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준 대권 3단계 플랜

  • 최현목 기자 chm@ilyosisa.co.kr
  • 등록 2018.10.01 10:33:14
  • 호수 1186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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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리슬쩍 욕심내는 노의 남자

[일요시사 정치팀] 최현목 기자 = 자유한국당(이하 한국당) 김병준 비상대책위원장이 대권을 정조준하고 있다는 소문이 여의도서 파다하다. 정작 본인은 인터뷰를 통해 이미 대권도전 가능성을 부인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소문은 진화되는 것이 아니라 확산되는 추세다. 김 위원장이 보이고 있는 행보가 대권을 염두에 뒀다고 봐도 무방할 정도로 자신의 색채를 가감없이 드러내고 있기 때문이다.
 

“기정사실 아닌가요?” 김 위원장의 대권 도전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 정치권 관계자가 이같이 말했다. 한국당의 모 의원실 관계자는 “김 위원장이 비대위원장직을 수락한 것도 대권 도전을 염두에 두고 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또 다른 한국당 의원실 관계자는 “보수 개혁의 마침표는 누가 당을 이끌지, 누가 정권교체를 이룰지 여부”라며 “(김 위원장이)비대위원장 임기 이후에도 역할을 계속해 나갈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정권교체가
개혁 마침표

정가에선 이미 한차례 김병준 대권설이 이슈된 바 있다. 지난 8월 초 민주평화당 박지원 의원은 KBS 라디오와 인터뷰서 “김 위원장은 보통 분이 아니다. 지금 말씀만 보더라도 진보와 보수를 오락가락하면서 하고 있다”며 “또한 자기의 권력욕이 굉장히 강하신 분”이라고 평가했다.

박 의원은 김 위원장의 권력욕에 대한 첫 번째 근거로 박근혜 전 대통령이 김 위원장을 ‘거국중립내각 총리 후보’로 지목했던 점을 들었다. 그는 “(김 위원장은 박 전 대통령이) 총리를 제안했을 때 받아들이려고 나에게 전화까지 하신 분”이라고 밝혔다.

두 번째 근거로 강도 높은 대정부 투쟁을 들었다. 박 의원은 “국가주의다, 먹방 개혁이다. 이렇게 문재인 대통령과 각을 세우면서 나가는 과정을 보면 대권을 준비하고 있다고 보여진다”고 말했다.


앞서 김 위원장은 지난 7월 중순 기자간담회서 “우리 사회를 보면 국가주의적 이념이 곳곳에 들어가 있다”고 국가주의 담론을 언급했다. 특히 김 위원장은 추상적인 국가주의 개념뿐 아니라 그 사례로 ‘초중고 커피 판매 금지’ ‘먹방 규제’ ‘음식원가 공개’ 등을 들며 문재인정부의 국가주의 행태를 지적했다.

세 번째 근거로 김 위원장이 7월 말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묘역을 참배하는 과정서 전한 메시지를 들었다. 당시 김 위원장은 경남 김해 봉하마을을 방문해 방명록에 “모두, 다 함께 잘사는 나라”라고 적었다.

기정사실? 광폭 행보에 출마설 솔솔
정치9단 박지원 “권력욕이 굉장해”

노 전 대통령 묘역을 참배하는 일에 반대하는 한국당 내 비판 목소리에 대해서 김 위원장은 “당내에서 비판이 있을 수 있다. 사회가 통합으로 가야 하고, 힘을 모아 나가야 한다. 그런 차원서 새롭게 하는 것”이라고 메시지를 전했다. 

진보뿐 아니라 보수와 중도까지 포용하겠다는 메시지로 해석된다.

김 위원장은 자신의 대권 가능성을 일축했다. 박 의원의 발언이 있고 난 후 YTN 라디오 인터뷰서 “나를 너무 높이 평가한 것 같다”며 “(대권에 도전하려고)그랬다면 시장이든 국회의원이든 진작 하려고 하지 않았겠냐”라고 부인했다.

