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단추부터…’ 국수본 하명 수사 의혹

  • 구동환 기자 9dong@ilyosisa.co.kr
  • 등록 2021.05.10 13:23:09
  • 호수 1322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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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윗선 사인’ 알아서 받들어모셨나

[일요시사 취재1팀] 구동환 기자 = 새로운 것을 시작할 때는 취지가 있기 마련이다. 올해 출범한 국가수사본부(국수본)도 경찰 권력을 분산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하지만 대북전단 살포 관련해 김창룡 경찰청장의 구체적인 지시로 인한 위법 논란이 제기되고 있다.

올해는 경찰에게 의미가 있는 해다. 올해 검경수사권 조정에 따른 경찰개혁 제도화가 현실화됐기 때문이다. 경찰개혁 법안으로 인해 경찰 조직은 세 가지로 나누어졌다. 국가경찰, 수사경찰, 그리고 자치경찰이다. 이와 함께 국가수사본부(이하 국수본) 신설, 대공 수사권 이관 등이 이뤄졌다.

안보수사대
수사팀 편성

정부는 검·경 수사권 조정 이후 경찰 수사를 총괄할 국수본을 출범하는 등 경찰개혁 방침을 확정하고 이에 따른 후속 권력기관 개혁 작업에 박차를 가했다.

불과 몇 개월밖에 되지 않긴 하지만 국수본에서 이렇다할 눈에 띄는 성과가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실제로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들의 신도시 투기 의혹 사건에 770여명이란 거대한 인력을 투입했지만 초라한 성적표를 받았다.

지방자치단체장 10명 등 공무원 157명, 국회의원 5명, 지방의원 40명 등에 대해 수사했지만 괄목할만한 성과가 나오지 않았다. 구속자가 경기 포천시 공무원, LH 직원 등 6명에 불과했다.


과거 1, 2차 신도시 투기 사건을 수사한 검찰이 올린 성과와 비교될 수 밖에 없다. 더욱이 부동산 투기의 구조적 비리 규명에는 손도 대지 못하고 있다.

국수본은 임무 수행 결과뿐 아니라 사건 처리 속도에서도 아쉬운 점을 보여줬다. 일반 형사 사건 처리 속도도 지속적으로 둔화하고 있다고 집계됐다.

대검 형사정책담당관실이 공개한 검·경 수사권 조정 운영 현황에 따르면 올해 1분기(1~3월) 경찰이 검찰에 사건을 송치(기소 의견)하거나 사건 기록을 송부(무혐의 의견)한 사건은 총 22만7241건이었다. 

전년 동기 29만874건의 78.1% 수준에 해당한다. 처리 사건이 21.9% 감소했다는 의미다. 검경 수사권 조정으로 형사 사법체계 전반이 바뀌면서 국가 전체의 수사 역량이 떨어지고 있다는 것이 수치로 증명됐다. 

최근 국수본은 대북 관련 수사를 지시했다. 자유북한운동연합은 지난달 25일부터 30일까지 ‘북한 자유 주간’을 맞아 2회에 걸쳐 50만장의 대북전단을 날려 보냈다고 밝혔다. 북한은 이와 관련해 지난 2일 한국과 미국을 협박하는 담화 3건을 내놨다. 시작은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이었다. 

김여정 협박 담화 후 전단살포 수사
경찰청장이 지시? 수사권 독립 논란

김 부부장은 “남조선 탈북자 쓰레기”라며 “우리가 어떤 결심과 행동을 하든 책임은 (탈북자)쓰레기들을 제대로 통제하지 않은 남조선 당국이 지게 될 것”이라고 협박했다. 이어 북한 외무성의 권정근 미국국장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의회 연설을 두고 시비를 걸었다.


김 부부장의 협박 담화가 나오자, 통일부는 대북전담금지법이 이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몇 시간 뒤 김 청장은 대북전단 살포와 관련해 신속하고 철저한 수사를 통해 엄정 처리하라고 안보수사대에 지시한 사실이 전해졌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김 청장에 대한 지시 사항과 관련해 위법 논란이 제기됐다.

경찰청은 기자들에게 “김 청장은 대북전단 살포에 대해 신속하고 철저한 수사를 통해 엄정 처리할 것을 지시했다”는 문자를 보낸 것으로 확인됐다. 

