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00억 두산인프라코어’ 재벌그룹 도련님들의 쟁탈전

닮은 듯 다른 동상이몽 대리전

[일요시사 취재1팀] 양동주 기자 = 매물로 나온 두산인프라코어를 누가 품게 될지 재계의 관심이 커지고 있다. 다수의 기업이 인수 의향을 밝힌 가운데, 재계의 눈은 GS건설과 현대중공업을 향한다. 최근 들어 한층 명확해진 두 회사의 후계 구도가 두산인프라코어의 미래를 결정짓는 변수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 두산타워 ⓒ두산

두산그룹은 지난 4월 채권단에 최종 자구안을 제출한 뒤부터 계열사 매각과 유상증자 등을 통해 현금 마련에 골몰했다. 두산솔루스, 클럽모우CC, ㈜두산 모트롤 사업부, 네오플럭스 등에 대한 처분 작업이 사실상 종료됐고, 두산타워와 두산건설도 매각을 진행 중이다. 두산인프라코어 매각에 나선 것도 비슷한 맥락이다.

매각 작업
본격화

두산인프라코어 매각 작업은 넉 달 전부터 본격화됐다. 지난 7월24일 두산그룹은 매각 주관사 크레디트스위스(CS)를 통해 인수후보들에게 투자 안내서를 배포하기 시작했다. 매각 대상은 두산중공업이 보유한 두산인프라코어 지분 36.07%(7550만9366주)다. 

지난달 11일 종가 기준 두산인프라코어 시가 총액이 1조8675억원인 것을 감안하면 지분의 시가는 약 5200억원이다. 여기에 경영권 프리미엄 등을 감안하면 입찰 가격은 8000억원 안팎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증권가에서는 두산인프라코어의 최근 실적이 매각 작업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두산인프라코어의 올해 2분기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1조9756억원, 1542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0%, 48% 감소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장에서는 선방했다는 반응을 내놨다. 실적 발표에 앞서 증권가에서는 코로나19의 여파로 두산인프라코어의 매출과 영업이익이 각각 15%, 50% 이상 떨어졌을 것으로 예상한 바 있다.

매물로 나온 알짜 회사
수천억 현금 확보 관건

다만 재무적 투자자(FI)들과의 소송전은 걸림돌로 남아있다. 두산인프라코어는 2011년 'DICC(두산인프라코어차이나)'를 설립하면서 IMM프라이빗에쿼티, 미래에셋자산운용, 하나금융투자프바이빗에쿼티(PE) 등 FI로부터 3800억원을 유치하는 대신 20%의 지분을 넘겼다.

이후 DICC 상장이 수포로 돌아가자 FI들은 지분을 제3자에게 다시 매각하는 동반매도청구권을 행사했지만 무산됐고, 이들은 2015년 7196억원대 주식매매대금 지급 소송을 냈다. 1심은 두산인프라코어, 2심은 투자자들이 승소했고, 현재 대법원 판결만 남겨두고 있다.

매각 작업이 끝난 상태에서 최종심 결과가 두산인프라코어 측에 불리하게 나오면 인수자가 배상금 일부를 떠안게 될 수 있다.

두산밥캣이 매각 대상에서 제외됐다는 점도 변수로 작용한다. 두산인프라코어는 지분 51.05%(152만1502주)를 보유한 두산밥캣의 최대주주다. 두산밥캣은 두산인프라코어 매출의 절반가량을 차지한다. 두산밥캣의 올해 2분기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9638억원, 643억원이었다.
 

▲ 정기선 현대중공업 지주 부사장과 허윤홍 GS건설 사장

재계에 따르면 두산인프라코어 경영진은 예비입찰에 참여한 인수 후보자들을 대상으로 이달 내 본입찰을 진행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10월28일 진행된 예비입찰에는 예비인수 후보로 ▲현대중공업지주-KDB인베스트먼트 컨소시엄 ▲GS건설-도미누스인베스트먼트 컨소시엄 ▲MBK파트너스 ▲글랜우드 프라이빗에쿼티(PE) ▲이스트브릿지 ▲유진기업 등 6곳이 이름을 올렸다.


두산인프라코어 매각 작업이 속도를 내기 시작하면서, 인수 의향을 드러낸 기업들 사이에서 유력 후보군이 추려지는 분위기다. 현대중공업, GS건설이 이 범주에 포함된다. 

