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재 연대’ 이낙연 정조준 막전막후

  • 최현목 기자 chm@ilyosisa.co.kr
  • 등록 2020.07.27 10:18:09
  • 호수 128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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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권-대권 분리 전략으로 ‘대세론’ 친다

[일요시사 정치팀] 최현목 기자 = ‘이낙연 대세론’이 휘청인다. 이재명·김부겸의 ‘양수겸장’ 전략에 탈출구를 찾지 못하는 모습이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친문 당권파’인 박주민 의원이 갑작스레 당권 레이스에 합류했다. 이낙연 의원에게는 악재, 김부겸 전 의원에게는 호재로 평가된다. <일요시사>는 이·김 연대의 손익을 따져봤다. 
 

▲ 김부겸 더불어민주당 전 의원과 이재명 경기도지사 ⓒ고성준 기자

한때 무난한 당선이 예상됐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낙연 의원은 자신과 당의 총선 승리를 이끌며, 승승장구했다. ‘이낙연 대망론’은 근 몇 개월 동안 식을 줄 몰랐다. 그런 이 의원이 정당대회서 당 대표에 도전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민주당 안팎에서는 ‘어대낙’(어차피 대표는 이낙연)을 말하는 사람이 많았다. 

위기의
‘어대낙’

이낙연 대망론이 흔들리고 있다. 어대낙을 말하는 사람들이 부쩍 줄었다. 이 의원의 지지율은 급전직하했다. 여론조사업체 ‘리얼미터’가 YTN의 의뢰로 지난 17일 전국 성인 1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하고 지난 20일 발표한 차기 대선주자 선호도 조사에 따르면, 이 의원에 대한 선호도는 23.3%로 나타났다. 

여전히 여야 합쳐 1위지만, 하락세가 심상찮다. 리얼미터 여론조사에 따르면, 21대 총선 직후인 지난 4월 말 40.2%를 기록했던 이 의원의 선호도는 5월 말 34.3%, 6월 말 30.8%로 하락했다. 이번 조사에선 20%대 초반까지 떨어졌다. 지난 4월 이후 줄곧 하향곡선이다(자세한 내용은 리얼미터 및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그러는 사이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치고 올라왔다. 지난 16일 대법원 전원합의체(재판장 김명수 대법원장)가 ‘친형 강제입원 사건’과 관련해 허위사실을 공표한 혐의로 기소된 이 지사 사건을 파기환송한 일이 결정적이었다. 앞서 이 지사는 2심에서 당선무효형을 선고 받은 바 있다. 


지사직을 유지하게 된 이 지사의 지지율은 연일 상승세다. 이 지사는 차기 대선주자 선호도 조사서 이 의원을 맹추격 중이다. 

정치적 행보도 눈에 띈다. 대법원의 판결 이후 연일 광폭행보를 보이고 있다. 위상도 달라졌다. 이 지사는 대법원 판결 후 지난 23일 처음으로 국회 행사에 참석했는데, 민주당의 수많은 인사들이 몰렸다.

민주당 ‘이재명계’로 분류되는 정성호·김병욱·김영진·이규민 의원을 포함해 수도권 지역 국회의원만 20여명이 참석했다.

대권을 두고 경쟁 중인 이 지사와 이 의원은 연일 신경전을 펼치고 있다. 이 지사는 이 의원에 대해 “(이 의원과 친분이)거의 없다. 살아온 삶의 과정이 너무 달라서 깊이 교류할 기회나 뵐 일이 없었다”고 말했다. 

이 지사는 이 의원을 ‘엘리트’라고, 자신을 ‘흙수저’라고 밝혔다. 서울대 법대를 나와 <동아일보> 기자를 한 이 의원은 엘리트인데 반해, 성남의 시계공장서 일하다 검정고시를 거쳐 사법고시에 합격한 자신은 변방의 흙수저 출신이라는 것이다. 

서로 부족한 부분 채우는 '양수겸장'  
당내 최대계파 ‘주류 친문’ 선택은?

