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문이 겨냥한 역린 풀스토리

  • 최현목 기자 chm@ilyosisa.co.kr
  • 등록 2019.01.21 10:39:40
  • 호수 1202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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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을 만큼 참았다…내전 폭발전야

[일요시사 정치팀] 최현목 기자 = 비문(비 문재인)의 반격이 시작된 것일까. 최근 더불어민주당 내 비문계 의원들이 문재인정부를 향해 쓴소리를 아끼지 않으면서 일촉즉발의 상황이 발생했다. 정권교체 이후 잠잠했던 친문(친 문재인) 대 비문의 계파갈등이 서서히 고개를 드는 모양새다. 비문이 겨냥한 역린(군주의 분노 또는 군주가 분개할 만한 그의 약점)은 무엇일까.
 

▲ 문재인 대통령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송영길 의원은 작심하고 문정부의 탈원전 정책을 지적했다. 지난 11일 한국원자력산업회의가 개최한 ‘원자력계 신년인사회’에 참석해 신한울 원전 3·4호기 건설 재개를 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취지의 발언을 내놨다.

탈원전 재검토
작심발언 토해

그는 이 자리서 “오래된 원자력과 화력을 중단하고 신한울 3·4호기와 스와프(교환)하는 방안도 검토될 필요가 있다”며 “신한울 3·4호기 문제는 다시 여러 가지를 검토해서 원자력산업 생태계가 발전하고, 다가올 원전 해체 시장서도 대한민국 원자력산업이 세계 시장을 주도할 수 있게 관심을 가지고 뒷받침하겠다”고 말했다.

문정부의 탈원전 정책을 직접 겨냥한 듯한 발언도 내놨다. 그는 “원자력업계가 문정부 들어와서 탈원전을 하다 보니 여러 가지 힘이 빠지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주장했다.

집권여당의 현역 의원이 정부의 핵심정책에 속도조절론을 들고 나온 것이다. 이는 민주당 내 큰 논란을 불러 일으켰다. 전임 원내대표인 우원식 의원은 “시대의 변화를 잘못 읽은 적절치 못한 발언”이라며 “송 의원의 발언에 대해 매우 유감으로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민주당 지도부와 청와대도 우 의원의 지적에 힘을 실어줬다. 사태가 자칫 여당 분열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감 때문으로 읽힌다.

민주당 이해찬 대표는 “공론화 과정을 거쳐 결정된 것이기에 (신한울 3·4호기 건설 재개)검토는 신중하게 해야 한다”고 했으며, 홍영표 원내대표는 “지금 쉽게 정책을 전환하면 안 된다”고 거들었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원전 문제는 사회적 공론화위원회의 논의를 거쳐 정리가 됐다고 생각한다”며 논란 차단에 나섰다.

그러나 송 의원은 신한울 3·4호기 건설 재개 검토가 필요하다는 기존의 뜻을 굽히지 않았다. 지난 15일 “화력발전 에너지를 재생에너지로 대체하는 과정서 안정적인 에너지원인 원자력 발전은 장기간 공존할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자 이해찬 대표의 비서실장인 김성환 의원까지 나서 “석탄발전소의 대안으로 원전을 지어야 한다는 논리는 마치 고속도로서 갑자기 끼어드는 차를 피하려고 중앙선을 넘는 것과 같다”고 송 의원을 비판했다. 여기에 여러 의원이 탈원전 논란에 가세하면서 당 내 갈등은 봉합이 아닌 확전 양상을 띠게 됐다.

문정부 상징 탈원전에 일침
당 지도부 합의사안도 지적

신한울 3·4호기 건설을 재개해야 한다는 목소리는 지난 15일 청와대서 열린 ‘2019 기업인과의 대화’ 도중에도 나왔다. 그러나 당시 문 대통령은 신한울 3·4호기를 포함한 원전 신규 건설은 없다는 뜻을 분명히 밝혔다.

