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PGA-KLPGA의 기싸움 '속사정'

한국 여자골퍼들 불러들이나

박세리 이후 미LPGA를 움직이는 톱랭커들 대부분은 한국 선수이거나 한국계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박성현이 세계랭킹 1위에 올라있고 고진영이 올 시즌 신인상을 수상하며 4년 연속 한국 선수가 신인상을 수상할 만큼 세계 무대에서의 한국 선수들의 위상은 높다.
 

LPGA 대회 KEB하나은행 챔피언십을 열어왔던 하나금융그룹이 올해를 끝으로 대회를 개최하지 않기로 하고 대신 아시안 LPGA를 열기로 하는 등 움직임이 예사롭지 않다. 한국여자프로골프협회(KLPGA)는 지난달 15일 아시아 각국과 연계한 ‘아시안 LPGA 시리즈(가칭)’를 출범시킨다고 발표했다. 

부활

동시에 5년 만에 대만 원정대회도 부활한다.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KEB하나은행 챔피언십을 열어왔던 하나금융그룹은 계약만료가 되는 올해를 끝으로 내년 개최를 추진하지 않기로 했다. 대신 이 대회를 KLPGA투어로 옮기기로 확정하면서 내년 10월 하나금융그룹 코리아오픈(가칭)을 출범시키기로 했다. KLPGA는 “한국을 필두로 아시아 각국 협회가 주축이 되는 아시안 LPGA 시리즈를 내년 출범시킨다. 아시아 지역에서 열리는 기존 대회와 신설 대회를 엮는 모델을 구상하고 있다. 아시아 LPGA 선수상과 같은 특전도 신설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KLPGA는 현재 베트남과 브루나이에서 정규대회를 개최하고 있고 아시안 LPGA 시리즈를 위해 대만 원정 대회를 부활시키기로 했다. 이에 대만골프협회(CTGA)와 협약을 맺고 타이안 위민스 오픈 개최를 확정지었다. 2013년 12월 스윙잉 스커츠 월드 레이디스 마스터즈를 공동개최했던 KLPGA와 CTGA는 5년 만인 내년 1월 총상금 80만달러(약 9억원) 규모로 대만 신의 골프클럽에서 초대 대회를 연다. KLPGA는 아시안 시리즈에 편입되는 대회를 내년까지 추가로 확보해 규모를 키운다는 계획이다.

KLPGA 관계자는 “현재 2개 대회가 확정된 아시안 LPGA 시리즈 대회를 최대 7개까지 늘려 시리즈 규모를 키울 계획”이라고 밝혔다.


2018 KEB하나은행 챔피언십이 열리기 하루 전인 지난달 10일 인천 파라다이스시티 컨벤션센터에서 ‘하나금융그룹 코리아오픈’(가칭) 출범을 발표할 당시 아시아 각국 프로골프협회는 아시안 시리즈를 공동 개최하기로 합의한 바 있다. 이에 따라 10월에는 KLPGA 투어 메이저대회인 ‘KB금융 스타 챔피언십’ 등 굵직한 대회가 연이어 열릴 예정이다. 아시안 시리즈 성적이 KLPGA 투어 공식 성적에 반영되는 만큼 선수들의 참가 경쟁도 치열할 전망이다.

이 계획이 실현되면 KLPGA투어는 10월 굵직한 세 개의 대회를 연속으로 열게 된다. 현재 10월 첫째 주와 셋째 주에는 메이저대회 하이트진로 챔피언십과 KB금융 스타챔피언십이 펼쳐지는데, 둘째 주에 하나금융그룹 챔피언십이 자리한다면 3주 연속으로 메이저급 대회가 열리는 셈이다.

미LPGA-아시안 시리즈
경쟁 가속화 불가피

한편 LPGA와 하나금융그룹이 결별하게 된 것은 지난 5월 LPGA가 ‘2019년부터 부산에서 BMW코리아가 후원하는 새 LPGA 대회를 연다’고 발표한 뒤부터 예견되었다. 하나금융은 지난 12년 동안 국내에서 꾸준히 LPGA를 후원해온 파트너에게 한마디 귀띔도 없이 새 LPGA대회를 열기로 한 것에 마음이 상한 것으로 보인다. 더구나 BMW코리아가 후원하는 새 LPGA 대회는 KEB하나은행 챔피언십에 한 주 앞서 열리도록 돼 있었다.

