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특집> ‘아 옛날이여∼’ 씨름의 전설을 만나다 -천하장사 출신 장지영

“이만기·강호동 이을 스타 나와야”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아이돌의 전유물로만 여겨졌던 대포’(망원렌즈를 장착한 DSLR)가 씨름판에 나타났다. 잘 생기고 몸 좋은 선수들을 보기 위해 젊은 여성팬들이 대거 몰렸다. 명절에만 반짝 관심을 받으며 근근이 명맥을 이어가던 씨름에 새로운 바람이 불고 있는 것. <일요시사>가 왕년의 천하장사 장지영 전 인하대 씨름부 감독을 만나 현 상황에 대해 물었다.
 

▲ 일요시사와 인터뷰 갖고 있는 장지영 전 인하대 씨름 감독

지난해 뉴트로라는 새로운 소비트렌드가 등장했다. 새로움(New)과 복고(Retro)를 합친 말로 옛것을 새롭게 즐기는 경향을 말한다. 최근 씨름이 뉴트로 열풍을 타고 높은 인기를 누리고 있다. 유튜브 영상을 통해 젊은 세대의 관심을 받은 이후 최근 공중파 예능 프로그램으로 날개를 달았다.

암흑기

KBS N서 지난 201888일 업로드한 15회 학산배 전국장사 씨름대회-단체전 결승 김원진 vs. 황찬섭영상이 시발점이었다. 근육질 몸짱 선수들의 씨름대결은 폭발적인 관심으로 이어졌다. 온라인 커뮤니티와 SNS를 통해 영상이 퍼져나갔다. 이달 16일 기준 이 영상의 조회 수는 234만회를 상회하고 댓글은 16800개에 이른다.

지난해 1130일부터는 KBS2에서 씨름을 소재로 한 예능 프로그램 <태백에서 금강까지-씨름의 희열>을 방영하고 있다. 태백급(80), 금강급(90) 선수 16명이 출연해 씨름 대결을 펼친다. 지난 11일 기준 시청률은 2.5%로 다소 저조하지만, 한 언론사서 연말에 조사한 더 주목 받았어야 할 프로그램’ 1위로 꼽히는 등 잠재력이 상당하다.

지난 14일 오전 서울 목동의 한 카페서 3대 천하장사 출신 장지영 전 인하대 씨름부 감독을 만났다. 장 전 감독은 최근 씨름 인기가 다시 높아지는 현상을 두고 아주 바람직한 일이라고 말했다. 그동안 비인기종목으로 분류됐던 씨름이 2030대 젊은 층의 관심을 받는 모습에 한껏 고무된 기색이었다.


유튜브 영상 시작으로 부활 조짐
공중파에서 예능프로그램 제작

그는 일반적으로 씨름선수라고 하면 뚱뚱하다는 인식이 있다. 하지만 태백급이나 금강급의 몸 좋고 잘생긴 선수들이 대거 방송에 등장하면서 팬과 시청자들의 눈길을 사로잡은 것 같다또 힘 씨름이 아니라 기술, 전략 씨름이 주를 이뤄 박진감 넘치고 스피드한 경기를 보여준 점이 주효했던 것으로 본다고 현 상황을 분석했다.

19843월 장 전 감독이 천하장사에 등극할 무렵 씨름 인기는 하늘을 찔렀다. 1983년 제1회 천하장사 씨름대회 결승전 시청률은 무려 61%에 달했다. 2018 러시아 월드컵 한국-스웨덴전의 TV 시청률이 공중파 3사를 합쳐 40%였다. 씨름 중계 때문에 9시 뉴스가 미뤄지는 일이 일어날 정도였다.
 

▲ ▲장지영 전 인하대 씨름 감독

장 전 감독은 내가 천하장사에 등극했을 때 서울 장충체육관에 15000명의 관중이 빼곡하게 들어차 있었다당시 천하장사라고 하면 위상이 굉장히 높았다. 식당서 음식값을 안 받기도 했고 택시를 타면 택시비를 내지 말라는 기사들도 많았다. 여느 종목 스타 못지않게 인기를 누렸다고 떠올렸다.