지난 15일에는 때아닌 ‘순혈주의’ 논란이 불거졌다. 발단은 무소속 손금주·이용호 의원의 입당 불허 결정이다. 민주당 내에서는 두 사람에게 입당 불허가 결정된 이유는 '친문계의 반대' 때문이라는 소문이 돌고 있다. 
 

▲ 탈원전 재검토를 주장하고 나선 비문(비 문재인)계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의원

박영선 의원이 나서 두 사람의 입당 불허가 민주당 발전을 저해할 수 있다는 취지의 발언을 내놨다. “과거 로마의 번영은 개방에 있었다”고 말한 박 의원은 “순혈주의가 필요할 때도 있지만 축적되면 때때로 발전을 저해할 때도 있다. 민주당은 순혈주의를 고수해야 할 것인지 개방과 포용을 해야 할 것인지 겸손하게 진지한 고민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우상호 의원도 “이용호, 손금주 의원의 입당을 불허한 근거가 순혈주의 때문인지 우려된다”며 거들었다.

연동형 비례대표제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도 제기됐다. 정성호 의원은 지난 11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의원 정수를 360명까지 늘리자는 주장이 거세지만 지금 국회 현실을 보면 선뜻 동의하기 어렵다”며 “의원 250명 정도로도 충분할 것”이라고 밝혔다. 

연동형 비례대표제는 지난해 12월, 민주당 홍 원내대표가 도입에 ‘원칙적 합의’ 입장을 밝혔으며, 현재 민주당 지도부가 야3당(바른미래당·민주평화당·정의당)과 협상 중인 사안이다.

앞서 한마디씩 내놓은 박영선(4선)·송영길(4선)·우상호(3선)·정성호(3선) 의원은 민주당 중진 의원이자 비주류인 비문계로 분류된다. 이들이 당청 입장과 다른 목소리를 내자 문 대통령의 당선 이후 독주하던 친문계에 대한 비문계의 반격이 시작된 것 아니냐는 관측이 힘을 받고 있다.

발언권 있는
중진 나섰다

문정부 3년 차에 비문계 중진들의 목소리가 커졌다는 사실이 의미심장하다. 이에 정치권은 ‘집권 3년 차 징크스’를 거론하고 있다. 집권 3년 차에 들어서면 당청 사이에 불협화음이 커진다는 속설이다.

역대 정권은 예외 없이 집권 3년 차 징크스를 겪은 바 있어 속설이지만, 법칙이라 해도 무방하다. 이명박정부는 집권 3년 차였던 지난 2010년 친이(친 이명박)계와 친박(친 박근혜)계가 세종시 수정안에 이견을 보이면서 극렬 대치했던 바 있다.

박근혜정부 3년 차였던 지난 2015년 최고의 키워드는 ‘배신의 정치’였다. 당시 새누리당 원내대표였던 유승민 의원은 국회 대표연설에 나서 박근혜정부의 ‘증세 없는 복지’는 허구라며 일침을 날렸다. 얼마 지나지 않아 박 대통령은 “신뢰를 어기는 배신의 정치를 심판해달라”고 사실상 유 의원을 겨냥한 발언을 내놔 큰 파장을 낳기도 했다. 

이처럼 역대 정권서도 집권 3년 차 대통령의 지지율 하락과 이에 따른 구심력 약화 현상은 반복돼왔다. 문정부 집권 3년 차인 올해도 상황이 유사하게 흘러가고 있다. 문 대통령이 지난 10일 신년 기자회견서 “정부 정책이 수립되면 ‘원팀’이 돼서 함께 나아가야 한다”고 말하고 하루가 지난 뒤 송 의원은 문정부 탈원전 정책과 배치되는 발언을 내놨다. 
 

▲ 이용호·손금주 무소속 의원의 입당 불허에 대해 우려 입장을 나타냈던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의원

이해찬 대표가 지난 13일 기자회견서 “인위적 이합집산은 없다”고 말하고 이틀이 지난 15일 박영선·우상호 의원이 순혈주의 논쟁에 불을 지폈다. 

