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서희건설·한양건설 지주택 브로커 정체

돈줄 알선하고 수수료, 건설사 돌며 똑같은 짓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서민들은 ‘내 집 마련’의 꿈을 안고 산다. 지역주택조합은 조금이라도 싼 값에 집 한 칸을 마련해보려는 사람들의 꿈을 모은 집단이다. 문제는 누군가 이들의 꿈을 갉아먹고 있다는 점이다.
 

지역주택조합(이하 지주택)은 일정한 자격을 갖춘 지역 주민들로 구성된다. 지주택 조합원들은 돈을 모아 토지를 구입하고 시공사를 선정해 아파트를 세운다. 일반분양서 시행사가 하는 역할을 지주택이 맡는 것이다. 대부분의 지주택은 업무대행사가 그 역할을 주도하고 있다. 

싼 값에
내 집 마련

지주택 사업서 가장 중요한 단계는 시공사 선정이다. 시공사의 브랜드 가치에 따라 사업의 성패가 결정된다. 조합원 모집, 홍보, 은행 PF대출과 관련해서도 시공사의 이름값은 절대적인 영향력을 발휘한다. 지주택 조합원들이 시공사 선정에 민감한 이유다. 

양주백석 지주택은 지난 6월 말 조합 총회를 거쳐 한양건설을 시공사로 선정했다. 한양건설은 도급 순위가 124위(2020년 종합건설업자 시공능력평가액 공시)인 중소건설사로 ‘한양 립스’라는 브랜드를 가지고 있다. 이곳이 경기도 양주시 백석읍 오산리 660-4번지 일대(약 3만4000평)에 총 1572세대 규모의 아파트 공사를 맡게 됐다. 공사비는 2382억원에 이른다.

양주백석 지주택과 한양건설의 만남이 급물살을 타기 시작한 시점은 올해 3월. 양주백석 지주택의 업무대행을 맡고 있는 정모 진성산업개발 회장의 소개로 윤모 한양건설 개발사업본부 팀장(상무)이 등장하면서부터다. 


문제는 윤 팀장의 과거다. 윤 팀장이 서희건설 이사로 재직할 무렵, 대구 지역 지주택서 문제를 일으켜 1심서 실형을 선고받았다는 의혹이 나온 것.

윤 팀장은 지난해 8월 대구 지역 지주택의 토지매입 자금 조성 과정서 자신들의 이권과 관계 있는 브릿지 대출 금융주관사를 조합 측에 소개하고 대가를 챙긴 혐의로 구속 기소됐다. 

이후 지난해 10월 1심 재판부는 윤 팀장에게 징역 1년과 집행유예 2년, 추징금 3억원을 선고했다. 당시 재판부는 “피고인들은 서희건설의 임무에 관해 부정한 청탁을 받고 거액을 수수해 죄책이 가볍지 않다”면서도 “대체로 범행을 인정하며 수수한 돈을 수사기관에 모두 제출한 점, 피고인들이 받은 돈과 관련한 임무는 서희건설의 주된 임무가 아니라 조합의 업무를 보조하는 것이었고, 대출 알선과 관련한 계약의 결정권한은 조합이 가지고 있었던 점” 등을 양형 이유로 밝혔다. 

5개월 만에
급물살 타

서희건설에 따르면 윤 팀장은 지난해 10월 퇴사했다. 이후 5개월 만에 한양건설 소속으로 양주백석 지주택에 모습을 드러냈다.

양주백석 지주택 조합원에 따르면 윤 팀장은 양주백석 지주택 조합원들에게 대환대출을 시도했다. 대환대출은 금융기관서 대출을 받아 이전의 대출금이나 연체금을 갚는 제도를 말한다. 한 마디로 금융기관을 갈아타는 것이다. 이 과정서 금융수수료가 발생할 수 있다. 

양주백석 지주택 정상화대책위원회(이하 정대위)는 대출만기 연장이 가능한데 금융수수료를 물어가면서까지 금융기관을 바꿔야 하는지 모르겠다는 입장을 보였다. 결국 대환대출은 조합원들의 반대로 없던 일이 됐다. 일각에선 윤 팀장이 서희건설 이사로 있을 때 대구 지역 지주택서 하던 일을 양주백석 지주택서도 똑같이 하고 있다는 말이 나왔다.
 


