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경자년 쥐띠 선수 '총집합'

“올 시즌 나의 해로 만들겠다!”

▲ 이정은6

2020년은 쥐띠의 해다. 그것도 60년 만에 돌아오는 ‘흰쥐’의 해다. 2020년, 흰쥐 해를 맞아KLPGA-KPGA 쥐띠 선수들을 소개한다. 자신들의 해인 2020시즌에 선보일 활약을 기대한다.

‘핫식스’
이정은6

KLPGA 통산 6승을 통해 KLPGA투어 생애통산 상금순위 12위에 이름을 올린 이정은6(24  ·대방건설)는 쥐띠를 대표하는 선수다. 이정은6는 2016년 자신의 첫 정규투어 무대에서 꾸준함을 보인 끝에 생애 한 번뿐인 KLPGA 신인상의 영광을 안았다. 강한 멘탈에 기술적으로도 발전한 이정은6는 2017년도에는 대상, 상금왕, 최저타수상, 다승왕, 인기상, 위너스클럽을 포함해 6관왕이라는 화려한 커리어를 세우며 자타공인 최고 선수로 떠올랐다.

2018년에도 2개의 우승컵을 들어올리며 상금왕과 최저타수상 타이틀 수성한 이정은6는 2019년에 LPGA로 주 무대를 옮겼다. 새로운 투어에서도 빛나는 활약을 선보인 이정은6는 메이저 대회 ‘U.S. 여자 오픈’에서 우승하는 등 2위와의 격차를 700점 이상 벌려 신인상을 일찌감치 확정했다. ‘5년 연속 한국 선수 LPGA 신인상 수상’이라는 역사에 일조한 이정은6가 쥐띠 해에 목표하는 도쿄 올림픽 출전을 이룰 수 있을지, 골프팬들의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다.
 

▲ 안시현, 박지영, 서요섭

‘엄마골퍼’
안시현

2003년, 국내에서 열린 LPGA ‘2003 CJ나인브릿지 클래식 프리젠티드 바이 스포츠투데이’에서 19세 나이로 깜짝 우승한 ‘신데렐라’ 안시현(36·골든블루)이 골프팬들을 열광시켰다. 이어 안시현은 KLPGA 2004년 ‘제2회 MBC·XCANVAS 여자오픈골프대회’에서도 우승함과 동시에 2004년 KLPGA 공로상과 특별상 그리고 LPGA 신인상을 수상했다. 이후 꾸준한 기량을 선보인 안시현은 KLPGA와 LPGA를 넘나들며 2011년까지 활약했다.


약 3년의 공백기를 두고 2014년 다시 팬들 앞에 엄마 골퍼로 복귀한 안시현은 2016년에 개최된 KLPGA 메이저 대회 ‘기아자동차 제30회 한국여자오픈 골프선수권대회’에서 우승컵을 들어올리며 감동 스토리를 자아냈다. 

느낌이 좋은
박지영

입회 7년 차의 박지영(24·CJ 오쇼핑)은 2019시즌 개막전인 ‘효성 챔피언십 with SBS Golf’에서 통산 2승을 알리며, 시즌 시작부터 축포를 쏘아 올렸다. 이어 생애 첫 우승이라는 좋은 기억이 있는 ‘제13회 S-0IL 챔피언십’에서 준우승을 비롯해 총 9번 톱텐에 진입하는 등 최고의 한 해를 보냈다. 
 

▲ 위부터 시계 방향으로 하민송, 김지영2, 지한솔, 이지현2

다시 영광을
24세 4인방

하민송(24·롯데)은 2014시즌부터 지금까지 열린 177개 대회 중 172개 대회에 출전하는 강철 체력을 보였다. 2015년 열린 ‘BOGNER MBN 여자오픈’ 우승 후 쥐띠 해에 새로운 우승컵 수집에 도전하는 하민송은 “2019년에는 좋은 기회가 많았지만 잘 살리지 못해 아쉬움이 많았던 한 해였다. 올해에는 기회들을 잘 잡아 오랜만에 우승컵을 들어올릴 수 있었으면 좋겠다”며 우승에 대한 열망을 보였다.

