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러스 호재’ 제약사들의 기막힌 주테크 백태

코로나로 뜨더니 눈치 보고 팔았다

[일요시사 취재1팀] 김정수 기자 = 코로나19 후폭풍에도 주가가 치솟은 회사들이 꽤 있다. 백신에 대한 기대를 한몸에 받고 있는 제약사들이다. 진행 결과에 따라 주가는 널뛰기를 반복했다. 눈길이 가는 건 오너 일가서 보유 주식을 매도했다는 사실인데 무엇보다 시기가 공교롭다. 모두 회사 주가가 상승세를 타고 있던 때였다.
 

도마에 오른 제약사는 공통점이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대한 백신 개발을 기대할만한 곳이다. 주가가 크게 치솟은 점도 같다. 또 해당 시기에 오너 일가의 주식 매도가 이뤄진 점도 동일하다.

가만히 앉아서 
때 되면 챙긴다

일양약품은 코로나19 등장과 동시에 주목받았다. 회사 주가는 국내 코로나19 확진자 발생 시점부터 5일 연속 증가세를 보였다(이하 종가 기준). 2만원대 주식은 2만7000원대로 올라섰다.

시장의 반응이 뜨거웠던 이유는 어디에 있었을까. 업계 안팎에선 전력을 가리킨다.

일양약품은 지난 2015년 메르스 바이러스 창궐 당시 이름을 알린 바 있다. 당시 회사는 치료 후보물질을 발견했다며 대대적으로 홍보한 바 있다. 물론 임상시험 단계에도 이르지 못한 채 일단락됐지만 기대 심리가 어느 정도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희망은 현실로 다가오는 듯 했다. 일양약품은 지난 3월 코로나19 치료 물질을 발견했다고 밝혔다. 일양약품이 개발한 국산 신약 백혈병 치료제 ‘슈펙트’가 그 중 하나였다.

희소식은 계속됐다. 일양약품은 지난 5월 슈펙트가 임상 3상에 돌입했다고 전했다. 러시아 제약 1위 기업 ‘알팜’ 주관 하에 러시아 정부로부터 승인을 받은 것이다. 해외 임상 3상 승인은 국내 최초였다.

시장은 즉각 반응했다. 일양약품 주가는 고공행진을 펼쳤다. 임상 승인 결과가 발표되자 주가는 9일 연속(5월28일∼6월9일) 수직상승했다. 3만원대 주식은 8만원대까지 치솟았다.

눈길이 가는 건 일양약품 오너 일가서 주식을 하나둘 처분했다는 사실이다. 주식 거래 자체를 문제라고 할 수 없는데 논란이 제기된 배경은 매도 시점이다. 이들은 일양약품 주가가 오르기 시작하자 주식을 팔기 시작했다.

일양약품 창업주 정형식 명예회장의 삼남 재형씨는 지난 6월2∼3일 보통주 1만주와 우선주 전량 2만4000주를 매각했다. 6월5일에는 보통주 4300주를 추가로 정리했다.

같은 날 차남 영준씨와 사남 재훈씨는 각각 보통주 1만2000주와 1200주를 매도했다. 창업주 배우자도 예외는 아니었다. 이영자씨는 1만4426주를 팔았다. 재훈씨는 6월10일 5000주를 추가로 팔았다.

백신 기대 한몸에 받는 제약업계
시세차익 이슈 도마에…무슨 일이?


종합해보면 오너 일가서 처분한 일양약품 주식은 보통주 4만6926주에 우선주 2만4000주다. 공교롭게도 매도는 모두 일양약품 주가가 9일 연속 상승한 때(5월28일∼6월9일)에 이뤄졌다.

해당 시기 처분 단가는 따로 공시가 되지 않은 상태로 정확히 알기 어렵다. 다만 종가 기준으로 살펴봤을 때 영준씨 7억3200만원, 재형씨 14억8640만원(보통주 7억5380만원+우선주 7억3260만원), 재훈씨 4억7070만원, 영자씨 8억7998만원으로 추정된다.

