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유일 PGA투어 'THE CJ CUP' 뒷 이야기

‘구름 관중’ 열광의 도가니

미PGA 올해의 선수상을 수상한 브룩스 켑카가 지난 10월21일 제주도 서귀포시 나인브릿지(파72·7184야드)에서 열린 PGA투어 ‘THE CJ CUP’(총상금 950만달러) 최종 라운드에서 보기 2개, 이글 1개, 버디 8개를 묶어 8타를 줄여 64타를 쳐 최종합계 21언더파 267타로 게리 우드랜드(미국)를 4타 차로 제치고 정상에 올랐다.
 

올해로 2회째를 맞는 국내에서 열리는 유일한 PGA투어 대회인 ‘THE CJ CUP @ NINE BRIDGES’(이하 더 CJ컵)에 우승 공식이 생겼다. 지난해 우승자 저스틴 토마스가 ‘올해의 선수상’을 받고 더 CJ컵 초대 챔피언이 되었던 것처럼 올해 우승자 브룩스 켑카 역시 올해의 선수상을 수상한 후 더 CJ컵 우승자가 됐다. 이런 공식이 내년 대회에서도 계속될지 주목된다.

화려한 시즌
우승자는?

켑카는 2017~2018시즌 US오픈과 PGA 챔피언십 등 메이저대회에서만 2승을 올리며 화려한 시즌을 보냈다. US오픈에서는 타이틀 방어에 성공, 대회 2연패를 만들었는데, 이는 29년 만의 기록이다. 또한 시즌 마지막 메이저 대회 PGA챔피언십에서도 우승하며 2000년 타이거 우즈(미국) 이후 18년 만에 한 해에 US오픈과 PGA챔피언십을 석권한 선수가 됐고 ‘올해의 선수상’까지 수상했다.

이번 대회 개막을 앞두고 “최대한 멀리 보낸 뒤 많은 버디를 잡겠다”고 선언한 켑카는 첫날부터 공격적인 플레이를 펼쳤다. 대회 첫날에는 제주도의 강한 바람에 고전하며 1타밖에 줄이지 못했다.
 

그러나 둘째 날부터 제주도 바람이 잦아들자 켑카는 치고 올라가기 시작했다. 켑카는 자신의 전략대로 300야드가 넘는 상상을 초월하는 장타를 앞세워 둘째 날(7언더파 65타)과 셋째 날(5언더파 67타) 12언더파를 몰아쳤고 단독 선두로 올라섰다.


단독 선두로 최종 4라운드를 시작한 켑카는 이날도 전략을 바꾸지 않았다. 하지만 켑카는 경기 초반 고전했다. 5번 홀까지 버디 2개와 보기 2개를 주고받으며 타수를 유지하는 데 만족해야 했다.

주춤하던 켑카는 6번 홀부터 살아났다. 6번 홀 버디를 시작으로 10번 홀과 12번 홀, 13번 홀에서 1타씩 줄이며 우승을 향한 본격적인 시동을 걸었다. 그러나 게리 우드랜드의 추격도 만만치 않았다. 우드랜드는 16번 홀까지 9타를 줄이며 켑카를 강하게 압박했고 1타 차까지 격차가 줄어들었다.

우승을 차지하기 위해서는 1타가 중요한 상황. 16번 홀(파4 )에서 켑카에게 위기가 찾아왔다. 켑카는 티샷을 벙커에 빠트린 데 이어 두 번째 샷마저 그린에 올리지 못하며 1타를 잃을 수 있는 상황에 부닥쳤다. 하지만 켑카는 침착했다. 25m 거리에서 친 어프로치 샷은 그린에 떨어진 뒤 홀컵으로 사라졌고 켑카는 주먹을 불끈 쥐었다.
 

켑카 우승…올해의 선수 이어 겹경사
제주도 강한 바람에 공격적인 플레이

2타 차 리드를 잡은 켑카는 마지막 18번 홀에서도 다시 한 번 드라이버를 꺼내 들었다. 켑카의 손을 떠난 공은 428야드를 날아간 뒤 왼쪽 페어웨이 한중간에 멈췄고 두 번째 샷 역시 핀을 바로 보고 공략했다. 켑카의 마무리도 완벽했다. 그는 4m 이글 퍼트를 그대로 집어넣었고 우승을 확정지었다. 지난해 우승자인 저스틴 토마스는 이번 대회 5언더파 283타로 공동 36위에 머물렀다.

