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 취재1팀] 차철우 기자 = 지방행정동우회(이하 동우회)법은 과거 자유한국당(현 국민의힘) 소속 정태옥 전 의원이 발의한 법안이다. 해당 법안은 법안심사소위서 문제의 소지가 있을 것이라는 몇몇 의원들의 부적절 의견이 나오기도 했다. 동우회법이 지난 20대 회기서 국회 본회의 통과하자 지방자치단체(이하 지자체)에선 동우회에 대한 지원 조례는 혈세 낭비라고 주장하고 있다.
동우회의 사전적 의미는 취미가 비슷한 사람끼리 모여 만든 모임이다. 그런 모임에 국민 혈세가 나간다면 큰 문제가 될 수 있다. 다만 해당 친목 모임이 전직 공무원들 소속이라면 세금 지원을 받는 것이 법적으로 문제되지 않는다.
친목 모임
동우회는 대부분 퇴직 공무원들로 이뤄진 단체다. 설립 목적은 퇴직 공무원들의 친목을 도모하며, 사회와 지역사회 발전에 기여하고 주변과 나눔을 하겠다는 것이 취지다.
회원 자격은 공무원 출신인 정회원과 지방행정직 출신으로 동우회 발전에 필요하다고 여겨 위촉하는 특별회원으로 구분돼있다. 전국적으로 200여개의 동우회가 존재하고 소속된 회원 수는 2018년 기준 총 6만2000여명(행정안전부 또는 지방공무원으로 재직해 퇴직 또는 전출한 사람 수)이다.
현재 강원도, 울산광역시 등 14개 지자체는 동우회에 세금을 지원하고 있다. 광역 지자체 중에서는 지원금 편성이 울산과 강원이 3000만원으로 가장 많았고, 경남도가 2600만원 정도로 그 다음 순위다.
지원 분야는 회보 제작, 봉사활동, 작품 전시회, 견학 등으로 전 공무원들의 실제 친목활동을 지원하고 있다. 현직 공무원도 해당 동우회에서 특별회원으로 인정해주면 친목 활동을 할 수 있다.
전·현직 공무원들이 함께 활동해 충분히 문제가 발생할 수 있지만, 동우회와 관련한 지원법은 법률 근거가 있기 때문에 전부 합법이다.
법안이 마련되기 전에도 지자체에서는 동우회에 예산을 지원해왔다. 그러나 불필요하다는 이유로 행정안전부(이하 행안부)가 지난 2014년, 동우회에 관한 보조금 지원을 금지하는 조항을 만들었다. 국민권익위원회 역시 이듬해인 2015년에 권고사항으로 보조금과 관련한 지원 행위 개선을 촉구했다.
사실 동우회는 비영리 민간단체기 때문에 사업신청을 통해 충분히 국가로부터 지원받을 수 있는 방법이 있다. 이런 점에도 불구하고 당시 자유한국당 정태옥 의원은 지난 2018년 법안을 발의했다.
강원 울산 등 14개 지자체 세금 지원
“국가 보조금 체계와 맞지 않아” 지적
경찰이나 소방관 등의 동우회들은 관련법이 있어 지원을 받지만, 동우회는 관련법이 없어 지원받지 못한다는 것이 주된 이유였다. 퇴직 지방 공무원들이 쌓은 업무 전문성을 토대로 지역발전에 이바지하기 위함이라는 부분도 근거로 내세운다.
행안부 조의섭 법안심사위원회 수석전문위원은 “동우회법의 입법 필요성을 느끼기가 어렵다”며 해당 법안이 통과돼야 하는 이유에 대해 의문을 던졌다. 더불어민주당 김한정 의원도 “전직 공무원의 행복을 위해 지원해달라는 것으로 보이므로 오해의 소지가 충분하다”고 비판했다.
해당 법의 검토 보고서도 6조, 14조, 15조 항목에 법안의 문제점이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6조는 동우회가 추진하는 사업의 범위가 포괄적인 데다 구체적인 판단이 서지 않는다는 것이다. 또 14조와 15조의 경우도 동우회는 정책 등과 관련된 사안이 있다고 보지 않았다.
동우회의 친목이라는 목적성이 두드러져 지자체가 사업 보조금을 지원하는 것은 현재 국가가 시행하고 있는 보조금 체계와 맞지 않다고 의견도 내놨다.
동우회법 통과 이후 행안위의 수정 및 검토 의견에 따라 14조 중 운영비 지원 부분이 수정됐지만 여전히 사업 실시를 검토해 적정하다는 판단이 나오면 보조금을 지원받을 수 있다. 올해 행정안전부에서 발표한 지방자치단체 예산편성 운영 기준 및 기금운용계획 수립 기준에는 그동안 금지시켜왔던 보조금 예산편성 조항마저 삭제됐다.
취지는 봉사활동을 위해!
실제론 은퇴 후 삶 위해?
그러자 전국 지자체들은 관련 법안에 대한 조례를 제정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여수시의회 역시 조례 제정이 필요하다며 발의했는데 논란을 빚고 있다.
일각에선 주민생활과 연관된 예산을 삭감해버린 기획행정위원회가 공무원 출신인 김행기 기획행정위원장이 발의한 친목단체에 대한 지원조례를 제정한다는 게 어폐라고 지적한다. 결국 은퇴 후 자신이 할 친목을 위해 발의한 조례가 아니냐는 이야기도 나온다.
과거 조례와 관련해 2013년 대법원은 퇴직 공무원에 대한 보조금 지급과 조례 제정은 특혜라고 판결한 바 있다.
대구 경제실천연합은 동우회에 지원하는 조례, 예산지원이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며 우려했다. 국가에서 봉사활동을 하는 단체에게 보조금을 지급하는 것이 충분히 가능한데, 해당 법이 계속 시행된다면 결국 특혜 문제, 전·현직 공무원의 유착 등 각종 의혹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또 회원 자격 중 현직 공무원도 구성원으로 참여 가능한 상황에서 지자체가 예산을 지원할 수 있도록 한 점은 문제가 있다는 입장이다. 이들은 동우회가 국가 발전과 사회공익 증진에 이바지한다는 설립 목적과 반대로 전·현직 공무원, 공직사회에 대한 시민의 불신을 이끌어낼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기도 했다.
밥그릇 세팅
해당 법이 시행되고 있는 현재 약 50개의 지자체에서 지방행정 동우회 활동 관련 조례들이 제정되거나 발의가 예정돼있다. 법안을 발의했던 정 전 의원이나 김 위원장은 전직 공무원 출신이다. 일각에선 “공무원 출신 의원들이 스스로에게만 이득이 되는 법을 제정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은퇴 후 봉사라는 명목하에 자기 밥그릇을 챙기기 위한 수단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