모두 35억원을 상회하는 액수다. 장남 정도원 일양약품 회장은 해당 기간에 주식을 사고팔지 않았다.

<일요시사>는 일양약품에 ‘주식 처분에 특별한 배경이 있는지’에 대해 문의했지만 “관련 부서에 전달한 후 답을 주겠다”는 말을 끝으로 아무런 회신도 받지 못했다.

최근 3년간(2017∼2019) 일양약품 실적은 오름세였다. 특히 지난해 영업이익은 94.4%, 순이익은 6배 이상 상승했다. 하지만 올해 일양약품 실적은 예전만큼 못하다.
 

지난 1분기 연결 기준 매출액은 716억원으로 전년 대비 6.9% 감소했다. 영업이익은 29.5% 하락한 68억원, 순이익은 27.8% 줄어든 52억원으로 마쳤다.

일양약품 최대주주는 정도언 회장(21.34%)이다. 장남 정유석 부사장(3.83%)이 뒤를 잇고 있다. 정도언 회장의 형제 재형씨(0.34%), 재훈씨(0.07%), 영준씨(0.06%), 차남 정희석 일양바이오팜 대표(0.02%) 등이다. 주요 주주들의 지분합은 기존 26.27%서 친인척들의 지분 매도로 25.67%까지 감소했다.

신풍제약은 올해 2월 주목을 받았다. 당시 중국 언론은 코로나19 치료에 말라리아, 에볼라 치료제가 효과를 보인다고 밝혔다. 마침 신풍제약은 국산 신약 말라리아 치료제 ‘피라맥스정’을 생산하고 있었다.

오르면 팔고
미묘한 시점

소식이 전해지면서 주가는 6000원대 후반서 1만원 가까이 상승했다. 지난 3월에는 주가를 끌어올릴만한 호재가 이어졌다. 임상 가능성이 열린다는 메시지와 함께 미국 약물재창출 전문가가 피라맥스를 이용한 코로나19 치료제 개발 등을 논의하자고 밝혔기 때문이다.

유제만 신풍제약 대표도 힘을 실었다. 유 대표는 3월 주총서 피라맥스의 코로나19 치료효과를 확인하기 위해 인비트로(시험관 내 세포실험)를 신청했다고 밝혔다. 3월 말 신풍제약 주가는 7000원대 후반서 1만4000원대까지 크게 올랐다.

결정타는 4월초였다. 신풍제약은 피라맥스서 코로나19 억제 효과를 확인했다고 발표했다. 주가는 2만3000원대까지 치솟았다. 한국거래소는 주가 급등에 거래정지 카드를 꺼내들기도 했다.


신풍제약은 5월14일 피라맥스에 대한 코로나19 치료제 임상 2상이 승인됐다고 밝혔다. 주가는 이날부터 5일간(∼20일) 2만원대를 유지할 수 있었다.

임상 2상 발표 이후 오너 일가 친인척이 보유 주식을 전량 처분했다. 민영관씨는 장원준 사장의 넷째 누나 지이씨의 시부로 전해진다. 신풍제약 일가와 사돈 관계로 볼 수 있다.

영관씨는 지난 5월18일과 19일 두 차례에 걸쳐 보유 지분 97만3902주를 모두 매도했다. 임상 2상 호재가 주가에 작용하던 때였다. 공시에 적시된 처분 단가를 살펴보면 민씨는 이번 매각으로 192억5000만원가량을 확보할 수 있었다.

영관씨는 신풍제약 주주 명부서 제외됐다. 다만 영향력까지 끊기지 않았다. 신풍제약 최대주주는 ‘송암사’다. 영관씨는 최대주주 장원준 사장 다음으로 지분이 많다.

