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칠한 정세균 이유 있는 도발

세균맨, 독기 올랐다

[일요시사 정치팀] 김정수 기자 = 정세균 전 국무총리의 행보가 거침없다. 여야를 가리지 않고 경쟁자들을 조목조목 겨냥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정 전 총리가 까칠해졌다는 평가다. 과연 그럴까.

정세균 전 국무총리는 1년3개월 총리 임기를 마치고 출사표를 만지작거리고 있다. 정 전 총리는 ‘대통령 빼고는 다 해본 사람’이다. 6선 국회의원과 국회의장, 국무총리에 이어 당 안팎으로는 정세균계(SK계)까지 꾸렸다.

친숙한 
이미지

정 전 총리는 무게감 있는 정치인이다. 정치 경력만 25년이다. 그런 그에게도 대권의 벽은 높은 듯하다. 최근 여론조사를 종합해보면 정 전 총리의 지지율은 5% 안팎이다. 반등 기미는 찾아보기 어렵다. 그래서일까. 요즘 들어 정 전 총리가 ‘달라졌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정 전 총리가 차기 대권주자들을 ‘저격’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사실 대선 국면에서 견제구를 주고 받는 일은 허다하다. 그럼에도 정 전 총리가 달라졌다는 이유는 뭘까.

정치권에선 정 전 총리의 이미지를 가리킨다. 그는 여러 별명을 갖고 있는 몇 안 되는 정치인 중 하나다. ‘미스터스마일’이 대표적이다.


정 전 총리는 갈등과 반목이 끊이지 않는 정치판에서 온화한 분위기를 비교적 일관되게 연출했다. ‘세균맨’이라는 닉네임도 그렇다. 친근한 정치인이 아니고서야 붙기 어려운 별칭이다. 정 전 총리의 발언 강도가 조금만 강해져도 ‘평소에는 안 그랬던 사람이 대선을 앞두고 변했다’는 반응이 나오는 이유다. 

정 전 총리는 ‘해결사’ ‘컴도저(컴퓨터가 달린 불도저)’로 불리기도 했다. 정 전 총리는 소속 정당이 정치적 위기에 빠질 때마다 구원투수 역할을 톡톡히 해냈고, 밀어붙여야 하는 상황에서는 지극히 단호했다.

스마일맨? 알고 보면 ‘컴도저’ 별명도 
정체성 부각 안간힘…반사이익은 동반

일례로 지난 2005년 열린민주당(더불어민주당의 전신)은 10·26 국회의원 재선거에서 참패해 당이 사분오열에 빠졌다. 이 때 정 전 총리가 총대를 멨다. 당시 열린민주당 임시 의장은 독이 든 성배에 가까웠지만 정 전 총리는 당을 진흙탕에서 건져 올렸다.

또 사립학교법 등 개혁입법을 야당이었던 한나라당(국민의힘 전신)의 반대를 뚫고 처리해 여당 입지를 정상으로 돌려놨다.

정치권 관계자는 “정 전 총리에게는 온화한 이미지가 지배적이라 카리스마도 ‘따뜻한 카리스마’로 표현된다. 조금만 날카로워져도 ‘저격한다’ ‘까칠해졌다’는 평가를 받는 이유”라고 귀띔했다.

정 전 총리가 차기 대권주자들과 각을 세우는 까닭은 반사이익으로 해석된다. 정 전 총리가 ‘잠룡 때리기’를 통해 저조한 지지율을 끌어올리려 한다는 관측이다.


정 전 총리는 지난 24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정치권 일각에서 러시아 백신 도입을 주장해 방역에 혼란을 가중시켰다”고 지적했다. 이를 두고 이재명 경기도지사를 겨냥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이 지사가 러시아의 코로나19 백신 ‘스푸트니크V’ 도입 검토를 주장한 바 있어서다.

사실 정 전 총리는 ‘코로나 총리’로 평가받는다. 정 전 총리 취임 직후 코로나19는 대유행 국면으로 접어들었다. 정 전 총리는 중앙방역대책본부장을 맡으며 코로나19 방역과 백신 수급의 최전선에 있었다. 

대통령 빼고
전부 다 타깃

차기 대선에서 표심을 좌우할 주요 정책 중 하나는 코로나19 대책으로 여겨진다. 여권 대선주자 가운데 정 전 총리 만큼 활약한 이는 찾아보기 어렵다. 이 지사의 경우는 경기도에 국한된다. 정 전 총리만이 보유하고 있는 대권 경쟁력인 셈이다.

