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AG 한국 골프 부진 '뒷얘기'

20년 만에 ‘노 골드’충격

지난달 18일부터 인도네시아에서 시작된 아시안게임의 열기가 뜨겁다. 금메달을 항상 안겨주는 효자 종목들이 있어서 즐겁고 극적으로 한 단계 한 단계 올라가는 선수들의 경기를 지켜보느라 숨죽이기도 한다. 골프 역시 우리에게 당연히 금메달을 안겨줄 것으로 기대를 모았던 종목이다. 그러나 아시안게임 20년 만에 ‘노 골드’ 소식을 전해 골프팬들의 실망이 크다. 특히 여자 개인은 처음으로 ‘노 메달’이라는 불명예스러운 기록을 세웠다.

우리 골프팀은 지난달 26일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폰독 인다 골프 코스에서 열린 마지막 라운드에서 남자 개인전에서 오승택(20·한국체대)이 은메달, 남자 단체전 동메달, 여자 단체전 은메달을 기록하며 대회를 마무리했다.

금메달 없이 대회를 마친 것은 1998년 태국 방콕 이래 20년 만이다. 당시 여자 단체전(장정, 김주연, 조경희)에서 은메달, 개인전에서 장정이 동메달을 땄고 남자는 단체전, 개인전 모두 메달이 없었다. 

전통의 강자
아쉬운 성적

이번 대회 남자 개인전에서 오승택은 마지막까지 선두를 추격했으나 일본 선수에 1타 차로 뒤져 아쉬움을 남겼다.

이번 대회에 걸린 총 6개의 금메달은 일본이 4개, 필리핀이 2개 씩 가져갔다.


한국 여자골프는 사상 처음으로 개인전 메달을 하나도 가져오지 못했다. 유해란(17·숭일고)이 최종합계 8언더파로 한국 선수 중 가장 좋은 성적을 기록해 선두에 5타 뒤진 공동 5위를 기록했다. 여자 단체전에서는 합계 19언더파로 필리핀에 3타 뒤져 은메달을 기록했다.

남자 골프는 86명이 출전한 개인전과 20개국이 출전한 단체전에서 일본이 개인전(게이타 나카지마)과 단체전 금메달을 휩쓸었다. 

그 다음으로는 중국이 개인전에서 동메달, 단체전에서는 은메달을 따며 한국보다 만족스러운 성과를 냈다. 이러한 중국의 성과는 지난 2017년 마스터스와 디오픈 출전권을 주는 아시아아마추어챔피언십(AAC)에서 중국 선수들이 상위권을 휩쓸 때 어느 정도 예상되기는 했다.

여자 골프는 17세 소녀 유카 사소가 맹활약한 필리핀이 개인전과 단체전을 모조리 석권했다. 한국은 42명이 출전한 개인전에서는 유해란(숭일고2)이 기록한 5위가 최고의 성적이다. 15개국이 출전한 단체전에서는 유해란(17·숭일고)과 임희정(18·동광고), 정윤지(18·현일고) 팀이 필리핀에 이어 2위를 차지해 은메달을 획득했다. 

여자팀이 2002 부산 단체전 금메달을 기록하는 등 한국 골프는 2014년 인천 대회까지 역대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 13개, 은메달 11개, 동메달 8개를 거둬들였다. 우리나라는 1982년 뉴델리 아시안게임에서 골프가 정식종목으로 채택된 이후 개별 국가 중 가장 많은 13개의 금메달을 획득했다.

이번 대회에서 금 2개를 추가한 일본이 9개로 그 다음일 정도로 한국은 아시아 최강이었다. 특히 2006 도하 아시안게임과 2010 광저우 아시안게임에서는 남녀 개인과 단체 네 종목을 모두 석권하기도 했다.

최종 성적 은메달 2개·동메달 1개
빛났던 금 역사…초라한 성적 침울


인천에서 열린 2014 인천 아시안게임에서도 박결이 여자 개인전에서 우승하며 금메달의 명맥을 이었다.

