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정권 경제수장’ 궁중암투 내막

‘용쟁호투’ 둘 중 하나는 집에 간다

[일요시사 정치팀] 최현목 기자 = 대한민국 경제를 이끄는 두 수장이 낯 뜨거운 장면을 연출했다. 최근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이하 기재부)장관과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은 경제정책 전반에 걸쳐 이견을 노출하며 공개 설전을 벌였다. 두 사람의 갈등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정치권은 두 사람이 물과 기름같이 섞일 수 없는 관계라고 입을 모은다. 청와대 정책실과 기재부 사이에 벌어지는 파워게임도 심상치 않다.
 

지난 19일, 긴급 당정청 회의서 사건이 발생했다. 이 자리서 김 부총리는 “그동안 추진한 경제정책도 효과를 되짚어 보고 필요한 경우엔 관계부처 장과 협의해 개선·수정하는 방향도 검토하겠다”며 소득주도성장 중심의 일자리 정책의 선회 가능성을 노골적으로 드러냈다. 김 부총리의 발언은 소득주도성장으로는 일자리 창출에 한계가 있으니 기재부 주도의 규제개혁을 통한 혁신성장에 속도를 내겠다는 뜻으로 읽힌다.

최악의 고용쇼크

그러자 장 실장은 “우리 정부의 소득주도성장, 혁신성장, 공정경제 정책들이 효과를 내기 시작하면 우리 경제가 활력을 띠고 경제의 지속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며 “국민들도 성장의 성과를 체감하고 고용상황도 개선될 것을 확신한다”고 맞섰다. 

경제성장의 혜택이 서민에게 돌아가는 소득주도성장의 효과가 나올 때까지 시간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청와대는 즉각 진화에 나섰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정례브리핑서 “장 실장이 한 말은 우리 정부의 정책기조와 철학이 흔들림 없이 간다는 점을 언급한 것”이라며 “김 부총리는 그런 과정서 생길 수 있는 현실적 어려움을 해결해 나가면서 풀어가겠다는 말로 서로 같은 이야기”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김 대변인은 두 사람의 이견이 크게 이슈화 된 일에 대해 “언론서 너무 예민하게 반응하고 있는 게 아닌가 싶다”며 “서로 접근하는 방식과 강조하고 싶은 내용이 다를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두 사람은 접근방식이 다를 뿐 일자리 창출이라는 하나의 목표를 향해 가고 있다는 뜻이었다.

문재인 대통령까지 나서 사태 수습에 나섰다. 지난 20일 청와대서 주재한 수석 비서관·보좌관 회의에 참석한 문 대통령은 모두발언을 통해 “청와대와 정부의 경제팀 모두가 완벽한 팀워크로 어려운 고용상황에 정부가 최선을 다한다는 믿음을 주고, 결과에 직(직책)을 건다는 결의로 임해줄 것을 당부한다”고 말했다.

정청 회의서 맞붙은 김&장
BH·여권 비상 “이대로 괜찮나”

문 대통령까지 나서 빠르게 진화에 나선 데 대해 정치권에선 두 가지 이유가 있다고 진단한다. 첫 번째는 경제지표 악화로 여론이 흔들리는 상황서 ‘김(동연)&장(하성) 갈등’이라는 리스크까지 더해질 경우 불에 기름을 붓는 격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앞서 문재인정부는 최악의 경제 성적표를 받았다. 한국은행이 지난달 25일 발표한 ‘2018년 7월 소비자동향조사 결과’에 따르면 소비자심리지수는 101.0으로 전월보다 4.5포인트 하락했다. 지난 5월 이후 두 달 연속 하락으로 지난해 4월(100.8) 이후 1년3개월 만에 최하 수준이었다. 
 

하락폭 기준으로는 지난 2016년 11월(6.4포인트) 이후 가장 큰 폭으로 하락했다.


한국은행의 올해 고용 전망치는 9개월 사이 반 토막이 났다. 지난달 12일 발표한 ‘2018년 하반기 경제전망’에 따르면 상반기 고용여건은 취업자수 증가폭이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14만명에 그쳤다. 하반기에 21만명으로 확대돼 점차 개선될 것이라 예상했지만, 연간 취업자수는 월평균 18만명 수준이다. 이는 지난해 10월 전망된 월평균의 절반 수준이다.

