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지개 켜는 ‘재수회’ 액션플랜

  • 최현목 기자 chm@ilyosisa.co.kr
  • 등록 2019.06.03 10:20:51
  • 호수 122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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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을 지켜라!” 드디어 출동하는 ‘문벤져스’

[일요시사 정치팀] 최현목 기자 = ‘재수회’는 정권 실세들의 모임으로 문재인 대통령의 최측근들로 구성됐다. 지금의 문 대통령을 있게 만든 공신들이다. 그동안 재수회는 소문만 무성했을 뿐 베일에 싸여 있었다. 그러나 양정철 민주연구원장의 복귀와 맞물려 서서히 수면 위로 올라오는 모습이다.
 

▲ 조국 민정수석, 조윤제 주미대사, 박광온 더불어민주당 의원

재수회는 ‘재인을 수시켜 대통령으로 만들기 위한 모임()’이다. 지난 2012년 대선 이후 문재인 대통령의 최측근들이 결성한 모임으로 알려진다. 2012년은 18대 대선이 있던 해로 당시 문재인 대선 후보(48.02%)는 박근혜 후보(51.55%)에게 약 3%포인트 차이로 아깝게 패했다. 대선 재수가 불가피해진 것이다.

문의 남자
멤버는?

재수회의 멤버는 당정청에 포진해 있다. 주요 멤버는 청와대의 노영민 대통령비서실장,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비서관, 정부의 서훈 국가정보원장, 조윤제 주미 대사,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의 박광온 의원, 양정철 민주연구원장 등으로 전해진다. 

지난해 8월 사임한 신현수 전 국가정보원 기획조정실장과 지난 1월 청와대 의전비서관실 선임행정관직을 사임한 탁현민 대통령행사기획자문위원도 수시로 모임에 참여하고 있는 멤버로 알려진다. 모두 문 대통령의 당선과 국정운영에 크게 영향을 미치고 있는 최측근들이다. 

노영민 대통령비서실장은 ‘뼈문’(뼛속까지 친문)의 대표격이다. 그는 충북 청주서 태어나 청주고와 연세대 경영학과를 졸업한 뒤 1999년 정계에 입문했다. 


지난 17대 총선 때 국회에 입성한 그는 19대 국회까지 내리 3선에 성공했다. 노 비서실장은 현역 의원이던 시절 국회 신성장산업포럼 대표와 산업통상자원위원회 위원장 등을 지냈다. 

전임인 임종석 전 대통령비서실장은 노 비서실장을 소개하는 자리서 “국회서 다년간 신성장산업 포럼을 이끌며 다져온 산업·경제계 등 각계 현장과의 풍부한 네트워크 및 소통 능력이 강점이며, 민생경제 활력을 불어넣어 포용 국가의 기틀을 다져야 할 상황서 비서실을 지휘할 최고 적임자라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노 비서실장은 두 번의 대선 모두 문 대통령의 곁을 지킨 정치적 동지다. 지난 2012년 대선 때 문 대통령의 비서실장을 수행했으며, 지난 2017년 대선 당시에는 조직본부장을 맡아 문 대통령 당선에 공을 세웠다.

민주당 안민석 의원은 지난 1월8일 노 비서실장에 대해 “지금의 난관을 돌파하려면 공직 기강을 잡는 것이 급선무인데, 노 비서실장이 군기반장 역할을 충분히 할 수 있을 것”이라며 “10년 넘게 그와 함께 국회의원 생활을 했으니 그에 대해 알 만큼 안다. (노 비서실장을) 한마디로 평가하면 카리스마를 갖춘 제갈공명 같은 인물이다. 또 시인으로서 부드러움도 겸비했으니 외롭고 힘든 국민들에게는 위로와 용기를, 목표를 위해 노력하는 국민들에게는 힘껏 응원을 보낼 것”이라고 말했다.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비서관은 ‘진문’(진짜 친문)으로 통한다. 부산 출신인 그는 서울대 법대를 나와 미국 캘리포니아대학교 버클리캠퍼스 로스쿨 법학박사 과정을 밟았다. 이후 대법원 양형제도 연구위원회 위원, 참여연대 사법감시센터 소장, 법무부 검찰인권평가위원회 위원, 국가인권위원회 비상임위원 등 시민단체는 물론 정부 인권 관련 조직에 두루 참여한 이력을 갖고 있다.

