 보유한 유진기업㈜이다. 특수관계인의 지분율 총합은 29.03%(2811만7385주)다.

거듭된
사들이기

유진기업의 유진투자증권 지분은 30% 근방에 불과하지만, 지금껏 지배력을 행사하는 동안 별다른 어려움을 겪지 않았다. 경영권을 위협할법한 외부 요소가 딱히 없는 데다, 유진투자증권 지분을 5% 이상 보유한 곳은 유진기업에 국한됐을 덕분이었다.

하지만 이 같은 양상은 지난해를 기점으로 사뭇 달라졌다. 세종텔레콤이라는 잠재적 위험 요인이 급부상한 영향이었다.

세종텔레콤은 지난해 4월23일 유진투자증권 보통주 557만주(5.75%)를 보유하고 있다고 공시했다. 해당 사안은 특정 회사의 지분 5% 이상 취득 시 보고하도록 한 규정에 따른 후속 조치였다.

지난해 4월15일 기준 유진투자증권 주식 483만주를 보유 중이었던 세종텔레콤은 이튿날 주식 7만7000주를 추가 취득하면서 지분율 5%를 넘겼다. 이후 공시 전날까지 네 차례에 걸쳐 66만3000주를 추가로 사들였다.

세종텔레콤의 주식 매수 행렬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유진투자증권 2대주주로 모습을 드러낸 직후부터 주식 사들이기가 본격화됐고, 순식간에 35번에 걸친 매수가 목격됐다.

지난해 4월27일부터 6월5일 사이에 일곱 차례에 걸친 매수와 한 번의 매도를 통해 지분율을 7.23%(700만주)로 끌어올렸다. 또한 7월16일부터 8월5일까지 12번의 장내매수를 통해 100만주를 추가 취득했다.

쉼 없는 매수…10% 돌파 초읽기
김형진 회장 과거 M&A 이력 눈길

매수 행진은 해를 넘겨서도 계속됐다. 세종텔레콤은 지난해 8월11일부터 지난 1월15일 사이에 16차례에 걸쳐 259만주를 사들였고, 같은 기간 매도는 94만주에 머물렀다. 이를 토대로 세종텔레콤은 지분율을 9.96%(965만주)까지 끌어올리는 데 성공했다.

세종텔레콤이 약 7개월(2020년 4월16일~221년1월15일) 간 유진투자증권 주식 482만주를 장내매수하는 데 사용한 자금만 160억원에 달한다. 여기에 이전부터 쥐고 있던 483만주를 합치면 250억원 이상 투입됐을 것으로 추산된다.

세종텔레콤이 수십 차례에 걸쳐 유진투자증권 주식을 취득하자, 증권가에서는 세종텔레콤의 경영 참여 가능성에 주목하기 시작했다. 단순 투자 차원이라는 일관된 입장과 달리 세종텔레콤이 돌연 경영 참여를 선언할 수 있다는 관측이 뒤따랐다.

무엇보다 김형진 세종텔레콤 대표이사 회장의 옛 이력이 이를 뒷받침하는 배경으로 작용하고 있다.

1958년생인 김 회장은 1982년 설립한 홍승기업을 통해 국공채 중개업 분야에서 이름을 떨쳤던 인물이다. 1996년 홍승파이낸스 설립해 제도권 금융시장에 진입했고, 외환위기를 기회 삼아 회사채 거래 등으로 수백억원대 자산가로 탈바꿈했다.

동아증권 인수는 그의 이름이 본격적으로 증권가에 오르내린 시작점이었다. 1998년 김 회장은 부도 위기에 몰린 동아증권을 당시 시세보다 두 배가량 비싼 가격에 사들였다. 당연히 증권가에서는 부정적인 전망이 잇따랐다.

그러나 세간의 우려와 달리 김 회장의 모험수는 보기 좋게 통했다. 세종증권으로 사명을 변경한 동아증권은 HTS 도입으로 수수료를 낮추는 등 공격적인 영업 전략을 펼쳤다. 그 결과 인수 당시 완전자본잠식으로 허덕였던 동아증권은 수년 내 탄탄한 재무구조를 갖춘 증권사로 탈바꿈하기에 이른다.

