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자치 부활 30년' 걸어온 길 가야할 길

풀뿌리 민주주의 이제 꽃피울 차례

[일요시사 취재1팀] 차철우 기자 = 흔히 지방자치제도(이하 지방자치)를 풀뿌리 민주주의라고 한다. 지난 1991년 재출범된 이래로 지방자치가 부활한지 30년이 지났다. 민주주의의 발전을 이룩했다는 평가도 있지만 여전히 무늬만 존재한다는 비판도 공존하고 있다. 

지난 1988년 지방자치법 전부개정이 이루어진 이후 32년 만에 처음으로 지방자치법 전부개정안이 지난해 12월9일 통과됐다. 전부개정안의 통과로 지방자치단체(이하 지자체)의 역할 확대에 대한 기대감이 상승했다는 평가다. 이에 따라 본격적인 지방자치2.0 시대의 막을 열었다는 해석이 나온다.

참여 확대
자율성 보장

지방자치법 전부개정안은 국회에서 처리하려 했으나 지난해 회기가 만료돼 폐기된 법안이다. 지자체 부활 30주년이라는 시점과 맞물린 상황에서 지방자치법 개정을 미룰 수 없다는 비판이 나오자 관련 법안이 지난해 말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개정된 법안의 주요 내용은 지방의회의 ▲주민참여권 보장 및 강화 ▲지자체 역량 강화 및 자치권 확대 ▲투명성·책임성 확보 ▲중앙과 지방 간 협력관계 정립 등이다.

개정된 지방자치법에 따르면 주민의 지방행정 참여에 관한 사항을 규정하는 것을 지방자치법에 목적으로 명시했다. 


이에 따라 지방의 정책 결정과 집행 과정에 대한 주민의 참여권이 더욱 보장됐다. 과거에는 조례안을 제정할 경우 단체장에게 제출했지만 법이 수정되면서 주민이 직접 의회에 조례안을 발의할 수 있는 권한도 생겼다. 

주민감사와 소송에 관한 부분도 완화시켰다. 기존 19세 이상 주민만 가능했지만 법률의 변경으로 18세로 하향 조정해 참여요건을 완화, 주민 참여가 더욱 쉬워졌다는 관측도 있다. 그 밖에도 단체장 중심으로 획일화돼있던 기관의 구성을 주민투표를 거쳐 기관구성의 선택권을 보장하도록 법이 수정됐다. 

주민들 적극 참여 시스템 마련
지역사회 문제 해결 자체 모색

주민자치기구의 조성은 기존 제도와 차별성과 운영방식에 대해 추가적인 논의가 필요하다는 이유로 개정안에서 제외했다. 중립성과 주민의 대표기구로 실질적인 참여를 보장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이유에서 하승수 세금도둑잡아라 공동대표는 “읍·면·동 단위에서 지역주민들의 의견이 수렴되는 구조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따라서 주민자치기구에 대한 법률적 근거를 마련할 필요성이 있음을 언급한 바 있다. 

지자체의 역량 강화도 이뤄졌다. 행정안전부는 자치권을 확대해 중앙정부에 쏠린 권한을 분배한다는 방안을 내놨다. 중앙정부의 자의적인 사무배분을 막기 위해 지역의 사무가 지역에 우선 배분하는 법안이 마련됐다. 

인사권과 관련한 사항도 개정됐다. 기존 시·도지사가 소유한 임용권을 시·도의회의 의장에게 권한을 줘 의회의 독립성을 강화한다는 취지다. 지방의원의 자치입법, 예산심의, 행정사무감사 등을 지원하는 전문 인력의 도입 근거도 정립됐다.


뿐만 아니라 행정수요에 탄력적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 하는 장치로써 특정 업무를 수행한다는 부단체장을 지자체가 자율적으로 둘 수 있는 법적근거가 생겼다. 전문 인력제도를 통해 보좌 인력을 의원 정수의 절반까지 확보가능하다.

이외에도 인구 100만 이상의 도시에는 특례시라는 행정 명칭을 부여해 행정의 특수성을 인정한다. 지자체의 자율성과 역량을 강화해 자치권을 확대하겠다는 게 변경된 법안의 취지다. 

그래도 
갈길 멀다

그러나 현직 도의원은 인사권과 전문 인력과 관해 미흡한 부분이 있다고 지적했다.

