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 떠도는 ‘이해찬 상왕 정치설’ 추적

  • 최현목 기자 chm@ilyosisa.co.kr
  • 등록 2020.09.21 11:10:13
  • 호수 1289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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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Y 뒤에 아른거리는 그림자

[일요시사 정치팀] 최현목 기자 =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전 대표가 ‘돌격명령’을 내렸다. 민주당 의원들은 일제히 ‘추미애 방어’에 나섰다. 이낙연 대표가 ‘언동조심’을 경고한 지 이틀 만에 벌어진 일이다. 이 전 대표가 ‘상왕정치’를 하고 있으며, 이 대표는 ‘허수아비’일 뿐이라는 말까지 정치권서 나돈다. <일요시사>는 퇴임 전 의심이, 퇴임 후 확신으로 굳어지고 있는 ‘이해찬 상왕정치설’을 추적했다.
 

▲ 이해찬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 ⓒ고성준 기자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해찬 전 대표가 추미애 법무부 장관 아들 논란에 대해 입을 열었다. ‘김어준의 다스뵈이다’ 인터뷰서 이 전 대표는 “검찰의 여러 개혁안이나 인사는 안 다루고(추 장관) 자녀 문제를 다루는 것을 보니 이게 뭐하자는 것인지”라며 “본질을 갖고 얘기하면 좋은데 카투사를 한참 얘기하다가 잘 안되나 보니, 따님 얘기를 들고 나와 억지 부리는 거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본격적 방어
설화 잇따라

이를 기점으로 민주당 의원들의 추 장관 방어가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김종민 최고위원은 지난 11일 국민의힘 등 야권서 제기하는 의혹 대부분이 사실이 아니라고 일축했다. 같은 날 설훈 의원은 “추 장관 아들이 참 억울하기 짝이 없게 당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민주당 박성준 원내대변인은 지난 16일 “추 장관의 아들이 안중근 의사의 말을 몸소 실천했다”는 논평을 냈다가 논란만 일으켰다.

추 장관의 아들이 무릎 수술을 받은 것은 군인으로서 본분을 다하기 위함이었으며, 이는 안 의사의 유훈인 ‘위국헌신군인본분(나라를 위해 몸을 바치는 것이 군인의 본분)’을 실천한 것이라는 주장이었다.


윤봉길 의사의 손녀인 국민의힘 윤주경 의원은 “독립운동을 하셨던 분들이 이런 모습을 보려고, 이런 나라를 위해서 헌신하셨을까. 어떻게 감히 안 의사 말로 비유하는지 너무 참담하다”며 한탄했다.

논란이 확산하자 민주당은 안 의사 부분을 삭제한 뒤 수정 논평을 냈다. 박 원내대변인은 언론에 문자메시지를 보내 “적절하지 않은 인용으로 물의를 일으켜 깊이 유감을 표한다”며 “앞으로 좀 더 신중한 모습으로 논평하겠다”고 사과했다.

황희 의원은 지난 12일 “(제보자인 당직사병의)언행을 보면 도저히 단독범이라고 볼 수 없다”며 음모론을 제기했다. 당직사병에 대해 철저히 수사하고, 공범 세력도 철저히 규명해야 한다는 입장도 전했다.

황 의원은 이 같은 입장을 밝히며, 당직사병의 실명을 공개했다. 논란이 일자 그는 당직사병의 얼굴과 실명은 종편 채널 TV조선이 먼저 공개했다고 방어했지만, 비판은 폭주했다.

돌격명령? 일제히 음모론
‘언동조심’ 경고 무색해

같은 당 동료였던 금태섭 전 의원도 20대 청년에게 ‘단독범’이라고 표현한 부분을 거론하며 “제정신인가”라고 쏘아붙였다. 결국 황 의원은 실명을 공개한 부분에 대해 사과했다. 그러나 공범 세력이 존재한다는 기존의 입장을 바꾸지는 않았다. 

보수단체인 자유법치센터는 지난 14일, 황 의원을 부정청탁금지법 위반과 정보통신망법상 명예훼손 등의 혐의로 대검찰청에 고발했다. 부정청탁금지법은 공익신고자의 인적사항을 다른 사람에게 알리거나 공개하는 경우 3년 이하의 징역이나 3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한다.


