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관 정조준’ 추미애 법무부장관 딜레마

  • 최현목 기자 chm@ilyosisa.co.kr
  • 등록 2020.03.23 10:30:40
  • 호수 1263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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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대 잡으려다 초가삼간 태울라

[일요시사 정치팀] 최현목 기자 = 추미애 법무부장관이 전관들의 목에 칼을 댔다. 법무부가 법조계 전관 특혜 근절 방안을 발표한 것. 법조계에서는 당장 ‘헉’ 하고 장탄식이 나온다. 이번 발표 내용이 전례 없는 ‘고강도’기 때문이다. 전관들을 겨냥한 칼은 곧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로 향할 전망이다.
 

▲ 악수 나누는 문재인 대통령과 추미애 법무부장관 ⓒ청와대

법무부(장관 추미애)는 지난 17일 ‘법조계 전관 특혜 근절 방안’을 발표했다. 부제는 ‘수임·변론부터 수사 절차, 사후 감시 등 모든 단계 개선 추진’이다. <일요시사>가 당일 입수한 법무부 자료에 따르면, 법무부는 ‘법조계 전관특혜 근절 전담팀(TF)’을 구성했다. 이후 학계·대한변호사협회·대검찰청 등과 논의해 이번 방안을 발표했다.

법무부 발표
전관에 철퇴

자료에는 사건 수임·변론 단계부터 수사 단계, 징계 단계 등 단계별 방안이 담겼다. 핵심은 수임 제한 기간 연장이다. 법무부는 검찰·법원 출신의 전관 변호사의 수임 제한 기간을 현행 1년서 3년으로 늘릴 방침이다. 이를 위해 변호사법을 개정할 예정이다.

고위공직자 재산공개 대상인 고위직 출신 전관이 대상이다. 검사장과 고법 부장판사, 치안감 이상 경찰 고위직, 1급 이상 공무원 등이 여기에 해당한다. 법무부의 방안대로 변호사법이 시행된다면, 고위직 출신 전관들은 퇴직 전 3년 동안 근무한 기관의 사건을 퇴직 후 3년 동안 수임하지 못한다.  

기관 업무를 기준으로 취업 심사를 받는 대상자는 수임 제한 기간이 2년으로 늘어난다. 지검 차장검사, 지법 수석부장판사, 2급 이상 공무원 등이 대상자다. 현행 변호사법은 이들의 수임 제한 기간을 1년으로 규정한다. 


이는 형평성을 맞추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현행 변호사법은 퇴직 전 1년, 퇴직 후 1년이 수임 제한 기간이다. 공직자윤리법상 취업제한 기간(3년, 2년)보다 짧다. 법무부는 이 둘 사이의 균형을 맞추겠다는 것이다.

법무부는 ‘몰래 변론’에 대해 철퇴를 가할 계획이다. 몰래변론은 선임계 없이 피의자를 돕는 행위를 뜻한다. 변호사 중 일부는 조세포탈을 목적으로 몰래 변론을 해왔다. 

전관 특혜 근절 TF 구성
수임제한 1년→3년 늘려

대표적인 사건이 바로 ‘정운호 게이트’다. 정운호 전 네이처리퍼블릭 대표의 상습도박 사건을 몰래 변론한 검찰 고위직 출신 홍만표 변호사는 수사검사, 결재검사와 학연·지연·친분 등과 관계된 전관 변호사들로 변호인단을 꾸려 논란을 불러온 바 있다. 

법무부는 조세포탈 등의 목적으로 몰래 변론한 경우, 처벌을 현행 ‘1년 이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 벌금’서 ‘2년 이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 벌금’으로 강화한다. 또 정당한 이유 없는 단순 몰래 변론도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는 규정을 신설한다.
 

▲ 추미애 법무부장관

법무부는 검찰·법원서 재직했을 당시 처리했던 사건을 퇴직 후 변호사로서 수임한 경우에 대한 처벌 수위도 높일 계획이다.