정 전 총리 스스로도 코로나 총리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지난달 15일 발간된 정 전 총리의 책 <수상록>에서도 ‘코로나 총리 리더십을 말하다’라는 부제가 적시돼있다.

정 전 총리는 차별화 전력도 꾀하고 있다. 특히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낙연 전 대표와 그렇다. 정 전 총리와 이 전 대표에게는 상당한 교집합이 있다. 이들은 모두 호남 출신에 문재인정부 총리를 지냈다. 종로구 전·현직 의원이기도 하다. 비춰지는 이미지도 비슷하다.

정 전 총리는 이에 대해 지난 24일 MBN <판도라>에 출연해 “(이 전 대표는)대변인 전문인데 저는 정책위의장을 여러 차례 했다”며 “비슷한 듯 하지만 완전히 다르다”고 밝혔다.

향후 이들의 공통분모로 인해 묘한 긴장감이 연출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호남 지역 세 결집을 두고 그렇다. 실제로 호남 지역 정가에서는 정 전 총리와 이 전 대표의 지지 여부를 두고 신경전을 펼치는 형국이다.

불도저
시동 걸었나

지난 25일 김한종 전라남도의회 의장과 이장석 전남도의회 원내대표는 이 전 총리에 대한 지지를 호소했다. 이들은 “전북에서 소폭의 지지율을 유지하고 있는 전북 출신 정 전 총리를 7명의 전북 지역 의원들이 똘똘 뭉쳐 지지하고 있다”며 “반면 전남 지역 국회의원들은 이 전 대표의 지지율이 잠시 떨어졌다고 관망만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정 전 총리는 경제 분야를 통해서도 차별화 전략을 펼칠 전망이다. 정 전 총리는 민주당 차기 대권주자 가운데 유일한 경제인 출신이다.

지난 1978년 쌍용그룹에 입사한 정 전 총리는 1995년까지 쌍용그룹 상무 등을 지냈다. 20년 가까이 기업에 몸담은 만큼 정 전 총리는 ‘경제통’으로 분류된다. 실제로 정 전 총리의 국무총리 지명 배경이기도 했다. 문재인정부 최우선 과제인 경제 회복을 위해 ‘경제통’ 국무총리가 필요하다는 지적이었다.


정 전 총리는 윤석열 전 검찰총장에게 ‘수신제가’를 충고했다. 정치에 입문하기 전 ‘집안 단속부터 잘하라’는 직격탄이었다. 공교롭게도 윤 전 총장의 장모는 현재 재판을 받고 있다. 국민건강보험공단에서 약 22억원에 달하는 요양급여를 부정 수급한 혐의다.

정 전 총리는 검증의 문제를 언급한 셈이다. 정 전 총리는 윤 전 총장과 비교했을 때 ‘검증받은 정치인’으로 볼 수 있다. 정 전 총리는 6선의 국회의원인 만큼 상당 기간을 검증의 무대에 있었다. 국무총리 인선을 앞두고 청문회도 거쳤다. 

여야 가리지 않고 공격…결과는? 
지지율 민주당 정통성으로 극복?

정 전 총리는 지난 23일 <머니투데이>와의 인터뷰에서 “정치를 하려면 국민들에게 검증할 시간을 줘야 한다”며 윤 전 총장이 한 번도 검증받은 적이 없다는 점을 강조했다. 

윤 전 총장은 출마 선언과 함께 겪어보지 못한 검증의 무대에 서게 될 전망이다. 정치권 일각에서 윤 전 총장의 압도적 지지율을 ‘신기루’로 바라보는 이유이다. 

정치권에서도 윤 전 총장에 대한 관심이 높다. 민주당 송영길 대표는 지난 25일 개혁국민운동본부(개국본) 주최 행사에 깜짝 방문한 자리에서 검찰개혁 등을 언급하며 “그동안 윤석열의 수많은 사건의 파일을 차곡차곡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오늘날까지 5% 지지율에 불과한 정 전 총리지만 여권 안팎에서는 그에 대한 기대가 있다. 정 전 총리의 ‘정통성’ 때문이다.

정 전 총리의 정치 입문 계기는 고 김대중 전 대통령의 권유였다. 지난 1995년 새정치국민회의 총재였던 김 전 대통령은 정 전 총리에게 손을 내밀었다. 이듬해인 1996년 정 전 총리는 고향인 전북 진안군에서 15대 국회의원에 당선된 후 이곳에서만 내리 4선에 성공했다.

