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못 없는 커튼’ 아이디어 상품 표절 공방전

  • 구동환 기자 9dong@ilyosisa.co.kr
  • 등록 2020.11.10 06:30:56
  • 호수 1296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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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약 끝나자 똑같은 이름으로

[일요시사 취재1팀] 구동환 기자 = 위기에 빠졌을 때 가장 가까운 사람부터 의심하라는 말이 있다. 한 청년 사업가는 아이디어 상품을 출시해 승승장구했다. 그러나 이후 협력사였던 기업이 똑같은 이름으로 유사상품을 판매하면서 피해를 받았다고 주장하고 있다. 
 

▲ B사 본사 ⓒ네이버 지도

2018년 커튼 블라인드 설치 도매총판을 운영한 A씨는 고객들의 요구에 부응해 못을 사용하지 않고 커튼을 설치할 방법에 대해 고민했다. A씨는 약 1년간의 연구 끝에 커튼과 암막, 블라인드 모두 설치 개수만 늘리면 무게, 길이와 상관없이 튼튼하게 지탱해주는 제품을 개발했다. 

2019년 6월 A씨는 B사를 차리면서 ‘안뚫어고리’ 제품을 세상에 알렸다. 이 제품은 블라인드와 커튼 봉 및 레일에 드라이버 없이 설치하는 브래킷 제품으로, 4개 버전이 출시됐다. 버전1에서는 접착제, 전동드라이버 타공이 필요 없어 고객들이 편리하게 설치할 수 있다는 점이 장점이었다. 

방송에 소개

버전2에서는 얇은 창틀에도 잘 버티고 블라인드도 더 높게 설치할 수 있게 됐으며, 버전3에서는 창에서 좀 더 떨어져 블라인드가 결로에 젖는 현상도 줄였다고 한다. 사이드형으로 고리가 곡선형인 커튼봉에 쓸 수 있는 버전4는 설치 위치도 조정되며 2.5cm와 3.5cm규격으로 출시됐다.

A씨는 다양한 곳에서 제품을 팔기 시작했다. A씨의 제품을 받아서 판매하던 C사가 A씨를 찾아와 총판 계약을 하자고 제시했다. A씨는 올해 3월31일부터 6개월간 로열티를 받는다는 조건으로 총판 계약을 진행했다. 


총판 계약 기간에 JTBC <알짜왕>, SBS 예능 프로그램 <미운우리새끼>, SBS CNBC <성공의 정석> 등에 제품이 소개되면서 인기는 날로 높아졌다.  

A씨는 “방송의 효과는 확실했다. TV 방송에 한 번 제품이 나오게 되면 검색량이 2배로 늘어난다. 기존 월간 검색량이 1만5000건이었다면 방송에 나가고 나면 3만건이 넘는다. 매출도 확실히 늘어나는 부분이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 10월 B사는 계약만료로 C사와의 총판 계약을 마무리했다. 그러던 중 A씨는 쿠팡 등 소셜커머스에서 당혹스러운 것을 발견했다. 총판 계약업체 C사에서 B사 제품인 안뚫어고리와 이름이 유사한 상품을 판매하고 있던 것. 

황당했던 A씨는 C사의 제품을 구매해 살펴봤다. B사 제품과는 유사하지만 다른 형태였다. B사 제품 경우 C사 제품과 달리 브래킷 부분에 꼭지가 조금 더 올라가 있는 형태로, 외부에서 들어오는 빛을 아예 차단하는 기능을 한다.

홍보 사진과는 다른 상품 
소비자 헷갈리게 만들어

또 B사의 제품은 손으로만 돌려도 고정이 되고 2cm 두께의 창틀까지 커버할 수 있지만, C사 제품은 육각렌치로 돌려야만 고정이 되고 창틀 두께를 1cm까지만 커버할 수 있었다. 커튼 봉을 설치할 수 있는 제품의 경우, B사 상품은 ‘딸깍’하고 소리가 나게 공정이 되지만 C사 제품의 경우에는 봉을 얹어 놓기만 하는 형태다. 