이른바 ‘엘리트 대 흙수저’ 프레임이다. 이 의원은 이 지사의 발언에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자신도 가난한 농부의 7남매 중 장남이라는 것. 이 지사의 발언에 대한 입장을 묻는 질문에는 “싸움 붙이려 하지 말라”고도 말했다. 


오래 지나지 않아 2라운드가 펼쳐졌다. 내년 4월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서 민주당 후보를 내느냐 마느냐의 논쟁이다. 이 지사는 “장사꾼도 신뢰가 중요하다”며 “(박원순, 오거돈 사건은)중대 비리가 아닐 수 없다. 그러면 정말 아프고 손실이 크더라도 기본적인 (무공천) 약속을 지키는 게 맞다”고 주장했다.

이를 두고 민주당은 발칵 뒤집어졌다. 이해찬 대표는 고위전략회의서 “후보를 낼지 말지는 연말쯤 가서 결정하면 된다. 지금 얘기하면(당이) 계속 얻어맞기만 한다”고 언급했다. 사실상 이 지사에게 주의를 준 셈이다.

평소 정제된 발언을 해왔던 이 의원은 이 지사의 무공천 발언에 대해 이례적으로 강하게 말했다. “다른 일을 먼저 하는 것이 옳지 않을까 생각한다”는 발언이다. 경우에 따라서, 민주당 지도부의 일에 관여하지 말고, 경기도정에 충실하라는 메시지로 들린다. 
 

▲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의원 ⓒ고성준 기자

민주당 내부서 이 지사의 발언에 불쾌감을 드러내는 사람들이 속출했고, 결국 이 지사는 “원칙을 지키는 것이 적폐 세력의 귀환을 허용하게 된다면 현실(공천)을 선택하는 것이 더 낫다”며 기존 입장을 선회했다. 여권의 유력 대권주자 1·2위 간의 설전에 일각에서는 대선 전초전이라는 말까지 나온다.

이 지사가 이 의원의 대권에 제동을 걸었다면, 김부겸 전 의원은 이 의원의 당권을 막아섰다. 하나의 표적에 대하여 두 방향서 공격해 들어가는 ‘양수겸장’ 전략으로 읽힌다. 

김 전 의원은 당 대표로 당선될 시 대권에 불출마하겠다는 뜻을 일찌감치 밝혔다. ‘배수진’ 전략이다. 내년 4월에는 재보궐 선거,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 2022년 3월 대선, 같은 해 6월 지방선거 등이 줄줄이 열린다. 김 전 의원은 대권에 도전하지 않고, 일련의 과정서 민주당을 안정적으로 관리하겠다는 입장이다. ‘9개월 당 대표’라는 의심을 받고 있는 이 의원과 차별화된다. 

이재명에
따라잡혀

‘이재명·김부겸 연대론’이 불거졌다. 당권을 노리는 김 전 의원과 대권을 노리는 이 지사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진 결과다. 김 전 의원은 당권을 위해 이 의원을 꺾어야 하고, 이 지사는 여의도서 이 의원보다 더 많은 세력을 확보해야 한다.

김 전 의원은 이 지사에게 러브콜을 보냈다. 대법원 판결이 난 직후 “재판부에 감사드리며, 이 지사와 함께 겸손한 자세로 좋은 정치에 힘쓰겠다”는 입장문을 냈다. 바로 다음 날에는 “국민 마음을 정확하게 읽고 그 시기마다 문제가 되는 것을 용감하게 치고 나간다. 나만 해도 정치를 오래 하다 보니까 그런 용기가 많이 죽었다”며 “국민이 힘들고 답답할 때 사이다 같은 것이 매력이고 강점인 것 같다. 참 부럽다”라고 이 지사를 칭찬했다.

두 사람의 연대 신호는 일찌감치 감지됐다. 이 지사와 김 전 의원 모두 민주당 내 대표적인 ‘비문(비 문재인)’으로 꼽힌다.

이 지사와 ‘친문’ 진영 사이에는 여전한 앙금이 남아 있다. 앞서 이 지사는 지난 대선 경선서 문재인 대통령과 경선서 맞붙어 일부 친문 지지자들에게 미운털이 박혔다. 이후 터진 ‘혜경궁 김씨’ 사건은 이 지사와 친문이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너게 한 결과를 불러왔다. 
 