하지만 1990년대 들어 씨름 인기는 하락세를 타기 시작했다. 장 전 감독은 “1980년대에는 선수들 체급이 지금보다 낮았다. 한라급(105) 체형의 선수들이 기술력으로 승부하는 경기가 주를 이뤘다. 또 자기 지역 연고 선수에 대한 팬들의 열광적인 응원이 묘미였다면서 하지만 150에 육박하는 거구의 선수들이 힘으로만 밀어붙이면서 경기가 지루해졌다고 전했다.

그는 현재의 씨름판은 과거에 비해 싱거운 면이 없지 않다. 옛날 씨름판에는 키 큰 선수, 뚱뚱한 선수, 뒤집기를 잘하는 선수, 털보 선수 등 선수 개개인의 개성이 강했다. 하지만 지금 선수들은 캐릭터 등 개성 있는 선수가 드물다. 예전 선수들이 얼굴 생김새나 신체구조에 따라 자신만의 기술로 경기를 운영한 것에 반해 지금은 기술이 거의 비슷해 두각을 나타내지 못하는 것 같다고 아쉬워했다.

프로야구, 프로축구의 등장으로 인기 경쟁서 밀린 씨름은 농구와 배구까지 프로화되면서 설 자리를 잃어갔다. 그러다 IMF 경제 위기가 닥치면서 프로씨름은 붕괴 수준에 이른다. 이만기, 이봉걸, 이준희, 강호동, 최홍만 등 스타계보는 끊겼고 설상가상으로 씨름계는 내홍에 휩싸였다. 유명 선수들은 격투기로 활동 무대를 옮겼다.


지난해 9월부터 불기 시작한 부활의 바람은 오랜 암흑기 끝에 찾아온 기회인 셈이다. 장 전 감독은 현 상황이 반짝 인기로 끝나지 않으려면 씨름 관계자들의 노력이 필요하다큰 인기는 아니어도 팬과 시청자들에게 은은하게 파고들 수 있는 콘텐츠를 개발하는 등의 새로운 발상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인프라 부족 , 대형 선수 부재
“반짝 인기에 그치지 않게 노력”

그러면서 인프라의 필요성에 대해 언급했다. 그는 씨름에 대한 지속적인 관심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먼저 씨름만을 위한 상설경기장이 필요하다. 택견이나 국악 같은 전통문화 관련 전수관은 있는데 씨름 전용체육관은 없다. 그렇기 때문에 팬들은 경기가 언제, 어디서 열리는지 잘 모른다. 프로축구나 프로야구처럼 경기 일정을 쉽게 알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전했다.

이어 씨름이 단순히 힘으로 하는 경기가 아니라 머리를 쓰는 전략싸움이라는 것을 알릴 수 있도록 기술을 개발해야 한다또 관계자들은 최근 공중파서 방송하는 예능 프로그램처럼 씨름 경기가 꾸준히 방송에 중계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경기장을 찾아준 팬들에게 팬서비스를 잘하는 것도 물론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장 전 감독은 씨름판에 스타가 필요하다고도 했다. 천하장사에 등극한 선수의 이름도 모를 만큼 관심과 인지도가 떨어져 있는 현 씨름판서, 팬과 시청자들의 눈길을 사로잡을 수 있는 대형 선수가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장 전 감독은 당연한 말이지만 자기가 좋아하는 선수가 있어야 경기에 대한 몰입도가 높아진다고 덧붙였다.

선수로, 인하대 감독으로, 해설자로 한 평생 씨름과 부대끼며 살아온 장 전 감독은 앞으로는 씨름 발전을 위해 뒤에서 노력하고 싶다는 뜻을 비쳤다. 그는 2017년 인하대 감독을 끝으로 씨름계에선 한 발자국 떨어져 있는 상황이다. 그러면서도 씨름이 전성기 때 인기를 회복할 수 있도록 많이 애청해주시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날갯짓

198438일 인하대 소속으로 3대 천하장사에 등극한 장 전 감독은 샅바싸움의 명수’ ‘여우등의 별명으로 불렸다. 샅바싸움을 둘러싸고 비판과 응원이 공존하는 선수기도 하다. 1999년 인하대 감독으로 취임한 그는 17번의 단체전 우승, 200번 이상의 개인전 우승 등 인하대 씨름부를 씨름 명문으로 만들었다는 평을 받고 있다. 2017년 인하대 감독직서 물러나 현재는 야인으로 살아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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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엄 1년’ 여전히 요동치는 정치판