이번에도 더 CJ컵은 한국 선수들에게 높은 벽이었다. 한국 선수 중에선 PGA투어에서 뛰고 있는 김시우(23·CJ)가 7언더파 281타 공동 23위를 기록한 것이 가장 좋은 성적이었다. 역시 PGA투어의 강성훈(31·CJ)이 6언더파 282타 공동 29위, ‘슈퍼루키’ 임성재(20·CJ)가 4언더파 284타 공동 41위를 기록했다.

또한 이 대회에 출전한 코리안 투어 선수는 제네시스 챔피언십 우승자 이태희(34), KLPGA선수권대회 챔피언 문도엽(27), 제네시스 포인트 1, 2위 박상현(35)과 이형준(26), 그리고 한국오픈 우승자 최민철(31)과 류현우(37), 그리고 맹동섭으로 7명이었다.


이 가운데 맹동섭만이 공동 41위를 기록했고 나머지 6명은 출전 선수 78명 가운데 50위 밖으로 밀려나 PGA투어의 높은 벽을 실감해야 했다.

한국 선수에
높은 벽인가

더 CJ컵은 전 세계 226개국, 23개 언어로 10억 이상의 가구에 생중계됐다. 총 4만여명(주최 측 집계)이 대회장을 찾았다. 이 덕분에 클럽 나인브릿지와 제주의 경관, 관련 산업과 문화 등도 전 세계에 홍보되는 효과를 누렸다. PGA 사무국은 대회의 미디어 노출·광고 효과를 포함한 경제적 파급 효과가 약 2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다.
 

지난해 이 대회를 마치고 CJ그룹은 AC 닐스 컴퍼니를 통해 미디어 노출 효과가 1668억원에 달할 것으로 측정했다. 더 CJ컵은 전 세계에 총 1964시간 노출됐고 온라인 기사는 총 3만4099건이 유포됐다. 갤러리들의 소비를 비롯해 제주도를 찾은 관광객들의 숙박, 쇼핑, 렌터카 등 간접 소비까지 더하면 제주 지역 경제에 미치는 파급 효과는 상상을 초월한다.

더 CJ컵의 1년 운영비는 200~ 300억원 정도로 추정된다. 141억원의 한국남자프로골프(KPGA) 코리안 투어와 190억원의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운영비를 더한 것과 맞먹는다. 올해 우승 상금은 171만달러(약 19억원)로 PGA투어에서 메이저대회와 월드골프챔피언십(WGC) 시리즈를 제외하고는 최대 상금 규모를 자랑한다. KPGA·KLPGA투어 우승 상금과 비교하면 약 10배 많은 규모다.

다양한 행사
즐길거리 풍성

CJ그룹이 대회 개최를 위해 매년 200억원이 넘는 돈을 사용하는 데는 확실한 이유가 있다. CJ그룹은 이번 대회가 전 세계에 CJ 브랜드를 알리고 K-라이프스타일을 확산시키는 ‘스포츠 ·문화플랫폼’역할을 했다고 자평했다. 대회장을 찾은 갤러리들은 세계적인 선수들의 경기를 관전하고 다양한 한식 메뉴와 엑스포에 마련된 이벤트와 후원 브랜드들을 체험하며 세계적 스포츠 축제를 즐겼다. CJ그룹은 더 CJ컵을 통해 그룹의 인지도 상승과 ‘K-푸드’를 대표하는 자사 제품의 브랜드 ‘비비고’를 전 세계에 알리는 데 초점을 맞췄다. 대회장 주요 코스 4곳과 갤러리플라자, 엑스포존 등에서 핑거푸드 형태로 준비한 비비고 대표 메뉴들을 맛볼 수 있는 ‘비비고 테이스티 로드’를 운영해 갤러리들의 입을 즐겁게 했다. ‘비비콘’은 매일 준비한 수량이 오전에 완판될 정도로 큰 인기를 끌었다.

비비고는 국내 시장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대표 제품들을 집중 육성해 한국의 음식문화를 해외 시장에 전파시키기 위해 탄생했다. CJ그룹의 전략 브랜드인 비비고는 현재 만두, 김치 등 6개 카테고리 100여개 제품들이 세계 시장에서 소비자들을 만나고 있다. 비비고의 최근 행보는 괄목할 만하다. 

