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격세태> 연애술사 양성 ‘픽업아티스트’ 강습소 실태

  • 김설아 sasa7088@ilyosisa.co.kr
  • 등록 2012.03.02 19:4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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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ust One 10 MINUTES “그 여자가 내 것이 된다?”

[일요시사=김설아 기자] <미스터 히치>라는 할리우드 로맨틱코미디영화가 있다. 알렉스 히치(윌 스미스)는 영화 속에서 데이트 코치로 등장한다. 짝사랑에 빠져 잠 못 이루거나 연애로 고민하는 수많은 뉴요커들을 구제하는 전설적 연애 조언가다. 성공률은 100%. “전략 없이는 여자도 없다”는 게 히치의 지론이다. 바야흐로 연애에도 교육과 기술이 필요한 시대에 이 영화 속 이야기가 현실에서 이루어지고 있다. 장소는 뉴욕이 아닌 서울. 연애 문제로 고민하는 청춘남녀들에게 연애방법을 가르쳐주는 학원이 늘고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선 그 역할이 변질돼 길거리와 클럽에서 이성을 유혹하는 법, 단 한 번의 만남으로 성관계를 갖는 방법 등을 가르치고 있어 적잖은 부작용이 우려된다. 

자칭 연애 고수·작업의 달인들이 ‘비법’ 전수
찌질남들이 주요고객…60만~300만원까지

깔끔한 옷차림으로 길거리, 지하철, 카페, 클럽 등에서 마음에 드는 여성들의 전화번호를 받아내는 남자들. 이들은 유혹의 기술을 배우는 학원에 다니고 있는 수강생들이다.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에서 이들의 행동을 세심하게 관찰하고 코칭해주는 한 사람이 있다. 바로 이들에게 돈을 받고 헌팅하는 법을 가르쳐 주는 일명 ‘연애술사’다.

연애도 ‘돈’ 주고
전수 받는다?

‘픽업 아티스트(PUA)’라고도 불리는 이들은 자칭 ‘연애 고수’ ‘작업의 달인’들이다. 국내에는 2006년 무렵 처음 등장했다.

이들은 주로 인터넷 카페를 중심으로 활동하며 젊은 세대가 많은 서울 홍대 앞, 신촌, 강남역 근처의 카페나 클럽에서는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다.


최근에는 픽업 아티스트들의 강연 등이 인기를 끌면서 여성을 유혹할 수 있는 전문적인 테크닉을 가르치는 관련 학원이 성업 중이다.

이들에게 연애의 기술을 배우는 대가는 60만~300만원. 통상 온라인 수강료는 30만원, 오프라인 수강료는 150만원쯤 하는데 한 달 수강료가 무려 1000만원에 이르는 고액 학원도 있다.

커리큘럼은 ‘단과반’과 ‘종합반’으로 나뉠 뿐 아니라 실전교육을 강화한 스파르타 코칭, 1박 2일 동안 집중 교육을 받는 ‘부트캠프(신병훈련소)’까지 다양하다.

수업은 크게 4단계로 진행되는데 스타일.화술.접근방법 등을 배우는 첫 대면부터 여성과 친해지기, 마무리 짓기, 마지막으로 여자의 심리를 읽는 ‘유혹기술’까지이다.

그러나 연애를 교육하는 학원이라고 해서 기상천외한 비법을 가르치는 것은 아니다. 주로 생활 속에서 흔히 마주치는 상황에 따른 대처법을 알려준다. 여성의 헤어스타일로 성격을 파악하는 법, 데이트 코스, 길거리 헌팅, 소개팅에서 칭찬하는 법, 카톡 보내기, 유머의 기술 등이다.

만약 첫 만남 어색한 분위기에서 여성이 “제 첫인상 어때요?”라고 물었을 때, 그녀의 기분을 맞춰주기 위해 남들이 칭찬하지 않은 세밀한 부분을 칭찬하며 연관 지어 말해주라는 식이다.