더불어민주당 허소영 강원도의회 의원은 인사권이 직원 수를 지방 의원의 재정이나 규모, 인구 수에 따라서 조례로 정하도록 돼있지 않다는 점에서 미흡하다고 밝혔다. 인건비를 고려한다는 명목으로 대통령령으로 정하도록 둔 점은 인사권을 의장에게 둔다고 하면서도 실제로 조직의 통제권은 중앙정부에 있다고 비판했다. 

전문 인력의 제공을 의원 2명당 1명으로 제공한다는 점도 부정적인 시각으로만 바라보고 있다며 전문 보좌 인력의 확대를 촉구했다. 지방의회의 역량강화를 위해 법안을 개정한 데 비해 제도 도입의 취지를 반영하지 못한 점이 있어 사무와 정원에 관한 사항을 구체적으로 정할 필요가 있음으로 풀이된다.  

지방의회와 관련된 법안도 바뀌었다. 지방의회의 의정활동, 집행부 조직, 재무 등 지자체의 정보를 제공하고, 정보공개 시스템을 구축해 주민의 정보 접근성을 높여 투명성과 책임성을 확보하겠다는 법안도 마련됐다.

더불어 미약했던 처벌을 예방하는 등 지방의회의 윤리와 책임성을 제고할 수 있도록 윤리특별위원회를 설치를 의무화시켰다. 

민간위원으로 구성된 윤리심사자문위원회를 설치해 의원에 대한 징계를 철저히 하겠다는 게 골자다. 시·군·구의 잘못된 사무 처리에 대해 시·도가 조치하지 않을 경우를 대비해 국가에서 명령을 내려 위법한 행정에 대한 정부의 관리 감독이 강화된다. 

이밖에도 지방의원이 겸직을 할 경우 내역 공개를 의무화해 실효성을 제고시키겠다는 뜻을 밝혔다. 

개정된 점 의미 있지만
풀어야할 숙제도 많아

중앙과 지방의 협력관계 정립과 행정 능률성을 제고시키기 위한 법률도 제정됐다. 지방에 영향을 미치는 국가 주요 정책 결정과정에 있어 지방의 주요 주체가 참여할 수 있도록 하고, 지방자치법에 근거해 중앙과 지방의 협력회의가 가능한 법을 제정, 대통령과 시·도지사 간 간담회 개최를 제도화했다. 


행정구역과 생활구역이 달라 어려움을 겪는 주민들에게 불편을 해결할 수 있도록 중앙분쟁조정위원회를 통해 해결하는 절차도 수립됐다. 지방자치단체간의 협력을 통해 교통과 환경분야에서 지역들의 공동대응이 필요한 부분을 해결할 수 있도록 협력촉진을 위한 국가차원의 지원근거가 신설됐다.

이외에도 단체장 인수원회가 제도화됐고, 행정구역 결정의 절차가 개선되도록 하는 법안들이 시행 예정이다.

32년 만에 법이 전면개정됐음에도 여전히 지자체의 권한이 더 확대되어야 한다는 전문가들의 주장이 나온다. 지방분권의 가장 큰 핵심은 재정분권이다. 지자체가 중앙정부에 의존하지 않고 자율적이고 독립적으로 운영돼야 완전한 지방분권이 실현 가능하다는 것이다. 

자율적
독립적

지방자치는 1991년 지방의회선거와 1995년 동시 지방선거로 본격적인 지방자치 시대가 열렸다. 행정정보 공개, 주민참여 예산제도 등 민주적 제도의 주민 눈높이 지방행정으로 주민의 삶의 질이 높아졌다는 평가를 받는다. 지방자치는 지역주민이 의사결정을 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 민주주의의 기틀을 마련했다. 

지방자치는 실질적 법치제도 확립에 많은 기여를 했다는 평가가 있다. 1992년 기초의회에서 지방자치 조례를 제정하면서 정보공개를 통해 주민의 알권리를 제공했다.  


지방자치의 부활은 사회 질서를 확립했다. 지방자치의 핵심은 다양성을 존중하는 데 있다. 지역마다 문화가 다르고 가지고 있는 고유 자원이 다른 점을 활용해 각 지역의 개성의 차별성을 확보할 수 있었다. 

