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H 참모’ 험지 차출론 노림수

  • 최현목 기자 chm@ilyosisa.co.kr
  • 등록 2019.11.18 10:42:52
  • 호수 1245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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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놀이패는 없다

[일요시사 정치팀] 최현목 기자 = 청와대 참모들의 여의도 진출이 가시권에 들어섰다. 총선이 무르익는 12월10일을 전후로 러시가 본격화될 전망이다. ‘청와대 군기반장’ 노영민 대통령비서실장 역시 진출을 막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그러나 당 내부 사정이 그리 녹록치 않다. 더불어민주당에서는 참모들의 여의도 진출을 곱잖게 보는 시선이 있다. <일요시사>는 참모들을 향해 제기되고 있는 험지 차출론의 진의를 추적했다.
 

▲ 청와대

“내년 총선과 관련돼 (더불어민주)당서 요구하고, 본인이 동의하신 분들에 대해서는 저희들이 놓아드려야 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 노영민 대통령비서실장이 지난 10일 기자간담회서 내놨던 발언이다.

여의도로

청와대 참모들에게 여의도 진출이라는 문이 열린 셈이다. 전현직 청와대 참모들 중 21대 총선에 나설 것으로 예상되는 인사만 40∼50여명에 달한다. 1기 참모들은 일찌감치 청와대를 나와 지역을 누비며 민심을 읽고 있다. 임종석 전 대통령비서실장과 윤영찬 전 국민소통수석, 한병도 전 정무수석, 진성준 전 정무기획비서관, 박수현 전 대변인 등이 대표적인 1기 참모진이다. 이들 중 임 전 실장은 지난 17일, 돌연 불출마를 선언했다.

2기 참모진도 채비를 하고 있다. 정태호 전 일자리수석, 이용선 전 시민사회수석, 김우영 전 자치발전비서관, 김영배 전 민정비서관, 민형배 전 사회정책비서관, 김봉준 전 인사비서관, 복기왕 전 정무비서관, 조한기 제1부속비서관 등이 그들이다.

3기 참모진이 모습을 드러낼지 여부가 정치권의 화두다. 문재인 대통령의 최측근 중 한 명으로 출마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는 윤건영 국정기획상황실장은 물론, 강기정 정무수석, 고민정 대변인, 김광진 정무비서관, 유송화 춘추관장 등의 거취가 주목받고 있다.


민주당 내에서는 이들의 출마를 부정적으로 보는 시선이 있다. 이들이 가진 ‘청와대 프리미엄’이 과연 본선서 통할까 하는 의문이다.
 

▲ 노영민 전 대통령비서실장과 양정철 여의도연구원장

청와대 프리미엄은 ‘친문 마케팅’과 결을 같이 한다. 문 대통령과 지근거리에 있었다는 점만으로도 친문 핵심 지지층의 표를 받을 공산이 크다. 더구나 민주당은 21대 총선서 국민 여론조사(안심번호) 50%에 권리당원 투표 50%를 더해 집계하기로 경선룰을 정했다. 친문 마케팅이 당락을 좌우할 수 있는 구조다.

그러나 이런 친문 마케팅이 본선서도 통할지는 미지수다. 민주당 권리당원이 아닌 유권자의 표를 누가 가장 많이 얻느냐의 대결이기 때문이다. 친문 마케팅으로 경선을 통과한 후보가 자칫 정권 심판론에 의해 패배할 수 있다. 민주당 내에서는 이런 역효과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새나오는 중이다.

당에 대한 ‘기여도’ 측면서 쓴소리를 내는 목소리도 있다. 참모들의 출마러시로 인해 자칫 당에 얼마만큼 기여했느냐보다 간판을 우선시하는 분위기가 조성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민주당서 오랜 기간 총선만을 바라보며 터를 닦아온 사람에게는 상대적 박탈감으로 다가올 수 있다.

