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부실’ 대선조선 경영권 보전 의혹

  • 최현목 기자 chm@ilyosisa.co.kr
  • 등록 2018.08.20 10:30:04
  • 호수 1180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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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장님 떠받치는 보이지 않는 손

[일요시사 정치팀] 최현목 기자 = 대선조선 재매각을 둘러싼 난타전이 벌어지고 있다. 최대주주인 한국수출입은행(이하 수은)은 오너 일가 소유 주식을 전부 무상소각하고도 일가의 경영권을 인정하고 있다. 지난 3월 대선조선 정기주주총회에 참석한 대선조선 주주는 지분이 없는 오너 일가가 경영을 계속하는 데 수은이 뒷배를 봐주고 있다고 주장한다. <일요시사>는 대선조선 재매각을 둘러싼 의혹들의 전모를 파헤쳤다.

대선조선은 부산에 본사와 공장을 둔 국내 최초 민간자본 조선소다. 1945년 12월 안성달씨(창업주 1세)가 대선철공소를 창업해 1980년 12월 안강태(창업주 2세) 현 대선조선 회장으로 이어지면서 전성기를 누렸다. 안 회장은 2012년 9월 장남인 안재용(창업주 3세)씨에게 대표이사직을 물려줘 3세 경영을 이어가고 있다.

경영 악화로
채권단 관리

대선조선은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전 세계적인 조선업계 불황으로 적자누적 및 부채 확대를 겪어왔다. 재무구조가 열악해지자 대선조선은 지난 2010년 상장폐지 및 워크아웃에 들어갔고 채권단 공동관리(자율협약) 체제로 전환됐다. 채권단은 수은과 산업은행, 한국무역보험공사 등으로 구성됐다. 

그중 대선조선 지분의 67.3%(오너일가 지분 무상감자 전 기준)를 보유한 수은이 주채권은행이다.

수은은 지난해 11월 삼일회계법인을 매각주관사로 선정하고 대선조선에 대한 공개매각에 나섰다. 워크아웃 이후 7년 만에 새 주인 찾기에 나선 것이다. 그러나 매입자가 나타나지 않아 매각은 유찰됐다.

지난 3월 대선조선 정기주주총회에서는 창업주인 안씨 일가가 가진 지분이 도마 위에 올랐다. 당시 주총에 참여한 주주는 “안씨 일가 주식을 모두 무상감자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안씨 일가가 채권단 관리를 받고 있음에도 부산‧경남지역 내 영향력을 바탕으로 경영에 지속적으로 관여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대선조선은 올해 3월 재무제표 상 부채가 자산보다 4018억원을 초과하는 등 완전히 자본잠식상태다. 올해 1분기만 해도 50억원의 영업 적자를 냈다. 안 회장과 안 대표이사 등 안씨 일가는 부산서 영향력이 상당하다. 부산 내 유력 정치인 및 재계 인사들과 학맥으로 연결돼 있다.”

안 대표이사의 경영 능력이 부족하다는 지적도 했다. 대선조선은 2008년 238억 규모의 영업이익을 기록했지만, 이후 9년째 영업손실을 기록하고 있다.
 

“대표이사로서 대선조선의 실질적인 경영권을 행사해 왔는데, 2005년부터 2008년까지 조선 경기가 정점에 있었음에도 이런 흐름조차 제대로 읽지 못했다. 뒤늦게 중국에서 플로팅도크(해상에서 선박을 건조할 수 있도록 고안된 바지선 형태의 대형 구조물)를 수입하는 등 무리한 시설 확장과 저가 수주로 엄청난 당기손실을 발생시켰다. 상장 폐지 및 채권단 관리 체제 이후 7년간 매년 영업적자를 이어오고 있다. 당기순 누적적자만 2746억원에 이른다.”

회사는 휘청
여전히 경영

이에 주주는 안씨 일가의 주식을 무상감자(주식을 보유한 사람이 어떠한 보상도 받지 못한 채 결정된 감자 비율만큼 주식수를 잃게 되는 것)하고 일가가 경영서 손을 땔 것을 요구했다. 

1차 매각에 실패한 수은은 안씨 일가의 보유주식이 대선조선 매각의 걸림돌이라는 의견을 받아들였다. 지난 5월23일 오전 10시 대선조선 1공장 회의실서 진행된 임시주주총회서 ‘지분의 감소 승인의 건’을 의결해 안씨 일가가 가진 29만3502주(안 회장 29만2226주, 안 대표이사 1276주)를 무상소각했다.

