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과 제비' 스타와 호빠의 역학관계 대해부

톱스타가 호스트바 가는 이유는?

[일요시사 취재2팀] 함상범 기자 = ‘연예계와 화류계는 한 끗 차이’라는 말이 있다. 두 직업군 모두 매력으로 사람의 마음을 뺏기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화류계 출신 연예인들에 대한 소문이 돌기도 한다. 화류계를 즐기다 걸린 연예인도 많다. 

배우 한예슬은 롤러코스터를 심하게 탄 여배우다. 2006년 방영된 MBC <환상의 커플> 안나조 역으로 단숨에 국내 최고 여배우 반열에 오른 그의 인기는 하늘을 찌를 기세였다. 아울러 MBC <황금어장 - 무릎팍도사>에서 보여준 엄청난 애교는 뭇 남성들의 마음을 훔쳤었다. 

인사이더
아웃사이더

그런 그의 이미지가 단숨에 추락한 사건은 2011년 KBS2 <스파이 명월>부터다. 드라마 촬영 도중 갑작스럽게 홀연히 미국으로 떠나버렸다. 전례가 없는 사건의 주인공이었다. 이후 미국에서 돌아와 제작진과 화해하며 봉합되는 분위기였으나 논란은 종영 때까지 이어졌다.

드라마 업계 역사상 여주인공이 현장을 도망친 유일한 사건을 만든 이후 한예슬은 배우로서 활동량이 급격히 줄었다. 여러 작품에 출연했지만, 과거 한예슬의 인기를 되돌릴만한 필모그래피를 만드는 데는 실패했다. 

그런 한예슬이 다시 한 번 기회를 잡았다. 유튜브 채널 <한예슬 is>를 운영하는 그는 특유의 솔직한 자신만의 화법으로 대중과 소통하는 부분에서 탁월한 재능을 보이며 ‘국내 최고의 인싸(인사이더)’라는 타이틀을 따냈다. 


어떤 의상이든 멋스럽게 소화해내는 패션 감각과 다양한 부분에서 뛰어난 스타일링을 선보이는 한예슬은 많은 여성이 닮고 싶어하는 패셔니스타로 발돋움했다. 대다수 배우가 유튜브 채널을 개설하고도 대부분 실패했는데, 한예슬은 유튜브를 성공적으로 안착시킨 여배우로 꼽힌다.

제2의 전성기를 맞이한 한예슬이 최근 날벼락을 맞았다. 남자친구와 관련된 구설수가 나온 것.

한예슬은 지난 13일 인스타그램을 통해 자신의 남자친구를 공개했다. 빼어난 외모를 자랑하는 남자친구는 91년생으로 한예슬보다 무려 10살이 어린 연하였다. 

남자친구의 이름은 류성재, 예술학과 출신이다. 다수의 연극을 통해 배우로 활동한 이력이 있으나 현재 연예계 활동은 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갑자기 터진 한예슬 남친 구설수
“제보자는 파트너였거나 동료였다”

남자친구를 공개했을 때만 해도 대중은 ‘선남선녀가 만났다’는 반응이었다. 여전히 강력한 매력을 가진 한예슬이라면 10살 연하의 멋진 남자친구와 사랑하는 게 크게 어색하지 않다는 의견이 많았다. 

그런 가운데 유튜버 김용호는 한예슬의 남자친구가 이른바 ‘비스티 보이즈’라며, 유명한 호스트였다고 폭로했다. 김용호는 “한예슬은 남자친구와 호스트바에서 만났다. 가게를 다니다가 마음에 맞는 파트너를 만나 사귀게 된 것”이라며 “한예슬은 약 5억원의 람보르기니 우라칸을 사줬다”고 밝혔다. 


이어 김용호는 한예슬이 SBS <그것이 알고 싶다>를 통해 알려진 ‘버닝썬 여배우’라고도 폭로했다. 

논란은 일파만파 퍼졌다. <디스패치>와 유튜버 이진호 등 여러 매체에서도 한예슬의 남자친구가 호스트바 출신이라고 폭로했다.

