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즈의 2019 마스터스 '풀스토리'

골프 황제, 그가 돌아왔다

오랫동안 ‘골프 황제’라는 칭호를 달고 전 세계 골프 팬들을 움직여왔다 해도 과언이 아닌, 빨간 티셔츠의 사나이 타이거 우즈. 그런 그가 부상과 스캔들로 시달린 몇 년간 미국프로골프(PGA)의 시계는 멈춰 있는 듯한 느낌이었다. 그런데 지난달 15일 끝난 2019년 마스터스에서 43세의 노장 우즈가 14년 만에 그린재킷을 어깨에 걸치며 PGA의 시계는 다시 돌아가기 시작했다. 
 

타이거 우즈는 몇 년간 음주운전, 성추문 등 세간의 이슈를 몰고 다녔지만, 신기하게도 대중들은 언제나 타이거 우즈를 주목했다. 그는 보이는 행보마다 그 어떤 선수보다 대중의 관심을 끌었다. 

2019년 마스터스에 우즈가 참가한 것 자체가 골프팬들을 열광시키긴 했지만, 그를 우승후보로 거론하는 이는 많지 않았다. 우즈의 우승에 자신의 전 재산인 8만5000달러(약 1억원)를 베팅한 골프팬이 14배의 수익을 올렸을 정도다.

최고의 샷감
위대한 우승

연습 라운드부터 구름 관중을 끌고 다닌 우즈는 1라운드에서부터 단연 압도적인 인기 속에서 산뜻한 출발을 시작했다. 그의 샷감은 최고였고, 흥행은 초반부터 대박 조짐을 보였다.

우즈는 지난 4월12일 미국 조지아주 오거스타의 오거스타 내셔널 골프클럽(파72)에서 열린 PGA투어 시즌 첫 메이저대회 마스터스 1라운드에서 버디 4개와 보기 2개를 묶어 2언더파 70타를 기록, 6언더파 66타를 기록한 공동선두 브룩스 켑카(28·미국), 브라이슨 디섐보(26  ·미국)와 4타차 공동 11위에 올랐다.

마스터스에 22번째 출전하는 그는 전성기를 떠오르게 하는 드라이버 샷과, 정교한 아이언 샷을 보이며 자신에게 유독 몰려든 갤러리들을 충분히 만족시켰다. 사회자가 티잉그라운드에 선 우즈를 소개했을 땐 이날 오거스타GC에서 가장 큰 함성과 환호가 울려퍼졌고, 우즈만 바라보며 이동하는 갤러리가 워낙 많아 같은 조의 욘 람(25·스페인), 리하오퉁(24·중국)이 되레 소외된다는 느낌이 들 정도였다. 우즈가 티샷을 마치면 갤러리 상당수가 다른 두 선수의 티샷을 기다리지 않고 움직였다. 우승 가능성이 가장 높은 선수로 꼽히는 로리 매킬로이(30·북아일랜드)도 우즈의 인기를 따라가지는 못했다.
 

타이거 우즈는 2라운드에서 4언더파 68타를 쳐 공동선두에 1타차로 따라붙으며, 공동선두 그룹에 불과 1타 뒤진 공동 6위(6언더파 138타)로 올라섰다. 1라운드 때 방향이 자주 바뀌는 바람 때문에 샷이 조금 흔들렸다던 우즈는 2라운드에서는 더 정교한 아이언 샷으로 버디를 6개나 뽑아냈다.

17번홀(파4) 3m, 18번홀(파4) 4m 거리 버디 퍼트가 홀 바로 앞에서 비켜나거나 멈추는 등 아쉬운 장면을 고려하면 더 많은 버디도 가능했다. 우즈는 이날 딱 두 번 그린을 놓쳤을 뿐이다. 그는 3라운드에서 버디 6개를 잡아내며 5언더파 67타를 쳐 선두 프란체스코 몰리나리(37·이탈리아)에 2타차 공동 2위(11언더파 205타)로 뛰어올랐다.

