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 악연’ 이해찬-김종인 대선 대리전

‘파이널 라운드’ 리모컨 들고 붙는다

[일요시사 정치팀] 김정수 기자 = 30년 악연의 마침표가 찍힐 수 있을까.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전 대표와 국민의힘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이 재격돌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그것도 대선에서 말이다. 직접 칼을 맞대는 건 아니다. 한 발짝 물러나 대리인을 앞세우는 식이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해찬 전 대표와 국민의힘 김종인 전 비대위원장은 ‘영원한 숙적’으로 불린다. 질기고 질긴 악연은 33년 전 시작됐다.

아주 아주
질긴 인연

지난 1988년 13대 총선 당시 김 전 위원장은 민주정의당 후보로 서울 관악을에 출마했다. 11·12대 전국구 국회의원을 지냈던 그였지만 공교롭게도 고배를 마셨다. 그의 질주를 멈춘 건 무명 정치인 이 전 대표. 평화민주당 소속이었던 그는 4.06%포인트 차로 김 전 위원장을 꺾으며 관악에 깃발을 꽂았다.

붗꽃은 2016년 다시 튀겼다. 민주당 비대위원장이었던 김 전 위원장은 이 전 대표를 공천에서 탈락시켰다. 반발한 이 전 대표는 민주당을 탈당했고, 무소속으로 출마해 보란 듯이 세종시에 당선됐다.

지난해 21대 총선에서는 사령관급으로 맞붙었다. 이 전 대표는 민주당 공동상임선대위원장을, 김 전 위원장은 국민의힘 총괄선대위원장을 맡았다. 결과는 민주당의 압승이었다. 


이 전 대표의 웃음은 그리 오래가지 못했다. 그는 4·7 재보선 승리를 장담했지만 민주당은 참패했다. 반면 김 전 위원장은 선거 승리를 거머쥐었을 뿐 아니라, 국민의힘이 내년 대선에서 반전을 꾀할 만한 발판을 마련해줬다는 평가까지 받아냈다.

영원한 숙적으로 불리는 두 정계 거물. 엎치락뒤치락 치고받았던 이들의 대결은 한 차례 더 이뤄질 전망이다. 무대는 오는 2022년 대선이다.

이 전 대표나 김 전 위원장이 대선 출사표를 던질 가능성은 미미하다. 대신 지난해 총선에서 선거판을 지휘했던 것처럼 ‘킹메이커’ 역할을 할 것이란 분석이다. 그만큼 대리전으로 흘러갈 공산이 크다. 

우선 이 전 대표는 정계은퇴를 선언한지 오래다. 그는 지난해 8월 당 대표직에서 물러나면서 “현역에서 은퇴하는 것이기 때문에 제가 할 수 있는 역할이 많지 않을 것이라 생각한다. 당원으로서의 역할에 충실하겠다”고 밝혔다.

실제로 이 전 대표는 민주당에서 어떤 직도 맡고 있지 않다. 하지만 정치권 관계자들은 이 전 대표의 영향력이 건재하다고 입을 모은다. 왜 일까?

주고받으며 아웅다웅…정치 라이벌
내년 대선 두 거물 막후 역할 주목

시선은 민주당 차기 지도부로 향한다. 지난 16일 민주당 원내대표로 윤호중 의원이 선출됐다. 그는 재적 의원 174명 중 169명이 참여한 투표에서 104표를 획득했다. 여기에 이 전 대표가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했다고 전해진다.


윤 원내대표는 ‘강성 친문’으로 분류되지만 그 이전에 ‘이해찬의 복심’ ‘이해찬계 친문’으로 불린다. 그는 이 전 대표가 당 대표를 지냈던 시절, 민주당 사무총장을 지냈다.

그래서인지 이 전 대표 측근들이 윤 의원의 원내대표 선거를 지원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 전 대표도 원내대표 선거 판세 등을 살펴본 것으로 알려졌다. 사실상 그의 당선을 도왔다는 것이다.

오는 2일 실시되는 전당대회도 비슷한 맥락이다. 향후 이 전 대표가 발휘할 수 있는 운신의 폭이 결정되는 순간이라는 시각이다.

이 전 대표는 당 대표 선거에 출마한 우원식·홍영표 의원의 후원회장이다. 물론 후원회장을 맡고 있다는 자체만으로 이 전 대표의 영향력을 가늠하기는 어렵다. 일례로 민주당 이낙연 전 대표는 국회의원 수십명의 후원회장을 맡고 있다.