최근 3년간 신풍제약 실적은 내리막길을 걸었다. 연결 기준 매출액은 1849억원, 1873억원, 1897억원으로 다소 반등했지만 속사정은 달랐다. 영업이익은 90억원, 69억원, 19억원으로 크게 내려앉았다. 순이익 역시 21억원, 19억원, 17억원으로 감소세가 계속됐다.

올해 실적은 기대할만하다. 연결 기준 매출액은 5.2% 상승한 491억원이었다. 영업이익과 순이익은 각각 34.4%, 81.4% 수직상승한 20억원, 17억원이었다.


부광약품은 주가는 올해 초까지만 하더라도 1만4000원대 보합세를 유지했다. 변동이 발생한 때는 지난 3월10일. 당시 회사는 코로나19 확진자 검체서 분리한 바이러스에 ‘레보비르’를 사용한 시험관 시험을 진행했다. 그 결과, 코로나19 치료에 사용 중인 칼레트라와 유사한 결과가 확인됐다.

부광약품은 즉시 특허를 출원했다.

레보비르는 부광약품이 개발한 국산신약 11호이자 세계 4번째 B형 간염 바이러스 치료제다. 부광약품에 대한 기대는 주가 상승으로 이어졌다. 종가는 전날 대비 4350원 상승한 1만8900원이었다.

부광약품은 이튿날 레보비르를 바탕으로 임상을 준비한다고 밝혔다. 그달 말에는 식약처에 임상시험 계획까지 제출했다. 종가는 2만5000원대까지 치솟았다. 상승세는 계속됐다.
 

식약처는 지난 4월14일 부광약품이 신청한 레보비르 활용 코로나19 임상 2상 시험을 승인했다. 국내 기업 중 처음이었다. 이날 종가는 전일 대비 5450원 상승한 2만7700원이었다.

부광약품 주가는 지난 6월 한 차례 더 상승했다. 당시 부광약품은 코로나19 치료를 위한 진정제 ‘미다졸람’을 긴급의약품으로 프랑스에 수출했다고 밝혔다. 이튿날 주가는 7350원 오른 3만7850원으로 마감됐다.

이후 종가는 평균 3만5000원대 정도를 유지했다. 올해 초 1만4000원대에 비하면 가시적인 수치다.

하지만 부광약품서도 대주주의 지분 처분이 발생했다. 주인공은 정창수 부광약품 부회장. 정창수 부회장은 지난달 22일 257만6470주를 처분했다. 모두 1008억8000여만원에 달했다.

이를 두고 소액주주들 사이서 비판이 제기됐다. 시세 차익을 보기 위해서 지분을 대량 매도한 것 아니냐는 목소리였다.

부광약품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정창수 부회장의 블록딜 주식 매도는 개인적으로 이뤄진 것”이라며 “회사서 특별한 이유를 알고 있는 건 아니다”라고 말했다.

우연?
계획?

일각에선 경영권 정리라는 점에 초점을 맞추기도 했다. 부광약품은 창업주 간 공동경영 체제다. 하지만 정창수 부회장이 지분을 정리하면서 김동연 회장 중심으로 지배구조가 개편됐다는 분석이었다.

이전까지 김동연 회장 지분(9.89%)은 정창수 부회장(12.46%)보다 낮았다. 매도 결과에 따라 정창수 부회장 지분율은 8.48%로 하락했고, 김동연 회장이 부광약품 최대주주로 올라설 수 있었다.

최근 3년간 부광약품 성적표는 가파르게 내려앉았다. 연결 기준 매출액은 1507억원, 1942억원, 1681억원이었다. 영업이익은 76억원서 351억원으로 크게 증가했지만, 지난해 95억원으로 쪼그라들었다. 110억원, 1456억원 순이익은 지난해 -74억원으로 돌아섰다.

올해 역시 큰 기대를 걸기 어렵다. 부광약품은 지난 1분기 연결 기준 매출액 378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대비 5.3% 소폭 상승한 수치다. 하지만 영업이익은 반토막 넘게 감소했고, 순이익은 적자로 전환됐다.

