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 악연’ 이해찬-김종인 대선 대리전

‘파이널 라운드’ 리모컨 들고 붙는다

[일요시사 정치팀] 김정수 기자 = 30년 악연의 마침표가 찍힐 수 있을까.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전 대표와 국민의힘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이 재격돌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그것도 대선에서 말이다. 직접 칼을 맞대는 건 아니다. 한 발짝 물러나 대리인을 앞세우는 식이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해찬 전 대표와 국민의힘 김종인 전 비대위원장은 ‘영원한 숙적’으로 불린다. 질기고 질긴 악연은 33년 전 시작됐다.

아주 아주
질긴 인연

지난 1988년 13대 총선 당시 김 전 위원장은 민주정의당 후보로 서울 관악을에 출마했다. 11·12대 전국구 국회의원을 지냈던 그였지만 공교롭게도 고배를 마셨다. 그의 질주를 멈춘 건 무명 정치인 이 전 대표. 평화민주당 소속이었던 그는 4.06%포인트 차로 김 전 위원장을 꺾으며 관악에 깃발을 꽂았다.

붗꽃은 2016년 다시 튀겼다. 민주당 비대위원장이었던 김 전 위원장은 이 전 대표를 공천에서 탈락시켰다. 반발한 이 전 대표는 민주당을 탈당했고, 무소속으로 출마해 보란 듯이 세종시에 당선됐다.

지난해 21대 총선에서는 사령관급으로 맞붙었다. 이 전 대표는 민주당 공동상임선대위원장을, 김 전 위원장은 국민의힘 총괄선대위원장을 맡았다. 결과는 민주당의 압승이었다. 


이 전 대표의 웃음은 그리 오래가지 못했다. 그는 4·7 재보선 승리를 장담했지만 민주당은 참패했다. 반면 김 전 위원장은 선거 승리를 거머쥐었을 뿐 아니라, 국민의힘이 내년 대선에서 반전을 꾀할 만한 발판을 마련해줬다는 평가까지 받아냈다.

영원한 숙적으로 불리는 두 정계 거물. 엎치락뒤치락 치고받았던 이들의 대결은 한 차례 더 이뤄질 전망이다. 무대는 오는 2022년 대선이다.

이 전 대표나 김 전 위원장이 대선 출사표를 던질 가능성은 미미하다. 대신 지난해 총선에서 선거판을 지휘했던 것처럼 ‘킹메이커’ 역할을 할 것이란 분석이다. 그만큼 대리전으로 흘러갈 공산이 크다. 

우선 이 전 대표는 정계은퇴를 선언한지 오래다. 그는 지난해 8월 당 대표직에서 물러나면서 “현역에서 은퇴하는 것이기 때문에 제가 할 수 있는 역할이 많지 않을 것이라 생각한다. 당원으로서의 역할에 충실하겠다”고 밝혔다.

실제로 이 전 대표는 민주당에서 어떤 직도 맡고 있지 않다. 하지만 정치권 관계자들은 이 전 대표의 영향력이 건재하다고 입을 모은다. 왜 일까?

주고받으며 아웅다웅…정치 라이벌
내년 대선 두 거물 막후 역할 주목

시선은 민주당 차기 지도부로 향한다. 지난 16일 민주당 원내대표로 윤호중 의원이 선출됐다. 그는 재적 의원 174명 중 169명이 참여한 투표에서 104표를 획득했다. 여기에 이 전 대표가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했다고 전해진다.


윤 원내대표는 ‘강성 친문’으로 분류되지만 그 이전에 ‘이해찬의 복심’ ‘이해찬계 친문’으로 불린다. 그는 이 전 대표가 당 대표를 지냈던 시절, 민주당 사무총장을 지냈다.

그래서인지 이 전 대표 측근들이 윤 의원의 원내대표 선거를 지원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 전 대표도 원내대표 선거 판세 등을 살펴본 것으로 알려졌다. 사실상 그의 당선을 도왔다는 것이다.

오는 2일 실시되는 전당대회도 비슷한 맥락이다. 향후 이 전 대표가 발휘할 수 있는 운신의 폭이 결정되는 순간이라는 시각이다.