시민단체 서민민생대책위원회도 황 의원을 공익신고자보호법 위반 등의 혐의로 서울남부지검에 고발했다. 공익신고자보호법은 ‘누구든지 공익신고자라는 사정을 알면서 그의 인적사항이나 그가 공익신고자 등임을 미루어 알 수 있는 사실을 다른 사람에게 알려주거나 공개 또는 보도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한다.

이를 위반할 시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홍영표 의원은 황 의원의 공범 세력설을 확대, 정치 공작설까지 제기했다.
 

▲ 설훈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

지난 16일 서욱 국방부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서 홍 의원은 “과거에 군을 사유화하고 군에서 정치에 개입하고 그랬던 세력들이, 옛날에 민간인 사찰 공작하고 쿠데타도 일으켰던 이들이 이제 그게 안 되니, 그 세력이 국회에 와서 공작을 하고 있다”며 “사실을 조작하고 왜곡한다. 너무나 명백한 사실이 있음에도 말이다”라고 소리쳤다.

국민의힘이 추 장관 아들 논란을 공작하고 있다는 뜻으로 읽힌다. 

당초 민주당 내부에서는 추 장관 아들 논란에 함구하는 분위기가 강했다. 자칫 무리한 방어로 국민들에게 비쳐진다면, 여론의 역풍을 맞을 수 있어서였다. 더군다나 추 장관 아들 논란이 ‘국민의 역린’인 고위공직자 아들의 병역 문제이기에 더욱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는 분위기였다.

민주당이 주장하는 것처럼 법적인 문제가 없더라도, 국민의 보편적 정서에 반하는 도의적 문제로 번질 경우 당의 이미지는 심대한 타격을 받을 수 있다. 민주당 박용진 의원이 지난 16일 추 장관 아들 논란에 대해 도의적 차원서 사과한 이유다. 

고발까지
이어져…

박 의원은 “군대를 다녀온 평범한 청년들에게 그들이 갖는 허탈감에 대해 죄송스럽게 생각한다”며 “교육과 병역은 온 국민의 관심사이기 때문에 국민의 역린”이라고 말했다. 검찰 수사 결과를 지켜보자는 ‘신중론’이 민주당 내부서 꾸준히 나오는 이유기도 하다.

그러나 이 같은 기류에도 불구하고 이 전 대표의 발언 이후 순식간에 바뀌었다. ‘설화’(말을 잘못해 받게 되는 해)라는 지적은 신경 쓰지 않고 추 장관 엄호에 나선 모습니다. 이 전 대표의 발언은 돌격 명령의 역할을 한 셈이다.

민주당 이낙연 대표가 자당 의원들에게 한 ‘경고’가 무색하다. 이 대표는 이 전 대표의 발언이 있기 이틀 전 최고위원회의서 “몇몇 의원들께서 국민들께 걱정을 드리는 언동을 한 게 사실”이라며 “저를 포함해 모든 의원들이 국민께 오해를 사거나 걱정을 끼치는 언동을 안 하도록 조심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이 전 대표의 발언, 잇단 민주당 의원들의 추 장관 엄호 발언은 이 대표의 ‘언동 조심’과 궤를 달리한다. 이 대표의 리더십이 취임 2주 만에 시험대에 오른 것이다. 이 전 대표 때와 사뭇 대비된다. 
 

▲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 ⓒ고성준 기자

이 전 대표는 당 대표 시절 소속 의원들에 대한 논란이 불거질 때마다 ‘입단속’을 시키며 당의 중심을 잡았다. 윤미향 의원의 ‘정의기억연대’ 회계부정 의혹과 금태섭 전 의원의 징계, 추 장관과 윤석열 검찰총장의 갈등 등이 대표적이다.

당내 자유로운 의견 제시를 막는 비민주적 처사라는 일각의 비판을 받기는 했지만, ‘친노(친 노무현) 좌장’의 경고 효과는 확실했다.