1분기 부광약품 영업이익은 같은 기간 54.3% 감소한 7억원에 머물렀다. 지난해 26억원 순이익은 -9억원으로 곤두박질쳤다.

신일제약은 ‘덱사메타손’을 기점으로 관심을 받았다. 덱사메타손은 소염제로 쓰이는 스테로이드 계열 제제다.

지난 6월16일(현지시각) 로이터통신, BBC 방송 등은 영국 옥스퍼드대학교 연구팀 주도로 대규모 임상시험을 진행했다. 그 결과, 덱사메타손을 투여 받은 코로나19 중증환자 사망률이 크게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신일제약은 ‘신일덱사메타손정’을 판매하고 있던 까닭에 강세를 보였다.

지난 6월17일 신일제약 종가는 1만550원으로 전일 대비 2420원 상승했다. 이튿날에는 3150원 오른 1만3700원으로 장을 마쳤다. 올해를 기준으로 이전까지 종가는 1만원을 넘은 적이 없었다.

주가 고공행진…오너일가 매도
수십억서 수백억 쏠쏠한 재미

같은 달 24일에는 호재도 있었다. 테워드로스 아드하놈 거브러여수스 세계보건기구(WHO) 사무총장은 덱사메타손의 임상 시험 결과가 알려지면서 전 세계적으로 수요가 급증했다고 전했다. 신일제약 종가는 이날 3550원 오른 1만5500원으로 마무리했다.

지난달에는 일본 정부가 덱사메타손을 공식 치료제로 인정하면서 신일제약 주가는 급등세를 보였다. 당시 신일제약 종가는 6일 연속(7월16∼23일) 상한가를 기록하며 1만원대 후반서 5만원대 후반까지 치솟았다.

공교롭게도 해당 시기에 신일제약 오너 일가서 지분 매도에 돌입했다. 홍성소 신일제약 회장은 같은 기간에 따로 주식을 사거나 팔지 않았다. 다만 그의 자녀들과 친인척들이 지분을 하나둘 팔기 시작했다.

홍성소 회장의 네 딸 중 청희씨, 자윤씨, 영림씨는 지난 7월22∼23일 신일제약 주식을 팔았다. 청희씨는 8000주, 자윤씨는 6000주, 영림씨는 1만1600주를 정리했다. 당시 처분 단가를 따져보면 모두 14억원가량을 확보했다.
 

배우자 신건희씨 역시 상당한 지분을 매도했다. 같은 달 17일, 20∼23일까지 모두 5만주를 팔았다. 환산하면 17억원에 가깝다.

홍성소 신일제약 회장의 형 홍성국 전 신일제약 대표는 같은 달 21일 8만2000주를 매도했다. 동생인 승통씨는 20일과 23일에 5만주를 팔았다. 승통씨의 아들 현기씨 역시 같은 달 23일 3만주를 처분했다. 그 결과, 이들은 차례로 28억원, 25억원, 17억원을 손에 넣을 수 있었다.

종합해보면 신일제약 오너 일가는 회사 주가가 급등할 시기에 지분을 차례로 처분하면서 모두 101억원 정도를 취득할 수 있었다.

최근 3년간 신일제약은 실적 개선을 보이고 있다. 별도 기준 매출액은 509억원, 532억원, 606억원으로 꾸준히 올랐다. 영업이익은 92억원서 60억원으로 하락했지만, 지난해 94억원으로 반등에 성공했다. 순이익 역시 81억원서 57억원으로 감소했다가 72억원으로 다시 올라섰다.