이진호는 “류성재는 업계에서 꽤 유명한 선수였으며, 김용호에게 제보한 사람들도 같이 일했던 사람이거나 손님”이라고 밝혔다. 

<디스패치>에 따르면 한예슬은 류성재를 배우로 만들기 위해 전 소속사인 파트너즈파크에 데뷔를 요구했으나, 이 과정에서 회사 측과 이견이 있었다고 밝혔다. 한예슬은 이 같은 폭로에 대해 사실 무근이라고 부인했지만, 이내 남자 친구가 호스트 출신이라는 사실을 인정했다.

버닝썬 여배우?
휘감은 의혹들

한예슬은 “이 친구의 예전 직업은 연극배우였고 가라오케에서 일했던 적이 있던 친구다. 많은 분이 호스트바와 가라오케가 같다고 생각하시겠지만 전 다 오픈된 곳이 가라오케라고 생각하고 있었다”며 “몇 년 전 지인분들과 간 곳에서 처음 지금의 남자친구를 알게 됐고, 제가 사랑의 감정을 느끼게 된 건 작년 9월이다. 그때는 이 친구가 그 직업을 그만두고 난 후”라고 말했다.

한예슬 폭로 건이 놀라운 점은 풍문으로만 떠돌던 여성 유명 연예인과 호스트와의 관계가 수면 위에 오른 첫 사례여서다. 이른바 유흥업소발 낱장 광고는 적지 않았으나, 이렇듯 공론화된 것은 처음 있는 일이다. 

당사자들의 이미지를 심각하게 해치는 내용이기 때문에 아무리 사실이라 하더라도 공개하는 것은 무리가 따르는데, 김용호는 이를 감수하고도 폭로했다. 지나치게 사적인 내용을 밝혔다는 측면에서 김용호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도 적지 않다. 

그런 가운데 한예슬은 정공법으로 해당 논란에 대처했다. 적극적인 해명 덕에 논란이 가라앉고 있는 모양새다. 그럼에도 이미지 실추는 불가피해 보인다.

호스트바가 과거에 비해 대중화되고 있기는 하나, 여전히 부정적인 인식이 큰 유흥업소여서다. 또 여성들의 뒷주머니를 노린 남성들의 파렴치한 행위로 인해 피해를 본 여성들도 많아 좋지 않은 시선은 지속될 전망이다. 

화류계 현실
저열한 인간

워낙 자극적인 이슈이다 보니 대중의 눈길이 쏠린 가운데 영화 <비스티 보이즈>가 회자되고 있다. 윤종빈 감독이 연출하고 배우 하정우, 윤계상, 윤진서 등이 출연한 이 영화는 다큐멘터리를 방불케 하는 수준의 리얼리즘으로 유흥업소 종사자들의 민낯을 드러낸 작품으로 평가된다. 


비스티 보이즈는 ‘저열한 인간’이라는 의미로, 유흥업소 종사자들을 지칭하는 속어다. 흔히 ‘공사를 친다’는 뜻으로 여성 손님들의 돈을 빼먹는 행위를 일삼는 재현을 연기한 하정우가 주목받았다. 

호스트바 경험이 있는 사람들은 <비스티 보이즈>를 두고 화류계를 가장 정확히 설명한 작품으로 일컫는다. 한 관계자는 “화류계 현실을 완전히 가져다 넣은 영화”라고 칭했다.

서울 강남 일대에서 성행하던 호스트바는 ‘여성 전용 파티룸’이란 이름으로 최근 신촌·홍대 일대까지 진출했다. 예전엔 주로 경제적 여유가 있는 중년 여성들이 고객이었지만, 최근에는 가격 인하 등으로 젊은 여성들도 호스트바를 찾게 되면서 대학가로 확산되고 있는 실정이다. 

여성 전용 파티룸의 경우 손님도 20대 여성, 남성 접객원도 20대 대학생이 많다. 남성 대학생들은 평균 시급 3만원을 벌 수 있다는 유혹에 접대 아르바이트를 하겠다고 호스트바로 흘러들고 있다.