이 전 대표는 당 대표 선거에 출마한 우원식·홍영표 의원의 후원회장이다. 물론 후원회장을 맡고 있다는 자체만으로 이 전 대표의 영향력을 가늠하기는 어렵다. 일례로 민주당 이낙연 전 대표는 국회의원 수십명의 후원회장을 맡고 있다.

다만 우·홍 의원 모두 이 전 대표의 ‘지지’를 받고 있다고 강조하는 점을 미뤄볼 때, 그가 표심을 끌어 모을 수 있는 요인이자 당에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는 방증으로 해석할 수 있다.

우 의원은 지난 19일 라디오 프로그램에서 “(이 전 대표가)이번에 당 대표 후보 후원회장도 맡아주셨다”며 “이 전 대표가 저를 지지하는 것이라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이 전 대표가 ‘당 대표는 듬직한 사람, 곰 같은 사람, 자기를 내세우지 않고 당의 베이스캠프 역할을 제대로 할 사람이 돼야 한다’고 얘기했다”며 “제 별명이 곰이라서 그런 이야기를 하신 것 같다”고 힘줘 말했다.

차기 민주당 지도부는 내년 대선 후보를 결정하는 데 있어 결정적인 역할을 수행하게 된다. 민주당 원내대표는 ‘친 이해찬계’인 윤 의원이다. 차기 당 대표까지 이 전 대표와 가까운 사람이 당선된다면, 그의 존재감은 더 공고해질 전망이다.

바꿔 이야기하면 이 전 대표의 영향력이 차기 대선 후보에게 닿을 수 있다는 해석이다.

앞서 이 전 대표는 지난 2018년 8월 전당대회에서 ‘20년 집권론’을 펼친 데 이어 지난달 18일 “김대중·노무현·문재인 대통령에 이은 네 번째 대통령을 만들고 싶다”며 의중을 드러낸 바 있다. 그가 내년 대선에서 ‘킹메이커’로 나설지 귀추가 주목되는 대목이다.

상왕
킹메이커

다만 이 전 대표의 역할론이 과대평가됐다는 해석도 있다. 이 전 대표는 정계은퇴 이후 동북아평화경제협회 이사장으로 활동 중이다. 협회의 사무실이 여의도인 만큼 이 전 대표와 민주당 의원 간 교류가 비교적 자유로울 수밖에 없다. 이 과정에서 부풀려졌다는 분석이다.


또 이 전 대표가 이번 재보선 과정에서 ‘거의 이겼다’는 등의 선거 메시지를 던졌지만 별다른 효과를 보지 못했다는 점도 간과하기 어렵다.

반면 김 전 위원장은 지난해 6월 미래통합당(국민의힘 전신) 비대위원장을 맡아 당을 손질하기 시작했다.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재보선 승리를 쟁취한 국민의힘은 정권 탈환의 꿈을 키울 수 있게 됐다.

그만큼 김 전 위원장에게 국민의힘은 마음이 쓰이는 당으로 보였지만 현실은 달랐다. 재보선 종료와 동시에 임기를 끝마친 김 전 위원장은 국민의힘에 대한 비판 수위를 높였다.

김 전 위원장은 국민의힘 내 당권 경쟁을 두고 ‘아사리판’이라고 비판하는가 하면, 국민의힘과 국민의당의 합당을 두고 양당 지도부가 ‘작당’을 벌이고 있다는 표현을 거침없이 내뱉었다. 그러면서 김 전 위원장은 윤석열 전 검찰총장에게 러브콜을 보냈다.

시작은 민주당 금태섭 전 의원과의 회동이었다. 앞서 금 전 의원은 국민의힘 입당설을 부정하면서 ‘윤 전 총장이 들어 올 수 있는 당을 창당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그러자 김 전 위원장은 언론 인터뷰에서 ‘윤 전 총장이 금 전 의원의 신당으로 가는 상황이 전개될 수 있다’고 말했다.

당장 제3지대에 대한 기대가 커졌다. ‘김종인-금태섭’을 기반으로 하는 3지대에 ‘윤석열’이라는 대어가 들어오는 그림이었다.


하지만 김 전 위원장은 금 전 의원과의 면담 이후 기자들과 만나 “3지대는 없다” “정치할 생각이 없다” “역할은 없다”며 선을 재차 그었다.

