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발된 79명 의원들 백태

  • 최현목 기자 chm@ilyosisa.co.kr
  • 등록 2019.05.07 10:44:54
  • 호수 1217호
  • 댓글 0개

어렵게 단 금뱃지 ‘달랑달랑’

[일요시사 정치팀] 최현목 기자 = ‘고발 정국’이 따로 없다. 여야 패스트트랙(신속처리 안건) 대치는 ‘역대급’ 고발 후유증을 낳았다. 극한 대치는 일단락됐지만, 여야는 서로에 대한 총부리를 내릴 생각이 없어 보인다. <일요시사>는 21대 총선의 최대 변수로 떠오른 국회 고발 정국의 민낯을 파헤쳤다.
 

▲ 빠루를 들고 있는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 ⓒ사진공동취재단

 

헌정 사상 초유의 고발 정국을 만들어낸 주인공들은 무려 79명으로 일일이 열거하기 힘들 정도로 규모가 크다. 고발정국은 끝을 보기 전까지는 결론이 나지 않을 예정이다. 서로를 고발하더라도 종국에 가서는 취하했던 이전 분위기와는 다르다. 또 고발된 혐의들 중 일부는 피해자가 고소·고발할 경우에만 처벌되는 ‘친고죄’에 해당하지 않아 만약 고발을 취하하더라도 검찰 수사는 계속된다.

아수라장
동물국회

몸싸움·고성·욕설은 지난 한 주 동안 국회를 관통했던 키워드다. 사태는 자유한국당(이하 한국당)이 문희상 국회의장의 집무실을 점거하면서 시작됐다. 바른미래당(이하 바미당) 오신환 의원의 국회 사법개혁특별위원회(이하 사개특위) 사·보임을 저지하기 위한 목적이었다. 앞서 바미당 김관영 원내대표는 패스트트랙 지정에 반대하는 오 의원을 사보임하기로 결정했다.

이에 한국당 의원들이 최종 승인 권한을 가진 문 의장을 압박하러 출격한 것이다.

한국당 의원들은 집무실을 떠나려는 문 의장을 몸으로 막아섰다. 의장 경호 인력과의 몸싸움도 불사했다. 집무실은 고성으로 시끄러웠다. 충격을 받은 문 의장은 서울대병원에 입원해 최근 수술까지 받았다.

국회 곳곳서 격한 몸싸움이 벌어졌다. 김 원내대표가 오 의원을 대신해 사개특위 위원으로 같은 당 채이배 의원을 지목하자, 한국당 의원들은 채 의원의 집무실을 찾아가 그를 6시간이나 감금했다. 이 사태는 경찰과 소방대원이 출동해 채 의원을 탈출시킴으로써 마무리됐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과 한국당 간 전면전의 신호탄이었다. 국회 본청 7층 의안과 앞은 마치 전쟁터를 방불케 했다. 한국당 의원들은 패스트트랙 법안 제출을 막기 위해 의안과를 검거했다. 일부 의원들은 의안과 팩스를 부수는 추태를 벌였다. 
 

▲ 제5회의장 앞에서 스크럼을 짜고 있는 자유한국당 의원들 ⓒ사진공동취재단

국회에 연장이 등장하는 진풍경이 벌어졌다. 국회 경호원들은 한국당 의원들이 점거한 의안과 문을 열기 위해 빠루(쇠 지렛대)와 장도리, 망치 등을 동원했다. 한국당 당직자들은 경호원으로부터 빠루를 빼앗았다. 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가 의안과 복도서 진행된 긴급 의원총회에 해당 빠루를 들고 등장해 화제가 됐다.

의안과 만큼이나 치열했던 전쟁터가 있다. 사개특위와 정치개혁특별위원회(이하 정개특위) 회의장 앞은 각 특위 위원장인 이상민·심상정 의원의 진입을 저지하려는 한국당 의원들의 육탄전으로 아수라장이 됐다. 복도에 줄지어 눕거나 스크럼을 짰다. 복도에서는 한국당 의원들이 부르는 애국가가 울려 퍼졌다.

