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복운전' 아워홈 후계자의 일탈 나비효과

하나 보면 열 안다고…다 된 밥에 코 빠뜨렸다

[일요시사 취재1팀] 양동주 기자 = 구본성 아워홈 부회장이 보복운전으로 인해 뭇매를 맞고 있다. 보복운전으로 차량을 파손하고, 상대 운전자를 다치게 한 혐의가 뒤늦게 알려지면서 도덕성에 큰 흠집이 생겨버렸다. 결과적으로 구 부회장의 일탈 행동은 엄청난 나비효과로 되돌아왔다. 동생에게 경영권을 빼앗기게 된 배경이 된 것이다.

구본성 아워홈 대표이사 부회장의 보복운전 행각이 뒤늦게 알려졌다. 서울중앙지법은 특수재물손괴와 특수상해 혐의로 기소된 구 부회장에게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구 부회장은 지난 3월 재판에 넘겨졌고, 변론은 지난 5월13일 마무리된 상태였다.

욱하는 성격
민망한 추태

구 부회장은 지난해 9월5일 서울시 강남구 학동사거리 인근에서 보복 운전을 감행했다. 압구정로데오역 방향으로 자신의 BMW X5 차량을 몰던 중 40대 남성의 벤츠 차량이 차선을 바꿔 자신의 차 앞에 끼어들자 홧김에 저지른 일이었다.

구 부회장은 순간적으로 격분한 감정을 주체하지 못한 채 A씨의 차를 앞지른 뒤 급정거했고, 이 과정에서 A씨 차의 전면이 구 부회장 차의 후면과 충돌했다. A씨는 추돌사고로 인해 400만원에 가까운 차량 수리비가 나온 것으로 전해졌다.

놀랍게도 구 부회장은 사고 직후 도주를 감행했다. 구 부회장의 차를 뒤쫓은 A씨는 차에서 내려 “경찰에 신고했으니 도망가지 마라"고 소리쳤다. 그러자 구 부회장은 차를 몰고 A씨에게 돌진했다.

놀란 A씨가 손으로 막았지만, 구 부회장은 계속해서 차를 움직였고, 결국 A씨는 허리·어깨 등을 다쳤다.

추월했다고 홧김에 상해까지
반성문 내고 솜방망이 처벌

검찰은 지난달 13일 결심공판에서 구 부회장에 징역 10개월을 선고해 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기존 판례에 비춰보면 재판부가 구 부회장에 징역형을 선고해도 큰 무리는 없었다. 차량 손괴 이후 상대 운전자에게 가해한 정황이 드러났고, 보복할 의도를 갖고 자동차를 이용해 피해자의 신체를 상해한 혐의가 분명했기 때문이다.

특수상해죄는 벌금형이 규정돼있지 않고 법정형 자체가 1년 이상 10년 이하의 징역으로 정해져 있다. 또 반의사불벌죄가 아니라 피해자와 합의를 한다고 형사 책임을 피할 수도 없다. 특수손괴죄의 경우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이 선고된다.

다만 법원은 우발적인 범행이라는 점을 감안해 구 부회장에게 집행유예를 선고했다. 피해 정도가 크지 않고 구 부회장이 피해자로부터 용서를 받은 점 등을 양형 참작 사유로 삼았다. 구 부회장 변호인은 재판부에 지난달 25일 반성문을 제출한 바 있다.

또다시
남매의 난?

공교롭게도 구 부회장의 일탈 행동은 아워홈 경영권의 향방을 완전히 뒤바꿨다. 앙숙인 막냇동생 구지은 전 캘리스코 대표가 아워홈 경영 일선에 복귀할 수 있는 빌미를 제공한 양상이다.

구 부회장과 구 전 대표는 2015년부터 경영권을 사이에 두고 갈등을 겪었다. 고 구인회 LG그룹 창업주의 셋째 아들인 구자학 아워홈 회장은 슬하에 구 부회장, 구명진씨, 구미현씨, 구 전 대표 등 1남3녀를 뒀다.

얼마 전 까지만 해도 이들 가운데 아워홈 경영에 참여한 것은 구 부회장과 구 전 대표 뿐이었다.

특히 구 전 대표는 일찌감치 아워홈의 후계자 1순위로 꼽혀왔다. 구 전 대표는 2004년 아워홈 외식사업부 상무로 경영 일선에 모습을 드러냈고, 2015년 부사장으로 승진했다. 당시만 해도 장자 승계 원칙을 고수하는 범LG가의 가풍을 깨고 첫 여성 후계자가 나올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기도 했다.