후보 여럿 
누구 품에?

증권가에서는 실질적인 인수 경쟁은 현대중공업과 GS건설 사이에서 발생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두산인프라코어와 연계 효과를 기대하기 유리한 사업모델을 갖췄다는 점을 눈여겨봐야 한다.

현대중공업의 경우 두산인프라코어 인수가 성사되면 국내 건설기계 부문의 최강자로 자리매김할 수 있다. 그룹의 건설기계 부문 계열사인 현대건설기계는 국내 시장에서 두산인프라코어에 이은 2위 사업자고, 인수가 이뤄지면 글로벌 건설기계 선두권 기업으로 발돋움할 수 있다.

GS건설 역시 두산인프라코어를 통해 기존 건설사업 부문과의 연계가 가능하다. 여기에 두산인프라코어가 보유한 해외 인프라를 통해 글로벌 시장에 동반 진출하는 부수적인 효과도 예상된다. 

특히 GS건설이 스마트시티 사업에서 건설업의 활로를 모색하고 있는 만큼 두산인프라코어가 가진 스마트 기술이 핵심적인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두산인프라코어는 드론을 활용한 첨단 측량, IT 스마트 기술 다수를 보유하고 있다.

두산인프라코어 인수전에서 현대중공업과 GS건설이 최종 후보로 부각될 경우 인수전은 후계자들 간 대리전 양상을 띨 것으로 점쳐진다. 양사 후계자들이 그룹의 새로운 먹거리를 찾는 일을 담당한다는 점을 주목해야 하는 이유다. 

정몽준 아산재단 이사장의 장남인 정기선 현대중공업지주 부사장은 최근 그룹 내 신사업을 진두지휘하면서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정 부사장은 비조선사업인 현대글로벌서비스 대표이사직과 함께 그룹의 신사업을 발굴하는 미래위원회의 이사장 자리를 맡은 것으로 알려졌다.

입장 달라도
셈법은 비슷

미래위원회는 약 20명의 젊은 직원들을 중심으로 만들어진 주니어 보드 형태의 태스크포스(TF)다. 정 부사장이 미래위원회 이사장을 맡고 그룹의 3대 신성장동력으로 바이오·수소·AI(인공지능)를 제시하며 관련 사업 육성을 진두지휘하고 있다. 그간 정 부사장이 신사업 발굴에 앞장섰던 만큼 미래위원회의 중요성은 커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그룹의 주력 업종이 저성장 국면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정 부사장의 역할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액화천연가스(LNG) 선박 등 친환경 사업으로 돌파구를 마련하고 있지만 코로나19 등 악재가 이어지면서 수주 상황은 녹록지 않다.

실제로 현대중공업은 연간 수주 목표치를 연초 계획 대비 37%나 낮췄다.
 

▲ 두산타워 ⓒ두산

현대중공업그룹은 대우조선해양에 이어 두산인프라코어 인수까지 성사되면 현재 재계 순위 9위 기업집단인 현대중공업그룹이 7위로 도약이 확실시된다. 조선업 빅딜과 건설기계 빅딜로 시장을 재편하고 그룹을 한 단계 도약시키는 발판을 마련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인수전이 순조롭게 끝날 시 정 부사장의 역량도 한층 높게 평가 받을 수 있다.

허창수 GS건설 회장의 장남인 허윤홍 GS건설 사장 역시 두산인프라코어 인수가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GS건설에서 대리로 업무를 시작한 허 사장은 재무팀장, 경영혁신담당, 플랜트공사담당, 사업지원실장을 역임했다. 2018년 신사업 추진실장 부사장으로 보임한 뒤, 지난해 12월 2020년 정기 인사를 통해 사장으로 승진 발령했다. 

후계자들 능력 입증 시험대
존재감 발휘할 절호의 찬스

허 사장은 최근 4세 경영의 보폭을 넓히고 있다. GS건설이 다양한 신사업 분야로 확장을 모색할 수 있었던 데에는 허 사장의 활약이 컸다는 평가다. 실제로 GS건설이 3분기 시장의 기대치를 웃도는 실적을 낸 것도 허 사장이 담당하는 신사업 부문의 공이 지대했다. 3분기 신사업 부문 매출은 1890억원으로 전년 같은 기간보다 170% 급증했다.

