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리 보는 ‘국정감사 키워드7’

  • 최현목 기자 chm@ilyosisa.co.kr
  • 등록 2018.09.03 10:28:27
  • 호수 1182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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곳곳에 암초…파행이 보인다

[일요시사 정치팀] 최현목 기자 = ‘의정활동의 꽃’ 국정감사(이하 국감)가 다음달 10일부터 29일까지 20일간 열릴 예정이다. 연례행사인 국감에선 그해 이슈들을 두고 입법부와 행정부간 숨가쁜 공방이 펼쳐진다. 과연 이번 2018국감에서는 어떤 이슈들이 국민의 눈과 귀를 사로잡을까. <일요시사>가 한 달 앞으로 다가온 국감 키워드를 예측했다.
 

2018국감은 문재인정부를 향한 사실상의 첫 국감이다. 지난해 10월 열렸던 2017국감은 문정부가 출범한 지 약 5개월이 지난 시점에 열려 이전 정권인 박근혜정부를 향한 국감의 성격이 짙었다. 실제로 2017국감 당시 키워드가 ‘적폐 청산’ ‘국정 농단’이었다는 점이 이를 증명한다. 과연 2018국감을 수놓을 키워드는 어떤 것이 있을까.

[키워드1]
[드루킹 사건]

자유한국당(이하 한국당)은 드루킹 사건을 국감서 다루기로 결정했다. 지난달 23일 김성태 원내대표는 “한국당은 정기국회 국정감사와 국정조사를 통해 드루킹 게이트의 진실을 밝혀내고 국민적 의혹을 해소할 다양한 방법을 끊임없이 강구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드루킹 특검은 수사기한 연장을 포기했다. 이에 한국당이 직접 나서서 진실을 파헤치겠다고 선언한 것이다. 김 원내대표는 “특검이 나약한 모습을 보였다고 해서 모든 의혹이 종결된 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반면 특검은 지금까지 확보된 증거만으로 김경수 경남도지사를 재판에 넘기고 혐의를 입증하는 데 충분하다고 판단했다. 박상융 특별검사보는 지난달 22일 브리핑을 열고 “굳이 더 이상의 조사나 수사가 적절하지 않다고 봐 수사기한 연장 승인 신청을 하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다.


드루킹 사건은 파워블로거 ‘드루킹’ 김모씨가 매크로 프로그램 ‘킹크랩’을 사용해 인터넷상에서 댓글 추천 수를 조작하는 과정서 김경수 경남도지사가 연루됐는지 여부가 핵심이다.

특검은 김 지사가 2016년 11월9일 드루킹 일당이 사용한 킹크랩 초기 버전을 보고 킹크랩 개발과 운용을 허락했다고 판단했다. 이에 드루킹이 네이버 등 포털사이트서 많이 읽힌 기사에 달린 댓글의 순위를 정치적 의도로 조작했다는 것이 특검 수사 결과다.

특검은 이들이 2016년 12월부터 올해 2월까지 7만5000여개 기사에 달린 댓글 118만개에 8800여만번의 호감·비호감 부정클릭을 했다고 본다. 국감에선 김 지사가 댓글 작업의 대가로 드루킹 측에 일본 총영사직을 제공하려 했다는 의혹을 놓고 여야가 팽팽히 맞설 것으로 전망된다.

[키워드2]
[북한 석탄]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이하 산자위)에선 북한 석탄이 최대 화두로 떠오를 예정이다. 한국당 소속 의원실 보좌진은 “북한 석탄에 대한 의혹을 집중적으로 들여다보고 있다”고 밝혔다.

<미국의소리>(VOA)는 지난 7월17일, 북한 석탄이 러시아 항구를 통해 세탁됐고, 한국에 반입됐다고 보도했다. 유엔안전보장이사회(이하 유엔안보리) 대북제재위원회 산하 전문가패널의 말을 빌어 “지난 6월27일 ‘연례 보고서’를 통해 러시아서 실린 북한산 석탄이 지난해 10월2일과 11일 각각 한국 인천과 포항에 도착했다”고 보도했다.

