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차 남북정상회담> 두 정상에 남은 과제

  • 최현목 기자 chm@ilyosisa.co.kr
  • 등록 2018.10.01 10:21:49
  • 호수 1186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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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김-트 서울서 모이나

[일요시사 정치팀] 최현목 기자 = 역사적인 9·18남북평양정상회담(이하 평양회담)이 막을 내렸다. 11년 만에 평양서 만난 남북 정상은 평양공동선언문에 합의하며 한반도 평화가 머지않았음을 전 세계에 알렸다. 민족 최대의 명절 한가위를 앞두고 발표된 평화의 메시지라는 점에서 더욱 뜻깊은 합의였다. 두 정상은 이제 한반도의 항구적 평화를 위해 ‘비핵화’와 ‘종전’이라는 다음 과제를 해결해야 한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9월18일 제3차 남북정상회담을 위해 평양으로 출발했다. 이날 오전 8시6분경 청와대 관저를 나선 문 대통령은 오전 8시23분경 서울공항에 도착해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 한병도 청와대 정무수석, 김부겸 행정안전부장관, 더불어민주당 홍영표 원내대표 등의 배웅을 받으며 공군1호기에 탑승했다.

숨 가빴던
평양회담

문 대통령은 서울공항서 평양으로 출발할 당시 별도의 성명이나 대국민 메시지를 내지 않았다. 다만 이륙에 앞서 환담장서 윤영찬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에게 “이번 방북으로 북미대화가 재개되기만 한다면 그 자체가 의미가 있다”며 “남북이 자주 만나는 게 매우 중요하고 정례화를 넘어 필요할 때 언제든 만나는 관계로 넘어가고 있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진다.

문 대통령이 탄 공군1호기는 이날 오전 9시49분경 평양 순안공항에 착륙했다. 공항장에는 김 위원장과 부인 리설주가 직접 마중 나왔다. 또 김여정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1부부장도 함께 문 대통령 내외를 영접했다.

김 위원장이 공군1호기로 다가서자 공항 곳곳서 환호가 터져 나왔다. 평양 시민들은 꽃술과 한반도기, 인공기를 흔들며 만세를 불렀다. 환영인파 뒤로는 ‘민족의 단합된 힘으로 평화와 번영의 시대를 열어나가자!’ ‘평양을 방문하는 문재인 대통령을 열렬히 환영합니다!’라는 문구가 적힌 현수막이 걸려 있었다.


김 위원장은 특히 인사 과정서 문 대통령을 힘껏 포옹한 뒤 뺨과 뺨을 부딪치는 서양식 ‘뺨 인사’를 해 눈길을 끌었다. 김 부부장과 함께 공항에 미리 도착해 대기하던 화동들은 문 대통령 내외에게 꽃을 건넸다.

문 대통령과 김 위원장은 인사와 함께 30초가량 대화를 나눴고, 뒤이어 북한군 의장대 사열을 받은 뒤 나란히 미리 준비된 벤츠 차량으로 걸어갔다. 문 대통령은 이 과정서 자신을 반기는 평양 시민 일부와 손을 잡고 인사를 나눴다. 일부 시민은 이에 상기된 표정으로 울먹이기도 했다.

문 대통령과 김 위원장은 ‘깜짝 차량 동승회담’을 가졌다. 앞서 지난 2000년 김대중 당시 대통령의 방북 때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과 함께 50여분간 함께 승용차를 타고 동승회담을 진행한 바 있다. 동승회담은 보좌진 없이 진행돼 과연 그 차량 안에서 두 정상이 어떤 대화를 나눴을지 관심을 모았다.

파격의 3일
세계도 관심

두 정상을 태운 차량은 백화원 영빈관으로 향했다. 영빈관을 에워싼 평양 시민들은 정상들이 탑승한 차가 다가오자 도로 앞까지 달려 나가 꽃을 흔들며 환호했다. 두 정상은 사람들에게 손을 흔들며 카퍼레이드를 선보여 이목을 끌었다.