이어 “내가 최근 쓴 책 첫 문장이 ‘권력의 속살은 잿빛’”이라며 “그만큼 (권력이)무겁고 험한데 저는 그런 짐을 질 만큼 큰 인물이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김 위원장의 일축에도 불구하고 그가 대권에 도전할 것이라는 예상은 정가서 여전히 사라지지 않고 있다. 오히려 한국당이 최근 인적청산에 대한 시동을 걸면서 점차 그의 대권 도전 가능성을 높게 보는 사람이 많아지는 추세다. 정가는 김 위원장이 대권을 위한 세 단계를 진행하고 있다고 진단한다.

[단계 1]
한국당 장악

김 위원장은 자신이 취임했을 당시 국회 당 대표실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과거지향이란 측면에서 인적청산에 반대한다”고 말했다. 인적청산으로 인해 친박(친 박근혜)-비박(비 박근혜) 간 계파갈등이 일어나 당을 분열시킬 수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둔 발언이었다.

대신 김 위원장은 한국당의 가치 재정립에 총력을 기울일 것임을 예고했다. 노 전 대통령 묘역을 참배한 일도 그 일환이다. 한국당 김성태 원내대표는 김 위원장의 노 전 대통령 묘역 참배에 대해 “김 위원장이 우리 사회의 통합과 당의 가치 재정립을 최우선 과제로 천명했고 그에 걸맞는 행보를 하는 것으로 생각한다”고 긍정 평가했다.

정가는 김 위원장의 이 같은 가치 재정립 행보를 대권도전의 첫 번째 단계로 해석한다. 

한국당 의원실 관계자는 “김 위원장이 취임했을 때 당내서 그를 지지하는 세력은 거의 없었다고 봐도 무방하다”며 “그런 상황서 성급하게 인적청산에 나섰다면 김 위원장이 축출 당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즉 친박-비박 등 양대 계파의 반발을 최소화하기 위해 인적청산 대신 가치 재정립을 먼저 내세웠을 것이라는 해석이다.

김 위원장의 가치 재정립론은 한국당의 외연확장과도 연결된다. 한국당은 지난 탄핵정국 이후 TK(대구·경북) 자민련으로 전락한 상태다. 여기에 홍준표 대표 체제 당시 ‘빨갱이’ ‘종북’ 등 구시대적인 프레임을 사용하면서 민심이 크게 이반했다. 

이는 지난 6·13지방선거 때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압승을 거두며 증명됐다. 20대 대선의 전초전이자 국회의원들의 명운이 달린 21대 총선서 한국당이 반전을 이루기 위해서는 기존 당의 이미지를 쇄신해야만 한다. 

이를 잘 알고 있는 한국당은 지난 8월 초 비대위 산하 ‘좌표·가치 재정립 소위’를 구성했다.

[단계 2]
담론 제시

정가서 진단하는 김 위원장의 대권도전 두 번째 단계는 대정부 공세 및 담론 제시다. 김 위원장은 문재인정부에 대한 공세 수위를 차츰 높이고 있다. 취임 후 그는 문재인정부의 공과에 대해 “남북 문제의 터닝포인트를 만들려고 노력했다는 것이 가장 큰 공이고, 경제·산업 문제는 정말 못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문재인정부가 잇따른 정상회담으로 대북성과를 내는 점에 대해서는 “평화라는 가치는 누구도 거부할 수 없다. 안보라는 이름으로 평화체제 구축에 대해 지나치게 비판하는 건 옳지 않다. 다만 현 정부는 지나치게 대화 쪽으로만 간다. 평화가 결국 우리가 잘 살기 위한 것이어서, 미래 전략도 함께 나와야 한다”고 입장을 밝혔다.
 

8월 들어 김 위원장은 남북 문제에 대해서도 비판의 수위를 높이고 있다. 북한석탄 문제가 이슈화되자 김 위원장은 “문재인정부가 (북한과) 대화를 가능하게 하는 국방력과 제재서 상당히 벗어났다”며 “대표적 사례가 북한산 석탄 반입 부분”이라고 지적했다.

청와대의 평양행 제안을 거절한 후에는 “과연 정당 대표들이 (평양에)갈 이유가 있는가 싶다”며 “비핵화 조치에 대한 어떤 진전도 없기 때문에 우리가 가서 할 수 있는 일이 뭐가 있을까 하는 의구심이 든다”고 지적했다. 