지방자치와 관련해서 정부가 진보, 보수정권을 막론하고 지방분권을 위해 법을 제정해왔다. 2003년 노무현정부의 지방분권특별법, 2008년 이명박정부의 지방분권촉진에 관한 특별법 2010년 지방행정제체 개편에 관한 특별법, 2013년 박근혜정부의 지방분권 및 지방행정체제개편에 관한 특별법 제정을 등을 통해 지방분권의 명맥을 이어갔다. 

그에 따라 중앙행정권한의 지방이양은 어느 정도 이뤄졌다는 시각이 있다. 그러나 시·도의원과 지방공무원의 비리와 기업에 대한 특혜, 중앙정부의 지자체의 자치역량에 대한 의구심과 불신 등으로 무늬만 자치라는 평가를 받아왔다.  

박기관 한국지방자치학회 회장은 “주민참여 차원에서 볼 때, 많은 진전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아직 가야할 길이 멀다”며 “주민투표법 등 직접참여제도가 있지만, 현행 주민 발안제를 더욱 실질화하고, 주민소환제 등으로 더욱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제도의 도입 차원인 상태에서 실질적으로 법안이 기능하기 위해서는 세부적으로 많은 연구와 실천이 뒤따라야 할 필요성을 강조했다.

지방자치법이 개정된 지금도 지방자치의 역할과 기능에 대해 비판적인 시각은 여전히 존재한다. 그런 점에서 전문가들은 이번 개정이 풀뿌리 민주주의를 한 단계 더 발전시키기 위해 필요했으며 부족한 부분은 즉각 반영해 고쳐야 한다고 지적했다.  

지방자치법의 개정으로 지방정부가 강화된 위상과 권한으로 지역발전을 위한 정책의 혁신적 시도가 필요하다는 관측이다.

주민에게 
더 가까이

김정태 서울시의회 운영위원장은 “지방자치 30년 역사는 곧 대한민국 민주주의의 역사이고, 지방의회는 ‘풀뿌리 민주주의’의 산실임이 입증됐다”며 “지방자치법의 개정은 주민 참여를 전제로 하기 때문에 시민에게 더 가까이 다가가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ckcjfdo@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혼란의 시대’ 1991년 전 지방자치는?

1948년 제헌헌법에서 지방자치가 제도적으로 보장됐고, 제헌의회는 지방자치법  제정을 논의했다. 그러나 지방자치의 즉각적 실시를 주장하는 국회와 1년 이내의 기간에 대통령령으로 실시 시기를 정해 시행하자는 정부의 의견대립으로 지연되다가 1949년 지방자치법이 공포됐다. 

이후 정부는 치안유지와 국가의 안정, 국가건설과업의 효율적 수행 등을 이유로 지방자치의 실시를 연기하다가 1952년 지방의원 선거를 통해 지방자치를 시행했다.

당시는 지방의원과 달리 지자체장을 통해 초기에 기초 간선제와 임명제를 적용함으로써 완전한 지방자치가 제도적으로 구현되지 못했다는 평가가 있다.

도입기의 지방자치는 정치적, 사회적으로 다양한 제약과 한계가 존재했다.

또 1961년 5‧16 군사정변으로 인해 지방자치는 중단이라는 기로에 섰다. 군사혁명위원회는 도입기의 지방자치가 민주주의의 기여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현실적 문제를 야기한다고 판단했다.

선거를 둘러싸고 발생한 파쟁과 민심 분열, 금품매수, 이권청탁, 정실행정, 예산낭비 등의 문제와 지방의회의 자치단체장 불신임권 남용으로 효율적인 지방행정의 수행이 곤란하다는 이유에서다.

이에 정부는 지방행정의 능률화를 위해서는 새로운 방향의 정립이 필요하고, 지방자치의 구현보다는 지역개발의 추진에 중점을 두는 것이 옳다고 판단했다.

결국 군사혁명위원회는 지방의회를 해산하고 지방의회의 기능을 상급기관장이 대신하게 함으로써, 지방자치제도가 중단됐다.

정부는 헌법 개정을 통해 지자체장의 선거 관련 규정이 삭제됐고, 지방의회의 구성 시기는 법률로 정한다는 부칙 규정이 신설됐다.