‘이해찬 상왕정치설’이 정가를 뒤덮었다. 현 지도부가 이 전 대표의 ‘수렴청정 체제’가 아니냐는 논란이다.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는 “이 대표는 허수아비고 이분(이 전 대표)이 실제 민주당의 대표”라며 “이 대표는 의원들에게 말조심하라 그랬다. 반면 이 전 대표는 의원들에게 나서서 적극적으로 추 장관을 방어하라고 오더를 내렸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앞서 이 전 대표의 퇴임을 앞두고 상왕정치설이 불거진 바 있다. 이 전 대표의 당내 위상과 입김을 감안했을 때 어떤 식으로든 당에 정치적 영향을 행사할 것이라는 예상이었다. 이 전 대표가 퇴임 후 사단법인 동북아평화경제협회 이사장으로 취임하는 점도 이러한 가능성에 힘을 실었다. 

수렴청정
예견된 수순


동북아평화경제협회는 북한을 포함한 동북아 국가들과의 경제교류 및 상호협력관계 방안을 마련하고 실천하는 민간단체다. 사무실은 여의도 국회 바로 맞은편에 위치한다. 언제든지 당의 주요 인사를 만날 수 있는 요건이다.

마침 이 전 대표와 가까운 김태년 원내대표가 당 지도부에 있다. 이 대표는 앞서 ‘언동 조심’을 경고하며 “김 원내대표께서 이에 관한 고민을 해주시길 바란다”고 요청한 바 있다. 김 원내대표를 중심으로 자당 의원들의 언동에 대한 평가가 이루어질 가능성이 있다. 

수렴청정 논란은 이미 예견된 수순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한 민주당 관계자는 지난 15일 “상왕정치나 수렴청정으로 보는 것은 과도하다”면서도 “비문(비 문재인)이 사라진 당내 역학구도를 보면, 이 전 대표의 발언이 여전히 의원들에게 크게 들릴 수 있다. 이 대표는 6년 만에 여의도로 돌아온 것 아닌가. 상대적인 것”이라고 밝혔다.

이 전 대표가 정권 창출과 176석 거대여당을 만드는 데 중심 역할을 한 점도 이 대표보다 당내 영향력이 큰 이유 중 하나로 꼽힌다.

이 전 대표는 민주당의 ‘빅브라더’다. 친노, 친문의 좌장이자 7선 국회의원 출신인 이 전 대표의 말에 반기를 들 수 있는 경력을 가진 이는 여야를 통틀어도 많지 않다. 
 

▲ 박성준 더불어민주당 원내대변인

참여정부 시절 문 대통령은 청와대 민정수석이었고, 이 후보는 국무총리였다. 무소속 홍준표 의원은 6·13지방선거를 앞두고 “문재인의 상왕은 이해찬, 안철수의 상왕은 박지원, 태상왕은 김종인”이라고 말한 바 있다. 

실제 이 전 대표가 당 대표던 시절 당청관계가 민주당 쪽으로 옮겨가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지난 7월 이 전 대표는 청와대와 정부가 6·17 부동산 대책 등을 결정하고, 기자들에게 보도자료까지 배포한 뒤 당정협의에 나선 점에 불쾌감을 드러내며 “이런 식으로 하면 각 상임위서 당정협의를 받아주지 말라”고 지시했다.

청와대를 향한 강한 경고성 발언이었다.

7개월 대표의 한계
‘원보이스’ 흔들려

청와대는 이 전 대표의 노기를 가라앉히기 위해 노력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언론을 통해 “(청와대와 정부에 대한)당의 입장은 생각을 통보하듯(당정협의를) 운영하지 말고, 충분히 대화하고 협의하자는 것 아니냐”며 “대화하는 상황서 한쪽이 대화가 부족하다고 하니, 우리는 앞으로 충분히 대화하겠다는 생각”이라고 우회적으로 사과했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김상조 청와대 정책실장이 직접 국회를 찾아 이 전 대표에게 ‘한국판 뉴딜 종합계획’을 보고했다. 계획 발표 이전에 이뤄진 보고였다. 홍 부총리는 이 전 대표를 만난 뒤 기자들 앞에서 “한국판 뉴딜과 관련해 관계 부처 간 협의는 마무리된 상황”이라며 “보완을 위해 이 (전)대표의 의견을 수렴했다”고 국회 방문 이유를 설명했다. 