김 위원장 체제 한국당은 4·27판문점선언 이행에 드는 비용 추계를 문제 삼아 국회 비준동의안에 거부하고 있다.

김 위원장은 대정부 공세를 높이면서 동시에 담론을 제시하는 전략을 펼치고 있다. ‘국민성장론’이 대표적이다. 김 위원장은 지난달 중순 기자간담회를 열고 국민성장론을 제시했다. 

김 위원장은 “경제 자유를 강조하면서 국민들이 맘껏 뛰는 국가시스템을 만들어 국가는 필요한 지원만 하자는 것”이라며 “투자를 활성화해 투자→생산→소득→소비→재투자의 선순환 사이클을 만들겠다”고 주장했다. 


시장 자율을 통해 개인과 기업이 맘껏 역량을 발휘하게 해주면 경제가 성장한다는 논리다. 이는 국가 역할을 강조하는 문재인정부의 ‘소득주도성장론’과 대비를 이룬다.

국민성장론 제시, 문정부 공세↑
‘선’ 가치정립 ‘후’ 인적청산

김 위원장은 담론 제시에 그치지 않고 청와대와 민주당 이해찬 대표 등에게 어느 쪽의 경제정책과 성장모델이 옳은지 토론하자고 제안했다. 김 위원장은 비대위 회의서 “우리당(한국당)이 내·외부적으로 토론하겠지만, 청와대 및 민주당 대표나 그쪽 정책팀이 토론을 하자고 하면 언제든 응할 자신이 있고 토론을 제의하고 싶은 마음도 있다”고 밝혔다.

민주당은 김 위원장의 국민성장론을 구시대적 발상이라고 평가절하했다. 

민주당 이재정 대변인은 김 위원장이 국민성장론을 제시하자 즉각 논평을 내고 “오로지 대기업의 성장만을 주목하는 규제 완화는 이명박, 박근혜식 경제정책으로 회귀하자는 것”이라며 “대기업 중심의 투자만능론으로 국민의 눈과 귀를 현혹하려는 한국당의 정책 무능이 심각한 수준”이라고 쏘아붙였다.

민주당 홍영표 원내대표도 “보수 정권이 추진했던 신자유주의 정책서 이름만 바꾼 것”이라며 “친 대기업, 낙수 경제라는 실패한 정책을 다시 추진한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 위원장의 토론 제안에 대해 민주당 이해찬 대표는 “토론도 어느 정도 격이 맞아야 하는 것”이라며 “토론할 가치가 없다”고 단칼에 거절했다.

한국당 내부서도 김 위원장의 국민성장론에 대한 평가가 엇갈린다. 홍준표 전 대표의 막말 리더십을 극복했다는 점에서 높은 점수를 주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학술적인 담론 논쟁은 학자의 역할이지 정치인이 할 일은 아니라는 지적도 있다. 추상성이 너무 높아 국민이 이해하기 쉽지 않은 개념이기 때문이다.

[단계 3]
사람 정리

정가서 진단하는 세 번째 단계는 인적청산이다. 김 위원장은 최근 윤리위원장에 김영종 전 검사를, 당무감사위원장에 황윤원 중앙대 교수를 각각 임명했다. 윤리위원장과 당무감사위원장 교체는 김 위원장 체제 한국당이 곧 인적청산에 돌입한다는 점을 암시한다.

윤리위원장을 맡게 된 김 전 검사는 향후 현역의원은 물론, 당협위원장을 대상으로 당원권 정지, 출당 권고 등의 징계 조치를 내릴 전망이다. 당무감사위원장에 임명된 황 교수는 당협위원장 교체의 근거가 되는 당무감사를 진두지휘하게 된다.
 

인적청산의 시동을 건 김 위원장은 곧바로 해당 문제를 본궤도로 올렸다. 김 위원장은 지난달 20일 한국당 비대위가 비공개회의를 통해 당협위원장 일괄사퇴 안건을 만장일치로 의결했다고 전했다.

앞서 정가는 당내 지지기반이 약한 김 위원장이 현역 국회의원을 제외한 원외 당협위원장을 사퇴시키는 선에서 인적청산이 마무리될 것이라 예상했었다. 시기적으로도 추석을 전후해 당무감사 공고를 낸 뒤 당무감사에 들어갈 것이라는 예상이 지배적이었다. 김 위원장의 당협위원장 일괄사퇴 조치는 예상을 뒤집는 파격행보다.