야권은 즉각 문정부 경제정책의 상징과도 같은 소득주도성장을 겨냥해 파상공세를 펼쳤다. 자유한국당(이하 한국당) 윤영석 수석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장 실장, 김수현 청와대 사회수석, 홍장표 소득주도성장 특별위원장, 김영주 고용노동부장관, 백운규 산업통상자원부장관을 ‘경제 파탄 워스트 5’로 규정하고 이들을 경질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문통도 나서
“직을 걸어라”

문 대통령에 대한 지지율은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있다. 두 달 전까지 70%를 웃돌던 문 대통령의 지지율은 최근 각종 여론조사에서 50%대 중반까지 떨어졌다. 청와대 내부의 위기감도 급격히 고조되는 양상이다. 여기에 김&장의 갈등이라는 불필요한 악재까지 겹치자 문 대통령이 직접 입을 연 것으로 풀이된다.

두 번째는 문 대통령이 김&장에게 최후통첩을 날렸다는 분석이다. 두 사람의 갈등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최저임금 인상이 국정 최대 화두로 떠올랐을 때 김 부총리는 ‘최저임금 속도조절’을 주장했다. “최저임금 대폭 인상이 고용에 부작용을 줄 수도 있다”는 논리였다.

반면 장 실장, 홍장표 청와대 경제수석 등은 소득주도성장을 기초로 한 최저임금 인상을 강조했다. 김 부총리가 주장한 최저임금 대폭 인상의 부작용은 추정일 뿐이며 오히려 그간 최저임금을 인상했을 때 나타난 실제효과를 보면 긍정적인 경우가 훨씬 많다는 입장이었다.
 

지난 5월29일 청와대서 열린 가계소득동향 점검회의를 계기로 ‘김동연 패싱론’이 급속히 확산됐다. 회의 후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앞으로 장 실장이 주도해 관련 부처 장관들과 함께 경제 전반에 걸쳐 회의를 계속 개최해 나가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청와대가 경제사령탑인 김 부총리가 아닌 장 실장에게 힘을 실어준 것이다.

이목희 대통령직속 일자리위원회 부위원장 역시 5월30일 기자간담회서 “최저임금은 실증과 분석을 더 해봐야하기 때문에 김 부총리의 (최저임금) 속도조절론 발언은 적절치 않다”며 “좀 더 객관적인 지표와 동향분석이 나오고 말해야 한다”고 질타했다.

하나부터 열까지
너무 다른 김&장

문 대통령은 5월31일 열린 국가재정전략회의서 “소득주도성장과 최저임금의 긍정적인 부분을 자신 있게 설명해야 한다”며 “긍정적 효과가 90%”라고 말해 장 실장 등 청와대 참모들에게 확실히 힘을 실어줬다.

당시 김동연 패싱론이 확산되자 청와대는 사후 약방문 격의 진화에 나섰다. 

청와대 관계자는 “정부가 경제 전반에 걸친 권한을 기재부장관에게 줬기 때문에 경제부총리를 앉힌 것으로 그런 의미서 김 부총리가 컨트롤타워”라고 했다. 그러나 김동연 패싱론은 더욱 확산돼 경질설로 이어졌다.


김&장의 갈등은 참여정부 때 발생했던 이헌재 경제부총리와 386그룹 정치인들 간의 갈등과 기시감이 든다. 당시 여당의 젊은 의원들이 아파트 원가 공개를 추진하자 이 부총리는 “386세대가 대학 때 저항운동을 하느라 경제를 못 배워 시장경제를 모른다”고 지적했다. 

386그룹은 이 부총리가 야인 시절 받았던 은행 자문료 문제를 언론에 흘리며 보복에 나섰다. 386그룹과 충돌하던 이 부총리는 취임 1년 만에 사퇴했다.

