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단추부터…’ 국수본 하명 수사 의혹

  • 구동환 기자 9dong@ilyosisa.co.kr
  • 등록 2021.05.10 13:23:09
  • 호수 1322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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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윗선 사인’ 알아서 받들어모셨나

[일요시사 취재1팀] 구동환 기자 = 새로운 것을 시작할 때는 취지가 있기 마련이다. 올해 출범한 국가수사본부(국수본)도 경찰 권력을 분산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하지만 대북전단 살포 관련해 김창룡 경찰청장의 구체적인 지시로 인한 위법 논란이 제기되고 있다.

올해는 경찰에게 의미가 있는 해다. 올해 검경수사권 조정에 따른 경찰개혁 제도화가 현실화됐기 때문이다. 경찰개혁 법안으로 인해 경찰 조직은 세 가지로 나누어졌다. 국가경찰, 수사경찰, 그리고 자치경찰이다. 이와 함께 국가수사본부(이하 국수본) 신설, 대공 수사권 이관 등이 이뤄졌다.

안보수사대
수사팀 편성

정부는 검·경 수사권 조정 이후 경찰 수사를 총괄할 국수본을 출범하는 등 경찰개혁 방침을 확정하고 이에 따른 후속 권력기관 개혁 작업에 박차를 가했다.

불과 몇 개월밖에 되지 않긴 하지만 국수본에서 이렇다할 눈에 띄는 성과가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실제로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들의 신도시 투기 의혹 사건에 770여명이란 거대한 인력을 투입했지만 초라한 성적표를 받았다.

지방자치단체장 10명 등 공무원 157명, 국회의원 5명, 지방의원 40명 등에 대해 수사했지만 괄목할만한 성과가 나오지 않았다. 구속자가 경기 포천시 공무원, LH 직원 등 6명에 불과했다.


과거 1, 2차 신도시 투기 사건을 수사한 검찰이 올린 성과와 비교될 수 밖에 없다. 더욱이 부동산 투기의 구조적 비리 규명에는 손도 대지 못하고 있다.

국수본은 임무 수행 결과뿐 아니라 사건 처리 속도에서도 아쉬운 점을 보여줬다. 일반 형사 사건 처리 속도도 지속적으로 둔화하고 있다고 집계됐다.

대검 형사정책담당관실이 공개한 검·경 수사권 조정 운영 현황에 따르면 올해 1분기(1~3월) 경찰이 검찰에 사건을 송치(기소 의견)하거나 사건 기록을 송부(무혐의 의견)한 사건은 총 22만7241건이었다. 

전년 동기 29만874건의 78.1% 수준에 해당한다. 처리 사건이 21.9% 감소했다는 의미다. 검경 수사권 조정으로 형사 사법체계 전반이 바뀌면서 국가 전체의 수사 역량이 떨어지고 있다는 것이 수치로 증명됐다. 

최근 국수본은 대북 관련 수사를 지시했다. 자유북한운동연합은 지난달 25일부터 30일까지 ‘북한 자유 주간’을 맞아 2회에 걸쳐 50만장의 대북전단을 날려 보냈다고 밝혔다. 북한은 이와 관련해 지난 2일 한국과 미국을 협박하는 담화 3건을 내놨다. 시작은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이었다. 

김여정 협박 담화 후 전단살포 수사
경찰청장이 지시? 수사권 독립 논란

김 부부장은 “남조선 탈북자 쓰레기”라며 “우리가 어떤 결심과 행동을 하든 책임은 (탈북자)쓰레기들을 제대로 통제하지 않은 남조선 당국이 지게 될 것”이라고 협박했다. 이어 북한 외무성의 권정근 미국국장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의회 연설을 두고 시비를 걸었다.


김 부부장의 협박 담화가 나오자, 통일부는 대북전담금지법이 이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몇 시간 뒤 김 청장은 대북전단 살포와 관련해 신속하고 철저한 수사를 통해 엄정 처리하라고 안보수사대에 지시한 사실이 전해졌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김 청장에 대한 지시 사항과 관련해 위법 논란이 제기됐다.