‘전화 변론’ 역시 금지된다. 전화 변론은 몰래 변론의 대표적 수단으로 사용돼왔다. 지난해 4월 법무부 산하 검찰과거사위원회는 ‘몰래 변론’ 사례를 조사한 바 있는데, 조사 결과 검찰 고위직 출신 전관 변호사 중 다수가 전화 변론을 통해 검찰 수사 실무자나 지휘 라인에 영향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난 바 있다. 수사 중인 검사와 사건과 관련해 직접 통화할 수 있어 전화 변론은 전관 변호사의 ‘특혜’로 통한다.


이에 법무부는 전화 변론 자체를 금지할 계획이다. 단, 주임검사의 요청이나 긴급한 사정이 있는 경우 예외적으로 허용한다. 검찰 내 상급자를 상대로 한 변론 역시 원칙적으로는 금지할 계획이지만, 절차 위반 등 부당한 검찰권 행사를 바로잡을 때에 한해 변론이 가능하도록 열어둔다. 그 외 변론은 서면으로 주임검사에게 제출하도록 한다. 주임검사에게 직접 전달하는 행위도 금지한다.

몰래 변론
막을까?

‘법조브로커’ 퇴출도 선포했다. 변호사, 법무사의 법률서비스 업무에 대해 중개를 해주는 알선업자가 바로 법조브로커다. 우리나라는 변호사와 법무사만이 유료로 알선할 수 있으며, 비법률가의 알선은 불법이다. 변호사법에 따르면, 비법률가가 수익 사업을 위해 법률사무를 알선·중개할 경우 형사처벌 대상이다.

그동안 법조브로커로 인한 피해 사례가 꾸준히 도마 위에 올라왔다. 최근에는 ‘여순사건’(10·19사건) 당시 희생당한 민간인 희생자의 재심에서 무죄가 선고된 이후 유족들에게 접근해 보상을 받게 해주겠다는 법조브로커가 등장해 우려를 낳았다. 

지난해 3월에는 개인회생 사건을 수임한 법조브로커가 적발됐다. 해당 브로커에게는 변호사나 법무사 자격이 없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그는 지난 2017년 2월부터 지난해 5월까지 무자격으로 188건의 개인회생 사건을 수임, 수임료 총 3억6500만원을 부당하게 챙긴 혐의로 기소됐다.

특히 재판·수사 공무원의 변호사 알선 행위는 그 심각성이 크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법조브로커로부터 수사 무마를 대가로 뒷돈을 받아 실형을 선고 받은 검찰·경찰 간부들의 사례가 대표적이다. 이에 법무부는 처벌을 ‘2년 이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 벌금’으로 강화할 계획이다.

범위도 확대된다. 사건을 수임할 목적으로 변호사들이 수사·재판기관 인사와의 인맥을 선전하는 행위는 금지다. 재판에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법무부는 금지 대상을 수사·재판기관뿐 아니라 국세청·공정거래위원회 등 조사기관으로까지 확대한다.

일단 법무부는 실태 조사부터 나선다. 이를 위해 각 검찰청의 감찰담당 검사가 맡는 행동강령책임관을 ‘전관특혜방지 담당책임관’으로 지정, 업무를 맡겼다. 또 법조비리 신고센터를 만들어 상시 운영한다.

21대 국회
입법 목표

TF 팀장을 맡은 이용구 법무부 법무실장은 지난 17일, 서울 서초구 서울고검 내에 위치한 법무부 대변인실 사무실 의정관서 브리핑을 열고 “사건 수임 단계부터 징계·제재 단계까지 아우르는 대책을 만드는 것에 중점을 뒀다”며 “한쪽을 규제하면 다른 쪽에서 문제가 커지는 ‘풍선 효과’를 막기 위해 촘촘하게 연결된 특혜 근절 방안들을 마련했다”고 전했다.

이번 방안은 단계별로 진행된다. 첫 번째가 수사 단계서의 전관 특혜 근절이다. 법무부 훈령이나 대검 예규 개정으로도 시행 가능하기 때문이다.

반면, 수임 제한 기간을 3년으로 연장하는 방안 등은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변호사법을 개정해야 하기 때문이다. 총선이 한 달도 채 남지 않아 이번 20대 국회에선 개정이 사실상 불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법무부는 21대 국회 입법을 목표로 한다.
 