청와대가 나서 사태 수습을 하고 있지만, 국회 안팎에서는 이번 사태와 같은 갈등이 계속적으로 벌어질 것이라고 예상한다. 야당의 모 의원실 보좌진은 “김 부총리와 장 실장은 물과 기름 같은 관계라 한 사람이 물러나지 않는 한 크고 작은 잡음이 계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두 사람이 서로 다른 시각으로 경제를 바라본다는 게 그 이유다. 1996년 참여연대서 소액주주운동을 이끌었던 장 실장은 양극화 해소를 위한 재벌 개혁에 집중해왔다. 반면 거시경제 기획을 주로 했던 김 부총리는 규제 개혁을 강조해왔다. 성격도 장 실장은 ‘분위기 메이커’인데 반해 김 부총리는 말수가 적은 편으로 알려져 있다.

지난 21일 국회 기재위 전체회의서 김 부총리는 작심한 듯 장 실장에 대한 속내를 드러냈다. ‘고용대란에 대한 책임을 누가 져야 하느냐’란 질문에 김 부총리는 “장 실장은 청와대 안에 계신 스태프다. 전적으로 내가 (책임을) 져야 한다”고 말했다. 
 

언뜻 책임지는 장관의 모습으로 비쳐질 수 있지만, 자신이 경제정책 컨트롤타워라는 점을 우회적으로 부각시킨 발언으로 풀이된다. 이어 김 부총리는 “다소간의 (견해) 차이는 있고 생각이 100% 같은 것이 건설적인 것도 아니다”라며 “(장 실장과는)전화도 자주 하고 많은 대화를 나누고 있다”고 말해 둘 사이에 이견이 있다는 점을 인정했다.


반면 장 실장은 취임 초 김 부총리와 함께 ‘경제 투톱’으로 거론되는 상황에 불쾌감을 보였다고 한다. 그 이유에 대해 당시 한 여권 관계자는 “문 대통령이 당 대표 때 비상대책위원장으로 영입하려 했던 장 실장은 자신이 김 부총리와 레벨이 다르다고 봤을 것”이라고 했다.

BH정책실 VS 기재부 파워게임
수습했지만…불안한 시한폭탄

김&장의 갈등은 비단 두 사람만의 문제가 아니다. 문정부 출범 이후 청와대 정책실과 기재부 간 힘겨루기가 예사롭지 않다.

문 대통령은 집권 초 청와대 조직개편을 통해 지난 정부서 폐지됐던 정책실을 부활시켰다. 정책과 정무를 모두 맡아온 기존 비서실을 정무형 비서실과 정책을 총괄하는 정책실로 쪼갠 것이다. 

정책실장은 경제·사회·교육을 포함해 정책 전반을 체계적으로 실행하는 장관급 인사로 정했다. 정책실 산하에는 새로 신설되는 일자리수석과 함께 기존의 경제수석, 사회수석 등이 배치됐다. 일자리수석을 산하로 두고 있다는 점에서 정책실에 막강한 권력이 부여될 것이라는 예상이 지배적이었다.

한 기재부 관계자는 정책실 부활과 관련해 당시 “(정책실 부활 이후)경제정책 문제에 청와대의 장악력이 커졌고, 교수 출신 경제수석비서관과도 의견 조율이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토로한 바 있다.
 

기재부의 불만은 시간이 지날수록 커지고 있다. 최근 기재부 안팎에서는 “정책실이 상왕처럼 군다”는 불만을 어렵지 않게 들을 수 있다. 최저임금 인상을 앞두고 기재부가 정부지원금 지급 시기 문제를 제기하자 장 실장 등 청와대 정책실이 기재부 간부를 불러 ‘복지부동 아니냐’고 비판했다는 후문이다.

또 정책실은 올해 초 기재부의 세수 예측 실패로 예산 집행 계획에 차질이 빚어졌다는 주장하면서 둘 사이에 불편한 관계가 계속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민관합동으로 운영하는 혁신성장본부에 대해서도 기재부는 혁신성장의 컨트롤타워가 될 것이라 기대감을 보인 반면, 정책실은 가시적인 성과가 없다고 지적하고 있다.

두 사람은 최근 논란을 의식한 듯 지난 22일, 국회서 화기애애한 장면을 연출하며 사태 진화에 총력을 기울였다. 장 실장은 이날 오후 재개된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김 부총리와 매우 호흡을 잘 맞추고 있다고 자신 있게 말씀드린다”고 강조했다. 