개정헌법으로 삼권분립에 근거한 대통령중심제가 채택됨에 따라, 이전의 헌법보다 대통령의 권한이 강화된 중앙집권체제가 마련된 셈이다. 이후 1972년에 또다시 헌법 개정을 통해 지방의회의 구성을 보류해, 지방자치의 부활은 1991년이 되기 전까지 불가능했다. <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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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춤 추는 이정현 마이웨이

칼춤 추는 이정현 마이웨이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이정현 공천관리위원장이 거침없이 칼을 휘두르고 있다. 주호영 국회부의장·김영환 충북도지사가 이 공관위원장의 칼에 희생됐다. 변방의 이방인이어서 휘둘러야 했던 칼의 운명은 반복되고 있다. 그는 왜 칼을 휘두르는 걸까? 국민의힘 이정현 공천관리위원장(이하 공관위원장)이 지난 13일 “여러 의견을 존중하는 과정에서 제가 생각했던 방향을 더는 추진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면서 사퇴했다가 이틀 후 번복했다. 이 공관위원장은 사퇴했던 이유를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이틀 후 또 번복 정치권 안팎에선 대체로 이 공관위원장의 갑작스러운 사퇴의 주요 원인으로 오세훈 서울시장과의 갈등을 주된 원인으로 거론했다. 오 시장은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절연에 소극적인 지도부 혁신 ▲혁신적인 선거대책위원회 조기 출범 등을 요구하면서 지방선거 공천 기간 내 후보 등록을 하지 않았다. 이 공관위원장의 사퇴 번복에는 장 대표가 큰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사퇴 번복 후 “장 대표가 지난 14일 공천 혁신을 완수해 달라면서 공천 관련 전권을 맡긴다는 뜻을 전해왔다”고 밝혔다. 따라서 이 공관위원장의 사퇴는 대체로 ‘무력 시위’로 해석되고 있다. 결국 오 시장은 지난 17일 국민의힘 서울시장 경선 후보로 등록했다. 복귀한 이 공관위원장은 ‘장 대표가 부여한 공천 관련 전권’을 거침없이 휘둘렀다. 지난 16일에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회(이하 공관위)는 박형준 부산시장 공천 컷오프를 검토하고 있다”는 소식을 전했다. “박 시장을 컷오프하고, 국민의힘 주진우 의원을 단수공천하자”고 주장한 핵심은 이 공관위원장이었다. 그러자 부산에 지역구를 둔 국민의힘 의원들이 장 대표를 방문해 항의했고, 장 대표는 박 시장·주 의원 간 경선을 결정했다. 같은 날 공천이 날아간 현역 광역자치단체장은 김영환 충북도지사였다. 공관위는 김 지사를 컷오프한 이유를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그저 “김 지사의 공적·업적을 부정·평가절하 하기 위한 게 결코 아니”라면서 시대 교체·세대 교체를 언급했다. 정치권에선 ▲만 70세 고령 ▲수뢰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는 등 사법 리스크 ▲재임 중 각종 발언 논란 등 대체로 김 지사의 약점이 컷오프의 실제 이유 아니겠느냐는 추측이 돌고 있다. 김 지사는 곧바로 “특정인을 두고 면접을 진행하다니 기가 막힌다”면서 일각에서 거론됐던 ‘국민의당 김수민 전 의원 충북도지사 후보 내정설’을 암시했다. 김 전 의원은 지난 2024년부터 1년 동안 충북 정무부지사를 지냈다. 김 지사는 지난 18일엔 서울남부지법에 공천 배제 효력 정지 가처분을 신청했다. 이어 다음 날 진행된 심문에서 “이 공관위원장이 김 전 의원에게 개인적으로 연락해서 출마 여부를 타진했다”며 “절차적 정당성이 파기됐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공관위는 이와 상관없이 지난 20일 김 지사를 제외한 경선 구도를 확정했다. 