단순투자?
경영참여?

김 회장의 성공신화는 2005년 약 1100억원에 세종증권을 농협중앙회에 넘긴 시점에서 정점을 찍었다. 세종증권 매각으로 김 회장은 수백억원을 손에 쥔 것으로 알려졌다. 새 주인을 찾은 세종증권은 NH농협증권으로 이름을 교체했고, 우리투자증권을 흡수하면서 NH투자증권으로 거듭났다.

이후 김 회장은 세종텔레콤에 집중했고, 자연스럽게 증권업계와 동떨어진 행보를 나타냈다. 이런 가운데 세종텔레콤이 유진투자증권 주식을 사들인 소식이 전해지자, 세간의 이목이 또 한 번 김 회장을 향할 수밖에 없었다.

금전적 부담이 가중되는 가운데 유진투자증권 주식 매입을 이어간다는 점도 세종텔레콤의 행보를 경영권 확보 차원으로 바라보게 하는 이유다.

김 회장은 지난해 4월 경 유진투자증권 주식 매입 당시 “값이 저렴해서 샀다”는 뜻을 내비쳤다. 이 무렵 세종텔레콤은 유진투자증권 주식 74만주를 1주당 1882~1966원에 취득했다. 주식 취득 대금은 14억5100만원 수준이었다.

다만 이후 주식 매수 과정은 저렴해서 샀다는 김 회장의 이전 언질과는 다소 동떨어져 있었다. 크게 치솟은 취득가로 인해 자금 부담이 훨씬 가중되는 구조였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해 12월7일부터 지난 1월15일까지 약 한달 남짓 기간 동안 유진투자증권 주식 259만주를 장내매수 하는 과정에서 1주당 투입된 비용은 3863~4609원이었다. 5% 지분 취득 시점인 지난해 4월과 비교하면 1주당 가격은 2배, 매수 규모는 3.5배 커진 상태였다. 

급히 먹다
체했다

최근 세종텔레콤은 여기서 그치지 않고 단순 투자라고 넘겨버리기 힘든 또 한 번의 의미심장한 움직임을 드러난 상황이다. 유진투자증권 지분 10% 이상을 보유하게 된 것이다.

세종텔레콤은 지난달 13일부터 26일까지 9차례에 걸쳐 유진투자증권 보통주 198만주를 장내매수했다고 지난달 26일 공시했다. 이로써 세종텔레콤의 유진투자증권 지분율은 12.01%(1163만주)로 확대됐다. 주당 취득단가는 4487~4872원이고, 지분 투자를 위해 약 94억원이 투입됐다.

이번에도 세종텔레콤이 내세운 투자 목적은 단순 투자였다.

그러나 세종텔레콤은 유진투자증권 지분 10% 이상 확보했다는 공시를 낸 지 일주일 만에 생각지 못한 또 다른 소식을 전했다. 지난 2일 세종텔레콤은 앞서 취득한 보통주 198만주를 장내매도했다.

신규 취득한 주식을 불과 일주일 만에 내다파는 건 지극히 이례적인 사안이다. 유진투자증권 지분을 꾸준히 늘려왔던 세종텔레콤의 기존 행보와도 상충된다. 이 과정을 거치며 세종텔레콤의 유진투자증권 지분율은 다시 10% 밑으로 떨어졌다.

금전적인 손해도 막심했다. 재매각 과정에서 1주당 매도가는 4419원, 주식 매각대금은 87억5000만원이었다. 취득한 주식을 일주일 만에 되파는 과정에서 8억원에 가까운 손실이 뒤따랐다.

세종텔레콤이 유진투자증권 주식을 다시 매물로 내놓은 건, 자의가 아닌 ‘초보적인 실수’ 때문이었다. 세종텔레콤이 주식 취득 과정에서 금융위원회 승인을 받지 않았던 게 문제였다.