경찰청은 기자들에게 “김 청장은 대북전단 살포에 대해 신속하고 철저한 수사를 통해 엄정 처리할 것을 지시했다”는 문자를 보낸 것으로 확인됐다. 

올해 1월 시행된 개정 경찰법 14조에 따르면 경찰청장은 개별 사건의 수사에 대해 구체적으로 지휘·감독할 수 없다고 규정돼있다. 검·경 수사권 조정으로 비대해진 경찰 권력을 견제하기 위해, 개별 사건의 수사는 독립된 국가수사본부가 맡는다는 취지다.

하지만 남구준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장은 지난 3일, 박 대표 등 대해 신변보호를 거부한 채 잠시 이탈해 대북전단을 살포했는지 확인하겠다는 계획을 밝힌 바 있다. 

대북전단법
최대 3년

남 본부장은 서울경찰청 안보수사대에서 수사팀을 편성해 대북전단을 매단 풍선 날렸는지, 시점·장소 등을 확인할 예정이다. 이후 확인이 되면 법규에 따라 조치할 계획이다.

그는 “당사자가 (신변보호를)거부한다면 강제할 법적 근거가 없어 한계가 있다”며 “신변보호조가 배치돼있었으나 본인이 거부하고 이탈해 잠적한 것으로 안다”고 했다.

이는 김 청장이 갑자기 ‘신속·철저 수사’를 지시한 것은 수사 가이드라인을 내렸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이에 대해 남 본부장은 경찰청이 대북전단 살포 관련해 구체적 지시가 아닌 일반적인 지휘로 보고 있다. 김 청장은 접경지역 주민의 신체에 대한 위기가 우려돼 경찰청장으로서 일반적 지휘권에 근거해 신속하고 철저한 수사를 통해 엄정 조치하는 취지로 보여진다.

이와 관련해 경찰 관계자는 “구체적 수사 지휘는 어떤 사건의 피의자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하라든지, 어떤 내용을 수사하라는 것이고, 일반적 지휘는 ‘신속하게 수사하라’ ‘인권 절차를 준수하라’는 형태”라며 “경찰청장의 지시는 구두로 이뤄진 일반적 지시”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맥락에 따라 김 청장의 지휘가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일각에선 지시 내용 자체는 일반적인 지휘로 볼 수 있지만, 북한의 비판 성명이 나오자마자 주말 오후에 급히 ‘철저·신속 수사’를 지시한 것은 맥락상 강하게 처벌하라는 의미로 받아들여진다고 분석했다. 


청와대·통일부발 입김 작용?
규정상 구체적 수사 지휘 불가

경찰은 이에 따라 박상학 자유북한운동엽합 대표가 공개한 영상 속 장소와 시점을 확인하고, 가담자도 찾아낼 방침이라고 밝혔다. 박 대표 등 대북전단을 살포한 사람들에게 대북전단금지법(남북관계발전법 개정안)을 적용할 수 있다고 경찰은 밝혔다. 

박 대표는 “돈이 없어서 3000만원은 못내도 징역 3년은 기꺼이 살겠다”며 “징역 30년이 떨어지더라도 전단을 계속 보낼 것”이라고 말했다.

박 대표의 주장이 사실이라면 지난 3월30일 시행에 들어간 대북전단금지법의 첫 적용 사례가 된다. 해당 법 위반 시 3년 이하의 징역이나 3000만원이하의 벌금형에 처할 수 있다.

하지만 전단이 북으로 날아가지 않아 결과적으로 ‘대남전단 살포’가 됐기 때문에 법 적용이 애매해졌다는 얘기도 나온다. 경찰 관계자는 “살포 미수도 얼마든지 처벌할 수 있다”며 수사 의지를 보이고 있다.

무리한 사법 처리는 첫 한·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외교적 부담이 될 수도 있다.


결국 경찰은 지난 6일 박 대표 사무실에 대해 압수수색에 나서는 등 본격 수사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 대표와 경찰 등에 따르면 경찰은 이날 오전 박 대표 사무실 압수수색에 돌입했다. 서울경찰청 안보수사대는 자유북한운동연합이 지난달 25~29일 두 차례에 걸쳐 50만장의 대북전단을 뿌렸다고 주장한 것에 대해 사실관계를 확인하는 등 내사에 착수해왔다.