세부적인 과목으로는 길거리에서 여성을 유혹하는 ‘헌팅이론’, 나이트클럽에서 이성을 유혹하는 ‘클럽이론’, 즉석 만남에서 잠자리까지 이르는 방법을 가르치는 ‘홈런이론’, 한 번 잠자리를 가진 여성과 또 한 번 만나기 위한 ‘재탕이론’ 등 이 있다.


이론교육이 끝나면 시뮬레이션을 통해 실전훈련을 한다. 픽업 아티스트와 하루 동안 헌팅장소를 찾아 연습을 하는 것이다.

픽업 아티스트는 수강생의 헌팅장면을 지켜보고 있다가 이런저런 문제점을 파악해 알려준다. 또 수강생이 소개팅을 앞두고 있다면 소개팅 장면을 촬영해 잘못된 점을 고쳐주거나 상황극을 연출하기도 한다.

픽업 아티스트 A씨는 “20대 중반에서 30대 초반, 여자를 한 번도 만나보지 못한 모태솔로들이나 여자에 대해 잘 알고 싶다는 분들이 주요 수강생”이라며 “대화하는 법부터 (전화)번호 따는 법, 홈런 치는 법까지 다 가르쳐 준다”고 했다.

그는 또 “직접 제작한 교재를 사용하고 한 번 강의를 듣고 나면 강사들과 지속적인 관계도 유지되니 인생이 180도 바뀔 것”이라고 주장했다.

늑대의 탈을 쓰고
여자사냥(?)

그러나 픽업 아티스트를 바라보는 시선이 고운 것만은 아니다. 일부 픽업 아티스트들이 본질에서 벗어나 경쟁적으로 여성을 ‘데리고 놀며’ 실적 올리기에 집중하고 있어서다.

또 여성을 마치 자신들이 즐기는 인터넷 게임 대상처럼 생각하는 경박한 풍조는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그도 그럴 것이 픽업 아티스트 커뮤니티에는 그들만의 용어로 연애 기술을 공유하고 ‘작업’이 성공했음을 과시하는 후기가 꾸준히 올라온다.

실제로 지난 20일 한 픽업 아티스트가 운영하는 L카페에는 ‘수강생 5분 만에 클럽 K-close’이라는 후기로 동영상이 올라왔다. 이외에도 수강생들의 F-close했다는 후기, A급 여자 강남로드 헌팅 동영상, 일본인과의 잠자리 후기와 인증샷 등이 올라와 있었다.

‘#-close’는 여성에게 전화번호를 받은 것을, ‘K-close’는 키스까지 한 것을, ‘F-close’는 성관계까지 가진 것을 뜻한다. ‘홈런’과 달리 성관계를 하지 못하고 돈만 쓰고 나왔을 경우엔 ‘새됐다’라는 용어를 쓴다.

‘클럽이론’ ‘홈런이론’, 아찔한 후기인증까지
즉흥성에 의존한 인간관계 만연 우려도… 
 

후기상에서 상대 여성의 외모를 지칭한 용어도 노골적이다. 얼굴과 몸매가 뛰어난 여성은 ‘엘프(요정이란 의미)’, 평범한 여성은 ‘휴먼(사람이란 의미)’, 외모가 떨어지는 여성을 ‘오크(괴물이란 뜻)’로 표현하는 식이다. 게임 속에 등장하는 캐릭터 이름으로 여성의 외모를 평가하고 있는 것이다.

또 카페에서 활동하는 전문 픽업 아티스트들은 어떤 스타일의 여성을 어디에서 만나, 어떻게 접근해, 무엇을 했는지를 증거 사진까지 곁들여 카페에 올리는 ‘필드 리포트’를 작성해 자신의 능력을 입증하면서 수강생을 모집하고 있다. 어설프게 모자이크 처리한 여성의 얼굴 사진을 그대로 올리고, 나이까지 적어놔 자칫 신상정보가 공개될 우려도 낳고 있다. 


차라리 그 시간에
자기관리나 해!

