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러스 호재’ 제약사들의 기막힌 주테크 백태

코로나로 뜨더니 눈치 보고 팔았다

[일요시사 취재1팀] 김정수 기자 = 코로나19 후폭풍에도 주가가 치솟은 회사들이 꽤 있다. 백신에 대한 기대를 한몸에 받고 있는 제약사들이다. 진행 결과에 따라 주가는 널뛰기를 반복했다. 눈길이 가는 건 오너 일가서 보유 주식을 매도했다는 사실인데 무엇보다 시기가 공교롭다. 모두 회사 주가가 상승세를 타고 있던 때였다.
 

도마에 오른 제약사는 공통점이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대한 백신 개발을 기대할만한 곳이다. 주가가 크게 치솟은 점도 같다. 또 해당 시기에 오너 일가의 주식 매도가 이뤄진 점도 동일하다.

가만히 앉아서 
때 되면 챙긴다

일양약품은 코로나19 등장과 동시에 주목받았다. 회사 주가는 국내 코로나19 확진자 발생 시점부터 5일 연속 증가세를 보였다(이하 종가 기준). 2만원대 주식은 2만7000원대로 올라섰다.

시장의 반응이 뜨거웠던 이유는 어디에 있었을까. 업계 안팎에선 전력을 가리킨다.

일양약품은 지난 2015년 메르스 바이러스 창궐 당시 이름을 알린 바 있다. 당시 회사는 치료 후보물질을 발견했다며 대대적으로 홍보한 바 있다. 물론 임상시험 단계에도 이르지 못한 채 일단락됐지만 기대 심리가 어느 정도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희망은 현실로 다가오는 듯 했다. 일양약품은 지난 3월 코로나19 치료 물질을 발견했다고 밝혔다. 일양약품이 개발한 국산 신약 백혈병 치료제 ‘슈펙트’가 그 중 하나였다.

희소식은 계속됐다. 일양약품은 지난 5월 슈펙트가 임상 3상에 돌입했다고 전했다. 러시아 제약 1위 기업 ‘알팜’ 주관 하에 러시아 정부로부터 승인을 받은 것이다. 해외 임상 3상 승인은 국내 최초였다.

시장은 즉각 반응했다. 일양약품 주가는 고공행진을 펼쳤다. 임상 승인 결과가 발표되자 주가는 9일 연속(5월28일∼6월9일) 수직상승했다. 3만원대 주식은 8만원대까지 치솟았다.

눈길이 가는 건 일양약품 오너 일가서 주식을 하나둘 처분했다는 사실이다. 주식 거래 자체를 문제라고 할 수 없는데 논란이 제기된 배경은 매도 시점이다. 이들은 일양약품 주가가 오르기 시작하자 주식을 팔기 시작했다.

일양약품 창업주 정형식 명예회장의 삼남 재형씨는 지난 6월2∼3일 보통주 1만주와 우선주 전량 2만4000주를 매각했다. 6월5일에는 보통주 4300주를 추가로 정리했다.

같은 날 차남 영준씨와 사남 재훈씨는 각각 보통주 1만2000주와 1200주를 매도했다. 창업주 배우자도 예외는 아니었다. 이영자씨는 1만4426주를 팔았다. 재훈씨는 6월10일 5000주를 추가로 팔았다.

백신 기대 한몸에 받는 제약업계
시세차익 이슈 도마에…무슨 일이?


종합해보면 오너 일가서 처분한 일양약품 주식은 보통주 4만6926주에 우선주 2만4000주다. 공교롭게도 매도는 모두 일양약품 주가가 9일 연속 상승한 때(5월28일∼6월9일)에 이뤄졌다.

해당 시기 처분 단가는 따로 공시가 되지 않은 상태로 정확히 알기 어렵다. 다만 종가 기준으로 살펴봤을 때 영준씨 7억3200만원, 재형씨 14억8640만원(보통주 7억5380만원+우선주 7억3260만원), 재훈씨 4억7070만원, 영자씨 8억7998만원으로 추정된다.