앞서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해 11월 반부패정책협의회서 전관 특혜에 대해 “우리 사회의 뿌리 깊은 불공정 영역”으로 지목했다. 당시 윤석열 검찰총장 역시 해당 자리에 참석했다. 윤 총장은 협의회 참석 이후 대한변협과 관련 논의를 이어가는 등 전관 특혜 근절에 의지를 보이고 있다.

전관 특혜 근절의 종착지는 공수처다. 수임 제한 기간을 연장하는 등 변호사법이 21대 국회서 개정되면, 법무부는 이에 준용해 공수처 관련 전관특혜를 근절하기 위한 논의에 착수할 방침이다. 

공수처, 전관의 온상지?
준비단장이 부른 논란

법조계 안팎에서는 공수처가 ‘전관의 온상지’가 될 수 있다는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하나의 사건이 발단이었다. 남기명 공수처 준비단장이 부른 전관예우 논란이다.

앞서 남 단장은 공수처가 출범하기 전 한 시중은행의 사외이사 후보로 이름을 올렸다. 시중은행의 사외이사직은 ‘전관들의 놀이터’란 지적을 받는 자리로 시중은행은 그간 정권과 닿아 있는 주요 인사들을 자신들의 사외이사로 들여 이득을 취해왔다.

논란이 일자 남 단장은 지난 10일, 이사직을 내려놓기로 했다. 남 단장은 당시 “공수처 준비단장 자리의 무거움을 느끼며 재직 중에는 단장 외의 어떤 직도 맡지 않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한 번 켜진 불씨는 쉽게 사라지지 않는 분위기다. 공수처가 가진 특수성·희소성으로 인해 전관 특혜에 쉽게 노출될 것이라는 우려다. ‘공수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공수처 검사는 25명이다. 

공수처 검사에 지원하기 위해서는 ▲변호사 자격 10년 이상 보유 ▲수사와 재판 또는 수사처 규칙이 정한 조사 업무 경력이 5년 이상이어야 하며 현직 검사도 공수처 검사에 지원할 수 있다.

해당 법률이 정한 공수처 검사의 임기는 3년이다. 여기에 3회에 한해 연임할 수 있다. 이는 3년의 임기를 채우면 특수수사 전관이 될 수 있다는 뜻이다. 특수수사 전관의 몸값은 일반수사보다 약 2배가량 높다. 즉 공수처 경험만으로도 대형로펌 등에서 모셔 가려는 전관 변호사가 될 수 있다.

3년이면
몸값 뛰어

법조계에선 공수처 준비단이 먼저 관련 내규부터 만들어 공수처 검사의 전관 특혜를 예방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아직 21대 총선이 열리지도 않은 시점서 법 개정까지 시간이 걸리는 만큼, 내규부터 만들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지난 10일 공수처 준비단 첫 자문위원회 회의가 열렸다. 주요 의제를 자문위원회에 설명하고 법령 등을 정비하는 자리다. 그러나 공수처의 전관 특혜를 방지하기 위한 법령 논의는 당시 다뤄지지 않은 것으로 전해진다. 공수처 준비단은 오는 7월15일까지 공수처 설립을 마쳐야 한다. 

<chm@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청와대-검찰 갈등 재점화?

청와대-검찰 간 갈등이 재점화될 조짐이다. 윤석열 검찰총장이 지휘하는 ‘라임자산운용 펀드 환매 중단 사건’ 수사가 본격적으로 청와대를 겨냥할 가능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라임 사건은 전직 청와대 행정관이 연루됐다는 의혹을 받는 등 시간이 지날수록 사안의 심각성이 커지고 있다.

검찰은 라임 관련 펀드 투자금을 집중적으로 유치한 A씨가 “금융감독원(이하 금감원) 출신 전직 청와대 행정관이 문제 해결에 개입했다”는 취지로 말한 녹음파일을 확보했다. 

또 검찰은 라임 투자 피해자 측으로부터 전직 청와대 행정관의 관여 의혹이 언급된 녹취록 등도 제출받아 내용을 분석하고 있다.

녹취에는 전직 청와대 행정관이 라임 펀드의 자산 매각 계획, 금감원 조사 무마 등에 개입했다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전해진다.

최강욱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이 지난 16일 돌연 사의를 표명하자, 일각에선 라임 사건에 대한 부담 때문이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지난 16일은 라임 사건에 전직 청와대 행정관이 연루됐다는 의혹 보도가 쏟아지던 시점이다.

