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중분석] ‘프리패스’ 인사혁신처 취업심사 실태

  • 최현목 기자 chm@ilyosisa.co.kr
  • 등록 2018.09.10 11:27:37
  • 호수 1183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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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멍 숭숭’ 십중팔구 종이문 통과

[일요시사 정치팀] 최현목 기자 = 퇴직 공직자 취업심사 제도에 구멍이 숭숭 뚫려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가 대기업을 압박해 퇴직 간부를 채용하도록 한 재취업 비리 사건이 발생하면서 해당 제도가 도마에 올랐다. <일요시사>가 인사혁신처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취업가능·승인율은 80%를 상회한다.
 

<일요시사>가 정보공개청구를 통해 인사혁신처로부터 받은 ‘2015.1∼2018.7 정부공직자윤리위원회(공직자윤리위) 취업심사 현황’ 자료에 따르면 취업심사를 신청한 퇴직 공직자 2695명 중 취업가능·승인을 받은 신청자는 2230명(승인율 82.7%)에 달한다. 반면 취업제한·불승인을 받은 신청자는 465명으로 나타났다.

2695명 중
승인율 83%

연도별로 보면 지난 2015년 취업가능·승인율이 가장 낮았다. 당해 538건의 취업심사 중 가능·승인을 받은 신청자는 426건이었으며, 제한·불승인은 112건으로 승인율은 79.2%로 드러났다. 

이듬해인 2016년에는 763건의 취업심사 중 632건이 심사를 통과한 반면, 131건이 통과하지 못해 82.8%의 승인율을 보였다. 2017년에는 752건 중 614건이 심사를 통과했으며, 138건이 불승인이나 81.6%의 승인율을 기록했다.

2018년 7월까지 취업심사 현황을 보면 올해 승인율은 최근 4개년 중 최고치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전체 642건의 취업심사 중 558건이 취업가능 결과를 받았으며, 84건이 불승인이 났다. 승인율은 86.9%에 달한다.


공직자윤리위 취업심사는 재산등록을 했던 퇴직 공직자가 취업제한기관에 취업하려는 경우, 해당 위원회에 적격 여부를 요청하는 것으로 공직자윤리법 제17조에 따라 시행되고 있는 제도다. 

공직자윤리법 제17조는 퇴직공직자가 퇴직일로부터 3년간 퇴직 전 5년 동안 소속했던 부서나 그 기관의 업무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기관에는 취업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다만 공직자윤리위의 취업심사를 거쳐 승인을 받은 경우에는 취업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공직자윤리위는 인사혁신처 산하 위원회다.

국회는 매년 국정감사 때 공직자윤리위의 높은 취업 승인율을 지적해왔다. 지난 2015년 9월 당시 국회 안전행정위원회 소속 새누리당(자유한국당 전신) 조원진 의원이 인사혁신처로부터 제출받은 국정감사자료에 따르면, 지난 2012년부터 올해 7월까지 퇴직 2∼3년 이내에 공직자윤리위에 재취업 신고를 한 공직자 1161명 중 157명을 제외한 1004명이 재취업했다. 

퇴직공직자들의 재취업율은 86.5%로 사실상 10명 중 8명 이상이 재취업한 것이다.

매년 국감
지적 사항

조 의원은 “특히 소위 일부 권력기관의 경우 상대적으로 높은 재취업율을 보이고 있다”며 “퇴직 후 제2의 인생을 성실하게 살고자 노력하는 대부분의 서민을 생각할 때, 퇴직 전 업무의 연관성을 이점으로 특채처럼 재취업되는 것은 국민 정서에 맞지 않다. 취업심사절차를 거치지 않고 임의취업하는 82건 사례를 막기 위해서도 이들에 대해 공개 등 과태료 이상의 강력한 조치가 있어야 한다”고 지적한 바 있다.

새누리당 장제원 의원 역시 인사혁신처로부터 제출받은 자료를 토대로 2016년 국정감사 당시 이 문제에 대해 지적했다. 당시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13년부터 2016년 8월 말까지 3년여 동안 요청받은 취업심사 건수 1482건 중 226건(15.2%)만 취업제한 판정을 받았다.


