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한종해 기자] “영화 <체인지> 촬영 때 김소연을 처음 봤고, 그 이후로 왜 영화를 하지 않나 의아했다. 드라마 <아이리스>를 보고는 깜짝 놀랐다. 그렇게 좋았던 평소 이미지에, 열심히 하는 배우라는 소문을 듣고 느낌이 좋아 부탁을 하게 됐다.” 영화 <가비>의 장윤현 감독이 여주인공 ‘따냐’ 역에 배우 김소연을 발탁한 이유다. 15년 만에 영화로 관객들 앞에 서는 김소연의 연기력이 스크린에서 폭발했다.
15년 만의 스크린 나들이지만 깊이 있는 감정 연기 3녀 중 막내로 태어난 김소연은 1993년 SBS 드라마 <공룡선생>으로 데뷔했다. 당시 중학생이었던 그녀는 나이답지 않은 연기로 주목을 받았고, 주로 TV 드라마와 CF를 통해 연기활동을 펼쳐왔다. 그녀가 영화로 데뷔한 것은 1997년 <체인지>였다. 청춘남녀의 몸이 뒤바뀌면서 벌어지는 해프닝을 그린 이 영화에서 주연을 맡아 스크린으로까지 무대를 넓혔지만 크게 뜨지는 못했다. 그랬던 그녀가 KBS 2TV 드라마 <아이리스>에 출연하면서 다시 주목을 받게 됐고 영화 <가비>는 그녀에게 날개를 달아줬다. 날개를 달았다 영화 <가비>는 영화 <접속> <텔미썸딩> <황진이>의 장윤현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으며 김탁환 작가의 소설 <노서아 가비>를 원작으로 영화화 했다. 영화는 고종(박희순 분)이 아관파천해 대한제국을 준비하던 혼란의 시기, 러시아 대륙에서 커피를 훔쳐 비싼 값에 팔던 일리치(주진모 분)와 따냐가 러시아군에게 쫓기게 되고 조선계 일본인 사다코(유선 분)의 음모로 조선으로 오며 시작된다. 고종의 곁에서 커피를 내리는 조선 최초의 바리스타가 된 따냐와 그녀를 지키기 위해 ‘사카모토’라는 이름의 스파이가 된 일리치는 사다코로 인해 은밀한 고종암살작전에 휘말리게 된다는 게 이 영화의 간단한 줄거리이다. 고종에게 가비(커피)를 타주는 따냐는 조선과 일본을 오가는 이중첩자로서 극중 키(key)가 되는 인물을 맡았다. 극중 따냐는 생각이나 마음을 표현해서도 안 되고 얼굴 표정을 읽혀서도 안 됐다. 하지만 그녀는 ‘조선-일본’ ‘사랑-조국’ 사이에서 갈등하는 내면연기와 오열연기 등 깊이 있는 감정연기를 능수능란하게 소화해냈다. 특히 김소연에게는 <체인지> 이후 무려 15년 만에 출연하는 영화라는 점이 남다르다. 따냐 역을 위해 김소연은 커피는 물론 승마, 러시아어까지 공부해야 했다. 바리스타 역할을 위해 12년 경력의 베테랑 바리스타로부터 1년 가량 핸드드립 기술을 전수 받았다. 두통약을 먹어가며 쓴 커피를 입에 달고 살기도 했다. 러시아어가 잠시 그녀의 발목을 잡는가 했지만 결국 스태프들에게 인정을 받았다. 김소연은 “러시아어 연기를 집에서 몇 번 시연을 했는데 다 웃어 걱정을 많이 했다”며 “촬영 전날 뻔뻔해지자고 생각했고 스스로 최면을 걸고 연기를 했다. 잘해보려고 죽기 살기로 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장윤현 감독도 그녀를 극찬했다. 장 감독은 “액션 장면이나 말타기 등 여배우로서 소화하기 힘든 장면들이 많았는데 김소연의 성실함이 너무 좋았다”며 “(김소연이) <가비>를 통해 영화배우로서의 입지를 굳건히 했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올해 신인상 받나? 다른 배우들도 각자의 캐릭터를 완벽하게 소화해내기 위해 노력을 가했다. 주진모는 거친 액션과 감성적인 멜로연기까지 소화했으며 박희순은 외유내강의 고종황제를, 유선은 조선을 배신하는 독한 조선계 일본인으로 변신했다. 한편 배우들의 연기력뿐만 아니라 조선왕실의 커피문화, 진짜 같은 세트와 미술, 다채로운 패션 등이 눈길을 끄는 영화 <가비>는 오는 15일 개봉된다.
<가비> 장윤현 감독 “김소연 연기 보고 놀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