김지영2(24·SK네트웍스)는 ‘2017 NH투자증권 레이디스 챔피언십’에서 우승하며 팬들에게 얼굴을 알렸다. 김지영2는 시원시원한 비거리를 무기 삼아 2019시즌 상금순위 9위에 올랐다. 지난 시즌 네 차례나 준우승을 기록한 김지영2 “아쉬운 순간도 많았지만, 다양하게 좋은 경험을 했다고 생각한다. 이러한 경험들을 토대로 다가오는 2020시즌에는 나만의 골프를 찾았으면 좋겠다. 다승왕이라는 타이틀을 획득할 수 있는 풍성한 한 해가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포부를 전했다.

지한솔(24·동부건설)은 ‘ADT캡스 챔피언십 2017’에서 첫 우승컵을 들어올린 국가대표 출신이다. 정규투어에서 꾸준함을 선보이고 있는 지한솔은 지한솔은 “2019년에는 경기도 잘 안 풀리고, 매우 힘들었던 한 해였다. 2020년은 쥐띠 해인만큼 우승도 하고 만족할 수 있는 성적을 거두면서 자신감을 얻을 수 있는 한 해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지현2(24·문영그룹)는 2017년도 ‘E1 채리티 오픈’에서 첫 우승을 기록했다. 이지현2는 지난해 부상과의 씨름에서 승리했다. 2019시즌 30개 대회 중 29개 대회에 출전하며 향상된 실력과 체력을 선보인 이지현2는 “재작년에는 손목 부상 때문에 대회에 많이 나가지 못했다. 2019시즌에는 대부분 대회에 출전할 수 있었고, 부상 없이 시즌을 잘 마무리해서 만족스러웠다. 부상이 모두 완치되었으니 2020시즌엔 통산 2승을 목표로 새롭게 달려보고 싶다”는 희망찬 새해 목표를 전했다.

첫 우승 도전
기대주 3인방

고나혜(24·하이원리조트)는 지난 시즌 드림투어에서 비록 우승은 없었으나, 꾸준함을 바탕으로 상금순위 12위에 안착했다. 정규투어 시드권을 다시 확보한 고나혜는 “지난해는 2020시즌 정규투어로 가는 데 튼튼한 밑거름, 발판이 되었던 한 해였다. 나에게 2020년도는 정말 중요한 해이기 때문에 좋은 결과가 있었으면 좋겠다. 우승컵을 들어올리는 것이 가장 큰 목표이고, 작은 목표는 정규투어 시드를 유지하는 것”이라는 솔직한 목표를 전했다.

김수지(24·동부건설)는 페어웨이 적중률이 2017시즌 75%, 2018시즌 81%, 2019시즌 83%로 상승하는 성장세를 보였다. 지난 시즌 페어웨이 적중률 3위를 기록하며 더 발전된 모습을 기대하게 하는 김수지는 “작년은 매 경기 아쉬움이 남았지만 부상 없이 마무리할 수 있어서 보람차고 감사한 한 해였다. 올해엔 1승이 목표다. 좋은 성적을 거둬서 감사한 분들께 보답할 수 있는 시즌이었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전우리(24·넵스)는 2019시즌 국내 개막전인 ‘롯데렌터카 여자오픈’ 마지막 홀(파5486 야드)에서 기적 같은 알바트로스를 기록해 KLPGA 역대 5번째 알바트로스 부문에 자신의 이름을 새겼다. 2014년도 입회 후 가장 많은 상금을 쌓으며 개인 커리어 최고의 한 해를 보낸 전우리는 “2019년은 개인적으로 힘들었던 한 해였던 것 같다. 비록 어렵게 시드권을 유지했지만, 마음처럼 따라주지 않는 티샷으로 인해 성적을 내기가 힘들었다. 쥐띠 해인만큼 2020시즌에는 내가 목표로 하는 생애 첫 승을 달성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더 큰 꿈을 밝혔다.
 

▲ 최진호, 이태희, 고나혜, 김수지, 전우리

확실한 목표
남자 선수들

1984년생 중에는 올해 나란히 유러피언투어 무대에서 뛰는 최진호(36·현대제철)와 이태희(36·OK저축은행)가 있다. 국내에서만 7승을 거둔 최진호는 ‘2017년 제네시스 대상’ 자격으로 유러피언투어 출전권을 얻어 2018시즌부터 유럽에서 활동하고 있고, KPGA 코리안투어 3승의 이태희는 지난해 아시안투어 상금 랭킹 상위자 자격으로 이번 시즌 유러피언투어에 데뷔한다.