당시 장 의원은 “공직자윤리위의 취업심사 제도는 누구나 공감하고 있지만 현행 심사제도는 여전히 허점이 많은 것으로 드러났다”며 “이번 국정감사를 통해 법의 취지에 맞게 보다 명확한 퇴직공직자의 재취업심사가 이뤄질 수 있도록 관련 제도를 정비하는 데 나서겠다”고 밝혔다.
 

2017년 국정감사 때에는 더불어민주당 진선미 의원이 퇴직 공직자 중 고위공직자였던 사람의 재취업 현황을 공개했다. 당시 자료에 따르면, 2013년부터 2017년 9월까지 5년여 동안 재취업심사를 신청한 고위공직자는 총 262명으로, 이 가운데 222명(84.7%)이 취업가능·승인을 받아 재취업했다.

진 의원은 “고위공직자의 재취업률이 일반 하위직 공무원보다 높은 점, 퇴직 전 근무 부처와 유사성이 있는 기관의 임원직으로 들어간 점을 보면 여전히 고위공직자에게 취업심사는 관대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고 지적했다.

10명 중 8명은 재취업 승인
2018년 승인율 최고치 눈앞

매년 국정감사서 공직자윤리위 취업심사 제도가 유명무실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는 것이다. 국회 우려대로 올해 공정위가 대기업을 압박해 4급 이상 퇴직 공무원을 채용한 재취업 비리 사건이 터져 논란이 되고 있다.

실제로 지난달 16일 전·현직 공정위 고위직 간부들이 무더기로 재판에 넘겨졌다. 서울중앙지검 공정거래조사부(부장 구상엽)는 정재찬 전 공정위원장과 김학현·신영선 전 부위원장을 업무방해 혐의 등으로 구속 기소했다. 노대래·김동수 전 위원장, 지철호 현 부위원장을 포함한 9명은 불구속 기소했다.

검찰 조사 결과 공정위 운영지원과는 조직적으로 4급 이상 퇴직 공무원의 일자리를 알선해왔다. 지난 2009년 11월 운영지원과는 ‘바람직한 퇴직문화 조성을 위한 퇴직 관리 방안 검토’ 문건을 만들었는데, 인사 적체 해소를 위해 조직적으로 4급 이상 퇴직 공무원의 일자리를 알선하는 방안을 마련하기 위함이었다.

이후 부위원장과 운영지원과장 등은 기업 고위 관계자를 직접 접촉해 공정위 퇴직자의 일자리 마련을 요구했다. 근무 기간과 급여, 처우, 후임자 등도 사실상 공정위가 결정한 것으로 검찰 조사 결과 드러났다. 

2012년부터 지난해까지 공정위 출신 고위 공무원들이 기업서 받은 급여는 모두 76억원에 이른다. 더 나아가 운영지원과는 기업에 재취업한 공정위 퇴직자들이 공무원 정년 이후에도 퇴직을 거부해 후임자의 일자리가 부족하자, 지난 2014년 3월 공무원 정년을 넘긴 사람은 연장 계약을 하지 말라고 기업에 주문하는 ‘과장급 이상 퇴직자 재취업 기준’을 마련하기도 했다.

공정위 비리
조직적 움직임

당시 검찰 관계자는 “자유롭고 공정한 시장경제질서를 수호해야 할 책무를 지닌 공정위가 기업에 대한 막강한 규제 및 제재 권한을 내세워 민간기업들을 마치 산하기관처럼 인식·분류하고, 공정위의 인사 적체를 해결하기 위해 민간기업의 인사 업무를 방해하고 고용 시장의 자유경쟁 질서를 심각하게 훼손했다”고 밝혔다.

인사혁신처는 해당 비리 사건과 관련해 지난 6월 압수수색을 받았다. 당시 검찰은 공직자윤리위가 공정위 퇴직자들의 재취업을 심사하면서 허위자료를 제출받는 등 부적절한 업무처리 정황이 포착했다.


당시 공정위 출신 공직자가 재취업한 대기업은 ‘취업제한 기관’에 해당한다. 공정위 퇴직자들은 취업제한 확인 검토 의견서를 엉터리로 작성해 제출했음에도, 공직자윤리위의 심사를 통과했다. 퇴직 공직자에 대한 인사혁신처의 허술한 취업심사가 또다시 도마에 올랐다.
 