한 픽업 아티스트는 이를 “픽업 아티스트가 만들어낸 하나의 문화”라고 하면서 “본래 픽업 아티스트의 궁극적인 목표는 여자의 몸을 탐하기보다는 여자의 마음을 얻고 서로가 즐거운 시간을 가질 수 있도록 하는 것이지만 현실 속 픽업 아티스트를 자처하거나 목표로 하는 이들의 절대다수는 결국 여성의 몸을 목적으로 한다. 결국 간단히 말해 ‘선수’에 가깝다”고 털어놨다.

이에 대해 직장인 명모(29·여)씨는 “여성을 놀이도구로만 여기는 것 아니냐? 불쾌하다”면서 “여자와의 하룻밤을 얻기 위해서는 여자를 낚는 기술을 배우는데 돈을 쓸게 아니라, 차라리 피부 관리를 받고 운동을 다니거나 헤어스타일을 바꾸고, 교양과 에티켓을 갖추고, 문화를 즐길 줄 아는 남자가 되는 편이 더 낫겠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증가하는 픽업 아티스트들에 대해 대인관계의 왜곡은 물론 사생활 침해 등 우리 사회에 많은 부작용을 가져올 수 있다고 경고한다.

여성단체 관계자는 “즉흥성에 의존한 인간관계가 젊은이들 사이에서 만연하게 이뤄지고 있다”며 “깊숙한 관계가 되기 위해선 인간관계의 친밀도가 필요한데 젊은이들 사이에선 인터넷 기술 등의 발달로 인스턴트 섹스의 갈망이 커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또 “인증샷 등을 볼 때 개인의 사생활을 지켜줘야 한다는 생각도 느슨해지고 있다. 일부 픽업 아티스트의 증가로 기형적이고 불구 상태의 대인관계가 사회에 만연할까 우려스러울 정도”라고 말했다.


 

<픽업 아티스트 용어>



로드헌팅 : 길거리에서 마음에 드는 여성에게 접근 후 여성을 유혹하는 행위.
클럽헌팅 : 나이트클럽 또는 클럽에서 여성을 유혹하는 행위.
덜덜덜 A급 : 가슴이 덜덜덜 뛸 정도로 괜찮은 여자.
당일간지 : 오늘 원나잇 스탠드(하룻밤 잠자리)가 가능할 것 같은 느낌. (줄임말 '당간')
오까네 : 돈
구라신공(구라DHV) : 된장녀를 잡을 때 쓰는 기술로 약간의 스펙을 부풀리는 방법.
(한 분야에 대해 1시간 정도 이야기 할 수 있을 정도의 지식을 습득 후 사용할 것)
레이저신공 : 맘에 드는 상대가 나타났을 때 눈으로 뚫어져라 쳐다보는 방법으로 호감의 바디랭귀지의 일종. (갑자기 어색한 분위기가 왔을 때는 V자를 날려주는 센스)
엔빵 : 나이트 비용이나 여러 가지 비용이 나왔을 때 더치페이를 이르는 말.
ONS : 원나잇 스탠드. (동의어 '홈런')
새되다 : 아무런 성과 없이 해 뜨는 새벽을 맞이하여 훨훨 집으로 날아감.
AA : 접근공포증.
공작새 이론 : 의상에 화려한 포인트를 줘서 여자의 시선을 끌게 함. (명품옷, 명품시계, 명품가방 등)
: 외모의 수준이 떨어지는 여성을 이야기 하는 말. (비슷한 말 '오우거' 반의어 '엘프')
도시락 : 나이트나 클럽에 여자를 데리고 감. (뷔페에 도시락을 싸가는 격이라는 의미)
레포(라포르) : 서로의 공통점을 찾아 신뢰를 얻는 것, 공감대 형성.
스팀팩 : 스타크래프트에서 마린이 뽕 맞듯이 무한 들이대기를 위해 약간의 알코올 섭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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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덮치는 문재인 그림자