그러나 경찰은 최근 남북관계 발전에 관한 법률(남북관계발전법) 위반 혐의로 박 대표를 입건해 수사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실제로 박 대표가 전단을 뿌렸는지 여부에 대해 경찰 관계자는 말을 아꼈다.

특히 이번 살포 사례는 개정법 시행 이후 처음이라는 면에서 관심받고 있다. 개정법상 처벌 조항 적용 여부와 방향에 대한 고려, 적용 후 법적 다툼 가능성 등에 관한 검토가 이뤄질 전망이다.

일반적 지휘
가능하다고?

경찰은 박 대표가 전단 살포 시 처벌된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강행한 것으로 보고 있다. 정부도 실정법이 이미 마련된 만큼 별도의 고발조치 없이 법에 따라서 처리한다는 의미다. 

통일부 역시 북한을 포함한 어떤 누구도 한반도에서 긴장을 조성하는 행위에 대해 반대한다는 입장을 내놨다. 굳이 ‘북한을 포함한 어떤 누구도’라는 단서를 달아 긴장 조성 당사자에 북한뿐 아니라 전단 살포 단체도 포함되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게 여지를 남겼다.

통일부 차원의 별도 수사의뢰 조치는 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처벌법이 있는 만큼 엄정 수사가 가능해졌기 때문이다.

대북전단금지법은 국내 일각에서 ‘김여정 하명법’이라는 비판을 받아왔다. 지난해 6월 “그 쓰레기들의 광대놀음을 저지시킬 법이라도 만들라”는 김 부부장의 담화 직후 발의됐기 때문이다. 이번이 첫 사례인 만큼 법 적용 과정에서는 통일부 차원의 해석 등 협력 가능성도 있다.

통일부는 유관기관과 긴말하게 협력할 계획임을 밝혔다. 또 개정법 입법 취지에 맞게 대처해 나갈 예정이다. 

관련 단체와 일부 국제사회 등의 문제제기 등 반발을 전망하는 시선도 존재한다. 특히 최근 일부 단체, 미국 등 일부 국제사회에서 남북관계발전법 비판 목소리를 낸 점 등은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시각도 있다.

당시 법원은 대북전단 살포에 대한 북한 측 위협 담화, 2014년 10월 경기 연천에서 살포 이후 북한이 민간인 출입통제선(민통선) 부근을 포격한 점 등을 토대로 “대북전단 살포 행위와 휴전선 부근 주민들의 생명, 신체에 급박한 위험을 발생시키는 북 도발 행위 사이에는 인과관계가 있다고 보인다”고 판시했다.

이 같은 판례는 법 개정에 대한 정부 입장으로 연결된다. 정부는 남북관계발전법 개정 취지를 접경 지역의 주민 생명과 안전, 북한 주민 알 권리 증진 등 여러 인권 가치의 조화로운 운영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쿵 하면 짝?
코드 맞췄나

대북전단을 살포한 박 대표의 법률 대리인인 이헌 한반도인권과통일을위한변호사모임 공동대표도 “경찰청장의 수사지휘를 하명처분으로 보고 있으며, 향후 위법·부당성을 따져 물을 것”이라고 말했다.


<9dong@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자유북한운동연합 박상학은 누구?

박상학 자유북한운동연합 대표는 1968년 2월16일 북한의 양강도 혜산시가 고향인 북한 출신으로 북한의 명문대 김책공업종합대학 학생이었다.

1999년 그는 탈북에 성공했으나 북한에 있는 친척들이 보위부로 끌려가서 고문 끝에 사망했다는 비통한 소식을 알게 되면서 2005년부터 북한의 독재정권에 대항해 ‘대북전단 배포’ 등 북한자유민주화를 위한 통일운동을 하고 있다.

2013년에는 국제인권상 바벨상을 수상했다.

최근에는 미하원 산하 ‘톰 랜토스 인권위원회’에 출석해 북한 인권상황과 대북전단 살포 활동에 관해 소신을 발표했다.