연장 들고
욕설까지

사태의 심각성을 인지한 유인태 국회 사무총장은 문 의장의 재가를 받아 경호권을 발동했다. 지난 1986년 이후 무려 33년 만이다. 이에 한국당 의원들은 경호원들과 국회 곳곳서 충돌했다. 국회에서는 몸싸움과 욕설, 고성이 난무했다. 이 과정서 한국당 최연혜 의원이 부상을 당하는 사태도 벌어졌다.

한국당을 제외한 4당은 첩보전을 방불케 하는 눈치작전 끝에 정개·사개특위 개회를 성사시켰다. 그리고 한국당 의원들을 제외한 특위 위원들이 선거법과 공수처 법안을 패스트트랙으로 지정하는 데 찬성함으로써 극렬했던 여야의 대치정국은 막을 내렸다. 현재 여야의 대치정국은 소강상태로 접어들었다.

1막 ‘대치 정국’이 끝나자 곧바로 2막 고발 정국이 무대에 올랐다. 민주당은 나 원내대표를 비롯한 한국당 의원 18명을 1차로 고발하고 며칠 뒤 19명을 추가 고발했다. 민주당 이해찬 대표는 한국당 의원 고발과 관련해 최고위원회의서 “내가 직접 카메라 휴대폰으로 불법행위를 한 사람들 사진을 30장 찍어놨다”며 “내 이름으로 고발 조치하겠다”고 전면전을 선포했다.

민주당 홍영표 원내대표 역시 “국회선진화법(이하 선진화법)이 어렵게 만들어졌고, 지난 7년간 이번과 같은 무질서하고 불법적 사태는 일어나지 않았다. 그래서 이 문제만큼은 분명하게 선진화법에 따라서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강경 대응을 예고했다.

대치→고발, 전쟁은 지금부터 
고발 인원만 금뱃지 1/3 규모

정의당도 한국당과의 전면전에 동참했다. 한국당 의원 40명을 선진화법 및 형법 위반 혐의로 고발했다. 대상은 나 원내대표를 포함한 한국당 지도부와 정개특위 회의장 출입을 막은 한국당 의원, 그리고 채 의원을 감금한 한국당 의원 전원이다. 

정의당 이정미 대표는 상무위원회의서 “지난 박근혜 국정 농단을 능가하는 헌정 파괴 범죄며 전복 행위”라며 “법치에 정면으로 도전하는 이런 세력들에 대해서는 어떠한 관용도 있을 수 없다. 법치주의 아래서 폭력의 방식으로는 그 어떤 것도 얻을 수 없다. 한국당은 법치주의에 정면 도전한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물론 한국당도 가만히 있지 않았다. 홍 원내대표를 포함한 15명의 민주당 의원과 정의당 여영국 의원 등을 고발했다.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위반(공동상해) 등이 주요 혐의다. 홍 원내대표 등이 한국당 의원과 당직자를 상대로 폭력을 행사했다는 주장이다.

한국당은 이들뿐 아니라 문 의장, 바미당 김관영 원내대표를 직권남용 혐의로 고발했다. 오신환·권은희 의원을 채이배·임재훈 의원으로 사보임시킨 행위가 직권을 남용한 경우에 해당한다는 주장이다. 한국당 임이자 의원은 문 의장으로부터 성추행 피해를 입었다며 그를 고소하기도 했다.

민주당과 정의당은 한국당 의원들을 선진화법 위반으로 고발했다. 한편 한국당이 민주당과 정의당 의원들에게 제기한 혐의는 자기 당 소속 의원들에 대한 상해다. 이 중 선진화법 위반 여부가 고발정국의 핵심으로 부상하고 있다.

선진화법은 2012년 19대 국회 마지막 본회의서 여야의 합의로 도입됐다. 국회의장의 직권 상정과 다수당의 날치기 법안 처리를 막자는 취지다. 

의원직 상실
피선거권도?

당시 국회법 165조 ‘국회 회의 방해 금지 위반’과 166조 ‘국회 회의 방해죄’ 관련 조항이 추가됐다. 이를 살피면 국회 회의의 방해 목적으로 회의장이나 인근서 폭행·체포·감금·협박·주거침입·퇴거불응·재물손괴의 폭력행위를 하거나 이 같은 행위로 의원의 회의장 출입을 막는 사람에게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을 내릴 수 있다.