참여연대는 지난달 23일 인사혁신처와 공직자윤리위의 취업심사에 대한 공익감사를 감사원에 청구했다. 공정위 등 주요 기관이 퇴직 공직자 취업제한 여부를 제대로 확인했는지, 취업심사가 독립적·객관적으로 이뤄졌는지 확인해 달라는 취지였다. 

공정위 취업 비리 사건에 대해 참여연대는 “공직자윤리위의 취업제한 제도 운영에도 책임이 있다”고 지적했다.

참여연대는 퇴직공직자 취업심사 제도가 제대로 운용되고 있는지 감시하고자 2006년부터 연례보고서를 발간해왔다. 지난 2015년에도 참여연대는 보고서 발간을 위해 그해 7월 취업제한심사를 받은 퇴직 공직자들에 대한 정보공개를 청구했다. 

그러나 당시 인사혁신처는 참여연대의 정보공개 청구에 대해 비공개 처분을 내렸다. 9년 만에 첫 비공개 처분이었다.

매번 지적해도…
왜 안 바뀌나?


참여연대는 인사혁신처의 비공개 처분에 대해 중앙행정위원회에 이를 취소하라는 내용의 행정심판을 청구하고 서울행정법원에 같은 내용의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당시 참여연대는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인사혁신처는 개인정보를 공개할 경우 사생활과 직업선택의 자유를 침해할 수 있다며 비공개 처분을 내렸다”며 “그러나 관련 법령을 따져보면 퇴직공직자의 경우 투명하고 공정한 행정을 위해 개인 정보를 공개하게 돼있다”고 비공개 처분에 대한 부당함을 주장했다.
 

인사혁신처는 세월호 참사 뒤 ‘관피아(관료+마피아)’를 막겠다며 개정한 공직자윤리법 시행령을 비공개 처분의 이유로 내세운다. 2015년 3월 개정된 공직자윤리법 시행령 제35조의5는 ‘퇴직 당시 소속기관명·직위 또는 직급·퇴직 시기’ 등을 심사 결과의 공개 항목으로 새로 정했다.

참여연대 측은 인사혁신처가 취업심사를 하는 데 있어 온정주의를 발휘한다고 주장한다. 취업을 엄격히 제한하기보다 허용해주는 경향이 있다는 주장이다. 반면 인사처는 취업심사서 불승인을 당할 소지가 높은 공직자들은 심사를 신청하지 않기 때문에 승인율이 높다고 주장한다. 높은 승인율은 취업심사 제도가 제대로 운영되고 있는 반증이라는 논리다.

단 공직자윤리위의 의사결정 과정이 ‘비공개’인 부분은 문제로 지적된다. 위원회 회의록은 물론, 승인·불승인 사유에 대해서 일절 공개되지 않는다. 이 때문에 외부에서는 공직자윤리위가 재취업 기업의 업무 관련성 등을 어떤 사유로 판단했는지 알 수 없다. 취업심사가 ‘고무줄 잣대’로 이뤄지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끊이지 않는 이유다.

구멍 뚫린 제도
관피아 못 막아

취업심사를 건너뛰는 ‘임의 취업자’를 사전에 차단할 수 있는 제도가 없다는 점도 문제다. 공직자윤리위는 최근 4년간 퇴직 공직자 중 취업심사를 받지 않고 임의 취업한 공직자 648명을 적발했다. 관피아 근절을 위해서는 근본적 제도 개선이 필요한 시점이다. 


<chm@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인사혁신처 교육청공무원 시험 출제

인사혁신처가 2019년부터 각 시·도 교육청 시험문제를 출제한다. 서울시교육청은 지난달 30일, 내년도 교육청 지방공무원 임용시험에 대한 변경사항을 안내하는 자리서 “내년 교육청 지방공무원 임용시험 문제의 경우 한국교육과정평가원에서 인사혁신처로 변경된다”고 설명했다.

부산교육청도 위탁출제 기관 변경을 알리며 “문제출제 기관이 인사혁신처로 변경됨에 따라 시험문제가 공개되는 과목수가 15과목서 23과목으로 대폭 증가해 수험생들의 알권리가 더욱 충족되고 예산절감도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위탁출제 기관이 인사혁신처로 이관됨에 따라 문제 출제 유형도 달라질 것으로 예상된다. 일례로 국어의 경우 기존 교육행정직에서는 한자의 출제가 없었지만, 내년부터 한자가 출제될 가능성이 점쳐진다.