조 수석은 진보적 성향의 소장파 학자다. 법조계 경력은 없지만 그는 다수의 대학서 법대 교수로 활동하며 전문성을 증명했다. 특히 폭넓은 헌법 및 형사법 지식과 인권의식을 토대로 사회적 약자를 대변해왔다는 평을 받아왔다. 

실세부터
진문까지


문 대통령과는 지난 2012년 대선 때부터 연을 맺어왔다. 문 대통령이 민주당 대표이던 시절 ‘김상곤 혁신위원회’의 혁신위원으로 활동했다. 문 대통령이 당선된 19대 대선 때는 SNS와 유세를 통해 문 대통령 당선을 도왔다.

문 대통령은 그런 그를 초대 청와대 민정수석으로 임명했다. 검찰 출신이 아닌 학계 출신 인사가 민정수석에 임명되는 것은 참여정부 마지막 이호철 전 민정수석 이후 10년 만이다. 

조 수석은 ‘최장수’ 기록을 써내려가고 있다. 문정부 수립 이래 청와대 수석급 중 같은 자리를 지키고 있는 참모는 조 수석이 유일하다. 조현옥 청와대 인사수석비서관이 물러나는 와중에도 문 대통령은 조 수석을 교체하지 않으며 그에게 여전한 신뢰를 보냈다.

바른미래당 오신환 원내대표는 지난달 29일 국회 최고위원회의서 최근 차관급 인사를 평가하면서 “문 대통령은 몸통인 조 수석은 그대로 두고 깃털인 조현옥 전 수석만 경질했다”며 “조국을 위한, 조국에 의한, 문재인의 조국 사랑 인사였다”고 비판했다.
 

▲ 문재인 대통령과 노영민 비서실장

조윤제 주미대사 역시 재수회의 일원이다. 부산 출신 경제학자인 그는 고 노무현 전 대통령 시절 경제보좌관과 주영국대사를 지낸 이력을 갖고 있다. 지난 2017년 5월에는 문 대통령의 특사 자격으로 유럽연합 및 독일을 방문한 바 있다. 2017년 11월 트럼프 미 대통령이 한국을 처음 방문했을 당시 그를 영접한 사람은 조 대사 내외였다.

19대 대선 때는 문 대통령의 싱크탱크 ‘정책공간 국민성장’ 소장으로 활동했다. 이 때문에 문정부 출범 초부터 경제 및 외교 분야서 중책으로 기용될 인물로 자주 거론됐다. 한때 조 대사는 임종석 전 비서실장의 뒤를 이을 신임 비서실장으로 거론되기도 했다. 

지금의 ‘문’을 만든 공신들
노영민·조국·서훈·양정철…

청와대 수석 중에서 조 수석이 최장수라면, 대사 중에서는 조 대사가 최장수다. 문정부의 1기 4강 대사 가운데 조 대사를 제외한 주중·일·러대사 모두 교체됐다. 조 대사는 최근 한미정상 통화 유출 사태로 책임론에 휩싸여 있다. 

바른미래당 오신환 원내대표는 지난달 27일 국회 최고위원회의서 “일개 외교부 참사관이나 야당 국회의원 한 사람에게만 물을 일이 아니다”라며 “강경화 외교부 장관과 조 대사에게도 책임을 묻지 않을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대해 청와대는 조 대사의 책임론에 대해 “우선은 문제를 정확히 파악하고 수습하는 것이 급선무”라며 유보적 입장을 내놨다.

현역 국회의원 중에서는 민주당 박광온 의원이 대표적 재수회 멤버로 불린다. 전남 해남 출생인 그는 고려대 사회학과를 나와 곧바로 MBC에 기자로 입사했다. 이후에는 사회부, 국제부, 정치부를 거치며 청와대 출입기자, 도쿄특파원 등으로 활동했다. 

<9시 뉴스데스크> 앵커, <100분토론> 사회자로 활약하며 대중에게 얼굴을 알렸다. 2008년 그는 보도국장으로 승진했지만, 이명박정부의 ‘미디어법’에 반발해 투쟁에 앞장섰다가 보도국장직서 해임당했다. 

이후 문 대통령과의 인연이 시작됐다. 18대 대선을 앞두고 문재인 당시 후보의 선거대책위원회 대변인으로 정계에 입문했다. 지난 2014년에 있었던 7·30국회의원 재보궐 선거를 통해 국회 입성에 성공한 박 의원은 문 대통령이 민주당 대표이던 시절 그의 비서실장으로 활동한 바 있다.