지난 3월31일부로 대북전단 살포를 금지하는 ‘남북관계발전법(대북전단금지법)’이 시행된 이후 북한으로 전단을 날려 보냈다고 밝힌 단체는 이번이 처음이다.

이 같은 그의 용기있는 행동은 남북관계발전법 개정에 따라서 3년 이하의 징역과 3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해당하는 위법행위 적용 시 구속될 것으로 예상이 된다. <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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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계 스캔들과 정치권 음모론

연예계 스캔들과 정치권 음모론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한때 연예계를 떨게 했던 ‘마의 11월’이 다시 온 걸까? 매년 11월마다 연예계와 방송가에서 각종 이슈가 터진다는 말에서 비롯된 표현이다. 아슬아슬하게 11월은 넘기는가 싶더니 12월이 되자마자 연예계 이슈가 온 세상을 뒤덮었다. 동시다발로 터져 나온 연예계 사건·사고에 정작 중요한 이슈들이 가라앉고 있다. SNS에서 의혹이 제기되고, 이는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게재된다. 얼마 가지 않아 기사로 보도된다. 유튜브 쇼츠로 제작돼 확산한다. 다시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다. 방송으로 퍼진다. 방송분이 편집돼 다시 유튜브 영상으로 제작된다. 이 모든 과정에서 생산된 콘텐츠는 SNS를 통해 재생산된다. 다른 이슈가 불거진다. 반복된다. 하루 사이 연달아서 최근 이슈가 퍼지는 방식이다. 기사 등을 통해 정보가 대중에게 전달되던 시기는 이제 끝났다. 이제는 오히려 언론이 온라인 커뮤니티 글을 소스로 기사를 작성하는 판이다. 동시에 레거시 미디어를 통해 정보가 확산하던 시기도 지나간 지 오래다. 이제 모두가 유튜브로 이슈를 확인하고 댓글을 통해 의견을 표출한다. 문제는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레거시 미디어로, 또다시 유튜브로 대표되는 뉴미디어로 정보가 전달되는 과정에서 자극도가 높아진다는 점이다. 동시에 확인되지 않은, 왜곡된 내용이 처음 올라온 정보에 덕지덕지 달라붙는다. 확산 속도 또한 어마어마하게 빠르다. 몇 시간이면 대형 온라인 커뮤니티 사이트를 비롯해 유튜브까지 퍼진다. 이 사이클은 무한정 돌아간다. 시간이 가면서 대중은 짧은 영상에 목말라 하고 있다. 분 단위의 영상보다는 초 단위 쇼츠에 더 열광한다. 영상 제작자는 조회수가 곧 돈이기에 대중의 입맛에 콘텐츠를 맞출 수밖에 없다. 도파민을 바라는 대중의 눈에 들기 위해선 흡인력 있는 영상을 만들어야 한다. 사실이든 아니든 그것은 중요하지 않다. 불과 일주일 새 연예계에서 동시다발로 이슈가 터졌다. 과거, 약물, 갑질, 조폭 의혹 등 언급되는 단어만으로 충격이 일었다. 여기에 의혹에 연루된 연예인의 면면이 전부 각 분야에서 잘 알려진 사람이라는 점은 이슈 확산에 기름을 부었다. 순식간에 커뮤니티와 유튜브 등이 불타올랐다. 배우 조진웅이 과거에 소년범이었다는 보도가 나왔다. 올해 광복절 경축식을 비롯해 정부 행사에 자주 얼굴을 드러냈던 터라 처음에는 반신반의하는 반응이 많았다. 비상계엄 사태 때에도 SNS에 글을 올리는 등 말할 때는 하는 이른바 ‘개념 연예인’으로 알려져 있어 대중은 조진웅의 반응을 기다렸다. 기사, SNS로 한꺼번에 유튜브 타고 빠른 확산 하지만 소년범이었던 과거가 사실로 드러나고 그가 은퇴를 선언하면서 상황은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 동시에 조진웅의 은퇴를 두고 ‘과거의 일’이라는 의견과 ‘피해자를 생각하라’는 의견이 대립하기 시작했다. 