이에 하나금융은 아시아 여자골프 인기에 편승해 상업적 이익에만 열을 올리는 LPGA와 결별하기로 결론을 내렸고 KLPGA투어에 해외 최고선수들을 초청해 개최하는 대회를 창설하는 한편 한국, 중국, 대만 등 아시아권을 아우르는 6~10개 대회 규모의 ‘아시안 LPGA 시리즈’(가칭)를 추진하게 된 것이다.

조인식에서 하나금융그룹 김정태 회장은 KLPGA 김상열 회장, KGA 허광수회장, CTGA(대만골프협회) 왕정송 회장, CLPGA(중국여자프로골프협회) 리홍 총경리 및 국내기업 스폰서사 회장단 등 귀빈이 참석하는 자리를 만들고 내용을 공유했다.

최근 세계 여자골프투어는 한국과 일본을 주축으로 중국과 태국 등 신흥 강국을 포함한 아시아권의 선수들이 선전을 거듭하며 주류를 형성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현상의 중심에 있는 아시아의 엘리트 선수들은 글로벌 정책을 앞세우고 있는 미국 LPGA투어로의 진출로 편중되고 있다. LPGA는 이러한 아시아 선수들의 활약에 힘입어 아시아권의 대회 스폰서 영입, 방송중계권 및 라이센스 판매 수입 등으로 제2의 전성기를 구가하고 있다.
 

이번 ‘아시안 LPGA 시리즈’는 이러한 현상에서 탈피하고 아시아 지역 골프의 균형적인 발전의 필요성에서 비롯됐다. 하나금융그룹은 이미 지난 6월에 한국남자프로골프대회인 ‘KEB하나은행 인비테이셔널’을 시작하며 한국이 중심이 돼 아시아와 교류를 넓히고자 하는 의지를 천명했다. 이에 따라 미국 LPGA와의 재계약 대신, KLPGA투어와 함께 대회를 만든 후 KLPGA를 중심으로 중국, 대만, 일본, 베트남 및 브루나이 등의 국가가 참여하는 협의체를 만들어간다는 계획이다.

하나금융그룹의 김정태 회장은 “아시아 골프의 새로운 기류를 함께 만들어 나가게 되어 기쁘게 생각하고, 아시아 골프가 세계의 중심이 될 수 있도록 함께 힘을 모았으면 좋겠다”라고 소감을 밝혔다.

골프팬들 즐길거리
선수 활약무대 증가

이로 인해 미LPGA 투어와 아시안 시리즈 간 경쟁도 가속화할 전망이다. LPGA는 내년 10월 부산에서 ‘LPGA BMW 레이디스 챔피언십’(가칭)을 새로 출범하기로 했다. 이 기간 KLPGA투어 대회 일정과 겹칠 것으로 보여 참가 선수 확보가 두 투어 간 승패를 가를 전망이다. LPGA와 KLPGA는 지난달 4일 UL인터내셔널크라운과 하이트진로 챔피언십을 각각 국내에서 개최하면서 치열한 자존심 싸움을 벌이기도 했다.

확정된 아시아 LPGA 시리즈는 현재 2개지만 앞으로 6~10개의 규모로 구상하고 있으며 ‘하나금융그룹 코리아오픈’이 최종전의 역할을 겸할 예정이다.

하나금융그룹 스포츠마케팅팀 박폴 팀장은 “앞으로 진행될 하나금융그룹 코리아오픈은 롤렉스랭킹 상위 선수와 JLPGA, CLPGA, CTGA 그리고 LPGA 상위 선수를 모두 포함하는 말 그대로의 오픈 대회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또 “현재까지의 구상은 자국투어인 KLPGA선수를 주축으로 하고, 롤렉스 랭킹기준 상위권 선수들과 LPGA상위권 초청을 유지하면서 대회요강은 범아시아권 협회들과 협의해 문호 개방을 추진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바지