이재명 덮치는 문재인 그림자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대통령선거는 전 정부의 공과를 통째로 평가받는 시험이다. 여당 후보는 전 정부의 공이 크면 후광을 입고, 반대로 과가 많으면 핸디캡을 안고 시험장에 들어서는 셈이다. 이번 대선 정국은 대통령 탄핵으로부터 시작됐다. 야당은 5년 만에 정권을 교체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잡았다. 정권 창출에 성공한 대통령은 집권 1~2년 차에 가장 강한 힘을 발휘한다. 3~4년 차에 이르면 정부 안팎서 누수가 발생한다. 빠르면 이 시기에 레임덕이 시작된다. 임기 마지막 해에는 정권 재창출을 위해 몸을 사려야 한다. 지지율에 따라 차기 대선에 끼치는 입김도 달라진다. 5년 단임제 이후 대체로 나타나던 대통령의 모습이다. 주기설 깬 집값 폭등 국회의원 선거나 지방선거가 중간 평가의 성격을 띤다면 대선은 최종 시험에 가깝다. 모든 정당의 목표가 정권 창출인 만큼 대선의 무게감은 남다르다. 행정부 수장을 넘어 국가원수로서 대통령이 갖는 권한이 그만큼 어마어마하기 때문이다. 1987년 6월 민주항쟁의 결과로 대통령직선제가 도입됐다. 국민 모두에게 투표권을 부여하고 대통령을 ‘직접’ 뽑을 수 있도록 헌법이 개정된 것이다. 대통령직선제가 정착된 이후 정권교체는 10년 주기로 이뤄졌다. 보수 진영의 노태우·김영삼정부에 이어 진보 진영의 김대중·노무현정부가 들어섰다. 이후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의 당선으로 보수 진영이 다시 정권을 잡았다. 박 전 대통령이 탄핵으로 물러난 뒤 진보 진영의 문재인 전 대통령이 재수 끝에 청와대에 입성했다. 그대로 이어지는 듯했던 ‘10년 주기설’은 윤석열 전 대통령의 등장으로 깨졌다. 5년 만의 정권교체가 진보 진영에 안긴 충격은 컸다. 문 전 대통령의 국정 지지율은 퇴임 전까지 40% 안팎을 오르내렸다. 지지율 10~20%대를 오가며 레임덕에 시달렸던 과거 대통령 때와는 다른 양상이었다. 그럼에도 진보 진영은 정권 재창출에 실패했다. 득표율 차이는 1%도 되지 않았다. 지난 대선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후보는 윤 전 대통령에게 0.73%p 차이로 졌다. 대선 전 여러 여론조사에서 보여준 윤 전 대통령이 이 후보를 넉넉하게 앞선다는 결과와 비교해서는 선전이었지만 문 전 대통령의 지지율을 고려하면 충격적인 패배였다. 게다가 당시 윤 전 대통령은 선출직 출마 경험이 단 한 번도 없는 ‘초보 정치인’이었다. 대선 패배, 서울이 결정적 역할 부동산 가격이 낙선에 영향 줘 민주당에서는 대선 패배의 원인을 찾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분출했다. 이 과정서 레이더망에 걸려든 게 ‘부동산’ 문제였다. 정확하게는 문재인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도마 위에 올랐다. 문정부에서는 20번이 넘는 부동산 대책이 쏟아졌다. 정부 발표가 나올 때마다 부동산시장은 널뛰었다. 실제 윤 전 대통령 승리의 쐐기를 박은 서울 표심이 부동산 정책에 영향을 받았다는 분석이 개표 직후 제기됐다. 지난 대선은 말 그대로 양 진영을 ‘쥐어짠’ 선거였다. 국민의힘과 민주당의 ‘텃밭’인 영남과 호남 지역서 총결집했다. 당락을 가른 건 서울서의 격차였다. 윤 전 대통령은 서울서 31만여표를 앞섰다. 전체 표 차이인 24만표보다 많다. 윤 전 대통령은 마포·용산·성동 등 이른바 ‘마용성’으로 불리는 지역과 광진·강동·양천 등 아파트가 밀집돼있으면서 상대적으로 소득 수준이 높은 지역서 이겼다. 