▲ 당권도전 선언 중인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 ⓒ고성준 기자

혜경궁 김씨 사건은 해당 트위터 계정의 주인이 이 지사의 부인인 김혜경씨라는 의혹이다. 트위터 계정주는 문 대통령의 아들 준용씨 취업 특혜를 주장했다. 사건은 검찰 수사로까지 이어졌지만, 증거불충분으로 불기소 처분이 내려졌다. 그럼에도 문 대통령의 핵심 지지자들은 여전히 ‘이재명 불가’를 주장하며 앙금을 보이고 있다. 


김 전 의원 역시 비문으로 통한다. 지난 2016년 문 대통령과 김 전 의원은 영남권 신공항 입지 선정 문제로 대립한 바 있다. 부산 출신인 문 대통령은 가덕도, 대구 출신인 김 전 의원은 밀양을 지지하면서 갈등이 촉발됐다. 

이후 김 전 의원이 문재인정부 첫 행정안전부(이하 행안부) 장관으로 발탁됐다. 김 전 의원은 장관이던 시절 경기도의회를 방문해 경찰 소환조사를 앞둔 이 지사와 면담을 가진 바 있다. 경찰청 직속 상급기관인 행안부의 수장이 경찰조사를 받는 사람을 만나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지적이었다.

비문계…
대동단결?

친문 지지자들 역시 당시 이를 지적했다. 두 사람은 비문계열 대권주자 대표 그룹인 ‘안이박김’(안희정·이재명·박원순·김부겸)으로 불린다. 두 사람의 연대는 친문을 자극할 수 있다. 주류 친문은 이번 전당대회와 거리를 두며 관망하는 모습이다.

뚜렷한 주자가 나오지 전에는 전폭적 지원에 나서지 않겠다는 것이 친문 주류 사이에 흐르는 기류다.

이 의원과 김 전 의원은 친노·친문 표심을 잡기 위해 애쓰고 있다. 두 사람 모두 봉하마을을 찾는가 하면, 주류 친문인 김경수 경남도지사를 만났다.


이 의원은 부산 친문과 접촉면을 넓히고 있다. 최인호 의원이 대표적이다. 최 의원은 이 의원 지지에 나선 상태다. 앞서 최 의원은 “전당대회를 다시 열어야 한다는 이유로 특정 정치인에게 전당대회에 나서지 말라는 것은 무책임한 배제”라며 이 의원의 출마에 힘을 실어준 바 있다.

김 전 의원 역시 친노·친문에 러브콜을 보내고 있다. ‘노무현의 정치적 스승’으로 불리는 김원기 전 국회의장을 캠프 후원회장으로, ‘원조 친노’ 유인태 전 국회 사무총장을 상임고문으로 영입하며 친노·친문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또 추미애 법무부 장관 탄핵소추안을 발의한 야당을 “문 대통령 국정운영에 대한 끊임없는 어깃장이자 검찰 개혁 발목잡기”라며 “노무현 전 대통령을 죽음으로 내몬 이들”이라고 거세게 비판했다. 이 역시 친노·친문과의 정서적 일체감을 끌어올리기 위한 전략으로 읽힌다. 
 

▲ 당권 도전 기자회견 갖는 김부겸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 ⓒ고성준 기자

앞서 김 전 의원은 당 대표 출마 기자회견 당시, 사전 배포한 원고에 없는 노 전 대통령의 죽음을 언급한 바 있다. 참여정부 청와대 행정관 출신인 민주당 권칠승 의원은 김 전 의원을 돕는 것으로 알려졌다.

‘친문 당권파’ 민주당 박주민 의원이 당권레이스에 합류했다. 이낙연·김부겸으로 대표되던 당권 구도가 요동치고 있다. 친문 표심이 어느 쪽으로 쏠릴지가 예측 불가능한 상황으로 치닫고 있기 때문이다.