‘계엄 1년’ 여전히 요동치는 정치판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2024년 12월3일 오후 10시27분, 윤석열 전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했다. 국가 최고 통수권자의 선택은 정치권을 넘어 대한민국 전역을 강타했다. 내란의 밤이 지나고 탄핵의 강을 건너 마침내 대선 정국까지 넘었다. 1년이라는 시간이 흘렀지만 여전히 여의도 곳곳에 계엄의 여파가 남아 있다. 그날 오후 10시 무렵 윤석열 전 대통령이 예산안 관련 긴급 발표를 진행할 예정이라는 정보지가 돌았다. 얼마 뒤 정장 복장으로 대통령실 브리핑룸 카메라 앞에 나타난 윤 전 대통령은 다소 격양된 어투로 당시 야당이었던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을 강하게 비판했다. 스스로 걸어간 자멸의 길 민주당이 주요 예산을 전액 삭감해 국가 기능을 훼손하고 대한민국을 공황 상태로 만들었다는 것이다. 그러더니 돌연 야당을 반국가 세력으로 몰아세웠다. 윤 전 대통령은 “북한 공산 세력의 위협으로부터 자유 대한민국을 수호하고 우리 국민의 자유와 행복을 약탈하고 있는 파렴치한 종북 반국가 세력을 일거에 척결하고 자유 헌정 질서를 지키기 위해 비상계엄을 선포한다”고 밝혔다. 1979년 이후 45년 만에 내려진 비상계엄이었다. 한 시간도 지나지 않아 국회가 봉쇄됐고 헬기를 타고 도착한 무장 군인들이 안으로 들이닥쳤다. 국회 밖에서는 시민이, 안에서는 야당 보좌진들이 군인과 대치하면서 그야말로 일촉즉발의 상황이 이어졌다. 먼저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가 입장을 냈다. 한 전 대표는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에 대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는 잘못된 것”이라며 “국민과 함께 막겠다”고 밝혔다. 이후 한 전 대표는 탄핵을 찬성한다는 의미의 ‘찬탄파’로 찍혀 친윤(친 윤석열)계의 거센 비난을 받았다. 민주당 당시 이재명 대표는 실시간 방송을 통해 “대통령의 불법적인 비상계엄 선포는 무효”라며 민주주의의 마지막 보루인 국회를 지키기 위해 신속히 국회로 와달라는 말을 남겼다. 내란 사태가 지나고 난 뒤 이 대통령은 이날을 회상하며 “이 상황을 최대한 빨리 많은 시민에게 알려야 한다는 생각에 실시간 방송을 시작했다”고 전했다. 뒤이어 국민의힘 추경호 전 원내대표가 비상 의총을 소집했다. 추 전 원내대표는 국회 예결위 회의장으로 의총을 소집했다가 10분 뒤 장소를 여의도 당사로 옮겼다. 그리고 약 20분 뒤 다시 국회 예결위장으로 바꿨다. 이는 현재 추 전 원내대표가 받는 ‘비상계엄 해제 표결 방해 의혹’과 연결된다. 다음 날 새벽인 4일 오전 1시 비상계엄 해제 요구안이 국회에 상정됐다. 국회경비대가 국회 출입을 통제하자 담을 넘어서 국회로 진입한 우원식 국회의장은 결의안 상정에 앞서 “(윤 전 대통령이) 계엄령을 선포하면 국회에 지체 없이 통보해야 한다는 의무조항이 있으나 통보가 없었고, 이는 대통령의 귀책사유”라며 “우리는 그와 관계없이 (비상계엄 해제 의결을 위한) 절차를 진행하겠다”고 말했다. 결의안은 여야 의원 190명이 참석한 가운데 190명 전원이 찬성해 가결됐다. 국회 본청에 투입됐던 계엄군은 철수했고 이로써 윤 전 대통령이 선포한 비상계엄은 약 세 시간 만에 무효가 됐다. 비상계엄의 끝은 탄핵 정국의 시작으로 이어졌다. 민주당을 비롯한 ▲조국혁신당 ▲개혁신당 ▲진보당 ▲기본소득당 ▲사회민주당 등 야6당은 계엄이 해제된 당일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이들은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을 ‘내란’으로 규정하고 “하야하지 않으면 탄핵소추를 진행할 것”이라고 압박했다. 