여기에 한양건설로 시공사 선정이 이뤄진 과정에 석연치 않은 부분이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지난 3월경 양주백석 지주택은 한양건설과 MOU를 맺고 사업약정서를 작성했다. 한양건설이 양주백석 지주택 조합원들의 신용대출과 토지담보 대출 이자를 대여해주는 조건 등이 붙었다.

실제로 한양건설은 3월부터 매월 양주백석 지주택에 이자 금액을 대여하고 있다.

MOU 과정서 작성한 사업약정서에 대한 의혹도 불거졌다. 조합과 업무대행사, 시공사(당시 시공예정사) 사이에 맺은 사업약정서에는 간인(계약서 사이마다 찍는 인장)은 있지만 날짜 부분은 비어있다.

토지매입 자금 조성 과정
브릿지 대출 금융주관사 
조합에 소개하고 대가 챙겨

정대위 관계자는 “한양건설이 조합으로 이자를 빌려주기 시작한 게 3월부터인데, 사업약정서는 그 이후에야 조합 홈페이지에 올라왔다”고 설명했다. 

또 한양건설을 시공사로 선정하는 안건이 상정된 6월28일 조합 총회 자체가 불법이라는 말도 나왔다. 6월28일 조합 총회는 법원서 정대위의 ‘총회 금지 가처분 신청’을 인용하면서 6월7일 총회가 한 차례 무산된 뒤에 열렸다. 이날 상정된 안건은 시공예정사들과의 MOU 해지, 시공사 선정 등이었다. 

일반적으로 지주택서 시공사를 선정할 때는 복수의 건설사를 두고 조합원들의 표결을 거쳐 결정한다. 하지만 당시 조합 총회서 언급된 건설사는 한양건설 한 곳뿐이었다. 당시 조합원들 사이에선 시공사를 한양건설로 선정하는 것을 두고 불만이 나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연 매출 1569억원(2019년 기준)의 한양건설이 공사비만 2382억원에 달하는 지주택 사업을 성공시킬 수 있겠느냐는 의심이 일부 조합원들 사이서 돌았다.

하지만 표결 끝에 한양건설이 시공사로 선정됐다. 이 과정서 허위조합원 문제가 불거졌다. 주택법에 따르면 지주택 조합은 무주택자이거나 전용면적 85㎡ 이하의 주택 소유자에게만 가입 자격이 주어진다.
 

▲ ⓒ문병희 기자

지자체로부터 지주택 설립인가를 받기 위해서는 조합원 모집률이 50% 이상 돼야 한다. 조합이나 업무대행사에서는 모집률 50%를 채우기 위해 자격이 되지 않는 사람들을 조합원으로 끌어들이기도 한다. 명의대여자가 대표적이다. 명의대여자는 말 그대로 명의만 빌려주고 계약금 등 분담금은 한 푼도 내지 않는 사람들을 말한다.

지자체나 국토부는 전산조회를 통해 조합원의 자격 여부만 판단하기 때문에 명의대여자를 걸러내지 못한다. 

조합 절반이
허위 조합원?

양주백석 지주택의 경우 1572세대의 절반인 786명 이상의 조합원을 모아야 설립인가를 받을 수 있었다. 양주백석 지주택서 양주시청에 조합 설립인가를 신청할 당시 조합원 수는 803명. 하지만 정대위는 803명 중에 382명이 허위 조합원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2016년에 이미 조합원의 절반가량이 가짜였다는 주장이다.


지주택 사업을 잘 아는 한 관계자는 “조합을 운영하는 과정서 명의대여자를 조합원 수에 포함시키는 일은 자주 있는 편”이라면서도 “양주백석 지주택의 경우 그 숫자가 너무 많다. 이렇게 되면 나중에 정식 조합원이 받을 피해가 어마어마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더 큰 문제는 명의대여자가 조합의 중요한 일을 결정할 때 의결권을 행사한다는 점이다. 정대위에 따르면 명의대여자는 조합 집행부와 업무대행사서 데려온 사람들이기 때문에 의결 과정서 집행부 쪽에 표를 던지게 된다. 겉으로 보기엔 합법적인 방식을 통해 조합 집행부나 업무대행사가 원하는 방향으로 결정이 내려지는 셈이다.