김 위원장은 당무감사를 거치지 않는 대신 곧바로 조직강화특별위원회(이하 조강특위)를 구성해 각 당협에 대한 심사·조사에 들어갈 예정이다. 

김 위원장은 당무감사를 백지화한 이유에 대해 “당무감사는 60일간의 공고 기간이 필요하고, 감사 후에 다시 조강특위를 구성해야 한다”며 “그렇게 하기보다는 조강특위를 거쳐 우선으로 재임명 절차를 빠르게 밟고 당이 안정되도록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당협위원장 일괄사퇴 조치가 ‘인위적 인적청산’이라는 일각의 지적에 대해서는 “특정인이나 특정 계파를 지목해 처리하는 것이 아니다”라며 “매년 하는 당무감사와 거의 같은 성격으로, 강도는 좀 강할 수 있다는 정도로 이해해달라”고 밝혔다.

한국당 내부에서는 김 위원장이 당초의 예상을 깨고 갑작스레 당협위원장 일괄사퇴 조치를 취한 이유가 홍준표 전 대표의 귀국 때문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다. 지방선거 패배의 책임을 지고 미국으로 떠난 홍 전 대표는 지난달 15일 귀국했다.

홍 전 대표는 지난해 12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당무감사를 실시해 당협의 4분의 1에 해당하는 62명의 당협위원장 자격을 박탈한 바 있다. 

한국당 내부 인사들의 말에 따르면 이때 많은 수의 친홍(친 홍준표)계 인사가 당협위원장으로 임명됐다고 한다. 김 위원장이 당협위원장 교체 작업을 앞당긴 이유는 홍 전 대표의 귀국을 시작으로 원내·외 친홍계 당협위원장들이 결집을 우려하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김 위원장이 공석이 된 당협위원장직에 자신의 측근들을 임명할지가 최대 관심사다. 

김 위원장의 출마 가능성을 최초로 언급했던 민주평화당 박지원 의원은 “당협위원장을 교체할 수 있다는 것은 (김 위원장이)자기의 뿌리를 심어나가겠다는 것”이라며 “김 위원장은 한국당에 뿌리가 없기 때문에 앞으로 어떻게 줄타기를 잘 하느냐가 핵심이다. (당협위원장 교체는) 대권 후보로 가는 포석”이라고 분석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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닻 올린 ‘2차 계엄’ 수사 큰 그림