서울시장→당 대표 급선회
이 ‘악재’ 김 ‘호재’ 갈려

박 의원은 당대표 출마 기자회견서 “훌륭한 두 분 선배(이낙연·김부겸)들과 경쟁하는 것조차 영광”이라며 “기회를 준다면 당 대표가 돼 문재인정부 성공과 정권 재창출에 앞장서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박 의원은 만 47세다. 경쟁자인 이 의원(만 67세)과 김 전 의원(만 62세)에 비해 약 20살 정도 젊다. 정치 경력 역시 이들에 비해 짧다. 4년 6개월여에 불과하다.

‘세월호 변호사’로 이름을 알리던 박 의원은 2016년 1월 당시 민주당 대표였던 문 대통령의 제안으로 영입된 대표적인 친문 인사다. 그는 2018년 전당대회 당시 초선임에도 친문 당원들의 전폭적 지지로 최고위원 선거서 1위를 차지했다.

박 의원의 출마 선언은 갑작스러웠다. 출마 결심 시점과 관련해 박 의원은 “어젯밤(지난 20일) 늦게 결정했다”며 “출마 선언문을 쓰기 위해 밤을 새웠다”고 했다.

앞서 박 의원은 서울시장 출마가 유력하게 거론됐었다. 이낙연·김부겸이 일찌감치 출사표를 던진 상황서 박 의원은 후보 등록 마지막날인 지난 21일 당권 레이스에 전격 합류했다. 이 때문에 박 의원의 막판 출사표가 뜻밖이라는 반응이 민주당 안팎서 나온다.

박 의원이 서울시장서 당 대표 출마로 급선회한 이유는 무엇일까. ‘체급 올리기’ ‘플랜B’ 등 다양한 해석이 쏟아진다. 체급 올리기를 주장하는 사람들은 박 의원이 결국 서울시장에 출마할 것이라 예상한다. 당 대표로 당선되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보는 것이다.

결국 거물인 이낙연·김부겸과의 대결로 체급을 올린 뒤 내년 4월에 열릴 서울시장 재보궐 선거에 도전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플랜B를 주장하는 사람들은 최근 민주당서 서울시장 후보로 여성을 내세워야 한다는 의견에 주목한다. 그간 민주당 안팎에서는 박 의원이 차기 서울시장 자리를 염두에 두고 있다는 얘기가 많았다. 

친문 당권파
레이스 합류

그런 상황서 만약 민주당 지도부가 여성 후보를 차기 서울시장 후보로 낙점한다면 박 의원은 낙동강 오리알 신세가 된다. 결국 불확실성을 보고 서울시장에 도전하기보다 조금 더 명확한 당 대표로 급선회했다는 해석이다. 이런 가운데 박 의원이 이번 당 대표 선거서 당선되기는 쉽지 않다는 의견이 중론이다. 그러나 높은 인지도와 호감으로 많은 친문 표를 가져갈 것으로 예상된다. 이 의원과 김 전 의원 캠프는 ‘박주민 변수’가 어떤 영향을 미칠지 예의주시하고 있다. ‘대세론’에 균열이 생긴 이 의원에게는 악재, 김 전 의원에게는 호재로 평가된다.


<chm@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박 터지는’ 최고위원 선거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최고위원 선거 역시 경쟁이 치열하다.

총 5명을 선출하는 최고위원 선거에 등록한 후보만 10명에 이른다. 그중 2명은 지난 24일 예비경선을 통해 컷오프됐다.

10명의 후보는 이원욱(3선)·이재정(재선)·양향자(재선)·노웅래(4선)·한병도(재선)·김종민(재선)·신동근(재선)·소병훈 의원(재선)과 염태영 수원시장, 정광일 안중근평화재단청년아카데미 대표 등이었다.

예비경선은 9명 이상의 후보가 나왔을 때 1인당 ‘1표인 연기명’ 방식으로 총 8명의 후보를 뽑는다. 지난 24일 예비경선이 치러진 결과, 이재정 의원, 정광일 안중근평화재단청년아카데미 대표는 컷오프됐다. 