이 공관위원장은 국민의힘 대구시장 후보 공천과 관련해서도 존재감을 드러냈다. 공관위는 지난 22일 국민의힘 대구시장 후보 경선과 관련해 주호영 국회부의장·이진숙 전 방송통신위원장을 공천에서 배제했다. 광주시장 출마 아닌 공관위원장 지방선거와 묶인 운명의 끝은? 대구시장 후보 경선에 대해선 한동안 “국민의힘 최은석 의원 공천이 사실상 내정된 게 아니냐”는 설이 돌아다녔다. 그러자 최 의원은 지난 21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이 공관위원장은 공천 심사 면접에서 처음 만났다”면서 이를 강하게 부인했다. 주 부의장은 공천 배제에 크게 반발했다. 그는 공천 배제 가능성이 거론되던 지난 17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대구를 공천 실험장으로 삼으면 안 된다”며 “대구시장을 더불어민주당에 상납하려는 거냐”고 비판했다. 이어 “이 공관위원장은 대구의 자존심을 더 이상 짓밟지 말라”고 요구했다. 하지만 주 부의장 공천 배제는 지난 22일 확정됐다. 그는 지난 25일 가처분 신청과 무소속 출마 가능성을 언급했다. 일각에서 의아하게 해석하는 지점은 유튜버 고성국씨 등 강경 보수 진영에서 강하게 지지했던 이 전 위원장이 공천에서 배제됐다는 것이다. 이를 두고, “추 의원이 국민의힘 대구시장 후보로 확정돼 의원직에서 물러나면, 이 전 위원장이 추 의원의 지역구 대구 달성 재보궐선거에 출마하는 게 아니냐”는 설이 나왔다. 반대로 “주 부의장이 무소속으로서 대구시장 선거에 출마하면,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가 주 부의장의 지역구인 대구 수성갑에 출마하는 것 아니냐”는 설도 나오고 있다. 국민의힘 친한(친 한동훈)계 일원으로 거론되는 국민의힘 박정하 의원은 지난 24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주 부의장의 공천 배제엔 감정이 어느 정도 반영돼있는 게 아니냐는 생각을 하지 않고선 해석이 잘 안 된다”며 “장 대표의 생각도 분명히 들어가 있다고 본다”고 주장했다. 이어 주 부의장과 한 전 대표의 연대설에 대해서도 “한 전 대표가 보수 재건 후 당에 돌아오는 길을 찾아가는 길에 있어선 주 부의장의 선택 여하에 따라 모든 가능성을 다 열어 검토할 것이라고 본다”면서 연대설을 부정하진 않았다. 장 대표는 지난 23일 국민의힘 대구시당을 방문해 “공천 관련 모든 것은 당 대표인 제 책임”이라면서 공천 내정설에 대한 간접적인 의견을 밝혔다. 이어 “시민이 납득할 수 있는 경선을 치르겠다는 말씀을 드렸고, 당 대표로서 역할을 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광역지방자치단체장 경선 상황·흐름에 대해선 “영남권 기성 중진과 반 장동혁 성향 인사를 배제하는 방향으로 가는 게 아니냐”는 의문이 나오고 있다. 일각에선 장 대표와 이 곤공관위원장이 각각 ‘굿 캅’과 ‘배드 캅’으로 역할을 분담한다고 의심하고 있다. 의외의 연대설 이 공관위원장의 활동 방향을 놓고, 일각에선 그가 “사실상 장 대표의 칼 역할을 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그의 삶과 정치 활동은 국민의힘 주류 정치인과 많이 다르다. 국민의힘은 영남을 주된 지역 기반으로 두고 있지만, 이 공관위원장은 전남 곡성 출신이다. 그가 태어나 자란 곡성에서도 특히 위치가 외진 목사동면 동암리로 알려졌다. 그는 고등학생 시절부터 정치에 관심을 둔 것으로 알려졌고, 정계 입문 계기는 그의 고향을 지역구로 두고 국회의원으로 활동했던 민주정의당 구용상 전 의원의 비서관으로 발탁된 것이었다. 구 전 의원이 지난 1988년 제13대 총선에서 낙선한 후 이 공관위원장은 민주정의당의 말단 간사로 특채됐다. 