2020년 유러피언투어와 KPGA 코리안투어 무대를 병행할 계획이라는 최진호와 이태희는 “착실하게 시즌 준비에 전념해 유럽에서 승전보를 전할 수 있도록 하겠다”며 “한국에서도 승수를 추가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새해 목표를 밝혔다.

그 외에도 올해 기대를 모으는 1984년생 쥐띠들이 여럿 있다. 정지호(36)와 박경남(36)은 2020년 반드시 첫 승을 이뤄내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정지호는 지난 시즌 전 대회(15개)에 참가해 준우승 1회 포함, 톱텐에 5회 진입하며 제네시스 포인트 8위에 올랐다. 박경남은 시즌 내내 큰 활약은 없었지만 ‘KPGA 코리안투어 QT’(퀄리파잉 토너먼트)에서 8위에 올라 2020시즌 시드를 확보하는 데 성공했다.

정지호는 2007년 투어에 데뷔한 14년 차, 박경남은 2004년 투어에 입성한 17년 차의 베테랑이지만 두 선수 모두 아직 우승과는 인연이 없다. 

2017시즌 종료 후 시드를 잃었던 유경윤(36)과 정승환(36)은 2020시즌의 출전권을 놓고 펼쳐진 KPGA 코리안투어 QT에서 나란히 공동 19위에 올라 투어 무대로 복귀했다. 2009년과 2013년 차례로 KPGA 코리안투어에 데뷔한 유경윤과 정승환의 최고 성적은 각각 2011년 먼싱웨어 챔피언십 9위, 2017년 제13회 동부화재 프로미 오픈의 공동 9위다.
 

▲ 안시현, 박지영, 서요섭

코리안투어
뜨겁게 달군다


‘2019년 KPGA 코리안투어’에서 가장 뜨거웠던 남자 서요섭(24·비전오토모빌)도 1996년생 쥐띠 선수다. KEB하나은행 인비테이셔널에서 첫 승과 한 시즌 평균 드라이브 거리 303.032야드로 연말 대상 시상식에서 ‘BTR 장타상’을 수상한 서요섭은 “2020년에는 다승을 노리겠다. 지난해 우승이 결코 우연이 아니었다는 것을 증명할 것”이라는 각오를 품었다.

서요섭 외에도 활약이 기대되는 1996년생 쥐띠에는 지난해 투어에 데뷔해 제10회 데상트코리아 먼싱웨어 매치플레이 8위, 제15회 DB손해보험 프로미 오픈 공동 11위 등 꾸준한 성적을 내며 제네시스 포인트 23위로 시즌을 마감한 김한별(24·골프존)도 있다. 김한별은 “2020년은 2019년보다 훨씬 잘할 수 있다는 생각만 갖고 있다”며 “2년 차 징크스에 대한 말도 듣고 있지만 가뿐히 격파할 것”이라고 선언했다.

2019년 KPGA 코리안투어 제네시스 챔피언십 2라운드에서 공동 선두에 자리하며 우승에 도전했던 윤성호(24·골프존)는 지난해 비록 첫 승은 놓쳤지만, 제네시스 포인트에서는 20위에 올랐고 2018년 투어 데뷔 이후 최초로 상금 1억원을 돌파하는 성과를 냈다. 윤성호는 “2년 연속 좋은 흐름을 이어가고 있는 만큼 2020시즌도 자신 있다”며 “투어 경험이 쌓일수록 실력이 늘고 있고 자신감도 커진다. 2020년 목표는 당연히 우승”이라고 전했다.

최고의 활약 기대
팬들 뜨거운 관심

‘2019년 KPGA 챌린지 투어’에서 3승을 거두며 2020년 KPGA 코리안투어 시드를 거머쥔 박승(24)도 올해 새로운 비상을 꿈꾼다. 2015년 KPGA 코리안투어에 데뷔했던 박승은 지난해 KPGA 챌린지 투어에서 활동하며 상금 랭킹에서는 1위, 통합 포인트 부문에서는 2위에 올랐다. 또한 아시안투어 2부 투어인 디벨롭먼트투어 OB 골프 인비테이셔널에서 우승을 차지하는 활약 등으로 올 시즌 아시안투어 출전권도 확보했다. 박승은 “KPGA 코리안투어에서 경쟁력을 갖추기 위한 준비를 차근차근 하고 있다”며 “우승도 바라고 있지만 절대 성급해하지 않겠다. 한 시즌 동안 꾸준히 좋은 성적을 내는 것이 2020년 목표”라고 이야기했다.