수은은 안씨 일가의 주식을 모두 소각했음에도 경영진을 교체하지 않고 있다. 이는 대선조선과 마찬가지로 수은이 대주주로 있는 성동조선과 비교된다. 수은 등 성동조선 채권단은 지난 2012년 3월31일 성동조선 오너일 가를 경영진서 물러나게 하고 전문경영인 체제로 전환했다.

수은 측은 두 회사가 차이가 나는 점에 대해 “개별 회사의 여건에 따라 차이가 있는 것이다. 성동조선과 대선조선이 같아야 하는 건 아니다. 조선소 규모도 다르고 진행해온 프로세스도 달랐다”며 “성동조선이 (경영진을) 교체했으니 대선조선도 교체해야지 공정한 것 아니냐는 시각은 제3자인 우리가 봤을 때 좋은 결정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대선조선 주주는 안 대표이사가 경영을 계속하고 있는 현 상황과 관련해 다양한 의혹을 제기한다. ▲대선조선에 채용된 수은 출신 전무 ▲안 회장의 ‘덕경회’ 인맥 등으로 인해 수은이 경영진 교체에 소극적인 것 아니냐는 주장이다.

1차 매각 유찰 “오너 일가 때문”
지분 무상소각…경영은 그대로

공주식 대선조선 전무는 수은 외환업무실장, 무역금융부장, 남북협력사업부장 등을 거쳐 2010년 1월 수은 부산지점장에 올랐다. 2012년 6월 지점장을 그만둔 공 전무는 1년 뒤인 2013년 6월 대선조선 전무로 자리를 옮겼다. 

공 전무는 지점장으로 있을 당시 수은서 대선조선으로 파견된 채권단 관리인이었다. 수은을 나와 본인이 관리하던 회사의 전무로 이동한 것이다.
 

공 전무는 연세대 경제학부를 졸업했다. 안 대표이사 역시 마찬가지다. 대선조선 경영기획실 측은 “학부 상으로 (공 전무가 안 대표이사의) 선배가 맞다”고 확인해줬다. 의혹을 제기한 주주는 “이들이 4년간 대선조선을 실질적으로 경영하면서 회사에 부채만 안겼지만, 의문스럽게도 수은 등 채권단은 이들의 경영권을 그대로 인정해주고 있다. 이는 특혜”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공 전무는 지난 3월 정기주주총회서 또 다시 사내이사로 연임됐다. 공 전무는 지난 2014년 3월28일 사내이사로 임명된 후 지금까지 사내이사직을 이어오고 있다.

‘덕경회’는 경남고·부산 출신 인사들의 모임이다. <월간조선> 2017년 6월호에 따르면 2010년 출범한 덕경회에는 오완수 대한제강 회장을 비롯해 안강태 대선조선 회장, 윤성덕 태광 사장, 홍하종 DSR제강 사장, 구자신 쿠쿠홈시스 회장 등 부산·울산·경남 지역에 사업체를 둔 70여 명의 동문이 가입해 있다.

<월간조선>은 최근 덕경회가 문재인 대통령의 재계인맥으로 주목받고 있다고 전했다. 문 대통령이 모임에 자주 참여하거나 학맥을 챙기지는 않지만, 정치 입문 이후 모임 인사들로부터 다양한 조언을 받았다는 것이다. 문 대통령은 1971년 경남고를 졸업(25회)했으며, 안 회장은 1957년 졸업(11회)했다.

회장님 무기
덕경회 파워

문 대통령은 2016년 9월22일 오전 부산 영도구에 위치한 대선조선소를 방문한 사실이 있다. 이날은 부산의 한 선주사의 석유화학제품선 명명식이 있었다. 당시는 문 대통령이 더불어민주당 당 대표직을 내려놓고 대권행보를 이어가던 시점이었다. 

이날 행사장서 문 대통령은 “조선·해운산업은 우리나라 핵심 기간산업”이라며 “조선·해운산업의 구조조정이 국가경쟁력을 살리는 구조조정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행사에는 안 회장을 비롯해 안 대표이사도 참석했다. 특히 안 대표이사는 문 대통령을 지척거리서 수행했다.

대선조선 측은 문 대통령이 대선조선소에 방문한 사실에 대해 “우리 쪽에서 초대하지 않았다. 선주사 쪽에서 초대했다”고 해명했다. 해당 선주사 측은 “오래된 일이라 (문 대통령을 우리 쪽에서 초대했는지)확인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고 밝혔다.