눈길이 가는 건 ‘금 전 의원이 창당한다면 도와줄 것이냐’는 질문에 대해서는 “금 전 의원이 당을 만들지 안 만들지는 내가 모른다”며 말을 아꼈다는 사실이다. 결국 금 전 의원의 창당  시점과 윤 전 총장의 합류 여부에 따라 김 위원장이 운신의 폭을 결정할 수 있다는 가능성이 제기됐다. 

러브콜
화답할까

실제로 김 전 위원장은 윤 전 총장을 향해 메시지를 꾸준히 던지고 있다. 김 전 위원장은 윤 전 총장에 대해 “별의 순간을 잡은 것 같다” “지금 시대정신인 공정을 완전히 자기 것으로 만들어버렸다”며 호평하기도 했다. 

김 전 위원장은 국민의힘에 대한 비판도 놓치지 않았다. 그는 윤 전 총장의 거취에 대해 “지금 (정돈되지 않은)국민의힘에 들어가 흙탕물에서 같이 놀면 똑같은 사람이 되는 것”이라며 “백조가 오리밭에 가면 오리가 돼버리는 것과 똑같은 것”이라고 주장했다.

결국 ‘국민의힘에는 들어가지 말고, 내 쪽으로 와라’는 메시지를 던졌다는 분석이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김 전 위원장이 윤 전 총장의 영입에 성공한다면, 내년 대선에서 국민의힘을 제치고 상당한 역할을 소화해낼 것이라고 점친다.

그래서일까. 국민의힘은 김 전 위원장과 윤 전 총장을 두고 힘겨루기를 하는 모양새다. 국민의힘 의원들은 이구동성으로 ‘윤 전 총장은 우리 당에 들어와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국민의힘 권성동 의원은 지난 22일 “정무 감각이 있다면 (윤 전 총장이)제3지대에 머무르지 않을 것으로 확신한다”고 밝혔다.

국민의힘 장제원 의원은 지난 20일 “당 밖에 있는 야권의 유력 대선후보에 대한 입당 불가론은 유력 대권 후보와 제1야당을 이간질하려는 유치한 말장난에 불과한 것”이라며 김 전 위원장을 저격했다. 

김 전 위원장은 여야를 넘나드는 킹메이커로 유명하다. 2002년에는 노무현 전 대통령이, 2007년에는 이명박 전 대통령이 김 전 위원장에게 자문을 구했다. 2012년에는 박근혜 전 대통령과 2017년 문재인 전 대통령이 대선에서 승리하는 데 일조한 바 있다.

종합해보면, 이 전 대표와 김 전 위원장은 각자의 방식대로 대선 후보를 내세워 내년 대선에서 대리전을 치를 것으로 분석된다. 이 전 대표는 정계 은퇴를 선언한 만큼 물밑에서, 김 전 위원장은 거취에 따라 지원 방식이 결정될 전망이다.

이-이재명, 나쁘지 않은 분위기
김-윤석열, 손잡을 수 있을까

차기 대권 선호도 여론조사는 최근까지 2강 구도를 유지하고 있다. 이재명 경기도 지사와 윤 전 총장이다.

지난 22일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 등 4개 여론조사기관이 합동 조사한 4월 3주차 전국지표조사 차기 대선주자 적합도에 따르면 이 지사가 25%, 윤 전 총장 22%로 나타났다(자세한 내용은 여론조사 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

당장 놓고 봤을 때, 차기 대선주자들과 킹메이커의 궁합은 어떨까. 우선 이 지사와 이 전 대표의 관계는 나쁘지 않다는 게 정치권 안팎의 중론이다. 

지난 2018년 이 지사는 선거법 위반 혐의 등으로 곤욕을 치른 바 있다. 당시 친문 진영 내에서도 이 지사를 손절하는 분위기가 감지됐다. 하지만 이 전 대표 체제의 민주당은 이 지사에 대한 징계를 따로 하지 않았다.

최근에는 ‘이해찬-이재명 연대론’이 제기되고 있다. 이 지사는 지난달 24일 ‘최근 이 전 대표와 개인적으로 만난 일이 있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식사를 한 번 했다”면서도 “현재 선거나 정치구도에 관한 것 때문은 아니고 당을 위해 고생하신 대선배와 오랜만에 사적으로 식사를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이 전 대표는 이 지사에 대해 “그동안 여러 차례 혹독한 검증을 받았다”며 “현재 지지도가 계속 유지될 것”이라고 내다본 바 있다.