영빈관에 도착한 문 대통령과 김 위원장은 별도로 오찬을 가진 후 오후 3시45분부터 평양 조선노동당 중앙위원회 본부 청사서 1일차 회담을 시작했다. 우리 측에서는 서훈 국가정보원장과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 배석했고 북측은 김 부부장, 김영철 당중앙위 부위원장이 배석했다. 회담은 비공개로 진행됐다.
 

회담 후 두 정상은 만찬자리서 한반도의 항구적 평화정착을 위한 의기투합의 시간을 가졌다. 


먼저 입을 연 김 위원장은 “민족 앞에 약속한 판문점 선언의 이행을 위해 노심초사하시며 평화의 새 시대, 민족번영의 새 역사를 흔들림 없이 이어나가려는 굳은 마음을 안고 평양을 방문한 문 대통령 내외분을 열렬히 환영한다”며 “우리들은 좋게 출발한 평화번영의 새 역사를 지속해 나가며 북남관계서 꽃피는 봄날과 풍요한 결실만이 있도록 만들어 나가야 한다”고 환영사를 전했다.

문 대통령은 화답으로 “오가는 거리마다 뜨거운 환영을 보내준 북녘 동포들께도 깊이 감사드린다”며 “오늘 도착해보니 평양의 발전이 참으로 놀랍다. 대동강변을 따라 늘어선 고층 빌딩과 평양 시민들의 활기찬 모습이 아주 인상적이었다. 과학과 경제를 발전시켜 주민들의 삶을 나아지게 하려는 김 위원장의 지도력과 성취를 알 수 있었다”고 김 위원장을 추켜세웠다.

재회한 두 정상 “반갑습니다”
평양선언문서 비핵화 의기투합

평양회담 둘째 날인 지난 9월19일 두 정상은 ‘9월 평양공동선언’ 합의서를 발표했다. 합의서에는 ▲핵시설 폐기 등 완전한 비핵화 협력 ▲남북군사공동위원회 가동 ▲이산가족 상설면회소 개소 ▲보건의료 협력 즉시 추진 ▲2032년 하계올림픽 공동유치 협력 ▲연내 동서철도·도로협력 착공 ▲김 위원장의 서울 방문 등이 핵심 내용으로 포함됐다.

두 정상이 핵시설 폐기 등 완전한 비핵화 협력에 합의했다는 점이 눈에 띈다. 북한은 동창리 엔진시험장과 미사일 발사대를 유관국 전문가들의 참관 하에 우선 영구적으로 폐기하고, 미국의 조치에 따라 영변 핵시설의 영구적 폐기 등 완전한 비핵화 추진에 협력키로 했다.

또 남북군사공동위원회를 조속히 가동해 군사 분야 합의서의 이행실태를 점검키로 했다. 우발적 무력충돌 방지를 위한 상시적 소통과 긴밀한 협의도 진행한다. 두 정상은 합의서에서 “비무장지대(DMZ)를 비롯한 대치지역서의 군사적 적대관계 종식을 한반도 전 지역서의 실질적인 전쟁위험 제거와 근본적인 적대관계 해소로 이어나가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산가족들의 상시 상봉을 위한 상설면회소를 조속한 시일 내에 개소하는 데도 합의했다. 두 정상은 이 같은 조치가 인도적 협력을 더욱 강화해나가기 위함이라며 “적십자 회담을 통해 이산가족의 화상상봉과 영상편지 교환 문제를 우선적으로 해결해나가기로 했다”고 밝혔다.

김 위원장의 서울 방문도 파격적인 합의 내용 중 하나다. 문 대통령은 평양회담 둘째 날 기자회견서 “김 위원장이 올해 안에 서울을 방문하기로 약속했다”며 “가까운 시일이라는 것은 특별한 사정이 없으면 올해 안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고 설명했다.

비핵화 협력
미국 반응은?