다만 우·홍 의원 모두 이 전 대표의 ‘지지’를 받고 있다고 강조하는 점을 미뤄볼 때, 그가 표심을 끌어 모을 수 있는 요인이자 당에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는 방증으로 해석할 수 있다.

우 의원은 지난 19일 라디오 프로그램에서 “(이 전 대표가)이번에 당 대표 후보 후원회장도 맡아주셨다”며 “이 전 대표가 저를 지지하는 것이라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이 전 대표가 ‘당 대표는 듬직한 사람, 곰 같은 사람, 자기를 내세우지 않고 당의 베이스캠프 역할을 제대로 할 사람이 돼야 한다’고 얘기했다”며 “제 별명이 곰이라서 그런 이야기를 하신 것 같다”고 힘줘 말했다.

차기 민주당 지도부는 내년 대선 후보를 결정하는 데 있어 결정적인 역할을 수행하게 된다. 민주당 원내대표는 ‘친 이해찬계’인 윤 의원이다. 차기 당 대표까지 이 전 대표와 가까운 사람이 당선된다면, 그의 존재감은 더 공고해질 전망이다.

바꿔 이야기하면 이 전 대표의 영향력이 차기 대선 후보에게 닿을 수 있다는 해석이다.

앞서 이 전 대표는 지난 2018년 8월 전당대회에서 ‘20년 집권론’을 펼친 데 이어 지난달 18일 “김대중·노무현·문재인 대통령에 이은 네 번째 대통령을 만들고 싶다”며 의중을 드러낸 바 있다. 그가 내년 대선에서 ‘킹메이커’로 나설지 귀추가 주목되는 대목이다.

상왕
킹메이커

다만 이 전 대표의 역할론이 과대평가됐다는 해석도 있다. 이 전 대표는 정계은퇴 이후 동북아평화경제협회 이사장으로 활동 중이다. 협회의 사무실이 여의도인 만큼 이 전 대표와 민주당 의원 간 교류가 비교적 자유로울 수밖에 없다. 이 과정에서 부풀려졌다는 분석이다.


또 이 전 대표가 이번 재보선 과정에서 ‘거의 이겼다’는 등의 선거 메시지를 던졌지만 별다른 효과를 보지 못했다는 점도 간과하기 어렵다.

반면 김 전 위원장은 지난해 6월 미래통합당(국민의힘 전신) 비대위원장을 맡아 당을 손질하기 시작했다.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재보선 승리를 쟁취한 국민의힘은 정권 탈환의 꿈을 키울 수 있게 됐다.

그만큼 김 전 위원장에게 국민의힘은 마음이 쓰이는 당으로 보였지만 현실은 달랐다. 재보선 종료와 동시에 임기를 끝마친 김 전 위원장은 국민의힘에 대한 비판 수위를 높였다.

김 전 위원장은 국민의힘 내 당권 경쟁을 두고 ‘아사리판’이라고 비판하는가 하면, 국민의힘과 국민의당의 합당을 두고 양당 지도부가 ‘작당’을 벌이고 있다는 표현을 거침없이 내뱉었다. 그러면서 김 전 위원장은 윤석열 전 검찰총장에게 러브콜을 보냈다.

시작은 민주당 금태섭 전 의원과의 회동이었다. 앞서 금 전 의원은 국민의힘 입당설을 부정하면서 ‘윤 전 총장이 들어 올 수 있는 당을 창당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그러자 김 전 위원장은 언론 인터뷰에서 ‘윤 전 총장이 금 전 의원의 신당으로 가는 상황이 전개될 수 있다’고 말했다.

당장 제3지대에 대한 기대가 커졌다. ‘김종인-금태섭’을 기반으로 하는 3지대에 ‘윤석열’이라는 대어가 들어오는 그림이었다.


하지만 김 전 위원장은 금 전 의원과의 면담 이후 기자들과 만나 “3지대는 없다” “정치할 생각이 없다” “역할은 없다”며 선을 재차 그었다.

눈길이 가는 건 ‘금 전 의원이 창당한다면 도와줄 것이냐’는 질문에 대해서는 “금 전 의원이 당을 만들지 안 만들지는 내가 모른다”며 말을 아꼈다는 사실이다. 결국 금 전 의원의 창당  시점과 윤 전 총장의 합류 여부에 따라 김 위원장이 운신의 폭을 결정할 수 있다는 가능성이 제기됐다. 