총회서 선출된 조합장조차 2019년까지 조합원으로 등재되지 않았다는 의혹도 나왔다. 현재 양주백석 지주택의 조합장을 맡고 있는 이 조합장은 2018년 5월12일 선출됐다. 하지만 양주시청의 ‘지역주택조합설립 변경인가 처리 알림’ 공문에 따르면 이 조합장의 조합원 등재 시기는 2019년 8월22일로 추정된다. 

이 조합장이 조합장으로 선출되고 1년3개월 만에야 양주시청에 조합장으로 등재하고, 동시에 조합원으로도 이름을 올렸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이 주장이 맞는다면 2018년 5월 이 조합장이 조합장으로 선출될 당시에 그는 양주백석 지주택 조합원조차 아니었다는 뜻이다. 

정대위 소속 조합원 63명은 지난 6월 전 조합장 양모씨와 현 조합장 이모씨, 업무대행사 진성산업개발의 정모 회장과 정모 대표가 허위 조합원을 모집했다며 사기 혐의로 고발했다. 조합원을 모집하는 과정서 자격이 되지 않는 사람들까지 조합으로 끌어들이는 허수 모집을 했다는 주장이다. 정대위서 주장하는 허위조합원의 수는 382명으로, 양주시청에 등록된 양주백석 지주택 조합원 1042명(2020년 8월 기준)의 36.6%에 달한다.

현장 5곳 중 4곳은 망해
양주백석도 법적공방 중


정대위는 앞서 지난 5월 주택법 위반, 횡령, 배임 등의 혐의로 이들 4명을 고발했다. 조합장과 업무대행사 대표가 조합원들의 동의 없이 조합의 예산을 개인적으로 사용했다는 주장이다. 정대위는 이들이 조합 돈을 이용해 사들인 땅의 명의를 업무대행사 대표로 해놓는 등 조합 돈을 임의로 사용했다고 설명했다.

지주택 사업은 일반분양과 비교해 분양가가 저렴하다는 장점이 있다. 지주택이 서민들의 내 집 마련 수단으로 이용되는 이유다. 하지만 지주택 사업의 성공률은 20% 남짓이다. 나머지 80%는 표류하는 사업에 매달려 돈은 돈대로 날리고 집은 집대로 못사는 상황에 직면하게 되는 것이다. 
 

▲ ⓒ양주백석지역 주택조합 홈페이지

지주택 사업이 망가지는 이유는 대부분 조합서 발생하는 비리 때문이다. 지주택에 대해 잘 아는 관계자들은 조합 집행부와 업무대행사가 정직하게만 조합을 운영하면 별 무리 없이 아파트를 세운다고 입을 모았다. 하지만 지주택 5곳 중 4곳은 법적 분쟁으로 얼룩지고 사업이 무기한 길어지는 사태에 다다른다. 

양주백석 지주택 사업도 난항을 겪고 있다. 한양건설은 지난 5월18일 양주시청에 사업승인 계획 서류를 접수했다. 하지만 사업승인이 떨어지기까지는 요원해 보인다.

양주시청 주택과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서류가 많이 미비해 5월 중순경에 보완을 요청했지만 아직까진(8월3일) 다 보완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지주택 사업이 표류하면 분담금을 낸 조합원들이 가장 큰 피해를 본다. 이미 계약금을 내고 조합에 참여한 이들은 추가분담금이 발생할 때마다 ‘울며 겨자먹기’로 돈을 낼 수밖에 없다. 이미 많은 돈을 조합에 넣었기 때문에 발을 빼기가 어려운 것이다. 그러다 사업이 좌초되기라도 하면 조합원 손에는 빚을 빼곤 아무 것도 남지 않는다. 

서민 피해
눈덩이 된다

정대위 측은 “양주백석 지주택은 2018년 7월 토지를 100% 매입한 이후 2년 넘게 일이 진행되지 않고 있다. 지주택 사업의 성공률이 낮다지만, 토지를 전부 사놓고 2년 동안 진전이 없기도 힘들 것”이라며 “조합 집행부나 업무대행사서 사업을 성공시키려는 의지가 없는 게 아닌지 의심스럽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사업이 엎어지면 모든 피해는 조합원들에게 집중된다. 이제라도 제대로 가야 한다. 집행부를 다시 선출하고 업무대행사를 바꾼다면 아직 기회는 있다고 본다”며 “서민들이 저렴한 가격에 집을 갖는다는 지주택의 원래 취지대로 조합이 운영될 수 있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jsjang@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한양건설·업무대행사·조합장 해명
그 사람, 일은 잘한다”

한양건설 홍보팀 관계자는 윤모 개발사업본부 팀장이 “서희건설 출신의 이사가 맞다”면서도 “인사 관련 부분은 잘 알지 못한다”고 해명했다.