일부 진보 진영 정치인이 한두 마디씩 말을 보태면서 의견 대립은 정치권으로까지 번졌다. 여기에 소년범 의혹을 최초로 기사화한 언론의 보도 윤리도 도마 위에 올랐다. 개그우먼 박나래는 매니저 갑질 의혹과 불법 의료 시술 의혹이 동시에 불거졌다. 매니저들이 박나래를 상대로 고소했다는 보도가 나온 이후 줄줄이 이어진 후속 보도에서 드러난 의혹들이다. 박나래가 매니저들과 진실 공방을 벌이는 내용이 거듭해서 언론 보도, 유튜브 쇼츠 등으로 이어지면서 불씨가 꺼지지 않고 있다. 특히 불법 의료 시술 의혹은 ‘주사 이모’라는 존재가 등장하면서 판이 커질 기미를 보이고 있다. 주사 이모는 박나래에게 주사 등을 통해 투약한 인물로 추정된다. 해당 인물의 SNS가 공개되면서 몇몇 연예인이 연루 의혹을 받고 있다. 경찰 조사가 예정돼있어 장기전이 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개그맨 조세호는 조폭 연루설에 휘말렸다. 조세호 의혹은 SNS를 통해 사진이 공개되면서 확산했다. 폭로자가 조세호와 조폭으로 추정되는 인물이 함께 찍은 사진을 올리고 글을 쓰면서 논란이 불거졌다. 그 여파로 조세호는 고정 출연하고 있던 <유 퀴즈 온 더 블럭>과 <1박 2일>에서 하차했다. 유명 연예인 도마 위에 아이돌 그룹 BTS의 정국과 에스파 윈터의 열애설도 비슷한 시기에 터졌다.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두 사람이 비슷한 위치에 ‘커플 타투’를 했다는 의혹이 나왔다. 두 멤버의 소속사인 하이브와 SM엔터테인먼트는 ‘노코멘트’라고 입장을 밝혔다. 두 그룹이 높은 인기를 누리고 있는 만큼 계속 언급되는 중이다. 한 건만으로도 상당한 파급력을 지닐 사건이 연이어 터지면서 일각에서는 누군가가 민감한 이슈를 덮기 위해 연예계 사건·사고를 일부러 수면 위로 끌어올린 게 아니냐는 이른바 ‘음모론’이 제기되고 있다. 앞서 매년 11월마다 연예인 관련 사건이 일어나는 것을 두고 나왔던 이야기가 이번에 다시 나온 것이다. 정치나 사회 이슈와 비교해 연예계 관련 사건·사고 소식은 대중에게 직관적으로 다가가는 편이라 몰입도가 높다. 동시에 휘발성도 크다. 또 대중에게 잘 알려진 연예인일수록 사건의 파급력이 크다. 물론 연말연시를 앞두고 머리 아픈 이슈에 질린 대중에게 연예계 문제는 더할 나위 없이 흥미로운 소재라 말이 나오는 것일 뿐 확인된 바는 없다. 말 그대로 ‘도시괴담’에 가깝다는 뜻이다. 그럼에도 이번에는 상황이 묘하게 돌아가고 있다는 말이 심심찮게 보인다. 실제 여야가 한데 얽힌 것으로 추정되는 통일교 문제, 야당에서 강하게 반발 중인 국가보안법 폐지 논란 등이 연예계 이슈에 묻혀 대중의 관심에서 멀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3300만명이 넘는 고객의 개인정보가 유출된 쿠팡 사태도 그 사건 규모에 비해 관심도가 떨어지고 있다. 마의 11월 12월로? 통일교 관련 논란은 당초 야당인 국민의힘에 포커스가 집중됐다. 국민의힘 의원들이 통일교로부터 정치자금을 받았다는 의혹이다. 그러다 최근 그 범위가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으로까지 확대됐다. 윤영호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이 통일교에서 금품을 제공한 정치인을 진술하면서 민주당 인사들도 입길에 올랐다. 민중기 특별검사팀은 지난 8월 윤 전 본부장으로부터 ‘통일교가 국민의힘 외에 민주당 소속 정치인들도 지원했다’는 취지의 진술을 확보했다. 윤 전 본부장이 언급한 인물 가운데 1명이 전재수 전 해양수산부 장관(당시 민주당 의원)이었다고 한다. 