민주당은 전당대회를 통해 8명의 후보 중 5명의 최고위원을 선출한다. 민주당은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이번 전당대회를 온라인 방식으로 치를 예정이다.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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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김건희 일가 연루 의혹 ‘선라이즈F&T’ 주주명부 공개

[단독] 김건희 일가 연루 의혹 ‘선라이즈F&T’ 주주명부 공개

갈수록 증폭되는 평택 논란 이제야 공개된 소소한 흔적 쉽게 거두지 못하는 의심 의미심장 세력 교체 과정 [일요시사 취재1팀] 양동주 기자 = 소문이 어느덧 사실처럼 인식되고 있다. 명확한 물증이 없는 가운데 파편적인 의혹이 덧씌워진 양상은 좀처럼 바뀌지 않고 있으며, 흐름을 파악할 만한 유의미한 흔적이 이제야 겨우 나왔을 뿐이다. 증폭된 의혹 뒤편에서 여전히 진실은 빼꼼히 잘 보이지 않는다. 2010년 9월 설립된 ‘선라이즈에프앤티’는 황해경제자유구역에 자리 잡은 유일한 농산물 가공 업체로, 그간 심심치 않게 밀수 의혹을 받아왔다. 가공 목적으로 수입한 농산물을 가공 없이 시중에 유통시켜 엄청난 차익을 봤다는 꼬리표가 뒤따랐다. 의혹하는 눈초리 선라이즈에프앤티가 취급했던 대다수 농산물이 고관세 품목이라는 점은 이 같은 의혹을 부채질했다. 그간 선라이즈에프앤티는 ▲녹두 ▲콩나물콩 ▲다대기(혼합양념) ▲생강 ▲마늘 ▲참깨 ▲팥 ▲서리태 등 높은 세율이 붙는 고관세 품목을 주로 수입했던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한 예로 콩나물콩의 경우 그대로 들여와 국내에 유통하면 487% 관세가 부과되지만, 콩나물 재배 목적으로 수입하면 27%만 반영된다. 평택세관에 몸담았던 다수의 전직 세관공무원이 기업 출범 및 운영에 관여했다는 점도 선라이즈에프앤티를 부정적으로 보게 만들었다. 심지어 선라이즈에프앤티 이사진에 포함됐던 특정 세관 출신 임원이 한때 다이아몬드 밀수 사건에 이름이 오르내린 사례도 존재한다. 수년 전부터는 김건희씨 일가와 선라이즈에프앤티를 동일선상에서 바라보는 경향이 강해졌다. 선라이즈에프앤티의 밀수 의혹을 수차례에 걸쳐 제기했던 공익 제보자 이성열씨가 재판에 연루되는 과정에서 김건희씨의 모친인 최은순씨가 거론됐던 게 이 같은 흐름에 불을 지핀 형국이다. 이런 가운데 정치평론가인 장성철 공론센터 소장이 최근 ‘평택항’을 언급하자, 김건희씨 일가와 선라이즈에프앤티 간 연관성은 사실처럼 받아들여질 정도가 됐다. 장 소장은 SBS라디오 <김태현의 뉴스쇼>가 운영하는 유튜브 방송에 출연해 김건희씨 일가의 수상한 물건 수입 의혹과 관련한 이야기를 전했다. 장 소장은 “최은순씨가 주인으로 있는 농수산물 수입업체에서 이상한 것을 들고 오려고 하다가 걸려서 (김건희) 오빠와 김건희씨가 그것을 무마시키려고 여러 가지 이상한 (일들을 했다고 한다)”며 “어떤 물건인지 구체적으로 밝히지는 않았지만, 부적절한 물건인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고 말했다. 급기야 선라이즈에프앤티의 폐업이 알려지자, 의혹은 그야말로 걷잡을 수 없이 커진 양상이다. 선라이즈에프앤티는 국세청 사업자 과세 유형 조회 결과 지난 10일자로 폐업한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폐업자로 조회된 지난 10일은 김건희 특검법이 공포된 시기와 맞물린다. 