모두 35억원을 상회하는 액수다. 장남 정도원 일양약품 회장은 해당 기간에 주식을 사고팔지 않았다.

<일요시사>는 일양약품에 ‘주식 처분에 특별한 배경이 있는지’에 대해 문의했지만 “관련 부서에 전달한 후 답을 주겠다”는 말을 끝으로 아무런 회신도 받지 못했다.

최근 3년간(2017∼2019) 일양약품 실적은 오름세였다. 특히 지난해 영업이익은 94.4%, 순이익은 6배 이상 상승했다. 하지만 올해 일양약품 실적은 예전만큼 못하다.
 

지난 1분기 연결 기준 매출액은 716억원으로 전년 대비 6.9% 감소했다. 영업이익은 29.5% 하락한 68억원, 순이익은 27.8% 줄어든 52억원으로 마쳤다.

일양약품 최대주주는 정도언 회장(21.34%)이다. 장남 정유석 부사장(3.83%)이 뒤를 잇고 있다. 정도언 회장의 형제 재형씨(0.34%), 재훈씨(0.07%), 영준씨(0.06%), 차남 정희석 일양바이오팜 대표(0.02%) 등이다. 주요 주주들의 지분합은 기존 26.27%서 친인척들의 지분 매도로 25.67%까지 감소했다.

신풍제약은 올해 2월 주목을 받았다. 당시 중국 언론은 코로나19 치료에 말라리아, 에볼라 치료제가 효과를 보인다고 밝혔다. 마침 신풍제약은 국산 신약 말라리아 치료제 ‘피라맥스정’을 생산하고 있었다.

오르면 팔고
미묘한 시점

소식이 전해지면서 주가는 6000원대 후반서 1만원 가까이 상승했다. 지난 3월에는 주가를 끌어올릴만한 호재가 이어졌다. 임상 가능성이 열린다는 메시지와 함께 미국 약물재창출 전문가가 피라맥스를 이용한 코로나19 치료제 개발 등을 논의하자고 밝혔기 때문이다.

유제만 신풍제약 대표도 힘을 실었다. 유 대표는 3월 주총서 피라맥스의 코로나19 치료효과를 확인하기 위해 인비트로(시험관 내 세포실험)를 신청했다고 밝혔다. 3월 말 신풍제약 주가는 7000원대 후반서 1만4000원대까지 크게 올랐다.

결정타는 4월초였다. 신풍제약은 피라맥스서 코로나19 억제 효과를 확인했다고 발표했다. 주가는 2만3000원대까지 치솟았다. 한국거래소는 주가 급등에 거래정지 카드를 꺼내들기도 했다.


신풍제약은 5월14일 피라맥스에 대한 코로나19 치료제 임상 2상이 승인됐다고 밝혔다. 주가는 이날부터 5일간(∼20일) 2만원대를 유지할 수 있었다.

임상 2상 발표 이후 오너 일가 친인척이 보유 주식을 전량 처분했다. 민영관씨는 장원준 사장의 넷째 누나 지이씨의 시부로 전해진다. 신풍제약 일가와 사돈 관계로 볼 수 있다.

영관씨는 지난 5월18일과 19일 두 차례에 걸쳐 보유 지분 97만3902주를 모두 매도했다. 임상 2상 호재가 주가에 작용하던 때였다. 공시에 적시된 처분 단가를 살펴보면 민씨는 이번 매각으로 192억5000만원가량을 확보할 수 있었다.

영관씨는 신풍제약 주주 명부서 제외됐다. 다만 영향력까지 끊기지 않았다. 신풍제약 최대주주는 ‘송암사’다. 영관씨는 최대주주 장원준 사장 다음으로 지분이 많다.

최근 3년간 신풍제약 실적은 내리막길을 걸었다. 연결 기준 매출액은 1849억원, 1873억원, 1897억원으로 다소 반등했지만 속사정은 달랐다. 영업이익은 90억원, 69억원, 19억원으로 크게 내려앉았다. 순이익 역시 21억원, 19억원, 17억원으로 감소세가 계속됐다.