한국당 ‘드루킹-김경수’ 정조준
산자위 ‘북한석탄’ ‘탈원전’ 예고

이는 유엔안보리가 지난해 8월5일 의결한 대북제재결의안 2371호 위반이다. 유엔안보리는 북한의 주력 수출품인 석탄, 철광석 등 주요 광물의 수출을 전면 금지하는 내용의 해당 의결안을 만장일치로 채택한 바 있다.


문정부의 늑장대응도 도마 위에 올랐다. 외교부는 즉각 “정부가 (지난해 10월)당시 다양한 경로를 통해 2척의 배가 입항하기 전에 이미 알고 있었다”며 “관계 당국서 선박에 대해 필요한 조사를 했다”고 해명했다.
 

문정부가 북한 석탄의 유입을 묵인했는지 여부가 국감서 밝혀질지 관심을 모은다. 일각에서는 남북 대화와 북한 석탄 유입이 거래된 것 아니냐는 의혹까지 제기된다. 

바른미래당 권성주 전 대변인은 지난달 19일 논평을 통해 “이쯤 되면 급진전된 남북 대화와 북한 석탄유입이 거래됐다는 것은 국민들이 당연히 갖게 되는 합리적 의심”이라며 “조사결과 필요할 경우 처벌도 이뤄진다는 외교부 대변인 말대로 처벌의 대상에 그 누구도 예외가 될 수 없다는 것도 명심하기 바란다”고 지적했다.

[키워드3]
[탈원전]

국회 산자위서 다뤄질 이슈는 비단 북한 석탄만이 아니다. 문정부의 탈원전 정책도 심도 깊게 다뤄질 예정이다. 한국당 소속 보좌진은 “탈원전을 꼭 지금 해야 했을까는 풀리지 않는 의문이다. 지적할 수 있는 사항도 많다”고 설명했다.

한국당 김병준 비상대책위원장은 경북 경주의 한국수력원자력(이하 한수원) 본사를 찾아 문정부의 탈원전 정책을 맹비난했다. 또 문정부가 탈원전 정책 추진을 위해 전력수요 예측을 왜곡했다는 의혹도 제기했다.

당시 김 위원장은 한수원 노조 관계자들을 의견을 듣는 자리서 “특정 집단들의 논리에 의해서 수급계획이나 수요 예측 같은 부분이 왜곡된 점이 있지 않나 걱정을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정부는 지난해 12월29일 8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을 확정하며 이번 겨울 최대 전력수요 전망치를 8만5200㎿로 잡았다. 2015년 수립된 7차 전력수급계획보다 3000㎿를 줄인 것이다. “전력수요가 크게 늘지 않을 것”이라는 이유였다.

그러나 올해 한국은 재난에 가까운 폭염을 겪었으며 지난 7월 중순 이후엔 전력수요가 연일 최대치를 경신했다. 결과적으로 정부 예측이 틀린 것이다. 8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은 원전·석탄 비중을 줄이고 재생에너지와 액화천연가스(LNG)가 이를 대체하도록 하는 탈원전 정책의 근거가 됐다.

[키워드4]
[항공사 사태]

항공사 오너들의 국감장 러시가 예상된다. 올해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등 양대 국적항공사가 나란히 갑질 논란으로 시끄러웠다.

대한항공은 조현민 전 대한항공 전무의 물컵 사태, 이명희(69) 전 일우재단 이사장의 폭언·폭행 논란 등이 있었다.


앞서 경찰은 지난 5월4일 ‘물벼락 갑질’ 사건으로 논란을 일으킨 조 전 전무에게 폭행과 업무방해 혐의를 적용해 구속영장을 신청했지만, 검찰 선에서 반려됐다. 당시 검찰은 “조 전 전무의 주거가 일정하고 현장 녹음파일 등 관련 증거가 이미 확보돼 증거 인멸이나 도주 염려가 있다고 보기 어려운 점을 고려, 불구속 수사할 것을 지휘했다”고 설명했다.
 

운전기사와 경비원 등에게 폭언, 폭행을 한 혐의와 외국인 가사도우미를 불법 고용한 혐의 등을 받은 이 전 이사장을 상대로 청구된 두 번의 구속영장 청구는 법원에 의해 기각됐다.