허 사장의 성과로는 올해 인수한 글로벌 모듈러 업체 폴란드 단우드와 영국 엘리먼츠를 꼽을 수 있다. 두 회사의 인수에만 2000억원이 넘는 자금이 투입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모듈러 두 업체의 유럽 실적이 본격적으로 반영돼 매출과 신규수주 모두 성장했고, 향후 사업의 본격화로 성장세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또 2차전지 재활용 관련 신사업에 대한 투자도 진행하고 있다. GS건설은 지난 1월 포항 영일만 4일반산업단지 내 재활용 규제자유특구에서 2차전지의 재활용 사업을 위한 투자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특히 정부의 전기차 보급 확대 기조에 따라 수혜가 예상되는 사업이기도 하다.


허 사장이 공격적인 사업확장으로 신사업에서 성과를 나타내고 있는 만큼, 두산인프라코어 인수전은 자신의 경영 능력을 대내외에 입증할 기회가 될 것으로 보인다. 두산인프라코어 인수를 통해 건설장비 시장에 진출함으로써 신사업 발굴과 사업 다각화를 이룰 수 있고 이 성과를 기반으로 그룹 내에서 더 탄탄한 입지를 구축할 수 있다. 

이력서 넣을
굵직한 한줄

재계 관계자는 “정기선 부사장과 허윤홍 사장에게는 그룹의 미래 먹거리 발굴이라는 중대한 임무가 주어진 상황”이라며 “두 사람은 후계자이기에 앞서 자리에 걸맞은 역량을 보여줘야 한다. 두산인프라코어 인수전 역시 같은 흐름에서 봐야 한다”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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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광로 내각’ 눈에 띄는 이재명 사람들