올해 실적은 기대할만하다. 연결 기준 매출액은 5.2% 상승한 491억원이었다. 영업이익과 순이익은 각각 34.4%, 81.4% 수직상승한 20억원, 17억원이었다.


부광약품은 주가는 올해 초까지만 하더라도 1만4000원대 보합세를 유지했다. 변동이 발생한 때는 지난 3월10일. 당시 회사는 코로나19 확진자 검체서 분리한 바이러스에 ‘레보비르’를 사용한 시험관 시험을 진행했다. 그 결과, 코로나19 치료에 사용 중인 칼레트라와 유사한 결과가 확인됐다.

부광약품은 즉시 특허를 출원했다.

레보비르는 부광약품이 개발한 국산신약 11호이자 세계 4번째 B형 간염 바이러스 치료제다. 부광약품에 대한 기대는 주가 상승으로 이어졌다. 종가는 전날 대비 4350원 상승한 1만8900원이었다.

부광약품은 이튿날 레보비르를 바탕으로 임상을 준비한다고 밝혔다. 그달 말에는 식약처에 임상시험 계획까지 제출했다. 종가는 2만5000원대까지 치솟았다. 상승세는 계속됐다.
 

식약처는 지난 4월14일 부광약품이 신청한 레보비르 활용 코로나19 임상 2상 시험을 승인했다. 국내 기업 중 처음이었다. 이날 종가는 전일 대비 5450원 상승한 2만7700원이었다.

부광약품 주가는 지난 6월 한 차례 더 상승했다. 당시 부광약품은 코로나19 치료를 위한 진정제 ‘미다졸람’을 긴급의약품으로 프랑스에 수출했다고 밝혔다. 이튿날 주가는 7350원 오른 3만7850원으로 마감됐다.

이후 종가는 평균 3만5000원대 정도를 유지했다. 올해 초 1만4000원대에 비하면 가시적인 수치다.

하지만 부광약품서도 대주주의 지분 처분이 발생했다. 주인공은 정창수 부광약품 부회장. 정창수 부회장은 지난달 22일 257만6470주를 처분했다. 모두 1008억8000여만원에 달했다.

이를 두고 소액주주들 사이서 비판이 제기됐다. 시세 차익을 보기 위해서 지분을 대량 매도한 것 아니냐는 목소리였다.

부광약품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정창수 부회장의 블록딜 주식 매도는 개인적으로 이뤄진 것”이라며 “회사서 특별한 이유를 알고 있는 건 아니다”라고 말했다.

우연?
계획?

일각에선 경영권 정리라는 점에 초점을 맞추기도 했다. 부광약품은 창업주 간 공동경영 체제다. 하지만 정창수 부회장이 지분을 정리하면서 김동연 회장 중심으로 지배구조가 개편됐다는 분석이었다.

이전까지 김동연 회장 지분(9.89%)은 정창수 부회장(12.46%)보다 낮았다. 매도 결과에 따라 정창수 부회장 지분율은 8.48%로 하락했고, 김동연 회장이 부광약품 최대주주로 올라설 수 있었다.

최근 3년간 부광약품 성적표는 가파르게 내려앉았다. 연결 기준 매출액은 1507억원, 1942억원, 1681억원이었다. 영업이익은 76억원서 351억원으로 크게 증가했지만, 지난해 95억원으로 쪼그라들었다. 110억원, 1456억원 순이익은 지난해 -74억원으로 돌아섰다.

올해 역시 큰 기대를 걸기 어렵다. 부광약품은 지난 1분기 연결 기준 매출액 378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대비 5.3% 소폭 상승한 수치다. 하지만 영업이익은 반토막 넘게 감소했고, 순이익은 적자로 전환됐다.

1분기 부광약품 영업이익은 같은 기간 54.3% 감소한 7억원에 머물렀다. 지난해 26억원 순이익은 -9억원으로 곤두박질쳤다.