아시아나항공은 ‘기내식 대란’과 관련해 납품업체에 갑질을 가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당시 아시아나항공 직원 1000여명이 모인 카카오톡 오픈 채팅방에서는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의 갑질과 비리에 대한 성토가 있었다.

이들은 박 회장이 금호타이어의 지분을 확보하기 위해 하청업체에 1600억원 상당의 투자를 요구한 것이 이번 대란의 원인이었다고 지적한다. 이 과정서 단기간 기내식 공급 계약을 맺은 하청업체 대표가 스스로 목숨을 끊는 일까지 발생했다.

[키워드5]
[사법농단]

양승태 전 대법원장의 사법 농단 사건은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서 다뤄질 것으로 보인다. 앞서 사법부는 사상 최악의 재판 뒷거래 스캔들로 몸살을 앓고 있다.


지난 6월5일 법원행정처는 양승태 사법부 시절 행정처 문건 98개의 원본을 공개했다. 내용에는 양승태 사법부가 ‘BH(청와대) 관심 재판’을 고려한 정황이 담겼다. 행정처가 상고법원을 도입하기 위해 상고법원 판사 임명에 대통령의 의중을 최대한 반영하겠다는 내용도 확인됐다.

이후 문건이 추가로 공개되면서 파장은 일파만파로 퍼졌다. 추가로 공개된 문건에는 상고법원 추진을 위해 정치권과 언론 등을 상대로 전방위 로비를 진행한 의혹 등이 담겼다. 양승태 사법부는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대표 등 당시 야당 지도부와 접촉하는 방안 등을 통해 상고법원 입법을 설득하는 방안을 검토한 정황이 드러났다.

‘항공사 갑질’ ‘라돈침대’ 도마에
최대 이슈 ‘양승태 사법 농단’도

이후에도 논란은 끊이지 않고 있다. 양승태 사법부가 이른바 '정운호 게이트' 사건이 불거질 당시 판사들에 대한 수사 확대를 막으려고 검찰총장을 압박하는 방안을 구상한 정황이 검찰에 포착됐다.

양승태 사법부가 ‘법관의 해외파견’이라는 사안을 갖고 박근혜 청와대와 ‘일본 강제징용 재판’ 거래를 모의했다는 정황도 있다.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의 하드디스크서 발견된 문건에 의하면 ‘외교부는 일본과의 외교 관계를 고려해야 한다는 민원을 여러 차례 대법원에 제기했다’ ‘해외송달 등을 이유로 소송을 지연시키면 외교부에 절차적 만족감을 줄 수 있다’ 등의 내용이 나와 있다.

[키워드6]
[고용쇼크]

최악의 고용쇼크 문제는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서 주로 다뤄질 예정이다. 고용쇼크가 과연 최저임금 인상에 의한 것인지 여부를 두고 한국당과 고용노동부 간 격돌이 예상된다.

한국당은 최저임금 인상으로 고용쇼크가 왔다고 주장한다. 신보라 의원은 지난달 환노위 전체회의에서 “(통계청이 발표한 고용동향) 내용을 보면 최저임금 인상의 영향권 안에 있는 업종의 타격이 심했다”며 “도소매·숙박업 분야서 8만명이 줄었고 경비원 등이 포함된 사업시설관리 분야서 10만명 정도가 감소했다. 종업원 없이 혼자 가게를 운영하는 영세자영업자도 대략 10만명 줄었다”고 지적했다.
 

반면 고용노동부 측은 고용쇼크의 원인을 최저임금 인상으로만 돌릴 수 없다고 주장한다. 전혀 영향이 없다고는 할 수 없지만, 근본적 원인은 조선과 자동차 등 제조업의 급격한 구조조정과 생산가능인구의 감소 때문이라는 주장이다.

[키워드7]
[라돈침대]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이하 과방위)서 원자력안전위원회(이하 원안위)를 대상으로 라돈침대 사태에 대한 국감이 이루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5월 음이온 침대서 방사능 물질인 라돈이 검출되는 사건이 발생했다. 대진침대 등 국내 업체가 음이온 효과를 내고자 희토류(모자나이트, 토르말린 등)를 첨가했는데, 이 물질들이 자연붕괴 과정서 라돈을 배출했다. 