라임 사건은 전직 청와대 행정관이 청와대 재직 당시 일어난 사안으로 만약 지금의 의혹이 사실로 밝혀질 경우, 청와대의 공직기강 시스템에 대한 비난을 피해갈 수 없다.

청와대는 조심스러워하는 모습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지난 16일 기자들과 만나 “검찰 조사가 진행 중인 사안에 대해 언급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며 확대해석을 경계하는 모습을 보였다.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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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김건희 일가 연루 의혹 ‘선라이즈F&T’ 주주명부 공개

[단독] 김건희 일가 연루 의혹 ‘선라이즈F&T’ 주주명부 공개

갈수록 증폭되는 평택 논란 이제야 공개된 소소한 흔적 쉽게 거두지 못하는 의심 의미심장 세력 교체 과정 [일요시사 취재1팀] 양동주 기자 = 소문이 어느덧 사실처럼 인식되고 있다. 명확한 물증이 없는 가운데 파편적인 의혹이 덧씌워진 양상은 좀처럼 바뀌지 않고 있으며, 흐름을 파악할 만한 유의미한 흔적이 이제야 겨우 나왔을 뿐이다. 증폭된 의혹 뒤편에서 여전히 진실은 빼꼼히 잘 보이지 않는다. 2010년 9월 설립된 ‘선라이즈에프앤티’는 황해경제자유구역에 자리 잡은 유일한 농산물 가공 업체로, 그간 심심치 않게 밀수 의혹을 받아왔다. 가공 목적으로 수입한 농산물을 가공 없이 시중에 유통시켜 엄청난 차익을 봤다는 꼬리표가 뒤따랐다. 의혹하는 눈초리 선라이즈에프앤티가 취급했던 대다수 농산물이 고관세 품목이라는 점은 이 같은 의혹을 부채질했다. 그간 선라이즈에프앤티는 ▲녹두 ▲콩나물콩 ▲다대기(혼합양념) ▲생강 ▲마늘 ▲참깨 ▲팥 ▲서리태 등 높은 세율이 붙는 고관세 품목을 주로 수입했던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한 예로 콩나물콩의 경우 그대로 들여와 국내에 유통하면 487% 관세가 부과되지만, 콩나물 재배 목적으로 수입하면 27%만 반영된다. 평택세관에 몸담았던 다수의 전직 세관공무원이 기업 출범 및 운영에 관여했다는 점도 선라이즈에프앤티를 부정적으로 보게 만들었다. 심지어 선라이즈에프앤티 이사진에 포함됐던 특정 세관 출신 임원이 한때 다이아몬드 밀수 사건에 이름이 오르내린 사례도 존재한다. 수년 전부터는 김건희씨 일가와 선라이즈에프앤티를 동일선상에서 바라보는 경향이 강해졌다. 선라이즈에프앤티의 밀수 의혹을 수차례에 걸쳐 제기했던 공익 제보자 이성열씨가 재판에 연루되는 과정에서 김건희씨의 모친인 최은순씨가 거론됐던 게 이 같은 흐름에 불을 지핀 형국이다. 이런 가운데 정치평론가인 장성철 공론센터 소장이 최근 ‘평택항’을 언급하자, 김건희씨 일가와 선라이즈에프앤티 간 연관성은 사실처럼 받아들여질 정도가 됐다. 장 소장은 SBS라디오 <김태현의 뉴스쇼>가 운영하는 유튜브 방송에 출연해 김건희씨 일가의 수상한 물건 수입 의혹과 관련한 이야기를 전했다. 장 소장은 “최은순씨가 주인으로 있는 농수산물 수입업체에서 이상한 것을 들고 오려고 하다가 걸려서 (김건희) 오빠와 김건희씨가 그것을 무마시키려고 여러 가지 이상한 (일들을 했다고 한다)”며 “어떤 물건인지 구체적으로 밝히지는 않았지만, 부적절한 물건인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고 말했다. 급기야 선라이즈에프앤티의 폐업이 알려지자, 의혹은 그야말로 걷잡을 수 없이 커진 양상이다. 선라이즈에프앤티는 국세청 사업자 과세 유형 조회 결과 지난 10일자로 폐업한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폐업자로 조회된 지난 10일은 김건희 특검법이 공포된 시기와 맞물린다. 