신일제약은 ‘덱사메타손’을 기점으로 관심을 받았다. 덱사메타손은 소염제로 쓰이는 스테로이드 계열 제제다.

지난 6월16일(현지시각) 로이터통신, BBC 방송 등은 영국 옥스퍼드대학교 연구팀 주도로 대규모 임상시험을 진행했다. 그 결과, 덱사메타손을 투여 받은 코로나19 중증환자 사망률이 크게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신일제약은 ‘신일덱사메타손정’을 판매하고 있던 까닭에 강세를 보였다.

지난 6월17일 신일제약 종가는 1만550원으로 전일 대비 2420원 상승했다. 이튿날에는 3150원 오른 1만3700원으로 장을 마쳤다. 올해를 기준으로 이전까지 종가는 1만원을 넘은 적이 없었다.

주가 고공행진…오너일가 매도
수십억서 수백억 쏠쏠한 재미

같은 달 24일에는 호재도 있었다. 테워드로스 아드하놈 거브러여수스 세계보건기구(WHO) 사무총장은 덱사메타손의 임상 시험 결과가 알려지면서 전 세계적으로 수요가 급증했다고 전했다. 신일제약 종가는 이날 3550원 오른 1만5500원으로 마무리했다.

지난달에는 일본 정부가 덱사메타손을 공식 치료제로 인정하면서 신일제약 주가는 급등세를 보였다. 당시 신일제약 종가는 6일 연속(7월16∼23일) 상한가를 기록하며 1만원대 후반서 5만원대 후반까지 치솟았다.

공교롭게도 해당 시기에 신일제약 오너 일가서 지분 매도에 돌입했다. 홍성소 신일제약 회장은 같은 기간에 따로 주식을 사거나 팔지 않았다. 다만 그의 자녀들과 친인척들이 지분을 하나둘 팔기 시작했다.

홍성소 회장의 네 딸 중 청희씨, 자윤씨, 영림씨는 지난 7월22∼23일 신일제약 주식을 팔았다. 청희씨는 8000주, 자윤씨는 6000주, 영림씨는 1만1600주를 정리했다. 당시 처분 단가를 따져보면 모두 14억원가량을 확보했다.
 

배우자 신건희씨 역시 상당한 지분을 매도했다. 같은 달 17일, 20∼23일까지 모두 5만주를 팔았다. 환산하면 17억원에 가깝다.

홍성소 신일제약 회장의 형 홍성국 전 신일제약 대표는 같은 달 21일 8만2000주를 매도했다. 동생인 승통씨는 20일과 23일에 5만주를 팔았다. 승통씨의 아들 현기씨 역시 같은 달 23일 3만주를 처분했다. 그 결과, 이들은 차례로 28억원, 25억원, 17억원을 손에 넣을 수 있었다.

종합해보면 신일제약 오너 일가는 회사 주가가 급등할 시기에 지분을 차례로 처분하면서 모두 101억원 정도를 취득할 수 있었다.

최근 3년간 신일제약은 실적 개선을 보이고 있다. 별도 기준 매출액은 509억원, 532억원, 606억원으로 꾸준히 올랐다. 영업이익은 92억원서 60억원으로 하락했지만, 지난해 94억원으로 반등에 성공했다. 순이익 역시 81억원서 57억원으로 감소했다가 72억원으로 다시 올라섰다.