A씨는 “C사에서는 시중에 판매하는 커튼 고리를 사서 끼운 다음 이걸 안뚫어고리 버전1이라고 해놓고 팔고 있다. 우리(B사) 것과는 확연히 다른 제품”이라고 강조했다. 


쿠팡에 B사 이미지 컷과 제품 소개를 첨부해놓고 막상 고객이 결제하면 C사 상품이 온다는 것이다.
 

▲ 안뚫어고리 ⓒSBS

고객이 적을 수 있는 상품평 후기에는 다른 제품이 와서 실망했다는 의견도 있었다. 또 이미지 컷에 B사 제품인 안뚫어고리 사진을 게시한 뒤 커튼레일을 보내기도 했다. 

A씨는 “사람들이 먼저 보는 건 사진이다. 글씨로만 커튼레일을 표기했다고 한들 소비자는 헷갈리기 마련이다. 우리 회사에 대한 이미지를 죽이는 것밖에 되지 않는다”고 억울해했다.

그는 “제품을 홍보하고 판매한 지도 1년6개월이 지났다. 주문한 것과 똑같은 이름으로 다른 상품이 오면 소비자들은 혼란스럽다. 더 좋은 제품도 아니고 좋지 않은 제품으로 우리 제품처럼 사칭하고 있으니 더 큰 문제를 야기한다. 이 부분은 짚고 넘어갈 계획”이라고 입장을 밝혔다. 

이에 대해 C사 관계자는 “B사에서 공급받다가 다른 업체 제품으로 바꿔 판매하면서 이미지는 전부 다 바꾼 상태다. 혹시 바뀌지 않았다 하더라도 기존에 공급받았던 물건들이다 보니 크게 문제될 건 없다. 제품 사진은 우리가 직접 다 찍은 것”이라며 “이미지가 바뀌는 과정에서 생긴 착오일 수도 있다. 지금은 바뀐 이미지로 안뚫어고리를 공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문제없다”

제품에 대해서는 “안뚫어고리는 ‘안뚫다’와 ‘고리’를 합친 말이다. 이 단어는 누구나 사용할 수 있다. B사에서 상표권 등록을 시도했지만 안 된 것으로 알고 있다. 먼저 판매를 시작했다고 한들 상표에 대한 권리가 없는 상황이다. C사의 이름과 안뚫어고리를 합친 이름으로 우리가 먼저 출원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9dong@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안전’ 아이디어 보호한다

중소벤처기업부는 창업·벤처기업의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안전하게 보호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아이디어 임치’ 제도를 지난달 30일부터 시범 운영한다. 

아이디어 임치 신설은 지난 4월에 발표한 ‘중소기업 기술보호 강화방안’의 후속 조치로 마련됐다.

이번 제도는 초기 창업기업 등이 사업계획서, 제안서 등 기술·영업자료를 공모전 출품 또는 거래상대방에게 제안하는 과정에서 유출·탈취되는 사례를 사전에 방지하기 위한 것이다.


대상물은 공모전 또는 거래 예정기업으로, 제출하는 사업계획서·제안서·비즈니스 모델 등 전자파일 형태로써 500메가바이트(MB) 이내다.

임치 방법은 중기부 임치기관으로 지정된 ‘대·중소기업·농어업협력재단 기술자료 임치센터’ 또는 ‘기술보증기금 테크세이프’에 온라인 접속해 신청·접수 가능하다.

기존에는 기업이 임치기관을 통해 기술자료를 임치할 경우 30만원의 임치비용(창업·벤처기업은 20만원)이 발생했다.

그러나 ‘아이디어 임치’ 제도를 통해 임치에 소요되는 비용은 창업기업의 경우 최초 1회에 한해 임치한 날로부터 1년간 무료, 벤처기업은 5만원으로 1년이 경과할 때는 연장 필요성을 검토해 갱신계약(비용 10만원/1년)을 할 수 있다. <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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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입수> 노상원 수사 기록 ②부정선거에 꽂힌 내막