이 관계자는 ▲윤 팀장을 고용한 이유 ▲양주백석 지주택에 이자를 대여하는 이유 등 추가 질의에 대해서는 회사의 입장을 검토해 답변을 주겠다고 했지만 현재(7일 오후)까지 연락은 없었다.

업무대행사인 진성산업개발의 정모 회장은 양주백석 지주택 정상화대책위원회(이하 정대위)의 소송 제기에 대해 “(법적인 부분에 대해서는)딱히 할 말이 없다. 업무대행사는 토지 등기이전까지만 관여했고, 설립인가가 난 이후에는 조합이 사업을 주관하고 있다”고 답했다. 

이어 “지주택 사업 관련 일을 하다 보면 꼭 그 안에서 패가 갈려서 목숨을 걸고 싸운다”며 “문제가 생겼을 때 조합 안에서 해결해야 하는데, 법적 송사로까지 번지는 이유는 이권을 잡기 위한 주도권 다툼이 아닌가 생각한다”고 말했다.

또 명의대여자 문제에 대해서는 “지주택 사업이 불안하다 보니 사업승인이 난 뒤에 돈을 넣겠다는 사람이 태반”이라며 “그때까지 돈을 내지 않으면 착공 들어갈 시점에 다 빼버린다”고 설명했다. 정대위는 업무대행사서 명부까지 만들어 명의대여자를 관리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그러면서 “지주택 사업은 가다가 서게 되면 많은 사람들이 파산하게 된다. 양주백석 지주택의 경우 올해 안에 착공하지 못하면 사업은 망가진다고 본다. 사업승인은 8∼9월 안에 날 것으로 보이지만 이미 너무 오래 끌었다. 다수의 피해자가 생길 수 있는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정 회장은 한양건설 윤 팀장에 대해 “예전에 같이 일한 적이 있다. 개인적인 부분에 대해서는 잘 모르지만 일은 잘한다. 양주백석 지주택 사업은 윤 팀장이 없으면 부도난다. 한양건설이 이자를 내주지 않았다면 이 사업은 경매에 넘어갔다. 그걸 성사시킨 게 윤 팀장”이라고 주장했다. 또 사업이 망가지고 난 뒤에 옳고 그름을 따져서 뭐하냐는 입장도 전했다. 

윤 팀장과 현 조합장인 이모씨에게 전화와 문자메시지로 접촉을 시도했지만 답변을 들을 수 없었다. <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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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훈 축출’ 장동혁 용꿈의 비밀