1980년대 골프가 아시안게임에 처음 들어갔을 때 한국은 아마추어 선수층이 두텁지 않아서 선수 구성조차 쉽지 않은 상황이었다. 그래서 뉴델리 아시안게임에 출전한 첫 대표팀은 대부분 해외파로 구성됐다.

재일동포 김기섭과 김주헌, 재미동포 김병훈이 합류했다. 김기섭은 일본아마추어골프선수권에서 우승한 실력파다. 김주헌은 1982년 매경오픈에서 아마추어 신분으로 우승한 재일동포 선수였다. 재미동포 김병훈은 한국아마추어선수권에서 세 차례 우승한 선수다. 이들과 함께 아마추어 김성호가 대표로 호흡을 맞췄다. 사상 첫 ‘대표팀’은 개인전 메달 획득에는 실패했지만, 단체전에서 개최국 인도에 이어 은메달을 따냈다.

1986년 서울 아시안게임 대표팀도 뉴델리 멤버가 주축이 되었고 처음으로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당시 한국팀은 뉴델리에 참가했던 김기섭, 김성호와 함께 김종필, 곽유현이 호흡을 맞췄다. 금메달을 목표로 홈 코스에서 연습하면서 장기 합숙 훈련을 한 효과로 이들은 남자 골프 단체전에서 일본, 필리핀을 제치고 정상에 올랐다.

개인전에서 김기섭이 16번 홀까지 선두를 달리다가 17번 홀에서 OB를 내는 바람에 필리핀의 브라비오 라몬에게 역전패했다. 김기섭은 개인전 은메달을 따내며 아시안게임 골프 사상 한국의 첫 개인전 메달리스트가 됐다. 

금빛 기대감
빈손 아쉬움

반면에 한국 여자 골프는 아시안게임 첫 출전에서부터 단체전과 개인전을 석권했다. 1990년 베이징 아시안게임 때 이종임, 신소라, 원재숙, 염성미로 구성된 한국팀은 단체에서 대만을 누르고 우승했다. 개인전에서는 원재숙이 사상 첫 아시안게임 여자 골프 금메달리스트가 됐다.

30여 년간의 아시안게임 골프 역사 중 한국이 가장 빛났던 때는 2006년과 2010년이다. 한국은 2006년 도하, 2010년 광저우에서 2개 대회 연속으로 남녀 골프에 걸린 4개의 금메달을 모조리 쓸어담았다.

2006년 도하에서는 남자 개인전에서 김경태, 여자 개인전에서 유소연이 금메달을 따며 각각 2관왕에 올랐다. 2006년 남자팀에는 김경태 외에 강성훈, 동명이인인 두 명의 김도훈이 있었고 여자팀에는 유소연 외에 최혜용, 정재은이 금메달을 합작했다.

2010년 광저우에서는 남녀 개인전에서 김민휘, 김현수가 우승했다. 광저우 남자팀에서 단체전 금메달도 획득했다. 아시안게임에서 눈부신 활약을 펼쳤던 선수들은 현재 프로 무대에서도 그 명성을 이어가고 있다.

2006 도하와 2010 광저우 개인·단체금메달, 2014 인천 개인전 금메달 등 4개 대회 연속 금메달을 따 왔고 미국, 일본 무대에서의 한국 여자 프로 골퍼들의 활약을 생각하면 이번 아시안게임의 성적은 아쉬움을 남긴다.

후진 양성 
남겨진 숙제


이번 대회 결과를 통해 아마추어 골프에서만큼은 더 이상 한국이 아시아 최강자라고 말하기 힘들어진 상황이다. 우리나라뿐 아니라 아시아 어느 국가도 골프에서 패권을 장담하기 어렵다. 지난해 남자 개인, 단체를 제패한 대만이나 여자 단체전 정상에 오른 태국도 이번 대회에선 메달 획득에 실패했다.

아시아 최강 위상 흔들
아마추어 골프 육성 시급

전통의 강자였던 한국, 일본, 대만에 실력자인 인도, 필리핀, 최근 부상하는 중국, 태국까지 각축을 벌이는 양상이다. 춘추전국시대라는 표현이 적합해 졌다.