코오롱 제62회 한국오픈에서 7위를 기록했던 유송규(24), 2019년 KPGA 코리안투어에서 평균 75.778%의 그린 적중률을 선보이며 ‘2019 KPGA 제네시스 대상 시상식’에서 ‘아워홈 그린적중률상’을 받은 이재진(24), ‘KPGA 코리안투어 QT’에서 공동 9위에 오른 남재성(24)도 1996년생 쥐띠 선수로 다가오는 시즌을 위해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2020년 데뷔하는 KPGA 코리안투어 신인 선수 중에는 KPGA 코리안투어 QT에서 수석 합격한 김근태(24)와 2017년 아시안투어 리조트월드 마닐라 마스터스 챔피언 마이카 로렌 신(24·미국), 국가대표 출신의 ‘장타자’ 장승보(24)가 1996년생 쥐띠다. 신인의 패기로 가득 찬 이들의 활약을 기대하는 것도 2020시즌 KPGA 코리안투어의 관전 포인트 중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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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덮치는 문재인 그림자

이재명 덮치는 문재인 그림자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대통령선거는 전 정부의 공과를 통째로 평가받는 시험이다. 여당 후보는 전 정부의 공이 크면 후광을 입고, 반대로 과가 많으면 핸디캡을 안고 시험장에 들어서는 셈이다. 이번 대선 정국은 대통령 탄핵으로부터 시작됐다. 야당은 5년 만에 정권을 교체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잡았다. 정권 창출에 성공한 대통령은 집권 1~2년 차에 가장 강한 힘을 발휘한다. 3~4년 차에 이르면 정부 안팎서 누수가 발생한다. 빠르면 이 시기에 레임덕이 시작된다. 임기 마지막 해에는 정권 재창출을 위해 몸을 사려야 한다. 지지율에 따라 차기 대선에 끼치는 입김도 달라진다. 5년 단임제 이후 대체로 나타나던 대통령의 모습이다. 주기설 깬 집값 폭등 국회의원 선거나 지방선거가 중간 평가의 성격을 띤다면 대선은 최종 시험에 가깝다. 모든 정당의 목표가 정권 창출인 만큼 대선의 무게감은 남다르다. 행정부 수장을 넘어 국가원수로서 대통령이 갖는 권한이 그만큼 어마어마하기 때문이다. 1987년 6월 민주항쟁의 결과로 대통령직선제가 도입됐다. 국민 모두에게 투표권을 부여하고 대통령을 ‘직접’ 뽑을 수 있도록 헌법이 개정된 것이다. 대통령직선제가 정착된 이후 정권교체는 10년 주기로 이뤄졌다. 보수 진영의 노태우·김영삼정부에 이어 진보 진영의 김대중·노무현정부가 들어섰다. 이후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의 당선으로 보수 진영이 다시 정권을 잡았다. 박 전 대통령이 탄핵으로 물러난 뒤 진보 진영의 문재인 전 대통령이 재수 끝에 청와대에 입성했다. 그대로 이어지는 듯했던 ‘10년 주기설’은 윤석열 전 대통령의 등장으로 깨졌다. 5년 만의 정권교체가 진보 진영에 안긴 충격은 컸다. 문 전 대통령의 국정 지지율은 퇴임 전까지 40% 안팎을 오르내렸다. 지지율 10~20%대를 오가며 레임덕에 시달렸던 과거 대통령 때와는 다른 양상이었다. 그럼에도 진보 진영은 정권 재창출에 실패했다. 득표율 차이는 1%도 되지 않았다. 지난 대선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후보는 윤 전 대통령에게 0.73%p 차이로 졌다. 대선 전 여러 여론조사에서 보여준 윤 전 대통령이 이 후보를 넉넉하게 앞선다는 결과와 비교해서는 선전이었지만 문 전 대통령의 지지율을 고려하면 충격적인 패배였다. 게다가 당시 윤 전 대통령은 선출직 출마 경험이 단 한 번도 없는 ‘초보 정치인’이었다. 대선 패배, 서울이 결정적 역할 부동산 가격이 낙선에 영향 줘 민주당에서는 대선 패배의 원인을 찾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분출했다. 