너도 한 입
나도 한 입

분위기는 이어지고 있다. 신일제약은 올해 1분기 별도 기준 153억원 매출액을 기록했다. 전년 대비 23.2% 오른 값이다. 영업이익은 같은 기간 81.7% 증가한 22억원이었다. 순이익 역시 60.6% 상승한 20억원으로 마무리됐다. 신일제약 최대주주는 홍성소 회장(17.83%)이다. 이어 장녀 홍재현 사장(9.78%)이 뒤를 잇는다. 형 성국씨와 동생 승통씨에게도 각각 6%, 2.16% 지분이 있었지만 매도 결과 5.24%, 1.56%로 감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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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정 충돌’ 검찰개혁 엇박자 막전막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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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시사 취재1팀] 김철준 기자 = 추석 연휴 전에 검찰개혁을 진행하려던 더불어민주당이 신중한 입장에 들어갔다. 검찰개혁 초안을 발표하려던 당의 의견에, 주체이자 객체인 법무부의 수장 정성호 장관이 다른 의견을 내면서다. 정 장관의 의견에 대해 여권 관계자들은 공개적으로 비판까지 했다. 당정 간 불협화음으로 검찰개혁이 무너지는 것은 아닌가 하는 우려도 나왔다. 당 지도부와 정부는 뒷수습에 나섰지만, 완전히 진화될지 관심이 모인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에서 계속 강조해 온 ‘검찰개혁’이 가시권에 들어왔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공언대로 ‘추석 전 검찰개혁 입법 마무리’를 목표로 속도전에 돌입한 가운데 친명(친 이재명)계 좌장인 정성호 법무부 장관이 민주당 지도부와 결이 다른 의견을 연일 내놓으며 당정 간 불협화음이 나타났다. 속도전 앞두고… 민주당 국민주권 검찰 정상화 특별위원회는 지난달 26일, 회의를 열고 검찰개혁의 대원칙인 수사권·기소권 분리 내용을 담은 정부조직법 개정안을 확정할 방침이었다. 민주당은 이번 개정안으로 수사권·기소권의 분리 대원칙을 실현하기 위해 검찰청을 폐지한다. 그리고 기존 검찰의 수사권과 기소권을 분리·이관하기 위해 공소청과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을 설치할 예정이다. 공소청은 기존 검찰의 기소권을 이관받아 기소와 공소 유지, 영장 발부 등 검찰의 고유 업무를 도맡는다. 중수청의 경우, 검찰의 수사 대상이었던 6대 범죄(부패·경제·공직자·선거·방위사업·대형참사)의 수사를 담당한다. 이 외에도 국수위 설치 여부도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국수위는 국무총리 산하 기관으로 경찰을 비롯해 중수청,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등 국가 수사 기관 전체를 통솔하는 시스템이다. 이번 검찰 조직 재편으로 수사 기능을 갖게 될 중수청을 행정안전부와 법무부 중 어느 소속으로 할지 등의 쟁점 현안들도 정리돼 개정안에 담길 것으로 보인다. 현재 검찰을 제외한 수사기관은 경찰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가 있다. 이들은 각각 행안부와 대통령 직속기관으로 소속돼있다. 이 같은 초안에 대해 당 안팎에선 우려를 제기했다. 특히 국수위의 권한이 자칫 과도해지면, 정부의 수사 통제와 외압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또 앞서 밝힌 것처럼 행안부 산하에 이미 경찰이라는 수사기관이 있는 상황에서 중수청까지 포함될 경우, 행안부의 수사 기능이 자칫 과도하게 커지는 것도 우려되는 지점이다. 공소청의 보완수사권에 대한 당과 정부의 이견도 걸림돌이다. 