오랜 기간
인연 맺어

신현수 전 국가정보원(이하 국정원) 기획조정실장은 서울 출생으로, 여의도고를 졸업하고 서울대 법대를 나온 법조인이다. 서울중앙지검 검사와 대검 마약과장을 거쳐 노무현정부 청와대 사정비서관을 역임했다.

당시 문 대통령은 청와대 민정수석이었다. 신 전 실장은 문 대통령을 직속상관으로 모시며 손발을 맞췄다. 지난 2005년 사정비서관을 그만둔 그는 법률사무소 김앤장에 들어가 변호사로 활동하다가 19대 대선 때 문재인캠프로 자리를 옮겨 법률지원단장직을 수행했다. 

신 전 실장은 문정부 출범 직후 민정수석 또는 법무부장관 후보 하마평에도 오르내렸다. 그러다 지난 2017년 6월 국정원 예산과 인사를 관장하는 기조실장으로 임명됐다. 1년2개월이 지난 지난해 8월 신 전 실장은 돌연 사의를 표명했다.
 

▲ 양정철 민주연구원장

서훈 국정원장과 양정철 민주연구원장은 최근 가장 주목받는 재수회 멤버다. 인터넷언론 <더팩트>는 양 원장이 서 원장과 지난달 21일 서울 강남구의 한 한정식집에서 비공개로 만나 만찬을 가졌다고 지난달 27일 보도했다.

즉각 국정원의 정치개입 의혹이 불거졌다. 양 원장이 있는 민주연구원은 민주당의 싱크탱크로 선거 때 전략 기획 및 공천 작업을 주도하는 기관이다. 양 원장 부임 이후 민주연구원이 사실상 민주당의 ‘총선 컨트롤타워’ 역할을 할 것이라는 예상이 지배적이다. 서 원장은 대한민국 정보당국의 수장이다.


2017 대선 프로젝트 중추
‘문캠프’ 출신 다수 포진

두 사람은 문 대통령과 각별한 사이로 잘 알려져 있다. 양 원장은 현 정권의 ‘실세’로 통한다. 문 대통령을 항상 지근거리서 보좌했다. 19대 대선 때 문재인 후보 비서실 부실장을 맡았던 양 원장은 당시 문 후보의 메시지, 일정 등을 관리했다. 2016년 6월 문 대통령이 민주당 대표서 물러난 후 네팔로 히말라야 트레킹을 떠났을 때 양 원장과 탁현민 대통령행사기획자문위원이 함께한 일화는 유명하다.

서 원장은 국정원 3차장과 대북전략실장을 역임한 ‘베테랑 대북 전문가’다. 그는 김대중-노무현정부서 ‘대북 협상’을 주도했던 인물로 알려져 있다. 문 대통령과는 18대 대선 때 민주당 선대위 ‘미래캠프’ 산하 남북경제연합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하면서 인연을 맺었다.

19대 대선 때도 선대위 국방안보위원회 부위원장을 맡아 문 대통령 당선에 힘을 보탰다.

이 때문에 자유한국당(이하 한국당)은 두 사람의 만남을 문 대통령의 의중과 연결시킨다. 황교안 대표는 지난달 29일 “‘문 대통령의 의중에 따른 것 아니겠는가’라는 합리적 의심이 들 수밖에 없다”며 “서 원장은 즉각 물러나야 하고 그렇지 않다면 문 대통령이 파면해야 한다”고 말했다. 
 

▲ 서훈 국가정보원장 ⓒ사진공동취재단

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도 “(이 회동을 두고)여당 내 공천 추천자 정보 수집, 야당을 죽이기 위한 정보 수집, 국정원을 통해 선거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방법 모의 시도라는 시나리오가 있다”고 지적했다. 한국당은 지난달 28일 서 원장을 검찰에 고발했다. 국정원의 정치 관여를 금지한 국정원법 9조 위반 혐의다.

바른미래당 오신환 원내대표는 “무슨 얘기를 나눴는지 모르지만, 국정원장이 여당 싱크탱크인 민주연구원장과 만난 것만으로도 정치 개입의 여지는 충분하다”고 주장했다.