즉 집권 3년 차에 원심력이 구심력을 앞서는 현상이 현 민주당 내부서도 일어나고 있다는 뜻이다. 그렇다면 이유는 무엇일까. 정치권은 문 대통령 지지율의 하락과 다가올 21대 총선의 상관관계를 언급한다.

3년 차 징크스
왜 이런 일이?

문 대통령의 지지율은 최근 소폭 반등했지만, 지난 1년간 뚜렷한 하락세를 보여왔으며 최근의 반등세도 1주 만에 하락세로 꺾였다.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가 tbs 의뢰로 지난 14∼16일 사흘간 전국 성인남녀 1505명을 대상으로 조사하고 17일 발표한 문 대통령의 국정수행 지지도 조사결과, 지지율은 49.4%로 집계됐다. 이는 전주 대비 0.2%p 하락한 수치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21대 총선은 2020년 4월에 열린다. 올해 농사가 사실상 선거 결과를 좌지한다고 보면 된다. 문 대통령의 지지율 하락은 비문계 입장서 공천 적신호이자 주류에게 반기를 들 수 있는 명분이다. 

비주류는 총선서 언제나 ‘컷오프’ 대상에 오를 우려를 안고 있다. 대통령 입장서 집권 반환점을 넘긴 시점에 당정청의 합의된 메시지를 신경 쓰지 않을 수 없다. 자칫 메시지에 혼선이 생길 경우 레임덕에 걸려 집권 후반부에 대통령이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상황에 직면할 수 있기 때문이다.

비문도 이 같은 정치공학을 잘 알고 있다. 때마침 문 대통령의 지지율이 2년 차 중반 때부터 지속적으로 하락해 50% 이하로 진입했다. 비문 입장에선 회생 가능성이 열린 것이다. 

역린은 ‘탈원전’이다. 탈원전은 정계·재계뿐 아니라 일반 시민들 사이서도 반대하는 목소리가 높다. ‘탈원전 반대 및 신한울 3·4호기 건설 재개’ 서명 참여자가 이미 30만명을 돌파했다. 지난해 12월13일 서명운동이 시작되고 한 달여 만에 벌어진 일이다.

비문계 입장에선 탈원전이 도박을 걸어볼 만한 ‘빅 카드’인 셈이다. 여기에 탈원전을 반대하는 야권의 든든한 지원도 무시할 수 없는 요소다.

자유한국당(이하 한국당)과 바른미래당 등 보수 야당은 신한울 3·4호기 건설 재개에 관한 이해관계자들의 공론화와 탈원전 정책의 찬반을 묻는 국민투표를 추진한다.

목소리 높이는 비문, 왜?
계파 역학관계 뒤바뀌나

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는 지난 16일 국회에 예쭝광 대만 칭화대 교수를 초청해 가진 조찬간담회서 “(신한울) 3·4호기 공사가 공론화 과정 없이 중단돼 매몰 비용이 적게는 4000억서 많게는 6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되는 등 졸속 탈원전 정책의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다”며 “그동안 탈원전 반대 서명을 30만명에게 받았는데 이제는 바른미래당 등과 함께 국민 공론화에 적극적으로 나서겠다”고 예고했다.

바른미래당 김관영 원내대표는 국회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서 “정부의 국가 에너지 정책 철학·기조가 바로 서 있지 못하다”며 “공론화와 국민투표를 위한 범사회적기구를 구성하자”고 제안했다. 

한국당은 정부가 에너지 정책을 전환할 시 그 내용을 국민투표에 부칠 수 있게 하는 에너지법 개정안을 2월 임시국회의 중점 법안으로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보수 야당뿐 아니라 민주당과 뿌리가 같은 민주평화당도 탈원전 정책 재검토에 힘을 실어줬다. 민주평화당의 최대주주인 박지원 의원은 지난 15일 송 의원의 발언을 지지한다며 “이러한 소신을 대통령 정책에 반하더라도 밝힐 수 있는 문정부가 돼야 성공한다”고 밝혔다.