또 위험한 물건으로 사람을 폭행하거나 재물을 손괴하는 경우, 서류나 물건 또는 전자기록 등을 손상 및 은닉한 사람에게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한국당 의원들의 의안과 점거가 국회 회의 방해죄에 해당하는 지가 핵심이다. 만약 벌금이라도 맞게 되는 날에는 한국당 의원들이 대거 21대 총선에 출마하지 못하는 사태가 벌어질 수 있다. 공직선거법 19조에 따르면, 국회 회의 방해죄가 인정돼 500만원 이상의 벌금을 선고받은 자는 선거에 출마할 수 없도록 규정한다.

검찰 수사와 재판 결과에 따라 내년 총선의 전체 판세가 좌우될 수 있는 상황이다. 설사 여야가 합의해 상대에 대한 고발을 취하하더라도 이미 법률상 고발이 이뤄진 상태이기 때문에 수사는 계속 진행된다.

불리한 한국당…총선도 차질 
벌금 500이면 피선거권 박탈

검찰에 직접 고발장을 제출한 민주당 송기헌 의원은 검찰청 앞에서 기자들과 만나 “국회법을 개정해 회의 방해 자체를 처벌하도록 한 것은 그런 행위를 하는 사람이 다시는 국회에 들어올 수 없게 해야 한다는 국민의 뜻과 국회의원의 결의가 있었기 때문”이라며 “그 뜻을 계속 살릴 수 있도록, 특히 다음 21대 국회에 (같은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온 힘을 기울이겠다”고 밝혔다.

송 의원과 동행한 이재정 의원은 “이후에도 불법행위를 추가 확인하면 추가 고발할 수 있음은 물론이고, 기존 불법행위도 이미 확보된 자료를 검토해 추가 고발할 수 있다”고 가능성을 열어뒀다.
 

▲ 심상정 정개특위위원장에게 항의하는 장제원 자유한국당 의원

한국당은 형법으로 맞불을 놓은 상태다. 그러나 민주당이 느끼는 위기감은 한국당이 느끼는 위기감에 비해 덜하다는 것이 정치권의 중론이다. 한국당 의원들과 보좌진, 민주당·정의당 의원들과 보좌진, 국회 경호원이 한데 아우러진 상태서 몸싸움이 발생해 한국당 의원들이 민주당 의원들에게 직접적으로 상해를 입었다는 사실을 밝히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 때문이다.

이렇듯 상반된 위기감은 나 원내대표의 발언을 통해 잘 나타난다. 최근 청와대 앞에서 열린 한국당 현장 최고위원회의서 나 원내대표는 “제1야당에 대한 고발과 협박을 멈추라. 심지어 보좌진, 당직자도 고발장으로 위협한다. 이 얼마나 치졸하고 부끄러운 정치탄압인가”라며 “수사를 하더라도 나를 수사하고 탄압하더라도 나를 탄압하라. 보좌진, 당직자, 의원에 대한 고발 취하를 즉각 해달라”고 요구했다.

21대 총선 
영향 받나

나 원내대표의 요구가 받아들여질지는 미지수다. 민주당과 정의당은 고발을 취하할 생각이 없음을 분명히 하고 있다. 고발된 사건은 서울중앙지검 공안2부로 배당됐다. 한국당이 제출한 문 의장과 바미당 김관영 원내대표의 직권남용 혐의는 대검찰청에 접수됐다. 한국당 임이자 의원이 문 의장을 성추행 혐의로 고소한 건은 서울남부지검이 맡았다.


<chm@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집토끼 챙긴 여야 ‘대치 정국’ 함수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과 자유한국당(이하 한국당)의 지지율이 동반상승했다. 선거법·공수처의 패스트트랙 지정을 놓고 벌어진 여야의 강 대 강 대치가 지지자들을 집결시키는 효과를 낳은 것으로 보인다. 무당층이 2주 연속 감소한 대신 민주당과 한국당의 지지율이 나란히 상승했다.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가 지난달 29∼30일 전국 19세 이상 유권자 1011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민주당의 지지율은 전주 대비 1.9%포인트가 오른 39.9%로 집계됐다. 지역별로는 충청권과 호남, 계층별로는 60대 이상과 50대, 30대, 중도층서 상승이 뚜렷이 나타났다.