‘용광로 내각’ 눈에 띄는 이재명 사람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11개 부처 장관 후보자와 국무조정실장 인선을 발표했다. 취임 후 첫 개각인 만큼 이 대통령의 국정 철학과 정부의 방향성을 가늠할 수 있다. 초대 장관인 데다가 이력도, 배경도 독특한 이들이 합류하면서 주목도는 배로 높아졌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부)에는 배경훈 LG AI연구원장이, 외교부에는 조현 전 1차관이 후보자로 지명됐다. 이 밖에도 ▲통일부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정동영 의원 ▲국방부 민주당 안규백 의원 ▲국가보훈부 한나라당 권오을 전 의원 ▲환경부 민주당 김성환 의원 ▲고용노동부(이하 노동부) 김영훈 전 민주노동조합총연맹(이하 민주노총) 위원장 ▲해양수산부 민주당 전재수 의원 ▲여성가족부 민주당 강선우 의원 ▲중소벤처기업부(이하 중기부) 한성숙 네이버 대표이사 ▲국무조정실장 윤창렬 LG글로벌 전략개발원장 등이 후보자로 임명됐다. 가리지 않고 사람만 보고 큰 폭의 내각 변화가 일어난 가운데 유독 주목을 받는 인물이 있다. 이력이 독특하거나 발탁 배경을 놓고 갑론을박이 이어지는 등 청문회 과정 역시 순탄치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우선 이슈는 국방부 장관으로 내정된 안규백 후보자다. 안 후보자는 5선 국회의원으로 약 20년 동안 국회 국방위원을 지내며 의정 활동 대부분을 국방 분야에서 보냈다. 내란 사태 당시 ‘윤석열정부의 비상계엄 선포를 통한 내란 혐의 진상규명 국정조사 특별위원회(내란 특위)’ 위원장 등을 맡기도 했다. 강훈식 대통령 비서실장은 “안 후보자는 국회 국방위 간사·위원장 등 5선 국회의원 이력 대부분이 국방위 활동이기에 군에 대한 이해도가 풍부하다”며 “64년 만에 문민 국방 장관으로 계엄에 동원된 군의 변화를 책임지고 이끌어 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안 후보자는 지난해 12월 <일요시사>와의 인터뷰에서 “자유민주주의 국가의 군은 문민통제가 돼야 한다. 비상계엄 당시 문민통제가 공고했다면 대통령이 내란을 지시하더라도 시작 단계부터 군이 반대해 따르지 않았을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안 후보자가 청문회를 통해 최종 임명된다면 64년 만에 민간인 출신 국방부 장관이 탄생한다. 첫 민주노총 출신 장관이 탄생할지에도 이목이 쏠린다. 김영훈 후보자는 현직 철도 기관사로, 1992년 철도청(현 코레일)에 입사해 올해로 34년째 근무 중이다. 장관 후보로 지명되기 전날까지 김 후보자는 경부선 부산-서울 구간에서 새마을호 열차를 운행했다. 국민의힘은 김 후보자가 민주노총 출신인 점을 거론하며 이번 인선이 일종의 ‘청구서’라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송원석 원내대표는 “내각이 아니라 민주당 선대위 같다”며 “능력이나 전문성보다 논공행상이 우선된 거 아닌가 하는 국민적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동안 진행된 노동 개혁 성과는 후퇴하고, 노란봉투법(노조법 2·3조 개정안)과 중대재해처벌법 등 주요 현안에 대한 새 정부의 반 기업적 스탠스를 명확히 못 박아두는 인사 아닌지 우려된다. 민주노총의 정치적 청구서가 본격적으로 날아오는 신호탄으로 보는 시각이 있다”고 밝혔다. 김 후보자가 노동부 장관으로 임명된다면 지난 3년간 거부권에 가로 막혔던 노란봉투법을 비롯한, 주 4.5일 근무제 등이 거대 여당을 등에 업은 채 졸속으로 처리될 것이란 비판이 나온다. 민간 국방 장관, 기관사 노동 장관 파격 인사에 국민들 관심도 ‘쑥’ ↑ 이를 의식한 듯 김 후보자는 쟁점 법안에 대해 “반드시 가야 할 길”이라면서도 “명분만으로 밀어붙이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이어 “주 4.5일 근무제가 어려운 기업이 있다면 무엇이 어렵게 하는지 정부가 잘 살펴보고 공동의 길을 모색해보겠다”고 설명했다. 교수 출신 인사가 없다는 점도 눈여겨볼 만하다. 이번 개각 명단을 보면 대부분 실무형 인사 위주로 곧바로 실전에 투입할 수 있는 실용성 있는 인재를 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기업인이 과기부·중기부 장관 후보자 등으로 내각에 포함된 것 역시 궤를 같이한다. 강 대변인은 “배경훈 과기부 장관 후보자는 AI 학자이자 기업가로서 초거대 AI 상용화로 은탑산업훈장을 받은 인물”이라며 “하정우 AI미래기획수석과 함께 AI 국가경쟁력을 높일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앞서 이 대통령은 네이버 클라우드 AI 랩 소장, AI 미래포럼 공동의장 등을 지낸 하정우 수석을 대통령실 AI 미래기획 수석으로 지목했다. 