국민의힘은 탄핵 반대를 당론으로 추인했다. 2017년 박근혜 전 대통령이 탄핵되는 과정을 겪으며 당이 벼랑 끝까지 몰렸던 점 등을 의식했다는 해석에 힘이 실렸다. 대통령에서 내란수괴 피의자로 썩은줄 알면서도 못 놓는 윤 동아줄 이날을 기점으로 국민의힘에서는 분열의 조짐이 보였다. 탄핵을 반대하는 ‘반탄파’의 친윤계와 찬탄파 친한(친 한동훈)계로 당원들이 갈라서면서 내부 총질이 시작된 것이다. 당초 한 전 대표 역시 탄핵에 반대하는 입장이었지만 비상계엄 당시 자신을 포함한 주요 정치인을 체포하려고 한 정황이 드러나면서 입장을 선회한 것으로 보인다. 여기서부터 시작된 두 계파의 갈등 또한 현재진행형이다. 비상계엄이 선포된 나흘 뒤인 7일, 윤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정족수 미달로 국회에서 부결돼 자동 폐기됐다. 재적 의원 300명 중 195명이 참석한 가운데 탄핵이 상정됐지만 국민의힘 의원 대다수가 불참하면서 투표가 불성립된 것이다. 이날 표결에 참여한 국민의힘 의원은 김예지, 김상욱, 안철수 의원뿐이었다. 민주당 박찬대 의원은 표결에 참여하지 않은 의원 105명의 이름을 한 명 한 명 호명하며 본회의장으로 와줄 것을 요구했다. 두 번째 탄핵소추안은 일주일 뒤인 14일 국회에 상정됐다. 당시 국민의힘은 “표결 참석을 제안한다”면서도 탄핵 반대 당론을 유지했다. 결국 300명 가운데 ▲찬성 204표 ▲반대 85표 ▲기권 3표 ▲무표 8표로 비상계엄이 선포된 지 11일 만에 윤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가결됐다. 공은 헌법재판소(이하 헌재)로 넘어갔고 긴 진통 끝에 지난 4월4일 헌법재판관의 만장일치로 윤 전 대통령이 파면됐다. 현직 대통령의 파면에 따라 조기 대선이 치러졌고 민주당에서는 이변 없이 이재명 대표가 대선주자로 나섰다. 국민의힘에서는 여전히 찬탄파와 반탄파가 대립했고 어느 날 늦은 밤을 틈타 ‘대선후보 날치기’를 시도하는 등 웃지 못할 촌극도 벌어졌다. 민주당은 ‘내란 세력 청산’을 앞세웠다. 이 후보는 대통령으로 당선되면 비상 경제 대응 태스크포스(TF) 구성을 약속하는 등 경제 성장을 강조하면서도 “내란 세력의 죄는 단호하게 벌하겠다”고 강조했다. 민주당 역시 “이번 선거는 내란 정권에 대한 준엄한 심판”임을 강조하며 윤 전 대통령과 국민의힘 심판론을 부각시켰다. 두 번의 선거 강경파만 남았다 6·3 조기 대선 투표 결과 이재명 후보가 49.42%를 득표하면서 21대 대통령으로 선출됐다.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는 41.15%로 이 후보가 8.27%p 차이로 앞섰다. 계엄 극복과 내란 청산을 외친 민주당이 국민의 선택을 받은 것이다. 국민의힘이 윤 전 대통령과 완전히 절연하지 못한 점 또한 보수가 정권 재창출에 실패한 원인으로 꼽힌다. 탄핵 정국 당시 앞장서서 윤 전 대통령을 엄호한 국민의힘 윤상현 의원은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 표결 불참’에 따른 역풍을 우려하던 당 의원에게 자신이 박 전 대통령 탄핵에 앞장서서 반대한 점을 언급하며 “나는 끝까지 갔다. 그때 욕 많이 먹었다. 그런데 1년 후에는 ‘윤상현 의리 있어 좋아’(라고 하면서) 무소속으로 나와도 다 찍어줬다”고 말했다. 김문수 후보 역시 대선 투표 직전까지 윤 전 대통령에게 단호히 탈당을 요구하지 못했다. 김 후보는 “대통령 탈당(여부)은 본인 뜻”이라며 “자기가(국민의힘이) 뽑은 대통령을 탈당시키는 방식으로 책임이 면책될 수 없고, 도리도 아니”라고 설명했다. 국민의힘은 대선에서 패배했지만 아직도 윤 전 대통령의 그림자로부터 벗어나지 못했다. 