인사혁신처가 전국 시·도 공무원은 물론 시·도교육청 시험문제까지 출제하게 됨에 따라 명실상부한 공무원 채용 중앙부처로서 발돋움하게 됐다. 2019년 교육청시험은 내년 2월 각 시·도 교육청별로 해당 홈페이지에 선발인원과 시험일정 등 임용시험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이 게재될 예정이다.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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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김건희 일가 연루 의혹 ‘선라이즈F&T’ 주주명부 공개

[단독] 김건희 일가 연루 의혹 ‘선라이즈F&T’ 주주명부 공개

갈수록 증폭되는 평택 논란 이제야 공개된 소소한 흔적 쉽게 거두지 못하는 의심 의미심장 세력 교체 과정 [일요시사 취재1팀] 양동주 기자 = 소문이 어느덧 사실처럼 인식되고 있다. 명확한 물증이 없는 가운데 파편적인 의혹이 덧씌워진 양상은 좀처럼 바뀌지 않고 있으며, 흐름을 파악할 만한 유의미한 흔적이 이제야 겨우 나왔을 뿐이다. 증폭된 의혹 뒤편에서 여전히 진실은 빼꼼히 잘 보이지 않는다. 2010년 9월 설립된 ‘선라이즈에프앤티’는 황해경제자유구역에 자리 잡은 유일한 농산물 가공 업체로, 그간 심심치 않게 밀수 의혹을 받아왔다. 가공 목적으로 수입한 농산물을 가공 없이 시중에 유통시켜 엄청난 차익을 봤다는 꼬리표가 뒤따랐다. 의혹하는 눈초리 선라이즈에프앤티가 취급했던 대다수 농산물이 고관세 품목이라는 점은 이 같은 의혹을 부채질했다. 그간 선라이즈에프앤티는 ▲녹두 ▲콩나물콩 ▲다대기(혼합양념) ▲생강 ▲마늘 ▲참깨 ▲팥 ▲서리태 등 높은 세율이 붙는 고관세 품목을 주로 수입했던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한 예로 콩나물콩의 경우 그대로 들여와 국내에 유통하면 487% 관세가 부과되지만, 콩나물 재배 목적으로 수입하면 27%만 반영된다. 평택세관에 몸담았던 다수의 전직 세관공무원이 기업 출범 및 운영에 관여했다는 점도 선라이즈에프앤티를 부정적으로 보게 만들었다. 심지어 선라이즈에프앤티 이사진에 포함됐던 특정 세관 출신 임원이 한때 다이아몬드 밀수 사건에 이름이 오르내린 사례도 존재한다. 수년 전부터는 김건희씨 일가와 선라이즈에프앤티를 동일선상에서 바라보는 경향이 강해졌다. 선라이즈에프앤티의 밀수 의혹을 수차례에 걸쳐 제기했던 공익 제보자 이성열씨가 재판에 연루되는 과정에서 김건희씨의 모친인 최은순씨가 거론됐던 게 이 같은 흐름에 불을 지핀 형국이다. 이런 가운데 정치평론가인 장성철 공론센터 소장이 최근 ‘평택항’을 언급하자, 김건희씨 일가와 선라이즈에프앤티 간 연관성은 사실처럼 받아들여질 정도가 됐다. 장 소장은 SBS라디오 <김태현의 뉴스쇼>가 운영하는 유튜브 방송에 출연해 김건희씨 일가의 수상한 물건 수입 의혹과 관련한 이야기를 전했다. 장 소장은 “최은순씨가 주인으로 있는 농수산물 수입업체에서 이상한 것을 들고 오려고 하다가 걸려서 (김건희) 오빠와 김건희씨가 그것을 무마시키려고 여러 가지 이상한 (일들을 했다고 한다)”며 “어떤 물건인지 구체적으로 밝히지는 않았지만, 부적절한 물건인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고 말했다. 급기야 선라이즈에프앤티의 폐업이 알려지자, 의혹은 그야말로 걷잡을 수 없이 커진 양상이다. 선라이즈에프앤티는 국세청 사업자 과세 유형 조회 결과 지난 10일자로 폐업한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폐업자로 조회된 지난 10일은 김건희 특검법이 공포된 시기와 맞물린다. 