닻 올린 ‘2차 계엄’ 수사 큰 그림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내란 특검팀이 2차 계엄 의혹에 대한 실마리를 풀기 시작했다. 비상계엄 선포 다음 날인 지난해 12월4일 새벽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가 핵심이다. 법무부와 민정수석실 간 교감과 이날, 군 수뇌부의 움직임은 구체적으로 드러나지 않았다. 당시 상황을 재구성 중인 특검팀은 윤석열 전 대통령을 재소환할 방침이다. 내란 특검팀(특별검사 조은석)은 비상계엄 선포 이후의 상황을 재구성해 왔다. 법무부와 민정수석실의 역할은 수면 위로 올라오지 않고 있다. 특히 2차 계엄 논의 여부는 여전히 의혹에 그치고 있다. 박성재 전 법무부 장관과 김주현 전 민정수석이 무엇을 위한 법률을 검토했는지가 포인트가 될 전망이다. 안가 회동 정조준 특검팀은 지금까지 12·3 내란이 어떻게 준비됐는지에 대해 수사력을 집중했다. 북풍 공작과 평양 무인기 침투 작전, 국군정보·방첩사령부의 움직임 등이 상당 부분 사실로 확인됐다. 내란 이후의 상황을 수사하기 시작한 특검팀은 지난달 24일 오전 10시 박 전 장관을 소환 조사했다. 내란중요임무종사 혐의를 받는 박 전 장관은 13시간가량 조사를 받고 귀가했다. 박 전 장관은 내란 당일 대통령 집무실에서 계엄 선포 계획을 가장 먼저 들은 국무위원 중 한 명이다. 이후 법무부로 돌아와 실·국장 회의를 열고 검찰국에 ‘합동수사본부 검사 파견 검토’ 지시를 내렸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계엄 당일 법무부 출입국본부에 출국금지팀을 대기시키라고 지시한 혐의도 적용됐다. 계엄 이후에는 정치인 등 수용을 위해 교정본부에 수용 여력 점검 및 공간 확보를 지시한 혐의도 있다. 특검팀은 이를 뒷받침할 만한 근거로 그가 지난해 12월3일 오후 11시쯤 대통령실에서 정부과천청사로 이동하면서 통화한 내역을 확보했다. 박 전 장관이 통화한 인물은 임세진 전 검찰과장, 배상업 전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장, 신용해 전 교정본부장, 심우정 전 검찰총장 등이다. 임 전 과장은 박 전 장관과의 통화를 마치고 검사·수사관 인사를 담당하는 실무진 2명에게 전화를 걸었고, 배 전 본부장은 출국금지·출입국 관련 담당자들에게 연락했다. 신 전 본부장은 김문태 전 서울구치소장과 연락을 취했다. 박 전 장관은 이후 간부 회의를 열어 관련 논의를 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후 다음 날 한상대 전 검찰총장과 연락하기도 했다. 한 전 총장은 퇴직 검사 모임인 검찰동우회 회장으로 윤석열 전 대통령과 탄핵 당시 가장 많이 연락한 인물이다. 국회 계엄 해제 요구안 의결 이후에는 김 전 수석과 비화폰으로 통화한 것으로 조사됐다. 특검팀은 두 사람이 2차 계엄 등 후속 대책을 논의했다고 보고 있다. 박 전 장관 측은 김 전 수석에게 포고령에 문제가 있으며 국회가 의결했으니 국무회의를 신속히 소집해 계엄을 해제해야 한다고 전했다는 입장이다. 박성재·김주현 곧바로 2차 계엄 법률 검토? 용산 CCTV 속 최측근들 메모 후 문건 만지작 특검팀은 박 전 장관이 ▲계엄사령부 산하 합동수사본부 검사를 파견하라고 검찰국에 지시 ▲출입국본부 ‘출국금지팀’ 대기 지시 ▲교정본부 수용 여력 점검 및 공간 확보 지시 등을 추진했다고 판단한다. 조사를 마친 박 전 장관은 “제가 한 일에 대해 소상하게 다 말씀드렸다”며 “통상적인 업무 수행에 대한 다른 평가를 하는 것에 대해 제가 알고 있는 모든 내용을 상세하게 말씀드렸다”고 했다. 이어 “장관으로 재직하면서 지속적으로 특검법의 위헌성에 대해 지적을 했었는데, 이 부분이 현재 특검법에도 시정되지 않은 채 시행되고 있다고 생각한다”며 “그 점은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언급했다. ‘어떤 내용을 (특검에) 말했느냐’는 취재진 질문에 “의문이 제기되는 모든 점에 대해 상세히 말씀드렸다”고 답했다. ‘혐의를 전면 부인하는지’ 묻자 “나는 항상 업무를 했을 뿐”이라고 했다. ‘5급 이상 간부들에게 비상대기를 지시했다’는 주장에는 “부당한 지시를 한 적이 없다”고 했다. ‘구치소장 연락 지시’ 관련 질문에는 “질문이 어디에 근거한 것인지 알 수 없다”고 말했다. ‘수용 지시가 계엄과 관련됐느냐’는 질문에는 “누구에게도 체포·구금하라는 지시를 한 사실이 없다”고 답변했다. 특검팀은 윤 전 대통령이 비상계엄 선포 직전 국무회의를 열기 위해 일부 국무위원을 용산 대통령실로 소집했을 때의 CCTV 영상도 확보했다. 