올해 1월 시행된 개정 경찰법 14조에 따르면 경찰청장은 개별 사건의 수사에 대해 구체적으로 지휘·감독할 수 없다고 규정돼있다. 검·경 수사권 조정으로 비대해진 경찰 권력을 견제하기 위해, 개별 사건의 수사는 독립된 국가수사본부가 맡는다는 취지다.

하지만 남구준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장은 지난 3일, 박 대표 등 대해 신변보호를 거부한 채 잠시 이탈해 대북전단을 살포했는지 확인하겠다는 계획을 밝힌 바 있다. 

대북전단법
최대 3년

남 본부장은 서울경찰청 안보수사대에서 수사팀을 편성해 대북전단을 매단 풍선 날렸는지, 시점·장소 등을 확인할 예정이다. 이후 확인이 되면 법규에 따라 조치할 계획이다.

그는 “당사자가 (신변보호를)거부한다면 강제할 법적 근거가 없어 한계가 있다”며 “신변보호조가 배치돼있었으나 본인이 거부하고 이탈해 잠적한 것으로 안다”고 했다.

이는 김 청장이 갑자기 ‘신속·철저 수사’를 지시한 것은 수사 가이드라인을 내렸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이에 대해 남 본부장은 경찰청이 대북전단 살포 관련해 구체적 지시가 아닌 일반적인 지휘로 보고 있다. 김 청장은 접경지역 주민의 신체에 대한 위기가 우려돼 경찰청장으로서 일반적 지휘권에 근거해 신속하고 철저한 수사를 통해 엄정 조치하는 취지로 보여진다.

이와 관련해 경찰 관계자는 “구체적 수사 지휘는 어떤 사건의 피의자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하라든지, 어떤 내용을 수사하라는 것이고, 일반적 지휘는 ‘신속하게 수사하라’ ‘인권 절차를 준수하라’는 형태”라며 “경찰청장의 지시는 구두로 이뤄진 일반적 지시”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맥락에 따라 김 청장의 지휘가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일각에선 지시 내용 자체는 일반적인 지휘로 볼 수 있지만, 북한의 비판 성명이 나오자마자 주말 오후에 급히 ‘철저·신속 수사’를 지시한 것은 맥락상 강하게 처벌하라는 의미로 받아들여진다고 분석했다. 


청와대·통일부발 입김 작용?
규정상 구체적 수사 지휘 불가

경찰은 이에 따라 박상학 자유북한운동엽합 대표가 공개한 영상 속 장소와 시점을 확인하고, 가담자도 찾아낼 방침이라고 밝혔다. 박 대표 등 대북전단을 살포한 사람들에게 대북전단금지법(남북관계발전법 개정안)을 적용할 수 있다고 경찰은 밝혔다. 

박 대표는 “돈이 없어서 3000만원은 못내도 징역 3년은 기꺼이 살겠다”며 “징역 30년이 떨어지더라도 전단을 계속 보낼 것”이라고 말했다.

박 대표의 주장이 사실이라면 지난 3월30일 시행에 들어간 대북전단금지법의 첫 적용 사례가 된다. 해당 법 위반 시 3년 이하의 징역이나 3000만원이하의 벌금형에 처할 수 있다.

하지만 전단이 북으로 날아가지 않아 결과적으로 ‘대남전단 살포’가 됐기 때문에 법 적용이 애매해졌다는 얘기도 나온다. 경찰 관계자는 “살포 미수도 얼마든지 처벌할 수 있다”며 수사 의지를 보이고 있다.

무리한 사법 처리는 첫 한·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외교적 부담이 될 수도 있다.


결국 경찰은 지난 6일 박 대표 사무실에 대해 압수수색에 나서는 등 본격 수사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 대표와 경찰 등에 따르면 경찰은 이날 오전 박 대표 사무실 압수수색에 돌입했다. 서울경찰청 안보수사대는 자유북한운동연합이 지난달 25~29일 두 차례에 걸쳐 50만장의 대북전단을 뿌렸다고 주장한 것에 대해 사실관계를 확인하는 등 내사에 착수해왔다.