‘금융회사의 지배구조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금융회사의 대주주(지분 10%이상 보유자)가 되려면 주식 취득 전 금융위원회의 승인을 받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 금융위원회는 승인을 받지 않은 채 취득한 주식에 대해서는 6개월 내 처분을 명할 수 있다.

금융위 건너 뛴 대형사고
힘들게 먹고 어이없게 뱉어

승인을 받지 않은 상태에서 취득한 금융회사 주식은 의결권을 행사할 수 없다.

즉, 세종텔레콤은 기초 단계인 금융위원회 승인 절차조차 제대로 인지하지 못한 채 유진투자증권 지분 취득에 열을 올린 셈이다. 세종텔레콤 총괄 운영을 ‘투자의 귀재’라고 불리던 김 회장이 맡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상식 밖 행동이라고 봐도 무리는 아니다. 더욱이 과거 김 회장은 증권사 운영 경험도 갖춘 인물이다. 

세종텔레콤은 순순히 착오를 인정한 상황이다. 세종텔레콤 관계자는 “단순 투자 차원에서 주식을 취득했던 것”이라며 “다만 취득 과정에서 절차를 제대로 밟지 않았고 이로 인해 매수한 주식을 곧바로 처분해야 했다”고 말했다.

이렇게 되자 투자업계에서는 세종텔레콤이 금융위원회 승인을 거친 후 유진투자증권 주식을 다시 매수할지 예의주시하는 분위기다. 이 경우 본격적인 경영 참여 움직임을 드러낼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공교롭게도 유진기업의 최근 행보는 세종텔레콤의 지분 확대와 맞물린 양상이다. 지난달 31일 유진기업은 지난 4월27일부터 지난달 31일까지 10차례에 걸쳐 유진투자증권 보통주 97만3000주를 장내매수했다고 공시했다.

이로써 유진기업의 유진투자증권 지분율은 1%p 상승한 28.26%(2737만3920만주)로 확대됐다. 주당 취득단가는 4329~4902원이고, 추가 주식 취득을 위해 약 44억원이 투입됐다. 특수관계인 지분율 역시 29.98%(2904만1105주)로 소폭 올랐다.

유진기업의 유진투자증권 주식 취득은 약 5년6개월 만이다. 유진기업은 기존 26.22%(2539만4585주)였던 지분율을 2015년 11월 27.25%(2640만920주)로 끌어올린 이래 주식 취득에 나서지 않았다.

절차는
어디로

투자업계에서는 유진기업의 유진투자증권 지분 확대를 세종텔레콤의 최근 동향과 연결 짓고 있다. 또한 최근 등장한 제3의 세력에 대한 견제 차원이라는 주장도 나온다. 지난 3월 개인투자자인 김종석씨는 특별관계자 1인을 포함해 유진투자증권 지분 5.02%(485만8108주)를 확보했다. 보유 목적은 단순 투자 목적이며, 현 상황에서 우호 세력 여부를 가늠하기는 어려운 상태다.


<heatyang@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세종텔레콤은 어떤 회사?
김형진 회장 절반의 성공

세종텔레콤(옛 온세텔레콤)은 김형진 회장이 2011년 3월 인수한 회사다. 대한전선 계열사였던 온세텔레콤은 그룹 재무구조 개선 차원에서 매각 절차를 밟았다.

김 회장은 2007년 지배력을 확보했던 통신사업자 세종텔레콤(현 세종)을 동원해 온세텔레콤 경영권 지분을 인수했다.

온세텔레콤은 김 회장 지휘 아래 체질 개선에 돌입했다. 우선 820억원 규모 대규모 유상증자로 자금부터 조달했다. 또한 통신사업을 두고 경쟁을 벌였던 세종텔레콤(현 세종)과 온세텔레콤의 통합에 공을 들였다.

이후 세종텔레콤(현 세종)은 2015년 4월 통신사업부문(688억원), 2016년 9월 부산 육양국(275억원) 등을 온세텔레콤에 매각하면서 963억원을 회수하는 데 성공한다. 이 과정에서 온세텔레콤은 세종텔레콤의 사명을 넘겨받았다.

기존 세종텔레콤은 현재 세종이라는 사명으로 변경했다.