둘의 연대 가능성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이 전 대표는 오는 5월 말 ‘2021 DMZ 포럼’에서 기조연설자로 나선다. DMZ포럼은 이 전 대표가 이사장으로 있는 동북아평화경제협회와 경기연구원이 주관해왔다. 이 전 대표가 이 지사에 대한 지원 사격을 이어가는 모양새다.

이 지사는 지난해 DMZ포럼에서도 이 전 대표에게 포럼 공동 주최에 대한 감사의 뜻을 전한 바 있다.

김 전 위원장은 지난 20일 <경향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윤 전 총장을 언급하면서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의 사례를 소개한 바 있다.

연대 가능성
궁합은 과연?

마크롱 대통령은 중도 신당인 앙마르슈를 만들어 정권을 잡았고, 거대 양당인 사회당과 공화당은 붕괴됐다. 이후 앙마르슈가 기존 정당을 흡수했다. 이처럼 김 전 위원장의 경우, 윤 전 총장의 화답 여부가 관건이다. 김 전 위원장은 윤 전 총장을 뺀 나머지 야권을 모조리 비판하면서 윤 전 총장과 본인 중심의 야권 정계개편을 노리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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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한신학원 이사의 수상한 영전

[단독] 한신학원 이사의 수상한 영전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한신학원 이사였던 A씨가 한신대학교 총장과 이사장을 상대로 고소장을 제출했다가 취하했다. 공교롭게도 고소를 취하하기 직전에 열린 이사회에서 그는 교육인사위원장으로 임명됐다. 그동안 무슨 일이 벌어진 걸까? 고소가 이뤄진 배경은 지난 5월22일 열린 한신대학교 이사회에서 비롯됐다. 이날 회의에는 총장을 비롯해 이사 17명이 참석했다. 당시 학교법인 한신학원의 감사가 “그동안 한신대에서 사내 공사를 한 금액이 70억원이 넘는데 모두 입찰을 피하기 위한 쪼개기 공사로, 수의계약으로 공사를 했다”고 보고하면서다. 학원 감사 내부 폭로 당시 감사의 충격적인 발언으로, 한신학원 이사 A씨는 고민 끝에 업무상 배임 및 횡령으로 한신대 총장과 이사장을 상대로 고소를 진행했다. A씨가 지적하는 부분은 세 가지다. 첫 번째로 한신학원 재산인 거제도 땅과 관련한 배임을 주장했다. 고소장에 따르면 한신학원은 거제시에 임야 약 55만평을 보유하고 있었고, 도로가 연결되지 않은 ‘맹지’로 분류된 해당 부지에 대해 논의 중이었다. 그 곳은 수익용 기본재산임에도 장기간 활용이 어려운 상태였다. 한신학원 측은 이 토지를 단순 보유할 경우 관리비만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가치 상승도 제한적이라고 판단해 활용 방안을 모색 중이었다. 당시 M 건설은 2016년부터 경남 거제시 아주동 일원에서 ‘공공지원 민간임대주택사업’을 추진하고 있었다. 그런데 사업 대상 부지 중 일부가 학교법인 한신학원 소유의 임야로 포함돼있었고, 한신학원 역시 해당 지역 임야를 공동개발 방식으로 참여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M 건설은 경상남도로부터 지구 지정에 대한 조건부 허가를 받았다. 그러나 사업 추진 과정에서 한신학원 이사들은 당시 이사장이 학원 소유 토지를 공공임대주택 개발에 제공하는 대가로 20억원을 받기로 했다는 사실을 용역업체 대표의 제보를 통해 알게 됐다. 이사회는 즉시 M 건설 측에 협상단을 파견해 토지에 대한 정당한 보상을 요구했지만, 협상은 결렬됐다. 