물론 꾸준히 의혹이 제기된 것과 별개로, 김건희씨 일가와 선라이즈에프앤티 간 연관성을 입증할 만한 확실한 단서는 없는 상황이다. 특히 주주명부가 지금껏 외부에 공개되지 않았다는 게 의혹과 진실을 구분 짓기 어렵게 만들고 있다. 이런 의미에서 <일요시사>가 최초 입수한 주주명부는 간접적으로나마 의문을 풀 수 있는 열쇠로 작용할 여지를 남긴다. 의문 해소 첫 단추 2022년 10월 작성된 ‘카리나에프앤티(선라이즈에프앤티에서 2020년 9월 상호 변경) 주주명부’를 검토한 결과 주주는 총 17명, 발행주식은 91만8400주(1주당 5000원)로 확인됐다. 2010년 9월 자본금 5억원으로 설립된 선라이즈에프앤티는 수차례 증자를 거쳤고, 해당 시기에 자본금을 45억9200만원으로 늘린 상태였다. 일단 주주명부에서는 김건희씨 일가의 이름을 찾을 수 없다. 대신 경영권 교체 과정이나마 엿볼 수 있을 뿐이다. 법인 등기와 주주명부를 교차 검증한 결과를 토대로 추정하면, 표면상 선라이즈에프앤티 지배 세력은 ‘전직 세관공무원(설립~2018년 중순)→지엔티에이치(~2020년 중순)→킴스에O엔O(~2022년 초순)→동OO앤에스(~2025년 6월)’ 순으로 변경된 흐름이다. 첫 번째 경영권 교체는 ‘펀딩하이 연체 사건’과 함께 발생했다. 펀딩하이는 중국·동남아시아에서 농산물을 수입하는 업체에 돈을 빌려 주고, 투자자들에게 15% 이상 수익을 보장하는 펀딩 상품으로 인기를 끌던 P2P 업체였다. 그러나 펀딩하이는 2018년 6월20일 ‘마늘 시즌2-17차(모집 금액 3억원, 차주 승리산업)’ 펀딩 상품의 연체를 시작으로 ▲세척 당근 시즌2-18차(모집금액 5억원, 차주 지엔티에이치) ▲김치 펀딩 2차(모집금액 1억2000만원, 차주 상아농산) ▲번데기 펀딩 1차(모집금액 1억8000만원, 차주 월량완코리아) 등에서 차주의 투자금 상환 실패를 알렸다. 연체 금액은 ▲지엔티에이치 29억원 ▲승리산업 33억원 ▲상아농산 11억8000만원 ▲월량완코리아 1억8000만원 등 총 75억6000만원에 달했다. 급기야 펀딩하이는 연체율 100%를 찍은 채 영업을 중단했다. 상환 실패 이후 차주 사이에 관련성이 드러났다. 지엔티에이치와 승리산업에서 대표이사였던 윤석호씨는 두 회사 지분을 각각 60%, 100% 보유 중이었다. 또한 월량완코리아 사내이사로도 등재돼있었다. 연체가 발생한 직접적인 사유는 선라이즈에프앤티를 대상으로 한 지분 투자였다. 지엔티에이치는 펀딩받은 금액을 농산물을 들여오는 데 쓰지 않고,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을 매입하는 데 활용한 것으로 뒤늦게 확인됐다. 이를 계기로 지엔티에이치는 2018년 6월경 주식 16만1400주를 확보한 선라이즈에프앤티 최대주주로 올라섰다. 지엔티에이치가 지배력을 확보한 이후 선라이즈에프앤티 임원 명단에 변화가 목격됐다. 선라이즈에프앤티 초창기부터 함께했던 사내이사와 부친에 이어 회사에 몸담았던 대표이사를 대신해 지엔티에이치가 끌어들인 얼굴들이 등기임원 자리를 꿰찼다. 정작 지엔티에이치는 연체 발생 넉 달 후인 2018년 10월 보유 중이던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을 ‘란릉현래보식품유한공사’에 넘겼다. 펀딩하이 투자자들과의 소송전이 불거지자 중국에 본거지를 둔 우군에 주식을 양도한 모양새였다. 거듭되는 교체 수순 두 번째 경영권 교체는 ‘킴스에O엔O’ 측이 선라이즈에프앤티의 주체로 올라서는 과정에서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 충청권에 본적을 둔 킴스에O엔O는 2022년 10월 기준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 10만8200주를 확보한 것으로 확인됐다. 