너도 한 입
나도 한 입

분위기는 이어지고 있다. 신일제약은 올해 1분기 별도 기준 153억원 매출액을 기록했다. 전년 대비 23.2% 오른 값이다. 영업이익은 같은 기간 81.7% 증가한 22억원이었다. 순이익 역시 60.6% 상승한 20억원으로 마무리됐다. 신일제약 최대주주는 홍성소 회장(17.83%)이다. 이어 장녀 홍재현 사장(9.78%)이 뒤를 잇는다. 형 성국씨와 동생 승통씨에게도 각각 6%, 2.16% 지분이 있었지만 매도 결과 5.24%, 1.56%로 감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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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르고 보는 정청래 두 번째 카드

지르고 보는 정청래 두 번째 카드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스스로 리더십 도마 위에 올라섰다. 1인1표제 재추진과 조국혁신당과의 합당이라는 두 개의 승부수를 동시에 던지면서다. 양쪽에서 후폭풍이 몰아치는 형국이다. ‘자기 정치’ VS ‘당원의 뜻’이라는 명분과 명분이 거칠게 붙었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과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의 합당 논의가 여전히 뜨거운 감자다. 지난달 22일 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혁신당을 향해 “지방선거를 따로 치를 이유가 없다”며 손을 내밀었지만, 민주당의 반발과 ‘흡수 합당은 싫다’는 혁신당의 주장이 부딪히면서 합당 테이블조차 마련되지 못하고 있다. 중구난방 가쁜 숨만 합당 논의 초반부터 혁신당 측의 반발이 이어졌다. 혁신당 서왕진 원내대표는 최고위원회의서 “본격적인 통합 논의가 시작되기 전에 오해가 형성되는 것에 강력한 유감을 표한다. 통합은 뻔한 몸집 불리기가 아니라 새로운 희망을 제시하는 가치 연합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는 앞서 민주당 조승래 사무총장이 합당과 관련해 “민주당이라는 큰 생명체 내에서 혁신당의 DNA도 잘 섞이게 될 것”이라고 밝히자 이를 ‘흡수 합당’이라고 받아들인 것에 대한 유감 표명으로 풀이된다. 혁신당이 합당 논의를 중단해야 한다는 의견도 전했다. 서 원내대표는 MBC 라디오를 통해 “이미 민주당은 162명 거대 정당이고 (여기에) 혁신당 12명이 합쳐지는 것은 단순한 몸집 불리기”라며 “그 이상 의미는 없다”고 평가했다. 이어 “합당 논의 자체를 본격적으로 할 필요가 없다. 제안 방식이나 준비된 내용 자체가 없고, 오히려 지금 준비하고 있는 지방선거에 상당히 악영향이 있으니 당장 (논의를) 중단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도 “동시에 합당 논의라는 것 자체가 불가피한데 우리 원칙과 기준에 맞게, 질서 있게 논의는 진행할 필요는 있다는 긍정적 입장도 상당히 있었다”고 설명했다. 민주당에서도 합당에 대한 문제를 제기했다. 지도부에서 친명(친 이재명)계로 불리는 이언주·황명선·강득구 최고위원은 합당 발표 다음 날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제대로 된 통합을 위해서라도 정청래식 독단은 이제 끝나야 한다”며 정 대표를 겨냥하고 나섰다. 이들은 “이번 합당 제안에 앞서 정 대표와 이재명 대통령 간 교감이 있었던 것처럼 언론 보도가 됐는데, 이는 사실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이어 “당무는 당의 책임이고, 당이 결정해야 한다. 