구별로 따지면 25개 구 중 14곳에서 윤 전 대통령에게 더 많은 표를 몰아줬다. 21대 총선 때 민주당이 4곳을 빼고 21개 구를 이긴 것과 비교하면 엄청난 선방이었다. 노원·도봉·강북 등 ‘노도강’으로 불리는 지역서도 윤 전 대통령은 선전했다. 이 지역은 민주당 지지세가 강한 곳이다. 재건축·재개발 아파트가 밀집돼있다. 승부 자체는 이 후보가 이겼지만 표 차가 근소했다. 총선 때 20% 가까이 차이 났던 게 대선에서는 1% 안팎으로 줄었다. 부동산 문제에 따른 민심이반이 뚜렷하게 드러났다는 분석이다. 완전한 실패 최악의 실정 같은 해 8월 국회입법조사처에서 발간한 <제20대 대통령선거 분석> 자료에도 부동산이 가른 표심이 언급돼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대선에서 유권자가 관심을 가진 의제는 경제 회복과 주거 안정 등 부동산 정책이었다. 대선 전 여론조사 전문기관 한국갤럽서 조사한 대선 주요 의제 관련 설문서도 경제 회복(32%), 부동산 문제 해결(32%)이 첫손에 꼽혔다. 40~50대보다 30대서 부동산 문제에 관한 관심이 컸다. 그러면서 이 후보가 과거 민주당 후보에 비해 수도권 득표가 낮았다며 부동산 가격 상승과 관련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민주화 이후 모든 대선서 민주당 계열 후보가 국민의힘 계열 후보에게 서울서 패한 적은 2007년밖에 없었다”며 “수도권은 인구가 집중된 탓에 득표율 차이가 작더라도 득표 차는 매우 크게 나타난다. 그만큼 선거 승패에 수도권 표심의 영향이 컸다”고 설명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부동산 이슈와 득표율의 상관관계를 보기 위해 동 단위로 서울 지역의 아파트 가격을 살폈다. 아파트 가격 변동에 따른 득표율을 본 것이다. 분석 결과 2021년 아파트 가격과 2020~2021년 가격 변동이 윤 전 대통령, 이 후보의 득표율과 상관성이 높았다. 가격 변동보다는 가격 자체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에 따르면 2021년 아파트 평(3.3㎡)당 평균 가격이 높은 지역일수록, 아파트 가격 증가폭이 큰 지역일수록 윤 전 대통령의 득표율이 이 후보보다 높았다. 또 재산세 부담이 증가한 지역서 윤 전 대통령에 대한 지지가 많았다. 재산세가 늘었다는 건 그만큼 부동산 가격이 올랐다는 뜻이다. 지지율도 무용지물 민주당서 지목한 패배 원인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민주당은 대선 패배 1년 뒤인 2023년 8월 녹서(Green Paper, 정책을 제안하고 다양한 의견 수렴 과정을 담은 대화록) <민주당 재집권 전략 보고서>를 발간했다. 민주당 을지키는민생실천위원회(을지로위원회) 출범 10주년을 맞아 발표한 일종의 대선 패배 ‘반성문’이었다. 민주당은 해당 보고서에서 “오락가락하는 정책으로 집값 상승을 잡지 못했다”고 짚었다. 문정부의 부동산 정책은 보수와 진보 양 진영서 ‘실패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며 그 원인을 일관성 부족에서 찾은 것이다. 그러면서 “노무현정부 부동산 정책도 부족한 것이 많았지만 선거 대패와 당내 비난에도 철학과 원칙을 버리지 않은 점은 높게 평가된다”며 “문정부는 세제 개편 이후에도 집값이 계속 상승하면서 비판에 직면하자 전반적인 세제를 완화하는 정반대 조치를 취했다”고 지적했다. 문정부는 부동산, 즉 집이 투자가 아닌 거주의 대상이라는 점을 시장에 각인시키는 데 정책 방향을 맞췄다. 