한 민주당 관계자는 지난 11일 “지난 지방선거 때도 급하게 입당해 출마하겠다고 한 사람들이 있었다”며 “그들은 민주당이 지금 잘 나가니까 몰려드는 것이다. 만약 그런 사람들에 의해 기존에 당에서 묵묵히 일해왔던 사람이 떨어지면 안될 일”이라고 말했다.

출마 예상자만 50여명 난립
당내 불만↑ “옥석 가려야”

난립하는 참모들로 인해 민주당 인재영입이 어려울 수 있다는 우려도 적지 않다. 참모들이 지역서 터를 잡고 있으면 외부서 누가 당에 들어오려 하겠느냐는 우려다. 야권과 인재영입 경쟁을 펼쳐야 하는 당 지도부 입장에선 난감해질 수 있다.


‘옥석 가리기’는 이런 당내 여론이 반영된 결과다. 양정철 민주정책연구원장은 최근 민주당 의원 10여명과의 만찬 자리서 “청와대 출신 출마자가 너무 많아 당내 불만과 갈등 요소가 될 수 있다”며 “청와대 출신 출마 희망자 중에는 승리를 위해 반드시 필요한 사람도 많지만, 별다른 기여도 없이 청와대에 좀 있었다는 것만 내세워 출마하려는 사람도 많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진다.

양 원장은 “벼슬을 했으면 헌신을 해야지 특혜는 꿈도 꾸지 말아야 한다”고도 했다.

당내 우려와 불만을 감지한 양 원장이 직접 악역으로 나섰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양 원장은 해당 자리서 “나와 백원우 전 민정비서관이 불출마를 결심한 이유 중 하나가 청와대나 대통령을 팔아 덕을 보려는 사람들에게 필요하면 악역이라도 할 생각이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양 원장은 지난 20대 총선서도 악역을 맡은 바 있다. 당시에도 불출마 선언을 한 양 원장은 몇몇 친문 인사들의 불출마를 유도한 것으로 전해진다.

옥석 가리기와 함께 ‘험지차출론’도 부상하고 있다. 청와대 참모들의 예상 출마지를 보면 대부분 서울 등 수도권에 몰려있다. 이 때문에 출마를 고집하는 청와대 참모들에게 험지 출마를 요구해야 한다는 것. 대구·경북과 부산·울산·경남(PK) 등이 유력한 험지로 거론된다.

민주당 지도부로서는 참모들의 출마러시가 부담일 수 있다. 만약 참모들의 출마가 원인이 돼 당 내부서 갈등이라도 일어난다면 총선서 직격탄을 맞게 된다. 이를 의식한 듯 당 지도부는 지난 9월 ‘청와대 이력’을 못 쓰도록 하는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경선 여론조사서 후보들은 제한된 글자 수 안에 자신을 소개하는 문구를 넣게 되는데 통상 전현직 대통령의 이름이 적힌 청와대 근무 경력을 적는다. 해당 지지층의 표를 얻기 위함이다. 민주당 지도부가 여기에 제동을 걸고 나선 것이다.

가능할까?

이런 당내 사정뿐 아니라 외부적으로 참모들을 고민에 빠지게 하는 요소가 있다. 바로 친문 마케팅이 이번에도 통하느냐의 여부다. 지난 지방선거서 민주당은 압승을 거뒀다. 당시 많은 후보들이 문 대통령과 함께 찍은 사진을 현수막으로 사용했다. 문 대통령이 내세운 ‘적폐 청산’ 프레임에 많은 국민들이 지지를 보낸 결과였다. 그러나 시간이 흘러 문 대통령은 임기 반환점을 돌아 후반기를 향하고 있다. 그동안 기존의 적폐 청산에 피로감을 호소하는 여론, 정권심판을 외치는 야당의 공세가 강해졌다. 참모들이 출마를 선언하기까지 장고를 거듭할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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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여발 사법 전쟁 ‘끝까지 간다’