그러나 경찰은 최근 남북관계 발전에 관한 법률(남북관계발전법) 위반 혐의로 박 대표를 입건해 수사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실제로 박 대표가 전단을 뿌렸는지 여부에 대해 경찰 관계자는 말을 아꼈다.

특히 이번 살포 사례는 개정법 시행 이후 처음이라는 면에서 관심받고 있다. 개정법상 처벌 조항 적용 여부와 방향에 대한 고려, 적용 후 법적 다툼 가능성 등에 관한 검토가 이뤄질 전망이다.

일반적 지휘
가능하다고?

경찰은 박 대표가 전단 살포 시 처벌된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강행한 것으로 보고 있다. 정부도 실정법이 이미 마련된 만큼 별도의 고발조치 없이 법에 따라서 처리한다는 의미다. 

통일부 역시 북한을 포함한 어떤 누구도 한반도에서 긴장을 조성하는 행위에 대해 반대한다는 입장을 내놨다. 굳이 ‘북한을 포함한 어떤 누구도’라는 단서를 달아 긴장 조성 당사자에 북한뿐 아니라 전단 살포 단체도 포함되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게 여지를 남겼다.

통일부 차원의 별도 수사의뢰 조치는 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처벌법이 있는 만큼 엄정 수사가 가능해졌기 때문이다.

대북전단금지법은 국내 일각에서 ‘김여정 하명법’이라는 비판을 받아왔다. 지난해 6월 “그 쓰레기들의 광대놀음을 저지시킬 법이라도 만들라”는 김 부부장의 담화 직후 발의됐기 때문이다. 이번이 첫 사례인 만큼 법 적용 과정에서는 통일부 차원의 해석 등 협력 가능성도 있다.

통일부는 유관기관과 긴말하게 협력할 계획임을 밝혔다. 또 개정법 입법 취지에 맞게 대처해 나갈 예정이다. 

관련 단체와 일부 국제사회 등의 문제제기 등 반발을 전망하는 시선도 존재한다. 특히 최근 일부 단체, 미국 등 일부 국제사회에서 남북관계발전법 비판 목소리를 낸 점 등은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시각도 있다.

당시 법원은 대북전단 살포에 대한 북한 측 위협 담화, 2014년 10월 경기 연천에서 살포 이후 북한이 민간인 출입통제선(민통선) 부근을 포격한 점 등을 토대로 “대북전단 살포 행위와 휴전선 부근 주민들의 생명, 신체에 급박한 위험을 발생시키는 북 도발 행위 사이에는 인과관계가 있다고 보인다”고 판시했다.

이 같은 판례는 법 개정에 대한 정부 입장으로 연결된다. 정부는 남북관계발전법 개정 취지를 접경 지역의 주민 생명과 안전, 북한 주민 알 권리 증진 등 여러 인권 가치의 조화로운 운영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쿵 하면 짝?
코드 맞췄나

대북전단을 살포한 박 대표의 법률 대리인인 이헌 한반도인권과통일을위한변호사모임 공동대표도 “경찰청장의 수사지휘를 하명처분으로 보고 있으며, 향후 위법·부당성을 따져 물을 것”이라고 말했다.


<9dong@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자유북한운동연합 박상학은 누구?

박상학 자유북한운동연합 대표는 1968년 2월16일 북한의 양강도 혜산시가 고향인 북한 출신으로 북한의 명문대 김책공업종합대학 학생이었다.

1999년 그는 탈북에 성공했으나 북한에 있는 친척들이 보위부로 끌려가서 고문 끝에 사망했다는 비통한 소식을 알게 되면서 2005년부터 북한의 독재정권에 대항해 ‘대북전단 배포’ 등 북한자유민주화를 위한 통일운동을 하고 있다.

2013년에는 국제인권상 바벨상을 수상했다.

최근에는 미하원 산하 ‘톰 랜토스 인권위원회’에 출석해 북한 인권상황과 대북전단 살포 활동에 관해 소신을 발표했다.

지난 3월31일부로 대북전단 살포를 금지하는 ‘남북관계발전법(대북전단금지법)’이 시행된 이후 북한으로 전단을 날려 보냈다고 밝힌 단체는 이번이 처음이다.