호스트바는 정통 호스트바를 줄인 정빠와 2차도 나가는 호스트바를 일컫는 디빠, 30대 이상의 선수들이 즐비한 아빠방, 남성을 대상으로 만들어진 게이빠로 나뉜다. 

정빠·디빠·아빠방…어떻게 다른가?
호스트나 손님이나 철저히 신원 보장


대부분 고객이 찾는 곳은 디빠다. 주로 술을 먹고 게임과 가무를 즐기는 곳이다. 여성 화류계 종사자들이 주요 소비층이며, 대학생이나 일반 여성들도 자주 드나드는 곳이다. 

유흥업소를 차리는 데 도움을 준 일을 했다는 한 유튜버에 따르면 정빠는 간판이 없으며 아무나 출입할 수 없다. 대부분 음지에 있어 쉽게 찾을 수 없을 뿐 아니라, 손님도 예약제로 받는다. 아울러 손님 자체도 많이 받지 않아, 장소도 협소할뿐더러 테이블도 적다. 

디빠는 이른바 ‘진상’이라고 할 정도로 자존심을 짓밟는 추한 행태가 자주 일어나지만, 정빠는 매우 고급스럽게 만남을 추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손님들도 대부분 연예인이나, 부유한 사모님이며 호스트들을 쉽게 하대하지 않는 분위기라는 것. 서로를 존중하면서 만남을 갖는다고 한다. 

이 유튜버는 “정빠는 자존심을 모두 내려놓지 않고 일을 한다. 디빠는 즐겁게 놀고 취하는 게 포인트라면, 정빠는 대화가 주목적이다. 정빠에는 진상이 없다. 행패를 부리면 소문이 나서 다시 출입할 수 없다”고 말했다. 

따라서 정빠의 호스트는 이른바 외모가 출중한 사람들이 많다. 주로 모델이나 연극 등 연예인 지망생들이 아르바이트 개념으로 출근한다. 모델이나 배우의 경우, 오디션이나 무대 등 연예계 업무가 정기적으로 있지 않아 직장을 구하기 어려워 자연스럽게 호스트바에 몸을 담게 된다.

드러나는
추한 행태

이 유튜버는 “연예인 지망생의 경우 사실상 벌이가 거의 없다. 모델이나 연극 배우는 정말 돈을 적게 번다. 생존 차원에서 정빠 같은 곳으로 흘러들어 온다”며 “호스트나 손님이나 신원이 보장되길 바라기 때문에 정빠가 탄생했다. 워낙 매력적인 친구들이 많아 부유한 여성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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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엄 1년’ 여전히 요동치는 정치판