민주평화당 김경진 의원도 지난 17일 “송 의원의 발언을 지지한다”며 “정부의 탈원전 정책은 국민 의견을 수렴해 더욱 신중하게 결정해야 할 문제”라고 말했다. 김형구 수석부대변인도 지난 15일 논평을 통해 “청와대의 갑질이 도를 넘었다”며 “송 의원의 발언에 당내 십자포화가 쏟아지고 있다”고 거들었다.
 

▲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의원

당내 비주류인 비문계가 목소리를 내기 시작하면서 정치권은 ‘친문 대 비문’의 계파 갈등이 벌어질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민주당은 이미 여러 차례 계파 갈등으로 홍역을 치른 선례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2015년 정치권의 키워드는 ‘친문패권주의’였다. 그해 안철수 전 의원은 친문패권주의에 반대한다며 새정치민주연합을 탈당하고 안철수 신당을 창당했다. 박지원·주승용·김동철·문병호·황주홍·유성엽 의원 등 친문패권주의 반대에 뜻을 같이하는 호남 국회의원 다수가 안철수 신당으로 넘어가 국민의당을 창당했다.

친문패권주의라는 단어는 올해 또다시 등장했다. 바른미래당 이종철 대변인은 지난 14일 고 김영삼 전 대통령의 아들 김현철 김영삼민주센터 상임이사의 민주당 탈당에 대해 “친문패권주의에 대한 경고”라며 “비핵화·일자리·탈원전 등 문정부의 정책 수정을 요구하는 김 이사의 말을 국민 대다수는 찬동할 것”라고 평가했다.

주류·비주류
바로 바뀔까?

반면 비문계 중진들의 목소리 내기를 친문 대 비문의 대립 구도로 보는 시선을 경계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비문이 문정부 집권 3년 차에 반기를 들기 시작했다는 해석은 비약이라는 지적이다. 민주당 비문계의 한 의원실 보좌진은 지난 15일, 순혈주의 논란이 불거진 것과 관련해 “우리의 목표는 총선승리 단 하나뿐”이라며 “지금 논란도 고언을 하는 과정서 불거진 것이지 총선모드로 전환되면 원팀이 완성될 것”이라고 말했다. 


<chm@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기탁금 1위 정당은?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이하 선관위)가 지난해 국민이 기탁한 정치자금 20억5000여만원을 여야 각 정당에 지급했다고 지난 14일 밝혔다.

가장 많은 기탁금을 받은 정당은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었다. 민주당은 6억4000만원을 받았다. 2위는 자유한국당(이하 한국당)으로 6억3000만원을 기록했다. 이어서 바른미래당이 4억6000만원, 민주평화당과 정의당이 각각 1억2000만원, 민중당이 4000만원, 대한애국당이 100만원을 지급받았다.

2017년에는 한국당이 1위였다. 당시 한국당은 12억9000만원을 받았다. 1년 새 기탁금이 반 토막이 난 것이다. 당시 2위였던 민주당은 12억6000만원을 지급받았다. 민주당 역시 1년 새 기탁금이 반 토막 났다.

선관위에 따르면 지난해 기탁금을 낸 국민은 총 2만2054명이었다. 이 중 99.8%에 해당하는 2만2013명이 10만원 이하의 소액 기탁자였다. 특히 4분기에 한 해 기탁금의 대부분인 20억700여만원이 모금됐다.

이에 대해 선관위 관계자는 “연말정산을 앞두고 세액공제 혜택을 받기 위해 정치자금 기탁금도 연말에 몰리는 경향이 있다”고 설명했다. 기탁금은 연말정산 시 10만원까지 전액 세액공제된다. 10만원 초과 시 해당 금액의 15%, 3000만원 초과 시 25%까지 세액공제를 받을 수 있다. 