당은 수사와 기소 분리 대원칙 측면에서 공소청에 보완수사권을 부여할 수 없다는 입장이지만, 법무부는 경찰이 수사종결권을 가진 상황에서 원활한 사건 처리를 위해서는 공소청에 보완수사권 부여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26일 초안 발표 예정이었지만 구체안 두고 특위·법무부 입장 차 지난달 25일 민주당 검찰정상화특위는 국회 의원회관에서 비공개 회의를 열었지만 최종안을 내지 않았다. 민형배 특위위원장은 지난 7일 비공개 당정대 협의 후 기자들과 만나 “속도 조절론은 없다”며 이날 회의를 최종안 확정을 위한 데드라인으로 예고했지만, 180도 달라졌다. 대신 이날 회의는 법안의 완결성에 집중했다고 한다. 특위 간사인 이용우 의원은 "초안이 사실상 나왔다고 보면 된다"면서도 "그야말로 특위안이고, 당정대 간의 논의 과정이라든지 국민적 공론화를 해 나가는 과정이라든지 이 과정이 여전히 많이 남아서 최종적으로 가다듬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민주당의 속도조절 배경에는 개혁의 주체이자 객체인 법무부의 입장이 있던 것으로 분석된다. 지난 25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민주당 송기헌 의원은 정 장관에게 ‘검찰개혁의 핵심이 수사와 기소의 분리냐’고 물었다. 이에 정 장관은 “그렇다”면서 “검찰이 수사를 개시하거나 인지해 독자적으로 할 수 있는 권한은 분리해낸다는 게 1차적인 목표”라고 답했다. 다만 정 장관은 “현재는 (검찰이) 보완수사 요구 또는 재수사를 할 수 있는데, (사건이) 핑퐁처럼 왔다 갔다 하다가 과거보다 사건 처리 기간이 2배 이상 늘었다”며 “이런 문제가 심화할 가능성이 있어 신중하게 고려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사건) 전건 송치를 할 것인지, 전건 송치를 하지 않는다면 수사지휘권을 줄 것인지, 송치된 사건에 대한 보완 수사 범위를 어느 정도로 할 것인지 복합적으로 고려해야 할 문제”라고 부연했다. 정 장관은 민주당이 중수청을 행안부 산하에 두려고 하는 것에 대해서도 사실상 반대 입장을 표명했다. 그는 “경찰·국가수사본부·공수처·중대범죄수사청 4개 수사기관이 모두 행안부 밑에 들어가면 권한이 집중된다”고 우려했다. 또 기존 검찰청을 공소청으로 바꾸는 것에 대해서도 “검찰은 헌법상 검찰총장 임명 관련 규정들과 검사 관련 규정들도 있기 때문에 위헌 문제를 제기하는 분들도 있다”고 설명했다. 정 장관의 다른 의견 국수위에 대해서는 “지금 나와 있는 안에 의하면 국수위가 경찰의 불송치 사건에 대한 이행을 담당하게 돼있는데 최근 통계에 4만건 이상 된다”며 “독립된 행정위원회가 4만건 이상 사건을 다룬다는 것은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고 주장했다. 지난 26일 예결위 전체회의에서도 국민의힘 정점식 의원이 ‘검찰 조직을 폐지하는 것이 적절하냐’고 묻자 정 장관은 “검찰을 해체한다고 표현하지만 저는 검찰이 수행해오던 기능을 재분배하는 과정으로 이해하고 있다”고 답했다. 그는 검찰의 보완수사권 폐지에 대해 “민주당의 당론은 아직 아니”라며 “1차 수사기관, 특히 경찰의 부실·봐주기 수사를 보완할 제도적 장치는 꼭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정 의원이 ‘검찰청 폐지로 검찰의 전문 수사 역량이 약화될 우려가 있다’는 취지로 질문하자 정 장관은 “굉장히 중요한 과제로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특히 주가조작 등 자본시장을 교란하는 금융 범죄 또는 조세 사건은 굉장히 난이도가 높아 고도의 수사 기법이 필요하고 법리적 쟁점들이 많다”며 “이런 전문 수사 역량을 중수청에 어떻게 이어갈지 고민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정 장관은 회의 당일 페이스북을 통해 “검찰의 수사개시권과 인지수사권은 완전히 배제돼야 한다”면서도 “국민의 기본권을 지키고 범죄로부터 안전한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는 검찰개혁의 본질은 잊지 말아야 한다”고 재차 강조했다. 이견설 진상은? 그러면서 “수사기관과 공소기관 사이의 ‘핑퐁’ 등 책임 떠넘기기, 수사 지연, 부실 수사로 인해 국민이 피해를 입는 일이 없도록 현실적이고 촘촘한 제도 설계가 필요하다”며 “개혁은 구호가 아니라 현실에서 작동할 때 비로소 성공한다”고 소신을 밝히기도 했다. 