이 같은 그의 용기있는 행동은 남북관계발전법 개정에 따라서 3년 이하의 징역과 3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해당하는 위법행위 적용 시 구속될 것으로 예상이 된다. <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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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위기설’ 보수 합종연횡 시동

‘2월 위기설’ 보수 합종연횡 시동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일각에서 “장동혁 체제를 무너트린 후 비상대책위원회를 가동할 수도 있다”는 가능성이 제기된다. 장동혁 대표는 ‘중도 확장’을 언급하면서도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를 몰아낼 준비를 하고 있다. 친한계는 개혁신당과 갈등하면서도 친윤계와 일시적 휴전을 하고 있다. 장동혁·친윤·친한·개혁신당은 얽히고설킨 합종연횡을 시작했다. 국민의힘 윤한홍 의원·주호영 국회부의장이 각각 지난 5일과 9일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의 강경 보수 노선을 비판했다. 이후 국민의힘에선 장 대표가 물러난 후 비상대책위원회(이하 비대위)가 출범할 가능성도 언급된다. 장 다음은 신 비대위? 장성철 공감과 논쟁 정책센터 소장은 지난 9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언더 찐윤 그룹 내 대구·경북에 지역구를 둔 몇몇 의원이 장 대표에 대해 ‘이 사람으로 되겠느냐’는 얘기를 하는 것 같다”면서 “장 대표가 물러나면 누구에게 비대위원장을 시키면 좋겠느냐는 얘기까지 나온다”고 주장했다. 장 소장은 “그들이 국민의힘 신동욱 최고위원에게 비대위원장을 맡기려 한다”고도 했다. 그에 따르면, 국민의힘 일부 의원들이 신 최고위원에게 비대위원장직을 맡기려는 이유로 경북 상주·언론사 앵커 출신이란 점이 거론된다. 장 소장은 “급소에 침을 넣을 수 있는 핵심은 국민의힘 박성민 의원”이라고 강조했다. 박 의원이 핵심인 이유는 “언더 찐윤의 구심점이자, 장동혁 체제를 만든 5인방 중 1명”이란 것이다. 구 친윤(친 윤석열)계 일원으로 알려진 국민의힘 김대식 의원은 지난 12일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연해 “장 대표에게 제시할 노선 변경 시한은 연말”이라고 주장했다. 김 의원은 “비상계엄 관련 대국민 사과를 하지 않은 장 대표가 판단을 잘했다고 보긴 힘들다”며 “국민이 원하면 국민의 뜻을 따라야지, 국민을 이기려고 정치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어 “지도부가 연말까지 노선 변경에 대한 전향적 의견을 밝히지 않으면, 상당한 혼선이 올 수 있다”고 경고했다. 여기서 ‘상당한 혼선’은 장 대표 체제 붕괴 가능성을 언급한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하지만 장 대표는 국민의힘 김민수 최고위원과 함께 흔들림 없이 강경 보수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장 대표는 지난 15일 국민의힘 김민수 최고위원을 당 국민소통위원장에 임명했다. 국민의힘 장예찬 전 청년 최고위원은 국민의힘의 싱크탱크 여의도연구원 부원장에 임명됐다. 김 최고위원은 그로부터 4일 전인 지난 11일 TV조선 유튜브 채널 ‘엄튜브’에 출연해 “지난해 12월3일 계엄군의 총구를 잡은 안귀령 대통령실 부대변인의 행동은 사실상 즉각 사살해도 되는 행동”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다시 같은 방송에 출연해 국민의힘 지지율이 낮게 집계되는 여론조사에 대한 강한 불만을 제기하는 방식으로 장 대표를 엄호했다. 