전 세계 감동과 흥분의 도가니로
경쟁자·유명인들의 예찬 쏟아져

첫날 2언더파, 2라운드에서 4언더파를 쳤던 우즈는 라운드를 거듭할수록 샷과 퍼트가 더 정교해졌다. 강력하면서 정확해진 드라이버에 아이언 샷도 똑바로 날아 16차례나 버디 기회를 만들었다. 1, 2라운드 때 보였던 짧은 퍼트 실수도 없었다.

최종 라운드에서는 천적이나 다름없는 몰리나리와 맞대결을 펼쳤다. 선두 몰리나리에게 2타 뒤진 공동 2위로 최종 4라운드를 시작한 우즈는 오거스타의 악명 높은 아멘코너(11∼13번홀)를 힘겹게 넘은 뒤 15, 16번홀에서 연속 버디로 역전에 성공했다. 결국 마지막 날 2타를 줄인 끝에 합계 13언더파로 우승했다.
 

승부는 역시 아멘코너에서 갈렸다. 신이 우즈에게 우승을 허락했다는 말이 흘러나왔다. 더스틴 존슨, 브룩스 켑카, 잰더 쇼플리(이상 미국·12언더파) 등 공동 2위 그룹을 1타차로 따돌린 우즈는 우승 상금 207만달러(약 23억5000만원)를 받았다. 메이저 대회로는 2008년 US오픈 이후 11년 만의 우승이다. 그는 또 PGA투어 통산 81승으로 최다 우승 기록(82승·샘 스니드)에도 1승 차로 다가섰다. 

나이키 골프는 우즈의 추락과 함께 골프용품 사업에서 철수하고도, 우즈에 대한 의류 후원을 한 것으로 유명하다. 이번 마스터스 우승으로 나이키 골프는 헌정 광고를 게재해 또 한 번 브랜드 가치를 높였다. 

나이키의 철수 후 새 후원사로 선택된 테일러메이드, 브리지스톤 등도 우즈의 우승으로 우즈가 사용한 클럽을 불티나게 팔고 있는 중이다. 이른바 ‘우즈 아이언세트 스페셜 에디션’은 일반 아이언보다 40% 비싼 2000달러에 판매되고 있지만 주문 폭주로 행복한 비명을 지르고 있다는 후문이다.

마스터스를 주최하는 오거스타 내셔널은 매년 우승자의 마지막 퍼트 짧은 동영상을 트위터로 내보낸다. 지난해 패트릭 리드의 우승 장면은 4월24일을 기준으로 1년이 지나는 동안 39만3000명이 봤다. 그러나 4월15일 우즈의 우승 장면은 9일 만에 820만명이 시청했다. 스무 배가 넘는 시청률이다.

‘좋아요’ 숫자는 1만4800배 차이다. 지난해 리드의 우승 퍼트 트윗에는 45명이, 우즈의 우승 퍼트에는 66만6000명이 좋아요를 눌렀다.

시청률 대박
스폰서 잔치

미국 스포츠매체인 ESPN은 지난 4월23일 타이거 우즈의 마스터스 우승 경제효과를 보도했다. 우즈가 쓰는 골프 공을 만드는 댄 머피 브리지스톤 사장은 “올해 마스터스 대회 때는 지난해에 비해 트래픽이 트위터가 209  %, 페이스북이 400%, 웹사이트가 205% 늘었다”고 말했다.

미국 중계방송사인 CBS에 따르면 올해 마스터스 최종 라운드는 3720만명이 봤다. 지난해에 비해 41% 늘어난 숫자다. 컴퓨터를 활용해 TV와 소셜 미디어의 노출을 분석하는 검검스포츠의 브라이언 김은 “지난해 대회 노출효과 4억5000만달러에 비해 최소 1억달러 늘었다”고 봤다.
 

