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돌아온 양정철 정권 말 역할론

이유 없는 복귀는 없다

[일요시사 정치팀] 김정수 기자 =  2017년 대선과 2020년 총선. 정부 여당 승리의 주역인 양정철 전 민주연구원장이 돌아왔다. 눈길이 가는 건 그의 복귀 시점이다. 더불어민주당 선거마다 매번 기여했던 그가 대선을 앞두고 등장해서다. 당장 역할론이 제기되면서 양 전 원장의 발걸음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양정철 전 민주연구원장은 올해 1월 미국으로 떠났다. 그가 도착한 곳은 미국 싱크탱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양 전 원장은 이곳에서 연구 활동을 진행한 것으로 전해진다. 그랬던 그가 3개월 만에 한국 땅을 밟았다. 왜 일까. 

컴백

양 전 원장의 행보는 ‘선거’라는 키워드로 요약할 수 있다. 선거활동에 기여한 뒤 홀연히 떠나고, 다시 선거판에 뛰어들어 물러나는 식이었다. 시작은 지난 대선이었다.

양 전 원장은 2017 대선에서 ‘광흥창팀’의 핵심 멤버였다. 광흥창팀은 문재인 대통령 당선의 일등 공신 그룹이다. 그래서인지 문재인정부 출범 이후 요직을 차지했다.

임종석 전 청와대 비서실장, 탁현민 청와대 의전비서관, 송인배 전 제1부속비서관과 현재는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의원인 윤건영 전 청와대 국정상황실장, 한병도 전 청와대 정무수석 등이 대표적이다.


반면 양 전 원장은 ‘자연인’으로 돌아갔다. 그는 “내 역할은 끝났다”며 미국과 뉴질랜드, 일본 등을 오가며 유랑생활을 보냈다.

이듬해인 2018년. 지방선거 시즌이 시작되면서 양 전 원장에 대한 관심도 덩달아 늘었다. 출마 여부에 대해서였다. 당시 정치권 안팎에서는 ‘그가 나설 때가 됐다’고 내다봤다. 하지만 양 전 원장은 단호했다.

그는 “직접 나설 일도, 선거를 도울 일도 없다”며 세간의 예측에 선을 그었다. 실제로 양 전 원장은 북 콘서트 등을 위해 잠시 귀국했지만 곧바로 한국을 떠났다.

대선 앞두고 귀국 미묘한 시기
선거 때마다 오더니…이번에도?

그랬던 그가 이듬해인 2019년 모습을 드러냈다. 총선을 약 1년 앞둔 때였다. 양 전 원장은 그해 4월 민주연구원장에 취임했다. 당시 민주연구원은 민주당의 총선 전략 기지로 진용을 갖추고 있었다. 다시 말해서 양 전 원장은 민주당의 2020 총선을 진두지휘할 사령관 자리에 앉은 셈이었다.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양 전 원장은 ‘공룡 여당’을 탄생시켰다. 양 전 원장이 나설 때가 왔다는 관측이 있었다. 하지만 양 전 원장은 총선 직후 민주연구원장직을 내려놓고 지난 1월 미국으로 떠났다.

3개월이 지나고 양 전 원장은 한국으로 돌아왔다. 공교롭게도 오늘날 정국은 대선 국면으로 접어들고 있다.


민주당은 5·2 전당대회를 앞두고 있었다. 이어 9월에는 민주당 대선 경선, 내년 3월에는 대선 본선이 치러진다. 양 전 원장은 매번 중요한 선거 때마다 핵심에 있었다. 그만큼 이목이 집중됐다.

양 전 원장의 일거수일투족에 관심이 쏠리는 이유는 대선과 총선에서의 활약상도 있지만, 문 대통령의 최측근이라는 평가 때문이다.

양 전 원장 앞에는 줄곧 ‘문재인의 남자’ ‘문재인의 복심’이라는 수식어가 붙는다. 양 전 원장과 문 대통령의 인연은 참여정부에서 시작됐다.