이재명정부는 “100조를 투자해 AI 강국을 만들겠다”고 선언한 만큼 하 수석과 배 후보자가 손발을 맞춰 글로벌 시장의 주도권을 잡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배 후보자는 서울 종로구 광화문우체국에 마련된 인사청문회 준비단 사무실로 출근하며 취재진과 만나 “이 대통령의 1호 공약인 AI 3대 강국이 되기 위해 3강의 정의부터 해봤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그는 “(현재로선) 우리가 3위를 한다고 해도 미·중과 너무 차이가 크다. 1·2위에 근접한 3위가 돼야 하며 사실 시간이 많이 남아 있지 않다”며 “AI 3강 목표를 반드시 2∼3년 이내에 달성해야겠다는 사명감이 있고, 소속됐던 기업에서 좋은 사례를 만들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중기부 장관 후보자로는 한성숙 네이버 고문이 내정됐다. 한 후보자는 지난 2017년 네이버 최초로 여성 최고경영자(CEO)에 선임됐으며 같은 해 한국인터넷기업협회 제13대 회장을 맡은 인물이다. 역대 중기부 장관을 살펴보면 통상 관료나 정치인이 낙점된 만큼 민간 기업 출신 후보자라는 점에서 신선하다는 평이 나온다. 중소기업계는 한 후보자를 환영하는 분위기다. 일꾼도 실용주의 중소기업중앙회는 논평을 내고 “중소기업계는 이재명정부 초대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으로 한성숙 후보자가 지명된 것을 환영한다”며 “한 후보자는 네이버 등 IT산업에 오랜 경험을 가진 기업인 출신으로 산업 대전환기에 중소기업·소상공인의 AI·디지털화를 촉진하는 등 디지털 생태계를 구축할 적임자”라고 평가했다. 이처럼 정부와 중소기업이 한 후보자에게 기대를 걸고 있지만 과거 국정감사 이력이 발목을 잡을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의 고용노동부 등 국정감사 ‘단골’로 불릴 만큼 여러 차례 소환됐기 때문이다. 특히 지난 2021년 네이버 직장 내 괴롭힘으로 한 직원이 극단적 선택을 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의원들의 질책이 잇따랐다. 민주당 노웅래 의원이 당시 네이버 대표였던 한 후보자에게 “최인혁 (네이버파이낸셜) 대표를 징계했느냐”고 묻자 “네이버에서 본인이 사임을 했다”고 짧게 답했다. 노 의원이 “징계를 했느냐”고 재차 물었지만 한 후보자는 “징계가 있었다”면서도 정확히 어떤 처분이 내려졌는지 답하지 않았다. 이를 두고 노동계 등에서는 “전형적인 꼬리 자르기”라는 비판이 나왔다. 이 밖에도 뉴스 편집 조작과 댓글 여론 조작 방조 의혹 등으로 2017년부터 4년 연속 국감 증인으로 소환됐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박상웅 의원은 한 후보자 지명과 관련해 “거대 포털과의 전략적 야합이라는 합리적 의심이 든다”고 주장했다. 박 의원은 “한성숙 후보자 지명은 과거 민주당의 규제를 통한 견제가 아니라 포털과의 인사 유착을 통해 정권 영향력을 확대하려는 시도로 비쳐질 수 있다”며 “플랫폼 권력과 정치 권력의 야합이라는 심각한 의심을 지울 수가 없다는 것이 국민적 시각”이라고 비판했다. 아울러 2021년 국감을 언급하며 “직원들이 고통을 호소하고 극단적 선택까지 했던 괴롭힘의 현장을 방치한 책임자가 중소기업과 자영업자를 지원해야 할 부처의 수장으로 지명된 것은 납득할 수 없는 결정”이라며 “국민 신뢰를 저버린 매우 전략적이고 노골적인 이번 인사는 즉각 철회돼야 한다”고 거듭 지적했다. 성급했나? 잡힌 발목 실용과 통합을 위한 지명도 이뤄졌지만 여야 모두에게 질책을 받으면서 오히려 자충수라는 비판이 나온다. 윤석열정부 출신인 송미령 농식품부의 장관 유임과 한나라당 권오을 전 의원이 대표적인 케이스다.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은 송 장관이 유임된 배경에 대해선 “첫 국무회의에서 대부분 사의를 표한 후라 소극적이고 구체적이지 않은 답변이 많았던 반면, 송 장관은 상당히 구체적으로 대통령 질문에 답하고 국정 방향에 대해 미리 준비하고 적극적으로 반영할 수 있는 여러 안을 가지고 왔던 것으로 기억한다”며 “일할 수 있는, 준비된 현직 국무위원이라고 판단한 것 아닌가 하는 짐작을 해본다”고 설명했다. 강 대변인은 “이 대통령은 지난 24일 유임을 발표한 뒤 첫 국무회의에서 송 장관에게 ‘사회적 충돌, 혹은 이해관계에 있어서 다른 의견이 있다면 유임된 장관으로서 적극적으로 들어보고 갈등을 조정하는 데 직접 역할을 하는 것이 좋지 않겠느냐’고 제안했다”고 부연했다. 아울러 “(송 장관이) 그에 대해서 수긍한 것으로 본다”며 “유임 결정까지는 대통령실에서 한 것이지만, 이후에 갈등 조정 기능도 내각에 임명 혹은 내정된 분들의 중요한 역할이라고 본다”고 덧붙였다. 