[단독 입수] 노상원 수사 기록 ②부정선거에 꽂힌 내막

[일요시사 취재1·정치팀] 오혁진·박희영·김철준 기자 = 12·3 내란 사태가 발생한 지 6개월이 지났다. 특검이 출범하면서 관련 수사도 발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현재까지 여러 언론을 통해 핵심 인물들의 수사 기록이 일부 보도됐다. 그러나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에 대한 내용은 구체적으로 언급된 바 없다. <일요시사>는 경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단의 ‘노상원 수사 기록’을 단독으로 입수해 공개하기로 했다. “부정선거 증거가 차고 넘치고 나중에는 드러날 것이다.” 노상원 전 국군정보사령관이 수사기관에 진술한 내용이다. 그가 윤석열 전 대통령과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처럼 부정선거 음모론에 꽂혀 있다는 걸 알 수 있는 대목이다. 노 전 사령관은 윤 전 대통령의 지지자들이 주최하는 집회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했다. 사실상 수년 전부터 망상에 빠져있었다고 볼 수 있다. 같은 생각 노 전 사령관이 윤 전 대통령 지지자들이 주도하는 부정선거 음모론 집회에 참여하기 시작한 건 2년 전부터로 추정된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노 전 사령관 수사 기록에 따르면 그는 부정선거 음모론 집회와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의 집회에 여러 차례 참여했다. 노 전 사령관이 전 목사와 개인적으로 알았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다만 노 전 사령관은 김 전 장관에게 집회에 참여할 때마다 당시 분위기와 참석자들이 윤 전 대통령을 어떻게 생각하는지에 대해 텔레그램으로 자신의 의견을 전달했다. 1년간 ‘극우 집회’를 분석한 노 전 사령관은 부정선거 음모론에 집착하기 시작했다. 그는 “문상호, 정성욱, 김봉규 등과 만날 때 주로 어떤 말을 했느냐”는 경찰 측의 질문에 “선관위를 얘기했는지는 잘 모르겠는데 선관위가 부정선거의 온상이라고 김용현 전 장관이 많이 말씀하셨다. 나에게도 여러 번 선관위의 부정선거에 대해 알아보라고 지시했고 네이버로 찾아도 봤다”고 말했다. “부정선거를 주로 누구에게서 들었냐”는 경찰 측의 질문에는 “관련 집회에 여러 번 참여하면서 들었고 특정 인물이 누구인지 실명을 거명하긴 그렇다. 나도 김 전 장관에게 보고를 해야 해서 스스로 공부도 많이 했다. 여론조사 조작이나 선거 부정은 합리적인 근거가 있다”고 했다. 전 주도 윤 지지자 극우 집회 직접 참석 김과 텔레그램으로 부정선거 자료 공유 노 전 사령관은 부정선거의 근거로 “선관위 산하에 여론조사심의위원회가 있다. 여론조사기관은 여론조사심의위에 등록해야 한다. 여론조사기관의 갑이다. 여론조사심의위원회는 9명으로 위원장 이대영 사무총장과 강성봉 등이고 그 밑에 쭉 있는데 7명이 진보 계열 인물이다. 여론조사기관이 편향되어 있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고 주장했다. 노 전 사령관은 부정선거 음모론자들이 주장하는 임시선거사무소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네이버에 검색하면 다 나오는데 2021년 국회의원 선거 때 동작구 선거사무소가 있는데 옆을 임대해서 임시선거사무소를 만들었었다. 언론에 나오니까 발뺌했었고 김 전 장관에게 보고하자 김 전 장관이 더 많은 자료를 보내 줬었다”고 했다. 노 전 사령관은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이하 선관위)의 부정선거가 확실하다며 “결국에는 다 까질 것이다. 전산은 한 번 까지면 되돌릴 수가 없다. 