‘계엄 1년’ 여전히 요동치는 정치판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2024년 12월3일 오후 10시27분, 윤석열 전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했다. 국가 최고 통수권자의 선택은 정치권을 넘어 대한민국 전역을 강타했다. 내란의 밤이 지나고 탄핵의 강을 건너 마침내 대선 정국까지 넘었다. 1년이라는 시간이 흘렀지만 여전히 여의도 곳곳에 계엄의 여파가 남아 있다. 그날 오후 10시 무렵 윤석열 전 대통령이 예산안 관련 긴급 발표를 진행할 예정이라는 정보지가 돌았다. 얼마 뒤 정장 복장으로 대통령실 브리핑룸 카메라 앞에 나타난 윤 전 대통령은 다소 격양된 어투로 당시 야당이었던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을 강하게 비판했다. 스스로 걸어간 자멸의 길 민주당이 주요 예산을 전액 삭감해 국가 기능을 훼손하고 대한민국을 공황 상태로 만들었다는 것이다. 그러더니 돌연 야당을 반국가 세력으로 몰아세웠다. 윤 전 대통령은 “북한 공산 세력의 위협으로부터 자유 대한민국을 수호하고 우리 국민의 자유와 행복을 약탈하고 있는 파렴치한 종북 반국가 세력을 일거에 척결하고 자유 헌정 질서를 지키기 위해 비상계엄을 선포한다”고 밝혔다. 1979년 이후 45년 만에 내려진 비상계엄이었다. 한 시간도 지나지 않아 국회가 봉쇄됐고 헬기를 타고 도착한 무장 군인들이 안으로 들이닥쳤다. 국회 밖에서는 시민이, 안에서는 야당 보좌진들이 군인과 대치하면서 그야말로 일촉즉발의 상황이 이어졌다. 먼저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가 입장을 냈다. 한 전 대표는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에 대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는 잘못된 것”이라며 “국민과 함께 막겠다”고 밝혔다. 이후 한 전 대표는 탄핵을 찬성한다는 의미의 ‘찬탄파’로 찍혀 친윤(친 윤석열)계의 거센 비난을 받았다. 민주당 당시 이재명 대표는 실시간 방송을 통해 “대통령의 불법적인 비상계엄 선포는 무효”라며 민주주의의 마지막 보루인 국회를 지키기 위해 신속히 국회로 와달라는 말을 남겼다. 내란 사태가 지나고 난 뒤 이 대통령은 이날을 회상하며 “이 상황을 최대한 빨리 많은 시민에게 알려야 한다는 생각에 실시간 방송을 시작했다”고 전했다. 뒤이어 국민의힘 추경호 전 원내대표가 비상 의총을 소집했다. 추 전 원내대표는 국회 예결위 회의장으로 의총을 소집했다가 10분 뒤 장소를 여의도 당사로 옮겼다. 그리고 약 20분 뒤 다시 국회 예결위장으로 바꿨다. 이는 현재 추 전 원내대표가 받는 ‘비상계엄 해제 표결 방해 의혹’과 연결된다. 다음 날 새벽인 4일 오전 1시 비상계엄 해제 요구안이 국회에 상정됐다. 국회경비대가 국회 출입을 통제하자 담을 넘어서 국회로 진입한 우원식 국회의장은 결의안 상정에 앞서 “(윤 전 대통령이) 계엄령을 선포하면 국회에 지체 없이 통보해야 한다는 의무조항이 있으나 통보가 없었고, 이는 대통령의 귀책사유”라며 “우리는 그와 관계없이 (비상계엄 해제 의결을 위한) 절차를 진행하겠다”고 말했다. 결의안은 여야 의원 190명이 참석한 가운데 190명 전원이 찬성해 가결됐다. 국회 본청에 투입됐던 계엄군은 철수했고 이로써 윤 전 대통령이 선포한 비상계엄은 약 세 시간 만에 무효가 됐다. 비상계엄의 끝은 탄핵 정국의 시작으로 이어졌다. 민주당을 비롯한 ▲조국혁신당 ▲개혁신당 ▲진보당 ▲기본소득당 ▲사회민주당 등 야6당은 계엄이 해제된 당일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이들은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을 ‘내란’으로 규정하고 “하야하지 않으면 탄핵소추를 진행할 것”이라고 압박했다. 