‘한동훈 축출’ 장동혁 용꿈의 비밀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와 한동훈 전 대표는 한때 ‘짝패’였다. 장 대표는 용꿈을 꾸는 것으로 알려졌다. 장 대표가 한 전 대표 제명에 몰두한 이유를 이해하려면, 그의 욕망 ‘용꿈’을 이해해야 한다.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지난 5일 국회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자신에 대한 재신임 투표를 제안했다. 조건은 “다음날까지 정치 생명을 걸고 재신임·사퇴를 요구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누군가의 ‘정치 생명을 건 재신임·사퇴 요구’가 있으면, 곧바로 전 당원투표를 시행하겠다”는 제안이었다. 요구 기간 불과 이틀 지난 6일까지 장 대표에 대한 재신임 투표를 제안한 국민의힘 구성원은 아무도 없었다. 국민의힘 최수진 원내 수석대변인은 지난 7일 “반응이 없었으니 종결된 것”이라고 말했다. 장 대표에 대한 당내 친한(친 한동훈)계·소장파의 비판이 시작된 시점은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를 제명한 지난달 29일이었다. 친한계 일원인 국민의힘 김종혁 전 최고위원 제명 조치도 지난 9일 확정됐다. 국민의힘 중앙윤리위원회는 지난달 26일 “현직 당협위원장 신분으로 장 대표 등을 공개 비판해 왔다”는 이유로 지난달 26일 김 전 최고위원에게 ‘탈당 권유’ 징계를 결정했다. 김 전 최고위원이 탈당하지 않았기 때문에 자동 제명 처리됐다. 오 시장은 지난달 29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기어이 당을 자멸의 길로 몰아넣었다”면 장 대표를 비판했다. 이어 “장 대표는 국민의힘을 이끌 자격이 없으니, 물러나서 책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여론조사기관 조원씨앤아이가 <스트레이트뉴스>의 의뢰를 받아 지난 7일부터 이틀 동안 서울 거주 18세 이상 남녀 806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ARS 여론조사(휴대전화 가상번호 100%)에 따르면, 오 시장은 33.3%의 지지를 얻어 47.5%의 지지를 얻은 정원오 서울 성동구청장보다 14.2% 뒤처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서 참조할 수 있다. 친한계는 한 전 대표를 중심으로 뭉친 수도권·부산 내 보수 성향 엘리트 집단이다. 국민의힘이 지난 2016년부터 총선에서 연패한 탓에 당내 수도권 엘리트들의 영향력이 줄었다. 양당 체제를 선호하는 한국인의 특성상 ‘집단 탈당 후 창당’을 선택하기도 어렵다. 바른정당·국민의당·바른미래당 등 보수 성향 제3지대 정당 실험은 모두 실패했다. 현 시점에선 국회 의석 3석을 보유한 개혁신당만이 유일한 원내 보수 성향 제3지대 정당으로 존재한다. 4개월여 앞둔 선거가 총선이 아닌 지방선거·재보궐선거란 사실도 이들이 쉽게 움직일 수 없는 이유 중 하나다.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는 지난 2022년 대선·지방선거를 지휘해 연이어 이긴 경험이 있다. 반면 한 전 대표는 선거를 지휘해 이긴 경험이 없다. 한 전 대표는 지난 2024년 비상대책위원장 자격으로 총선을 지휘했다. 당시 국민의힘은 108석만을 확보하는 참패를 당했다. 한 전 대표 제명을 사실상 주도한 장 대표에 대해선 “집단 탈당 후 신당 창당’이란 정치 실험이 성공한 사례가 드물고, 한 전 대표의 선거 지휘 능력은 아직 검증되지 않았다는 것을 토대로 강행한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지방선거는 대선·총선에 비해 투표율이 낮고 중앙 정치에 미치는 영향력도 적지만, 그래도 선거는 선거다. 지역 기반을 확보하는 선거가 중요하지 않을 리는 없다. 