김 부총리는 미리 회의장에 앉아있던 장 실장에게 다가가 환하게 웃으며 악수를 건넸다. 추가적인 논란 확산을 잠재우기 위한 액션으로 풀이된다.

정책실 VS 기재부
장막 뒤 파워게임

그럼에도 정치권에선 문 대통령이 물과 기름 같은 두 사람을 계속 지켜만 보고 있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여권 내서조차 두 사람의 갈등을 마냥 방치할 수 없다는 말도 들린다. 경제 투톱의 갈등이 문정부 경제정책의 안정성에 실금을 냈다고 보기 때문이다. 실금을 방치했다가 자칫 문정부 신뢰라는 둑을 무너뜨리는 일이 발생하면 안 된다는 공감대가 퍼지는 양상이다. 여권 내에서는 ‘김&장 리스크’라는 말까지 나도는 지경이다. 정치권은 과연 두 사람의 ‘불편한 동거’가 언제까지 이어질지 예의주시하고 있다.


<chm@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문정부 ‘중폭개각’ 어디?

청와대가 이르면 이번 주 추가적인 개각을 단행할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 관계자는 지난 22일 “개각 대상에 대한 검증이 마무리 단계에 있다”며 “대통령의 최종 결심이 남은 상황”이라고 알렸다.

서너 곳 이상의 부처 장관이 교체되는 중폭개각에 힘이 실린다. 청와대와 정부 안팎에서는 중폭개각이 이뤄질 경우 환경부와 여성가족부, 고용노동부 장관 등이 그 대상에 포함될 것이라는 전망이 많았다. ‘기무사 계엄령 문건’ 파동으로 군 장악력이 떨어진 송영무 국방부 장관의 교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청와대가 개각 콘셉트로 구상한다고 발표한 ‘협치 내각’은 구현하기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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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또다시 나타난 그때 그 사기꾼’ 케이삼흥은 왜 서울시 팔았나