러브콜
화답할까

실제로 김 전 위원장은 윤 전 총장을 향해 메시지를 꾸준히 던지고 있다. 김 전 위원장은 윤 전 총장에 대해 “별의 순간을 잡은 것 같다” “지금 시대정신인 공정을 완전히 자기 것으로 만들어버렸다”며 호평하기도 했다. 

김 전 위원장은 국민의힘에 대한 비판도 놓치지 않았다. 그는 윤 전 총장의 거취에 대해 “지금 (정돈되지 않은)국민의힘에 들어가 흙탕물에서 같이 놀면 똑같은 사람이 되는 것”이라며 “백조가 오리밭에 가면 오리가 돼버리는 것과 똑같은 것”이라고 주장했다.

결국 ‘국민의힘에는 들어가지 말고, 내 쪽으로 와라’는 메시지를 던졌다는 분석이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김 전 위원장이 윤 전 총장의 영입에 성공한다면, 내년 대선에서 국민의힘을 제치고 상당한 역할을 소화해낼 것이라고 점친다.

그래서일까. 국민의힘은 김 전 위원장과 윤 전 총장을 두고 힘겨루기를 하는 모양새다. 국민의힘 의원들은 이구동성으로 ‘윤 전 총장은 우리 당에 들어와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국민의힘 권성동 의원은 지난 22일 “정무 감각이 있다면 (윤 전 총장이)제3지대에 머무르지 않을 것으로 확신한다”고 밝혔다.

국민의힘 장제원 의원은 지난 20일 “당 밖에 있는 야권의 유력 대선후보에 대한 입당 불가론은 유력 대권 후보와 제1야당을 이간질하려는 유치한 말장난에 불과한 것”이라며 김 전 위원장을 저격했다. 

김 전 위원장은 여야를 넘나드는 킹메이커로 유명하다. 2002년에는 노무현 전 대통령이, 2007년에는 이명박 전 대통령이 김 전 위원장에게 자문을 구했다. 2012년에는 박근혜 전 대통령과 2017년 문재인 전 대통령이 대선에서 승리하는 데 일조한 바 있다.

종합해보면, 이 전 대표와 김 전 위원장은 각자의 방식대로 대선 후보를 내세워 내년 대선에서 대리전을 치를 것으로 분석된다. 이 전 대표는 정계 은퇴를 선언한 만큼 물밑에서, 김 전 위원장은 거취에 따라 지원 방식이 결정될 전망이다.

이-이재명, 나쁘지 않은 분위기
김-윤석열, 손잡을 수 있을까

차기 대권 선호도 여론조사는 최근까지 2강 구도를 유지하고 있다. 이재명 경기도 지사와 윤 전 총장이다.

지난 22일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 등 4개 여론조사기관이 합동 조사한 4월 3주차 전국지표조사 차기 대선주자 적합도에 따르면 이 지사가 25%, 윤 전 총장 22%로 나타났다(자세한 내용은 여론조사 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

당장 놓고 봤을 때, 차기 대선주자들과 킹메이커의 궁합은 어떨까. 우선 이 지사와 이 전 대표의 관계는 나쁘지 않다는 게 정치권 안팎의 중론이다. 

지난 2018년 이 지사는 선거법 위반 혐의 등으로 곤욕을 치른 바 있다. 당시 친문 진영 내에서도 이 지사를 손절하는 분위기가 감지됐다. 하지만 이 전 대표 체제의 민주당은 이 지사에 대한 징계를 따로 하지 않았다.

최근에는 ‘이해찬-이재명 연대론’이 제기되고 있다. 이 지사는 지난달 24일 ‘최근 이 전 대표와 개인적으로 만난 일이 있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식사를 한 번 했다”면서도 “현재 선거나 정치구도에 관한 것 때문은 아니고 당을 위해 고생하신 대선배와 오랜만에 사적으로 식사를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이 전 대표는 이 지사에 대해 “그동안 여러 차례 혹독한 검증을 받았다”며 “현재 지지도가 계속 유지될 것”이라고 내다본 바 있다.