기탁금은 국민이 선관위에 기탁하는 정치자금이다. 국회의원후원회나 중앙당후원회 등에 기부하는 정치 후원금과 다르다. 공무원이나 사립학교 교원 등 국민 누구나 기탁금을 낼 수 있다.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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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POP 1위 하이브, 수사 리스크 타개책 있나?

K-POP 1위 하이브, 수사 리스크 타개책 있나?

[일요시사 취재1팀 ] 장지선 기자 = 국내 최대 연예기획사가 사면초가 상태에 빠졌다. 업계에서는 부동의 1위를 달리고 있지만 내부는 엉망진창이라는 풍문이 돌고 있다. 레이블 간의 갈등이 법정 공방으로 번졌고 주력 IP는 과거와 비교해 힘을 못 쓰는 모양새다. 연예계 ‘미다스의 손’으로 불리는 수장은 이 위기를 어떻게 타개하려는 걸까? 2024년 5월 엔터테인먼트 기업 하이브가 대기업집단으로 지정됐다. 공정거래위원회는 계열사 자산 총액과 자본 총액을 더한 자산이 5조원을 넘긴 곳을 대기업집단으로 지정한다. 2024년 3월 공개한 사업보고서 기준으로 하이브 자산 총계는 5조원을 넘었다. 당시 기준으로 재계 순위 85위에 올랐다. 빛 좋은 개살구? 대기업집단으로 지정되면 공정거래법상 기업의 의무가 늘어난다. 엄격한 법의 테두리 안으로 들어가게 되는 것이다. 동시에 상징성도 얻는다. 실제 하이브는 국내 엔터테인먼트 업계에서 최초로 대기업집단에 지정됐다. 국가 차원에서 하이브가 ‘업계 1위’로 인정받은 셈이다. 공정거래위원회는 “K팝의 세계화로 앨범, 공연, 콘텐츠 등이 주요 수익원인 엔터테인먼트 업계가 급격히 성장한 것이 반영됐다”고 지정 배경을 밝혔다. 하이브의 대기업집단 지정은 민희진 전 어도어 대표와의 갈등이 한창 불거질 무렵에 이뤄졌다. 앞서 2024년 4월 하이브는 그룹 뉴진스 등이 소속된 레이블 어도어를 이끌고 있던 민 전 대표가 경영권을 탈취하려 했다는 의혹을 제기하며 감사를 진행했다. 민 전 대표와 하이브 간 이른바 ‘민-하 대전’의 시작이었다. 이후 뉴진스, 다른 레이블까지 싸움에 뛰어들었다. 뉴진스는 자신들의 프로듀서는 민 전 대표라고 주장하면서 계약 해지를 요구했고 다른 레이블은 민 전 대표가 제기한 표절 의혹 등에 반발해 소를 제기했다. 민 전 대표와 하이브 간의 계약 문제도 송사로 번졌다. 그 사이 뉴진스는 쪼개졌고 멤버 1명은 계약 해지 후 피소됐다. 내부 문제 외에도 SM엔터테인먼트(이하 SM)의 경영권을 인수하는 과정에서 불거진 카카오와의 갈등도 현재 진행형이다. 카카오와 하이브는 ‘아이돌 명가’로 불리는 SM을 인수하기 위해 엄청난 출혈 경쟁을 벌였다. 인수전이 과열되면서 카카오가 주가를 조작했다는 의혹이 제기됐고 김범수 의장이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기소돼 구속됐다가 보석 석방되기도 했다. 1900억원대 부당이득 혐의 경찰 영장 청구, 검찰 반려 이 모든 과정이 진행되는 동안 방시혁 하이브 의장은 두문불출 상태였다. 미국에 머물다가 인터넷 방송 BJ ‘과즙세연(본명 인세연)’과 거리를 걷는 사진이 찍혀 입길에 오른 것을 제외하면 행보를 알기 어려웠다. 방 의장이 프로듀싱을 도맡아 온 방탄소년단(BTS)도 ‘군백기(군대+공백기)’ 상태였다. 하지만 BTS의 광화문 공연 이후 방 의장에 대한 언급이 늘었다. BTS는 멤버 전원이 군대에 다녀온 뒤 ‘완전체’ 첫 행보로 광화문 공연을 선택했다. 