킴스에O엔O 대표이사의 친인척이 보유한 주식 13만2800주를 합산하면 우호 주식은 24만주 안팎이다. 기존 지엔티에이치 측 우호 세력(란릉현래보식품유한공사 16만1400주+마송재 3만주)과 비교해 5만주 가까이 격차를 벌린 셈이다. 킴스에O엔O 측이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을 대량 매입한 시기는 2020년 중후반으로 추정된다. 이 무렵 선라이즈에프앤티 등기임원 구성이 크게 요동쳤다는 점을 통해 짐작 가능한 사안이다. 실제로 지엔티에이치가 지배력을 발휘하던 2018년 7월 대표이사에 선임됐던 김정일 대표는 2020년 3월 해임됐다. 2018년 9월 취임했던 또 다른 대표이사 역시 당해 10월을 넘기지 못한 채 사임했다. 공석이 된 주요 등기임원 자리는 킴스에O엔O 측 인물로 채워졌다. 킴스에O엔O 대표이사가 2020년 10월 선라이즈에프앤티 대표이사로 취임했고, 해당 시기에 사외이사, 감사 등 등기임원 전원이 새 얼굴로 교체됐다. 킴스에O엔O에 이어 지배 세력으로 등장한 곳은 식료품 제조업을 영위하는 동OO앤에스였다. 이 회사는 2022년 10월 기준 주주명부에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 41만주(지분율 44.64%)를 보유한 단일 최대주주로 등재돼있다. 여기에 우호 세력(글로O포O 1만주+김성수 2만주+김종봉 788주)의 주식을 합산하면 지분율은 50%에 육박한다. 동OO앤에스는 사실상 선라이즈에프앤티를 인수하고자 만든 업체로 비쳐질 여지를 남긴다. 2022년 2월 출범 당시 자본금 10억원짜리였던 동OO앤에스는 불과 두 달 만인 2022년 4월14일 자본금을 21억원으로 두 배 이상 키웠다. 공교롭게도 동OO앤에스가 설립 이후 8개월 사이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 41만주를 확보하는 과정에서 투입한 금액은 총 20억5000만원이었다. 이는 동OO앤에스 자본금 21억원이 선라이즈 주식 41만주를 매입하는 데 쓰였을 가능성에 주목하게 만든다. 게다가 선라이즈에프앤티는 기존 61만8400주였던 발행주식을 2022년 4월22일 91만8400주로 30만주 확대했다. 동OO앤에스가 자본금을 21억원으로 확충한 지 8일 만이다. 선라이즈에프앤티가 발행주식을 30만주 늘린 덕분에 동OO앤에스는 상대적으로 수월하게 주식 41만주를 확보한 형국이다. 동OO앤에스가 선라이즈에프앤티를 지배하는 위치로 올라설 무렵에 선라이즈에프앤티 임원 구성은 또 한 번 바뀌었다. 동OO앤에스 대표이사가 사내이사, 글로O포O 대표이사가 사외이사에 이름을 올렸고, 김성수 대표이사가 신규 선임됐다. 이후 김성수 대표는 선라이즈에프앤티 폐업 전까지 자리를 지킨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되짚어보는 연결고리 한편 일각에서는 김건희씨 일가에서 선라이즈에프앤티에 영향력을 행사했다면 그 시기는 지엔티에이치 측이 지배력을 상실한 이후일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그나마 킴스에O엔O 혹은 동OO앤에스와의 연관성이 높다고 보는 것이다. 한 경찰 관계자는 “김건희씨 일가에서 선라이즈에프앤티에 관여한 직접적인 흔적이 발견되지 않았지만, 만약 영향력을 행사했다면 그 시기를 2021년 이후로 특정해볼 수 있을 것”이라며 “항간에 떠도는 마약 적발 여부는 2022년 근방으로 얘기가 오가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heaty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