거여발 사법 전쟁 ‘끝까지 간다’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회 문턱을 넘은 내란 전담재판부 설치법이 사법부를 강타했다. 검찰은 1999년 특별검사제 도입 이후 권한을 조금씩 잃다가 올해 해체가 결정됐다. 검찰이 26년 전 느끼다가 현실이 된 불안을 이젠 사법부가 느낄 차례일지도 모른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등 범여권이 지난 24일 내란 전담재판부 설치법을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시켰다. 대법원은 지난 18일 “내란 사건만 맡는 전담재판부를 만들어 운영한다”는 취지의 예규 제정 방침을 밝혔다. 특별재판부 영장전담 법관 하지만 민주당 박수현 수석대변인은 같은 날 논평을 통해 ‘24일 처리 방침’을 밝혔다. 이날 법안 처리는 이미 예고된 결과였다. 박 대변인은 지난 21일 오전 기자 간담회에서도 “민주당은 국회 본회의에서 내란 전담재판부 설치법을 예정대로 처리할 것”이라고 밝혔다. 민주당이 원래 처리하려던 법안은 ‘내란 특별재판부 설치법’이었다. 이 법안이 통과됐다면, 12·3 비상계엄 관련 재판을 맡을 특별재판부가 설치되고, 영장 심사를 맡을 특별영장 전담 법관이 따로 배정됐을 것이다. 이들은 국회·판사회의·대한변호사협회가 3명씩 추천한 위원으로 구성되는 9인 규모의 추천위원회의 2배수 추천과 대법원장의 임명을 거칠 예정이었다. 아울러 상고심에선 윤석열 전 대통령이 임명했던 대법관은 모두 제척될 예정이었다. 하지만 내란 특별재판부 설치에 대해선 각계에서 위헌 논란을 제기했다. 그러자 민주당은 지난 16일 내용을 대폭 수정했다. 명칭도 특별재판부에서 전담재판부로 바뀌었다. 전담재판부 후보추천위원회는 법무부 장관·헌법재판소 사무처장 등 외부 인사를 제외한 후 법관으로만 구성될 예정이다. 추천위원회에 들어갈 법관 중엔 각급 판사회의·전국법관대표자회의가 포함된다. 전담재판부에 소속될 법관은 추천위원회·대법관회의를 거쳐 대법원장이 임명한다. 윤석열 전 대통령 등 12·3 비상계엄 주요 연루자들은 이미 형사재판 제1심을 받고 있다. 전담재판부는 항소심부터 맡을 예정이다. 대법원은 민주당의 공세에 맞서 반격에 나섰다. 대법원은 지난 18일 대법관 행정회의를 열어 ‘국가적 중요 사건에 대한 전담재판부 설치 및 심리 절차에 관한 예규’를 제정하기로 했다. 여기엔 “형법상 내란·외환죄와 군형법상 반란죄 사건을 전담해 집중 심리하는 전담재판부를 설치할 수 있다”는 내용이 포함된다. 대법원이 규정하는 전담재판부는 무작위 배당을 거쳐 사건을 배당받을 재판부가 지정되는 방식이다. 전담재판부로 지정된 재판부가 원래 맡던 재판은 다른 재판부로 재배당된다. 예규엔 “해당 재판부는 이후 내란·외환과 관련 없는 새로운 사건은 맡지 않는다”는 규정이 포함됐다. 하지만 민주당의 반응은 시큰둥했다. 박 대변인은 “사법부가 충분히 할 수 있는 일을 왜 이렇게 늦게 했느냐”며 “왜 그동안 국민을 불안과 혼란에 빠뜨렸느냐”고 비판했다. 이어 “국회의 입법권을 대법원의 예규 제정에 맞춰야 한다는 의견에 동의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내란 전담재판부 신설이 갖는 ‘진짜 함의’ 대법원 예규 제정…반격 혹은 타협안 제시 민주당 정청래 대표도 같은 날 최고위원회의 중 “대법원이 헐레벌떡 자체 안이라고 내놨다”며 “더 일찍 해야 하지 않았느냐. ‘조희대 사법부’답다는 생각이 든다”고 비판했다. 