[단독] ‘또다시 나타난 그때 그 사기꾼’ 케이삼흥은 왜 서울시 팔았나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케이삼흥 사태가 대국민 사기극으로 번질 조짐을 보이고 있다. 피해자가 최소 1000여명, 피해액은 수천억원에 이르는 등 실체가 드러날수록 피해가 눈덩이처럼 커지는 상황이다. 피해자들은 무엇에 홀려 돈을 넣었을까? 무엇이 그들에게 절대적인 믿음을 안겨줬을까? “징조도 없었어요. 2월까지는 돈이 잘 들어왔거든요. 3월25일하고 27일에 원금하고 배당금이 안 들어오면서 난리가 난 거죠.” <일요시사>와 연락이 닿은 한 케이삼흥 투자 피해자는 여전히 정신이 없는 듯했다. 이 피해자는 가족과 지인에게도 투자를 권유했다고 한다. 현재 원망 그 이상의 감정을 받고 있다고 토로했다. 2월까진 괜찮았다 최근 케이삼흥 사태가 일파만파로 번지고 있다. 2021년 설립된 부동산 투자플랫폼업체 케이삼흥은 월 최소 2% 수익을 보장하겠다며 투자자를 끌어모았다. 연 단위로 따지면 24%의 고수익 투자상품인 셈이다. 피해자는 ‘정부’ ‘지방자치단체’ ‘공공기관’ 등의 말에 현혹된 것으로 보인다. 케이삼흥은 정부나 지방자치단체가 개발 예정인 토지를 매입한 뒤 개발사업이 확정되면 소유권을 넘겨 보상금을 받는 방식으로 수익을 만들 수 있다고 홍보했다. ‘토지 보상 투자’라는 용어가 나왔다. 직급에 따라 수익금을 차등 지급하는 다단계 방식으로 업체를 운영해 전형적인 ‘다단계금융 사기’라는 의혹도 제기됐다. 이번 사태서 의문이 제기된 부분은 횡령 등의 혐의로 복역한 경험이 있는 김현재 케이삼흥 회장이 어떻게 또다시 수천명에 이르는 투자자를 끌어모았는지다. 김 회장은 ‘기획부동산’의 창시자로 불린다. 토지를 싼 가격에 사들인 뒤 개발 호재 등이 있다고 소문내 이를 쪼개 파는 방식으로 사기를 저질렀다. 이 과정서 투자금 200억원을 횡령한 혐의 등으로 2006년 징역 3년형을 선고받았다. 20여년이 지난 2021년 김 회장은 ‘케이삼흥’이라는 회사를 만들었다. 서울 등 전국에 7개 지점을 둔 케이삼흥은 언론 광고 등 공격적인 마케팅을 통해 투자자를 모았다. 한 케이삼흥 직원에 따르면, 7개 지점서 일하는 직원은 300~350명가량이었다. 직원들은 이른바 가족·지인 영업을 통해 투자자를 모집했다. 월 2% 수익 약속에 수천명 투자 20년 전과 과정도 결과도 같다? 대부분의 직원은 중·장년층으로 인터넷 기사 등을 통해 공개된 김 회장의 과거를 잘 알지 못했던 것으로 보인다. 김 회장의 사기 전과를 알고 있던 피해자 역시 “원래 무죄였다”거나 전직 대통령을 거론하는 김 회장의 말솜씨에 넘어갔다고 한다. 훈장, 공적비, 기부 기사 등은 김 회장의 주장에 힘을 실었다. 따박따박 통장에 찍히는 배당금은 김 회장에 대한 신뢰를 굳건하게 만들었다. 투자금의 1.5~2%에 이르는 배당금이 매달 입금되고 계약에 따라 만기가 되면 원금이 들어오는 구조였다. 예를 들어 1000만원을 투자하고 3개월 만기로 계약을 맺었다면 1060만원을 돌려받게 되는 셈이다. 요즘 같은 저금리 시대에 파격적인 수준이었다. 김 회장은 본인의 사재를 털어 부족한 부분을 메꾸고 있다고 직원들에게 말한 것으로 전해진다. 그러면서 직원들에게 더 열심히 일하라고(투자자를 모집하라고) 했다는 것이다. 피해자들에 따르면, 김 회장은 자신의 재산이 1조원에 달한다고 주장했다. 수익이 나기 전까지 자신의 돈으로 원금과 배당금을 일부 주고 있다고 여러 차례 강조했다고 덧붙였다. 꾸준히 원금과 배당금을 받은 대부분의 피해자는 더 많은 돈을 재투자했다. 피해액이 천문학적인 수준으로 불어난 이유다. 하지만 ‘윗돌 빼서 아랫돌 괴는’ 방식의 사업구조는 자금 순환이 막히면서 결국 무너져 버렸다. 피해자는 지난 2월까지 원금과 배당금을 정상적으로 받았기에 케이삼흥 사태를 예측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피해자 중장년층↑ 하지만 경고음은 분명히 존재했다. 회계법인은 케이삼흥에 대해 ‘감사 의견 거절’을 냈다. 감사 의견 거절은 ▲감사인이 감사보고서를 만드는 데 필요한 증거를 얻지 못해 재무제표 전체에 대한 의견 표명이 불가능할 때 ▲기업의 존립에 의문이 들 때 ▲감사인의 독립성 결여 등으로 회계 감사가 불가능한 상황에 제시한다. 기업 내부 사정이 심상찮다는 소리다. 케이삼흥의 경우 ‘회계연도의 현금흐름표 및 재무제표에 대한 주석을 받지 못했다’가 감사 의견 거절의 근거가 됐다. 그럼에도 수많은 피해자는 김 회장을 철석같이 믿었다. 오히려 정관계 인사를 잘 안다는 김 회장의 말이 피해자의 투자심리를 부추겼다. 