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한종해 기자] 데뷔작 <여고괴담4>를 비롯해 <다세포 소녀> <박쥐> 등의 영화에서 강렬하고 신비로운 캐릭터를 연기해 온 영화배우 김옥빈이 영화 <시체가 돌아왔다>로 새로운 변신을 꾀했다. 핑크빛 머리에 가죽재킷, 해골 모양의 액세서리, 망사스타킹과 가죽부츠를 신은 모습이 범상치 않다. 이번 영화에서 김옥빈은 다크한 행동파 '동화'로 분해 시크하고 당당한 매력을 뽐냈다.
"멜로 안 하는 이유? 성숙함 표현 부족"
'시체돌' 김옥빈 "공동묘지 촬영 무서워"
영화 <시체가 돌아왔다>는 서로 다른 목적을 이루기 위해 하나의 시체를 차지하려는 이들의 대담하고도 치열한 쟁탈전을 그린 영화로 2005년 미장센 단편영화제에서 희극지왕(코미디) 부문 최우수 작품상을 수상한 우선호 감독의 데뷔작이다. 극중 김옥빈은 몸이 앞서는 과감한 행동파 '동화'를, 이범수는 치밀한 전략의 지능적 엘리트 '현철'을, 류승범은 완벽한 잔머리의 천부적 사기꾼 '진오'를 맡았다.
'귀요미'부터 '다크녀'까지
특히 김옥빈이 연기한 동화는 생각보다 몸이 앞서고 일단 뱉어낸 말은 행동으로 옮기고 보는 인물이다. 행동파답게 스스로 시체안치실까지 잠입하는 위험도 마다하지 않는다. 김옥빈은 이번 작품에서 어떤 여배우도 쉽게 소화할 수 없는 다크한 매력을 뽐내며 주목을 받고 있다.
김옥빈은 지난 19일 오후 서울 왕십리CGV에서 열린 언론시사 및 기자단담회에서 "시나리오를 받고 굉장히 즐거운 마음으로 여행을 가는 기분이 들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 이 작품을 꼭 하고 싶었다"며 "반항아 기질과 귀여움을 동시에 가지고 있는 동화 역에 호기심이 생겼다"고 출연 계기를 밝혔다.
김옥빈은 이날 영화 촬영 내내 있었던 고충을 털어놓기도 했다. 김옥빈은 "극중 홍대 밴드에 심취한 캐릭터로 설정돼 의상이 올블랙이라 머리라도 밝게 하기 위해 감독님과 상의해 핑크빛 머리를 하기로 했다"며 "탈색을 8번 정도 하고 그 색을 유지하기 위해 3일에 한 번씩 재염색을 해야 했다. 다시는 하기 싫다"고 말했다.
그녀는 또 "촬영장소가 묘지라서 많이 무서웠다"며 "묘지가 몇 천 개는 됐는데 혼자 소심하게 기도를 많이 한 것 같다"라고 전했다.
이에 연출을 맡은 우 감독은 "시나리오상 원래 김옥빈이 맡은 역할이 뼛속까지 다크한 이미지의 캐릭터였다. 거기다 재건축 아파트나 무덤이 배경으로 나오다 보니 너무 칙칙하고 우울한 거 같았다. 그래서 머리라도 좀 상큼해야겠다고 생각했다"고 답했다.
김옥빈은 실제 영화 속 펑키한 스타일을 좋아하느냐는 질문에 대해서는 "실제는 평범한 것 같다. 화면에 예쁘게 나와서 만족스럽지만, 실제로 그렇게 입으면 (사람들이) 많이 바라보셔서 굉장히 힘들 것 같다"고 말했다.
멜로 장르에 도전하지 않고 강한 역할을 고집하는 이유에 대해 김옥빈은 "일부러 멜로연기를 기피하는 것은 아니다"면서 "아직은 좀 더 성숙한 느낌을 표현하기엔 부족하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인지 활달한 시나리오에 더 눈이 간다"고 솔직한 속내를 전했다. 이어 "감독님이 내 나이에 맞는 역할을 찾아줘서 감사하다"고 덧붙였다.
한편 김옥빈은 이날 시사회에서 '의리의 아이콘'으로 불리기도 했는데 이유는 자신의 데뷔작 <여고괴담4>의 제작자 씨네2000 이춘연 대표와의 인연 때문이다.
"내 나이 찾아준 영화"
이 대표는 "옥빈씨가 시나리오를 보고 한 번에 출연을 결정해줬다"며 "여고괴담 시리즈에 출연한 많은 여배우들과 지금까지 각별하게 지내고 있는데 김옥빈씨도 웬만한 남자 배우들보다 속 깊고 의리와 강단이 있는 든든한 후배"라고 말했다.이범수, 류승범, 김옥빈 등 개성 넘치는 세 배우의 만남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는 영화 <시체가 돌아왔다>는 오는 3월 29일 개봉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