한국 여자골퍼들의 세계적인 위상을 생각하면 이번 아시안 시리즈 출범처럼 KLPGA가 주축이 되어 세계 여자 골프의 균형 발전에 이바지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는 일이 가속화되는 것은 긍정적인 움직임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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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전국 한의과대학교에는 ‘졸업준비위원회’가 존재한다. 말 그대로 졸업 준비를 위해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조직이다. 하지만 내부에서는 “명목상 자발적인 가입을 독려하는 듯하지만 실질적으로는 강제로 가입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졸업준비위원회(이하 졸준위)는 졸업앨범 촬영, 실습 준비, 학번 일정 조율, 학사 일정과 실습 공지, 단체 일정뿐 아니라 국가시험(이하 국시) 대비를 위한 각종 자료 배포를 하고 있다. 매 대학 한의대마다 졸준위는 거의 필수적인 조직이 됐다. 졸준위는 ‘전국한의과대학졸업준비협의체(이하 전졸협)’라는 상위 조직이 존재한다. 자료 독점 전졸협은 각 한의대 졸업준비위원장(이하 졸장)의 연합체로 구성돼있으며, 매년 국시 대비 자료집을 제작해 졸준위에 제공한다. 대표적으로 ‘의텐’ ‘의지’ ‘의맥’ ‘의련’ 등으로 불리는 자료집들이다. 실제 한의대 학생들에게는 ‘국시 준비의 필수 자료’로 통한다. 국시 100일 전에는 ‘의텐’만 보는 사람도 있을 정도다. 학생들 사이에서는 “졸준위가 없으면 국시 준비 자체가 어려워진다”는 말이 정설이다. 한의계 국시는 직전 1개년의 시험 문제만 공개되기 때문에 시험 대비가 어렵기 때문이다. 국시 문제는 오직 졸준위를 통해서만 5개년분 열람이 가능할뿐더러, 이 자료집은 공개자료가 아니라서 학생이 직접 구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사실상 전졸협이 자료들을 독점하고 있는 셈이다. 이 자료집을 얻을 수 있는 경로는 단 하나, 졸준위를 결성하는 것이다. 졸준위가 학생들의 투표로 결성되면 전졸협이 졸준위에 문제집을 제공한다. 이 체계는 오랫동안 유지돼왔고, 학생들도 졸준위를 통해 시험 자료를 제공 받는 것이 ‘관행’처럼 받아들여왔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반드시 결성돼야만 한다는 기조가 강하다. 학생들의 반대로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시 전졸협은 해당 학교에 문제를 제공하지 않기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은 모든 학생들의 가입 동의를 얻어야 가능하다. 졸준위 가입 여부는 실질적으로 선택이 아니다. 자료집은 전졸협을 통해서만 제공되기 때문에, 졸준위에 가입하지 않으면 불이익을 받는다는 인식이 학생들 사이에서 강하게 자리 잡았다. 학생들은 “문제를 얻기 위한 목적이 가장 크다”고 말한다.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경우 현실적으로 문제집을 받아볼 수 있는 마땅한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학생들의 해당 학년 학생들을 모두 가입시키는 것이 목적이다. 실제 한 대학교에서는 졸준위 결성을 위한 투표를 진행했는데 익명도 아닌 실명 투표로 진행됐다. 처음에는 익명으로 진행했지만 반대자가 나오자 실명 투표로 전환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는 반대 의견이 나오기 어렵다. 실명으로 투표가 진행되는 데다, 반대표를 던질 경우 이후 자료 배포·학년 일정에 불이익이 있을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 실명 투표로 진행 가입시 200만원 이상 납부 필수 문제는 이 졸준위 가입이 무료가 아니라는 점이다. 졸준위에 가입하면 졸업 준비 비용(이하 졸비) 명목으로 학생들에게 돈을 걷는데, 그 비용이 상당하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한 대학교의 졸비는 3차에 걸쳐 납부하도록 했는데 1차에 75만원, 2차에 80만원, 3차에 77만원 등 총 232만원 수준이었다. 이는 한 학기 등록금에 맞먹는 금액이다. 