반면 이 대표는 전남도지사, 문재인정부 초대 국무총리 등을 거쳐 6년 만에 여의도로 복귀했다. 대중적인 인기는 높지만, 이 전 대표처럼 자당 의원들에게 ‘강한 그립’을 행사하기 힘들다.

당내 자기 세력이 부족하다는 지적은 이 대표를 괴롭히는 꼬리표 중에 하나다. 지난 2014년 7월 전남도지사로 당선된 이후 이 대표는 여의도서 멀어져 있었다. 이 때문에 20대 국회서 속칭 ‘이낙연계’로 통하는 의원은 극소수였다.
 

▲ 김종민 더불어민주당 의원

21대 총선서 이 대표가 후원회장을 맡은 후보들이 대거 여의도에 입성했지만, 그들을 이낙연계라 보기에는 무리가 있다.

‘시한부 당 대표’라는 점도 이 대표의 발언이 이 전 대표의 그것보다 힘을 발휘하기 어렵게 만드는 요소다. ‘대권’이 최종 목표인 이 대표는 2022년 3월9일 열리는 차기 대권에 도전하기 위해서는 내년 3월9일 전까지 당권을 내려놔야 한다.

대권 1년 전 대권에 도전하는 당 대표는 직을 사퇴하도록 규정하는 민주당 당헌·당규에 의해서다. 현실적으로 7개월 후 떠나는 이 대표의 발언력은 2년의 임기를 다 채운 이 전 대표의 그것에 비해 약할 수밖에 없다.

대권까지
흔들리나?

‘원팀·원보이스’는 민주당의 힘이었다. 단일대오를 이룬 민주당은 지난 21대 총선과 6·13지방선거서 압승을 거뒀다. 그러나 이낙연 체제서 이 같은 원보이스는 위기를 맞았다. 통일되지 않은 개별 목소리가 난무한다. 이 대표가 이 같은 난관을 뚫고 민주당의 차기 대권 후보가 될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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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부 총질 ‘친명 전쟁’ 서막