코로나 총리
강점도 부각

청와대 입성은 노무현 전 대통령 때다. 당시 노 전 대통령은 정 전 총리를 산업부장관으로 지명했다. 문재인정부에서는 총리로 지명됐다. 정 전 총리의 뿌리가 ‘김대중·노무현·문재인’으로 이어지는 민주정권에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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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곡점’ 의정 갈등 엔드게임

‘변곡점’ 의정 갈등 엔드게임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구성원의 압도적인 지지로 당선된 수장이 반년 만에 끌려 내려왔다. 막말에 가까운 강한 발언과 제멋대로인 행보가 탄핵을 불렀다. 강성 수장이 물러나면서 변화를 기대하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대화의 문이 열릴 것인가, 더 높은 벽이 쌓일 것인가. 임현택 대한의사협회(이하 의협) 전 회장이 3년 임기를 다 채우지 못하고 탄핵당했다. 지난 5월 취임 이후 6개월 만으로 의협 역사상 2번째, 최단기간 내 불명예 퇴진한 회장이 됐다. 첫 번째는 2014년 4월 임기 1년여를 앞두고 탄핵당한 노환규 전 회장이다. 두 번째 최단기간 의협은 지난 10일 오후 서울 용산구 의협회관서 임시대의원총회를 열고 임 전 회장의 불신임안을 처리했다. 참석 의원 224명 가운데 170명(75.9%)이 찬성했다. 반대는 50명, 기권 4명이다. 전체 대의원 249명 가운데 224명(91.1%)이 표결에 참여했다. 의협 정관에 따르면, 회장 불신임안은 제적 대의원 3분의 2 이상이 출석하고, 출석 대의원 3분의 2 이상이 찬성하면 가결된다. 지난 3월 임 전 회장은 선거서 유효 투표수 3만3084표 중 2만1646표를 받아 당선됐다. 65.43%의 압도적인 지지다. 의협 회장 선거는 정부의 의대 정원 증원 발표로 의정 갈등 수위가 높아지고 있을 무렵에 치러졌다. 전공의가 병원을 떠났고 정부가 ‘2000명’을 강조하던 시기였다. 의협 회원들은 강성 중의 강성으로 분류되는 임 전 회장에게 힘을 실었다. 임 전 회장의 어깨에 너무 힘이 들어갔던 것일까? 임 전 회장의 언행은 사사건건 도마 위에 올랐다. SNS에 올린 글, 공식 석상서 했던 발언 등이 막말 논란으로 번졌고, 단식투쟁 등의 행보는 ‘쇼’라는 비판을 받았다. 무엇보다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이하 대전협) 비대위원장과 갈등을 빚으면서 의료계 내부 분열을 조장한다는 지적이 뼈아팠다. 임 전 회장이 8개월 동안 보여준 모습은 고스란히 탄핵 사유가 됐다. 의협 회원 사이에서는 임 전 회장이 SNS로 막말과 실언을 해 의사단체의 명예를 훼손했다는 비판이 일었다. 또 ‘임 회장이 전공의 지원금을 빼돌렸다’는 허위 비방 글을 올린 시도의사회 임원에게 고소 취하 대가로 1억원을 요구한 사실이 녹취록을 통해 알려져 논란이 불거졌다. 특정 인물에 대한 수위 높은 비판은 여론의 역풍을 불렀다. 장상윤 대통령실 사회수석을 겨냥해 “정신분열증 환자 같은 개소리”라고 비난하는 글을 올렸다가 환자를 비하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임현택, 6개월 만에 탄핵당해 막말 논란·의대 증원 못 막아 또 2021년 한 의사가 80대 환자에게 ‘맥페란’ 주사제를 투여한 뒤 부작용이 나타나 기소된 재판에 대해서도 도 넘는 발언을 쏟아냈다. 이른바 ‘맥페란 재판’ 항소심서 판사가 1심의 금고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은 해당 의사의 항소를 기각하자 “이 여자 제정신입니까?”라는 글을 SNS에 올린 것이다. 임 전 회장의 발언에 법원은 이례적으로 “재판장의 인격에 대한 심각한 모욕일 뿐 아니라 국민의 신뢰를 크게 훼손할 수 있는 매우 부적절한 행동”이라고 공개적으로 유감을 표명했다. 의대 정원 증원 집행정지와 관련해 기각·각하 결정을 내린 재판장이 ‘회유’받았을 것이라는 주장으로도 입길에 올랐다. 