태국뿐 아니라 중국과 대만, 필리핀 등 선수들의 기량도 최근 급성장하고 있다. 그동안 아시안게임 골프 메달이 1개밖에 없었던 필리핀은 이번 대회에서 여자 개인전과 단체전을 모두 석권했다. 개인·단체전 2관왕을 차지한 유카 사소(17)는 대회 직전 열린 US아마추어 챔피언십에서 공동 9위에 올라 성장 잠재력을 인정받았다. 중국은 지난해 10월 뉴질랜드 웰링턴에서 열린 아시아 태평양 아마추어 챔피언십에서 톱5 가운데 4명이 중국 선수일 정도로 급성장 중이다. 중국은 이번 대회에서 여자 개인전 은메달, 단체전 동메달을 차지했다.

아마추어 골프가 흔들린다는 것은 프로 골프 무대까지 그 여파가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이번 아시안게임을 통해 국내 아마추어 선수 육성에 대한 총체적 점검이 필요한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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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특집 대담> 정치 9단 김종인 대한민국을 묻다

[추석특집 대담] 정치 9단 김종인 대한민국을 묻다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박희영 기자 = 국민의힘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은 더불어민주당의 검찰개혁에 대해 “검찰을 3개로 찢어놓는다고 해서, 검찰이 정상적으로 돌아갈 것이란 확신은 못하겠다”고 비판했다. 김 전 비대위원장은 국민의힘에 대해서도 “강경 보수로 회귀하면, 희망이 있다고 보이진 않는다”고 경고했다. 국민의힘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은 개혁신당 공천관리위원장을 끝으로 정치에 직접 개입하지 않고 있다. <일요시사>는 추석 연휴를 앞두고 김 전 비대위원장을 만나 그가 제시하는 정국 진단 결과와 향후 우리 정치가 나아가야 할 길을 들었다. 다음은 김 전 비대위원장과의 일문일답. -출범 100일을 넘긴 이재명 정부를 어떻게 평가하는가? ▲100일 동안 별 탈 없이 무난하게 잘했다고 본다. 국민과 소통하려고 애를 많이 썼다. -추석을 앞두고 지급된 2차 민생회복 소비쿠폰에 대한 의견은? ▲민생 경제가 굉장히 어렵고, 우리나라의 총수요가 낮아졌다. 한국은행이 진단한 올해 성장률도 0.9%밖에 안 된다. 쿠폰을 풀면, 약간의 소비 촉진 효과는 있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 경제가 당면한 문제를 해결하기엔 부족하다. -이재명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정상회담은 겉보기엔 훈훈했다. 하지만 미국 정부의 3500억달러 투자 펀드 조성 요구와 노동자 317명 추방 등 사태와 맞물려 이 대통령에 대한 비판 여론이 불거졌다. ▲우리 경제 부처 장관들이 미국 월가를 이해하지 못한 채 막연하게 생각한 것 같다. 그래서 “미국의 요구는 보증·대출을 거쳐 이행하면 될 것”이라고 이해한 것 같다. 근본적인 시각 차이 때문에 협상이 타결되지 못했다. 그런데 국민에겐 마치 타결된 것 같은 인상을 줬다. 한 달도 안 돼 사실이 드러났기 때문에 국민은 의아하게 생각할 수밖에 없다. -트럼프 대통령과 함께하는 미국의 MAGA 진영은 우리나라 일각의 부정선거론을 지지하면서 “한국이 공산주의에 진입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어떻게 보는가? ▲그들은 미국이 어떻게 위대한 나라가 됐는지 이해하지 못했다. 트럼프의 MAGA 프로젝트는 성공하기 힘들다고 생각한다. 