물론 꾸준히 의혹이 제기된 것과 별개로, 김건희씨 일가와 선라이즈에프앤티 간 연관성을 입증할 만한 확실한 단서는 없는 상황이다. 특히 주주명부가 지금껏 외부에 공개되지 않았다는 게 의혹과 진실을 구분 짓기 어렵게 만들고 있다. 이런 의미에서 <일요시사>가 최초 입수한 주주명부는 간접적으로나마 의문을 풀 수 있는 열쇠로 작용할 여지를 남긴다. 의문 해소 첫 단추 2022년 10월 작성된 ‘카리나에프앤티(선라이즈에프앤티에서 2020년 9월 상호 변경) 주주명부’를 검토한 결과 주주는 총 17명, 발행주식은 91만8400주(1주당 5000원)로 확인됐다. 2010년 9월 자본금 5억원으로 설립된 선라이즈에프앤티는 수차례 증자를 거쳤고, 해당 시기에 자본금을 45억9200만원으로 늘린 상태였다. 일단 주주명부에서는 김건희씨 일가의 이름을 찾을 수 없다. 대신 경영권 교체 과정이나마 엿볼 수 있을 뿐이다. 법인 등기와 주주명부를 교차 검증한 결과를 토대로 추정하면, 표면상 선라이즈에프앤티 지배 세력은 ‘전직 세관공무원(설립~2018년 중순)→지엔티에이치(~2020년 중순)→킴스에O엔O(~2022년 초순)→동OO앤에스(~2025년 6월)’ 순으로 변경된 흐름이다. 첫 번째 경영권 교체는 ‘펀딩하이 연체 사건’과 함께 발생했다. 펀딩하이는 중국·동남아시아에서 농산물을 수입하는 업체에 돈을 빌려 주고, 투자자들에게 15% 이상 수익을 보장하는 펀딩 상품으로 인기를 끌던 P2P 업체였다. 그러나 펀딩하이는 2018년 6월20일 ‘마늘 시즌2-17차(모집 금액 3억원, 차주 승리산업)’ 펀딩 상품의 연체를 시작으로 ▲세척 당근 시즌2-18차(모집금액 5억원, 차주 지엔티에이치) ▲김치 펀딩 2차(모집금액 1억2000만원, 차주 상아농산) ▲번데기 펀딩 1차(모집금액 1억8000만원, 차주 월량완코리아) 등에서 차주의 투자금 상환 실패를 알렸다. 연체 금액은 ▲지엔티에이치 29억원 ▲승리산업 33억원 ▲상아농산 11억8000만원 ▲월량완코리아 1억8000만원 등 총 75억6000만원에 달했다. 급기야 펀딩하이는 연체율 100%를 찍은 채 영업을 중단했다. 상환 실패 이후 차주 사이에 관련성이 드러났다. 지엔티에이치와 승리산업에서 대표이사였던 윤석호씨는 두 회사 지분을 각각 60%, 100% 보유 중이었다. 또한 월량완코리아 사내이사로도 등재돼있었다. 연체가 발생한 직접적인 사유는 선라이즈에프앤티를 대상으로 한 지분 투자였다. 지엔티에이치는 펀딩받은 금액을 농산물을 들여오는 데 쓰지 않고,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을 매입하는 데 활용한 것으로 뒤늦게 확인됐다. 이를 계기로 지엔티에이치는 2018년 6월경 주식 16만1400주를 확보한 선라이즈에프앤티 최대주주로 올라섰다. 지엔티에이치가 지배력을 확보한 이후 선라이즈에프앤티 임원 명단에 변화가 목격됐다. 선라이즈에프앤티 초창기부터 함께했던 사내이사와 부친에 이어 회사에 몸담았던 대표이사를 대신해 지엔티에이치가 끌어들인 얼굴들이 등기임원 자리를 꿰찼다. 정작 지엔티에이치는 연체 발생 넉 달 후인 2018년 10월 보유 중이던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을 ‘란릉현래보식품유한공사’에 넘겼다. 펀딩하이 투자자들과의 소송전이 불거지자 중국에 본거지를 둔 우군에 주식을 양도한 모양새였다. 거듭되는 교체 수순 두 번째 경영권 교체는 ‘킴스에O엔O’ 측이 선라이즈에프앤티의 주체로 올라서는 과정에서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 충청권에 본적을 둔 킴스에O엔O는 2022년 10월 기준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 10만8200주를 확보한 것으로 확인됐다. 