통상 선거를 앞둔 시점에선 빅텐트 설치 등 이합집산 움직임이 활발해진다. 선거를 4개월여 앞둔 시점에서 당내 계파 중 하나를 와해시켜 ‘다이어트’를 시도하는 사례는 드물다. 이 대표가 개혁신당을 창당한 시점은 총선을 약 3개월 앞둔 지난 2024년 1월이었다. 당시 국민의힘 탈당 후 개혁신당으로 옮긴 현역 의원은 허은아 대통령실 국민통합비서관 1명이었다. 그리고 개혁신당이 거둔 의석은 지역구 1석·비례대표 2석 등 총 3석이라서 정치 구도를 바꿀 만큼의 영향력을 얻은 것은 아니었다. 한 제명 후 오 반발 “장 물러나 책임져야” 하나뿐인 꿈…정치적 오이디푸스 콤플렉스? 장 대표의 한 전 대표 등 제명 및 오 시장과의 갈등은 “국민의힘이 수도권 내 지방선거를 포기한 것 아니냐”는 의문으로 이어질 만큼 집요하다. 선거에선 어제 없던 조직이라도 오늘 만들어서 돌려야 하고, 어제의 원수와도 악수해서 표로 바꿔야 한다. 일정한 영향력을 당내 구성원을 내쫓아 선거에 악영향을 주는 것을 감수하는 선택은 “의아하다”는 의심으로 연결될 가능성이 큰 지점이다. 국민의힘은 지난 2016년 이후 수도권 패배·중도층 표심 공략 실패 여파로 총선에서 연패했다. “중도층 표심을 공략하면서 수도권에서 이겨야 한다”는 것은 누구나 아는 선거 승리 공식이다. 국민의힘 지도부 구성원 중 가장 강경한 보수 성향을 드러내는 김민수 최고위원조차 지난 9일 보수 유튜버들이 공동 주최한 ‘대한민국 자유 유튜브 총연합회 토론회’에 출연해 “윤 어게인을 외쳐선 지방선거에서 이길 수 없다”며 “중도층을 설득해야 하는데, 부정선거론을 10년 동안 외쳐도 영역은 좁아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김 최고위원의 발언은 누구나 아는 선거 승리 공식을 그가 현실적으로 외면할 순 없으리라는 근거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한나라당 정옥임 전 의원은 지난 11일 CBS 라디오 <박재홍의 한판승부>에 출연해 “김 최고위원이 우파의 짠물 지지자들을 우습게 보는 것”이라며 “윤 어게인·탄핵 반대 구호로 그들의 성원을 받았으니, 노선을 바꾸더라도 그들이 따라올 것이란 기대감을 깔고 있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장 대표는 지난 2022년 6월 지방선거와 동시에 치러진 충남 보령·서천 재보궐선거에서 당선돼 금배지를 달았다. 지난 2024년 총선에서 승리하면서 형식적으로는 재선 의원이지만, 실질적으로는 아직 초선 의원 임기 4년도 마치지 않았다. 비상대책위원장이었던 한 전 대표는 지난 2023년 12월 장 대표를 파격적으로 사무총장에 임명했다. 지난 2024년 전당대회에선 한 전 대표와 장 대표가 나란히 당 대표와 수석 최고위원으로 당선됐다. 지난 2024년 12월 윤석열 전 대통령이 선포한 비상계엄 해제에 참여한 국민의힘 의원 18명 중엔 장 대표도 있었다. 한 전 대표와 장 대표는 이때까진 누가 보더라도 ‘짝패’였다. 그로부터 1주가 지난 12월11일에 이르러, 이들은 명백한 결별 신호를 언론·대중에게 드러냈다. 윤 전 대통령 탄핵에 찬성한 한 전 대표와 달리 장 대표는 반대했고, 굳게 입술을 다문 채 당 대표실을 나서는 모습이 포착됐다. 3일 후 장 대표는 가장 먼저 사퇴해 ‘한동훈 체제’ 붕괴에 결정적으로 일조했다. 누구나 아는 승리 공식 장 대표는 지난해 2월엔 윤 전 대통령 파면에 반대하는 세이브코리아 국가비상기도회에 참석해 “비상계엄에도 하나님의 계획이 있고, 하나님이 승리로 이끌 것”이라고 말하는 등 강경 보수 전향을 선언했다. 이는 장 대표가 한 전 대표와 차별화하면서 강경 보수의 지지를 선점하는 계기가 됐다. 지난해 8월 전당대회에선 강경 보수의 압도적 지지를 업고 당 대표에 당선됐다. 당 사무총장엔 통상 3선 의원이 발탁된다. 그래서 국회의원이 된 후 약 1년6개월이 지난 장 대표가 사무총장으로 발탁된 것은 한 전 대표의 파격 인선으로 해석됐다. 이후 장 대표는 원내 수석대변인·수석 최고위원을 지내는 등 승승장구했다. 