과거에도 김 회장은 기획부동산 사기로 검찰 조사를 받던 시기에 정관계 로비 의혹을 받은 바 있다. 당시 김 회장이 횡령한 돈 일부가 정치자금으로 흘러 들어갔다는 의혹이 제기된 것이다. 정치권 등의 유력인사를 언급해 투자자의 믿음을 사는 김 회장의 수법은 이번 케이삼흥 사태서도 반복된 것으로 보인다. 한 피해자는 “(김 회장이)정치인 인맥이 많다는 말을 하곤 했다”고 말했다. 다양한 통로로 정보를 얻는 젊은 층에 비해 정보에 어두운 중‧장년층은 김 회장이 주장하는 인맥에 신뢰를 보냈다. 사기 전과 있는데도… <일요시사> 취재에 따르면 김 회장은 서울시 고위공무원과의 친분도 주장했다. 강연 과정서 서울시 고위공무원의 직책을 언급하면서 그를 통해 협조 약속을 받았다는 주장을 펼쳤다. 이 과정서 토지나 주택 등을 관리하는 공공기관의 이름도 등장한다. 투자자에게 수익금에 대한 확신을 심어주려는 의도로 파악된다. 김 회장은 “작년에는 부동산 경기 자체가 불투명하니까 1년 동안 거의 안했어요. 착공 들어가려면 제일 먼저 하는 게 보상 업무잖아요. 올해 작년 것까지 합쳐서 하고 있어요. 사업계획 세워놓은 것은 차질이 없다고 하니까”라고 말한다. 그러면서 공공기관, 서울시 고위공무원 직책을 말하면서 “(서울시 고위공무원 직책이)그걸 관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 회장이 언급한 직책은 서울시서 주택, 재난안전 등을 관리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김 회장은 “(서울시 고위공무원을)만나서 사업이 진행되면 케이삼흥 것을 우선적으로 하겠다(는 약속을 받았다)”고 했다. 토지 보상을 하는 과정서 케이삼흥에 우선적으로 협조한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김 회장은 ‘주진입도로’ 등을 언급하면서 “2단계든, 3단계든 관계없이 케이삼흥 것을 먼저 협조해주겠다고 그 약속까지 제가 다 받아냈으니까. 하반기에 보상 나오는 것은 확실합니다”라고 강조했다. 강연에 참석한 투자자들은 중간중간 호응하다가 김 회장의 말이 끝나자 박수를 치면서 환호했다. 정치인 인맥·훈장 자랑 당사자는 “처음 들었다” 서울시 관계자는 사실 확인을 요청하는 <일요시사>에 “개인적인 부분에 대해서는 확인을 해줄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김 회장이 언급한 직책의 인물은 지난 8일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김현재라는 이름은 지금 처음 듣는다”고 전했다. 케이삼흥이라는 회사명도 이날 처음 들었다고 주장했다. 김 회장과는 사적 친분은 물론이고 전혀 관계가 없다는 말이다. 현재 케이삼흥 사태는 서울경찰청 금융범죄수사대서 수사하고 있다. 김 회장 등 케이삼흥 경영진은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특경법)과 유사수신행위 규제법 위반 등의 혐의를 받는다. 지금까지 파악된 피해자와 피해액은 최소 규모로 시간이 가면 더 늘어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직원으로 불린 모집책이 가족이나 지인 등을 상대로 투자를 권유한 경우가 많아 가정이 파탄난 사례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피해자 가운데 일부는 가족의 병원비 등을 투자금으로 넣은 경우도 있었다. 피해자들은 수사기관에 고소하거나 집회를 준비하는 등 개별적으로 대응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은 빠른 수사가 관건이라고 입을 모았다. 시간이 흐를수록 피해자가 받는 정신적 고통이 커지기 때문이다. 실제 케이삼흥 사태와 같은 대형 사건서 투자금을 돌려받지 못하거나 투자를 권유한 사람에게 독촉을 받던 피해자가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례를 심심찮게 볼 수 있다. 빠른 수사 피해 복구는? 한 피해자는 “가족과 지인 돈까지 다 끌어모아서 투자했다. 원금만이라도 제발 돌려받고 싶다. 가족과 지인들에게 얼굴을 들 수 없다”고 안타까워했다. 직원이면서 동시에 투자자인 이 피해자는 5억원 이상을 투자금으로 넣었다고 고백했다. 김 회장의 입장을 듣기 위해 문자메시지, 전화 등을 통해 연락을 취했지만 닿지 않았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