내부 총질 ‘친명 전쟁’ 서막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당내 울려 퍼지던 비명(비 이재명)계 소리가 사라졌다. ‘내부 저격수’가 사라졌으니 이제는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대표 중심으로 똘똘 뭉쳐 국회를 꽉 잡을 것이란 희망 섞인 목소리가 나온다. 다른 한쪽에서는 우려의 뜻을 내비친다. ‘이재명 독주’ 체제로 완성된 민주당이 제대로 된 민주주의를 실현할 수 있겠냐는 점에서다. 22대 총선서 압승을 거둔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큰 폭으로 물갈이에 나섰다. 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주요 자리에 친명(친 이재명)계 인사들을 대거 투입했다. 친명 위주의 인선을 단행해 원팀 민주당을 꾸리겠다는 셈이다. 공천 파동을 딛고 살아남은 친명 의원들이 일제히 한 보 전진했다. 피바람 잦아드니… 지난 21일 이 대표는 사무총장에 김윤덕 의원을 임명했다. 김 의원은 이번 총선서 전략공천관리위원회 위원을 지낸 인물로 지난 20대 대선 경선 당시 이재명 후보의 열린캠프서 활동한 바 있다. 조직사무부총장은 황명선 당선인, 당 대표 정무조정실장에는 김우영 당선인, 전략기획위원장은 민형배 의원 등 친명계가 이름을 올렸다. 민주당의 정책을 이끌 민주연구원장에는 이 대표의 ‘정책 멘토’로 알려진 이한주 전 경기연구원장이 선임됐다. 이 원장은 이 대표의 ‘기본소득’을 설계한 인물로 민주당이 제시한 ‘25만원 지원금’에 전폭적으로 힘을 실어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법률위원장에는 이 대표의 대장동 변호를 맡은 박균택 당선인이 낙점됐다. 이 밖에도 당 대표 비서실장에는 천준호 의원, 당 대표 정무조정실장에는 김우영 당선인, 교육연수원장에는 김정호 의원, 수석대변인에는 박성준 의원, 대변인에는 한민수·황정아 당선인이 자리했다. 이날 한민수 대변인은 인사 소개를 마친 후 당직 개편에 대해 “4·10 총선의 민심을 반영한 개혁 과제 추진에 있어서 동력을 형성한다는 의미가 있다”며 “신진 인사들에게 기회를 부여한다는 의미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인선은 이 대표가 국회에 입성한 후 진행된 두 번째 물갈이다. 2022년 8월 이 대표가 취임 직후 단행한 인선을 두고 ‘친명 일색’이라는 거친 비판이 터져 나왔다. 곧바로 한병도·권칠승·고민정 등 대표적인 친문(친 문재인)계 인사를 등용하면서 논란을 잠재웠지만 이번 총선서 친명이 주류를 이루면서 이들을 당에 대거 투입한 것으로 풀이된다. 22대 국회 문턱을 넘은 친문 세력은 약 스무명 안팎인 것으로 전해진다. 한때 민주당 180석을 지탱하던 핵심축이었지만 총선을 거치면서 세력이 급격히 쪼그라들었다. 민주당 공천을 두고 ‘비명횡사 친명횡재’라는 말이 나오자 고민정 최고위원은 위원직을 사퇴했다가 다시 복귀하는 해프닝도 벌어졌다. 이처럼 공천 피바람이 당내를 휩쓸었지만 총선 이후 이 대표를 비판하던 목소리가 단숨에 잦아들었다. 총선 결과 이후 이 대표 체제는 더욱 견고해졌다. 이 대표를 거칠게 비판하며 당을 떠나거나 새로운 둥지를 꾸린 이들이 줄줄이 낙선하면서다. ‘친명’ 타이틀 달고 꽃밭 안착 둥지 떠난 탈당파 줄줄이 낙선 새로운미래 이낙연 공동대표는 이 대표와 대립각을 세운 뒤 탈당해 새로운 당을 꾸렸다. 이번 총선서 광주 광산을에 출사표를 던졌지만 민주당 민형배 당선인에게 62.25%p로 크게 밀려 패배했다. 이 공동대표가 야심 차게 창당한 새로운미래는 지역구 한 석에 그치는 초라한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개혁신당과 손을 잡은 이원욱 공동선대위원장 역시 지역구서 낙선했다. 탈당 후 국민의힘으로 이적한 ‘5선 중진’ 이상민 의원과 김영주 의원(국회 부의장)도 고배를 마셨다. 홍영표·설훈 등 다른 비명계 의원 역시 줄줄이 낙선했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당을 떠나면 춥다는 걸 몸소 보여줬다”며 “소위 비명계로 분류됐던 이들이 모두 당을 떠났으니 당내 파열음이 나오지 않는 건 당연한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대부분 여의도를 떠나게 됐으니 당분간 ‘내부 저격수’로 불리는 이들의 목소리는 나오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친명 체제에 화룡점정을 찍을 원내대표 선출 결과에도 눈길이 쏠린다. 