226개국 10억 가구에 ‘CJ’각인
갤러리 4만1000명…경제효과 2000억

지난해 미국에서만 1750억원의 매출을 기록하며 지난 25년간 냉동만두 시장 1위를 지켜오던 중국 업체를 추월해 미국 만두 시장점유율 1위로 올라섰다. 비비고는 올해 2000억원 이상의 매출을 올리고, 2020년에는 미국 내 시장점유율을 50%까지 높여(현재 30%) 만두 한 품목만으로 해외에서 7000억원을 달성해 글로벌 만두 시장에서 독보적인 1등으로 자리를 잡겠다는 새로운 목표를 설정했다.

CJ제일제당 식품마케팅부 손은경 상무는 “미국 시장에서 얻은 경험과 노하우가 CJ제일제당 해외 진출의 기폭제 역할을 하고 있다”면서 “세계적인 스포츠 대회 개최를 계기로 비비고가 진정한 글로벌 한식 대표 브랜드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전력을 다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더 CJ컵의 성공적인 개최 뒤에는 이재현 CJ그룹 회장의 노력과 헌신이 있었다. 이재현 회장은 대회 기간 내내 대회 현장을 직접 찾아 눈으로 보고 확인하는 현장 밀착 경영의 리더십을 선보였다.


대회 첫날 경기가 열린 지난 10월18일에는 브룩스 켑카, 저스틴 토마스(이상 미국), 임성재 조와 함께 코스를 돌기도 했다. 최종 4라운드가 열린 21일도 마찬가지였다. 이재현 회장은 선수들과 가장 가까운 곳에서 호흡하며 우승자가 탄생하는 것을 지켜봤다. 또 지난해 대회 때는 직접 방송에 출연해 더 CJ컵 개최의 의미와 CJ를 글로벌 브랜드로 육성해 나갈 것이라는 포부를 밝히기도 했다. 이 회장은 “더 CJ컵을 ‘글로벌 CJ’의 위상을 높이는 비즈니스의 장으로 활용하라”고 그룹 및 계열사 경영진에게 주문했다.
 

한편 2회 대회인 만큼 스폰서 기업들의 만족도도 더욱 높아졌다는 평가다. 더 CJ컵의 후원사는 작년 18개에서 23개로 늘었으며 글로벌 브랜드는 홍보의 장으로, 골프업체들은 해외 진출의 발판으로 대회를 적극 활용했다.

올해 처음 더 CJ컵에 참여한 스포츠브랜드 오클리 관계자는 “1회 대회가 흥행에 성공한 데다 국내 유일의 PGA투어 정규대회 참여에 큰 의미가 있다고 판단해 후원하게 됐다”면서 “다양한 온·오프라인 이벤트를 진행하고 있는데 고객 반응이 좋아 브랜드 홍보에 많은 도움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토종 골프 브랜드 JDX는 작년 대회 참여로 올해 10% 이상의 매출 성장을 기록해 올해도 스폰서 기업으로 참여했다. 특히 더 CJ컵을 계기로 PGA 선수인 임성재, 이경훈을 후원하게 됐으며 “내년에는 미국 본토에서 열리는 PGA투어 정규대회 참여도 준비하고 있다”고 만족감을 드러냈다.

국내 유일의 PGA투어 정규대회 제2회 ‘더 CJ컵@나인브릿지’는 구름 관중으로 흥행에서도 성공했다. 지난 10월18일부터 21일까지 대회가 열린 나흘간 클럽 나인브릿지 제주에는 총 4만1000명의 갤러리가 찾아 PGA 선수들의 수준 높은 샷들을 감상했다.

CJ 측은 “지난해 공식 갤러리 수는 3만5000명이었는데 이번에는 이보다 6000명이 늘었다”고 밝혔다.


1라운드에는 6000명, 2라운드 8000명, 3라운드 1만1000명, 최종 라운드엔 1만6000명이 클럽 나인브릿지 제주를 방문한 것으로 집계됐다.