한국당은 더욱 큰 폭의 상승률을 보였다. 전주 대비 2.6%포인트 오른 34.1%를 기록했다. 이는 3주째 상승세다. 지역별로는 대구·경북(TK)과 부산·울산·경남(PK), 경기·인천, 계층별로는 40대와 60대 이상, 50대, 보수층서 지지율 오름세가 뚜렷했다.

사보임 사태로 내홍을 겪고 있는 바른미래당의 지지율 역시 0.4%포인트 오른 5.7%로 나타났다. 반면 정의당과 민주평화당은 모든 지역과 계층서 지지층 이탈현상이 발생해 하락했다. 정의당은 2.3%포인트 내린 5.5%, 민주평화당은 1.4%포인트 내린 1.3%로 집계됐다.(자세한 조사개요와 결과는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또는 리얼미터 홈페이지 참조) <목>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K-POP 1위 하이브, 수사 리스크 타개책 있나?

K-POP 1위 하이브, 수사 리스크 타개책 있나?

[일요시사 취재1팀 ] 장지선 기자 = 국내 최대 연예기획사가 사면초가 상태에 빠졌다. 업계에서는 부동의 1위를 달리고 있지만 내부는 엉망진창이라는 풍문이 돌고 있다. 레이블 간의 갈등이 법정 공방으로 번졌고 주력 IP는 과거와 비교해 힘을 못 쓰는 모양새다. 연예계 ‘미다스의 손’으로 불리는 수장은 이 위기를 어떻게 타개하려는 걸까? 2024년 5월 엔터테인먼트 기업 하이브가 대기업집단으로 지정됐다. 공정거래위원회는 계열사 자산 총액과 자본 총액을 더한 자산이 5조원을 넘긴 곳을 대기업집단으로 지정한다. 2024년 3월 공개한 사업보고서 기준으로 하이브 자산 총계는 5조원을 넘었다. 당시 기준으로 재계 순위 85위에 올랐다. 빛 좋은 개살구? 대기업집단으로 지정되면 공정거래법상 기업의 의무가 늘어난다. 엄격한 법의 테두리 안으로 들어가게 되는 것이다. 동시에 상징성도 얻는다. 실제 하이브는 국내 엔터테인먼트 업계에서 최초로 대기업집단에 지정됐다. 국가 차원에서 하이브가 ‘업계 1위’로 인정받은 셈이다. 공정거래위원회는 “K팝의 세계화로 앨범, 공연, 콘텐츠 등이 주요 수익원인 엔터테인먼트 업계가 급격히 성장한 것이 반영됐다”고 지정 배경을 밝혔다. 하이브의 대기업집단 지정은 민희진 전 어도어 대표와의 갈등이 한창 불거질 무렵에 이뤄졌다. 앞서 2024년 4월 하이브는 그룹 뉴진스 등이 소속된 레이블 어도어를 이끌고 있던 민 전 대표가 경영권을 탈취하려 했다는 의혹을 제기하며 감사를 진행했다. 민 전 대표와 하이브 간 이른바 ‘민-하 대전’의 시작이었다. 이후 뉴진스, 다른 레이블까지 싸움에 뛰어들었다. 뉴진스는 자신들의 프로듀서는 민 전 대표라고 주장하면서 계약 해지를 요구했고 다른 레이블은 민 전 대표가 제기한 표절 의혹 등에 반발해 소를 제기했다. 민 전 대표와 하이브 간의 계약 문제도 송사로 번졌다. 그 사이 뉴진스는 쪼개졌고 멤버 1명은 계약 해지 후 피소됐다. 내부 문제 외에도 SM엔터테인먼트(이하 SM)의 경영권을 인수하는 과정에서 불거진 카카오와의 갈등도 현재 진행형이다. 카카오와 하이브는 ‘아이돌 명가’로 불리는 SM을 인수하기 위해 엄청난 출혈 경쟁을 벌였다. 인수전이 과열되면서 카카오가 주가를 조작했다는 의혹이 제기됐고 김범수 의장이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기소돼 구속됐다가 보석 석방되기도 했다. 1900억원대 부당이득 혐의 경찰 영장 청구, 검찰 반려 이 모든 과정이 진행되는 동안 방시혁 하이브 의장은 두문불출 상태였다. 미국에 머물다가 인터넷 방송 BJ ‘과즙세연(본명 인세연)’과 거리를 걷는 사진이 찍혀 입길에 오른 것을 제외하면 행보를 알기 어려웠다. 