서울고등법원 재판부가 결정을 내린 다음 날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재판장의 실명을 거론하면서 “지난 정권에서는 고법 판사들이 차후 승진으로 법원장으로 갈 수 있는 그런 길이 있었는데 제도가 바뀐 다음에는 그런 통로가 막혀서 이분이 아마 어느 정도 대법관에 대한 회유가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있다” 말했다. 서울고법은 법원 명의로 입장문을 내고 “해당 단체장의 아무런 객관적 근거가 없는 추측성 발언은 재판장의 명예와 인격에 대한 심대한 모욕”이라면서 “사법부 독립에 관한 국민의 신뢰를 현저히 침해할 수 있는 매우 부적절한 언사다. 깊은 유감을 표명한다”고 밝혔다. 여기에 결정적으로 정부의 2025학년도 의대 증원을 막지 못한 점, 간호법 제정을 저지하지 못한 점이 탄핵 사유로 꼽혔다. 임 전 회장은 총회를 앞두고 의사 회원들에게 사과하고 페이스북 계정을 삭제하는 등 재신임을 호소했지만 반전은 없었다. 회장을 탄핵한 의협은 비대위원회 체제로 전환하고 지난 13일 새로운 회장 선거 전까지 단체를 이끌 비대위원장을 뽑았다. 그 결과 박형욱 대한의학회 부회장이 1차 투표서 총 유효 투표수 233표 중 123표(52.8%)를 얻어 과반으로 당선이 확정됐다. 임기는 내년 1월 차기 회장이 선출될 때까지다. 뒤늦게 호소했지만… 박형욱 비대위원장은 “정부는 의료 파탄이란 시한폭탄을 장착해놨다”며 “정말 대화를 원한다면 정부는 먼저 시한폭탄을 멈춰야 한다. 그래야 진정한 대화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비대위원들의 합의에 기초해 입장과 행동을 결정할 것”이라며 “비대위 운영서 소외돼왔던 전공의들과 의대생들의 견해가 충분히 반영될 수 있게 하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임 전 회장이 물러나고 새로운 비대위원장이 등장하면서 의협의 투쟁 방향에 변화가 생길 가능성이 커졌다. 일각에서는 의협의 이번 행보를 의정 갈등의 중요한 변곡점으로 보고 있다. 강성 회장을 필두로 정부와 강하게 대립했던 이전 모습서 벗어나 대화에 참여할 것이라는 의견과 이전보다 더 수위 높은 대정부 투쟁이 예상된다는 의견으로 갈리는 중이다. 후자의 배경에는 대전협이 있다. 앞서 박단 비대위원장 등 전공의 70여명은 전날 의협 대의원들에게 “비대위원장으로 박형욱 교수를 추천한다”는 메시지를 보내 공개 지지 의사를 드러냈다. 대의원회서도 박단 비대위원장의 공개 지지에 대해 경고하는 등 잡음이 일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대전협의 지지를 등에 업은 박형욱 비대위원장이 당선되면서 전공의의 영향력이 상대적으로 커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 의협과 대전협의 공조가 본격화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문제는 양측의 교류가 정부와의 대화로까지 이어질 수 있느냐는 점이다. 박형욱 비대위원장은 당선 소감부터 정부의 태도 변화를 요구하고 나섰다. 또 윤석열 대통령의 변화도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의정 갈등서 줄곧 선봉에 선 전공의들은 ‘의대 정원 증원 백지화’라는 요구사항서 앞으로도 뒤로도 움직인 적이 없다. 전공의의 행보는 의대생, 의대 교수 등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영향력 커진 전공의 단체 의료계가 전공의 중심으로 굴러가고 있는 셈이다. 실제 대전협은 지난 11일 출범했던 여야의정협의체(이하 협의체)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태도를 보인다. 협의체는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불참하고 의료계에서는 학술 단체인 대한의학회와 의대 학장 모임인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KAMC)만 참석하는 등 ‘반쪽 출범’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협의체의 운영 기한은 올해 말까지로, 다음 달 22~23일 전에 의미 있는 결과를 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는 태도다. 하지만 박단 비대위원장은 협의체에 대해 ‘무의미하다’고 평가했다. 