국내 헌정사에서 특별재판부는 단 2회만 설치됐다. 제헌헌법 부칙엔 “이 헌법을 제정한 국회는 단기 4278년 8월15일 이전의 악질적인 반민족 행위를 처벌하는 특별법을 제정할 수 있다”는 내용이 포함돼있었다. 이후 국회는 반민족행위처벌법 등을 제정하고, 반민족행위특별조사위원회(이하 반민특위)를 설치했다. 반민특위엔 특별검찰부와 특별재판부가 설치됐다. 특별검찰부는 검찰총장 등 9명으로 구성됐고, 특별재판부는 ▲국회의원 5명 ▲법조인 6명 ▲사회 저명 인사 5명 등 총 16명으로 구성됐다. 이들은 국회가 선출했다. 두 번째 특별재판부는 1960년 4·19 혁명 이후 개정된 제4차 개정 헌법을 근거로 설치됐다. 당시 개정 헌법엔 “3·15 부정선거 및 4·19 혁명 관련자들과 관련된 형사사건을 처리하기 위해 특별재판소와 특별검찰부를 둘 수 있다”는 취지의 부칙이 포함돼있었다. 이후 설치된 특별재판부는 부정선거관련자처벌법 제정을 거쳐 설치됐다. 민주당조차 ‘특별재판부’를 ‘전담재판부’로 수위를 낮춰 처리했다는 이유로 내란 특별재판부에 대해 불거진 위헌 시비를 거론한다. 법원은 ‘무작위 전산 재판 배당’ 원칙을 유지하고 있다. 따라서 “특정 재판부에 특정 재판을 배당한다”는 취지의 특별재판부에 대해선 기본적으로 위헌 시비가 불거질 가능성이 높다. 아직 헌법재판소가 관련 합헌·위헌 여부를 가린 적도 없다. 하지만 헌법 제27조는 “모든 국민은 헌법·법률이 정한 법관에 의해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가진다”고, 제103조는 “법관은 헌법·법률에 의해 양심에 따라 독립해 재판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재판 배당의 무작위성은 재판에 대한 외부의 부당한 압력·영향력으로부터 법관을 보호해 재판의 공정성을 유지하기 위해 세운 원칙이다. 이는 위헌 시비가 불거진 핵심 이유였다. 그래서 과거엔 특별재판부를 설치하기 전에 개헌 과정 중 헌법 부칙에 그 근거를 규정했다. 헌법 부칙은 헌법 본문과 똑같은 효력을 가진다. 그래서 위헌 시비가 불거질 일은 없었다. 피해 가는 위헌 시비 하지만 위헌 시비를 피하려고 제시한 ‘내란 전담재판부’에 대해서도 논란이 이어졌다. 역설적으로 “기존 재판부 배당과 큰 차이가 없다”는 취지의 비판이 제기된 것이다. 사법부는 이미 무작위 배당의 예외를 운용하고 있다. ▲특허법원 ▲서울행정법원 ▲지역별 가정법원 등 특정 분야를 전문적으로 취급하는 법원이 따로 설치돼있는 것도 무작위 배당의 예외다. 또 각급 법원은 이미 지식 재산·환경·의료 등 특정 전문 분야를 전담할 재판부를 분류한다. 법원장 재량에 따라, 재판장들과의 협의를 거쳐 특정 사건은 ‘적시 처리 필요 중요 사건’으로 분류해 특정 재판부에 배당해서 신속한 재판 진행을 추진한다. 기소된 사건이 이미 진행 중인 재판과 사실 관계·쟁점·피고인이 같으면, 이미 진행 중인 재판을 담당하는 재판에 배당한다. 물론 민주당이 거둘 수 있는 실익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다. 정 대표는 민주당이 ‘특별’을 ‘전담’으로 바꿔가면서도 서둘러 개정안을 추진하는 이유를 분명히 짚었다. 