둘의 연대 가능성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이 전 대표는 오는 5월 말 ‘2021 DMZ 포럼’에서 기조연설자로 나선다. DMZ포럼은 이 전 대표가 이사장으로 있는 동북아평화경제협회와 경기연구원이 주관해왔다. 이 전 대표가 이 지사에 대한 지원 사격을 이어가는 모양새다.

이 지사는 지난해 DMZ포럼에서도 이 전 대표에게 포럼 공동 주최에 대한 감사의 뜻을 전한 바 있다.

김 전 위원장은 지난 20일 <경향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윤 전 총장을 언급하면서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의 사례를 소개한 바 있다.

연대 가능성
궁합은 과연?

마크롱 대통령은 중도 신당인 앙마르슈를 만들어 정권을 잡았고, 거대 양당인 사회당과 공화당은 붕괴됐다. 이후 앙마르슈가 기존 정당을 흡수했다. 이처럼 김 전 위원장의 경우, 윤 전 총장의 화답 여부가 관건이다. 김 전 위원장은 윤 전 총장을 뺀 나머지 야권을 모조리 비판하면서 윤 전 총장과 본인 중심의 야권 정계개편을 노리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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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 상병 특검’ 공수처 불편한 속내

‘채 상병 특검’ 공수처 불편한 속내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채 상병 특검’ 목소리가 커지기 시작했다. 야권의 4·10 총선 압승으로 더불어민주당의 움직임에도 속도가 붙었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는 난감하기만 하다. 부족한 인력으로 인해 수사의 첫 단추도 끼우지 못하는 실정이다. 발 빠른 수사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공수처 안팎에서는 정치권의 책임 떠넘기기에 불만의 목소리가 터져 나오기 시작했다. “조직이 와해되기 직전인데 수사에 속도가 어떻게 나겠느냐?”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 출신 한 변호사의 말이다. 요즘 공수처의 분위기는 참혹하다. 해병대 ‘채 상병 사건’으로 반전을 꾀하고 싶어도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 특별검사(이하 특검) 목소리가 거세지면서 ‘비교 대상’으로 전락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대통령실 압수수색? 채 상병 사건 특검법 추진 논의가 본격화되면서 공수처의 분위기는 암흑 상태다. 검찰 제도를 보완해 ‘상설특검’ 명목으로 출범했음에도 ‘늑장·부실’ 수사 논란 속에 결국 사건 기록을 특검에 넘겨줘야 하기 때문이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오는 5월2일, 임시국회를 열어 법안을 표결하자는 분위기다. 법안 통과를 위해서는 국회의장과 여당의 협조가 필요한데, 총선 이후 여당 일각서도 채 상병 특검에 동의하는 분위기가 표출되고 있다. 채 상병 특검 법안은 지난해 10월 신속처리안건(패스트트랙)으로 지정된 뒤 180일의 숙려 기간을 거쳐 본회의 표결만 하면 언제든 통과할 수 있는 상황이다. 채 상병 사건 수사 갈래는 크게 두 가지다. 무리한 수색 지시 등 책임자를 가리는 본안 수사가 경북지방경찰청서 진행 중이고, 해병대 수사단의 초동 조사에 국방부와 대통령실 관계자가 개입했다는 외압 의혹은 공수처가 맡고 있다. 외압 핵심 피의자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이 지난달 주호주대사로 임명돼 부임 후 사퇴하는 과정서 대통령과 법무·외교부 장관의 직권남용 의혹도 공수처에 추가로 고발됐다. 야권이 특검을 통해 밝히려는 사안의 실체는 수사 외압에 집중돼있다. 특검이 통과되면 공수처가 내려던 실적이 특검으로 넘어가는 건 불 보듯 뻔한 일이다. 민주당은 이 대사 임명 과정서의 추가 의혹도 특검법안을 수정 발의해 포함할 계획이다. 