국민의힘은 탄핵 반대를 당론으로 추인했다. 2017년 박근혜 전 대통령이 탄핵되는 과정을 겪으며 당이 벼랑 끝까지 몰렸던 점 등을 의식했다는 해석에 힘이 실렸다. 대통령에서 내란수괴 피의자로 썩은줄 알면서도 못 놓는 윤 동아줄 이날을 기점으로 국민의힘에서는 분열의 조짐이 보였다. 탄핵을 반대하는 ‘반탄파’의 친윤계와 찬탄파 친한(친 한동훈)계로 당원들이 갈라서면서 내부 총질이 시작된 것이다. 당초 한 전 대표 역시 탄핵에 반대하는 입장이었지만 비상계엄 당시 자신을 포함한 주요 정치인을 체포하려고 한 정황이 드러나면서 입장을 선회한 것으로 보인다. 여기서부터 시작된 두 계파의 갈등 또한 현재진행형이다. 비상계엄이 선포된 나흘 뒤인 7일, 윤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정족수 미달로 국회에서 부결돼 자동 폐기됐다. 재적 의원 300명 중 195명이 참석한 가운데 탄핵이 상정됐지만 국민의힘 의원 대다수가 불참하면서 투표가 불성립된 것이다. 이날 표결에 참여한 국민의힘 의원은 김예지, 김상욱, 안철수 의원뿐이었다. 민주당 박찬대 의원은 표결에 참여하지 않은 의원 105명의 이름을 한 명 한 명 호명하며 본회의장으로 와줄 것을 요구했다. 두 번째 탄핵소추안은 일주일 뒤인 14일 국회에 상정됐다. 당시 국민의힘은 “표결 참석을 제안한다”면서도 탄핵 반대 당론을 유지했다. 결국 300명 가운데 ▲찬성 204표 ▲반대 85표 ▲기권 3표 ▲무표 8표로 비상계엄이 선포된 지 11일 만에 윤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가결됐다. 공은 헌법재판소(이하 헌재)로 넘어갔고 긴 진통 끝에 지난 4월4일 헌법재판관의 만장일치로 윤 전 대통령이 파면됐다. 현직 대통령의 파면에 따라 조기 대선이 치러졌고 민주당에서는 이변 없이 이재명 대표가 대선주자로 나섰다. 국민의힘에서는 여전히 찬탄파와 반탄파가 대립했고 어느 날 늦은 밤을 틈타 ‘대선후보 날치기’를 시도하는 등 웃지 못할 촌극도 벌어졌다. 민주당은 ‘내란 세력 청산’을 앞세웠다. 이 후보는 대통령으로 당선되면 비상 경제 대응 태스크포스(TF) 구성을 약속하는 등 경제 성장을 강조하면서도 “내란 세력의 죄는 단호하게 벌하겠다”고 강조했다. 민주당 역시 “이번 선거는 내란 정권에 대한 준엄한 심판”임을 강조하며 윤 전 대통령과 국민의힘 심판론을 부각시켰다. 두 번의 선거 강경파만 남았다 6·3 조기 대선 투표 결과 이재명 후보가 49.42%를 득표하면서 21대 대통령으로 선출됐다.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는 41.15%로 이 후보가 8.27%p 차이로 앞섰다. 계엄 극복과 내란 청산을 외친 민주당이 국민의 선택을 받은 것이다. 국민의힘이 윤 전 대통령과 완전히 절연하지 못한 점 또한 보수가 정권 재창출에 실패한 원인으로 꼽힌다. 탄핵 정국 당시 앞장서서 윤 전 대통령을 엄호한 국민의힘 윤상현 의원은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 표결 불참’에 따른 역풍을 우려하던 당 의원에게 자신이 박 전 대통령 탄핵에 앞장서서 반대한 점을 언급하며 “나는 끝까지 갔다. 그때 욕 많이 먹었다. 그런데 1년 후에는 ‘윤상현 의리 있어 좋아’(라고 하면서) 무소속으로 나와도 다 찍어줬다”고 말했다. 김문수 후보 역시 대선 투표 직전까지 윤 전 대통령에게 단호히 탈당을 요구하지 못했다. 김 후보는 “대통령 탈당(여부)은 본인 뜻”이라며 “자기가(국민의힘이) 뽑은 대통령을 탈당시키는 방식으로 책임이 면책될 수 없고, 도리도 아니”라고 설명했다. 국민의힘은 대선에서 패배했지만 아직도 윤 전 대통령의 그림자로부터 벗어나지 못했다. 