친윤계를 비롯한 중진 의원의 지역구가 보수의 심장인 TK(대구·경북)임을 고려했을 때, 윤 전 대통령과 결별하는 것은 핵심 지지층을 놓는 것과 같다는 우려에서다. 지난 8월 국민의힘 전당대회서도 반탄파인 장동혁 후보가 김문수 당 대표 후보를 누르고 당선됐다. 장 후보는 탄핵 정국 당시 극우 색채가 짙은 탄핵 반대 집회를 찾아가 강성 지지층에게 표심을 구애하는가 하면 찬탄파들을 향해 “내부 총질 세력과는 같이 갈 수 없다”는 발언도 서슴치 않았다. 당선 직후에는 “우파 시민들과 연대해 이재명정부를 끌어내리는 데 모든 것을 바치겠다”며 강경 노선을 예고하기도 했다. 그의 말처럼 장 대표는 지난 9월 장외투쟁을 통해 이정부와 본격적으로 각을 세우기 시작했다. 국민의힘이 장외투쟁에 나선 것은 ‘조국 사태’ 이후 6년 만이다. 당 지도부는 대구를 시작으로 전역을 돌며 여론전을 통해 반격에 나설 기회를 보고 있다. 민주당은 “내란 옹호 대선 불복 세력의 장외‘투정’”이라고 비꽜다. 마찬가지로 지난 8월 강성 지지층의 지지를 받아 대표로 당선된 정청래 대표는 “윤어게인 내란 잔당의 역사 반동을 국민과 함께 청산하겠다”며 국민의힘 청산을 강조했다. 강경파인 정 대표와 장 대표가 당권을 잡으면서 국회는 점차 극한으로 치달았다. 정면충돌 치킨 게임 계엄 1년을 앞두고는 민주당의 ‘내란 세력 척결’에 국민의힘이 ‘내란 팔이’라고 맞불을 놓는 지경에 이르렀다. 국민의힘 강경파 의원들의 입은 점점 더 거칠어지고 있고, 민주당은 그때마다 계엄 카드를 꺼내며 “내란 옹호 세력과 협치할 수 없다”고 반격했다. 내란 팔이라는 단어는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의 메시지로 시작됐다. 나 의원은 자신의 SNS를 통해 “특검 연장은 오로지 내란 정국을 연장하려는 민주당의 정략일 뿐”이라며 “내란팔이 없이는 국민의 마음을 얻을 자신도, 국정을 책임질 정책 능력도 없으니 이 지경”이라고 몰아세웠다. 민주당 주도로 ‘더 센 특검법’이 통과하자 이를 지적한 것이다. 나 의원은 “에라잇, 맨날 내란, 내란하다 보면 국민들도 결국 지쳐버릴 것”이라며 “소위 내란 약발도 곧 떨어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 여권 관계자는 “계엄 1년이 지나도록 제대로 된 사과나 해명도 없이 여전히 민주당 뒷다리만 잡는 게 국민의힘”이라며 “내란팔이라는 말을 하기 전에 그동안 국민의힘이 보여준 태도를 돌아보시라. 윤 전 대통령을 면회하기 위해 구치소로 뛰어간 것이며 극우 집회에서 마이크를 든 것까지, 사과의 기미가 전혀 없는 상황에서 벌써부터 ‘지겹다’는 경솔한 표현은 국민께 비판받을 일”이라고 지적했다. 오는 3일 계엄 1년 메시지를 통해 양당의 향배를 가늠할 수 있을 것이란 해석이 나오는 가운데 민주당은 정당해산 심판을 꺼내든 반면, 국민의힘은 메시지 톤을 놓고 여전히 갈팡질팡하면서 하나의 목소리를 내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지난달 26일 “내일(27일) 국회 본회의에서 추경호 전 원내대표 체포동의안 표결이 이뤄진다. 추 전 원내대표는 윤 전 대통령의 불법 계엄 당시 의원총회(이하 의총) 장소를 여러번 변경하며 국회의 계엄 해제 표결을 의도적으로 방해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며 “총을 든 계엄군이 국회 창문을 깨고 진입하는 긴박한 상황 속에서 의총 장소를 국회 밖으로 공지한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납득할 수 없는 처사”라고 지적했다. 이어 “이것은 다분히 의도적이고 적극적인 계엄 해제 방해로밖에 볼 수 없는, 충분히 의심되는 상황”이라며 거듭 위헌정당 해산심판 청구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강경파만 살아남은 포스트 탄핵 여의도 계엄 1년 메시지, 여야 모두 주목 국민의힘 내에서는 메시지의 세기를 놓고 충돌 조짐이 보인다. 