국내에서 경기를 중계한 SBS골프 채널의 시청률도 대박을 쳤다. 시청률 조사회사 닐슨코리아에 따르면 지난 4월14일 SBS골프에서 방송된 2019 마스터스 토너먼트는 분당 시청률이 최고 1674%(최종 라운드 타이거 우즈 2번홀 플레이)까지 치솟았다. 골프팬들의 관심에 힘입어 최종 라운드 1부 중계는 1026  %라는 높은 시청률을 기록했으며, 대회 평균 시청률은 0.486  %로 집계됐다. 이는 2018년 대회 평균 시청률 0.171%의 세 배 가까운 시청률이다. 골프팬들의 관심이 높아지자 SBS골프도 42시간 최장시간 중계를 했다. 

한편 미국 뉴욕의 명소인 엠파이어스테이트 빌딩은 타이거 우즈의 마스터스 우승을 축하하기 위해 건물을 녹색으로 장식해 화제를 모았다. 빌딩 측은 우즈가 마스터스에서 우승한 다음 날 빌딩 상단을 녹색으로 물들였다. 동시에 붉은색 등으로 ‘NO.5’라는 글씨를 새겼다. 우즈의 5번째 마스터스 우승을 뜻하는 것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도 축하의 말을 전했다. 골프광으로 알려진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트위터에 “우즈를 축하한다. 진정으로 위대한 챔피언”이라면서 “얼마나 환상적인 인생 복귀인가”라고 박수를 보냈다.

전 미국 대통령인 버락 오바마 역시 자신의 트위터에 “우즈, 우승 축하한다. 가장 높은 곳과 바닥을 경험한 후 마스터스에서 다시 우승했다는 건 그의 탁월함과 인내, 그리고 결단의 증거”라고 말했다.

일으켜 세운 힘은 ‘가족’
그리고 체육관서 흘린 땀

메이저대회 통산 최다승 기록 보유자인 잭 니클라우스(18승·  미국)도 우즈를 축하했다. 니클라우스는 “정말 잘했다. 우즈와 함께 골프를 할 수 있어 나는 정말 행복하다. 이건 정말 환상적”이라고 축하의 인사를 전했다.

함께 경기한 동료들도 빠지지 않았다. 최고령 메이저 우승에 도전했던 필 미켈슨(49·미국)은 “골프 인생에서 정말 대단한 순간이다. 우즈의 믿을 수 없는 성과에 깊은 감명을 받았다. 그는 또 다른 그린재킷을 입었다. 골프 역사에 특별한 날로 기억될 것”이라고 축하했다. 세계랭킹 5위 저스틴 토마스(미국)도 “위대한 승리다. 타이거가 있어 우리는 행복하다”고 말했다.

다른 스포츠 종목의 선수들도 찬사를 보냈다. 미국프로농구(NBA) 골든스테이트 워리어스의 스테픈 커리는 “스포츠에서 가장 위대한 컴백 스토리”라고 축하했고, ‘테니스 스타’ 세레나 윌리엄스는 “경기를 지켜보다 눈물을 흘렸다”며 “다른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는 위대함이다. 백만번 축하한다”고 감격해했다. ‘농구 황제’ 마이클 조던(56)은 골프 황제 타이거 우즈의 마스터스 우승을 두고 “지금까지 본 최고의 재기”라며 박수를 보냈다.

우즈를 일으켜 세운 힘은 ‘가족’과‘체육관서 흘린 땀’이다. 황제의 위대한 부활은 그냥 이루어진 것이 아니다.

영국의 골프매체 골프매직에 따르면 우즈의 하루는 오전 4시30분부터 시작된다. 먼저 4마일(약 6.4km)을 달린 우즈는 체육관으로 이동한다. 곧바로 웨이트트레이닝에 돌입하면 허리에 무리가 갈 수 있기 때문에 40여분간 온몸의 근육을 풀어주는 스트레칭을 한다. 웨이트 트레이닝은 중량감 대신 횟수를 늘렸다. 최대치를 들기보다 적정 무게를 가급적 많은 횟수(최대 50회)로 나눠 들기를 반복했다. 그래야 부상을 막으면서 신체의 근육을 키울 수 있기 때문이다.