친윤계를 비롯한 중진 의원의 지역구가 보수의 심장인 TK(대구·경북)임을 고려했을 때, 윤 전 대통령과 결별하는 것은 핵심 지지층을 놓는 것과 같다는 우려에서다. 지난 8월 국민의힘 전당대회서도 반탄파인 장동혁 후보가 김문수 당 대표 후보를 누르고 당선됐다. 장 후보는 탄핵 정국 당시 극우 색채가 짙은 탄핵 반대 집회를 찾아가 강성 지지층에게 표심을 구애하는가 하면 찬탄파들을 향해 “내부 총질 세력과는 같이 갈 수 없다”는 발언도 서슴치 않았다. 당선 직후에는 “우파 시민들과 연대해 이재명정부를 끌어내리는 데 모든 것을 바치겠다”며 강경 노선을 예고하기도 했다. 그의 말처럼 장 대표는 지난 9월 장외투쟁을 통해 이정부와 본격적으로 각을 세우기 시작했다. 국민의힘이 장외투쟁에 나선 것은 ‘조국 사태’ 이후 6년 만이다. 당 지도부는 대구를 시작으로 전역을 돌며 여론전을 통해 반격에 나설 기회를 보고 있다. 민주당은 “내란 옹호 대선 불복 세력의 장외‘투정’”이라고 비꽜다. 마찬가지로 지난 8월 강성 지지층의 지지를 받아 대표로 당선된 정청래 대표는 “윤어게인 내란 잔당의 역사 반동을 국민과 함께 청산하겠다”며 국민의힘 청산을 강조했다. 강경파인 정 대표와 장 대표가 당권을 잡으면서 국회는 점차 극한으로 치달았다. 정면충돌 치킨 게임 계엄 1년을 앞두고는 민주당의 ‘내란 세력 척결’에 국민의힘이 ‘내란 팔이’라고 맞불을 놓는 지경에 이르렀다. 국민의힘 강경파 의원들의 입은 점점 더 거칠어지고 있고, 민주당은 그때마다 계엄 카드를 꺼내며 “내란 옹호 세력과 협치할 수 없다”고 반격했다. 내란 팔이라는 단어는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의 메시지로 시작됐다. 나 의원은 자신의 SNS를 통해 “특검 연장은 오로지 내란 정국을 연장하려는 민주당의 정략일 뿐”이라며 “내란팔이 없이는 국민의 마음을 얻을 자신도, 국정을 책임질 정책 능력도 없으니 이 지경”이라고 몰아세웠다. 민주당 주도로 ‘더 센 특검법’이 통과하자 이를 지적한 것이다. 나 의원은 “에라잇, 맨날 내란, 내란하다 보면 국민들도 결국 지쳐버릴 것”이라며 “소위 내란 약발도 곧 떨어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 여권 관계자는 “계엄 1년이 지나도록 제대로 된 사과나 해명도 없이 여전히 민주당 뒷다리만 잡는 게 국민의힘”이라며 “내란팔이라는 말을 하기 전에 그동안 국민의힘이 보여준 태도를 돌아보시라. 윤 전 대통령을 면회하기 위해 구치소로 뛰어간 것이며 극우 집회에서 마이크를 든 것까지, 사과의 기미가 전혀 없는 상황에서 벌써부터 ‘지겹다’는 경솔한 표현은 국민께 비판받을 일”이라고 지적했다. 오는 3일 계엄 1년 메시지를 통해 양당의 향배를 가늠할 수 있을 것이란 해석이 나오는 가운데 민주당은 정당해산 심판을 꺼내든 반면, 국민의힘은 메시지 톤을 놓고 여전히 갈팡질팡하면서 하나의 목소리를 내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지난달 26일 “내일(27일) 국회 본회의에서 추경호 전 원내대표 체포동의안 표결이 이뤄진다. 추 전 원내대표는 윤 전 대통령의 불법 계엄 당시 의원총회(이하 의총) 장소를 여러번 변경하며 국회의 계엄 해제 표결을 의도적으로 방해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며 “총을 든 계엄군이 국회 창문을 깨고 진입하는 긴박한 상황 속에서 의총 장소를 국회 밖으로 공지한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납득할 수 없는 처사”라고 지적했다. 이어 “이것은 다분히 의도적이고 적극적인 계엄 해제 방해로밖에 볼 수 없는, 충분히 의심되는 상황”이라며 거듭 위헌정당 해산심판 청구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강경파만 살아남은 포스트 탄핵 여의도 계엄 1년 메시지, 여야 모두 주목 국민의힘 내에서는 메시지의 세기를 놓고 충돌 조짐이 보인다. 