야권 의혹
“정치개입”

반면 당사자들과 청와대, 민주당은 사적 만남일 뿐 국정원의 정치개입과는 무관하다는 입장이다. 양 원장은 논란이 일자 “당일 만찬은 독대가 아니라 오래 전부터 알고 지내던 사적인 지인들이 함께한 모임”이라며 “특별히 민감한 이야기가 오갈 자리도 아니었고 그런 대화도 없었다”고 반박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두 사람의 사적 만남에 대해 국정원의 국내 정치개입이라고 해석하는 것은 과도하다”고 전했다. 

문 대통령의 2017년 대선 프로젝트는 대단위로 진행됐다. 학계 출신 전문가 그룹인 ‘심천회’, 실무자 그룹인 ‘광흥창회’, 그리고 이들을 모두 아우를 수 있는 문 대통령 최측근 그룹인 재수회 3개 팀을 가동했다. 이 중 ‘머리’라고 할 수 있는 재수회가 실제 선거판에 개입할지 관심이 모아진다. 

<chm@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부엉이모임’은?

친문 인사들의 모임인 소위 ‘부엉이모임’이 정치권서 다시금 주목받고 있다. 해당 모임은 ‘부엉이처럼 밤을 새워 달(moon: 문재인 대통령)을 지킨다’는 뜻에서 비롯됐다.

문 대통령 측근인 전·현직 의원 50여명으로 구성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부엉이모임 멤버로는 더불어민주당 전해철 의원을 비롯해 박범계·박광온·황희·이철희 등 현역 의원, 김경수 경남도지사와 도종환 문화체육부장관, 노영민 대통령비서실장과 이호철 전 청와대 수석, 양정철 민주연구원장, 윤건영 국정상황실장, 정태호 일자리수석 등이 있다.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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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여발 사법 전쟁 ‘끝까지 간다’