식이요법도 병행했다. 수분은 근육 신경전달물질이 많은 이온음료(게토레이)로 보충했고, 근육 재생에 필수적인 고단백의 식단을 고수했다. 유산소 운동과 근력 운동을 마친 뒤에는 연습장에서 3시간씩 샷 훈련을 했다. 필드 훈련의 마지막은 쇼트게임이며 1~2시간이 소요됐다. 이후 우즈는 한 번 더 4마일을 달린 뒤에 하루 훈련을 마무리했다.

우즈를 일으켜세운 또 다른 힘은 가족이었다. 우즈는 2007, 2009년에 낳은 딸 샘과 아들 찰리를 보면서 마음을 다잡았다. 수술한 뒤 자녀들과 낚시를 하거나 스포츠 경기 관람을 하는 등 즐거운 시간을 보내면서 우즈는 여유를 되찾았다.

운동 늘리고
식이요법 병행

또한 현재 우즈의 연인인 허먼 역시 우즈의 부활을 이끈 인물로 꼽힌다. 우즈보다 9살 어린 허먼 역시 한때 돈을 목적으로 남자를 만나는, 이른바 ‘골드 디거(gold digger)’라고 조롱받았다. 하지만 우즈가 자신의 차 안에서 약물에 취해 잠든 혐의로 법원에 출두하는 등 어려운 시기를 보낼 때도 그를 옆에서 충실히 보좌하며 ‘그림자 내조’를 이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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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경찰 압수 비트코인 ‘1400억’ 털린 내막