강성 지지층을 의식한 지도부는 강경 메시지를 주장한 반면, 원내지도부를 비롯한 일부 초선 의원들 사이에서는 사과를 포함한 톤다운된 메시지를 요구하는 등 온도 차가 생긴 것이다. 초선인 국민의힘 김용태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지난해 극한 여야 대립 속에 다수 야당(민주당)의 입법 전횡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계엄으로 군대를 동원해서 정치적 문제를 해결하려 했던 건 국가 발전이나 국민통합, 보수 정치에 있어 전혀 도움이 되지 않았다. 불법적이고 무모하고 과격한 행동”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그간 1년 동안 국민의힘이 비상계엄을 어떻게 생각해 왔는지 등에 대한 규명이 필요하다. 그것이 규명되면 사과와 반성은 당연한 일”이라며 “단순히 사과와 반성으로만 끝나서도 안 된다. 앞으로 국민의힘이 어떻게 바뀔 것인지에 대한 메시지까지 내놔야 한다”고 주장했다. 비상계엄이 지난 특수성을 감안하더라도 현재 여야가 보이는 양상은 박 전 대통령 탄핵 이후와 비슷하다는 평이다. 탄핵 이후 조기 대선에서 당선된 문재인 전 대통령은 해결 과제로 적폐 청산을 내걸었고, 이 대통령은 ‘내란 청산’을 주장했다. 사면초가인 국민의힘 상황 역시 10년 전 탄핵 후폭풍을 직면하고 분열한 새누리당과 닮아있다. 이듬해 6월 지방선거가 예정된 점까지, 지금의 여야가 과거를 그대로 답습할지 이목이 쏠린다. 당시 새누리당은 자유한국당으로 간판까지 교체했지만 2018년 지방선거에 참패하면서 국회 바닥에 무릎을 꿇고 국민에게 사죄했다. 지금 국민의힘이 어떤 선택을 하는지에 따라 내년 지방선거의 운명이 달라질 것이란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이와 관련해 국민의힘 김재원 최고위원은 CBS 라디오에서 ‘중도층 등 외연 확장을 위해 계엄에 대한 사과가 필요하지 않느냐’는 진행자의 질문에 “투표율을 55%에서 60% 정도로 봤을 때 중도층은 투표를 하지 않는 계층일 경우가 많다. 오히려 진영에 속한 사람들이 투표한다”고 분석했다. 김 최고위원은 “정치 고관여층보다는 정치 무관심층을 따라가야 한다고 했을 때 어떤 일이 벌어질 건가. 보수는 아직도 분열돼있고 내부 싸움도 있는 상황에서 지금 당장 이동해 갔을 때 벌어질 손실도 굉장히 클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같은 발언은 선거에 직면하면 중도층 포섭을 위한 전략을 세워야 하지만, 아직 당이 불안정한 만큼 중심이 되는 지지층을 단단히 잡아야 한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10년 전 데자뷔? 비상계엄 사과 메시지에 대해서는 “우리가 배출한 대통령이 탄핵당한 것이 우리 숙명인데 그분들이 탈당했다고 해서 벗어나 지겠느냐”며 “자꾸 절연, 절연하는데 인연이 끊기겠느냐. 없어지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일회성 사과로 과거 잘못을 끊어내고 새롭게 출발할 수 있다고 믿는 것 자체가 잘못”이라며 “역사적 공과를 안고 가면서 우리가 어떤 정치를 할 것인가를 보다 고민하는 그런 모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쉽게 사과하고 끝날 문제가 아니”라며 “사과하는 모습보다는 우리가 앞으로 이런 정치를 해나가고 국민에게 믿음을 드리겠다는 것이 더 낫다”고 주장했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