강성 지지층을 의식한 지도부는 강경 메시지를 주장한 반면, 원내지도부를 비롯한 일부 초선 의원들 사이에서는 사과를 포함한 톤다운된 메시지를 요구하는 등 온도 차가 생긴 것이다. 초선인 국민의힘 김용태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지난해 극한 여야 대립 속에 다수 야당(민주당)의 입법 전횡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계엄으로 군대를 동원해서 정치적 문제를 해결하려 했던 건 국가 발전이나 국민통합, 보수 정치에 있어 전혀 도움이 되지 않았다. 불법적이고 무모하고 과격한 행동”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그간 1년 동안 국민의힘이 비상계엄을 어떻게 생각해 왔는지 등에 대한 규명이 필요하다. 그것이 규명되면 사과와 반성은 당연한 일”이라며 “단순히 사과와 반성으로만 끝나서도 안 된다. 앞으로 국민의힘이 어떻게 바뀔 것인지에 대한 메시지까지 내놔야 한다”고 주장했다. 비상계엄이 지난 특수성을 감안하더라도 현재 여야가 보이는 양상은 박 전 대통령 탄핵 이후와 비슷하다는 평이다. 탄핵 이후 조기 대선에서 당선된 문재인 전 대통령은 해결 과제로 적폐 청산을 내걸었고, 이 대통령은 ‘내란 청산’을 주장했다. 사면초가인 국민의힘 상황 역시 10년 전 탄핵 후폭풍을 직면하고 분열한 새누리당과 닮아있다. 이듬해 6월 지방선거가 예정된 점까지, 지금의 여야가 과거를 그대로 답습할지 이목이 쏠린다. 당시 새누리당은 자유한국당으로 간판까지 교체했지만 2018년 지방선거에 참패하면서 국회 바닥에 무릎을 꿇고 국민에게 사죄했다. 지금 국민의힘이 어떤 선택을 하는지에 따라 내년 지방선거의 운명이 달라질 것이란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이와 관련해 국민의힘 김재원 최고위원은 CBS 라디오에서 ‘중도층 등 외연 확장을 위해 계엄에 대한 사과가 필요하지 않느냐’는 진행자의 질문에 “투표율을 55%에서 60% 정도로 봤을 때 중도층은 투표를 하지 않는 계층일 경우가 많다. 오히려 진영에 속한 사람들이 투표한다”고 분석했다. 김 최고위원은 “정치 고관여층보다는 정치 무관심층을 따라가야 한다고 했을 때 어떤 일이 벌어질 건가. 보수는 아직도 분열돼있고 내부 싸움도 있는 상황에서 지금 당장 이동해 갔을 때 벌어질 손실도 굉장히 클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같은 발언은 선거에 직면하면 중도층 포섭을 위한 전략을 세워야 하지만, 아직 당이 불안정한 만큼 중심이 되는 지지층을 단단히 잡아야 한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10년 전 데자뷔? 비상계엄 사과 메시지에 대해서는 “우리가 배출한 대통령이 탄핵당한 것이 우리 숙명인데 그분들이 탈당했다고 해서 벗어나 지겠느냐”며 “자꾸 절연, 절연하는데 인연이 끊기겠느냐. 없어지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일회성 사과로 과거 잘못을 끊어내고 새롭게 출발할 수 있다고 믿는 것 자체가 잘못”이라며 “역사적 공과를 안고 가면서 우리가 어떤 정치를 할 것인가를 보다 고민하는 그런 모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쉽게 사과하고 끝날 문제가 아니”라며 “사과하는 모습보다는 우리가 앞으로 이런 정치를 해나가고 국민에게 믿음을 드리겠다는 것이 더 낫다”고 주장했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