이 사실을 뒤늦게 파악한 한신학원의 상급기관인 한국기독교장로회 총회(이하 기장총회)는 사업 자체를 중단시켰다. 이로 인해 M 건설은 한신학원 측의 토지 사용 승낙을 얻지 못하게 됐고, 결국 조건부 지구 지정이 취소될 위기에 놓이면서 개발사업은 사실상 좌초됐다. 이후, 한신학원 법인 산하 ‘한신영림운영위원회’는 열린 회의에서 해당 부지를 공공지원 민간임대주택 사업에 참여하는 형태로 개발하는 방안을 보고했다. 이 회의에는 삼부토건 관계자라고 주장하는 B씨와 C씨가 직접 참석해 사업 구조와 예상 수익, 한신학원의 참여 방식 등을 설명했다. 이들은 명함까지 주며 자신들을 “삼부토건 고문”과 “부사장”이라고 소개하며 접근했다. 한신대 상대로 업무상 배임·횡령 혐의 고소 불법 매각·쪼개기 공사·교비 횡령 의혹 제기 두 사람이 제안한 내용은 “삼부토건이 M 건설로부터 사업권을 인수해 시행하며, 한신학원은 부동산투자회사(REITs)에 현물출자하고 주식 지분을 배당받는 방식으로 수익을 창출한다”는 계획이었다. 이때 M 건설에도 B씨와 C씨가 접근했다. 이들은 “한신학원과 협의를 주선해 사업을 재개시키겠다”고 제안했다. M 건설은 이 제안을 믿고 2023년 8월 ‘사업시행대행 용역계약’을 체결했다. 계약조건은 B씨 측이 같은 해 9월20일까지 한신학원으로부터 토지 사용 승낙서를 받아오면 용역비를 지급한다는 내용이었다. M 건설은 계약금 명목으로 1억원을 지급했다. 같은 해 이사회는 한신영림운영위원회의 보고를 바탕으로 관련 헌의안을 기장총회에 제출하기로 했다. 한신학원은 기장총회가 한신대 운영을 위해 설립한 법인으로, 모든 사업은 기장총회의 허가가 필요하다. 보고서에는 구체적인 사업 예측치도 포함됐다. “지구 단위 승인을 거쳐 2종 일반주거지역으로 변경될 경우 평당 100만~150만원의 감정가가 예상되며, 현물출자 후 10년 임대 기간이 끝나 분양 전환 시 내부수익률(IRR)은 약 6.77% 이상”이라는 계산이었다. 하지만 기장총회는 “한신학원 소유 토지는 공공개발 참여 대신 현금 매매로 전환한다”는 결의를 내렸다. 한편, 약속된 기한이 지나도 M 건설에 토지 사용 승낙서는 발급되지 않았다. M 건설이 계약 해지를 통보하자 B씨 측은 “승낙서가 곧 발급된다”며 시간을 연장해달라고 요청했다. 그러나, 승낙서는 끝내 발급되지 않았다. M 건설은 곧바로 계약을 해지하고, 실제 B씨가 대표로 있는 S사를 상대로 계약금 1억원 반환소송을 제기했다. 이 시기 한신학원은 삼부토건에 이들의 신원을 확인했다. 삼부토건은 “B씨와 C씨는 우리 회사와 아무 관계가 없다”고 답변했다. 즉, 자신들을 삼부토건 관계자라고 밝힌 B씨와 C씨가 실제로는 삼부토건 관계자가 아니었다는 것이다. 삼부토건 본사는 “이들과 별도의 위임이나 계약관계를 맺은 사실이 없다”고 확인했다. 대형 건설사인 삼부토건의 이름을 내세워 사업을 추진하려 한 것이다. 실체 없는 부동산 리츠 이후 B씨는 자신의 배우자 명의의 P사로 이름을 바꿔 사업을 계속 추진했다. B씨 일행의 만행을 알게 된 M 건설은 지난해 3월, 한신학원에 ‘토지 매수의향서’를 보내 “거제 아주동 임야를 평당 50만원에 매수할 의사가 있다”고 전달했다. M 건설은 인근 토지를 이미 평당 44만원에 매입했다고 밝히며, 한신학원 토지는 “13% 이상 높은 가격으로 정당하게 매입하겠다”고 제안했다. 그러면서 “B씨는 신뢰할 수 없는 인물”이라고 경고했다. 그럼에도 한신학원은 같은 해 5월30일, B씨의 부인이 대표로 있는 P사와 ‘부동산 매매계약’을 체결했다. A씨는 “총장과 이사장이 이 제안을 알고도 이사회나 총회에 보고하지 않았다”면서 “M 건설의 제안이 있었음에도 총장과 이사장이 P사와 불공정한 계약을 맺었다”고 주장했다. 문제로 지적한 점은 계약 내용이었다. 부동산 매매계약서에 따르면 계약금 총액은 10억5000만원으로 명시됐지만, 실제 한신학원이 받은 금액은 1억원뿐이었다. 