이 과정서 레이더망에 걸려든 게 ‘부동산’ 문제였다. 정확하게는 문재인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도마 위에 올랐다. 문정부에서는 20번이 넘는 부동산 대책이 쏟아졌다. 정부 발표가 나올 때마다 부동산시장은 널뛰었다. 실제 윤 전 대통령 승리의 쐐기를 박은 서울 표심이 부동산 정책에 영향을 받았다는 분석이 개표 직후 제기됐다. 지난 대선은 말 그대로 양 진영을 ‘쥐어짠’ 선거였다. 국민의힘과 민주당의 ‘텃밭’인 영남과 호남 지역서 총결집했다. 당락을 가른 건 서울서의 격차였다. 윤 전 대통령은 서울서 31만여표를 앞섰다. 전체 표 차이인 24만표보다 많다. 윤 전 대통령은 마포·용산·성동 등 이른바 ‘마용성’으로 불리는 지역과 광진·강동·양천 등 아파트가 밀집돼있으면서 상대적으로 소득 수준이 높은 지역서 이겼다. 구별로 따지면 25개 구 중 14곳에서 윤 전 대통령에게 더 많은 표를 몰아줬다. 21대 총선 때 민주당이 4곳을 빼고 21개 구를 이긴 것과 비교하면 엄청난 선방이었다. 노원·도봉·강북 등 ‘노도강’으로 불리는 지역서도 윤 전 대통령은 선전했다. 이 지역은 민주당 지지세가 강한 곳이다. 재건축·재개발 아파트가 밀집돼있다. 승부 자체는 이 후보가 이겼지만 표 차가 근소했다. 총선 때 20% 가까이 차이 났던 게 대선에서는 1% 안팎으로 줄었다. 부동산 문제에 따른 민심이반이 뚜렷하게 드러났다는 분석이다. 완전한 실패 최악의 실정 같은 해 8월 국회입법조사처에서 발간한 <제20대 대통령선거 분석> 자료에도 부동산이 가른 표심이 언급돼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대선에서 유권자가 관심을 가진 의제는 경제 회복과 주거 안정 등 부동산 정책이었다. 대선 전 여론조사 전문기관 한국갤럽서 조사한 대선 주요 의제 관련 설문서도 경제 회복(32%), 부동산 문제 해결(32%)이 첫손에 꼽혔다. 40~50대보다 30대서 부동산 문제에 관한 관심이 컸다. 그러면서 이 후보가 과거 민주당 후보에 비해 수도권 득표가 낮았다며 부동산 가격 상승과 관련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민주화 이후 모든 대선서 민주당 계열 후보가 국민의힘 계열 후보에게 서울서 패한 적은 2007년밖에 없었다”며 “수도권은 인구가 집중된 탓에 득표율 차이가 작더라도 득표 차는 매우 크게 나타난다. 그만큼 선거 승패에 수도권 표심의 영향이 컸다”고 설명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부동산 이슈와 득표율의 상관관계를 보기 위해 동 단위로 서울 지역의 아파트 가격을 살폈다. 아파트 가격 변동에 따른 득표율을 본 것이다. 분석 결과 2021년 아파트 가격과 2020~2021년 가격 변동이 윤 전 대통령, 이 후보의 득표율과 상관성이 높았다. 가격 변동보다는 가격 자체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에 따르면 2021년 아파트 평(3.3㎡)당 평균 가격이 높은 지역일수록, 아파트 가격 증가폭이 큰 지역일수록 윤 전 대통령의 득표율이 이 후보보다 높았다. 또 재산세 부담이 증가한 지역서 윤 전 대통령에 대한 지지가 많았다. 재산세가 늘었다는 건 그만큼 부동산 가격이 올랐다는 뜻이다. 지지율도 무용지물 민주당서 지목한 패배 원인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민주당은 대선 패배 1년 뒤인 2023년 8월 녹서(Green Paper, 정책을 제안하고 다양한 의견 수렴 과정을 담은 대화록) <민주당 재집권 전략 보고서>를 발간했다. 민주당 을지키는민생실천위원회(을지로위원회) 출범 10주년을 맞아 발표한 일종의 대선 패배 ‘반성문’이었다. 민주당은 해당 보고서에서 “오락가락하는 정책으로 집값 상승을 잡지 못했다”고 짚었다. 문정부의 부동산 정책은 보수와 진보 양 진영서 ‘실패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며 그 원인을 일관성 부족에서 찾은 것이다. 