[단독] 경찰 압수 비트코인 ‘1400억’ 털린 내막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경찰이 압수한 비트코인 1700여개 중 1400개 이상이 사라졌다. 전체 피해액은 최소 1300억원에서 최대 1500억원 수준으로 추산된다. 충격적인 것은 탈취 시점과 방식, 그리고 접속 기기까지 모두 경찰 수사 과정과 맞물려 있다는 점이다. 단순 해킹으로 보기 어려운 정황이 잇따라 확인되면서 사건의 성격이 ‘내부 연루 의혹’으로 급격히 기울고 있다. 사건의 출발은 2021년 11월 광주경찰청 반부패경제범죄수사대의 불법 도박사이트 수사였다. 광주청 수사과 소속 경사 김모씨 등은 범죄수익은닉 혐의 압수수색영장을 집행하며 불법 도박장 개설 혐의 등을 받은 비트세븐 거래소 대표 이모씨의 블록체인닷컴 지갑에 접속했다. 6분 간격 연결고리 당시 경찰은 피의자 이씨의 블록체인닷컴 지갑 계정에 접속해 비트코인 1798개를 확인했다. 경찰은 같은 날 오전 11시58분부터 약 40분간 27차례에 걸쳐 135개를 이체하며 1차 압수를 진행했다. 이후 접속이 차단됐다고 주장했지만, 불과 몇 시간 뒤인 11월10일 새벽과 오후, 경찰청 사무실에서 추가로 185개를 더 이체했다. 총 320개가 ‘정식 압수’됐다. 문제는 그 다음이었다. 2021년 11월10일 오후 8시28분. 김 경사는 압수된 계정의 연동 이메일을 자신의 구글 계정으로 변경한다. 그리고 불과 12분 뒤인 8시40분부터, 지갑에 남아 있던 비트코인 1477개가 195차례에 걸쳐 외부 주소로 빠져나갔다. 압수 직후, 그것도 계정 권한이 경찰에게 완전히 넘어간 직후 벌어진 대규모 탈취였다. 블록체인닷컴이 제출한 IP 로그는 더욱 노골적이다. 11월9일부터 10일 오후 8시32분까지 모두 한국 IP를 사용한 수사관 접속 기록이다. 이후 마지막 김 경사의 접속 6분 뒤, 미국·우크라이나·캐나다 IP를 통한 접속이 연속으로 발생한다. VPN을 이용한 김 경사로 의심되는 ‘탈취자’의 접속이다. 수사관 로그인 → 6분 후 탈취 로그인 → 즉시 대량 이체로 이어진 것이다. 외부 해커의 우연한 침입이라 보기에는 타이밍이 지나치게 촘촘하고 정교하다. 결정적인 단서는 디바이스 로그다. 블록체인닷컴 측이 제공한 자료에 따르면, 해당 계정에는 단 두 종류의 기기만 기록돼있다. 하나는 윈도우 기반 데스크톱, 다른 하나는 안드로이드 모바일이다. 이 중 안드로이드 접속은 단 한 번, 우크라이나 IP를 통해 이뤄졌다. 나머지 탈취 접속은 모두 윈도우 데스크톱이다. 문제는 그 윈도우 기기다. 로그에는 수사관이 사용한 윈도우 기기 외에 다른 데스크톱 기록이 존재하지 않는다. 즉, 탈취자가 사용한 윈도우 PC가 별도 기기였다면 반드시 추가 로그가 남아야 하지만 그마저도 없다. 탈취 접속에 사용된 윈도우 기기가 수사관이 사용한 기기와 동일하다는 것이다. 수사관 접속 후 VPN 유출 시작 경찰이 사용한 기기가 쓰였다? 탈취 당시 상황도 석연치 않다. 계정 연동 이메일이 김 경사의 개인 계정으로 바뀐 직후 탈취가 시작됐다. 이 과정에서 최소 198건의 출금이 발생했다. 정상이라면 동일 수량의 알림 이메일이 수신돼야 한다. 그러나 김 경사의 이메일에는 단 7건만 남아 있다. 나머지 191건은 흔적조차 없다. 더욱이 김 경사는 당시 사무실에 남아 있었고, 탈취 시간 동안 계정 재접속을 시도했다고 진술했다. 그럼에도 본인 이메일로 전송된 출금 알림을 전혀 인지하지 못했다는 설명이다. 단순 실수로 보기엔 삭제 규모가 과도하다. 선택적 삭제 가능성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수사 협조 전문가 박모씨의 분석 자료에서도 이해하기 어려운 정황이 발견됐다. 박씨는 11월11일 저녁, 탈취 자금 흐름을 분석한 노드 자료를 김 경사에게 전달했다. 그런데 해당 자료에는 그 시점 기준 아직 발생하지 않은 미래 트랜잭션이 포함돼있었다. 