송 장관의 유임을 두고 민주당, 특히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이하 농해수위) 소속 의원을 중심으로 반대의 목소리가 나오는 분위기다. 지난 3년 동안 양곡관리법 등을 반대하고 이를 ‘농망법’이라고 부르는 사람을 기용하는 건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다는 게 주된 이유다.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 진보당도 목소리를 높였다. 혁신당 박웅두 농어민위원장은 논평을 통해 “이재명정부의 ‘국민통합정부’ 의지를 높이 평가한다”면서도 “남태령 응원봉의 주역이자 이재명 대통령 당선에 뜻을 함께했던 농민들은 송 장관의 유임에 당혹감과 분노를 감추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송 장관은 윤석열 농정에 대해 공식적으로 참회와 반성, 사과와 유감의 발언도 없었고 공개적인 평가의 과정과 책임의 경중을 논의한 바가 없는데 누가 송미령을 장관으로 추천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며 “식량주권에 대한 손톱만큼의 애정이 있다면 유임 결정을 즉각 철회하라”고 밝혔다. 농해수위 소속인 진보당 전종덕 의원 역시 “농망 장관”이라며 지명 철회를 촉구하는 1인 시위에 나섰다. 통합용 지명? 여야 모두 아우성 ‘윤의 사람’ 그대로 품은 이유는? 일부 야권에서도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은 자신의 SNS를 통해 “송 장관은 민주당이 추진한 양곡법과 속칭 농민3법을 농업의 미래를 망치는 농망법이라며 대통령 거부권 행사까지 건의했다”며 “그런데 이재명정부의 농림부 장관으로 지명되니 ‘새정부 철학에 부합하는 방향으로 추진하겠다’고 답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장관을 오래하려면 송미령 같이’라는 자조가 공직사회 전반에 퍼지지 않겠느냐”며 “금번 인사를 보니 이 대통령이 말하는 실용주의의 정체를 알겠다. 그건 실용의 이름으로 포장된 기회주의이자 국익으로 덧발라진 밥그릇 챙기기”라고 꼬집었다. 논란에 대해 한 민주당 관계자도 “나름 탕평 인사로 가장 탈이 안 날 것 같은 인물을 유임시킨 것 같은데 아마 이 대통령도 뒷말은 예상했을 것”이라며 “내란 종식을 내걸고 정권을 잡은 만큼 모순된 면이 있다. 그날 밤(12월3일) 용산에 모인 국무위원을 내란 동조자, 내란 방관자라고 하더니 ‘일을 잘하니 함께 가겠다’라는 건 국민에게 조금 더 설명이 필요한 부분”이라고 말했다. 권 전 의원이 보훈부 장관으로 지목된 것 역시 탕평 인사로 분류된다는 해석이다. 권 후보자는 지난 4월 6·3 조기 대선 당시 이재명 후보 캠프에 합류에 눈길을 끌었다. 친유승민계로 분류되는 권 후보자는 한나라당과 새누리당을 거쳐 바른정당에서 최고위원을 지냈다. 보수 인사였던 그는 이재명 캠프에 합류하면서 “대구와 경북의 정치적 발언권을 보장하기 위해 참여하게 됐다”며 “민주당의 중도 보수 지향에 대해 힘을 보탤 것”이라고 설명했다. 강훈식 대변인은 권 후보자가 보훈부 장관으로 지명된 것에 대해 “경북 안동에서 3선 의원을 역임했다”면서 “지역과 이념을 넘어 특별한 희생에 특별한 보상이라는 보훈 의미를 살리고 국민통합을 이끌 것으로 기대한다”고 설명했다. 권 후보자는 보수와의 소통에 힘을 쏟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그는 국민통합을 강조하며 “소통의 장을 자주 마련하면 광화문 태극기 부대와 촛불 부대가 서로 소통이 되고 이해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대통령께서 국민통합이라면 소통의 장을 마련해 각자가 논리의 주장을 공개적으로 이야기해보고 들어봐서 반영하라고 하셨다”며 “그래도 자기 진영 논리에 충실할 수밖에 없다면, 이해할 수 있는 소통의 장을 자주 마련하도록 하겠다”고 설명했다. 유임된 송 장관을 제외한 10개 부처에 대한 개각이 이뤄지면서 국회 역시 각 상임위가 바쁘게 돌아갈 예정이다. 시기상 장관 후보자 청문회는 7월 말에 진행될 가능성이 크다. 김민석 국무총리 후보자 청문회를 겪은 국민의힘은 남은 장관 후보자들에 대해서도 ‘송곳 검증’을 하겠다며 벼르고 있다. 격돌의 7월 관전 포인트 다만 한 야권 관계자는 “김민석 후보자의 청문회가 이틀 동안 진행됐지만 총리로서의 자격 검증은 뒷전이고 돈 문제만 물고 늘어졌다”며 “물론 총리 후보자의 부도덕한 면을 부각시킬 수 있겠지만 총리 후보자 청문회인 만큼 더 다양한 각도에서 질문을 해야 했다. 곧 있으면 다른 장관에 대한 청문회도 진행될 텐데 지금처럼 (청문회를) 진행해서는 국민의힘도 좋은 소리를 듣지 못할 것”이라고 우려를 표했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