당시 양 전 원장은 청와대 홍보기획비서관으로, 문 대통령의 정치 입문을 적극 도운 것으로 전해진다. 이어 2016년 문 대통령과 히말라야 트래킹을 다녀오며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하지만 양 전 원장이 문 대통령의 최측근이라는 점과 그의 입지가 불균형을 이루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2017년 대선 시점으로 되돌아가 보면, 양 전 원장은 13인으로 구성된 광흥창팀의 핵심이었다. 광흥창팀은 청와대에 대거 입성했고, 현재까지도 왕성하게 활동 중이다.

윤건영 전 청와대 국정상황실장 등 지난해 총선에서 국회의원으로 당선되는 경우가 있는가 하면, 임종석 전 비서실장처럼 대선급 후보로 몸값을 올리는 사례까지 다양하다.

문 최측근? 아니란 시각도
가능성 높은 시나리오는?

반면 양 전 원장은 광흥창 멤버 중 유일하게 청와대로 들어가지 못했다. 2018 지방선거와 2020 총선에서 그의 출마 가능성이 고개를 든 이유다. 하지만 양 전 원장은 따로 출사표를 던지지 않았다. 총선 시기에 맞춰 민주연구원장을 1년 정도 지낸 게 전부다. 

총선 이후 양 전 원장은 문 대통령의 ‘마지막 비서관’이 될 것이란 가능성이 제기됐다. 하지만 유영민 청와대 비서실장이 임명되면서 양 전 원장은 미국으로 떠났다.

그래서인지 일각에선 양 전 원장을 더 이상 ‘문재인의 복심’으로 볼 수 없다고 해석한다. 특히나 문 대통령이 임기 말에 접어든 상황에서 어떠한 역할도 수행하지 않고 있다는 점이 힘을 싣는다.

물론 양 전 원장은 “문 대통령께 부담이다”라는 이유로 출마나 요직을 한사코 거부한 바 있다. 하지만 오늘날 문 대통령은 4·7 재보선 참패와 정부·여당을 관통하는 여러 악재들로 레임덕 위기에 봉착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양 전 원장이 나서기에 적합한 환경이 조성됐지만 그렇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다.


양 전 원장은 어디를 향하고 있을까. 내년 대선에서 등장할 것이란 시나리오가 설득력을 얻고 있다. 실제로 양 전 원장은 이에 대해 언급한 것으로 전해진다.

<국민일보>에 따르면 양 전 원장은 지난 1월 출국 직전 여권 관계자들과 만나며 대선 국면에서 역할을 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으로 알려졌다.

어디로?

한 관계자는 “양 전 원장이 ‘다음 대통령을 배출하는 것까지가 나의 임무다. 내가 할 일은 정권재창출을 위해 다시 노력하는 것’이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이어 “양 전 원장 본인은 정치에서 벗어난다는 게 직을 맡지 않겠다는 뜻이고, 당원으로서의 역할은 하겠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단독 입수> 노상원 수사 기록 ②부정선거에 꽂힌 내막