내년에도…
기대감

CJ 측은 “대회가 열리는 장소가 제주도인 점을 감안할 때 4만이 넘는 관중은 수도권 8만 이상의 대박으로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대회에서 우승한 미국의 브룩스 켑카는 “대회 내내 많은 응원을 보내준 한국 팬들에게 감사드린다. 내년에도 대회 출전을 한층 기대하게 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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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전국 한의과대학교에는 ‘졸업준비위원회’가 존재한다. 말 그대로 졸업 준비를 위해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조직이다. 하지만 내부에서는 “명목상 자발적인 가입을 독려하는 듯하지만 실질적으로는 강제로 가입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졸업준비위원회(이하 졸준위)는 졸업앨범 촬영, 실습 준비, 학번 일정 조율, 학사 일정과 실습 공지, 단체 일정뿐 아니라 국가시험(이하 국시) 대비를 위한 각종 자료 배포를 하고 있다. 매 대학 한의대마다 졸준위는 거의 필수적인 조직이 됐다. 졸준위는 ‘전국한의과대학졸업준비협의체(이하 전졸협)’라는 상위 조직이 존재한다. 자료 독점 전졸협은 각 한의대 졸업준비위원장(이하 졸장)의 연합체로 구성돼있으며, 매년 국시 대비 자료집을 제작해 졸준위에 제공한다. 대표적으로 ‘의텐’ ‘의지’ ‘의맥’ ‘의련’ 등으로 불리는 자료집들이다. 실제 한의대 학생들에게는 ‘국시 준비의 필수 자료’로 통한다. 국시 100일 전에는 ‘의텐’만 보는 사람도 있을 정도다. 학생들 사이에서는 “졸준위가 없으면 국시 준비 자체가 어려워진다”는 말이 정설이다. 한의계 국시는 직전 1개년의 시험 문제만 공개되기 때문에 시험 대비가 어렵기 때문이다. 국시 문제는 오직 졸준위를 통해서만 5개년분 열람이 가능할뿐더러, 이 자료집은 공개자료가 아니라서 학생이 직접 구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사실상 전졸협이 자료들을 독점하고 있는 셈이다. 이 자료집을 얻을 수 있는 경로는 단 하나, 졸준위를 결성하는 것이다. 졸준위가 학생들의 투표로 결성되면 전졸협이 졸준위에 문제집을 제공한다. 이 체계는 오랫동안 유지돼왔고, 학생들도 졸준위를 통해 시험 자료를 제공 받는 것이 ‘관행’처럼 받아들여왔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반드시 결성돼야만 한다는 기조가 강하다. 학생들의 반대로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시 전졸협은 해당 학교에 문제를 제공하지 않기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은 모든 학생들의 가입 동의를 얻어야 가능하다. 졸준위 가입 여부는 실질적으로 선택이 아니다. 자료집은 전졸협을 통해서만 제공되기 때문에, 졸준위에 가입하지 않으면 불이익을 받는다는 인식이 학생들 사이에서 강하게 자리 잡았다. 학생들은 “문제를 얻기 위한 목적이 가장 크다”고 말한다.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경우 현실적으로 문제집을 받아볼 수 있는 마땅한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학생들의 해당 학년 학생들을 모두 가입시키는 것이 목적이다. 실제 한 대학교에서는 졸준위 결성을 위한 투표를 진행했는데 익명도 아닌 실명 투표로 진행됐다. 처음에는 익명으로 진행했지만 반대자가 나오자 실명 투표로 전환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는 반대 의견이 나오기 어렵다. 실명으로 투표가 진행되는 데다, 반대표를 던질 경우 이후 자료 배포·학년 일정에 불이익이 있을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 실명 투표로 진행 가입시 200만원 이상 납부 필수 문제는 이 졸준위 가입이 무료가 아니라는 점이다. 졸준위에 가입하면 졸업 준비 비용(이하 졸비) 명목으로 학생들에게 돈을 걷는데, 그 비용이 상당하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한 대학교의 졸비는 3차에 걸쳐 납부하도록 했는데 1차에 75만원, 2차에 80만원, 3차에 77만원 등 총 232만원 수준이었다. 이는 한 학기 등록금에 맞먹는 금액이다. 