폭파하거나 고물상에 갖다 버리지 않는다면 전산은 결국 까진다. 북한이 쳐들어온 것도 아니고 서울 상공에 포를 쏜 것도 아니지만 윤석열 전 대통령께서는 선관위의 부정선거가 확실하다고 생각하시고 정국이 전시에 준하는 사태라고 민감한 상황이라고 보신 것 같다. 그런 상황이 아닌데도 그렇게 행동한 건 그만큼 절박했기 때문이라고 본다. 2시간짜리 호소였다. 만약 국회 결정을 윤 전 대통령께서 받아들이지 않았다면 유혈사태가 났을 것”이라고 윤 전 대통령을 옹호했다. 노 전 사령관은 지난해 12월 초, 선관위가 서버 교체를 검토했다가 교체하려 했던 것을 두고 “윤 전 대통령께서 어디에선가 확실하고 핵심적인 정보를 들으셨을 것 같다. 서버 조작이 있었기에 그 서버를 우리가 확보하려 할 때 선관위 측이 폭파했을 수도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의 군검찰·검찰 피의자 신문조서를 보면 윤 전 대통령은 지난해 8월 초 ‘정보사 군무원 간첩 사건 수사 결과’를 보고받는 자리에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대표였던 이재명 대통령을 포함한 정치인 등 인물들에 대해 “비상대권을 사용해 이 사람들에 대해 조치를 해야 한다”며 “현재의 사법체계, 형사소송법, 방탄국회 및 재판지연 아래에선 이런 사람들을 어떻게 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재명 조치’ ‘2시간짜리 계엄’ 겹치는 윤·노 발언 "서버 확보하려 했다면 선관위가 폭파했을 것” 주장 윤 전 대통령이 “비상대권을 사용한 조치”를 언급한 건 한두 번이 아니다. 그만큼 이 대통령과 자신의 의견을 거스르는 인물들에 대한 복수심이 극에 달했던 것으로 해석된다. 이는 노 전 사령관도 마찬가지다. 노 전 사령관은 경찰에 “김용군(대령)과 구삼회 등에게 ‘이재명은 죄가 7개인데 봐주고 지연시키고 구속도 안 되고 당 대표까지 하는데 더불어민주당이 감사원장, 중앙지검장, 판사 등을 모두 탄핵하려고 하는 게 과연 올바른 세상이냐’고 한 적이 있다”고 진술했다. 윤 전 대통령과 노 전 사령관이 언급한 말이 일치하는 건 이뿐만이 아니다. 윤 전 대통령은 지난해 12월12일 “국정원 직원이 해커로서 해킹을 시도하자 얼마든지 데이터 조작이 가능했고 비밀번호도 아주 단순해 ‘12345’ 같은 식이었다”고 주장한 바 있다. 노 전 사령관도 “선관위가 헌법기관인데 스스로 깨끗해야 하거나 아무런 문제가 없어야 하는데 황제·세자 채용 등 문제가 나왔다. 각종 할 수 있는 최악의 것은 다 저질렀다. 그리고 전산 해킹이 언급될 때 서버 본체를 보여준 것도 아니고 일부 샘플만 살짝 보여줬는데 얼마든지 전산 조작이 가능하고 해킹에 얼마나 취약하면 비밀번호가 ‘1234’냐. 이미 그런 게 다 나왔다. 그렇게 떳떳하면 왜 본체를 못 열어주나”고 말했다. 그러나 조태용 국정원장은 같은 해 12월 검찰 조사에서 “선관위 시스템에 보안상 취약점이 발견됐지만, 부정선거에 관한 단서는 전혀 포착하지 못했다”는 내용으로 보고했다고 진술했다. 일각에서는 노 전 사령관이 윤 전 대통령과 직접 비화폰으로 연락을 주고받았을 것이라는 보고 있다. 실제 노 전 사령관도 지난해 12월2일 자신의 지인에게 윤 전 대통령과의 친분을 과시했다. 노 전 사령관은 당시 “나 같은 경우는 브이(V, 윤 전 대통령 지칭)하고 이렇게 좀 도와드리고 있다. 원래 한 4~5년, 3~4년 전에 알았다뿐이고 그래서 이제 뭐 이렇게 여러 가지로 좀 도와드리고 있다. 비선으로”라고 했다. 친분 과시 노 전 사령관은 안산 ‘롯데리아 회동’에 참석했던 구삼회 전 육군 2기갑여단장에게도 “며칠 전에는 김용현과 함께 대통령도 만났다. 갈 때마다 대통령이 나한테만 거수경례를 하면서 ‘사령관님 오셨습니까’라고 한다. 내가 이런 사람이다. 대통령과 장관 같이 만난다. 나는 벌써 여러 번 만났다”고 했다. <hounder@ilyosisa.co.kr> <hypak28@ilyosisa.co.kr>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