영남 기반 정당의 호남 출신 당직자였던 그는 훗날 “늘 근본 없는 놈 취급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그로부터 26년 후 그는 고향 전남 순천·곡성에서 진행된 재보궐선거에서 새누리당 후보로 당선되는 이변을 일으켰고, 다시 2년이 지나선 새누리당 대표로 당선됐다. 당선 이후 그의 28년에 대해선 “한 편의 드라마” 혹은 “인간 승리”라는 평가도 나왔다. 이 공관위원장에겐 2명의 이 위원장이 있다. 그는 재보궐선거 당시 49.43%를 득표해 40.32%를 득표한 당시 새정치민주연합 서갑원 후보를 물리쳤다. 이 후보의 당선엔 서 후보와 노관규 전 순천시장의 갈등도 큰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있다. 하지만 정치적 흐름만을 탄 결과라고 보기 어렵다는 판단도 있다. 고향 곡성에서 이 공관위원장에 대한 지지세가 높아 70% 이상 득표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그는 새누리당이 아닌 ‘곡성 출신 이정현’을 내세워 자전거를 타고 지역구를 누볐다. 당시 그는 스스로 ‘머슴’ 혹은 ‘촌놈’을 자처했다. 그러면서 “고향을 위해 미치도록 일하고 싶다”며 “죽도록 부려먹다가 못하면 그때 쓰레기통에 다시 넣으시더라도 이번 한번만큼은 제 손을 한 번 잡아달라”고 호소하는 등 지역의 호감을 얻는 발언을 이어나간 영향도 컸던 것으로 분석됐다. 비판·조롱 낯설게하기 지난 2016년 총선에선 지역구 조정 영향으로, 이 공관위원장은 전남 순천에 출마했다. 고향이 아닌 지역구에 출마한 것은 일견 불리할 수도 있는 선택이었다. 하지만 그는 44.54%를 득표해 당선됐다. 그는 재보선 당선 이후 매주 지역구를 방문해 현장을 누빈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당시 야권이었던 더불어민주당·국민의당에서 모두 후보를 출마시킨 구도의 영향도 호재로 작용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공관위원장은 지난 2022년 지방선거에선 국민의힘 전남도지사 후보로 출마해 선거 비용 보전액 하한선 15%를 넘기는 18.81%를 득표해 “선전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런데 그는 중앙 정치에선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그가 중앙 정치에서 큰 물의를 일으켰을 때 그 원인은 대체로 설화였다. 청와대 홍보수석비서관으로 재직했던 2014년엔 길환영 당시 KBS 사장에게 연락해 “세월호 참사 관련 해경에 대한 비판을 지금은 자제해 달라”고 요구한 게 2년여가 흐른 후 뒤늦게 알려져 물의를 일으켰다. 이는 방송 편성 관련 규제·간섭을 금지한 방송법 위반 행위가 될 위험이 있었는데 실제로 그는 벌금형을 확정받았다. 새누리당 최고위원이었던 지난 2015년엔 광주를 방문해 ‘광주 비하’로 해석될 수 있는 발언을 했다. 당시 그는 “광주 시민이 이정현이를 쓰레기통에 버렸다”며 “박근혜 대통령이 나 같은 쓰레기를 끄집어내서 탈탈 털어 청와대 정무수석·홍보수석을 시켜주는 배려를 했다”고 주장했다. 박 전 대통령에게 과잉 충성하는 이 공관위원장의 모습이나 발언은 지금도 쉽게 찾을 수 있다. 새누리당 대통령 후보였던 박 전 대통령은 지난 2012년 9월 과거사 사과 기자회견에서 회견문을 읽은 후 고개 숙여 인사했다. 당시 상황을 촬영한 사진 중에 후보 공보단장이었던 이 공관위원장이 “질의 시간을 가지면 안 된다”는 의미로 손가락으로 X 표시를 만드는 사진도 있다. 새누리당 대표였던 지난 2016년 11월엔 야권이 박 전 대통령의 임기 단축 협상을 거절하고 탄핵소추를 추진하자 “그 사람들이 탄핵을 실천하면 뜨거운 장에 손을 집어넣겠다”고 반발해 한동안 이 공관위원장을 조롱하는 합성 사진이 범람했다. 정치인은 대체로 선거 현장·당내 투쟁에선 정반대의 모습을 보여준다. 일부 정치인은 그 간극이 커서 주목받는다. 