마치 대통령이 관여하는 것처럼 오해를 불러일으키는 방식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며 합당 논의에 이 대통령을 끌어들인 것에 이의를 제기했다. 이들은 기자회견 말미에 ▲정 대표의 공식 사과 ▲독선적 당 운영에 대한 재발 방지 대책 마련 ▲합당 제안을 언제, 누구와, 어디까지, 어떻게 논의하였는지 등을 밝힐 것을 요구하기도 했다. 합당·1인1표제, 쏟아지는 안건 “뭐부터 해결해야…” 여당도 혼란 이런 상황서 정 대표의 대표 공약인 ‘1인1표제’가 최종 관문인 당 중앙위원회(이하 중앙위) 표결에 다시 부쳐지면서 논란이 재점화할 전망이다. 당 대표 및 최고위원 선출 시 대의원과 권리당원의 표 행사 가치 비율을 현행 20대 1 이하에서 1대 1로 변경하는 것을 골자로 지난해 중앙위원회에서 재적위원 과반수를 채우지 못해 부결됐다. 정 대표가 압도적 당심으로 당선된 만큼 정치권 일각에서는 1인1표제 통과로 인한 권력 재편을 견제해왔으나 두 달 만에 또다시 날 선 공방이 예고된 것이다. 지난달 19일 당무위원회는 해당 안건 상정을 중앙위서 결정한 뒤 같은 달 22~24일 권리당원 투표 절차를 마무리했다. 1인1표제 안건에 대한 투표 결과 ▲찬성 85.3%(31만5827명) ▲반대 14.7%(5만4295명)로 집계됐다. 당은 이달 2일 중앙위원회를 개최해 당헌·당규 개정에 대한 안건을 투표로 부칠 예정이며 중앙위원 온라인 투표는 3일까지 진행된다. 권리당원 투표 결과가 발표되자 정 대표는 “당원들의 압도적 다수의 뜻을 다시 한번 확인했다”며 1인1표제 굳히기에 나섰다. 정 대표는 “당원들의 뜻을 받들어 민주당을 더 좋은 민주주의 정당으로 만들겠다”며 “당의 모든 의사와 진로는 당원들이 가라는 대로 가고 당원들이 하라는 대로 하겠다”고 설명했다. 민주당 조승래 사무총장도 페이스북에 “참여율은 지난번 16.81%에 비해 15% 가까이 높아졌고, 찬성률은 비슷하다. 압도적인 찬성 여론을 다시 한번 확인했다”며 힘을 실었다. 1인1표제를 놓고 갑론을박이 이어질 때마다 정 대표는 이 대통령을 방패처럼 소환했다. 정 대표는 “1인1표제는 당원이 주인 되는 정당, 당원주권정당, 당원주권시대 등 여러 가지 표현으로 이재명 당 대표 시절부터 3년여간 꾸준히 요구되고 논의했던 사안”이라고 설명했다. 이리 튀고 저리 튀고 이어 “당원과 대의원 1대 20 미만을 결정할 때도 많은 반대와 저항이 있었다. 그 당시에도 많은 논의가 있었다”며 “1인1표제는 논의할 만큼 논의했고 영남권 등 전략 지역 원외위원장들께서도 그 당시 어느 정도 이해하고 양해했던 사안으로 저는 기억하고 있다”고 밝혔다. 1인1표제는 이 대통령이 추진했던 사안인 만큼 민주당이 이를 반대할 명분이 없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민주당과 당원들은 정 대표가 충분한 논의 없이 중요한 사안을 본인 페이스대로 밀어붙인다는 것에 불만을 제기했다. 지난해 27표 차이로 1인1표제가 처음 부결됐을 당시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과반에 가까운 상당수 최고위원이 우려를 표하고 숙의를 원했음에도 강행, 졸속 혹은 즉흥적으로 추진된 부분에 대해 유감”이라며 정 대표를 공개 지적하기도 했다. ‘자기 세력 강화’를 위해 합당 카드를 꺼내 들었다는 의심이 가라앉기도 전 1인1표제로 또다시 당을 흔들면서 반청(반 정청래) 정서가 퍼졌다. 이재명정부가 출범한 지 1년도 되지 않은 시점에서 여당이 흔들리자 정 대표의 진퇴를 물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합당 발표 이튿날 서울 여의도 민주당 당사 앞에선 당원들이 주도하는 합당 반대 집회가 열렸다. 이들은 ‘정청래 사퇴’ 등 문구가 적힌 피켓을 들고 “합당 반대”를 외쳤다. 