거여발 사법 전쟁 ‘끝까지 간다’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회 문턱을 넘은 내란 전담재판부 설치법이 사법부를 강타했다. 검찰은 1999년 특별검사제 도입 이후 권한을 조금씩 잃다가 올해 해체가 결정됐다. 검찰이 26년 전 느끼다가 현실이 된 불안을 이젠 사법부가 느낄 차례일지도 모른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등 범여권이 지난 24일 내란 전담재판부 설치법을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시켰다. 대법원은 지난 18일 “내란 사건만 맡는 전담재판부를 만들어 운영한다”는 취지의 예규 제정 방침을 밝혔다. 특별재판부 영장전담 법관 하지만 민주당 박수현 수석대변인은 같은 날 논평을 통해 ‘24일 처리 방침’을 밝혔다. 이날 법안 처리는 이미 예고된 결과였다. 박 대변인은 지난 21일 오전 기자 간담회에서도 “민주당은 국회 본회의에서 내란 전담재판부 설치법을 예정대로 처리할 것”이라고 밝혔다. 민주당이 원래 처리하려던 법안은 ‘내란 특별재판부 설치법’이었다. 이 법안이 통과됐다면, 12·3 비상계엄 관련 재판을 맡을 특별재판부가 설치되고, 영장 심사를 맡을 특별영장 전담 법관이 따로 배정됐을 것이다. 이들은 국회·판사회의·대한변호사협회가 3명씩 추천한 위원으로 구성되는 9인 규모의 추천위원회의 2배수 추천과 대법원장의 임명을 거칠 예정이었다. 아울러 상고심에선 윤석열 전 대통령이 임명했던 대법관은 모두 제척될 예정이었다. 하지만 내란 특별재판부 설치에 대해선 각계에서 위헌 논란을 제기했다. 그러자 민주당은 지난 16일 내용을 대폭 수정했다. 명칭도 특별재판부에서 전담재판부로 바뀌었다. 전담재판부 후보추천위원회는 법무부 장관·헌법재판소 사무처장 등 외부 인사를 제외한 후 법관으로만 구성될 예정이다. 추천위원회에 들어갈 법관 중엔 각급 판사회의·전국법관대표자회의가 포함된다. 전담재판부에 소속될 법관은 추천위원회·대법관회의를 거쳐 대법원장이 임명한다. 윤석열 전 대통령 등 12·3 비상계엄 주요 연루자들은 이미 형사재판 제1심을 받고 있다. 전담재판부는 항소심부터 맡을 예정이다. 대법원은 민주당의 공세에 맞서 반격에 나섰다. 대법원은 지난 18일 대법관 행정회의를 열어 ‘국가적 중요 사건에 대한 전담재판부 설치 및 심리 절차에 관한 예규’를 제정하기로 했다. 여기엔 “형법상 내란·외환죄와 군형법상 반란죄 사건을 전담해 집중 심리하는 전담재판부를 설치할 수 있다”는 내용이 포함된다. 대법원이 규정하는 전담재판부는 무작위 배당을 거쳐 사건을 배당받을 재판부가 지정되는 방식이다. 전담재판부로 지정된 재판부가 원래 맡던 재판은 다른 재판부로 재배당된다. 예규엔 “해당 재판부는 이후 내란·외환과 관련 없는 새로운 사건은 맡지 않는다”는 규정이 포함됐다. 하지만 민주당의 반응은 시큰둥했다. 박 대변인은 “사법부가 충분히 할 수 있는 일을 왜 이렇게 늦게 했느냐”며 “왜 그동안 국민을 불안과 혼란에 빠뜨렸느냐”고 비판했다. 이어 “국회의 입법권을 대법원의 예규 제정에 맞춰야 한다는 의견에 동의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내란 전담재판부 신설이 갖는 ‘진짜 함의’ 대법원 예규 제정…반격 혹은 타협안 제시 민주당 정청래 대표도 같은 날 최고위원회의 중 “대법원이 헐레벌떡 자체 안이라고 내놨다”며 “더 일찍 해야 하지 않았느냐. ‘조희대 사법부’답다는 생각이 든다”고 비판했다. 국내 헌정사에서 특별재판부는 단 2회만 설치됐다. 제헌헌법 부칙엔 “이 헌법을 제정한 국회는 단기 4278년 8월15일 이전의 악질적인 반민족 행위를 처벌하는 특별법을 제정할 수 있다”는 내용이 포함돼있었다. 이후 국회는 반민족행위처벌법 등을 제정하고, 반민족행위특별조사위원회(이하 반민특위)를 설치했다. 반민특위엔 특별검찰부와 특별재판부가 설치됐다. 특별검찰부는 검찰총장 등 9명으로 구성됐고, 특별재판부는 ▲국회의원 5명 ▲법조인 6명 ▲사회 저명 인사 5명 등 총 16명으로 구성됐다. 이들은 국회가 선출했다. 두 번째 특별재판부는 1960년 4·19 혁명 이후 개정된 제4차 개정 헌법을 근거로 설치됐다. 당시 개정 헌법엔 “3·15 부정선거 및 4·19 혁명 관련자들과 관련된 형사사건을 처리하기 위해 특별재판소와 특별검찰부를 둘 수 있다”는 취지의 부칙이 포함돼있었다. 이후 설치된 특별재판부는 부정선거관련자처벌법 제정을 거쳐 설치됐다. 민주당조차 ‘특별재판부’를 ‘전담재판부’로 수위를 낮춰 처리했다는 이유로 내란 특별재판부에 대해 불거진 위헌 시비를 거론한다. 