평양선언문을 통해 북한 비핵화의 로드맵이 발표되자 세계의 눈은 미국 워싱턴으로 향했다. 김 위원장이 비핵화에 대한 의지를 보인 가운데 미국이 이를 얼마만큼 신뢰하느냐에 따라 한반도의 항구적 평화가 찾아올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은 한반도 종전의 키를 쥐고 있다. 미국은 남북과 함께 한반도 종전선언의 당사국이다. 이에 완벽한 의미의 종전을 위해서는 미국의 동의가 필요하다. 문 대통령이 ‘종전선언 후 비핵화 조치’를 요구하는 북한과 ‘선 비핵화 조치 후 종전선언’을 요구하는 미국 사이서 중재외교를 펼쳐온 이유다.
 

평양회담 합의서에는 종전선언이 빠졌다. 앞서 두 정상이 지난 4월27일 판문점선언문에 연내 종전선언을 추진키로 명시한 것과 대비된다. 북미 간 논의사항이자 미국이 부담스러워하는 종전선언 문제를 남북 주도로 할 수 없다는 점을 고려한 조치로 풀이된다. 


단 북측은 미국이 6·12북미공동성명의 정신에 따라 ‘상응조치’를 취하면 영변 핵시설의 영구적 폐기와 같은 추가적인 조치를 계속 취해나갈 용의가 있음을 표명해 비핵화 가능성을 열어뒀다. 여기서 상응조치란 종전선언을 의미한다.

만족한 트럼프 종전까지는 “글쎄”
바빠진 폼페이오 북미회담 가시권

문 대통령으로부터 평양회담 결과를 전해들은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2차 북미정상회담의 가능성을 시사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9월24일(현지시각)뉴욕서 문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가진 후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이 실무 작업을 준비 중에 있다. 폼페이오 장관은 북한 정부 관계자들과 접촉 중”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북미정상회담의 조기 개최 가능성이 높다. 트럼프 대통령은 오는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외교 분야에서 가시적 성과가 필요하다. 트럼프 대통령 입장서 11월 중간선거 이전 김 위원장과 워싱턴서 북미정상회담을 갖는 게 최상의 시나리오다. 

폼페이오 장관이 유엔총회 참석차 지난달 25일(현지시각) 뉴욕에 도착한 리용호 북한 외무상과 만남을 가져 북미정상회담 조기 개최 가능성을 높였다.

김 위원장의 연내 서울 답방과 연계해 남북미 3자 정상회담 가능성도 점쳐진다. 이 경우 비핵화와 종전의 당사국이 모두 서울에 모인다는 점에서 두 문제가 동시에 타결되는 극적인 장면이 연출될 수 있다. 다만 남북미가 비핵화와 종전에 대한 공통된 공감대를 형성해야한다는 점에서 실제 3자 정상회담이 성사될지는 미지수다.


비핵화·종전
동시 타결되나

폼페이오 장관은 한미정상회담 전날인 지난달 23일 미국의 한 언론과 인터뷰서 한반도 종전선언에 대해 “(미국이) 어떤 양보를 할 것인지에 대해 모두 각자 생각을 가지고 있다”며 “어떤 이는 트럼프 대통령이 싱가포르에 간 것 자체를 양보로 생각할 것이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양보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종전선언에 대한 대가로 북한의 핵리스트 신고를 확약받길 원한다. 폼페이오 장관이 조만간 평양을 방문해 이 같은 내용의 트럼프 대통령의 친서를 김 위원장에게 전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chm@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옥에 티’ 백화원 욕설 파문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9월18일 평양 백화원서 대화를 나누던 중 “지X하네”로 추정되는 욕설이 송출돼 파문을 낳았다. 