민주당 일각에도 정 대표의 ‘졸속 추진’ 행보가 이어진다면 사퇴 요구 가능성을 열어두겠다는 이들이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정 대표의 모든 행동이 ‘자기 정치’ 프레임으로 귀결되면서 승부수가 자충수가 됐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에 정 대표는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라는 도종환 시인의 ‘흔들리며 피는 꽃’ 전문을 자신의 SNS에 공유했다. 자신의 선택을 두고 당내 반발이 이어지자 우회적으로 심경을 밝힌 것으로 풀이된다. 이를 겨냥한 듯 강득구 최고위원 역시 자신의 SNS에 “뿌리 깊은 나무는 바람에 흔들리지 않고, 당원의 뜻은 독단으로 결코 꺾을 수 없나니, 흔들리는 것은 뿌리 없는 꽃뿐”이라며 저격 글을 게시했다. O? X? △도 필요 여의도 안팎의 이야기를 종합하면, 민주당은 혁신당과의 합당과 1인1표제 추진에 큰 이견이 없는 것으로 전해진다. 문제는 사전 논의 없이 진행된 점 등 정 대표의 독단적인 행동이 우려스럽다는 것이다. 민주당 김지호 대변인 역시 “당내 문제 제기는 합당 자체보다는 의견수렴 절차가 급작스럽게 진행된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정 대표가 당권을 쥐었을 당시 잡음은 예상됐으나, 일단 지르고 수습하는 예측 불허한 행동이 반복되면서 신뢰를 잃은 게 주요 원인으로 지목된다. 정 대표 취임 이후 ‘명청 갈등’ ‘당정 불협화음’ 등으로 민주당은 계속해서 흔들렸다. 최고위원들의 반발 역시 당에서도 정청래 체제에 대한 위험성에 어느 정도 공감대가 형성됐다는 근거로 해석된다. 당 대표 임기 종료까지 반년이 남았지만 정 대표의 연임 의혹은 여전한 만큼 갈등 역시 쉽게 봉합되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그동안 정 대표는 당원주권시대를 거듭 강조했지만 막상 중요한 사안은 독단으로 결정하면서 당 안팎으로 불만이 제기된 것으로 전해진다. “1인1표제로 당원 중심 원칙을 강화하자”면서 합당 등 중요한 사안을 대표 혼자 결정하는 건 모순이라는 설명이다. 혁신당과의 합당 제안에 당내 반발이 이어지자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다양한 의견을 수렴해 당원들이 이 문제를 최종 결정할 것”이라며 진화에 나섰다. 박 수석대변인은 “(합당이라는) 당 대표의 제안은 정무적 판단과 그에 따른 정치적 결단의 영역”이라며 “그렇기에 앞으로 이런 문제에 대해 전 당원 토론, 투표 등 정해진 절차를 거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활발하게 당원의 의견을 묻는 그런 토론의 장을 마련하겠다”며 “당원주권시대에 걸맞게 당원의 뜻을 최종적으로 묻고, 최종 결정을 내리게 될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말씀드린다”고 거듭 강조했다. 아울러 “당원이 합당하라면 하는 것이고 하지 말라고 하면 못 하는 것”이라고 부연했다. 그러나 정 대표가 논의를 띄우고 당원에게 ‘예’ ‘아니오’로만 의견을 묻는 행위가 당원주권정당의 취지에 어긋난다는 비판을 피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말로만 당원 주권 시대? “이제는 숙의 민주주의로” 이에 한 정치권 관계자는 “1인1표제의 경우 정 대표는 당원들의 찬성률이 압도적이었다고 말하지만 투표율은 저조했다. 이것이 무엇을 시사하는지 들여다 보지 못하고 숫자에만 매몰됐다”며 “이것을 당원주권정당이라고 말할 수 있는지 의문”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현재 소수의 당원이 당의 여론을 이끌고 있다. 