그러나 구 전 대표가 자신에게 적대적인 임원들을 좌천, 업무배제, 해고했다는 논란에 휘말리면서 구 전 대표의 입지는 흔들렸다. 결국 구 전 대표는 2015년 7월 승진 5개월 만에 부사장을 내려놨다.

구 전 대표가 물러난 자리는 구 부회장이 채웠다. 구 부회장은 삼성경제연구소 등 외부에서 일하다 뒤늦게 아워홈 경영에 참여했고 대신 구 전 대표는 2016년에 캘리스코 대표로 부임했다. 

이후 남매는 수차례에 걸쳐 다툼을 벌였다. 구 전 대표는 2017년 서울중앙지법에 아워홈 임시주주총회 개최를 요청하고 이사직 복귀를 시도했지만, 언니 구미현씨가 오빠의 손을 들어주면서 무산됐다.

반대 기류
깨진 독주

2019년 아워홈 정기주총에서는 구 부회장이 이사 보수 한도 증액과 아들 구재모씨를 사내이사로 선임하는 안건을 상정했으나 이를 구 전 대표와 구명진씨가 반대했다. 이후 아워홈은 구 전 대표의 캘리스코에 식자재 공급 중단을 선언했고, 이로 인해 양사는 법정 다툼까지 벌였다.

지난해부터 양측의 갈등이 소강상태를 나타냈지만, 여전히 구 전 대표의 아워홈 복귀 가능성은 열려 있었다. 자매가 합심할 경우 판도를 완전히 뒤바꿀 수 있었기 때문이다.

실제로 아워홈의 주주구성을 살펴보면 지난해 6월 기준 구 부회장(38.56%), 구미현씨(19.28%), 구명진씨(19.60%), 구 전 대표(20.67%) 등 오너 일가 남매가 98.11%의 지분을 보유 중이었다. 남매 간 합종연횡에 따라 경영진 교체가 충분히 가능했던 셈이다.

이런 가운데 구 부회장이 재판에 넘겨진 시점과 구 전 대표의 대표이사 사임이 맞물리자 구 전 대표가 아워홈으로 복귀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기도 했다. 구 전 대표는 구 부회장이 재판에 넘겨지기 직전인 지난 2월 캘리스코 대표이사직을 내려놓은 상태였다. 그리고 예상은 머지않아 현실이 됐다.

지난 6월4일 아워홈은 이날 서울 모처에서 주주총회를 열고 구지은 전 캘리스코 대표가 제안했던 신규이사 선임안, 보수총액 한도 제한안 등을 통과시켰다. 이번 주총은 아워홈 측과 구 전 대표 측이 개최 시기를 놓고 이견을 빚다 결국 법원 판단에 의해 소집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참에 오빠에게 칼 겨눈 막내
동생들 합세…경영권 잃은 장남

세 자매는 이날 주주제안을 통해 선임된 신규 이사들을 앞세워 이사회를 장악했고, 구 부회장을 대표이사 자리에서 해임하는 안을 통과시켰다.

구 부회장을 대신해 구 전 대표가 아워홈의 대표이사에 올랐다. 경영권 다툼이 세 자매의 승리로 끝난 것이다.

구명진씨가 구 전 대표의 손을 들어준 건 예정된 행보였다. 구명진씨의 경우 구 전 대표의 확실한 우호세력으로 분류돼왔다. 구명진씨는 구 전 대표가 캘리스코 대표이사직을 내려놓은 직후인 지난 2월15일자로 신임 캘리스코 대표이사로 취임했다.

구명진씨는 그간 아워홈 관련 회사의 경영에 참여하지 않던 인물이다. 캘리스코의 2대주주이자 등기이사로서 영향력을 행사하긴 했지만, 대외적인 경영 일선에서 활동한 건 아니었다.

지분 19.28%를 가지고 있던 장녀 구미현씨가 구 전 대표 손을 잡은 것이 결정적이었다. 구미현씨와 구명진씨가 구 전 대표의 손을 들어주면서 세 자매의 지분은 60%에 근접했고, 큰 무리 없이 경영권을 가져올 수 있었다.