잔금 9억5000만원은 “4년 이내 부동산투자회사(REITs)와의 매매계약 재체결 시 지급한다”는 조건이 붙어 있었고, 심지어 한신학원은 받은 계약금 1억원을 매수인에게 반환하기로 명시돼있었다. 또 특약 사항에는 ‘매도인은 계약 체결 시 토지 사용 승낙서를 발급한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즉, 계약금 실수령액이 전체의 100분의 1에 불과한 상황에서 매수인이 토지를 사용할 수 있도록 허가한 셈이었다. 고소인은 이를 “매매계약을 가장한 사실상 사용 허가서”라고 주장했다. 한신학원 정관 시행세칙 제18조에는 “기본재산의 매도·증여·교환 또는 용도 변경 시에는 재적 이사 3분의 2 이상 찬성으로 이사회 의결을 거쳐 관할 관청 허가를 득해야 한다”고 명시돼있다. 그러나 고소인은 “삼부토건으로 의결된 사업을 P사로 변경하면서 이사회가 새로이 의결을 거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교육부 토지 처분 신고도 문제점으로 꼬집었다. 한신학원은 지난해 1월 교육부에 ‘수익용기본재산 처분 신고서’를 제출하면서 “감정가 이상(16억7000만원 이상)에 토지를 처분하고 대체 부동산을 구입하겠다”고 보고했다. 이후, 교육부는 이 신고를 ‘처분 허가’로 정정해 승인했으며 “1년 내 매각 완료, 대금 완납 전 소유권 이전 불가”를 조건으로 달았다. 그러나 P사와의 계약서에는 잔금 지급 시점이 명확히 적시되지 않았다. 이에 대해 고소인은 “교육부에는 단기 매각으로 보고하고 실제로는 장기 임대 형태로 계약했다”며 기망 가능성을 제기했다. 계약서상 ‘잔금 수령일’이 없고, 2차 계약금도 부동산투자회사와의 별도 계약 체결 이후로 미뤄져 있다. 쪼개기 공사? 교비도 횡령? 가장 큰 문제점은 잔금을 받기로 한 부동산투자회사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해당 회사는 현재 설립 예정으로 실체가 없는 곳이다. 게다가 사립학교법에 따르면 토지 사용 허락서는 교육부의 허락을 받아야만 사용이 가능하다. 하지만 이 토지 사용 허락서가 교육부에 신고되지 않은 채 발급됐다는게 A씨의 주장이다. 실제 교육부는 민원 답변을 통해" 해당 토지의 사용 승낙 신청을 접수하거나 허가한 내역이 없으며, 우리부 허가가 없는 토지 사용 승낙은 효력이 없다"고 못 박았다. 두 번째로, 한신대가 진행한 각종 시설공사와 관련해 수의계약 체결 과정의 절차 위반이 있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A씨는 “학교법인 및 산하 대학이 사립학교법과 학내 재정세칙에 따라 공개경쟁입찰을 원칙으로 해야 하는 공사계약을 다수 수의계약 형태로 처리했다”고 주장했다. 한신학원 정관과 세칙에는 ‘2000만원 이상의 공사는 공고를 해서 경쟁에 부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며, 2인 이상의 견적서와 시방서, 설계서를 징수해야 한다’고 명시돼있다. 그러나 한신대학교는 2022년부터 2024년 사이 약 40억원 규모의 공사 57건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이 같은 절차를 대부분 생략했다는 게 A씨의 주장이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법인 내부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2024년도 교내 공사 57건이 40억원에 진행됐다. 동일 공사인데도 나눠서 계약을 하고, 2억원까지 수의계약이 가능하다는 명목으로 쪼개기 공사와 공사 지정 업체의 중복이 발견되는 등 부실 흔적이 많다. 