김 회장의 세종텔레콤 인수 10년 효과는 절반의 성공이다. 지난해 말 기준 세종텔레콤 자산 규모는 4960억원에 달한다. 그가 인수하기 직전 해인 2010년과 비교하면 2.5배가량 증가했다.

다만 사업적 시너지 여부엔 물음표가 남는다. 매출액 규모는 2010년 3210억원에서 지난해 2800억원으로 줄어든 상황이다. 2016년 이래 매출액이 증가하고 있다는 점은 긍정적이지만 성장엔 한계에 부딪힌 것이란 평가가 나온다.

역점을 두고 추진했던 제4이동통신 사업자 진출이 무산되는 등 악재도 있었다.

세종텔레콤은 변화를 모색하고자 ▲세종큐비즈(중고폰 유통, 67%) ▲조일이씨에스(전기공사, 합병) ▲비브릭(블록체인, 54.79%) 등 외형 확장에 나선 상황이다. 올해 초에는 커머스 사업에 집중하고 100% 자회사 ‘콘텐츠캐리어(100%)’를 분사시킨 바 있다. <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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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BBQ 정보 유출 사건’ 위증 재판으로 확대⋯박현종 목줄 잡혔다

[단독] ‘BBQ 정보 유출 사건’ 위증 재판으로 확대⋯박현종 목줄 잡혔다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대법원에서 집행유예로 확정된 사건이 다시 법정으로 끌려 나왔다. ‘BBQ 내부망 불법 접속’ 사건의 핵심 증거였던 ‘ID·비밀번호 메모장’을 둘러싼 위증 여부를 다투는 후속 재판이다. 박현종 전 bhc 회장의 집행유예가 확정된 사건임에도 검찰은 관련 증인들을 위증 혐의로 직접 고발했다. 핵심은 과연 BBQ 직원의 ID와 비밀번호가 적힌 그 메모장은 어떻게 만들어졌고, 유창성 전 bhc 정보전략팀장의 손을 어떻게 거쳐 전달됐는가다. 그리고 그 과정을 둘러싼 법정 진술의 신빙성이다. 검찰은 최근 공판에서 “피고인(박현종 등)에게 유리한 허위 증언이 반복됐다”는 판단 아래 유 전 팀장 등 관련자 3명을 위증 혐의로 고발했다. 메모장 전달자 통상 위증 여부는 재판부 판단 이후 별도 절차로 넘겨지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이번처럼 검찰이 직접 칼을 빼든 것은 이례적이다. 그만큼 단순한 진술 번복이나 기억 착오 수준이 아닌 사건의 본질을 뒤흔들 수 있는 중대한 허위 진술이 있었다고 본 셈이다. 이번 공판의 중심에는 ‘메모장 전달자’로 지목된 유 전 bhc 정보전략팀장이 있다. 그는 과거 재판에서 결정적 증거로 채택된 BBQ 직원들의 아이디와 비밀번호가 적힌 메모를 박현종 전 bhc 회장에게 전달한 인물이다. 이 메모장은 박 회장의 정보통신망법 위반 혐의를 입증하는 핵심축이었다. 이 메모장의 출처와 작성 경위가 흔들리면, 사건 전체의 구조도 다시 흔들릴 수밖에 없다. 검찰은 유 전 팀장이 박 전 회장에게 건넨 메모장의 내용 자체를 문제 삼았다. 메모장에 기재된 임직원 계정 정보 뒤에는 ‘퇴사자 임시’라는 내용이 덧붙어 있었다. 이는 BBQ 내부망에서만 확인 가능한 정보라는 점을 강조했다. 외부에서 추정이나 기억만으로 재구성하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주장이다. 더 나아가 성명불상자가 BBQ 내부망에 관리자 권한으로 접속해 계정을 취득했다는 것이다. 검찰은 이를 유 정보팀장을 거쳐 박 전 회장에게 전달했다는 구체적 시나리오까지 제시했다. 재판부 역시 “기억과 추리로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떠올렸다는 설명은 쉽게 납득되지 않는다”며 검찰 주장에 일정 부분 무게를 싣는 듯한 반응을 보인 것으로 전해진다. 