명품 시계 2개와 함께 수천만원을 한일 해저터널 추진 등 교단 숙원사업을 위해 줬다는 것이다. 금품수수 의혹이 보도되자 전 전 장관은 지난 11일, 전격 사의를 표명했다. 그는 “불법 금품수수는 없었다”면서 “장관직을 내려놓고 당당하게 응하는 것이 공직자로서 해야 할 처신”이라고 했다. 이어 “저와 관련된 황당하지만 전혀 근거 없는 논란”이라며 “해수부가 또는 이재명정부가 흔들려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민주당 내부에서는 정권이 흔들릴 수도 있는 사안이라는 목소리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동안 통일교 관련 논란으로 국민의힘에 맹공을 퍼부었는데 역풍이 불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실제 국민의힘은 ‘통일교 특검’을 주장하면서 민주당과 이 대통령을 몰아가는 중이다. 공수가 뒤바뀐 것이다. 범여권에서 추진 중인 국가보안법(이하 국보법) 폐지를 두고 정치권이 갈등을 빚고 있다. 국민의힘이 국보법 폐지에 강하게 반발하면서 여야 간 힘겨루기로 비화했다. 정치권 이슈 묻히고 쿠팡도 잠잠해지나? 지난 7일 민주당 민형배, 조국혁신당 김준형, 진보당 윤종오 의원은 국보법 폐지 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의원들은 “국보법은 제정 당시 일본제국주의 치안유지법을 계승해 사상의 자유를 억압한 악법이라는 비판을 받아왔다”며 “국보법의 대부분 조항은 형법으로 대체 가능하며 남북교류협력법 등 관련 법률로도 충분히 규율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국민의힘은 국보법 폐지를 용인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국민의힘 송언석 원내대표는 ‘국가보안법 폐지, 누구를 위한 것인가’ 토론회에서 “국가정보원에서 대공수사권을 떼어내 경찰에 이관했지만 경찰은 그만한 준비가 제대로 안 돼 사실상 대공수사가 공중에 붕 뜬 느낌”이라며 “이런 상황에서 국보법을 폐지하려는 시도가 있다는 건 굉장히 심각한 일”이라고 지적했다. 연예계 이슈에 바로 직전 가장 큰 이슈였던 쿠팡 사태도 상대적으로 잠잠해졌다. 지난달 말 문자메시지 등을 통해 알려진 쿠팡 사태는 3370만명의 개인정보가 해외로 유출된 사건이다. 사실상 모든 고객의 정보가 털린 셈이다. 올 한 해 통신사, 카드사 등에서 개인정보 유출을 겪은 이용자는 또 한 번 직격탄을 맞았다. 쿠팡 사태는 해킹 등으로 정보가 유출된 여타 업체와 달리 전 직원의 소행으로 드러나면서 이커머스 업체의 보안 실태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지고 있다. 동시에 2010년 창업 이래 이커머스 시장을 독점하다시피 한 쿠팡 생태계의 민낯이 낱낱이 알려졌다. 동시에 쿠팡에서 일어난 노동자 사망사고도 재조명받는 중이다. 지난 10일에는 박대준 쿠팡 대표가 사임했다. 쿠팡은 “최근의 개인정보 사태에 대해 국민께 실망하게 한 점에 대해 매우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이번 사태의 발생과 수습 과정에서의 책임을 통감하고 모든 직위에서 물러나기로 했다”고 밝혔다. 사실상 경질이라는 의견이 많다. 당분간은 계속될 듯 일각에서는 음모론에서 한발 더 나아가 여당 쪽에서 연예계 이슈를 터트린 게 아니냐는 의심이 나오고 있다. 통일교 논란, 국보법 폐지, 쿠팡 논란 등 대형 이슈가 여당 쪽에 불리한 내용이 아니냐는 설명이다. 한편에서는 여야가 동시에 발을 걸치고 있는 사안인 만큼 특정 진영의 유불리를 따질 수 없다는 반박도 나온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