박 전 장관은 대통령실 대접견실에서 A4 용지에 직접 내용을 메모하고 특정 문건을 들여다봤다고 한다. 특검팀은 그가 윤 전 대통령 등으로부터 문건 형태로 계엄 이후 법무부가 해야 할 조치 등을 지시받고 현장에서 이를 직접 정리했을 가능성을 의심하고 있다. 앞서 계엄 선포 당일 대통령실에 모인 일부 국무위원 등은 윤 전 대통령으로부터 계엄 이후 조치 사항이 담긴 문건을 직접 전달받았다. 최상목 전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계엄 이후 가동할 비상입법기구 예산 편성 등을 지시받았고,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은 <경향신문> 등 언론사에 단전·단수 조치하라는 지시를 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지시를 한 사실 없다” 조태열 전 외교부 장관은 ‘공관을 통해 대외 관계를 안정화시키라’는 지시를 받았다. 박 전 장관 측은 윤 전 대통령으로부터 개별 지시 문건을 받지 않았고 통상적인 절차에 따라 법무부에 지시를 내렸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는 지난달 24일 특검 조사에서도 A4 용지에 메모했는지 등에 대해 “기억나지 않는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박 전 장관 측은 이날 “해당 CCTV 장면을 보여달라”는 취지의 의견서를 특검에 제출했다. 특검팀이 김 전 수석을 소환한 건 지난 7월 초다. 그는 지난해 12월4일 서울 삼청동에 위치한 대통령 안전가옥(안가)에서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 박 전 장관, 이완규 전 법제처장 등과 계엄 관련 법률 검토를 했다는 의혹을 받는다. 모두 윤 전 대통령과는 고교·대학 및 검찰 동기나 선·후배로 윤석열정부 최고위직 법률가들이다. 지난해 말부터 정치권에서 “비상계엄 수사 등 법률적 대응 방안 또는 제2의 내란 모의 가능성을 논의한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자 이들은 국회와 경찰 조사에서 “연말에 얼굴 보자는 취지였다”(박성재 전 장관), “신세 한탄이나 하자는 자리였고, 법률을 검토할 겨를도 없었다”(이상민 전 장관)며 의혹을 부인했다. 그러나 검찰과 경찰은 이 자리에 한정화 전 법률비서관이 동석한 사실을 확인했다. 주변 CCTV 등 안가 회동 참석자들을 확인하는 과정에서 한 전 비서관의 존재를 인지하고 소환 조사까지 진행했다. 특검팀은 삼청동 안가 모임 성격을 ▲비상계엄 선포 절차 사후 보완 ▲대통령 탄핵 대비 법적 대응 논리 개발 자리 등으로 보고 있다. 특히 내란 국정조사 청문회에서 나온 관련자 진술의 위법성을 면밀히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박 전 장관과 김 전 수석, 이 전 처장 등은 안가 회동 이후 휴대전화를 바꿨다. 류혁 전 법무부 감찰관은 지난 3월 <일요시사>와의 인터뷰에서 “윤 전 대통령 최측근으로 꼽히는 김주현 전 민정수석, 박성재 전 법무부 장관 등 밑에서 일하던 검찰 고위 관계자들은 대통령을 ‘운명 공동체’로 생각한다”며 “박 전 장관이나 김 전 수석에 대해서는 검찰이 적극적으로 수사하지 않았다. 이들에 대해 합리적이고 납득할 만한 수사 결론이 나오지 않으면 국민이 받아들이겠나. 모든 의혹이 해소될 때까지 그 사람들에 대한 수사는 계속돼야 한다. 이들은 죽을 때까지 수사선상서 벗어날 수 없을 것”이라고 비판한 바 있다. 증거 이미 폐기했다? 특검팀은 과거 검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본부가 작성했던 수사보고서도 확보한 것으로 확인됐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검찰 특수본 수사보고서의 제목은 ‘2차 비상계엄 가능성에 대한 의혹 등 정리 보고’다. 수사보고서에는 “12·4 국회에서 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이 통과되고 난 직후, 윤 대통령이 계엄사령부 상황실로 찾아가 김용현 국방부 장관에게 ‘왜 국회의원들을 잡지 않았느냐’ ‘내가 다시 계엄을 할 테니 그때는 철저히 준비해서 국회부터 장악하라’라고 지시한 정황”이 있다고 적혔다. 해당 의혹은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에서 처음 제기했다. 