우리와도 관계가 없다. “MAGA 진영이 우리 정치에 개입할 것”이란 믿음은 국내 보수 진영의 희망 사항일 뿐이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검찰 해체를 서둘러 마무리하려고 한다. 민주당이 새로 구상하는 검찰 체계에 대한 평가는?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는다. 검찰의 문제는 지금까지 권력자가 검찰을 이용해 자신의 권력을 유지하려고 한 것으로부터 비롯된다. 이 때문에 검찰도 못된 버릇이 들어 이렇게 됐다. 개혁보다 “검찰을 어떻게 활용하느냐”가 진짜 문제다. 검찰을 3개로 찢어놓는다고 해서, 검찰이 정상적으로 돌아갈 것이란 확신은 못하겠다. -이 대통령이 노태우 전 대통령의 장남 재헌씨를 주중대사로 임명했다. 노 대사가 어떤 역할을 할 것 같은가? ▲노 전 대통령은 한중 수교를 이끌었다. 노 대사는 동아시아문화센터 이사장으로서 한중 문화 교류와 관련된 많은 역할을 했다. 이 대통령이 이를 참작해 중국 대사로 임명하는 신선한 인사를 한 것 같다. 이 대통령도 자신에게 정치적으로 유리하다고 생각했으니 노 대사를 임명했을 것이다. -최근 민주당의 내부 구도를 놓고 ‘김어준 상왕설’이 불거지고 있다. 이 주장은 정국을 강경하게 이끄는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대응과 맞물리고 있는데… ▲김어준씨가 유튜브를 시청하는 일정 부류엔 영향력을 행사할 것이다. 그런데 대중에게 크게 영향력을 행사한다고 보진 않는다. 대통령이 엄연히 있기 때문이다. ‘상왕설’은 너무 과장된 얘기라고 생각한다. -최근 특검 수사 기간 연장과 관련해 정 대표와 민주당 김병기 원내대표가 충돌했다. ▲내부 의견 충돌 때문에 일어난 사건이다. 내가 보기엔 김 원내대표가 독단적으로 합의한 것 같진 않다. 합의 후 강성 지지층이 반발해서 문제가 생겼다. 그래서 합의를 파기하려다 보니 두 사람 사이에 갈등이 생겼다. 그 자체가 대단히 중요하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이 대통령과 정 대표는 과거에 갈등이 많았고, 최근 민주당에 대해선 “친명과 구 친문이 갈등하는 게 아니냐”는 얘기가 나온다. ▲그건 다 괜히 하는 소리다. 대통령이 엄연히 있는데, 당 대표가 대통령을 상대로 자신의 의사를 관철하기가 쉽진 않다. -민주당 일각에선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에 합당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혁신당 조국 비대위원장은 목표가 정해진 사람이다. 합당이 그 목표 실현에 유리할지 많이 생각할 것이다. 아울러 조 비대위원장으로선 혁신당만으로 전국 단위 선거를 치를 수 있을지 고민할 텐데, 상황에 직면하면 합당 여부를 정하지 않겠나? 합당은 민주당 내부에서도 받아들일 의사가 있어야 진행될 수 있다. 자신들에게 미칠 영향을 생각하면서 합의점에 도달하면 합당 여부를 결정할 것이다. “대통령 있는데 당대표가 어떻게 의사 관철?” “장동혁은 대권 욕심 갖고 계속 변화할 것”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이 이끌던 국민의당과 혁신당은 총선을 치르면서 호남에서 선전해 존재감을 드러냈다. 내년 지방선거에서 호남 민심이 어떤 선택을 할 거라고 보나? ▲두고 봐야 안다. 호남 민심은 제19대 대선에선 안 의원이 아니라 문재인 전 대통령을 선택했다. 호남 유권자들은 상당히 전략적으로 투표한다. 그들은 정권 재창출이 가능한 후보에게 표를 몰아준다. 그러니 선거를 치러봐야 알 수 있다. 지금은 뭐라고 얘기하기 어렵다. -장 대표가 취임하자, 강경 보수 유튜버들은 “군소 보수 정당에 지방자치단체장 30석을 내놓으라”고 요구하고 있다. “국민의힘과 강경 보수 유튜버들이 너무 밀착한다”는 일각의 주장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는가? ▲국민의힘이 계속 지금과 같은 자세를 유지하면, 희망이 별로 보이지 않는다. 