미국 원자력규제위원회는 “음이온 제품은 방사능 물질이 함유돼 있어 수년간 착용하면 건강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경고한다.

지난 5월10일 원안위는 라돈침대 첫 발표서 “침대서 검출된 라돈은 실내 공기질이나 인체에 미치는 영향이 적다”고 발표했다. 검사해보니 기준치 이하라는 설명이었다. 그러나 원안위는 5일 만에 일부 제품은 기준치를 9배 넘게 초과했다며 기존 입장을 뒤집었다.

과방위 간사인 바른미래당 신용현 의원은 지난 7월 전체회의서 “원안위가 안전기준 초과 제품에 대한 수거와 안전비닐 제공 명령 등 행정조치를 실시했지만, 소비자 제보가 있기 전까지 기준치 이상의 라돈이 해당제품에 있었는지조차 모르는 실정이었다”고 지적한 바 있다.


<chm@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매번’ 반복되는 국감 무용론

매년 국정감사(이하 국감)를 전후로 무용론이 제기된다. 정국 주도권 싸움을 벌이는 여야가 국감을 정쟁의 수단으로 삼아 보이콧, 파행 등을 일삼기 때문이다. ‘의정활동의 꽃’이라는 명성이 무색하다.

앞서 2017국감서도 마찬가지였다. 국감 시작부터 반말과 고성이 터져 나왔다. 

헌법재판소 국감에서 여야 의원들은 “뭐하는 거야. 겁도 없이 지금” “무슨 소리 하는 거야!” “앉으시라고!” “박범계 의원님도 회의 진행 중에 반말하지 마십시오” “편파적으로 운영하니까 그렇지!” 등의 고성을 주고받았다.

과거 정권의 각종 비리와 권력 남용을 낱낱이 파헤쳐 ‘사이다 국감’으로 불렸던 명성이 무색하다. 국감은 1987년 개헌과 함께 부활하면서 여러 스타를 배출했다. 

지난 1988년 노무현, 이해찬, 이상수 의원은 서로 당이 달랐음에도 ‘노동위 3총사’로 불리며 국민들에게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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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또다시 나타난 그때 그 사기꾼’ 케이삼흥은 왜 서울시 팔았나