방 의장이 프로듀싱을 도맡아 온 방탄소년단(BTS)도 ‘군백기(군대+공백기)’ 상태였다. 하지만 BTS의 광화문 공연 이후 방 의장에 대한 언급이 늘었다. BTS는 멤버 전원이 군대에 다녀온 뒤 ‘완전체’ 첫 행보로 광화문 공연을 선택했다. 정부와 서울시가 하이브의 제안을 받아들이면서 성사된 공연은 각종 논란으로 이어졌다. 정부가 하이브에 특혜를 주고 있는 게 아니냐는 의심이 제기된 시점도 이때다. 지난달 21일 광화문 일대는 경찰 등에서 동원된 경비 인원으로 삼엄했다. 광화문 인근을 지나가는 사람들에 대한 대대적인 검문이 이뤄졌고 그 수위는 살벌했다. 공연과는 전혀 관계가 없어 보이는 이들도 검문 대상으로 지목됐고 결혼식 등 행사에 참석하기 위해 모인 사람도 어김없었다. 정부와 전폭적인 지원에도 BTS 공연을 위해 광화문에 모인 인파는 예상에 크게 미치지 못했다. 앞서 26만명이 몰릴 것으로 예상했지만 공연 직후 경찰은 4만명으로 추산했고 하이브는 10만여명으로 발표했다. 어떤 기준을 갖다 대도 예상치보다 적은 인원이 모이면서 공연 자체를 비판하는 목소리와 모두의 광장인 광화문을 사기업이 특정 시간대에 독점하는 게 맞느냐는 지적이 이어졌다. 회사 뒤에 숨어 있나 실제 BTS의 광화문 공연은 ‘관급 행사’를 방불케 하는 모습을 보였다. 공연 전 국무총리가 하이브를 방문했고 서울시는 공연 당일 경비를 위한 회의를 여러 번 진행했다. 물 샐 틈 하나 없는 경비 체제를 구축한다는 명분으로 안전 관리에만 경찰 6700여명 등 모두 1만5000명에 이르는 인력이 동원됐다. 이재명 대통령도 가세했다. 이 대통령은 공연 전에는 안전 관리를 당부하는 목소리를 냈고 공연 이후에도 호평을 남겼다. 이 대통령은 공연 이후인 지난달 24일 열린 국무회의에서 “이번 공연은 광화문 홍보를 넘어 대한민국 홍보에 결정적이었다”며 “기획을 잘 해서 잘 진행했다”고 평했다. 대통령까지 언급한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은 공교롭게도 방 의장에 대한 비판으로 튀었다. 방의장이 현재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는 점, 그 내용이 주식과 관련된 것이라 정부 정책에 반한다는 점 등이 화두가 됐다. 이 대통령은 ‘주가조작은 패가망신’이라면서 엄하게 처벌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바 있다. 방 의장은 하이브 IPO(기업 공개) 이전인 2019년 기존 투자자들에게 상장 계획이 지연될 것처럼 설명하는 등 기망행위를 통해 주식을 매수하고 이후 자신과 관련된 사모펀드가 설립한 특수목적법인(SPC)에 지분을 넘기는 방식으로 부당이득을 취한 혐의를 받는다. 경찰이 추산한 부당이득 액수는 1900억원에 이른다. 지난해 7월 이 대통령의 ‘주가조작은 패가망신’ 경고 이후 주식시장을 교란한 혐의를 받는 인사들에 대한 금융 당국의 제재가 강해졌다. 당시 지목당한 인물 가운데 한 명이 바로 방 의장이었다. 금융위원회 증권선물위원회는 지난해 7월16일 자본시장법상 부정거래 행위 금지 위반 혐의로 방 의장을 검찰에 고발했다. 경찰도 같은 혐의로 방 의장에 대한 수사에 착수했다. 미국 압박 경찰 발끈? 검․경의 중복 수사 우려까지 불거졌던 사안은 경찰이 내사에 착수한 2024년 말 이후 1년 반이 지나도록 어떤 결론에도 이르지 못했다. 경찰은 지난해 9월 방 의장을 처음 소환한 이후 같은 해 11월까지 총 5차례 조사했다. 이후 5개월간 추가 소환이나 신병 확보가 진행되지 않으면서 ‘늑장 수사’라는 비판이 일었다. 