청와대 게시판에는 ‘남북 정상회담 도중 “XX하네”라고 욕설한 카메라기자를 엄벌해달라’는 국민청원이 올라와 추석 연휴를 뜨겁게 달궜다. 논란이 커지자 청와대는 “정황을 파악 중”이라고 발표했다.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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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김건희 일가 연루 의혹 ‘선라이즈F&T’ 주주명부 공개

[단독] 김건희 일가 연루 의혹 ‘선라이즈F&T’ 주주명부 공개

갈수록 증폭되는 평택 논란 이제야 공개된 소소한 흔적 쉽게 거두지 못하는 의심 의미심장 세력 교체 과정 [일요시사 취재1팀] 양동주 기자 = 소문이 어느덧 사실처럼 인식되고 있다. 명확한 물증이 없는 가운데 파편적인 의혹이 덧씌워진 양상은 좀처럼 바뀌지 않고 있으며, 흐름을 파악할 만한 유의미한 흔적이 이제야 겨우 나왔을 뿐이다. 증폭된 의혹 뒤편에서 여전히 진실은 빼꼼히 잘 보이지 않는다. 2010년 9월 설립된 ‘선라이즈에프앤티’는 황해경제자유구역에 자리 잡은 유일한 농산물 가공 업체로, 그간 심심치 않게 밀수 의혹을 받아왔다. 가공 목적으로 수입한 농산물을 가공 없이 시중에 유통시켜 엄청난 차익을 봤다는 꼬리표가 뒤따랐다. 의혹하는 눈초리 선라이즈에프앤티가 취급했던 대다수 농산물이 고관세 품목이라는 점은 이 같은 의혹을 부채질했다. 그간 선라이즈에프앤티는 ▲녹두 ▲콩나물콩 ▲다대기(혼합양념) ▲생강 ▲마늘 ▲참깨 ▲팥 ▲서리태 등 높은 세율이 붙는 고관세 품목을 주로 수입했던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한 예로 콩나물콩의 경우 그대로 들여와 국내에 유통하면 487% 관세가 부과되지만, 콩나물 재배 목적으로 수입하면 27%만 반영된다. 평택세관에 몸담았던 다수의 전직 세관공무원이 기업 출범 및 운영에 관여했다는 점도 선라이즈에프앤티를 부정적으로 보게 만들었다. 심지어 선라이즈에프앤티 이사진에 포함됐던 특정 세관 출신 임원이 한때 다이아몬드 밀수 사건에 이름이 오르내린 사례도 존재한다. 수년 전부터는 김건희씨 일가와 선라이즈에프앤티를 동일선상에서 바라보는 경향이 강해졌다. 선라이즈에프앤티의 밀수 의혹을 수차례에 걸쳐 제기했던 공익 제보자 이성열씨가 재판에 연루되는 과정에서 김건희씨의 모친인 최은순씨가 거론됐던 게 이 같은 흐름에 불을 지핀 형국이다. 이런 가운데 정치평론가인 장성철 공론센터 소장이 최근 ‘평택항’을 언급하자, 김건희씨 일가와 선라이즈에프앤티 간 연관성은 사실처럼 받아들여질 정도가 됐다. 장 소장은 SBS라디오 <김태현의 뉴스쇼>가 운영하는 유튜브 방송에 출연해 김건희씨 일가의 수상한 물건 수입 의혹과 관련한 이야기를 전했다. 장 소장은 “최은순씨가 주인으로 있는 농수산물 수입업체에서 이상한 것을 들고 오려고 하다가 걸려서 (김건희) 오빠와 김건희씨가 그것을 무마시키려고 여러 가지 이상한 (일들을 했다고 한다)”며 “어떤 물건인지 구체적으로 밝히지는 않았지만, 부적절한 물건인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고 말했다. 급기야 선라이즈에프앤티의 폐업이 알려지자, 의혹은 그야말로 걷잡을 수 없이 커진 양상이다. 선라이즈에프앤티는 국세청 사업자 과세 유형 조회 결과 지난 10일자로 폐업한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폐업자로 조회된 지난 10일은 김건희 특검법이 공포된 시기와 맞물린다. 물론 꾸준히 의혹이 제기된 것과 별개로, 김건희씨 일가와 선라이즈에프앤티 간 연관성을 입증할 만한 확실한 단서는 없는 상황이다. 