[단독] ‘또다시 나타난 그때 그 사기꾼’ 케이삼흥은 왜 서울시 팔았나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케이삼흥 사태가 대국민 사기극으로 번질 조짐을 보이고 있다. 피해자가 최소 1000여명, 피해액은 수천억원에 이르는 등 실체가 드러날수록 피해가 눈덩이처럼 커지는 상황이다. 피해자들은 무엇에 홀려 돈을 넣었을까? 무엇이 그들에게 절대적인 믿음을 안겨줬을까? “징조도 없었어요. 2월까지는 돈이 잘 들어왔거든요. 3월25일하고 27일에 원금하고 배당금이 안 들어오면서 난리가 난 거죠.” <일요시사>와 연락이 닿은 한 케이삼흥 투자 피해자는 여전히 정신이 없는 듯했다. 이 피해자는 가족과 지인에게도 투자를 권유했다고 한다. 현재 원망 그 이상의 감정을 받고 있다고 토로했다. 2월까진 괜찮았다 최근 케이삼흥 사태가 일파만파로 번지고 있다. 2021년 설립된 부동산 투자플랫폼업체 케이삼흥은 월 최소 2% 수익을 보장하겠다며 투자자를 끌어모았다. 연 단위로 따지면 24%의 고수익 투자상품인 셈이다. 피해자는 ‘정부’ ‘지방자치단체’ ‘공공기관’ 등의 말에 현혹된 것으로 보인다. 케이삼흥은 정부나 지방자치단체가 개발 예정인 토지를 매입한 뒤 개발사업이 확정되면 소유권을 넘겨 보상금을 받는 방식으로 수익을 만들 수 있다고 홍보했다. ‘토지 보상 투자’라는 용어가 나왔다. 직급에 따라 수익금을 차등 지급하는 다단계 방식으로 업체를 운영해 전형적인 ‘다단계금융 사기’라는 의혹도 제기됐다. 이번 사태서 의문이 제기된 부분은 횡령 등의 혐의로 복역한 경험이 있는 김현재 케이삼흥 회장이 어떻게 또다시 수천명에 이르는 투자자를 끌어모았는지다. 김 회장은 ‘기획부동산’의 창시자로 불린다. 토지를 싼 가격에 사들인 뒤 개발 호재 등이 있다고 소문내 이를 쪼개 파는 방식으로 사기를 저질렀다. 이 과정서 투자금 200억원을 횡령한 혐의 등으로 2006년 징역 3년형을 선고받았다. 20여년이 지난 2021년 김 회장은 ‘케이삼흥’이라는 회사를 만들었다. 서울 등 전국에 7개 지점을 둔 케이삼흥은 언론 광고 등 공격적인 마케팅을 통해 투자자를 모았다. 한 케이삼흥 직원에 따르면, 7개 지점서 일하는 직원은 300~350명가량이었다. 직원들은 이른바 가족·지인 영업을 통해 투자자를 모집했다. 월 2% 수익 약속에 수천명 투자 20년 전과 과정도 결과도 같다? 대부분의 직원은 중·장년층으로 인터넷 기사 등을 통해 공개된 김 회장의 과거를 잘 알지 못했던 것으로 보인다. 김 회장의 사기 전과를 알고 있던 피해자 역시 “원래 무죄였다”거나 전직 대통령을 거론하는 김 회장의 말솜씨에 넘어갔다고 한다. 훈장, 공적비, 기부 기사 등은 김 회장의 주장에 힘을 실었다. 따박따박 통장에 찍히는 배당금은 김 회장에 대한 신뢰를 굳건하게 만들었다. 투자금의 1.5~2%에 이르는 배당금이 매달 입금되고 계약에 따라 만기가 되면 원금이 들어오는 구조였다. 예를 들어 1000만원을 투자하고 3개월 만기로 계약을 맺었다면 1060만원을 돌려받게 되는 셈이다. 요즘 같은 저금리 시대에 파격적인 수준이었다. 김 회장은 본인의 사재를 털어 부족한 부분을 메꾸고 있다고 직원들에게 말한 것으로 전해진다. 그러면서 직원들에게 더 열심히 일하라고(투자자를 모집하라고) 했다는 것이다. 피해자들에 따르면, 김 회장은 자신의 재산이 1조원에 달한다고 주장했다. 수익이 나기 전까지 자신의 돈으로 원금과 배당금을 일부 주고 있다고 여러 차례 강조했다고 덧붙였다. 꾸준히 원금과 배당금을 받은 대부분의 피해자는 더 많은 돈을 재투자했다. 피해액이 천문학적인 수준으로 불어난 이유다. 하지만 ‘윗돌 빼서 아랫돌 괴는’ 방식의 사업구조는 자금 순환이 막히면서 결국 무너져 버렸다. 피해자는 지난 2월까지 원금과 배당금을 정상적으로 받았기에 케이삼흥 사태를 예측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피해자 중장년층↑ 하지만 경고음은 분명히 존재했다. 회계법인은 케이삼흥에 대해 ‘감사 의견 거절’을 냈다. 감사 의견 거절은 ▲감사인이 감사보고서를 만드는 데 필요한 증거를 얻지 못해 재무제표 전체에 대한 의견 표명이 불가능할 때 ▲기업의 존립에 의문이 들 때 ▲감사인의 독립성 결여 등으로 회계 감사가 불가능한 상황에 제시한다. 기업 내부 사정이 심상찮다는 소리다. 케이삼흥의 경우 ‘회계연도의 현금흐름표 및 재무제표에 대한 주석을 받지 못했다’가 감사 의견 거절의 근거가 됐다. 그럼에도 수많은 피해자는 김 회장을 철석같이 믿었다. 오히려 정관계 인사를 잘 안다는 김 회장의 말이 피해자의 투자심리를 부추겼다. 