구 부회장의 보복운전이 구미현씨가 구 전 대표에게 힘을 실어준 배경이 된 것으로 풀이된다. 구미현씨는 2017년 구 부회장과 구 전 대표 사이에서 경영권 다툼이 불거졌을 당시에는 구 부회장의 손을 들어줬다. 그러나 구 부회장의 이번 보복운전 행위는 그냥 눈감아주기 힘든 사안이었다.

순식간에
날아간 왕관

재계에서는 향후 구 부회장이 어떤 방식으로 반격에 나설지 예의주시하고 있다. 일단 구 부회장이 아워홈 사내이사에서 당장 물러나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사내이사의 해임은 주총 특별결의 사항으로 3분의2 이상의 지분이 필요한데, 구 부회장의 지분이 38.56%로 3분의 1을 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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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춤 추는 이정현 마이웨이

칼춤 추는 이정현 마이웨이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이정현 공천관리위원장이 거침없이 칼을 휘두르고 있다. 주호영 국회부의장·김영환 충북도지사가 이 공관위원장의 칼에 희생됐다. 변방의 이방인이어서 휘둘러야 했던 칼의 운명은 반복되고 있다. 그는 왜 칼을 휘두르는 걸까? 국민의힘 이정현 공천관리위원장(이하 공관위원장)이 지난 13일 “여러 의견을 존중하는 과정에서 제가 생각했던 방향을 더는 추진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면서 사퇴했다가 이틀 후 번복했다. 이 공관위원장은 사퇴했던 이유를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이틀 후 또 번복 정치권 안팎에선 대체로 이 공관위원장의 갑작스러운 사퇴의 주요 원인으로 오세훈 서울시장과의 갈등을 주된 원인으로 거론했다. 오 시장은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절연에 소극적인 지도부 혁신 ▲혁신적인 선거대책위원회 조기 출범 등을 요구하면서 지방선거 공천 기간 내 후보 등록을 하지 않았다. 이 공관위원장의 사퇴 번복에는 장 대표가 큰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사퇴 번복 후 “장 대표가 지난 14일 공천 혁신을 완수해 달라면서 공천 관련 전권을 맡긴다는 뜻을 전해왔다”고 밝혔다. 따라서 이 공관위원장의 사퇴는 대체로 ‘무력 시위’로 해석되고 있다. 결국 오 시장은 지난 17일 국민의힘 서울시장 경선 후보로 등록했다. 복귀한 이 공관위원장은 ‘장 대표가 부여한 공천 관련 전권’을 거침없이 휘둘렀다. 지난 16일에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회(이하 공관위)는 박형준 부산시장 공천 컷오프를 검토하고 있다”는 소식을 전했다. “박 시장을 컷오프하고, 국민의힘 주진우 의원을 단수공천하자”고 주장한 핵심은 이 공관위원장이었다. 그러자 부산에 지역구를 둔 국민의힘 의원들이 장 대표를 방문해 항의했고, 장 대표는 박 시장·주 의원 간 경선을 결정했다. 같은 날 공천이 날아간 현역 광역자치단체장은 김영환 충북도지사였다. 공관위는 김 지사를 컷오프한 이유를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그저 “김 지사의 공적·업적을 부정·평가절하 하기 위한 게 결코 아니”라면서 시대 교체·세대 교체를 언급했다. 정치권에선 ▲만 70세 고령 ▲수뢰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는 등 사법 리스크 ▲재임 중 각종 발언 논란 등 대체로 김 지사의 약점이 컷오프의 실제 이유 아니겠느냐는 추측이 돌고 있다. 김 지사는 곧바로 “특정인을 두고 면접을 진행하다니 기가 막힌다”면서 일각에서 거론됐던 ‘국민의당 김수민 전 의원 충북도지사 후보 내정설’을 암시했다. 