공수처는 수사의 무게를 일부 덜겠지만, 6개월 넘게 진행해온 사건 기록을 외부에 넘긴다는 건 또 다른 비판의 빌미를 제공하는 셈이다. 특검 추진 본격화…수사팀 의욕 잃어 “이럴 거면 왜 강조하나” 불만 증폭 공수처 출신 한 변호사는 “인력난 때문에 고전하는 상황이다. 내부 얘기를 들어보면 ‘죽을 맛’이란다. 채 상병 사건 수사는 최선을 다하려 했는데 특검이 언급되면서 수사팀의 의욕이 상실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공수처법상 수사 범위와 인원 범위가 지나치게 제한돼있어 실질적인 수사 기능을 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는 설명이다. 공수처법은 공수처의 수사 범위를 현직 공직자와 그 가족, 퇴임 3년 이내 전직 고위공직자로 한정하고 있다. 공수처 검사와 수사관의 인원을 확대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현재 공수처법이 규정하고 있는 검사와 수사관의 규모는 처·차장 포함 검사 25명, 수사관 40명이다. 공수처법을 추진할 당시 규모는 검사 30~50인, 수사관 50~70인이 제안됐지만 법무부와 국회의 논의를 거치면서 현재 정원으로 대폭 감소했다. 공수처 관계자는 “총선과 무관하게 지속적으로 인원 확대와 관련해 국회와 논의를 이어가고 있다”며 “검사의 신분보장을 위한 임기에 대해서도 개선해야 할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앞서 공수처는 최소한의 행정인력이라도 확보할 수 있도록 법을 개정해 달라고 호소한 바 있다. 현행법상 행정인원 정원은 20명인데 지난 2022년 공수처는 행정직원 중 국·과장과 직제 파견자 등 7명을 제외하면 실제 가용인원이 13명에 불과해 수사관을 행정인력에 투입해야 할 상황에 놓인 바 있다. 공수처가 제 기능을 하기 위해서는 법 개정이 필수적이라는 분석에 무게가 실리는 이유다. 특히 공수처의 수사권과 기소권을 일치시켜 수사의 효율성을 높여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공수처는 ‘공수처법상 기소권 없는 사건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 연구용역’을 발주하는 등 수사 대상과 기소 대상의 불일치로 발생하는 구속영장 논란을 정리하기 위한 연구에 착수하기도 했다. 인력난 가중화 지금까지 공수처가 채 상병 사건을 수사한 상황을 보면 초기 단계에 불과하다. 지난해 12월 이 전 장관 등을 출국금지했고, 한 달 후인 지난 1월 압수수색에 착수했다. 이후 포렌식과 참고인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이 전 장관을 비롯한 국방부 지휘부와 해병대 수뇌부 등에 대한 조사는 특검의 몫이 될 가능성도 있다. 경우에 따라 대통령실, 국가안보실 등으로 특검 수사가 확대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공수처와 경찰은 특검법 처리 여부를 주시하며 수사를 이어가고 있다. 특히 총선 국면서 논란의 중심에 선 공수처는 수사를 신속하게 진행해 사건의 진상을 규명하겠다는 입장이다. 공수처 지휘부 공백 상태가 영향을 줄 여지도 있다. 주요 피의자 소환 및 신병처리 등 주요 의사결정을 처장 대행인 부장검사가 결정하기 부담스러울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면서다. 만약 국회서 여야가 특검법 처리에 합의하는 수순을 밟으면 공수처도 새로 출범할 특검에 기록을 인계하기 위한 작업에 중점을 둘 가능성이 크다. 현재 본회의에 회부된 안은 민주당이 지난해 9월 발의한 법안이다. 민주당이 지난 3월, 이 전 장관이 주호주대사로 임명된 경위를 수사해야 한다는 별도의 특검안도 국회에 제출했기 때문에 이 두 법안이 병합되는 안도 거론된다. 본회의 회부 안건은 수사기간을 최장 100일로 정하고 있는데, 잔여 수사를 검찰에 이첩하도록 명시됐다. 경찰과 공수처가 시작한 수사가 특검을 거쳐 검찰 손에 넘어가는 것은 부자연스럽다는 말도 나온다. 민주당이 3월 발의한 안은 잔여수사 이첩 대상을 검찰과 공수처로 정했다. 단추도 못 끼워 민주당이 특검법 조항 일부를 양보하고 국민의힘이 수사 대상 확대에 동의하는 시나리오도 정치권을 중심으로 나온다. 이런 과정서 본회의 회부 안이 조정될 수도 있다. 