국민의힘은 지난해 12월 비상계엄 사태와 윤석열 전 대통령 파면 이후 우리 정치 지형이 어떻게 변하고 있는지 냉철하게 분석해야 한다. 변화가 있어야 국민의 지지를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요즘처럼 강경 보수로 회귀하면, 희망이 있다고 보이진 않는다. -장 대표는 강경 보수와의 밀착과 중도층 공략 사이에서 계속 의견이 바뀐다. ▲장 대표에게도 정치적 목표가 있을 텐데 그는 목표 달성을 위해 많은 변화를 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 강경 보수의 지원을 받아 당 대표가 됐지만, 자신의 정치적 지향점을 어떻게 결정할지 잘 생각해 봐야 한다. 만약 “지나치게 강경 보수와 밀착하면 안 된다”고 생각하면, 어느 정도는 그들과 선을 그을 필요가 있다. 하지만 선을 긋는 데 한계가 있을 것이다. 이를 극복하지 못하면, 그에게는 크게 정치적 기대를 하기 힘들다고 본다.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는 “장 대표가 용꿈을 꾸고 있다”고 평가한다. ▲장 대표도 어차피 당 대표가 됐으니, 대권 욕심을 가질 것이다. 정치인은 언제나 시대 변화에 적응해야 한다. 장 대표 스스로 “변화하는 능력이 있다”고 생각한다면, 계속 많이 변할 것이다.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는 장 대표가 당선되면서 위상이 많이 훼손됐다. 비상계엄 사태 이후 한 전 대표의 행보를 어떻게 평가하는가? ▲국민의힘 당원들은 상당한 분노에 차 있었기 때문에 갑자기 강경해졌다. 세월이 흘러 당원들이 당을 위해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 알게 되면, 또 변할 수도 있다. 지금 상황만으로 판단하기엔 굉장히 이르다. 한 전 대표가 당시 여당 대표로서 비상계엄 선포 직후 반대 의견을 밝히면서 윤 전 대통령 탄핵소추에 찬성한 것은 굉장히 용기 있는 행동이라고 생각한다. 그가 앞으로 어떻게 정치적으로 발전할지는 아직 모르겠다. 그래도 국민의힘에선 가장 올바른 판단을 했다고 본다. -장 대표가 한 전 대표에 대한 강경한 태도를 바꾸지 않고 있다. ▲장 대표로선 당연히 한 전 대표를 국민의힘에서 쫓아내고 싶을 것이다. 그런데 쫓아낼 수 있겠는가? 어떻게 쫓아내겠나? 오늘의 장 대표는 한 전 대표 덕분에 존재하는 것이다. -이 대표는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 오세훈 서울시장 등과 지방선거에서 연대할 가능성을 내비친다. ▲뻔한 사람들끼리 하는 거라서 큰 효과가 있을 것 같진 않다. 모두 국민의힘 사람이거나 국민의힘 출신인데 특별한 효과가 있겠는가? -진영 간 대결 구도가 성별·세대 갈등 구도로 번졌다. 정치권 원로로서 어떻게 생각하는가? ▲그건 어쩔 수 없는 것이다. 시대·사회·경제 구조가 변하고, 새 기술이 도입되면 의견이 분분할 수밖에 없다. 국민 사이에 형성되는 ‘그룹’을 조화시킬 수 있는 정치적 능력이 필요하다. 이런 능력이 없는 사람은 정치적으로 성공할 수 없다. “이준석·안철수·오세훈? 뻔한 사람들” “국힘, 강경 보수로? 희망 보이지 않아” -일부 정치인은 갈등을 이용해 정치적 영향력을 확대하면서 후원금을 벌고 있다. ▲큰 도움이 되진 않을 것이다. 갈등을 전체적으로 포괄한 후 최대공약수를 찾아 정치해야 한다. -과거 정치와 현재 정치의 가장 큰 변화와 차이점은? ▲못 살던 시절엔 먹고사는 게 가장 중요해서 경제가 가장 큰 영향을 미쳤다. 