일반 국민의 시선에서 ‘나머지 당원들은 무책임하게 방관하느냐’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지금까지 과정을 보면 당 대표가 논의를 띄우고 ‘자, 여기에 O, X로만 투표해!’ 하는 식이니 당과 당원 간의 간극이 생기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1인1표제와 혁신당과의 합당 모두 찬성 여론이 높다. 그럼에도 정 대표를 향한 반발은 거칠다. 결국 민주당이 나아가고자 하는 방향이 아니라 배의 키를 쥔 선장을 향한 불만이 표출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합당 방식에 반발한 민주당 최고위원들 역시 “정 대표의 선택적 당원주권”이라고 비판했다. 이들은 “대통합을 가로막는 정 대표의 독선과 비민주성을 강력하게 문제를 제기한다”며 “선출된 최고위원들이 의견조차 낼 수 없는 구조, 대표 결정에 동의만 강요하는 구조는 민주적 당 운영이 아니”라고 지적했다. 가고자 하는 방향은 같지만 목적지에 도달하기까지의 과정서 파열음이 나는 만큼 결국 정 대표의 리더십이 관건이다. 3대 개혁의 빠른 추진, 혁신당과의 합당을 통한 지방선거 승리, 이정부의 성공 등 각종 요구가 쏟아지면서 이를 한데 어우르는 ‘통합형 당 대표’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온다. 정 대표의 자기 정치 프레임이 가장 큰 걸림돌이다. 그동안 자기 정치 의혹이 숱하게 제기된 만큼 조 사무총장은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당내 가장 큰 경쟁자인 한동훈 전 대표를 내치려고 하는 것은 당권을 계속 강화하거나 유지하기 위한 그야말로 자기 정치 아닌가”라며 “반면 정 대표는 경쟁자가 될 수 있는 조국 대표와 함께하자고 하는 것인데 이걸 자기 정치라고 하는 것은 어울리지 않는다”고 엄호에 나섰다. 민주당의 민주주의 체제에 경고등이 켜졌다는 지적도 나온다. 모자이크 민주주의 평화 그룹 백왕순 대표는 <일요시사>를 통해 “숙의 민주주의의 부재”를 꼬집었다. 민주주의 제자리걸음 백 대표는 “1인 1표제가 맞냐 틀리냐 갑론을박이 이어지는데 당원주권시대에는 이 방법이 옳다. 다만 이득을 놓고 계파 간의 힘겨루기만 이어지니 문제가 풀리지 않는 것”이라며 “혁신당과의 합당도 마찬가지다. 통합하면 이기고 분열하면 진다. 그런데 이를 차기 당권 문제와 연결해 해석하니 복잡해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현재 대한민국은 숙의 민주주의가 아닌 절차 민주주의 수준에 머물러 있기 때문에 찬반이 극명한 사안에 대해 쉽게 답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며 “당원이 직접 토론하고 의견을 내는 오프라인 공간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불안한 민주당 혁신당도 ‘흔들’ 합당이라는 중대한 사안을 놓고 조국혁신당이 자당 의원들 입단속에 나섰다. 혁신당 황운하 의원이 “민주당과 합당할 경우 혁신당 조국 대표가 통합한 당의 공동대표를 해야 한다”고 주장하자 경고한 것과 더불어 입조심을 당부한 것이다. 혁신당은 조국 대표가 즉각 황 의원의 이날 발언에 경고했다고 밝혔다. 혁신당 대변인실은 입장문을 통해 “혁신당 최고위는 이 문제(황 의원 발언)에 대해 논의하고, 이 같은 논의를 전혀 한 바가 없으며 매우 부적절한 발언이라고 지적했다”며 “조 대표 역시 강한 경고를 했음을 알린다”고 밝혔다. 이어 “혁신당은 공식적 기구를 통해 합당과 관련된 논의를 해왔으며 위와 같은 논의는 전혀 언급된 바가 없음을 분명히 밝힌다. 조 대표를 비롯한 혁신당 구성원 누구도, 민주당과 합당과 관련된 실무 논의를 진행한 바가 없다”고 강조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