김 전 의원은 지난 2024년부터 1년 동안 충북 정무부지사를 지냈다. 김 지사는 지난 18일엔 서울남부지법에 공천 배제 효력 정지 가처분을 신청했다. 이어 다음 날 진행된 심문에서 “이 공관위원장이 김 전 의원에게 개인적으로 연락해서 출마 여부를 타진했다”며 “절차적 정당성이 파기됐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공관위는 이와 상관없이 지난 20일 김 지사를 제외한 경선 구도를 확정했다. 이 공관위원장은 국민의힘 대구시장 후보 공천과 관련해서도 존재감을 드러냈다. 공관위는 지난 22일 국민의힘 대구시장 후보 경선과 관련해 주호영 국회부의장·이진숙 전 방송통신위원장을 공천에서 배제했다. 광주시장 출마 아닌 공관위원장 지방선거와 묶인 운명의 끝은? 대구시장 후보 경선에 대해선 한동안 “국민의힘 최은석 의원 공천이 사실상 내정된 게 아니냐”는 설이 돌아다녔다. 그러자 최 의원은 지난 21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이 공관위원장은 공천 심사 면접에서 처음 만났다”면서 이를 강하게 부인했다. 주 부의장은 공천 배제에 크게 반발했다. 그는 공천 배제 가능성이 거론되던 지난 17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대구를 공천 실험장으로 삼으면 안 된다”며 “대구시장을 더불어민주당에 상납하려는 거냐”고 비판했다. 이어 “이 공관위원장은 대구의 자존심을 더 이상 짓밟지 말라”고 요구했다. 하지만 주 부의장 공천 배제는 지난 22일 확정됐다. 그는 지난 25일 가처분 신청과 무소속 출마 가능성을 언급했다. 일각에서 의아하게 해석하는 지점은 유튜버 고성국씨 등 강경 보수 진영에서 강하게 지지했던 이 전 위원장이 공천에서 배제됐다는 것이다. 이를 두고, “추 의원이 국민의힘 대구시장 후보로 확정돼 의원직에서 물러나면, 이 전 위원장이 추 의원의 지역구 대구 달성 재보궐선거에 출마하는 게 아니냐”는 설이 나왔다. 반대로 “주 부의장이 무소속으로서 대구시장 선거에 출마하면,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가 주 부의장의 지역구인 대구 수성갑에 출마하는 것 아니냐”는 설도 나오고 있다. 국민의힘 친한(친 한동훈)계 일원으로 거론되는 국민의힘 박정하 의원은 지난 24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주 부의장의 공천 배제엔 감정이 어느 정도 반영돼있는 게 아니냐는 생각을 하지 않고선 해석이 잘 안 된다”며 “장 대표의 생각도 분명히 들어가 있다고 본다”고 주장했다. 이어 주 부의장과 한 전 대표의 연대설에 대해서도 “한 전 대표가 보수 재건 후 당에 돌아오는 길을 찾아가는 길에 있어선 주 부의장의 선택 여하에 따라 모든 가능성을 다 열어 검토할 것이라고 본다”면서 연대설을 부정하진 않았다. 장 대표는 지난 23일 국민의힘 대구시당을 방문해 “공천 관련 모든 것은 당 대표인 제 책임”이라면서 공천 내정설에 대한 간접적인 의견을 밝혔다. 이어 “시민이 납득할 수 있는 경선을 치르겠다는 말씀을 드렸고, 당 대표로서 역할을 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광역지방자치단체장 경선 상황·흐름에 대해선 “영남권 기성 중진과 반 장동혁 성향 인사를 배제하는 방향으로 가는 게 아니냐”는 의문이 나오고 있다. 일각에선 장 대표와 이 곤공관위원장이 각각 ‘굿 캅’과 ‘배드 캅’으로 역할을 분담한다고 의심하고 있다. 의외의 연대설 이 공관위원장의 활동 방향을 놓고, 일각에선 그가 “사실상 장 대표의 칼 역할을 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그의 삶과 정치 활동은 국민의힘 주류 정치인과 많이 다르다. 국민의힘은 영남을 주된 지역 기반으로 두고 있지만, 이 공관위원장은 전남 곡성 출신이다. 그가 태어나 자란 곡성에서도 특히 위치가 외진 목사동면 동암리로 알려졌다. 그는 고등학생 시절부터 정치에 관심을 둔 것으로 알려졌고, 정계 입문 계기는 그의 고향을 지역구로 두고 국회의원으로 활동했던 민주정의당 구용상 전 의원의 비서관으로 발탁된 것이었다. 