정부와 서울시가 하이브의 제안을 받아들이면서 성사된 공연은 각종 논란으로 이어졌다. 정부가 하이브에 특혜를 주고 있는 게 아니냐는 의심이 제기된 시점도 이때다. 지난달 21일 광화문 일대는 경찰 등에서 동원된 경비 인원으로 삼엄했다. 광화문 인근을 지나가는 사람들에 대한 대대적인 검문이 이뤄졌고 그 수위는 살벌했다. 공연과는 전혀 관계가 없어 보이는 이들도 검문 대상으로 지목됐고 결혼식 등 행사에 참석하기 위해 모인 사람도 어김없었다. 정부와 전폭적인 지원에도 BTS 공연을 위해 광화문에 모인 인파는 예상에 크게 미치지 못했다. 앞서 26만명이 몰릴 것으로 예상했지만 공연 직후 경찰은 4만명으로 추산했고 하이브는 10만여명으로 발표했다. 어떤 기준을 갖다 대도 예상치보다 적은 인원이 모이면서 공연 자체를 비판하는 목소리와 모두의 광장인 광화문을 사기업이 특정 시간대에 독점하는 게 맞느냐는 지적이 이어졌다. 회사 뒤에 숨어 있나 실제 BTS의 광화문 공연은 ‘관급 행사’를 방불케 하는 모습을 보였다. 공연 전 국무총리가 하이브를 방문했고 서울시는 공연 당일 경비를 위한 회의를 여러 번 진행했다. 물 샐 틈 하나 없는 경비 체제를 구축한다는 명분으로 안전 관리에만 경찰 6700여명 등 모두 1만5000명에 이르는 인력이 동원됐다. 이재명 대통령도 가세했다. 이 대통령은 공연 전에는 안전 관리를 당부하는 목소리를 냈고 공연 이후에도 호평을 남겼다. 이 대통령은 공연 이후인 지난달 24일 열린 국무회의에서 “이번 공연은 광화문 홍보를 넘어 대한민국 홍보에 결정적이었다”며 “기획을 잘 해서 잘 진행했다”고 평했다. 대통령까지 언급한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은 공교롭게도 방 의장에 대한 비판으로 튀었다. 방의장이 현재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는 점, 그 내용이 주식과 관련된 것이라 정부 정책에 반한다는 점 등이 화두가 됐다. 이 대통령은 ‘주가조작은 패가망신’이라면서 엄하게 처벌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바 있다. 방 의장은 하이브 IPO(기업 공개) 이전인 2019년 기존 투자자들에게 상장 계획이 지연될 것처럼 설명하는 등 기망행위를 통해 주식을 매수하고 이후 자신과 관련된 사모펀드가 설립한 특수목적법인(SPC)에 지분을 넘기는 방식으로 부당이득을 취한 혐의를 받는다. 경찰이 추산한 부당이득 액수는 1900억원에 이른다. 지난해 7월 이 대통령의 ‘주가조작은 패가망신’ 경고 이후 주식시장을 교란한 혐의를 받는 인사들에 대한 금융 당국의 제재가 강해졌다. 당시 지목당한 인물 가운데 한 명이 바로 방 의장이었다. 금융위원회 증권선물위원회는 지난해 7월16일 자본시장법상 부정거래 행위 금지 위반 혐의로 방 의장을 검찰에 고발했다. 경찰도 같은 혐의로 방 의장에 대한 수사에 착수했다. 미국 압박 경찰 발끈? 검․경의 중복 수사 우려까지 불거졌던 사안은 경찰이 내사에 착수한 2024년 말 이후 1년 반이 지나도록 어떤 결론에도 이르지 못했다. 경찰은 지난해 9월 방 의장을 처음 소환한 이후 같은 해 11월까지 총 5차례 조사했다. 이후 5개월간 추가 소환이나 신병 확보가 진행되지 않으면서 ‘늑장 수사’라는 비판이 일었다. 