물론 꾸준히 의혹이 제기된 것과 별개로, 김건희씨 일가와 선라이즈에프앤티 간 연관성을 입증할 만한 확실한 단서는 없는 상황이다. 특히 주주명부가 지금껏 외부에 공개되지 않았다는 게 의혹과 진실을 구분 짓기 어렵게 만들고 있다. 이런 의미에서 <일요시사>가 최초 입수한 주주명부는 간접적으로나마 의문을 풀 수 있는 열쇠로 작용할 여지를 남긴다. 의문 해소 첫 단추 2022년 10월 작성된 ‘카리나에프앤티(선라이즈에프앤티에서 2020년 9월 상호 변경) 주주명부’를 검토한 결과 주주는 총 17명, 발행주식은 91만8400주(1주당 5000원)로 확인됐다. 2010년 9월 자본금 5억원으로 설립된 선라이즈에프앤티는 수차례 증자를 거쳤고, 해당 시기에 자본금을 45억9200만원으로 늘린 상태였다. 일단 주주명부에서는 김건희씨 일가의 이름을 찾을 수 없다. 대신 경영권 교체 과정이나마 엿볼 수 있을 뿐이다. 법인 등기와 주주명부를 교차 검증한 결과를 토대로 추정하면, 표면상 선라이즈에프앤티 지배 세력은 ‘전직 세관공무원(설립~2018년 중순)→지엔티에이치(~2020년 중순)→킴스에O엔O(~2022년 초순)→동OO앤에스(~2025년 6월)’ 순으로 변경된 흐름이다. 첫 번째 경영권 교체는 ‘펀딩하이 연체 사건’과 함께 발생했다. 펀딩하이는 중국·동남아시아에서 농산물을 수입하는 업체에 돈을 빌려 주고, 투자자들에게 15% 이상 수익을 보장하는 펀딩 상품으로 인기를 끌던 P2P 업체였다. 그러나 펀딩하이는 2018년 6월20일 ‘마늘 시즌2-17차(모집 금액 3억원, 차주 승리산업)’ 펀딩 상품의 연체를 시작으로 ▲세척 당근 시즌2-18차(모집금액 5억원, 차주 지엔티에이치) ▲김치 펀딩 2차(모집금액 1억2000만원, 차주 상아농산) ▲번데기 펀딩 1차(모집금액 1억8000만원, 차주 월량완코리아) 등에서 차주의 투자금 상환 실패를 알렸다. 연체 금액은 ▲지엔티에이치 29억원 ▲승리산업 33억원 ▲상아농산 11억8000만원 ▲월량완코리아 1억8000만원 등 총 75억6000만원에 달했다. 급기야 펀딩하이는 연체율 100%를 찍은 채 영업을 중단했다. 상환 실패 이후 차주 사이에 관련성이 드러났다. 지엔티에이치와 승리산업에서 대표이사였던 윤석호씨는 두 회사 지분을 각각 60%, 100% 보유 중이었다. 또한 월량완코리아 사내이사로도 등재돼있었다. 연체가 발생한 직접적인 사유는 선라이즈에프앤티를 대상으로 한 지분 투자였다. 지엔티에이치는 펀딩받은 금액을 농산물을 들여오는 데 쓰지 않고,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을 매입하는 데 활용한 것으로 뒤늦게 확인됐다. 이를 계기로 지엔티에이치는 2018년 6월경 주식 16만1400주를 확보한 선라이즈에프앤티 최대주주로 올라섰다. 지엔티에이치가 지배력을 확보한 이후 선라이즈에프앤티 임원 명단에 변화가 목격됐다. 선라이즈에프앤티 초창기부터 함께했던 사내이사와 부친에 이어 회사에 몸담았던 대표이사를 대신해 지엔티에이치가 끌어들인 얼굴들이 등기임원 자리를 꿰찼다. 정작 지엔티에이치는 연체 발생 넉 달 후인 2018년 10월 보유 중이던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을 ‘란릉현래보식품유한공사’에 넘겼다. 펀딩하이 투자자들과의 소송전이 불거지자 중국에 본거지를 둔 우군에 주식을 양도한 모양새였다. 거듭되는 교체 수순 두 번째 경영권 교체는 ‘킴스에O엔O’ 측이 선라이즈에프앤티의 주체로 올라서는 과정에서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 충청권에 본적을 둔 킴스에O엔O는 2022년 10월 기준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 10만8200주를 확보한 것으로 확인됐다. 