다만 재판부는 “특정한 심증을 가진 것은 아니”라며 추가 심리를 이어가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피고인 측은 거칠게 반격했다. 변호인은 검찰 주장을 “상식적으로 말이 안 되는 이야기”라고 일축했다. bhc와 BBQ가 극도로 적대적인 관계였던 상황에서, bhc 소속 직원이 BBQ 내부 직원과 접촉해 계정 정보를 빼냈다는 가정 자체가 성립할 수 없다는 논리다. 나아가 검찰이 실제 내부망 침입을 입증하지 못한 채 추측만을 쌓고 있다고 공격했다. 60억원대 횡령·배임 혐의에 리스크 추가 ‘BBQ 직원 ID·비밀번호 유출’ 둘러싼 공방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피고인 측은 기존 재판에서 채택된 증거와 증인 진술 전반에 대해 신빙성을 문제 삼으며, 데이터베이스(DB) 조작 가능성까지 거론했다. 사실상 1·2심은 물론 대법원 판단의 기초 자체를 뒤흔드는 주장이다. 확정 판결 이후 재판에서 “증거 자체가 위조됐다”는 취지의 주장을 반복하는 것은 법조계에서도 보기 드문 강수로 평가된다. 유 전 팀장은 BBQ 정보전략팀장으로 근무하다가 bhc 매각과 함께 bhc 정보전략팀장으로 이직한 인물이다. 이후 그는 박 전 회장에게 BBQ 직원의 개인정보를 적은 쪽지를 전달했다. 개인정보가 유출된 인물은 BBQ 재무임원과 재무 실무진이다. 2021년 11월3일 서울동부지방법원에서 열린 박 전 회장의 정보통신망법 위반 혐의 관련 7차 공판에 유 전 팀장이 증인으로 출석했다. 유 전 팀장은 박 회장에게 BBQ 직원의 개인정보를 건넨 이유에 대해 “박현종 회장이 국제상공회의소(ICC) 중재 소송 때문에 BBQ 직원들의 아이디만 필요하다고 했다”며 “해당 직원들의 개인정보가 업무 수첩에 적혀있어 이를 그대로 전달했다. 당시 위법성에 대해서는 생각하지 못했다”고 증언했다. 박 전 회장은 검찰 조사에서 ‘BBQ 직원들의 개인정보와 비밀번호가 있으면 좋겠다’고 진술했다. 박 전 회장과 증인의 진술이 일치하지 않는 데 대해 묻는 검찰 질문에 유 전 팀장은 “박 전 회장의 진술은 모르겠고 아이디만 필요하다고 말한 것으로 기억한다”고 말했다. 유 전 팀장은 BBQ와 bhc의 ICC 중재 소송에 대해 자세히 알지도 못하고 소송에 관여하지도 않았다고 증언했다. BBQ 직원들의 개인정보 취득 경위와 관련해서는 “BBQ 정보전략팀장으로 일할 당시 BBQ 재무임원이 그룹 전산망의 데이터가 다르다고 확인 문의가 왔다”며 “당시 물류 전산망이 바뀐 지 얼마 안 돼 시스템에 익숙하지 않아 문제 해결을 위해 임원에게 개인정보를 요청해 받은 뒤 이를 업무 수첩에 적은 이후 가지고 있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유 전 팀장이 개인정보를 받았다고 지목한 BBQ 재무임원은 앞서 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해 “개인정보를 아무에게도 전달한 적 없다”며 “업무 처리도 유씨가 아닌 다른 직원과 했다”고 증언했다. 또한 검찰은 유 전 팀장이 그룹 전산망에 접근할 모든 권한을 가지고 있었다고 지적했다. 내부 정보 취득 시점이… 유 전 팀장은 재무임원의 개인정보를 취득한 시점에 대해서도 그간 검찰 조사에서 했던 진술을 번복했다. 그는 2011년~2012년 즈음에서 2013년 1월로 시점을 바꿨다. 검찰은 증인에게 진술을 번복한 이유가 물류 전산망이 바뀐 시점으로 맞추기 위함이냐고 묻자 유 전 팀장은 “단순 착오”라고 답했다. 