이 가운데 이 전 장관은 최근 변호인을 통해 공수처에 “소환조사를 진행해 달라”고 요청했다. 이 전 장관 측이 공수처에 소환조사를 요청한 것은 이번이 네 번째다. 이 전 장관 측 김재훈 변호사는 최근 공수처에 소환 촉구 의견서를 내고 “이 전 장관은 호주 대사직서도 물러났으나 공수처는 지금까지도 아무런 연락이 없다”며 “공수처의 이런 수사 방기 탓인지 정치권에서는 특검 필요성까지 제기되고 있다”고 우려했다. 이 전 장관 측은 공수처에 보낸 의견서에서 “이첩 보류 지시는 직권남용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했다. 이 전 장관 측은 “국방부 장관은 민간 수사기관으로의 사건 이첩에 대한 최종 승인권자이므로 인사권자가 인사안 결재 후 이를 취소·변경할 수 있듯이 그 승인을 변경할 수 있다”며 “해병대 수사단장에게 수사 권한이 있다느니, 수사단장에게 민간 수사기관으로의 이첩 권한이 있다느니 하는 것은 법 규정의 몰이해로부터 비롯된 억지”라고 주장했다. 이 전 장관 측은 ‘이 장관이 보고서를 회수하라고 지시하기 전에 대통령실 내선번호로 전화를 받았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반박했다. 이 전 장관 측은 “이 전 장관은 대통령으로부터 (사단장을 빼라는)지시를 받은 사실이 없다”며 “당시 장관이 군사보좌관과 논의하는 과정서 ‘(초급 간부들까지 처벌 대상에 포함한다면)초급 간부들이 힘들어할 것 같다’는 의견을 나눴고 법무관리관실의 법리 검토를 거쳐야 한다고 판단해 이첩 보류를 지시했다”고 강조했다. 수사 인원 범위 제한적 법 개정 안되면 도루묵 이어 “재검토한 결과 8월24일 직접적인 혐의가 있는 2명을 경찰에 이첩했고, 해병대수사단 조사기록 원안도 그대로 전달했다”고 밝혔다. 이 전 장관 측은 민주당이 추진하는 ‘채 상병 특검’도 비판했다. 이 전 장관 측은 “공수처의 1차 수사 결과도 나오지 않은 상황인데 무엇이 미흡하고 국민적 의혹이 남아 해소되고 있지 않다는 것이냐”며 “특검 논란을 잠재울 수 있는 유일한 해법은 공수처의 신속한 수사와 결정”이라고 주장했다. 공수처 수장이 석 달째 공석인 점은 제도 지속 가능성에 의문을 더한다. 윤석열 대통령은 최종 후보자 지명을 두 달 가까이 미루고 있다. 앞서 국회 공수처장후보추천위원회는 지난 2월29일 판사 출신 오동운(사법연수원 27기) 변호사와 검사 출신 이명순(연수원 22기) 변호사를 후보로 추천했다. 김진욱 전 처장과 여운국 전 차장이 임기 만료로 퇴임해 공수처가 ‘대행 체제’에 들어간 건 지난 1월 말부터다. 김선규 수사1부장이 처장 대행을 맡고 있지만, 지난달 제출한 사직서가 수리되지 않아 임시로 대행직을 수행 중이다. 최근 인사위원회서 연임이 불발된 수사1부 소속 김송경 검사(사법연수원 40기) 임기도 만료됐다. 김 대행이 이끄는 수사1부는 공기광 검사만 남게 된다. 별도 조직개편 계획도 없어 수사 부서 1개가 사실상 사라질 위기다. 윤 대통령이 공수처장 후보자를 지명해도 국회 인사청문회를 통과해야 임명이 가능하다. 21대 국회 임기는 내달 29일까지다. 22대 국회가 개원해도 원구성에 시일이 걸리는 점을 감안하면, 신속한 공수처장 공백 해소를 위해선 이달 안으로 후보 지명을 마쳐야 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수장 공백 장기화 우려 법조계에서는 특검 수사가 불가피하다는 주장이 나온다. 공수처법에 따르면, 공수처는 이 전 장관에 대한 수사권은 있지만 기소 권한이 없다. 수사를 마친 뒤 검찰에 사건을 넘기고 검찰이 기소 여부를 판단해야 하는 구조다. 공수처 출범 당시 수사·기소권을 모두 줄 경우 일각에선 ‘무소불위 공수처’가 될 거란 우려가 제기되면서 공수처는 법관, 검사, 고위 경찰공무원에 대해서만 제한적 기소권을 갖게 됐다. 문제는 검찰이 채 상병 사건 기소에 적극적으로 나설 것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검찰을 관할하는 법무부는 지난달 8일, 공수처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이 전 장관의 출국금지를 해제했다. 사건 처리의 중립성 논란을 피하기 위해서라도 특검을 통해 채 상병 사건을 수사해야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