그러면서 “노무현정부 부동산 정책도 부족한 것이 많았지만 선거 대패와 당내 비난에도 철학과 원칙을 버리지 않은 점은 높게 평가된다”며 “문정부는 세제 개편 이후에도 집값이 계속 상승하면서 비판에 직면하자 전반적인 세제를 완화하는 정반대 조치를 취했다”고 지적했다. 문정부는 부동산, 즉 집이 투자가 아닌 거주의 대상이라는 점을 시장에 각인시키는 데 정책 방향을 맞췄다. 당연히 투기 수요를 때려잡는 데 모든 역량이 집중됐다. 부동산으로 재산을 불리려는 세력이 많아지면서 집값이 왜곡되고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른바 ‘부동산 투기와의 전쟁’이 벌어졌다. 문정부는 세금 부과, 대출 규제 등으로 돈줄을 조였다. 2017년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대출 규제 강화 등의 정책이 시행됐고 2018년에는 주택을 보유한 사람이 규제 지역서 새집을 사려 할 경우 주택담보대출을 받지 못하도록 했다. 서울 25개 구, 분당·과천·하남·세종 등이 규제 지역으로 묶였다. 규제가 심해질수록 집값은 천정부지로 뛰었다. 부동산이 ‘우상향 안전자산’이라는 인식이 퍼지면서 시중에 풀린 돈이 몰리고 또 몰렸다. 저가의 낡은 집 여러 채보다 고가의 좋은 집 한 채를 사자는 ‘똘똘한 한 채’ 이론도 생겨났다. ‘자고 일어나면 집값이 오른다’는 말이 돌면서 부동산 심리를 크게 자극한 것이다. 당시 ‘영끌족’ 지금은 곡소리 통계 조작으로 검찰 수사까지 부동산을 움직이는 건 ‘심리’라는 말이 있듯 너도나도 집을 사는 데 혈안이 되면서 집값이 요동쳤다. 집값이 오르는데도 수요가 있으니 계속 상승하는 구조였다. 이 과정서 ‘벼락 거지’ 등의 말이 생겨났다. 부동산 등 자산 가치가 급격하게 오르면서 상대적으로 가난해진 상황을 일컫는 표현이다. 동시에 상대적 박탈감을 호소하는 목소리도 커졌다. 어느 정부든 출범하자마자 제일 먼저 손대는 게 부동산 정책일 정도로 우리나라 국민의 ‘집’ 사랑은 남다른 데가 있다. 문정부 역시 임기 내내 ‘집값 잡기’에 몰두했다. 하지만 끝내 실패했다. 몇몇 전문가는 문정부의 가장 큰 패착으로 부동산 정책을 꼽을 정도다. 그 여파가 대선까지 이어졌다는 것이다. 더 큰 문제는 후폭풍이다. 문정부 당시 ‘갭투자(전세 끼고 매수)’ 방식으로 집을 마련한 이들이 현재 파산 지경에 이르고 있다. 폭탄 돌리기를 하다가 더 버티지 못하고 폭발한 것이다. ‘영끌족’의 몰락이다. 영혼까지 끌어모아 집을 산 사람은 높아진 금리를 견디지 못하고 있다. 이뿐만 아니라 문정부가 부동산 정책을 펴면서 통계를 조작했다는 의혹이 제기돼 수사가 진행 중이다. 당시 정책을 주도했던 대통령 비서실장, 국토교통부 장관 등은 감사원의 의뢰로 전부 수사 대상에 올라 있다. 이들은 정부 정책을 뒷받침하는 통계를 만들어내라고 통계청, 한국부동산원 등을 압박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감사원에 따르면 문정부가 통계를 조작한 횟수는 102회에 달한다. 2018년 1월부터 2021년 10월까지 일어난 일이다. 청와대와 국토교통부는 한국부동산원에 주택 가격 변동률을 하향 조정하도록 하거나 부동산 대책이 효과가 있는 것처럼 통계 수치 조정을 지시했다. 민주당은 ‘전 정권에 대한 탄압’이라면서 반발 중이다. 이번에도 이슈 될까? 이 후보와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는 재건축·재개발을 활성화해 공급을 확대하겠다는 공약을 내놨다. 개혁신당 이준석 후보의 공약도 비슷하다. 후보별로 차이가 미미해 이번 대선에서는 부동산 이슈가 생각보다 대망론에 영향을 미치지 못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하지만 일부 전문가들은 문정부의 정책 후폭풍이 여기저기서 나오고 있는 만큼 또다시 문정부에 이 후보가 발목을 잡히는 형국이 반복될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