김 최고위원은 국민의힘 지지율이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지지율을 오차범위 내에서 앞섰단 결과가 나온 유튜브 채널 ‘고성국 TV’ 등이 발표한 여론조사를 제시했다. 이어 “한국갤럽 여론조사 외엔 국민의힘 지지율이 오른단 여론조사 결과가 대부분”이라며 “장 대표의 투쟁에 모두 단결했으면 더 올라갔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공개 제시된 장동혁의 시간은 ‘연말’ ‘통일교 특검’ 매개로 손잡은 장·이 장 부원장은 윤석열 전 대통령의 청년 참모 1호로 알려졌던 친윤계 일원으로서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의 가족이 연루됐다”는 논란이 발생한 당원 게시판 의혹에 강하게 대응하고 있다. 그는 지난해 총선에서 부산 수영구 공천을 받았다가 “과거에 부적절한 발언을 했다”는 의혹을 받았다. 한동훈 당시 비대위원장은 장 부원장 공천을 취소했고, 이후 장 부원장은 친한(친 한동훈)계와 대립하고 있다. 장 부원장은 같은 날 MBC 라디오 <권순표의 뉴스하이킥>에 출연해 “김 의원은 지도부를 흔들기 위한 게 아니라 건설적 대안을 제시하겠다는 취지로 말씀하신 것”이라며 “연말까지 고름 같은 당내 문제를 해결하면, 새해부터는 대여 투쟁·민생에 집중해서 중도·외연 확장을 할 길을 열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가 언급한 ‘고름 같은 당내 문제’는 당원 게시판 의혹을 말한다. 국민의힘 이호선 당무감사위원장은 지난 9일 당원 게시판 의혹 중간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 위원장은 “한 전 대표와 가족 명의로 게시된 글들의 실제 작성자를 확인하고 있다”며 “한 전 대표 가족과 같은 이름을 사용하는 3명은 서울 강남병 소속이고, 휴대전화 끝자리가 같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중 1명은 재외국민 당원으로 확인됐고, 거의 같은 시기에 탈당했다”면서 한 전 대표 가족 실명도 공개했다. 지난 16일엔 친한계 일원으로서 활발한 방송 활동을 하는 국민의힘 김종혁 전 최고위원에 대해 “당원권 정지 2년 중징계를 내려달라”고 윤리위원회에 요청했다. 당무감사위는 지난달 26일부터 김 전 최고위원을 조사했다. 윤리위가 당무감사위의 의견대로 징계를 확정하면, 김 전 최고위원은 내년 지방선거에 출마할 수 없다. 정당 활동이 멈춰 총선 공천에서도 큰 불이익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 김 전 최고위원은 같은 날 “터무니없는 결정”이라며 “윤리위가 당원권 정지를 결정하면 가처분을 신청할 것“이라고 반박했다. 이 위원장이 밝힌 김 전 최고위원 징계 사유는 “우리 당 운영을 파시스트적이라고 표현하면서, 북한 노동당에 비유했다”는 것이었다. 이어 “당원을 망상에 빠진 정신질환자에 비유하는 등 모욕적 표현을 했고, 사이비 교주의 영향을 받아 입당했다는 특정 종교 비난·종교 차별 발언을 했다”는 점도 덧붙였다. “영혼을 팔았다”는 등 장 대표를 비판한 것도 징계 사유로 제시됐다. 고름 같은 당내 문제 한편 장 대표는 통일교 특검법을 매개로 개혁신당에 연대를 제안했다. 장 대표는 지난 15일 최고위원회의 중 “통일교 특검법 통과를 위해 개혁신당과 뜻을 모으겠다”고 말했다. 그 이유로는 “지금껏 찾아볼 수 없었던 무자비·포악한 이재명 정권을 막기 위해선 모두 함께 힘을 모아 맞서 싸워야 한다”는 것을 제시했다.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는 곧바로 “16일부터 특검법 논의에 착수하겠다”고 화답했다. 국민의힘 송언석 원내대표와 개혁신당 천하람 원내대표는 지난 17일 만나 큰 틀에서 ‘통일교 특검 추진’에 합의했다. 