하지만 지난 2024년 12월 이후엔 정치적 원수가 돼 한 전 대표 제명을 주도했다. 장 대표의 변화에 대해선 “정치적 오이디푸스 콤플렉스일 수도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 같은 분석이 나오는 배경은 “장 대표가 용꿈을 꾸고 있다”는 평가로부터 비롯된다. 이 대표는 지난해 9월 채널A 유튜브 채널 ‘정치시그널’에 출연해 “장 대표는 국회의원이 되기 전부터 ‘충청에서 몇 안 되는 용꿈 꾸는 분’이란 평가를 받았다”며 “용꿈을 꾸는 사람답게 유연한 정치 행보를 이어왔다”고 주장했다. 이어 “장 대표가 당 대표 당선 이후엔 굉장히 유연하게 노선을 바꿔 탈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장 대표는 ‘한동훈’이란 이름 석 자 앞에선 유연하지 못하단 사실을 몸소 보여줬다. 정신분석학자 지그문트 프로이트에 따르면, 남성은 3~5세에 이르러 처음 만나는 이성인 어머니로부터 사랑받으려고 한다. 이 때문에 아버지는 어머니의 사랑을 두고 싸워야 하는 경쟁자로 인식된다. 그런데 모든 조건에서 아버지가 우월하다. 그래서 “아버지가 나를 거세할 것”이란 무의식적인 공포를 느낀다. 아버지의 거세 시도를 막기 위해 어머니에 대한 사랑을 포기하면서 아버지에 대한 증오·공포는 선망으로 바뀐다. 이를 일컬어, 프로이트는 ‘초자아 형성 과정’이라고 주장했다. 그리스 신화 속 오이디푸스는 “아버지를 살해하고, 어머니와 결혼한다”는 불행한 신탁을 받는다. 오이디푸스 신화는 “이미 정해진 운명에서 벗어나기 위해 노력했지만, 그 노력 때문에 정해진 운명을 맞는다”는 전형적 구조로 유명하다. 프로이트는 신화의 구조를 토대로 “아들은 어머니의 사랑을 독차지하면서 자신을 지키기 위해 아버지와 경쟁한다”는 무의식 구조를 규정한 것이다. 한 전 대표는 윤 전 대통령이 선포한 비상계엄에 반대했고, 체포 대상 중 1명으로 지정됐다는 사실이 널리 알려지면서 정치적 절정을 누렸다. 한 전 대표의 정치적 절정은 장 대표의 ‘용꿈’과 결정적으로 충돌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한 전 대표가 날아오를수록 장 대표의 용꿈은 거세 공포를 느낄 수도 있다. 용꿈도 날아오르려는 욕망이다. 두 사람 모두 날아오를 순 없다. 한 전 대표의 최측근으로서 비상계엄 해제에 참여했던 장 대표는 하루아침에 한 전 대표와 결별했다. 절정·비상 거세 공포 장 대표의 용꿈이 현실이 되기 위해선 ‘한동훈’이란 압도적인 권위를 극복해야 한다. 당내 가장 막강한 그룹으로 거론되는 언더 찐윤엔 자체적으로 내세울 수 있는 대권주자가 없다. 용꿈을 실현하기 위해선 국민의힘이란 어머니를 차지해야 한다. 장 대표의 용꿈은 한 전 대표라는 ‘이미 결별한 정치적 아버지’를 제거해야 이룰 수 있다. 한 전 대표 제명은 “한동훈의 측근이란 옛 흔적을 완전히 부순 후 독립적인 용꿈을 추구하려는 것”으로 해석될 소지가 있다. 또 용꿈을 실현하기 위해선 언더 찐윤이란 막강한 집단도 굴복시켜야 한다. 구 친윤계 핵심이었던 국민의힘 윤한홍 의원은 지난해 12월 장 대표 앞에서 “국민의힘은 여전히 어이없는 비상계엄은 잘못됐단 인식을 갖지 못한다는 평가를 받는다”며 “아무리 정부를 비판해도 국민 마음에 다가가지 못하니 백약이 무효”라고 주장했다. 이어 “더불어민주당의 국정 마비가 비상계엄의 원인이란 얘기를 더는 하면 안 된다”며 “몇 달 동안은 강성 지지층으로부터 배신자 소리를 들어도 되니, 지방선거에서 이겨 대한민국을 살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강경 보수를 자신의 정치적 배경으로 삼으려고 한다”고 평가받는 장 대표를 정면 비판한 것이다. 이후 장 대표는 한동안 “언더 찐윤이 장 대표를 2월에 실각시킨 후, 국민의힘 신동욱 수석 최고위원에게 비상대책위원장직을 맡길 것”이란 소문에 시달렸다. 