서울경찰청 금융범죄수사대는 지난 21일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방 의장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박정보 서울경찰청장은 구속영장 청구 하루 전인 지난 20일 정례 기자간담회에서 “방 의장 수사는 거의 마무리됐다”며 “법리를 검토 중이고 머지않은 시간 내에 종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고 다음 날 방 의장에 대한 신병 확보에 나선 것이다. 방 의장 측은 즉각 유감을 표명했다. 그의 변호인단은 “장기간 성실히 수사에 협조했음에도 구속영장이 신청된 것은 유감”이라며 “향후 법적 절차에도 충실히 임해 최선을 다해 소명할 것”이라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주한미국대사관의 압박에 영향을 받은 게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주한미국대사관은 최근 방 의장의 미국 방문과 관련해 출국 협조를 요청하는 서한을 경찰에 전달한 것으로 확인됐다. 서한에는 오는 7월4일 예정된 미국 독립기념일 250주년 행사 참석과 BTS의 월드투어 지원 필요성 등이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 방 의장은 출국금지 상태다. BTS 광화문 공연부터 특혜 의혹 솔솔 나와 주한미국대사관의 행보에 경찰 내부는 격앙된 상태인 것으로 전해졌다. BTS 콘서트나 독립 250주년 기념행사 등을 고리로 미국 측을 움직여 수사 편의를 우회 압박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 나왔다. 이번 사건의 공범으로 의심되는 인물이 지난해 미국으로 출국한 뒤 귀국하지 않는 상황이라 방 의장이 입을 맞추거나 도주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고, 경찰의 신병 확보 결정에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하이브는 국민 정서를 자극할 수 있는 ‘무리수’를 둘 이유가 없다는 입장이다. 오히려 주한미국대사관의 서한 발송이 당혹스럽다는 분위기다. 하이브 관계자는 “공식적으로 행사 참석을 요청받은 적도 없고 출국금지를 해제해 달라고 요청할 수도 없다”고 전했다. 구속 갈림길에 서 있던 방 의장은 검찰의 구속영장 반려로 한숨 돌리게 됐다. 서울남부지검 금융.증권범죄합동수사부는 지난 24일 방 의장에게 신청된 구속영장을 돌려보냈다. 검찰은 “현 단계에서 구속을 필요로 하는 사유 등에 대한 소명이 부족하다고 판단해 보완수사를 요구했다”고 밝혔다. 일단 구속 위기는 피했지만 방 의장의 사법 리스크가 다시 수면 위로 올라오면서 하이브의 최대 변수가 되는 모양새다. 하이브는 핵심 IP인 BTS 컴백으로 최대한 분위기를 띄워야 하는 상황에서 광화문 공연이 한 차례 논란이 된 데 이어 오너 리스크까지 덮쳤다. 무엇보다 방 의장이 하이브에 끼치는 영향이 절대적인 만큼 향후 상황에 따라 발생할 예측 불가능한 수준의 후폭풍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오너 리스크 K-팝도 영향 연예계 관계자 사이에서는 방 의장의 사법 리스크가 하이브를 넘어 K-팝 업계에 미칠 영향이 상당할 것이라는 분석도 제기된다. 우리나라 문화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는 K-팝의 이미지가 업계 1위 수장의 오너 리스크로 얼룩질 수 있다는 걱정이다. 방 의장은 이 위기를 어떻게 타개할까?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