특히 주주명부가 지금껏 외부에 공개되지 않았다는 게 의혹과 진실을 구분 짓기 어렵게 만들고 있다. 이런 의미에서 <일요시사>가 최초 입수한 주주명부는 간접적으로나마 의문을 풀 수 있는 열쇠로 작용할 여지를 남긴다. 의문 해소 첫 단추 2022년 10월 작성된 ‘카리나에프앤티(선라이즈에프앤티에서 2020년 9월 상호 변경) 주주명부’를 검토한 결과 주주는 총 17명, 발행주식은 91만8400주(1주당 5000원)로 확인됐다. 2010년 9월 자본금 5억원으로 설립된 선라이즈에프앤티는 수차례 증자를 거쳤고, 해당 시기에 자본금을 45억9200만원으로 늘린 상태였다. 일단 주주명부에서는 김건희씨 일가의 이름을 찾을 수 없다. 대신 경영권 교체 과정이나마 엿볼 수 있을 뿐이다. 법인 등기와 주주명부를 교차 검증한 결과를 토대로 추정하면, 표면상 선라이즈에프앤티 지배 세력은 ‘전직 세관공무원(설립~2018년 중순)→지엔티에이치(~2020년 중순)→킴스에O엔O(~2022년 초순)→동OO앤에스(~2025년 6월)’ 순으로 변경된 흐름이다. 첫 번째 경영권 교체는 ‘펀딩하이 연체 사건’과 함께 발생했다. 펀딩하이는 중국·동남아시아에서 농산물을 수입하는 업체에 돈을 빌려 주고, 투자자들에게 15% 이상 수익을 보장하는 펀딩 상품으로 인기를 끌던 P2P 업체였다. 그러나 펀딩하이는 2018년 6월20일 ‘마늘 시즌2-17차(모집 금액 3억원, 차주 승리산업)’ 펀딩 상품의 연체를 시작으로 ▲세척 당근 시즌2-18차(모집금액 5억원, 차주 지엔티에이치) ▲김치 펀딩 2차(모집금액 1억2000만원, 차주 상아농산) ▲번데기 펀딩 1차(모집금액 1억8000만원, 차주 월량완코리아) 등에서 차주의 투자금 상환 실패를 알렸다. 연체 금액은 ▲지엔티에이치 29억원 ▲승리산업 33억원 ▲상아농산 11억8000만원 ▲월량완코리아 1억8000만원 등 총 75억6000만원에 달했다. 급기야 펀딩하이는 연체율 100%를 찍은 채 영업을 중단했다. 상환 실패 이후 차주 사이에 관련성이 드러났다. 지엔티에이치와 승리산업에서 대표이사였던 윤석호씨는 두 회사 지분을 각각 60%, 100% 보유 중이었다. 또한 월량완코리아 사내이사로도 등재돼있었다. 연체가 발생한 직접적인 사유는 선라이즈에프앤티를 대상으로 한 지분 투자였다. 지엔티에이치는 펀딩받은 금액을 농산물을 들여오는 데 쓰지 않고,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을 매입하는 데 활용한 것으로 뒤늦게 확인됐다. 이를 계기로 지엔티에이치는 2018년 6월경 주식 16만1400주를 확보한 선라이즈에프앤티 최대주주로 올라섰다. 지엔티에이치가 지배력을 확보한 이후 선라이즈에프앤티 임원 명단에 변화가 목격됐다. 선라이즈에프앤티 초창기부터 함께했던 사내이사와 부친에 이어 회사에 몸담았던 대표이사를 대신해 지엔티에이치가 끌어들인 얼굴들이 등기임원 자리를 꿰찼다. 정작 지엔티에이치는 연체 발생 넉 달 후인 2018년 10월 보유 중이던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을 ‘란릉현래보식품유한공사’에 넘겼다. 펀딩하이 투자자들과의 소송전이 불거지자 중국에 본거지를 둔 우군에 주식을 양도한 모양새였다. 거듭되는 교체 수순 두 번째 경영권 교체는 ‘킴스에O엔O’ 측이 선라이즈에프앤티의 주체로 올라서는 과정에서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 충청권에 본적을 둔 킴스에O엔O는 2022년 10월 기준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 10만8200주를 확보한 것으로 확인됐다. 