구 전 의원이 지난 1988년 제13대 총선에서 낙선한 후 이 공관위원장은 민주정의당의 말단 간사로 특채됐다. 영남 기반 정당의 호남 출신 당직자였던 그는 훗날 “늘 근본 없는 놈 취급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그로부터 26년 후 그는 고향 전남 순천·곡성에서 진행된 재보궐선거에서 새누리당 후보로 당선되는 이변을 일으켰고, 다시 2년이 지나선 새누리당 대표로 당선됐다. 당선 이후 그의 28년에 대해선 “한 편의 드라마” 혹은 “인간 승리”라는 평가도 나왔다. 이 공관위원장에겐 2명의 이 위원장이 있다. 그는 재보궐선거 당시 49.43%를 득표해 40.32%를 득표한 당시 새정치민주연합 서갑원 후보를 물리쳤다. 이 후보의 당선엔 서 후보와 노관규 전 순천시장의 갈등도 큰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있다. 하지만 정치적 흐름만을 탄 결과라고 보기 어렵다는 판단도 있다. 고향 곡성에서 이 공관위원장에 대한 지지세가 높아 70% 이상 득표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그는 새누리당이 아닌 ‘곡성 출신 이정현’을 내세워 자전거를 타고 지역구를 누볐다. 당시 그는 스스로 ‘머슴’ 혹은 ‘촌놈’을 자처했다. 그러면서 “고향을 위해 미치도록 일하고 싶다”며 “죽도록 부려먹다가 못하면 그때 쓰레기통에 다시 넣으시더라도 이번 한번만큼은 제 손을 한 번 잡아달라”고 호소하는 등 지역의 호감을 얻는 발언을 이어나간 영향도 컸던 것으로 분석됐다. 비판·조롱 낯설게하기 지난 2016년 총선에선 지역구 조정 영향으로, 이 공관위원장은 전남 순천에 출마했다. 고향이 아닌 지역구에 출마한 것은 일견 불리할 수도 있는 선택이었다. 하지만 그는 44.54%를 득표해 당선됐다. 그는 재보선 당선 이후 매주 지역구를 방문해 현장을 누빈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당시 야권이었던 더불어민주당·국민의당에서 모두 후보를 출마시킨 구도의 영향도 호재로 작용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공관위원장은 지난 2022년 지방선거에선 국민의힘 전남도지사 후보로 출마해 선거 비용 보전액 하한선 15%를 넘기는 18.81%를 득표해 “선전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런데 그는 중앙 정치에선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그가 중앙 정치에서 큰 물의를 일으켰을 때 그 원인은 대체로 설화였다. 청와대 홍보수석비서관으로 재직했던 2014년엔 길환영 당시 KBS 사장에게 연락해 “세월호 참사 관련 해경에 대한 비판을 지금은 자제해 달라”고 요구한 게 2년여가 흐른 후 뒤늦게 알려져 물의를 일으켰다. 이는 방송 편성 관련 규제·간섭을 금지한 방송법 위반 행위가 될 위험이 있었는데 실제로 그는 벌금형을 확정받았다. 새누리당 최고위원이었던 지난 2015년엔 광주를 방문해 ‘광주 비하’로 해석될 수 있는 발언을 했다. 당시 그는 “광주 시민이 이정현이를 쓰레기통에 버렸다”며 “박근혜 대통령이 나 같은 쓰레기를 끄집어내서 탈탈 털어 청와대 정무수석·홍보수석을 시켜주는 배려를 했다”고 주장했다. 박 전 대통령에게 과잉 충성하는 이 공관위원장의 모습이나 발언은 지금도 쉽게 찾을 수 있다. 새누리당 대통령 후보였던 박 전 대통령은 지난 2012년 9월 과거사 사과 기자회견에서 회견문을 읽은 후 고개 숙여 인사했다. 당시 상황을 촬영한 사진 중에 후보 공보단장이었던 이 공관위원장이 “질의 시간을 가지면 안 된다”는 의미로 손가락으로 X 표시를 만드는 사진도 있다. 새누리당 대표였던 지난 2016년 11월엔 야권이 박 전 대통령의 임기 단축 협상을 거절하고 탄핵소추를 추진하자 “그 사람들이 탄핵을 실천하면 뜨거운 장에 손을 집어넣겠다”고 반발해 한동안 이 공관위원장을 조롱하는 합성 사진이 범람했다. 