금액 산정 방식은 졸준위 가입 학생 수에 따라 결정되는데, 한 명이라도 빠지게 되면 나머지 인원의 비용 부담이 커지게 된다. 심지어 2명 이상 탈퇴하게 된다면 졸준위가 무산될 수도 있다. 이 모든 사안은 ‘졸장’의 주도 하에 움직인다. 졸장은 학년 전체를 대변하며 전졸협과 직접 소통하는 역할을 맡는다. 실제 졸장을 선발하는 과정에서 “한 명이라도 탈퇴하면 안 된다”는 취지의 발언이 오갔을 정도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졸준위가 결성되면 가입한 모든 학생들은 졸준위의 통제를 받는다.<일요시사>가 입수한 한 학교의 규칙문에 따르면 졸준위는 다음과 같은 규정을 두고 있었다. ▲출석 시간(8시49분59초까지 착석 등) ▲교수·레지던트에게 개인 연락 금지 ▲지각·결석 시 벌금 ▲회의·행사 참여 의무 ▲병결·생리 결 확인 절차 ▲전자기기 사용 제한 ▲비대면 수업 접속 규칙 ▲시험 기간 행동 규칙 ▲기출·족보 자료 관리 규정 등이다. 학생들이 이 규정을 어길 시 졸준위는 ‘벌금’을 부과해 통제하고 있었다. 금액도 적지 않았다. 규정 위반 시 벌금 2만원에서 50만원까지 부과할 수 있도록 정해져 있었다. 가장 논란이 되는 부분은 병결이다. 졸준위는 병결을 인정하기 위해 학생에게 진단서 제출을 요구하고, 그 내용(질병명·진료 소견·감염 여부 등)을 직접 열람해 판단했다. 제출 병원에 따라 병결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공지도 있었다. 한 병원의 진단서가 획일적이라는 이유에서였다. 단체가 학생의 개인 의료 정보를 열람해 병결 여부를 자체적으로 결정하는 방식은 학생들 사이에서 부담과 압박으로 작용했다. 질병이 있어도 벌금이 부과될 수 있고, 병결을 얻기 위한 절차가 학습보다 더 어렵다는 말도 나왔다. 규정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하면 졸준위는 대면 면담을 하는 방식으로 대응했다. 이 과정에서 3:1로 면담을 진행하는 등 학생이 위축될 수 있는 방식을 행하기도 했다. 전자기기 사용 불가 규칙 어기면 벌금도 이 같은 문제로 탈퇴자가 발생하기도 했다. 실제 A 대학 졸준위 전체 학번 회의에서 밝혀진 내용에 따르면 한 학생은 규정에 문제를 느껴 졸준위 측에 탈퇴를 의사를 밝혀왔다. 이 회의에서는 그간 탈퇴 의사를 밝힌 학생과의 카톡 대화 전문이 학생들에게 공개됐다. 공개된 카톡 내용에는 탈퇴 과정이 담겨있었는데 순탄하지 않았다. 졸준위 측은 탈퇴 의사를 즉각적으로 승인하지 않았고, 재고를 요청하거나 면담하는 방식으로 요청을 지연했다. 해당 학생이 다시 한번 탈퇴 의사를 명확히 밝힌 뒤에도, 졸장은 “만나서 얘기하자”며 받아주지 않았다. 심지어는 이 대화를 공개한 뒤 학우들에게 ‘졸준위에서 이탈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서약서를 받아내기도 했다. 졸준위 운영이 조직 이탈 자체를 문제로 판단하고, 이를 최소화하기 위해 압박을 가한 정황이 확인되는 대목이다. 해당 학우는 탈퇴 확인 및 권리 포기 동의서에 서명한 뒤에야 졸준위를 탈퇴할 수 있었다. 탈퇴 이후에도 갈등은 지속됐다. 목격자에 따르면 시험 기간 중, 강의실 앞을 지나던 탈퇴 학생은 졸준위 임원 두 명에게 “제보가 들어왔다”며 불려 세워졌다. 임원들은 이 학생이 학습 플랫폼 ‘퀴즐렛’을 사용한 점을 언급하며, 그 자료 안에 졸준위에서 배포한 기출문제가 포함돼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후, 졸준위에서는 퀴즐렛에 학교 시험 내용이 있다며 탈퇴자가 보지 못하도록 사용자를 색출하기도 했다. 한편, 전졸협은 10년 전 자체 제작한 문제집으로 논란된 적이 있다. 당시 한의사 국가고시 시험문제가 학생들 사이에서 사용되는 예상 문제집과 지나치게 유사하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시험이 끝난 직후 시험장 앞에서 수험생 60여명을 상대로 참고서와 문제집을 압수했고, 국가시험원까지 압수수색해 기출문제와 대조 작업에 들어갔다. 기형적 구조 문제가 된 교재는 ‘의맥’ ‘의련’ 등 졸준위 연합체인 전졸협이 제작·배포해 온 자료들이다. 학생들은 교재에 일련번호를 붙이고 신분증을 확인한 후 배포하는 등 통제된 방식으로 유통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제보자는 “학생들이 전졸협을 통해서만 기출문제를 구할 수 있는 구조는 기형적”이라며 “국가고시를 위해 몇백만원씩 돈을 받고 문제를 제공하는 건 문제를 사고파는 것”이라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