그런데 먹고사는 문제가 어느 정도 해결된 지금은 국민의 의식 구조가 과거와 다르다. 이 시대의 젊은 세대는 우리 국민 중 성숙도가 가장 높다. 정보를 활용할 수 있는 능력도 가장 좋다. 이들은 공정하지 못하고, 불평등하며, 민주적이지 않은 것에 크게 저항한다. 세대별로 약간의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다. 누군가는 이를 두고 “극우화됐다”고 하지만, 그렇게 생각하면 안 된다. -4050 남성이 2030 남성에게 가장 불만을 품는 부분은 “너희는 왜 국민의힘을 지지하면서 보수화되느냐”는 것이다. ▲2030 남성은 국민의힘을 지지하는 게 아니다. 최근 국민의힘은 장외 집회를 하고 있는데, 이들은 이런 걸 별로 좋아하지 않을 것이다. 이들은 너무 소란을 피우는 것 자체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흔히들 “장 자크 루소가 얘기하는 계몽주의가 프랑스 대혁명을 낳았다”고 한다. 그런데 그 계몽주의가 뭔가? 성숙지 못한 국민을 성숙하게 만들어서 사회를 변화시킨다는 것이다. 우리 국민의 성숙도는 매우 높아졌다. 이 때문에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도 실패했다. 국민의 의식 수준이 높아지면, 정치가 이를 따라가야 하는데, 접근을 제대로 못하고 있다. -정계의 킹메이커로 알려졌다. 대통령의 가장 중요한 덕목은 무엇인가? ▲대통령은 정직해야 한다. 시대 변화에 민감하게 적응할 수 있어야 한다. 우리 대통령들이 모두 실패한 원인은 너무 탐욕스러웠고, 시대 변화를 제대로 못 따라갔다는 것이었다. -최근 한국 정치·사회에서 작게나마 희망을 봤거나 “아직은 희망이 있다”고 생각하거나 그 반대가 된 일이 있다면? ▲우리나라의 제일 시급한 과제는 아주 극단적인 양극화 현상이다. 이를 완화하지 않으면, 한국 정치는 국민통합을 이룰 수 없다. 우리는 초고령화 사회로 가고 있고, 출산율은 매우 낮다. 경제의 역동성이 거의 없어지고 있다. 정치인이 말로만 소통·통합을 외친들 아무 소용이 없다. -추석 연휴를 앞둔 <일요시사> 독자에게 남길 덕담 한마디가 있다면? ▲대통령을 선출하는 기준이 여론조사에 휩쓸리는 식으로 정해지면, 문제가 복잡해진다. 윤 전 대통령도 그렇게 대통령에 당선됐다. 오랫동안 검사였던 사람이 지도자가 된 사례가 세계적으로 별로 없다. 이들은 남의 부정적인 측면만 따지는 사람들이다. 그래서 창의적·긍정적 역할을 하기 힘든 사람들이다. 제가 그를 호의적으로 봤던 것도 큰 잘못이었다. 당시 국민의힘엔 대통령감이 없었다. 그래서 저는 윤 전 대통령의 여론조사 지지율이 높은 것을 일컬어 “별의 순간을 잡았다”고 말했다. 결국 윤 전 대통령은 제가 우려했던 행동을 했다. 저는 이승만 전 대통령 외엔 모든 대통령을 만나봤다. 직접 자문도 했고, 대통령 선거에 참여한 적도 있다. 이 경험을 토대로 <왜 대통령은 실패하는가>라는 책도 출간했다. 이들이 실패한 원인은 초심을 관철하지 못했단 것이었다. 박근혜·윤석열 전 대통령이 파면된 이유를 생각해야 한다. 이미 우리나라에선 오래전에 보수·진보가 사라졌다. 지난 1997년 김대중 전 대통령이 당선됐던 제15대 대선도 보수·진보의 싸움이 아니었다. 모두 보수였다. 1980년대 운동권 출신들은 정치권에 진출한 후 스스로 대단한 진보를 자처했다. 그런데 이들은 진보의 뜻도 모른다. 이들은 정권을 네 번 잡을 동안 양극화 하나도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 이들이 무슨 진보 정권인가? 국민이 정치 상황을 냉철하게 관찰하시고 올바른 선택을 하는 자세를 갖추셔야 한다. 대통령·국회의원도 결국 국민이 선출한다는 사실을 잊지 마시길 바란다. <ctzxp@ilyosisa.co.kr>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