법원은 ‘무작위 전산 재판 배당’ 원칙을 유지하고 있다. 따라서 “특정 재판부에 특정 재판을 배당한다”는 취지의 특별재판부에 대해선 기본적으로 위헌 시비가 불거질 가능성이 높다. 아직 헌법재판소가 관련 합헌·위헌 여부를 가린 적도 없다. 하지만 헌법 제27조는 “모든 국민은 헌법·법률이 정한 법관에 의해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가진다”고, 제103조는 “법관은 헌법·법률에 의해 양심에 따라 독립해 재판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재판 배당의 무작위성은 재판에 대한 외부의 부당한 압력·영향력으로부터 법관을 보호해 재판의 공정성을 유지하기 위해 세운 원칙이다. 이는 위헌 시비가 불거진 핵심 이유였다. 그래서 과거엔 특별재판부를 설치하기 전에 개헌 과정 중 헌법 부칙에 그 근거를 규정했다. 헌법 부칙은 헌법 본문과 똑같은 효력을 가진다. 그래서 위헌 시비가 불거질 일은 없었다. 피해 가는 위헌 시비 하지만 위헌 시비를 피하려고 제시한 ‘내란 전담재판부’에 대해서도 논란이 이어졌다. 역설적으로 “기존 재판부 배당과 큰 차이가 없다”는 취지의 비판이 제기된 것이다. 사법부는 이미 무작위 배당의 예외를 운용하고 있다. ▲특허법원 ▲서울행정법원 ▲지역별 가정법원 등 특정 분야를 전문적으로 취급하는 법원이 따로 설치돼있는 것도 무작위 배당의 예외다. 또 각급 법원은 이미 지식 재산·환경·의료 등 특정 전문 분야를 전담할 재판부를 분류한다. 법원장 재량에 따라, 재판장들과의 협의를 거쳐 특정 사건은 ‘적시 처리 필요 중요 사건’으로 분류해 특정 재판부에 배당해서 신속한 재판 진행을 추진한다. 기소된 사건이 이미 진행 중인 재판과 사실 관계·쟁점·피고인이 같으면, 이미 진행 중인 재판을 담당하는 재판에 배당한다. 물론 민주당이 거둘 수 있는 실익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다. 정 대표는 민주당이 ‘특별’을 ‘전담’으로 바꿔가면서도 서둘러 개정안을 추진하는 이유를 분명히 짚었다. 그는 “조희대 대법원장의 사법부와 지귀연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의 재판부는 내란·외환 사건의 심리를 의도적으로 침대 축구하듯 질질 끌었다”며 “조 대법원장은 경고·조치를 해야 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보다 못한 입법부가 나서기 전에 사법부가 진작 내란 전담재판부를 설치했다면, 지난 1년 동안 허송세월하는 것을 보면서 국민이 분통 터지는 상황은 없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 대표의 주장 중 핵심 단어는 ‘조희대’와 ‘지귀연’이다. 민주당이 내란 특별재판부 설치를 추진할 당시 민주당 전현희 최고위원은 지난 9월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지 부장판사를 지칭해 “재판의 공정성에 의구심을 갖도록 하는 인사들을 전보·징계한다면, 굳이 내란 특별재판부를 만들기 위한 입법 조치를 할 필요가 있겠느냐”고 주장했다. 정 대표는 지난 15일 최고위원회의 도중 “조희대 사법부는 특검 수사 훼방꾼이 됐다”며 “조 대법원장이 지휘하는 대법원이 지난해 12월3일 내란에 동조한 건 아닌지 강한 의구심을 갖는다”고 지적했다. 사법행정사무를 총괄하는 조 대법원장의 권한 일부를 사실상 박탈하고, 지 부장판사를 내란 관련 재판에서 손 떼게 할 수 있다면, 민주당은 상당한 실익을 거둘 수 있다. 특히 중요한 것은 재판부 배당에 전국법관대표자회의를 개입시키는 것이다. 힘 실어준 진짜 이유? 전국법관대표자회의는 양승태 전 대법원장 재임 당시 사법행정권 남용 사태 이후인 지난 2018년 4월 “권한이 집중된 제왕적 대법원장을 견제하고, 법관의 독립성을 보장해야 한다”는 취지를 갖고 설치됐다. 보수 진영 일각에선 이를 일컬어 “지나치게 민주당에 친화적”이라고 비판한다. 전국법관대표자회의 설치 직후 첫 의장으로 선출됐던 최기상 당시 서울북부지법 부장판사는 현재 민주당 의원이다. 전국법관대표자회의는 지난 9월 민주당이 주장한 의제 ‘대법관 증원론’을 포함한 상고심 제도 개선 토론회를 개최했다. 이어 “사법부는 대법관 증원안을 경청하고 자성해야 한다”는 취지로 보고서를 작성·공개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선 전국법관대표자회의를 일컬어 “민주당에 힘을 설어주기 위해 토론회를 개최한 게 아니냐”는 비판 목소리도 제기됐다. 