킴스에O엔O 대표이사의 친인척이 보유한 주식 13만2800주를 합산하면 우호 주식은 24만주 안팎이다. 기존 지엔티에이치 측 우호 세력(란릉현래보식품유한공사 16만1400주+마송재 3만주)과 비교해 5만주 가까이 격차를 벌린 셈이다. 킴스에O엔O 측이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을 대량 매입한 시기는 2020년 중후반으로 추정된다. 이 무렵 선라이즈에프앤티 등기임원 구성이 크게 요동쳤다는 점을 통해 짐작 가능한 사안이다. 실제로 지엔티에이치가 지배력을 발휘하던 2018년 7월 대표이사에 선임됐던 김정일 대표는 2020년 3월 해임됐다. 2018년 9월 취임했던 또 다른 대표이사 역시 당해 10월을 넘기지 못한 채 사임했다. 공석이 된 주요 등기임원 자리는 킴스에O엔O 측 인물로 채워졌다. 킴스에O엔O 대표이사가 2020년 10월 선라이즈에프앤티 대표이사로 취임했고, 해당 시기에 사외이사, 감사 등 등기임원 전원이 새 얼굴로 교체됐다. 킴스에O엔O에 이어 지배 세력으로 등장한 곳은 식료품 제조업을 영위하는 동OO앤에스였다. 이 회사는 2022년 10월 기준 주주명부에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 41만주(지분율 44.64%)를 보유한 단일 최대주주로 등재돼있다. 여기에 우호 세력(글로O포O 1만주+김성수 2만주+김종봉 788주)의 주식을 합산하면 지분율은 50%에 육박한다. 동OO앤에스는 사실상 선라이즈에프앤티를 인수하고자 만든 업체로 비쳐질 여지를 남긴다. 2022년 2월 출범 당시 자본금 10억원짜리였던 동OO앤에스는 불과 두 달 만인 2022년 4월14일 자본금을 21억원으로 두 배 이상 키웠다. 공교롭게도 동OO앤에스가 설립 이후 8개월 사이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 41만주를 확보하는 과정에서 투입한 금액은 총 20억5000만원이었다. 이는 동OO앤에스 자본금 21억원이 선라이즈 주식 41만주를 매입하는 데 쓰였을 가능성에 주목하게 만든다. 게다가 선라이즈에프앤티는 기존 61만8400주였던 발행주식을 2022년 4월22일 91만8400주로 30만주 확대했다. 동OO앤에스가 자본금을 21억원으로 확충한 지 8일 만이다. 선라이즈에프앤티가 발행주식을 30만주 늘린 덕분에 동OO앤에스는 상대적으로 수월하게 주식 41만주를 확보한 형국이다. 동OO앤에스가 선라이즈에프앤티를 지배하는 위치로 올라설 무렵에 선라이즈에프앤티 임원 구성은 또 한 번 바뀌었다. 동OO앤에스 대표이사가 사내이사, 글로O포O 대표이사가 사외이사에 이름을 올렸고, 김성수 대표이사가 신규 선임됐다. 이후 김성수 대표는 선라이즈에프앤티 폐업 전까지 자리를 지킨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되짚어보는 연결고리 한편 일각에서는 김건희씨 일가에서 선라이즈에프앤티에 영향력을 행사했다면 그 시기는 지엔티에이치 측이 지배력을 상실한 이후일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그나마 킴스에O엔O 혹은 동OO앤에스와의 연관성이 높다고 보는 것이다. 한 경찰 관계자는 “김건희씨 일가에서 선라이즈에프앤티에 관여한 직접적인 흔적이 발견되지 않았지만, 만약 영향력을 행사했다면 그 시기를 2021년 이후로 특정해볼 수 있을 것”이라며 “항간에 떠도는 마약 적발 여부는 2022년 근방으로 얘기가 오가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heaty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