이 공관위원장의 태도는 “상대방에게 진정성 있게 몰입한다”는 장점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상황에 따라 그 진정성 있는 몰입은 정반대의 이미지를 연출한다. 지역구에선 유권자들이 전통적인 지역 구도에 따른 관성을 무시하고 그를 지지하는 이변으로 이어진다. 반대로 중앙 정치에선 지지자들의 환호와 반대파의 비판·조롱으로 나뉜다. 주호영·김영환 치니 한동훈 꿈틀…나비효과? 마구 휘두르고 장동혁이 수습…굿 캅 배드 캅? 20세기 독일 철학자 마르틴 하이데거의 존재론에 따르면, 이 공관위원장은 ‘호남 출신 보수정당 소속’으로 던져졌다. 이는 그 스스로 선택한 것이지만, 주어진 운명이 그를 던진 측면도 있다. 던져진 상황을 극복하는 것은 그의 선택이 부여한 운명이었다. 이 때문에 이 공관위원장은 고향에선 ‘친근한 고향 사람’이 돼 선거에 임하면서 국회의원으로 당선됐다. 하지만 보수정당에 뿌리내릴 수 있도록 그를 발탁한 사람은 박 전 대통령이다. 박 전 대통령에 대한 충성은 그 스스로 선택해 자신의 삶을 던진 것으로 볼 수 있다. ‘영남 출신 엘리트’ 주축으로 구성된 국민의힘 기준에서 이 공관위원장은 변방의 이방인이다. <조선일보> 양상훈 주필은 지난 2016년 8월 이 공관위원장이 새누리당 대표에 당선된 후 그에 관한 칼럼을 썼다. 양 주필에 따르면, 이 공관위원장은 당직자 시절 자신보다 어린 당 출입기자로부터 반말을 들어가면서 그의 심부름을 했다. 변방의 이방인이었기 때문에 그에 대한 태도는 훨씬 ‘편하게’ 나왔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하지만 그는 지금도 국민의힘에 있다. 러시아 문예비평가 빅토르 슈클로프스키는 시 창작과 관련해 ‘낯설게하기’란 이론을 창안했다. “익숙한 대상을 생경하게 바라보면서 그 본질을 시로 표현할 수 있다”는 취지의 이론이다. 그런데 이 공관위원장은 존재 자체가 ‘낯설게하기’였다. 고향에선 보수 정당 소속이기 때문에 낯설다. 보수 정당에선 호남 출신인 그의 존재는 낯설면서도 동시에 강렬하다. 공천관리위원장으로서 시행하는 주요 정치인 컷오프도 그가 낯선 존재이기 때문에 더욱 부각된다. 박 전 대통령에 대한 그의 충성도 반대파·비판자의 관점에선 개종자의 열정·과잉 사회화로 보일 여지가 있다. 개종자의 열정은 원래 특정 집단 소속이 아니었던 사람이 집단에 들어간 이후 기존 구성원보다 더 근본주의적인 태도로 열정을 쏟아붓는 현상을 말한다. 이는 대체로 “난 원래 이 집단 사람이 아니었다”는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진행된다. 그에게는 늘 ‘근본’과 관련된 비판을 받으면 안 된다는 불안감이 있기 때문이다. 과잉 사회화도 뒤늦은 주류 문법 학습 때문에 유연성을 발휘하기보다 집단의 규범을 그대로 집행하려는 경향으로 이어지는 측면을 일컫는다. 개종자의 열정·과잉 사회화를 상징하는 역사 속 인물로는 긍정적인 측면에선 한때 유대교 바리새파에서 촉망받았다가 예수의 가르침을 전파한 사도 바울을 언급할 수 있다. 부정적인 측면에선 20세기 소련의 공안 탄압을 상징하는 라브렌티 베리야를 언급할 수 있다. 조지아 출신인 베리야는 이오시프 스탈린에게 발탁된 후 대숙청을 진두지휘했던 니콜라이 예조프를 몰아내고 방첩기관 NKVD의 수장이 됐다. 지금도 베리야는 공안 탄압을 상징한다. 특정 집단에 기반이 없는 이방인이 그 집단에서 생존하기 위해 누군가의 ‘칼’이 되는 것은 숙명에 가깝다. 숙명적으로 묶인 운명 이 공관위원장은 원래 광주·전남통합시장 출마를 준비했다가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장으로 임명됐다. 그는 임명된 직후 군복을 연상시키는 야전상의를 입고 다시 등장했다. 사실상 장 대표의 칼로써 공천을 진두지휘하면서 그의 정치적 운명은 지방선거에 묶였다. 그의 운명은 여전히 칼인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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