그는 “조희대 대법원장의 사법부와 지귀연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의 재판부는 내란·외환 사건의 심리를 의도적으로 침대 축구하듯 질질 끌었다”며 “조 대법원장은 경고·조치를 해야 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보다 못한 입법부가 나서기 전에 사법부가 진작 내란 전담재판부를 설치했다면, 지난 1년 동안 허송세월하는 것을 보면서 국민이 분통 터지는 상황은 없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 대표의 주장 중 핵심 단어는 ‘조희대’와 ‘지귀연’이다. 민주당이 내란 특별재판부 설치를 추진할 당시 민주당 전현희 최고위원은 지난 9월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지 부장판사를 지칭해 “재판의 공정성에 의구심을 갖도록 하는 인사들을 전보·징계한다면, 굳이 내란 특별재판부를 만들기 위한 입법 조치를 할 필요가 있겠느냐”고 주장했다. 정 대표는 지난 15일 최고위원회의 도중 “조희대 사법부는 특검 수사 훼방꾼이 됐다”며 “조 대법원장이 지휘하는 대법원이 지난해 12월3일 내란에 동조한 건 아닌지 강한 의구심을 갖는다”고 지적했다. 사법행정사무를 총괄하는 조 대법원장의 권한 일부를 사실상 박탈하고, 지 부장판사를 내란 관련 재판에서 손 떼게 할 수 있다면, 민주당은 상당한 실익을 거둘 수 있다. 특히 중요한 것은 재판부 배당에 전국법관대표자회의를 개입시키는 것이다. 힘 실어준 진짜 이유? 전국법관대표자회의는 양승태 전 대법원장 재임 당시 사법행정권 남용 사태 이후인 지난 2018년 4월 “권한이 집중된 제왕적 대법원장을 견제하고, 법관의 독립성을 보장해야 한다”는 취지를 갖고 설치됐다. 보수 진영 일각에선 이를 일컬어 “지나치게 민주당에 친화적”이라고 비판한다. 전국법관대표자회의 설치 직후 첫 의장으로 선출됐던 최기상 당시 서울북부지법 부장판사는 현재 민주당 의원이다. 전국법관대표자회의는 지난 9월 민주당이 주장한 의제 ‘대법관 증원론’을 포함한 상고심 제도 개선 토론회를 개최했다. 이어 “사법부는 대법관 증원안을 경청하고 자성해야 한다”는 취지로 보고서를 작성·공개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선 전국법관대표자회의를 일컬어 “민주당에 힘을 설어주기 위해 토론회를 개최한 게 아니냐”는 비판 목소리도 제기됐다. 대법원의 이재명 대통령에 대판 파기환송 판결에 대해서도, 정 대표는 지난 9월 전국법관대표자회의에 “조 대법원장 사퇴 권고 등 사법부에 대한 국민적 신뢰 회복 방안을 논의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일각에선 “대법원의 예규 제정은 반격”이라고 해석한다. 그 근거로는 “내란 전담재판부를 줄곧 반대하다가 갑자기 예규 제정을 밝힌 의도에 대한 의문이 제기된다”는 점을 들었다. 민주당은 내란 전담재판부 설치 외에도 기존 사법 체계를 모두 바꿀 만한 사법개혁안을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시킬 준비를 하고 있다. 대법원의 예규 제정에 대해선 “민주당의 공세를 적절한 선에서 수용해 더 큰 공세에 대비하려는 의도”라고 보는 시선도 있다. 하지만 ‘특별재판부’가 ‘전담재판부’로 바뀌었다고 해서 다른 사법개혁안 통과 시도가 중단되는 것은 아니다. 법원으로선 기존 사법 체계를 모두 바꾸려는 민주당의 시도를 보면서 검찰이 해체되는 과정을 되새길 가능성이 아예 없는 건 아니다. 이미 민주당이 주도하는 사법개혁안 자체가 사실상 ‘기존 법원 해체’로 해석될 소지가 있다. 