정 장관의 발언 이후 당 안팎에서는 정 장관을 공개적으로 비판하는 목소리를 냈다. 민주당 검찰개혁 특위 위원장인 민형배 의원은 지난달 27일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검찰 보완수사권 전면 폐지를 재논의해야 한다는 정 장관의 입장에 관한 질문에 “당 지도부는 장관께서 좀 너무 나가신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민 의원은 “특위안에는 그런 내용이 없고, 당정에서 합의됐거나 의논해서 한 건 아니”라며 “법무부 장관이 개인적 의견을 말씀한 것 같다”고 언급했다. 정 장관이 행안부 산하 중수청 설치 방안에 우려를 밝힌 데 대해서도 “당에서 입장을 내지 않았는데 그렇게 말씀하신 것에 대해서 장관 본분에 충실한 건가, 이런 우려가 좀 있다”면서 “(장관이) 저희 특위 초안을 모르는 상태 같다”고 지적했다. 당 지도부의 의견을 내세워 정 장관의 주장을 조목조목 반박한 것이다. 이른바 ‘검찰개혁 4법’을 발의하고 관련 논의를 주도해 온 김용민 의원 역시 이날 페이스북에서 “바꾼다고 모든 것이 개혁은 아니다”라며 “개혁을 왜 하려고 하는지 출발점을 잊으면 안 된다”고 말했다. 지도부·정부 나서 진화 “당 결정대로 따라갈 것” 민주당과 정 장관의 의견이 갈리면서 ‘당정이견’설이 분출한 가운데, 당 지도부가 진화에 나섰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28일 오후 인천 파라다이스시티 호텔에서 열린 국회의원 워크숍 지도부 인사말에서 “개혁의 작업은 한 치의 오차·흔들림·불협화음 없이 우리가 완수해야 할 시대적 과제”라며 “이 과정에서 당정대는 원팀 원보이스로 굳게 단결해서 함께 나아가야 할 것”이라고 말해 눈길을 끌었다. 김병기 원내대표도 “국민주권정부의 실질적 성과는 당정대 원팀 정신이 그 중심에 있다”며 “다음 주부터 우리 이재명정부 출범 이후 첫 정기국회가 시작된다. 이재명정부 국정 기조와 국정 과제의 실천을 (당이) 더 확실하게 뒷받침해야 한다”고 당정 일치 기조를 강조했다. 정부와 대통령실에서도 수습·진화에 나섰다. 이날 워크숍 현장에 방문한 정 법무부 장관은 기자들과 만나 “이견은 없다”며 “어쨌든 입법의 주도권은 정부가 아니라 당이 갖고 있다. 당에서 잘 결정되는 대로 잘 논의해서 따라갈 것”이라고 한발 물러났다. 우상호 대통령실 정무수석도 당과 법무부 사이 이견에 대해 “자연스러운 과정”이라며 “대통령과 여당 지도부 만찬에서 전체적인 로드맵을 합의했다. 정부와 당이 각자 검찰개혁안에 대한 여러 가지 각론에 대한 의견들을 제기하기도 하고 수렴하기도 하는 과정을 거치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우 수석은 “당과 정부의 의견만 다른 게 아니라 당 내부에도 다양한 의견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그런 각각의 의견들이 다 도출되는 과정이라고 본다. 말하자면 일종의 공론화 과정에 이제 들어간 것이다. 대통령실은 이 내용들을 지켜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우 수석은 “다만 바라건대 내용 자체의 토론에 좀 집중했으면 좋겠다”며 “특정인과 좀 의견이 다르다고 해서 사람에 대한 공격 같은 건 하지 말고 이렇게 내용 토론으로 좀 갔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개인적으로 갖고 있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법조계 의견은? 한편 법조계에선 정 장관이 민주당과 다른 목소리를 내는 것은 평소 소신과 이재명 대통령의 의중이 반영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검사장 출신 한 법조인은 “정 장관은 외골수처럼 직진하기보다 남의 편을 설득하고 내 편을 혼내가면서 합의점을 찾는 정치를 해온 사람”이라면서 “강성 개혁에 집착하기보다는 국민의 삶에 도움이 되는 실용적인 변화를 추구할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