유 전 팀장은 bhc 직원으로 일할 당시 BBQ 퇴사자의 개인정보를 어떻게 알 수 있냐는 검찰 질문에 “자신이 BBQ 정보전략팀장으로 일할 당시 퇴사자의 개인정보를 어떻게 다루는지 알고 있어 이를 바탕으로 추측해 박 회장에게 전달했다”고 답했다. 검찰은 유 전 팀장의 증언에 BBQ가 퇴사자에게 부여하는 임시 비밀번호를 줄 때 증인이 말한 방식을 쓴 것은 증인 퇴사 이후라고 지적했다. 검찰은 유 전 팀장이 박 전 회장에게 BBQ 전·현직 직원들의 정확한 개인정보를 전달할 수 있었던 배경에 대해 bhc가 BBQ의 데이터베이스(DB)를 모조리 빼내 가능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와 관련, 박 전 회장은 검찰 조사에서 “BBQ 허락하에 BBQ DB를 모두 가져왔다”고 진술했다. 박 전 회장 진술 이외에 검찰 판단을 뒷받침하는 정황도 있다. 2013년 6월 말 bhc 매각 이후 bhc는 자체 전산망 구축을 위해 BBQ와 bhc 전산망 분리 작업이 필요했다. 그해 7월2일 외부 업체는 해당 작업이 최소 한달 이상 걸릴 것이라고 진단했다. 하지만 유 전 팀장과 부하 직원 한 명, 그리고 한달 이상이 걸릴 것으로 판단했던 외부업체는 2013년 7월5일 오후 9시부터 다음날 오전 9시까지 불과 12시간 만에 BBQ로부터 분리된 bhc 전산망을 구축했다. 이와 관련해 유 전 팀장은 “bhc 직원이 100명 남짓에 불과해 수작업으로 데이터를 옮겨 가능했다”며 “BBQ DB는 가져오지 않았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BBQ DB 관련 박 회장과 유씨의 진술이 배치되는 데 대해 유 전 팀장에게 묻자 “자신은 박 회장에게 BBQ DB를 가져왔다고 말한 적 없다”며 “박 회장이 검찰에서 왜 그리 말했는지 모르겠다”고 답했다. 다만 유 전 팀장은 노트북 하드 교체 관련 재판 과정에서도 말이 일치하지 않았다. 뻔히 보이는 해킹의 목적 첫 증언에서는 bhc 매각 시기인 2013년 이후 노트북 감가상각 5년을 계산해 2018년에 바꿨다고 했지만 이후 2017년으로 고쳤다. 기존 사건이 ‘불법 접속이 있었느냐’는 사실관계 다툼이었다면, 이번 후속 재판은 ‘그 사실을 둘러싸고 법정에서 거짓말이 있었느냐’는 문제로 이동했다. 그리고 그 거짓말이 조직적으로 이뤄졌는지 여부가 새로운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대법원은 지난해 2월, 박 전 회장에게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재판부는 박 전 회장이 BBQ 직원 계정을 정상적인 방법으로 취득할 수 없었고, 불법적 경로일 가능성을 인식했을 것으로 판단했다.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혐의는 무죄였지만, 정보통신망법 위반은 명확히 유죄로 못 박았다. 그러나 사건은 집행유예 판결로 끝나지 않았다. 검찰이 위증을 별도의 범죄로 끌어올린 이상, 수사는 ‘위증교사’를 밝히는 단계로 향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만약 법원이 관련자들의 위증을 인정할 경우, 그 진술을 누가, 어떤 방식으로 유도했는지가 핵심 수사 대상이 된다. 화살이 결국 박 전 회장을 향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위증교사는 기존 사건과는 별개의 범죄로, 추가 기소로 이어질 경우, 사법 리스크도 한층 더 커진다. 문제는 입증이다. 위증교사는 단순한 정황만으로는 성립하기 어렵다. 구체적인 지시나 교감, 사전 조율 정황이 확인돼야 한다. 