대법원의 이재명 대통령에 대판 파기환송 판결에 대해서도, 정 대표는 지난 9월 전국법관대표자회의에 “조 대법원장 사퇴 권고 등 사법부에 대한 국민적 신뢰 회복 방안을 논의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일각에선 “대법원의 예규 제정은 반격”이라고 해석한다. 그 근거로는 “내란 전담재판부를 줄곧 반대하다가 갑자기 예규 제정을 밝힌 의도에 대한 의문이 제기된다”는 점을 들었다. 민주당은 내란 전담재판부 설치 외에도 기존 사법 체계를 모두 바꿀 만한 사법개혁안을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시킬 준비를 하고 있다. 대법원의 예규 제정에 대해선 “민주당의 공세를 적절한 선에서 수용해 더 큰 공세에 대비하려는 의도”라고 보는 시선도 있다. 하지만 ‘특별재판부’가 ‘전담재판부’로 바뀌었다고 해서 다른 사법개혁안 통과 시도가 중단되는 것은 아니다. 법원으로선 기존 사법 체계를 모두 바꾸려는 민주당의 시도를 보면서 검찰이 해체되는 과정을 되새길 가능성이 아예 없는 건 아니다. 이미 민주당이 주도하는 사법개혁안 자체가 사실상 ‘기존 법원 해체’로 해석될 소지가 있다. 조금씩 권한 잃다 해체 결정 검 종착역은 헌재 최고법원 등극? 민주당 등 범여권이 검찰을 중대범죄수사청·공소청으로 분리해 완수했던 검찰 해체에 대해선 “헌법은 검찰 조직의 존재를 전제로 검찰총장의 존재를 규정했다”면서 위헌 논란을 제기하는 반대 측 의견이 있었다. 하지만 범여권은 이를 강행했다. 큰 틀에서 보면, 검찰은 ▲특별검사제도 도입 ▲검경 수사권 조정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 설치 ▲중대범죄수사청·공소청 분리 등 과정을 거쳐 해체됐다. 최초의 특별검사(이하 특검)는 지난 1999년 김태정 전 검찰총장 부인에 대한 옷 로비 의혹과 한국조폐공사 노조 파업 유도 사건에 대해 진행됐던 최병모 특검이었다. 특검이 성립됐던 배경은 “검찰이 검찰총장의 부인이 연루된 사건을 제대로 수사할 수 있겠느냐”는 회의적인 시선이었다. 아울러 당시 국회 구도는 여소야대였다. 한나라당은 “사건을 축소·은폐했다”는 의혹이 제기되는 흐름을 타고 강하게 밀어붙여 특검법 제정을 주도했다. 이후 현재까지 개별 특검법은 총 16개가 통과됐고, 상설 특검은 6회 추진됐다. 검찰로서는 1999년 최병모 특검 설치가 수사권·기소권 독점이 무너지는 순간이었다. 현재까지 총 22회의 특검이 성립됐다는 것은 검찰에 대한 각계의 불신을 상징하는 중요 사실관계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이것이 끝은 아니었다. 검찰을 노리는 다음 단계는 검경 수사권 조정이었다. 최초의 검경 수사권 조정은 지난 2011년 진행됐다. 이명박 당시 대통령은 국무회의에서 사법경찰관이 검사의 수사 지휘에 이의를 제기하는 재지휘 건의 제도 신설 등의 내용이 담긴 안을 대통령령으로 제정해 의결했다. 지난 2016년엔 ▲진경준 게이트 ▲정운호 게이트 ▲김형준 전 부장검사의 스폰서 의혹 ▲최순실 게이트 등이 연이어 발생해 검찰의 신뢰도에 대한 강한 문제 제기가 이어졌다. 이는 문재인정부 출범 이후 장기간 논의된 검경 수사권 논의로 연결된다. 공수처도 설치됐다. 민주당 집권 후 노무현 전 대통령 사망 사건을 강하게 기억하는 지지자들의 비원을 외면하긴 어려웠던 측면도 있었다. 그렇게 검찰은 서서히 권한을 빼앗겼다. 그러다가 지난 9월에 이르러 검찰은 내년부터 중대범죄수사청과 공소청으로 갈라질 운명에 처했다. 특히 중대범죄수사청은 행정안전부로 옮겨진다. 서서히 권한을 빼앗기다가 끝내 해체를 앞둔 운명을 맞게 된 것이다. 민주당 등 범여권은 ▲법원행정처 폐지 ▲법 왜곡죄 도입 ▲대법관 증원 ▲재판소원 도입 등 사법개혁안을 시도하고 있다. 범여권이 사법개혁안을 모두 통과시킨다면, 사법부로서는 “검찰에 이어 사법부도 한순간에 와해된다”고 인식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한순간에 와해된다 법원행정처가 없어지면 대법원장의 권한이 줄어든다. 법 왜곡죄가 도입되면, 판사의 재판도 법적 처벌 범위 안에 포함될 위험에 노출된다. 대법관이 늘어나 대법관의 권위·희소 가치가 줄어든 후 재판은 헌법소원 제기 범위 안에 포함된다. 최종 종착지는 헌법재판소가 대법원을 제친 후 최상위 사법기관으로 규정될 순간임을 배제하기 어렵다. 지난 24일은 사법부가 느낄 법한 공포가 처음 피부에 와닿은 날이었을 수도 있다. 새해엔 민주당과 사법부의 전쟁이 더욱 거칠게 진행될지도 모른다.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