이 대표는 지난달 26일 YTN 라디오 <김영수의 더 인터뷰>에 출연해 “장 대표는 미래통합당 황교안 전 대표와 다르지 않은 선택을 하는 것 같다”며 “같은 선택을 하면서 다른 결과를 바라는 것은 멍청한 행동”이라는 등 장 대표의 강경 보수 노선을 강하게 비판했다. 이어 “장 대표가 용꿈을 꾼다”는 평소 지론을 다시 강조하면서 “국민의힘 대표를 하면, 대권주자로서 약 20% 정도의 지지를 얻으니, 다른 주자가 사라지면 내가 유일한 대권후보란 착각에 빠진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민주당의 통일교 유착 의혹이 제기된 후 두 사람은 제한적으로라도 연대할 가능성을 내비치고 있다. 최근 언론 보도에 따르면, 통일교 관계자들은 민주당 일부 정치인들에게도 후원금을 제공했다. 하지만 김건희 특검은 “교단의 지시를 어긴 관계자 개인의 일탈이었다”면서 기소하지 않았다. 보수 야권으로선 특검의 공정성 문제를 대대적으로 제기할 수 있는 소재로 작용하고 있다. 특히 의원 상당수가 특검의 수사 대상이었던 국민의힘으로선 “되돌려줄 기회가 온 것 아니냐”고 바라보는 시선도 있다. 전재수 전 해양수산부 장관은 “지난 2018년부터 3년 동안 현금·명품 시계 등을 받았다”는 의혹이 불거져 수사 대상이 된 후 장관직에서 물러났다. 아울러 장 대표가 친한계 정리 작업을 이어가는 상황에서 친한계와 개혁신당도 사이가 매우 좋지 않단 사실도 주목받고 있다. 친한계와 개혁신당은 쿠팡 새벽 배송 논란 관련 토론회 개최를 놓고 크게 갈등했다. 국민의힘 김은혜·우재준 의원은 지난 15일 ‘새벽 배송 금지, 누구의 새벽을 위한 선택인가’라는 토론회를 개최했다. 개혁신당은 사흘 뒤인 지난 18일, 김성열 수석 최고위원이 주관하는 ‘새벽 배송 금지, 누구를 위한 것인가’라는 토론회를 개최했다. 친윤·친한 여전한 갈등 김 최고위원은 지난 12일 자신의 페이스북 게시글을 통해 “김·우 의원이 토론회 개최를 예고했다가 취소해서, 개혁신당이 마음 다친 관계자들을 모시고 토론회를 기획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개혁신당 주최 토론회가 개최될 것이란 사실을 뻔히 알면서 다시 토론회를 개최하는데, 눈치 보다가 남의 것을 빼앗아서 하는 토론회에 무슨 진정성이 있겠느냐”고 강하게 비판했다. 그러면서 “앞으로는 토론회에도 ‘원조’ 표기를 하고, 상표권도 등록해야겠다”고 덧붙였다. 우 의원은 곧바로 반박했다. 그는 같은 날 자신의 페이스북 게시글을 통해 “새벽 배송 논쟁은 국민의힘이 먼저 제기했고, 우리 토론회는 원래부터 15일 개최가 예정돼있었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토론회 개최 직전 발생한 쿠팡 개인정보 유출 사태로 사회적 관심이 분산될 가능성을 우려해 일정 연기도 검토한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여론 흐름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결과, 원래 계획대로 진행하는 게 적절하다고 판단됐다”고 설명했다. 우 의원이 15일 개최를 중요시 여긴 이유 중 하나는 지난 16일 진행된 국회 기후에너지환경노동위원회 전체 회의라고 한다. 구도를 정리하면, 장 대표는 당내 친윤계·친한계와 갈등하면서 개혁신당과 제한적 연대를 추진해 중도 확장·대여 공세라는 두 마리 토끼를 한번에 잡으려고 한다. 개혁신당은 장 대표와의 제한적 연대를 통해 오랜 갈등 관계인 친한계와의 다툼을 이어가고 있다. 친한계는 장 대표·개혁신당과 갈등하면서 마찬가지로 오랜 갈등 관계인 친윤계와 중도 확장·지방선거 승리라는 대의 앞에서 일시적으로 휴전한 것 같은 구도를 만들었다. 이를 단순하게 볼 수만은 없다. 