내달 3일, 선출을 앞둔 차기 원내대표 선거가 사실상 친명인 박찬대 의원의 독무대인 만큼 ‘친명일색 민주당’이 완성될 것이란 해석이 우세하다. 박 의원은 지난 21일, 일찌감치 출마 기자회견을 열고 “이재명 대표와 강력한 투톱 체제로 개혁 국회, 민생 국회를 만들겠다”고 선언했다. 최고위원직을 사퇴한 박 의원이 신호탄을 쏘아 올리면서 자천타천으로 물망에 오른 의원들은 속속 불출마를 선언했다. 서영교 최고위원은 지난 22일 원내대표 출마 선언을 위한 기자회견을 예고했지만 돌연 취소했다. 당 대표 ‘원픽’ 이와 관련해 서 최고위원은 “(박찬대 의원 포함)2명 다 최고위원직을 사퇴하면 제가 원내대표에 당선돼도 최고위원 두 자리가 비게 된다”며 “총선에 압도적으로 이긴 이 대표 체제에 문제가 된다는 게 처음부터 고민이었는데 사전에 조율하지 못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4선 김민석 의원도 “당원 주권의 화두에 집중해 보려고 한다”며 불출마를 시사했다. 인재위원회 간사였던 3선 김성환 의원과 원내수석부대표인 박주민 의원 역시 불출마 입장을 표했다. 민형배·진성준 의원도 하마평에 올랐지만 각각 전략기획위원장, 정책위의장에 임명되면서 자연스레 출마가 불발됐다. 이로써 원내대표 출마 후보군은 박 의원 한 명으로 압축됐다. 친명계 핵심인 만큼 이 대표의 의중인 ‘명심’이 강하게 작용했다는 관측이 나온다. 당초 10명 안팎의 후보군이 난립할 것으로 예상됐으나 물밑서 이 대표가 교통정리에 나섰다는 해석이다. 당 대표의 노골적인 선거개입이라는 비판이 나왔지만 당을 좌우하는 명심에 대항하기는 사실상 어렵다. 친문 인사가 끼어들 틈도 없이 빠르게 상황이 흘러갔다는 게 정치권 관계자의 설명이다. 민주당 원내대표 겸 의장단 선출 선거관리위원회 간사인 황희 의원은 지난 24일, 선거관리위원회 1차 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당규상 민주당서 원내대표 선거는 결선투표가 원칙으로 기본적으로 과반 득표를 확보해야 한다는 것”이라며 “후보자가 1인일 경우 찬반 투표를 하기로 정했다”고 설명했다. 원내대표 다음으로 주목받는 자리는 바로 차기 국회의장이다. 당내 우직한 이력을 가진 후보들이 기싸움이 이어가면서 명심이 누군의 손을 들어줄지 주목되는 상황이다. 민주당에서는 6선에 성공한 조정식·추미애 당선인과 5선인 정성호·우원식 의원이 22대 전반기 국회의장 출마를 밝혔다. 이들은 일제히 “기계적 중립은 없다”는 입장을 강조하며 강경 성향 의원의 표심을 얻기 위한 선명성 경쟁에 나섰다. 완벽한 시나리오 먼저 정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기계적 중립만 지켜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며 “민주당 출신으로서 다음 선거의 승리를 위해 보이지 않게(그 토대를) 깔아줘야 된다”고 말했다. 여야 간 합의가 이뤄지지 않았을 경우 다수결의 원리에 따라서 다수당의 주장대로 갈 수밖에 없다는 의견도 덧붙였다. 정 의원은 이 대표의 사법연수원 18기 동기로 알려졌다. 40년 가까이 알고 지낸 만큼 ‘원조 친명’이자 ‘친명계 좌장’으로 통한다. 이 대표의 최측근으로 분류되는 ‘7인회’ 핵심 멤버기도 하다. 친명 후발주자인 추 당선인도 국회의장 도전에 대해 “주저하지 않겠다”며 “국회의장도 물론 좌파도 우파도 아니다. 그렇다고 중립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정치적 유불리를 계산하지 않고 유보된 언론개혁, 검찰개혁을 해내겠다는 의지를 거듭 밝히면서 강성 지지자의 호응을 유도했다. 민주당 조 전 사무총장도 “여야 합의가 될 때까지 무한정 기다릴 수 없다”며 “국회의장이 되면 긴급 현안에 대해서는 의장 직권으로 본회의를 열어 처리하겠다”고 말했다. 민주당이 과반석을 차지한 만큼 당내 경쟁도 치열해진 양상을 띠고 있다. 국회의장 경선에 당원투표를 반영하자는 주장까지 나온 것으로 전해진다. 강성 지지층의 힘이 크게 작용하는 만큼 후보들은 당심을 겨냥하기 위해 명심을 강조할 수밖에 없다. 당의 주요 인사들이 ‘이재명과의 호흡’을 강조하고 나선 만큼 이 대표의 의중인 ‘명심’은 당을 좌지우지하는 강력한 무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 대표를 앞세운 메시지가 앞다퉈 나오면서 입법 독주에 대한 우려 섞인 목소리도 커질 전망이다. 국민의힘은 “너도나도 ‘명심팔이’를 하며 이 대표에 대한 충성심 경쟁을 하니 국회의장은커녕, 기본적인 공직자의 자질마저 의심스러울 정도”라며 “협치라는 말을 머릿속에서 아예 지워버려야 한다는 망언을 빙자한 민주당의 속내가 흘러나오는 가운데 상임위를 독식하겠다는 위헌적 발상도 서서히 수면 위로 드러나고 있다”고 비판했다. 