언더 찐윤은 “국민의힘의 텃밭 대구·경북·강원에서 토호들과 밀착하면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한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런데 장 대표는 윤 의원의 비판을 받는 등 구 친윤계로부터도 압박당하는 상황에서 당내 소수 계파 친한계 수장인 한 전 대표 제명에 더욱 집중했다. 이는 하향 전치란 심리학적 개념이 성립된 것으로 볼 여지가 있다. 전치는 자신의 감정·욕구를 그대로 표현하기 어려울 때, 그 감정을 덜 위협적인 대상에게 표출하는 방어기제를 말한다. 특히 자신보다 만만한 대상에게 표출하는 것을 일컬어 하향 전치라고 한다. 일상 언어로는 ‘화풀이’라고 한다. 장 대표의 정치적 상황은 프랑스 철학자 르네 지라르의 모방 이론에 비유할 수도 있다. 지라르에 따르면, 사람의 욕망은 다른 사람을 모방하는 삼각형 구도로 발생한다. 유명 연예인이 광고·사용하는 제품을 구입하는 것처럼, 욕망의 주체·대상·체계는 상호 의존 삼각관계를 형성한다. 지라르가 규정한 욕망은 다른 사람으로부터 인정받거나 확고한 정체성을 가지는 것도 포함한다. 이를 욕망의 삼각형이라고 한다. 언더 찐윤 압박에 제명 더 집착…화풀이? 한은 장의 희생양…전한길도 장 노리나 이 대표 주장대로, 장 대표가 처음부터 용꿈을 염두에 두고 정계에 진출해 국회의원으로 당선된 것이라면, 장 대표는 한 전 대표와 함께 ‘짝패’를 구성하면서 자신의 용꿈도 아울러 키운 것으로 해석될 수도 있다. 하지만 비상계엄 반대 및 해제 참여로 정치적 절정에 오른 한 전 대표가 먼저 대권이나 보수 진영 주도권을 차지한다면, 장 대표로서는 “한 전 대표가 있는 한, 내 욕망 실현은 불가능하다”고 판단했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장 대표가 갑자기 한 전 대표와 결별한 후 강경하게 ‘윤 전 대통령 탄핵 반대’을 외친 이유는 여전히 명확하게 알려지지 않았다. 또 한 전 대표가 ▲언더 찐윤 ▲강경 보수 ▲장 대표 등과 두루 갈등한다는 사실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지라르는 “한 집단의 갈등은 내부에서 가장 만만하고 약한 대상을 희생시켜 해소한 후 단결한다”고 주장했다. 지라르는 이 과정을 ‘희생양 메커니즘’이라고 설명했다. 장 대표는 이후 전한길씨·고성국씨 등 강경 보수 성향 유튜버를 당에 유입시켜 한 전 대표와 친한계의 공백을 채우고 언더 찐윤과 맞설 세력으로 양성할 뜻을 내비치고 있다. 하지만 두 유튜버를 통해 한 전 대표 고유의 영향력을 재현하기는 어렵다. 특히 전씨는 지난 8일 자신의 팬카페 ‘자유한길단’에 “장 대표의 해명을 요구한다”는 제목의 글을 작성했다. 전씨는 이 글을 통해 “국민의힘 지도부는 ‘내란 세력·부정선거를 주장하는 세력·윤 어게인을 주장하는 세력과 함께할 수 없다’는 박성훈 수석대변인의 논평이 장 대표의 공식 입장인지 3일 안에 답변하라”고 요구했다. 이어 “장 대표가 답변 요구에 침묵한다면, 박 대변인의 논평이 장 대표의 공식 입장이라고 받아들일 것”이라며 “그렇다면 장 대표는 당원·윤 전 대통령을 함께 배신한 것이므로 이후 일어날 일에 모든 책임을 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는 장 대표가 한 전 대표 제명을 주도한 것처럼, 전씨가 장 대표를 강하게 압박할 수 있단 가능성을 암시한 것이다. 한 전 대표가 장 대표 주도로 ‘희생양’이 된 것처럼, 장 대표가 전씨 주도로 ‘희생양’이 될 수도 있단 압박으로 해석될 소지가 있다. 국민의힘 최보윤 수석대변인은 전씨의 요구에 대해 “답변드릴 내용이 없다”면서 침묵했다. 직설적인 욕망의 덫 장 대표의 정치 행위는 직설적이어서 ‘용꿈’이란 욕망이 쉽게 드러난다. 하지만 지방선거에서 패배하면 국민의힘의 바닥 지지 기반이 무너진다. 이 때문에 구 친윤계 핵심이었던 윤 의원도 장 대표를 비판했다. 지방선거에서 패배하면 ‘용꿈’은 한여름 밤의 꿈이 될 가능성이 크다. 장 대표는 ‘욕망의 덫’에서 어떻게 벗어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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