당연히 투기 수요를 때려잡는 데 모든 역량이 집중됐다. 부동산으로 재산을 불리려는 세력이 많아지면서 집값이 왜곡되고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른바 ‘부동산 투기와의 전쟁’이 벌어졌다. 문정부는 세금 부과, 대출 규제 등으로 돈줄을 조였다. 2017년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대출 규제 강화 등의 정책이 시행됐고 2018년에는 주택을 보유한 사람이 규제 지역서 새집을 사려 할 경우 주택담보대출을 받지 못하도록 했다. 서울 25개 구, 분당·과천·하남·세종 등이 규제 지역으로 묶였다. 규제가 심해질수록 집값은 천정부지로 뛰었다. 부동산이 ‘우상향 안전자산’이라는 인식이 퍼지면서 시중에 풀린 돈이 몰리고 또 몰렸다. 저가의 낡은 집 여러 채보다 고가의 좋은 집 한 채를 사자는 ‘똘똘한 한 채’ 이론도 생겨났다. ‘자고 일어나면 집값이 오른다’는 말이 돌면서 부동산 심리를 크게 자극한 것이다. 당시 ‘영끌족’ 지금은 곡소리 통계 조작으로 검찰 수사까지 부동산을 움직이는 건 ‘심리’라는 말이 있듯 너도나도 집을 사는 데 혈안이 되면서 집값이 요동쳤다. 집값이 오르는데도 수요가 있으니 계속 상승하는 구조였다. 이 과정서 ‘벼락 거지’ 등의 말이 생겨났다. 부동산 등 자산 가치가 급격하게 오르면서 상대적으로 가난해진 상황을 일컫는 표현이다. 동시에 상대적 박탈감을 호소하는 목소리도 커졌다. 어느 정부든 출범하자마자 제일 먼저 손대는 게 부동산 정책일 정도로 우리나라 국민의 ‘집’ 사랑은 남다른 데가 있다. 문정부 역시 임기 내내 ‘집값 잡기’에 몰두했다. 하지만 끝내 실패했다. 몇몇 전문가는 문정부의 가장 큰 패착으로 부동산 정책을 꼽을 정도다. 그 여파가 대선까지 이어졌다는 것이다. 더 큰 문제는 후폭풍이다. 문정부 당시 ‘갭투자(전세 끼고 매수)’ 방식으로 집을 마련한 이들이 현재 파산 지경에 이르고 있다. 폭탄 돌리기를 하다가 더 버티지 못하고 폭발한 것이다. ‘영끌족’의 몰락이다. 영혼까지 끌어모아 집을 산 사람은 높아진 금리를 견디지 못하고 있다. 이뿐만 아니라 문정부가 부동산 정책을 펴면서 통계를 조작했다는 의혹이 제기돼 수사가 진행 중이다. 당시 정책을 주도했던 대통령 비서실장, 국토교통부 장관 등은 감사원의 의뢰로 전부 수사 대상에 올라 있다. 이들은 정부 정책을 뒷받침하는 통계를 만들어내라고 통계청, 한국부동산원 등을 압박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감사원에 따르면 문정부가 통계를 조작한 횟수는 102회에 달한다. 2018년 1월부터 2021년 10월까지 일어난 일이다. 청와대와 국토교통부는 한국부동산원에 주택 가격 변동률을 하향 조정하도록 하거나 부동산 대책이 효과가 있는 것처럼 통계 수치 조정을 지시했다. 민주당은 ‘전 정권에 대한 탄압’이라면서 반발 중이다. 이번에도 이슈 될까? 이 후보와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는 재건축·재개발을 활성화해 공급을 확대하겠다는 공약을 내놨다. 개혁신당 이준석 후보의 공약도 비슷하다. 후보별로 차이가 미미해 이번 대선에서는 부동산 이슈가 생각보다 대망론에 영향을 미치지 못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하지만 일부 전문가들은 문정부의 정책 후폭풍이 여기저기서 나오고 있는 만큼 또다시 문정부에 이 후보가 발목을 잡히는 형국이 반복될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