[단독 입수] 노상원 수사 기록 ②부정선거에 꽂힌 내막

[일요시사 취재1·정치팀] 오혁진·박희영·김철준 기자 = 12·3 내란 사태가 발생한 지 6개월이 지났다. 특검이 출범하면서 관련 수사도 발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현재까지 여러 언론을 통해 핵심 인물들의 수사 기록이 일부 보도됐다. 그러나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에 대한 내용은 구체적으로 언급된 바 없다. <일요시사>는 경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단의 ‘노상원 수사 기록’을 단독으로 입수해 공개하기로 했다. “부정선거 증거가 차고 넘치고 나중에는 드러날 것이다.” 노상원 전 국군정보사령관이 수사기관에 진술한 내용이다. 그가 윤석열 전 대통령과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처럼 부정선거 음모론에 꽂혀 있다는 걸 알 수 있는 대목이다. 노 전 사령관은 윤 전 대통령의 지지자들이 주최하는 집회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했다. 사실상 수년 전부터 망상에 빠져있었다고 볼 수 있다. 같은 생각 노 전 사령관이 윤 전 대통령 지지자들이 주도하는 부정선거 음모론 집회에 참여하기 시작한 건 2년 전부터로 추정된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노 전 사령관 수사 기록에 따르면 그는 부정선거 음모론 집회와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의 집회에 여러 차례 참여했다. 노 전 사령관이 전 목사와 개인적으로 알았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다만 노 전 사령관은 김 전 장관에게 집회에 참여할 때마다 당시 분위기와 참석자들이 윤 전 대통령을 어떻게 생각하는지에 대해 텔레그램으로 자신의 의견을 전달했다. 1년간 ‘극우 집회’를 분석한 노 전 사령관은 부정선거 음모론에 집착하기 시작했다. 그는 “문상호, 정성욱, 김봉규 등과 만날 때 주로 어떤 말을 했느냐”는 경찰 측의 질문에 “선관위를 얘기했는지는 잘 모르겠는데 선관위가 부정선거의 온상이라고 김용현 전 장관이 많이 말씀하셨다. 나에게도 여러 번 선관위의 부정선거에 대해 알아보라고 지시했고 네이버로 찾아도 봤다”고 말했다. “부정선거를 주로 누구에게서 들었냐”는 경찰 측의 질문에는 “관련 집회에 여러 번 참여하면서 들었고 특정 인물이 누구인지 실명을 거명하긴 그렇다. 나도 김 전 장관에게 보고를 해야 해서 스스로 공부도 많이 했다. 여론조사 조작이나 선거 부정은 합리적인 근거가 있다”고 했다. 전 주도 윤 지지자 극우 집회 직접 참석 김과 텔레그램으로 부정선거 자료 공유 노 전 사령관은 부정선거의 근거로 “선관위 산하에 여론조사심의위원회가 있다. 여론조사기관은 여론조사심의위에 등록해야 한다. 여론조사기관의 갑이다. 여론조사심의위원회는 9명으로 위원장 이대영 사무총장과 강성봉 등이고 그 밑에 쭉 있는데 7명이 진보 계열 인물이다. 여론조사기관이 편향되어 있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고 주장했다. 노 전 사령관은 부정선거 음모론자들이 주장하는 임시선거사무소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네이버에 검색하면 다 나오는데 2021년 국회의원 선거 때 동작구 선거사무소가 있는데 옆을 임대해서 임시선거사무소를 만들었었다. 언론에 나오니까 발뺌했었고 김 전 장관에게 보고하자 김 전 장관이 더 많은 자료를 보내 줬었다”고 했다. 노 전 사령관은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이하 선관위)의 부정선거가 확실하다며 “결국에는 다 까질 것이다. 전산은 한 번 까지면 되돌릴 수가 없다. 