솔솔 올라오는 ‘대표 연임설’ 대세는 ‘명심’…친문계 주목 총선 승리 이후 일부 민주당 의원들 사이에서 “협치는 없다”는 기류가 흐르자 이를 꼬집은 것으로 풀이된다. 이처럼 당내 주요직이 속속들이 친명으로 배치되는 가운데 친문에게 더 이상 핵심적인 역할을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여기에 이 대표의 연임설까지 불거지면서 ‘이재명호’ 민주당은 한층 견고해질 전망이다. 이 대표 임기는 오는 8월28일까지다. 이제까지 민주당서 당 대표가 연임한 역사는 없지만 당헌·당규상 이를 금지한 조항도 없다. 이 대표가 마음만 먹는다면 몇 번이고 당 대표를 연임할 수 있다는 뜻이다. 게다가 이 대표는 20대 대선 패배 직후 국회의원 재·보궐선거와 전당대회에 연이어 출마하면서 이전과는 다른 선례를 남기기도 했다. 총선 승리 직후부터 친명 의원 중심으로 “민주당에 압승을 가져다준 이 대표가 한번 더 당 대표를 맡아야 한다”는 여론이 일면서 친·비명 간의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 정성호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국회가 본연의 역할을 하고 민주당이 윤석열정권의 무능과 폭주하는 이 상황을 막아야 된다는 측면서 당 대표가 강한 리더십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며 “그런 면에서 연임할 필요성도 있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총선이 끝나고 이 대표를 만나 “강한 당 대표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전달했다고도 덧붙였다. 해남·진도·완도에 승기를 꽂은 박지원 당선인 역시 “만약 이 대표가 계속 대표를 한다고 하면 당연히 해야 한다. 연임해야 맞다”며 “이번 총선을 통해 국민이 이 대표를 신임했다”고 전폭적으로 힘을 실어줬다. 반면 친문계 핵심으로 꼽히는 윤건영 의원은 이 대표 연임에 대해 “전당대회가 넉 달이나 남은 상황서 민주당에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 이슈”라며 “지금은 총선서 나타난 민의를 충실하게 수행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우려를 표했다. 이어 “당의 리더십에 관한 것은 시간을 두고 차분하게 풀어가야 할 문제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여의도 정가에 밝은 정치권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친명 체제를 두고 외부서 걱정하는 모양이지만 정작 당내에서는 후폭풍이 불 수 없는 상황”이라며 “비명 의원끼리 바람을 일으키려고 해도 효과가 크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폭풍 전야 잔잔한 미풍 일제히 이 대표의 의중만 바라보는 민주당은 친명과 찐명 그리고 ‘신명(새로운 친명)’만 존재하게 된다. 이런 상황서 “당의 민주주의가 제대로 실현되겠냐”는 비판이 물밑으로 조용히 들려온다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애초에 이 대표의 목적은 자신만의 민주당을 만드는 거였고 이번 총선을 통해 결국 이뤄냈다”며 “친명 민주당이라는 날카로운 검을 어떻게 사용할지 결국 이 대표의 손에 달려 있다. 이 대표는 임기를 마치는 날까지 자신의 영향력 밑에 당을 두려고 할 것”이라고 말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속 타는 조국혁신당 교섭단체 구성에 난항을 겪는 조국혁신당(이하 조국당)이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과의 거리를 좁히지 못하고 있다. 앞서 조국당 조국 대표는 여러 차례 민주당 이재명 대표에게 ‘범야권 연석회의’를 제안했지만 이 대표는 만찬 회동으로 갈무리하는 데 그쳤다. 민주당 내에서는 “아직 그럴 시기가 아니다”라며 소극적인 자세를 취하고 있지만 일각에서는 이 대표와 어깨를 나란히 하려는 조 대표가 부담스럽기 때문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하지만 캐스팅보트 역할을 쥔 것 또한 조국당인 만큼 22대 국회 개원 이후 민주당과 협상 테이블에 앉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