실제 해당 거래는 다음 날 새벽에야 블록체인에 기록된 것으로 확인된다. 블록체인 구조상 발생하지 않은 거래를 사전에 확인하는 것은 원칙적으로 불가능하다. 이 때문에 해당 자료가 사후 수정됐거나, 탈취 경로를 사전에 알고 있었던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다. 이씨는 사건 발생 한 달 뒤 탈취 사실을 인지하고 검찰에 진정을 제기했다. 이후 추가 진정까지 제출했지만, 수사는 2024년까지 사실상 진행되지 않았다. 그러다 뒤늦게 수사가 이뤄졌고, 결과는 반전이었다. 탈취 의혹은 규명되지 않은 채, 오히려 피해자가 허위 고발을 했다며 무고 혐의로 기소된 것이다. 국가 수사기관이 압수한 비트코인이 경찰 손을 거친 직후 대량으로 사라졌으나, 코인의 주인은 구속되고 경찰은 의심에서 벗어났다. 단순 해킹이라 보기에는 시점과 방식, 그리고 이후 수사 흐름까지 모든 것이 비정상적이다. 법원도 이미 “누군가 계정에 접근해 비트코인을 이체했다”고 판단했고, 검찰은 수사 정보 유출 의혹까지 제기하고 경찰을 상대로 압수수색을 벌였다. 정작 탈취 의혹을 제기한 당사자는 무고 혐의로 법정에 서 있는 상황이다. ‘누가 훔쳤는가’라는 본질적 질문은 여전히 답을 얻지 못한 채 사건은 미궁으로 빠졌다. 알림 191건 흔적 없이… 경찰은 1일 전송 한도 때문에 압수가 며칠에 걸쳐 이뤄지는 사이, 이씨 측이 이를 빼돌렸다고 판단했다. 반면 이씨 측은 정반대 주장을 펼쳤다. 계정 접근권한을 사실상 장악한 수사기관 내부에서 탈취가 이뤄졌을 가능성을 제기한 것이다. 사건은 단순 범죄수익 환수 문제를 넘어 ‘압수된 국가 관리 자산이 어떻게 사라졌는가’라는 근본적 의문으로 확장됐다. 광주지법 항소심은 도박공간 개설과 범죄수익은닉 혐의 자체는 유죄로 인정하면서도, 사라진 1476개 비트코인에 대해서는 이씨의 책임을 인정하지 않았다. 재판부는 “누군가 이씨의 블록체인 계정에 접근해 당시까지 남아있던 비트코인 대부분을 다른 지갑으로 이체해 갔다”고 판시했다. 이는 곧 해당 비트코인의 이동 주체가 이씨로 특정되지 않았음을 의미한다. 그 결과 1심에서 600억원대에 달했던 불법 도박장 개설 혐의 등에 대한 추징금은 항소심에서 15억원 수준으로 대폭 줄어들었다. 이 판결은 중요한 함의를 갖는다. 법원이 최소한 “외부 혹은 제3자의 개입 가능성”을 인정했다는 점에서다. 즉, 단순히 피고인이 숨기거나 빼돌린 사건이 아니라, 압수된 계정에 대한 추가 접근이 있었고 실제 자산 이동이 발생했다는 사실 자체는 부정되지 않았다. 검찰 역시 이 사건을 단순히 피고인 책임으로만 보지 않았다. 2023년 11월 검찰은 광주경찰청과 서부경찰서를 상대로 압수수색을 실시했다. 수사 정보가 외부로 유출됐을 가능성과 압수 과정의 적법성을 확인하기 위한 조치였다. 이 과정에서 사건 브로커와 거액 자금 흐름까지 거론되며 사건은 더욱 복잡한 양상으로 번졌다. 단순한 도박사이트 수사가 아니라 수사 기밀, 로비, 가상자산 이동이 뒤엉킨 구조적 사건으로 확장된 것이다. 최근 공판에서는 또 다른 쟁점이 드러났다. 증인으로 출석한 전문가 박씨 측 인물은 사라진 비트코인의 이동 경로를 분석한 결과 특정 거래소 계열 지갑으로 이어지는 흐름이 확인된다며, 도박사이트 운영 세력이 직접 자금을 이동시켰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의심받는 수사관 반면 이씨 측은 사건 직후 오히려 검찰에 진정을 제기하며 탈취 의혹을 먼저 제기한 점을 강조하며, 스스로 범행을 저질렀다면 그런 행동을 할 이유가 없다고 반박했다. 또 블록체인닷컴 측 자료에 따르면 ‘탈취자’는 VPN을 이용해 해외 IP로 접속했으며, 일부 접속은 데스크톱 환경에서 이뤄진 것으로 분석됐다. 만약 이 분석이 사실이라면, 압수 과정에서 사용된 기기와 탈취에 사용된 기기가 동일하거나 밀접하게 연관됐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다만 이 같은 기술적 분석은 현재까지 법원에서 확정된 사실이 아니라는 점에서 추가적인 검증이 필요한 상황이다. 