폭파하거나 고물상에 갖다 버리지 않는다면 전산은 결국 까진다. 북한이 쳐들어온 것도 아니고 서울 상공에 포를 쏜 것도 아니지만 윤석열 전 대통령께서는 선관위의 부정선거가 확실하다고 생각하시고 정국이 전시에 준하는 사태라고 민감한 상황이라고 보신 것 같다. 그런 상황이 아닌데도 그렇게 행동한 건 그만큼 절박했기 때문이라고 본다. 2시간짜리 호소였다. 만약 국회 결정을 윤 전 대통령께서 받아들이지 않았다면 유혈사태가 났을 것”이라고 윤 전 대통령을 옹호했다. 노 전 사령관은 지난해 12월 초, 선관위가 서버 교체를 검토했다가 교체하려 했던 것을 두고 “윤 전 대통령께서 어디에선가 확실하고 핵심적인 정보를 들으셨을 것 같다. 서버 조작이 있었기에 그 서버를 우리가 확보하려 할 때 선관위 측이 폭파했을 수도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의 군검찰·검찰 피의자 신문조서를 보면 윤 전 대통령은 지난해 8월 초 ‘정보사 군무원 간첩 사건 수사 결과’를 보고받는 자리에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대표였던 이재명 대통령을 포함한 정치인 등 인물들에 대해 “비상대권을 사용해 이 사람들에 대해 조치를 해야 한다”며 “현재의 사법체계, 형사소송법, 방탄국회 및 재판지연 아래에선 이런 사람들을 어떻게 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재명 조치’ ‘2시간짜리 계엄’ 겹치는 윤·노 발언 "서버 확보하려 했다면 선관위가 폭파했을 것” 주장 윤 전 대통령이 “비상대권을 사용한 조치”를 언급한 건 한두 번이 아니다. 그만큼 이 대통령과 자신의 의견을 거스르는 인물들에 대한 복수심이 극에 달했던 것으로 해석된다. 이는 노 전 사령관도 마찬가지다. 노 전 사령관은 경찰에 “김용군(대령)과 구삼회 등에게 ‘이재명은 죄가 7개인데 봐주고 지연시키고 구속도 안 되고 당 대표까지 하는데 더불어민주당이 감사원장, 중앙지검장, 판사 등을 모두 탄핵하려고 하는 게 과연 올바른 세상이냐’고 한 적이 있다”고 진술했다. 윤 전 대통령과 노 전 사령관이 언급한 말이 일치하는 건 이뿐만이 아니다. 윤 전 대통령은 지난해 12월12일 “국정원 직원이 해커로서 해킹을 시도하자 얼마든지 데이터 조작이 가능했고 비밀번호도 아주 단순해 ‘12345’ 같은 식이었다”고 주장한 바 있다. 노 전 사령관도 “선관위가 헌법기관인데 스스로 깨끗해야 하거나 아무런 문제가 없어야 하는데 황제·세자 채용 등 문제가 나왔다. 각종 할 수 있는 최악의 것은 다 저질렀다. 그리고 전산 해킹이 언급될 때 서버 본체를 보여준 것도 아니고 일부 샘플만 살짝 보여줬는데 얼마든지 전산 조작이 가능하고 해킹에 얼마나 취약하면 비밀번호가 ‘1234’냐. 이미 그런 게 다 나왔다. 그렇게 떳떳하면 왜 본체를 못 열어주나”고 말했다. 그러나 조태용 국정원장은 같은 해 12월 검찰 조사에서 “선관위 시스템에 보안상 취약점이 발견됐지만, 부정선거에 관한 단서는 전혀 포착하지 못했다”는 내용으로 보고했다고 진술했다. 일각에서는 노 전 사령관이 윤 전 대통령과 직접 비화폰으로 연락을 주고받았을 것이라는 보고 있다. 실제 노 전 사령관도 지난해 12월2일 자신의 지인에게 윤 전 대통령과의 친분을 과시했다. 노 전 사령관은 당시 “나 같은 경우는 브이(V, 윤 전 대통령 지칭)하고 이렇게 좀 도와드리고 있다. 원래 한 4~5년, 3~4년 전에 알았다뿐이고 그래서 이제 뭐 이렇게 여러 가지로 좀 도와드리고 있다. 비선으로”라고 했다. 친분 과시 노 전 사령관은 안산 ‘롯데리아 회동’에 참석했던 구삼회 전 육군 2기갑여단장에게도 “며칠 전에는 김용현과 함께 대통령도 만났다. 갈 때마다 대통령이 나한테만 거수경례를 하면서 ‘사령관님 오셨습니까’라고 한다. 내가 이런 사람이다. 대통령과 장관 같이 만난다. 나는 벌써 여러 번 만났다”고 했다. <hounder@ilyosisa.co.kr> <hypak28@ilyosisa.co.kr>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