킴스에O엔O 대표이사의 친인척이 보유한 주식 13만2800주를 합산하면 우호 주식은 24만주 안팎이다. 기존 지엔티에이치 측 우호 세력(란릉현래보식품유한공사 16만1400주+마송재 3만주)과 비교해 5만주 가까이 격차를 벌린 셈이다. 킴스에O엔O 측이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을 대량 매입한 시기는 2020년 중후반으로 추정된다. 이 무렵 선라이즈에프앤티 등기임원 구성이 크게 요동쳤다는 점을 통해 짐작 가능한 사안이다. 실제로 지엔티에이치가 지배력을 발휘하던 2018년 7월 대표이사에 선임됐던 김정일 대표는 2020년 3월 해임됐다. 2018년 9월 취임했던 또 다른 대표이사 역시 당해 10월을 넘기지 못한 채 사임했다. 공석이 된 주요 등기임원 자리는 킴스에O엔O 측 인물로 채워졌다. 킴스에O엔O 대표이사가 2020년 10월 선라이즈에프앤티 대표이사로 취임했고, 해당 시기에 사외이사, 감사 등 등기임원 전원이 새 얼굴로 교체됐다. 킴스에O엔O에 이어 지배 세력으로 등장한 곳은 식료품 제조업을 영위하는 동OO앤에스였다. 이 회사는 2022년 10월 기준 주주명부에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 41만주(지분율 44.64%)를 보유한 단일 최대주주로 등재돼있다. 여기에 우호 세력(글로O포O 1만주+김성수 2만주+김종봉 788주)의 주식을 합산하면 지분율은 50%에 육박한다. 동OO앤에스는 사실상 선라이즈에프앤티를 인수하고자 만든 업체로 비쳐질 여지를 남긴다. 2022년 2월 출범 당시 자본금 10억원짜리였던 동OO앤에스는 불과 두 달 만인 2022년 4월14일 자본금을 21억원으로 두 배 이상 키웠다. 공교롭게도 동OO앤에스가 설립 이후 8개월 사이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 41만주를 확보하는 과정에서 투입한 금액은 총 20억5000만원이었다. 이는 동OO앤에스 자본금 21억원이 선라이즈 주식 41만주를 매입하는 데 쓰였을 가능성에 주목하게 만든다. 게다가 선라이즈에프앤티는 기존 61만8400주였던 발행주식을 2022년 4월22일 91만8400주로 30만주 확대했다. 동OO앤에스가 자본금을 21억원으로 확충한 지 8일 만이다. 선라이즈에프앤티가 발행주식을 30만주 늘린 덕분에 동OO앤에스는 상대적으로 수월하게 주식 41만주를 확보한 형국이다. 동OO앤에스가 선라이즈에프앤티를 지배하는 위치로 올라설 무렵에 선라이즈에프앤티 임원 구성은 또 한 번 바뀌었다. 동OO앤에스 대표이사가 사내이사, 글로O포O 대표이사가 사외이사에 이름을 올렸고, 김성수 대표이사가 신규 선임됐다. 이후 김성수 대표는 선라이즈에프앤티 폐업 전까지 자리를 지킨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되짚어보는 연결고리 한편 일각에서는 김건희씨 일가에서 선라이즈에프앤티에 영향력을 행사했다면 그 시기는 지엔티에이치 측이 지배력을 상실한 이후일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그나마 킴스에O엔O 혹은 동OO앤에스와의 연관성이 높다고 보는 것이다. 한 경찰 관계자는 “김건희씨 일가에서 선라이즈에프앤티에 관여한 직접적인 흔적이 발견되지 않았지만, 만약 영향력을 행사했다면 그 시기를 2021년 이후로 특정해볼 수 있을 것”이라며 “항간에 떠도는 마약 적발 여부는 2022년 근방으로 얘기가 오가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heaty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