조금씩 권한 잃다 해체 결정 검 종착역은 헌재 최고법원 등극? 민주당 등 범여권이 검찰을 중대범죄수사청·공소청으로 분리해 완수했던 검찰 해체에 대해선 “헌법은 검찰 조직의 존재를 전제로 검찰총장의 존재를 규정했다”면서 위헌 논란을 제기하는 반대 측 의견이 있었다. 하지만 범여권은 이를 강행했다. 큰 틀에서 보면, 검찰은 ▲특별검사제도 도입 ▲검경 수사권 조정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 설치 ▲중대범죄수사청·공소청 분리 등 과정을 거쳐 해체됐다. 최초의 특별검사(이하 특검)는 지난 1999년 김태정 전 검찰총장 부인에 대한 옷 로비 의혹과 한국조폐공사 노조 파업 유도 사건에 대해 진행됐던 최병모 특검이었다. 특검이 성립됐던 배경은 “검찰이 검찰총장의 부인이 연루된 사건을 제대로 수사할 수 있겠느냐”는 회의적인 시선이었다. 아울러 당시 국회 구도는 여소야대였다. 한나라당은 “사건을 축소·은폐했다”는 의혹이 제기되는 흐름을 타고 강하게 밀어붙여 특검법 제정을 주도했다. 이후 현재까지 개별 특검법은 총 16개가 통과됐고, 상설 특검은 6회 추진됐다. 검찰로서는 1999년 최병모 특검 설치가 수사권·기소권 독점이 무너지는 순간이었다. 현재까지 총 22회의 특검이 성립됐다는 것은 검찰에 대한 각계의 불신을 상징하는 중요 사실관계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이것이 끝은 아니었다. 검찰을 노리는 다음 단계는 검경 수사권 조정이었다. 최초의 검경 수사권 조정은 지난 2011년 진행됐다. 이명박 당시 대통령은 국무회의에서 사법경찰관이 검사의 수사 지휘에 이의를 제기하는 재지휘 건의 제도 신설 등의 내용이 담긴 안을 대통령령으로 제정해 의결했다. 지난 2016년엔 ▲진경준 게이트 ▲정운호 게이트 ▲김형준 전 부장검사의 스폰서 의혹 ▲최순실 게이트 등이 연이어 발생해 검찰의 신뢰도에 대한 강한 문제 제기가 이어졌다. 이는 문재인정부 출범 이후 장기간 논의된 검경 수사권 논의로 연결된다. 공수처도 설치됐다. 민주당 집권 후 노무현 전 대통령 사망 사건을 강하게 기억하는 지지자들의 비원을 외면하긴 어려웠던 측면도 있었다. 그렇게 검찰은 서서히 권한을 빼앗겼다. 그러다가 지난 9월에 이르러 검찰은 내년부터 중대범죄수사청과 공소청으로 갈라질 운명에 처했다. 특히 중대범죄수사청은 행정안전부로 옮겨진다. 서서히 권한을 빼앗기다가 끝내 해체를 앞둔 운명을 맞게 된 것이다. 민주당 등 범여권은 ▲법원행정처 폐지 ▲법 왜곡죄 도입 ▲대법관 증원 ▲재판소원 도입 등 사법개혁안을 시도하고 있다. 범여권이 사법개혁안을 모두 통과시킨다면, 사법부로서는 “검찰에 이어 사법부도 한순간에 와해된다”고 인식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한순간에 와해된다 법원행정처가 없어지면 대법원장의 권한이 줄어든다. 법 왜곡죄가 도입되면, 판사의 재판도 법적 처벌 범위 안에 포함될 위험에 노출된다. 대법관이 늘어나 대법관의 권위·희소 가치가 줄어든 후 재판은 헌법소원 제기 범위 안에 포함된다. 최종 종착지는 헌법재판소가 대법원을 제친 후 최상위 사법기관으로 규정될 순간임을 배제하기 어렵다. 지난 24일은 사법부가 느낄 법한 공포가 처음 피부에 와닿은 날이었을 수도 있다. 새해엔 민주당과 사법부의 전쟁이 더욱 거칠게 진행될지도 모른다.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