정치인은 대체로 선거 현장·당내 투쟁에선 정반대의 모습을 보여준다. 일부 정치인은 그 간극이 커서 주목받는다. 이 공관위원장의 태도는 “상대방에게 진정성 있게 몰입한다”는 장점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상황에 따라 그 진정성 있는 몰입은 정반대의 이미지를 연출한다. 지역구에선 유권자들이 전통적인 지역 구도에 따른 관성을 무시하고 그를 지지하는 이변으로 이어진다. 반대로 중앙 정치에선 지지자들의 환호와 반대파의 비판·조롱으로 나뉜다. 주호영·김영환 치니 한동훈 꿈틀…나비효과? 마구 휘두르고 장동혁이 수습…굿 캅 배드 캅? 20세기 독일 철학자 마르틴 하이데거의 존재론에 따르면, 이 공관위원장은 ‘호남 출신 보수정당 소속’으로 던져졌다. 이는 그 스스로 선택한 것이지만, 주어진 운명이 그를 던진 측면도 있다. 던져진 상황을 극복하는 것은 그의 선택이 부여한 운명이었다. 이 때문에 이 공관위원장은 고향에선 ‘친근한 고향 사람’이 돼 선거에 임하면서 국회의원으로 당선됐다. 하지만 보수정당에 뿌리내릴 수 있도록 그를 발탁한 사람은 박 전 대통령이다. 박 전 대통령에 대한 충성은 그 스스로 선택해 자신의 삶을 던진 것으로 볼 수 있다. ‘영남 출신 엘리트’ 주축으로 구성된 국민의힘 기준에서 이 공관위원장은 변방의 이방인이다. <조선일보> 양상훈 주필은 지난 2016년 8월 이 공관위원장이 새누리당 대표에 당선된 후 그에 관한 칼럼을 썼다. 양 주필에 따르면, 이 공관위원장은 당직자 시절 자신보다 어린 당 출입기자로부터 반말을 들어가면서 그의 심부름을 했다. 변방의 이방인이었기 때문에 그에 대한 태도는 훨씬 ‘편하게’ 나왔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하지만 그는 지금도 국민의힘에 있다. 러시아 문예비평가 빅토르 슈클로프스키는 시 창작과 관련해 ‘낯설게하기’란 이론을 창안했다. “익숙한 대상을 생경하게 바라보면서 그 본질을 시로 표현할 수 있다”는 취지의 이론이다. 그런데 이 공관위원장은 존재 자체가 ‘낯설게하기’였다. 고향에선 보수 정당 소속이기 때문에 낯설다. 보수 정당에선 호남 출신인 그의 존재는 낯설면서도 동시에 강렬하다. 공천관리위원장으로서 시행하는 주요 정치인 컷오프도 그가 낯선 존재이기 때문에 더욱 부각된다. 박 전 대통령에 대한 그의 충성도 반대파·비판자의 관점에선 개종자의 열정·과잉 사회화로 보일 여지가 있다. 개종자의 열정은 원래 특정 집단 소속이 아니었던 사람이 집단에 들어간 이후 기존 구성원보다 더 근본주의적인 태도로 열정을 쏟아붓는 현상을 말한다. 이는 대체로 “난 원래 이 집단 사람이 아니었다”는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진행된다. 그에게는 늘 ‘근본’과 관련된 비판을 받으면 안 된다는 불안감이 있기 때문이다. 과잉 사회화도 뒤늦은 주류 문법 학습 때문에 유연성을 발휘하기보다 집단의 규범을 그대로 집행하려는 경향으로 이어지는 측면을 일컫는다. 개종자의 열정·과잉 사회화를 상징하는 역사 속 인물로는 긍정적인 측면에선 한때 유대교 바리새파에서 촉망받았다가 예수의 가르침을 전파한 사도 바울을 언급할 수 있다. 부정적인 측면에선 20세기 소련의 공안 탄압을 상징하는 라브렌티 베리야를 언급할 수 있다. 조지아 출신인 베리야는 이오시프 스탈린에게 발탁된 후 대숙청을 진두지휘했던 니콜라이 예조프를 몰아내고 방첩기관 NKVD의 수장이 됐다. 지금도 베리야는 공안 탄압을 상징한다. 특정 집단에 기반이 없는 이방인이 그 집단에서 생존하기 위해 누군가의 ‘칼’이 되는 것은 숙명에 가깝다. 숙명적으로 묶인 운명 이 공관위원장은 원래 광주·전남통합시장 출마를 준비했다가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장으로 임명됐다. 그는 임명된 직후 군복을 연상시키는 야전상의를 입고 다시 등장했다. 사실상 장 대표의 칼로써 공천을 진두지휘하면서 그의 정치적 운명은 지방선거에 묶였다. 그의 운명은 여전히 칼인 걸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