하지만 검찰이 이미 “유리한 허위 증언 반복”이라는 판단을 내리고 고발까지 단행한 점을 감안하면, 단순한 가능성 제기를 넘어선 그림을 그리고 있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BBQ 출신 정보전략팀장 진술 번복 검, 증인들 위증 혐의로 직접 고발 이 사건을 관통하는 또 하나의 축은 bhc와 BBQ 사이의 오랜 분쟁이다. 박 전 회장은 삼성전자와 삼성에버랜드에서 근무하다가 2012년 BBQ 글로벌 대표로 영입됐다. 이어 2013년 BBQ 자회사 bhc가 미국계 사모펀드에 팔린 뒤 bhc 대표로 옮겨가며 양사 갈등의 중심에 섰다. 2018년 사모펀드 운용사 MBK파트너스 등과 함께 bhc를 사들여 오너 경영자가 된 동시에 각종 소송과 형사적 리스크의 한가운데에 서게 됐다. 이번 사건 역시 단순한 개인 비위가 아니라, 기업 간 치열한 법적 분쟁 속에서 벌어진 일이라는 점에서 무게가 다르다. 검찰에 의하면 박 전 회장은 2015년 7월3일 서울 송파구 신천동 bhc 본사에서 BBQ 직원 2명의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무단 도용해 BBQ 전산망에 접속한 뒤 bhc와 BBQ가 연루된 국제 중재 소송 관련 자료들을 살펴봤다. 이로 인해 박 전 회장은 2020년 11월 재판에 넘겨졌다. 아울러 박 전 회장은 유 정보팀장으로부터 BBQ 직원 이메일 아이디, 비밀번호, 전산망 주소가 적힌 메모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2022년 6월 1심 재판부는 박 전 회장의 정보통신망법 위반 혐의를 인정해 징역 6개월,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혐의에 대해선 입증이 부족하다며 무죄 판결을 내렸다. 사건은 항소심으로 넘어갔다. 항소심 3차 공판 때 검찰과 변호인은 파워포인트(PPT)를 통해 2시간 동안 치열한 공방을 펼쳤다. 먼저 의견 개진 기회를 얻은 변호인은 “BBQ가 여러 차례 박현종 회장을 영업비밀 침해 등의 이유로 고소했지만 계속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며 “그런데 검찰이 정보통신망법을 무리하게 적용해 박현종 회장을 기소했다”고 주장했다. 당시 변호인은 “검찰이 합리적 의심의 여지 없이 혐의를 입증한 것도 아니”며 “왜곡 가능성이 큰 간접 증거만 제시됐을 뿐”이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박현종 회장은 2015년 7월3일 순댓국 프랜차이즈 인수 회의에 참석해 BBQ 전산망에 접속할 상황이 아니었다”고 부연했다. 반면 검찰은 “bhc가 2013년부터 BBQ 전산망에 무단 접속한 횟수가 236회에 달하지만 행위자가 드러나지 않아 기소하지 못했다”며 “박현종 회장은 무단 접속이 명백해 기소했다”고 반박했다. 지시했나 사면초가 검찰은 박 전 회장의 범행 동기에 대해 “2015년 BBQ 직원들이 박현종 회장이 bhc 매각을 총괄했다”는 진술서를 국제 중재 법원에 냈다. 국제 중재 소송에서 질 경우 지위가 불안정해질 수 있었던 박 전 회장은 “해당 진술서를 검토하고 반박해야만 했다”고 했다. 이어 “박현종 회장 휴대전화에서 BBQ 직원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적은 메모 사진이 나왔다. BBQ 전산망 접속 데이터 분석 결과, 박현종 회장이 BBQ 사내 메일을 포워딩(전달)한 개인 메일을 2년 만에 열람한 기록도 있다”며 혐의를 입증할 물적 증거가 많다고 했다. 검찰은 “2015년 7월3일 순댓국 프랜차이즈 인수 회의 참석자 2명은 박현종 회장을 회의에서 보지 못했다고 했다”며 박 전 회장의 알리바이를 부인하기도 했다.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