금액 산정 방식은 졸준위 가입 학생 수에 따라 결정되는데, 한 명이라도 빠지게 되면 나머지 인원의 비용 부담이 커지게 된다. 심지어 2명 이상 탈퇴하게 된다면 졸준위가 무산될 수도 있다. 이 모든 사안은 ‘졸장’의 주도 하에 움직인다. 졸장은 학년 전체를 대변하며 전졸협과 직접 소통하는 역할을 맡는다. 실제 졸장을 선발하는 과정에서 “한 명이라도 탈퇴하면 안 된다”는 취지의 발언이 오갔을 정도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졸준위가 결성되면 가입한 모든 학생들은 졸준위의 통제를 받는다.<일요시사>가 입수한 한 학교의 규칙문에 따르면 졸준위는 다음과 같은 규정을 두고 있었다. ▲출석 시간(8시49분59초까지 착석 등) ▲교수·레지던트에게 개인 연락 금지 ▲지각·결석 시 벌금 ▲회의·행사 참여 의무 ▲병결·생리 결 확인 절차 ▲전자기기 사용 제한 ▲비대면 수업 접속 규칙 ▲시험 기간 행동 규칙 ▲기출·족보 자료 관리 규정 등이다. 학생들이 이 규정을 어길 시 졸준위는 ‘벌금’을 부과해 통제하고 있었다. 금액도 적지 않았다. 규정 위반 시 벌금 2만원에서 50만원까지 부과할 수 있도록 정해져 있었다. 가장 논란이 되는 부분은 병결이다. 졸준위는 병결을 인정하기 위해 학생에게 진단서 제출을 요구하고, 그 내용(질병명·진료 소견·감염 여부 등)을 직접 열람해 판단했다. 제출 병원에 따라 병결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공지도 있었다. 한 병원의 진단서가 획일적이라는 이유에서였다. 단체가 학생의 개인 의료 정보를 열람해 병결 여부를 자체적으로 결정하는 방식은 학생들 사이에서 부담과 압박으로 작용했다. 질병이 있어도 벌금이 부과될 수 있고, 병결을 얻기 위한 절차가 학습보다 더 어렵다는 말도 나왔다. 규정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하면 졸준위는 대면 면담을 하는 방식으로 대응했다. 이 과정에서 3:1로 면담을 진행하는 등 학생이 위축될 수 있는 방식을 행하기도 했다. 전자기기 사용 불가 규칙 어기면 벌금도 이 같은 문제로 탈퇴자가 발생하기도 했다. 실제 A 대학 졸준위 전체 학번 회의에서 밝혀진 내용에 따르면 한 학생은 규정에 문제를 느껴 졸준위 측에 탈퇴를 의사를 밝혀왔다. 이 회의에서는 그간 탈퇴 의사를 밝힌 학생과의 카톡 대화 전문이 학생들에게 공개됐다. 공개된 카톡 내용에는 탈퇴 과정이 담겨있었는데 순탄하지 않았다. 졸준위 측은 탈퇴 의사를 즉각적으로 승인하지 않았고, 재고를 요청하거나 면담하는 방식으로 요청을 지연했다. 해당 학생이 다시 한번 탈퇴 의사를 명확히 밝힌 뒤에도, 졸장은 “만나서 얘기하자”며 받아주지 않았다. 심지어는 이 대화를 공개한 뒤 학우들에게 ‘졸준위에서 이탈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서약서를 받아내기도 했다. 졸준위 운영이 조직 이탈 자체를 문제로 판단하고, 이를 최소화하기 위해 압박을 가한 정황이 확인되는 대목이다. 해당 학우는 탈퇴 확인 및 권리 포기 동의서에 서명한 뒤에야 졸준위를 탈퇴할 수 있었다. 탈퇴 이후에도 갈등은 지속됐다. 목격자에 따르면 시험 기간 중, 강의실 앞을 지나던 탈퇴 학생은 졸준위 임원 두 명에게 “제보가 들어왔다”며 불려 세워졌다. 임원들은 이 학생이 학습 플랫폼 ‘퀴즐렛’을 사용한 점을 언급하며, 그 자료 안에 졸준위에서 배포한 기출문제가 포함돼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후, 졸준위에서는 퀴즐렛에 학교 시험 내용이 있다며 탈퇴자가 보지 못하도록 사용자를 색출하기도 했다. 한편, 전졸협은 10년 전 자체 제작한 문제집으로 논란된 적이 있다. 당시 한의사 국가고시 시험문제가 학생들 사이에서 사용되는 예상 문제집과 지나치게 유사하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시험이 끝난 직후 시험장 앞에서 수험생 60여명을 상대로 참고서와 문제집을 압수했고, 국가시험원까지 압수수색해 기출문제와 대조 작업에 들어갔다. 기형적 구조 문제가 된 교재는 ‘의맥’ ‘의련’ 등 졸준위 연합체인 전졸협이 제작·배포해 온 자료들이다. 학생들은 교재에 일련번호를 붙이고 신분증을 확인한 후 배포하는 등 통제된 방식으로 유통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제보자는 “학생들이 전졸협을 통해서만 기출문제를 구할 수 있는 구조는 기형적”이라며 “국가고시를 위해 몇백만원씩 돈을 받고 문제를 제공하는 건 문제를 사고파는 것”이라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