민주당은 지난해 12월6일 비상 의원총회에서 윤 전 대통령이 비상계엄 2차 발령을 준비했다는 정황을 공개했다. 검찰이 이 같은 민주당의 의혹 제기와 관련해 수사 필요성이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와 관련해 검찰은 수사보고서에 “계엄사령관인 박안수 육군참모총장은 윤 대통령, 김용현 장관과 함께 합참 지휘통제실 내 별도의 방에 들어갔다고 국방위 현안 질의에서 답한 바 있으나 대화 내용은 기억나지 않는다고 발언했으나 박 총장이 답변한 날인 12월5일은 윤 대통령의 위와 같은 발언이 공개되지 않은 시점”이라며 박 전 총장에 대해 조사 필요가 있다고 적었다. 검찰은 수사보고서에서 시민단체와 언론사 보도 등 2차 계엄 의혹과 관련한 의혹 확인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육군 복수 부대에 지휘관 휴가 통제 지침이 내려졌고 비상계엄 선포 이후 경계 태세가 유지되고 있다는 의혹과 계엄 둘째 날 지방 공수여단의 서울 진입 계획이 있었다는 육군특수전사령부 간부의 언론사 인터뷰 등이 그 근거다. 검찰은 윤 전 대통령과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이 곽종근 전 특수전사령관에게 ‘국회 문을 열고 들어가 의사당 내 의원들을 밖으로 이탈시킬 것’이라고 동일한 명령을 내렸지만, 지시가 이행되지 않아 2차 계엄이 준비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12월4일 새벽 중요…검도 “수사 필요” 인정 자료 이미 사라졌나…용산 PC 전부 포맷 확인 검찰은 수사보고서에 “윤 대통령의 ‘국회의원 이탈 명령이 제대로 시행되지 않자 김 장관에게 위와 같은 발언(왜 국회의원들을 잡지 않았느냐)을 했을 가능성이 충분히 있어 보이고, 이와 더불어 ‘추가 계엄 선포’와 관련된 발언을 했을 가능성도 있어 보이므로 관련 내용 수사 필요성 있음”이라고 적었다. 특검팀은 대통령실 고위 간부들이 조직적으로 2차 계엄 관련 자료를 폐기했다고 보고 있다. 지난달 18일 정진석 전 대통령실 비서실장을 참고인 신분으로 소환한 특검팀은 정 전 실장에게 계엄 이후의 상황을 따져 물은 것으로 파악됐다. 정 전 실장은 불법 계엄 전후 윤석열 전 대통령을 가까이서 보좌했다. 그는 계엄 선포 직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 있었다. 국무위원은 아니지만 계엄 선포 전 국무회의에 신원식 전 국가안보실장과 함께 참석했다. 이튿날 새벽에 계엄 해제 국무회의가 열리기 전, 윤 전 대통령이 합동참모본부 전투통제실에 머물 때 찾아가 만나기도 했다. 정 전 실장은 지난해 12월4일 국회가 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을 의결한 이후 윤 전 대통령, 박 전 총장, 김 전 장관 등과 함께 합동참모본부 전투통제실 내 결심지원실에 함께 있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그는 국회에서 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이 의결된 후 국민의힘 추경호 전 원내대표와도 통화했다. 추 전 원내대표는 앞서 “지난해 12월4일 오전 2시58분쯤 정 전 실장에게 전화를 걸어 국회 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이 정부에 도착했음을 확인하고 정부의 신속한 계엄 해제 조치를 촉구했다”고 밝혔다. 정 전 실장은 대통령실 윗선이 계엄 증거를 조직적으로 은폐했다는 의혹에도 연루돼있다. 특검은 지난 4월 대통령실 컴퓨터(PC) 전체 초기화 계획이 정 전 실장의 지시로 실행됐을 가능성을 살펴보고 있다. 특검팀은 앞서 별도 전담팀을 꾸려 정 전 실장 관련 의혹을 수사해 왔다. 특검팀은 이날 정 전 실장을 상대로 계엄 당시 국무회의와 대통령실 상황, 추 전 원내대표와의 통화 경위 등을 조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시간이 부족하다 특검팀은 박 전 총장도 참고인 신분으로 재조사했다. 앞서 박 전 총장은 계엄 당시 계엄사령관으로서 불법 포고령을 발령한 혐의(내란중요임무종사) 등으로 구속 기소됐다. 박 전 총장도 국회가 비상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을 의결한 뒤 윤 전 대통령, 김 전 장관 등과 합참 결심지원실에 함께 있었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