그는 협의체가 첫발을 뗀 11일 SNS에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는 전공의와 의대생, 당사자 없이 대화나 하겠다는 한가한 소리를 하고 있다”며 “한 대표는 2025년 의대 모집 정지와 업무개시명령 폐지에 대한 입장부터 명확히 밝히시길 바란다”고 일갈했다. 이어 “눈치만 보며 뭐라도 하는 척만 하겠다면 한동훈의 ‘여야의정 협의체’ 역시 임현택 전 의협 회장의 ‘올바른 의료를 위한 특별위원회(올특위)’와 결국 같은 결말일 것”이라고 우려했다. 올특위는 의료계의 입장을 하나로 모으기 위해 의협 주도로 구성한 범의료계 특별위원회다. 전공의와 의대생이 해당 위원회에 불참하면서 파행 운영되다 지난 7월 해체됐다. 정부는 협의체서 의료계가 제안한 내용에 대해 “진정성 있게 검토하겠다”는 견해를 밝혔다. 지난 11일 협의체서 의료계는 한국의학교육평가원 자율성 보장, 추가 합격 제한 등을 통한 2025학년도 의대 선발 인원 축소 등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윤순 보건복지부 보건의료정책실장은 지난 14일 의사 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이하 중대본) 회의를 주재하면서 “마주 앉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린 만큼 활발한 대화와 소통을 통해 누적된 갈등을 해소하고 신뢰를 회복해 국민이 원하는 결과를 끌어낼 수 있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의협과 전공의 등 다른 의료계 단체의 참여를 호소했다. 박단 공개 지지 새 비대위원장 강경 투쟁이냐 VS 노선 변화냐 의료계 내부 상황은 크게 바뀌었지만 향후 상황은 여전히 ‘시계 제로(0)’ 상태다. 임 전 회장과 박단 비대위원장 간 갈등의 불씨도 여전히 살아있다. 대전협은 임 전 회장의 탄핵을 공개적으로 요청하는 등 ‘(임 전 회장과)같이 갈 수 없다’는 뜻을 분명히 밝힌 바 있다. 실제 대전협은 임 전 회장의 탄핵을 요청하면서 “이해와 소통이 가능한 새로운 회장을 필두로 의협과 대전협 두 단체가 향후 상호 연대를 구축할 수 있길 기대한다”는 입장문까지 냈다. 임 전 회장의 탄핵안 가결 직후 박 비대위원장이 “결국 모든 길은 바른 길로”라는 내용의 SNS 글을 올리기도 했다. 문제는 임 전 회장이 박단 비대위원장을 상대로 반격을 진행하고 있다는 점이다. 임 전 회장은 탄핵 사흘 만에 닫았던 페이스북 계정을 다시 열고 “박단과 그 뒤에서 박단을 배후 조종해 왔던 자들이 무슨 일을 해왔는지 전 의사 회원들에게 아주 상세히 밝히겠다”며 박단 비대위원장을 저격하는 글을 올렸다. 그러면서 “의협 대의원회 비대위원장과 의협 회장 선거가 더 이상 왜 필요한가”라면서 “박단이 의협 회장 겸 비대위원장을 맡아 모든 권한과 책임하에 의료 농단을 해결하면 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지지해주셨던 모든 분에게 우선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며 “이유가 어떻든 회장 취임 전부터 탄핵하겠다고 마음먹고 있던 자들에게 빌미를 주어 넘어간 것 자체가 제 잘못”이라고 주장했다. 또 의협의 근본적인 개혁의 첫걸음으로 의협 대의원회 폐지 등을 내용으로 하는 민법상의 사원총회를 개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사원총회는 민법에 규정된 사단법인의 최고의사결정 기관이다. 의협 최고의결기구로 알려진 대의원총회보다 상위에 있고 정관의 규정으로 폐지할 수 없다. 사원총회는 이사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경우나 총 사원 5분의 1 이상이 회의의 목적 사항을 제시해 청구하는 경우 소집될 수 있다. 반격 시작 내부 갈등? 올해 2월 시작된 정부와 의료계의 갈등이 10개월째로 접어들었다. 온갖 말이 오갔지만 되짚어보면 조금도 좁혀지지 않은 평행선 상황이 계속되는 모양새다. 정부와 의료계의 대치 상황이 길어질수록 ‘의료 붕괴’는 가시화되고 있다. 한 의료계 관계자는 이렇게 말했다. “이제는 정말로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