킴스에O엔O 대표이사의 친인척이 보유한 주식 13만2800주를 합산하면 우호 주식은 24만주 안팎이다. 기존 지엔티에이치 측 우호 세력(란릉현래보식품유한공사 16만1400주+마송재 3만주)과 비교해 5만주 가까이 격차를 벌린 셈이다. 킴스에O엔O 측이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을 대량 매입한 시기는 2020년 중후반으로 추정된다. 이 무렵 선라이즈에프앤티 등기임원 구성이 크게 요동쳤다는 점을 통해 짐작 가능한 사안이다. 실제로 지엔티에이치가 지배력을 발휘하던 2018년 7월 대표이사에 선임됐던 김정일 대표는 2020년 3월 해임됐다. 2018년 9월 취임했던 또 다른 대표이사 역시 당해 10월을 넘기지 못한 채 사임했다. 공석이 된 주요 등기임원 자리는 킴스에O엔O 측 인물로 채워졌다. 킴스에O엔O 대표이사가 2020년 10월 선라이즈에프앤티 대표이사로 취임했고, 해당 시기에 사외이사, 감사 등 등기임원 전원이 새 얼굴로 교체됐다. 킴스에O엔O에 이어 지배 세력으로 등장한 곳은 식료품 제조업을 영위하는 동OO앤에스였다. 이 회사는 2022년 10월 기준 주주명부에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 41만주(지분율 44.64%)를 보유한 단일 최대주주로 등재돼있다. 여기에 우호 세력(글로O포O 1만주+김성수 2만주+김종봉 788주)의 주식을 합산하면 지분율은 50%에 육박한다. 동OO앤에스는 사실상 선라이즈에프앤티를 인수하고자 만든 업체로 비쳐질 여지를 남긴다. 2022년 2월 출범 당시 자본금 10억원짜리였던 동OO앤에스는 불과 두 달 만인 2022년 4월14일 자본금을 21억원으로 두 배 이상 키웠다. 공교롭게도 동OO앤에스가 설립 이후 8개월 사이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 41만주를 확보하는 과정에서 투입한 금액은 총 20억5000만원이었다. 이는 동OO앤에스 자본금 21억원이 선라이즈 주식 41만주를 매입하는 데 쓰였을 가능성에 주목하게 만든다. 게다가 선라이즈에프앤티는 기존 61만8400주였던 발행주식을 2022년 4월22일 91만8400주로 30만주 확대했다. 동OO앤에스가 자본금을 21억원으로 확충한 지 8일 만이다. 선라이즈에프앤티가 발행주식을 30만주 늘린 덕분에 동OO앤에스는 상대적으로 수월하게 주식 41만주를 확보한 형국이다. 동OO앤에스가 선라이즈에프앤티를 지배하는 위치로 올라설 무렵에 선라이즈에프앤티 임원 구성은 또 한 번 바뀌었다. 동OO앤에스 대표이사가 사내이사, 글로O포O 대표이사가 사외이사에 이름을 올렸고, 김성수 대표이사가 신규 선임됐다. 이후 김성수 대표는 선라이즈에프앤티 폐업 전까지 자리를 지킨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되짚어보는 연결고리 한편 일각에서는 김건희씨 일가에서 선라이즈에프앤티에 영향력을 행사했다면 그 시기는 지엔티에이치 측이 지배력을 상실한 이후일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그나마 킴스에O엔O 혹은 동OO앤에스와의 연관성이 높다고 보는 것이다. 한 경찰 관계자는 “김건희씨 일가에서 선라이즈에프앤티에 관여한 직접적인 흔적이 발견되지 않았지만, 만약 영향력을 행사했다면 그 시기를 2021년 이후로 특정해볼 수 있을 것”이라며 “항간에 떠도는 마약 적발 여부는 2022년 근방으로 얘기가 오가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heaty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