이메일 기록 역시 의문을 키운다. 탈취 과정에서 수백건에 달하는 출금이 발생했다면 이에 상응하는 알림 메일이 존재해야 정상이다. 그러나 일부 기록만 남아 있고 상당수는 확인되지 않는다는 주장도 나온다. 만약 실제로 알림이 발송됐음에도 기록이 남아 있지 않다면, 이는 단순 오류가 아니라 의도적 삭제 가능성까지 의심할 수 있는 대목이다. 결국 이 사건은 세 가지 축으로 압축된다. 첫째, 경찰이 압수한 가상자산이 왜 완전히 확보되지 못했는가. 둘째, 압수 이후 누가 해당 계정에 접근해 자산을 이동시켰는가. 셋째, 그 과정에서 수사기관 내부 혹은 외부 세력의 개입이 있었는가다. 상식적으로 국가가 압수한 자산은 그 어떤 개인소유보다도 안전하게 보호돼야 한다. 그러나 이 사건에서는 정반대 결과가 나타났다. 압수 직후 대규모 자산이 사라졌고, 책임 소재는 규명되지 않았으며, 의혹을 제기한 당사자는 오히려 피고인 신분이 됐다. 계정 변경 직후 사라져 이메일 변경 직후 작업 이 사건이 단순한 형사사건을 넘어서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만약 압수된 자산조차 안전하게 관리되지 못한다면, 국가 형사사법 시스템에 대한 신뢰 자체가 흔들릴 수밖에 없다. 특히 가상자산과 같이 추적과 관리가 기술적으로 가능한 자산에서 이런 일이 발생했다는 점은 더욱 심각하다. 현재까지 드러난 정황만 놓고 보면, 이 사건은 ‘탈취’가 아니라 ‘내부 유출’ 가능성을 강하게 의심케 한다. 한편, 지난달 15일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한 인물은 범행 주체가 경찰이 아니라 탈취범으로 지목된 이씨와 그의 아버지일 가능성이 크다는 취지로 증언했다. 광주지방법원 형사10단독 유형웅 판사는 범죄수익은닉의 규제 및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 등을 받고 있는 이씨 부녀에 대한 속행 공판기일 재판을 열었다. 이씨 부녀는 2021년 11월 경찰 압수수색이 진행되던 중 자신의 블록체인 지갑에 있던 비트코인 1476개를 빼돌린 혐의로 기소됐다. 검사는 이날 A씨를 증인으로 신청해 신문했다. A씨는 과거 이씨 측 부탁을 받고 비트코인 환전에 도움 준 인물이다. 현재는 코인 관련 별도 사기 혐의로 보석 상태에서 재판을 받고 있다. A씨는 이날 검사의 질문을 받고 “이씨 지갑에서 사라진 비트코인 1400여개의 행방을 쫓기 위해 거래 내역을 분석한 결과, 비트세븐 거래소와 연결된 지갑이 다수 등장했다”고 말했다. 이어 “당시 경찰은 일일 전송 제한량이 걸려 있어 이씨 지갑에 있던 비트코인을 여러 날에 걸쳐 경찰 지갑으로 옮겨 압수했는데, 같은 시기 탈취범은 순식간에 이씨 지갑에 있던 비트코인 1400여개를 빼간 것으로 나타났다”고 증언했다. 그러면서 “경찰과 달리 이씨 지갑에서 순식간에 다량의 비트코인을 탈취해 간 점, 탈취된 비트코인 이동 경로에 비트세븐 거래소 지갑이 활용된 점을 고려할 때 탈취범은 비트세븐 거래소를 통제할 수 있는 사람들”이라며 사실상 이씨 부녀를 겨냥했다. 구속된 코인 주인 A씨가 언급한 비트세븐 거래소는 정상적인 가상자산 거래소가 아니라, 이씨 부녀가 해외에 서버를 두고 운영했던 도박사이트라는 주장이다. 비트세븐 거래소와 관련해 이씨는 도박공간 개설 혐의 등으로 대법원에서 유죄 판결을 확정받았다. 다만 해당 재판에서 사라진 비트코인 1476개에 관한 추징(현 시세 기준 약 1620억원) 책임은 인정되지 않아, 검찰은 범죄수익은닉 혐의를 적용해 이씨를 부친과 함께 추가 기소했다. A씨의 증언에 대해 이씨 부녀 측은 즉각 반박하는 대신 별도 의견서를 재판부에 제출하겠다고 밝혔다.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