앞으로 전자입찰이 되도록 공사 입찰 규정을 반드시 만들기 바란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A씨는 “공개경쟁입찰 방식으로 진행했다면 계약단가가 낮아져 수억원의 예산을 절감할 수 있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규정을 어긴 업무처리로 한신학원 및 한신대에 수억원의 재산상 손해를 입혔다”며 이를 업무상 배임 행위라고 주장했다. 세 번째로 한신대학교 교비 회계 자금이 학교 운영과 직접 관련 없는 법률 비용으로 사용됐다는 점도 지적했다. A씨는 “교비 회계는 학교 운영과 교육에 필요한 경비로만 사용할 수 있다고 명시돼있음에도, 교비 자금이 법적 분쟁 비용으로 전용됐다”고 강조했다. 문제가 된 것은 노무사 선임비용 약 6800만원이다. 고소장에 따르면, 한신대 총장은 2023년 고용노동부에 진정이 제기된 사건을 처리하는 과정에서 노무사 및 법률대리인 선임 비용을 교비 회계에서 지출했다. 해당 진정은 한신대 내부 인사·노무 관련 사안으로, 교직원 고용 문제 및 근로계약 분쟁에 대한 것이었다. 이사회 후 돌연 취하, 왜? 학원 교육인사위원장 임명 A씨는 이를 업무상 횡령에 해당하는 행위로 판단했다. 사립학교법에 따르면 ‘교비는 학생 교육에 직접 필요한 용도로만 집행해야 한다’고 규정한다. 따라서 법인 소송이나 노무 분쟁처럼 학교 운영 전반과 직접 관련이 없는 항목은 교비에서 부담하면 안 된다는 것이 고소인 측의 입장이다. 이 사건의 핵심 쟁점은 비용 지출의 성격이다. 즉 ‘노무사 선임이 학교 교육활동에 직접 관련된 행위인가’가 판단 기준이 된다. 실제로 올해 대법원은 노무법인 자문 비용을 교비회계 자금으로 집행한 행위를 업무상 횡령으로 판단하는 판결을 내렸다. 제주의 한 대학교 총장 A씨는 소속 교수가 자신을 상대로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을 제기하자, 이에 대응하기 위해 변호사를 선임하고 그 비용 330만원을 포함해 총 1880만원의 변호사 비용을 교비 회계에서 지출한 혐의로 기소됐다. 재판부는 1심의 판단을 그대로 유지하며 “교수 및 노조 등과 관련한 분쟁 대응을 위한 변호사 비용은 학교의 교육활동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다”며 업무상횡령죄가 성립한다고 판시했다. 현재 해당 고소 건은 취하된 상태다. 지난달 <일요시사>가 이 사건을 취재하던 과정에서 한신대 비서실을 통해 A씨가 고소를 취하한 사실을 확인했다. 이후 제보자 역시 “해당 이사가 면직 압박을 받고 고소를 취하했으며, 그 직후 인사위원장 보직을 받았다”고 말했다. <일요시사> 기자가 한신학원 관계자에게 확인한 결과 지난달 10일 인사위원장으로 임명됐고, 같은 달 11일부터 공식 업무가 시작됐다. 추가로 확보한 녹취에서 A씨는 고소를 취하한 이유에 대해 “이사회에서 강제로 면직시키겠다고 해서 어쩔 수 없었다”고 언급했다. 한신학원 인사위원회는 내부 교직원의 인사와 징계 등을 담당하는 핵심 기구로, 교육인사위원장은 실질적인 권한이 큰 자리로 알려져 있다. 통상 이사장은 교육인사위원장 출신 가운데에서 선출되는 경우가 많아, 해당 보직이 사실상 이사장 자리로 가는 주요 루트인 셈이다. 대가성 보직? 이사장 루트 한편, 한신대는 해당 고소 건에 대해 전면 부인했다. 한신대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에서 “토지 매각 문제의 경우 한신학원의 문제고 한신대와 관련이 없다”고 말했다. 수의계약 문제에 대해서는 “법적으로 2억원 미만이면 가능하다”고 밝혔고, 교비 횡령 의혹은 “사건 조사 관련된 비용으로 지출된 부분이라 문제는 없다”고 설명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