서울경찰청 금융범죄수사대는 지난 21일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방 의장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박정보 서울경찰청장은 구속영장 청구 하루 전인 지난 20일 정례 기자간담회에서 “방 의장 수사는 거의 마무리됐다”며 “법리를 검토 중이고 머지않은 시간 내에 종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고 다음 날 방 의장에 대한 신병 확보에 나선 것이다. 방 의장 측은 즉각 유감을 표명했다. 그의 변호인단은 “장기간 성실히 수사에 협조했음에도 구속영장이 신청된 것은 유감”이라며 “향후 법적 절차에도 충실히 임해 최선을 다해 소명할 것”이라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주한미국대사관의 압박에 영향을 받은 게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주한미국대사관은 최근 방 의장의 미국 방문과 관련해 출국 협조를 요청하는 서한을 경찰에 전달한 것으로 확인됐다. 서한에는 오는 7월4일 예정된 미국 독립기념일 250주년 행사 참석과 BTS의 월드투어 지원 필요성 등이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 방 의장은 출국금지 상태다. BTS 광화문 공연부터 특혜 의혹 솔솔 나와 주한미국대사관의 행보에 경찰 내부는 격앙된 상태인 것으로 전해졌다. BTS 콘서트나 독립 250주년 기념행사 등을 고리로 미국 측을 움직여 수사 편의를 우회 압박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 나왔다. 이번 사건의 공범으로 의심되는 인물이 지난해 미국으로 출국한 뒤 귀국하지 않는 상황이라 방 의장이 입을 맞추거나 도주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고, 경찰의 신병 확보 결정에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하이브는 국민 정서를 자극할 수 있는 ‘무리수’를 둘 이유가 없다는 입장이다. 오히려 주한미국대사관의 서한 발송이 당혹스럽다는 분위기다. 하이브 관계자는 “공식적으로 행사 참석을 요청받은 적도 없고 출국금지를 해제해 달라고 요청할 수도 없다”고 전했다. 구속 갈림길에 서 있던 방 의장은 검찰의 구속영장 반려로 한숨 돌리게 됐다. 서울남부지검 금융.증권범죄합동수사부는 지난 24일 방 의장에게 신청된 구속영장을 돌려보냈다. 검찰은 “현 단계에서 구속을 필요로 하는 사유 등에 대한 소명이 부족하다고 판단해 보완수사를 요구했다”고 밝혔다. 일단 구속 위기는 피했지만 방 의장의 사법 리스크가 다시 수면 위로 올라오면서 하이브의 최대 변수가 되는 모양새다. 하이브는 핵심 IP인 BTS 컴백으로 최대한 분위기를 띄워야 하는 상황에서 광화문 공연이 한 차례 논란이 된 데 이어 오너 리스크까지 덮쳤다. 무엇보다 방 의장이 하이브에 끼치는 영향이 절대적인 만큼 향후 상황에 따라 발생할 예측 불가능한 수준의 후폭풍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오너 리스크 K-팝도 영향 연예계 관계자 사이에서는 방 의장의 사법 리스크가 하이브를 넘어 K-팝 업계에 미칠 영향이 상당할 것이라는 분석도 제기된다. 우리나라 문화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는 K-팝의 이미지가 업계 1위 수장의 오너 리스크로 얼룩질 수 있다는 걱정이다. 방 의장은 이 위기를 어떻게 타개할까?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