과거에도 김 회장은 기획부동산 사기로 검찰 조사를 받던 시기에 정관계 로비 의혹을 받은 바 있다. 당시 김 회장이 횡령한 돈 일부가 정치자금으로 흘러 들어갔다는 의혹이 제기된 것이다. 정치권 등의 유력인사를 언급해 투자자의 믿음을 사는 김 회장의 수법은 이번 케이삼흥 사태서도 반복된 것으로 보인다. 한 피해자는 “(김 회장이)정치인 인맥이 많다는 말을 하곤 했다”고 말했다. 다양한 통로로 정보를 얻는 젊은 층에 비해 정보에 어두운 중‧장년층은 김 회장이 주장하는 인맥에 신뢰를 보냈다. 사기 전과 있는데도… <일요시사> 취재에 따르면 김 회장은 서울시 고위공무원과의 친분도 주장했다. 강연 과정서 서울시 고위공무원의 직책을 언급하면서 그를 통해 협조 약속을 받았다는 주장을 펼쳤다. 이 과정서 토지나 주택 등을 관리하는 공공기관의 이름도 등장한다. 투자자에게 수익금에 대한 확신을 심어주려는 의도로 파악된다. 김 회장은 “작년에는 부동산 경기 자체가 불투명하니까 1년 동안 거의 안했어요. 착공 들어가려면 제일 먼저 하는 게 보상 업무잖아요. 올해 작년 것까지 합쳐서 하고 있어요. 사업계획 세워놓은 것은 차질이 없다고 하니까”라고 말한다. 그러면서 공공기관, 서울시 고위공무원 직책을 말하면서 “(서울시 고위공무원 직책이)그걸 관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 회장이 언급한 직책은 서울시서 주택, 재난안전 등을 관리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김 회장은 “(서울시 고위공무원을)만나서 사업이 진행되면 케이삼흥 것을 우선적으로 하겠다(는 약속을 받았다)”고 했다. 토지 보상을 하는 과정서 케이삼흥에 우선적으로 협조한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김 회장은 ‘주진입도로’ 등을 언급하면서 “2단계든, 3단계든 관계없이 케이삼흥 것을 먼저 협조해주겠다고 그 약속까지 제가 다 받아냈으니까. 하반기에 보상 나오는 것은 확실합니다”라고 강조했다. 강연에 참석한 투자자들은 중간중간 호응하다가 김 회장의 말이 끝나자 박수를 치면서 환호했다. 정치인 인맥·훈장 자랑 당사자는 “처음 들었다” 서울시 관계자는 사실 확인을 요청하는 <일요시사>에 “개인적인 부분에 대해서는 확인을 해줄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김 회장이 언급한 직책의 인물은 지난 8일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김현재라는 이름은 지금 처음 듣는다”고 전했다. 케이삼흥이라는 회사명도 이날 처음 들었다고 주장했다. 김 회장과는 사적 친분은 물론이고 전혀 관계가 없다는 말이다. 현재 케이삼흥 사태는 서울경찰청 금융범죄수사대서 수사하고 있다. 김 회장 등 케이삼흥 경영진은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특경법)과 유사수신행위 규제법 위반 등의 혐의를 받는다. 지금까지 파악된 피해자와 피해액은 최소 규모로 시간이 가면 더 늘어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직원으로 불린 모집책이 가족이나 지인 등을 상대로 투자를 권유한 경우가 많아 가정이 파탄난 사례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피해자 가운데 일부는 가족의 병원비 등을 투자금으로 넣은 경우도 있었다. 피해자들은 수사기관에 고소하거나 집회를 준비하는 등 개별적으로 대응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은 빠른 수사가 관건이라고 입을 모았다. 시간이 흐를수록 피해자가 받는 정신적 고통이 커지기 때문이다. 실제 케이삼흥 사태와 같은 대형 사건서 투자금을 돌려받지 못하거나 투자를 권유한 사람에게 독촉을 받던 피해자가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례를 심심찮게 볼 수 있다. 빠른 수사 피해 복구는? 한 피해자는 “가족과 지인 돈까지 다 끌어모아서 투자했다. 원금만이라도 제발 돌려받고 싶다. 가족과 지인들에게 얼굴을 들 수 없다”고 안타까워했다. 직원이면서 동시에 투자자인 이 피해자는 5억원 이상을 투자금으로 넣었다고 고백했다. 김 회장의 입장을 듣기 위해 문자메시지, 전화 등을 통해 연락을 취했지만 닿지 않았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