장 대표는 지난 17일 경기 고양에서 연탄 배달 봉사활동 이후 기자들을 만나 “국민의힘이 새롭게 태어나기 위해선 방향·보수 가치 재정립 과정이 필요하다”며 “그에 수반돼 많은 의원이 말씀하시는 당명 개정도 필요하다면 함께 검토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당명 개정’은 당내 다수를 차지하는 친윤계와의 갈등을 진화하기 위한 승부수가 될 수 있다. 다만 선거에 긍정적 영향을 줄 수 있을지는 쉽게 장담하기 어렵다. 김민수·장예찬 내세워 한동훈 축출 작전? 개혁신당과 쿠팡 갈등…친윤과 일시 휴전? 개혁신당은 국민의힘 내 이준석계와 구 친윤계의 갈등 끝에 이준석계가 국민의힘을 이탈한 후 창당됐다. 이 대표는 지난 대선에 출마한 후 각계에서 언급했던 국민의힘 대선후보와의 단일화를 끝까지 뿌리친 후 완주했다. 이는 구 친윤계와의 화학적 결합은 창당 배경·당 정체성이란 측면에서 사실상 불가능했기 때문에 진행된 흐름이었다. 하지만 민주당의 통일교 게이트 연루 가능성이 제기되자, 천 원내대표가 특검 추진 합의를 위해 구 친윤계의 일원이었던 송 원내대표와 손을 맞잡는 그림을 연출했다. 제한적 빅텐트가 구성된 것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이 구도가 ‘화학적 결합’으로 해석된다면, 지난해 2월 이낙연 전 총리와 함께 빅텐트를 치려다가 당원의 강한 항의를 들은 후 무산됐던 것과 같은 사태가 재현될 수도 있다. 이 때문인지 이 대표는 지난 17일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연해 “장 대표는 황 전 대표처럼 굉장히 대통령이 되고 싶어하는 것 같다”며 “장 대표가 주장한 ‘우리가 황교안’이란 구호대로라면, 황 전 대표의 좋은 점·나쁜 점·정치적 진로 및 결과까지 다 답습할 것”이라는 등 선을 그었다. 이 전 대표가 지난 2022년 당원권 정지 6개월을 받은 후 탈당해 개혁신당을 창당하기까지의 과정은 개혁신당 구성원·지지자들에게 분명하게 각인돼있다. 이들은 국민의힘을 틈을 비집고 들어간 후 언젠가 극복해야 할 대상으로 여긴다. 친한계는 김 전 최고위원에 대한 징계가 현실이 될 위기에 처했다. 당원 게시판 의혹에 대한 조사·징계가 막힘없이 흐르는 현 상황대로라면, 한 전 대표에 대한 징계가 현실이 될 수도 있다. 이 경우 한 전 대표가 국민의힘 후보로서 선거에 출마하는 방법이 막힐 위험이 있다. 이렇게 되면 친한계는 생존 자체를 걱정해야 한다. 개혁신당과의 갈등은 이로부터 비롯된다. 유권자를 상대로 “한 전 대표와 이 전 대표 중 누가 보수의 젊은 적자냐”는 질문에 대한 답을 얻어야 한다. 이 전 대표를 제치고 ‘보수의 젊은 적자’라는 명분을 얻어야 장 대표·구 친윤계와의 당내 다툼에서 명분을 얻을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국민의힘에 비상이 걸릴 수도 있는 여론조사 수치가 발표됐다. 여론조사기관 리서치뷰는 지난 12일부터 이틀 동안 만 18세 이상 서울시민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서울시장 선거 양자구도 관련 여론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만약 최근 주목받는 정원오 성동구청장이 오세훈 서울시장과 양자구도를 이루면, 45.2%의 지지를 얻어 38.1%의 지지를 얻은 오 시장을 이길 수도 있단 결과가 확인됐다. 비상 걸린 지방선거 이는 민주당이 여의도 정치와 거리를 두고 행정 경험이 풍부한 새로운 후보를 내세우면 서울시장 선거에서 이길 가능성을 암시한다. 이는 ▲장 대표 ▲구 친윤계 ▲친한계 ▲개혁신당 등 보수 4자 합종연횡 구도가 더욱 복잡하게 얽히고설킬 가능성도 함께 내포한다. 장 대표에게 사실상 주어진 시한은 연말이다. “윤석열 전 대통령의 형사재판 제1심 선고가 진행될 예정인 내년 2월까지 윤 전 대통령과 절연하는 등 매듭 짓지 않으면, 지도부가 무너질 수도 있다”는 ‘2월 위기설’이 현실화될지도 모른다. 장 대표와 국민의힘은 과연 어떤 연말·연초를 맞이할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