주주는 덕경회에 대해 “부산 지역을 중심으로 한 재계모임 중 단연 최고의 파워를 자랑한다. 기득권 중에 기득권이다. 부산상공회의소의 주력 멤버도 덕경회에 들어가 있다. 수은이 덕경회 멤버인 안 회장의 눈치를 살피느라 대선조선 경영진 구조조정에 나서지 못하는 것 아닌지 의심스럽다”고 주장했다.

수은과 대선조선 측은 모든 의혹을 반박하고 있다. 

수은 측은 안씨 일가의 주식을 모두 소각했음에도 여전히 회사를 경영하고 있는 상황에 대해 “우리 입장에서는 매각을 추진하는 데 있어 사람을 바꾸는 것도 중요한지만, 현재 회사에 대한 이해도가 높고 조직에 대한 장악력이 높은 사람이 (대선조선을)운영하면서 적당한 매수자를 찾는 게 더 효율적이라고 판단해 유임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대선조선의 상황이 다른 중소조선소와는 달리 상대적으로 채권단의 추가 자금지원 없이 자기 자본으로 회사를 꾸려나가고 있으며 안 대표이사는 영업 위주로 경영을 하고 있다”며 ”수주를 잘 하려면 인맥도 있어야 하고 사업에 대한 전문성도 있어야 한다. 중소조선소 전체가 어려운 상황서 특정인에 의해 회사가 어렵게 됐다는 (주주 측)주장을 받아들이기 힘들다. 안 대표이사를 임기 중에 해임할 근거도 없다”고 밝혔다.
 

공 전무의 존재가 대선조선 매각에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의혹에 대해서는 “그런 건 아니다. 확실히 아니다”라며 “이미 떠난 사람이다. 우리는 (대선조선을) 합리적인 가격에 매각하는 게 최선이지 그 이외 다른 이유는 없다”고 설명했다.

안 회장이 덕경회 멤버라는 점이 매각에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 여부에 대해서는 “(덕경회를) 처음 듣는다. 그건 아닌 것 같다. 감안할 사항도 아니다”라고 부인했다.

수은 출신 전무·덕경회 뒷배 의혹
수은·대선 측 “매각에 영향 없어”

대선조선 역시 수은과 비슷한 입장이다. 

안 대표이사를 전문경영인으로 교체해야 한다는 의견에 대해 대선조선 측은 “안 대표이사는 전문경영인으로 선임됐다. 구 사주(안 회장과 안 대표이사)의 지분이 없는 상태이니 (안 대표이사는) 전문경영인이다. (안 대표이사가) 중소 조선 분야를 잘 아니 채권단서 선임을 해 준 것이다. 본인도 그렇게 알고 있다”고 말했다.

공 전무가 지난 3월 정기주주총회서 또 다시 사내이사로 연임되는 과정서 수은 출신이자 안 대표이사의 학부 선배라는 점이 고려됐는지 여부에 대해서는 “학연 쪽은 영향이 없다. 주주나 외부에서 퇴직자 낙하산을 얘기하지만, 회사 정상화의 성과를 창출했기 때문에 연임이 된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어 “채권단 초기에는 수은이 절대 지분을 가진 게 아니어서 (공 전무의 사내이사 연임에 대해 수은 측에서)일방적인 의사결정을 할 상황이 아니었다. 마치 수은이 처음부터 (공 전무를 사내이사로) 결정한 것으로 비춰진 것 같은데 히스토리를 따져보면 여러 채권금융기관이 초기부터 협의한 것이지 수은만의 결정이 아니었다”고 해명했다. 

덕경회 의혹에 대해서는 “금시초문”이라고 밝혔다.

대선조선 매각 의사가 없어 보인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그렇지는 않다. 안 대표이사나 공 전무, 수은 모두 매각에 대해 부정하지 않는다. 반대할 이유도 없다. 지난해는 너무 준비가 안 되서 매각에 실패했다. 하반기에도 매각하는 쪽으로 계속 작업이 진행된다”고 설명했다.

수은·대선
전면 부인

대선조선 측은 오히려 의혹을 제기하는 주주 측에게 아쉬움을 전했다. “주주이기 때문에 기업경영에 대해 어느 정도 아시지만, 너무 쉽게 생각하는 게 아닌가하는 생각이 든다. 경영 정상화에 도움을 주셔야 하는데, 오히려 기업 이미지를 추락시키는 그런 좋지 않은 효과가 나올 것 같다. 의혹이 있다면 의혹에 대해 명명백백하게 밝히면 되는 것”이라고 했다.


<chm@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신음하는 중소 조선업계

국내 조선업계가 양극화에 몸살을 앓고 있다. 대형조선소는 시황이 개선돼 차츰 살아나고 있는 반면, 중소조선소는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지난 16일 영국의 조선·해운 분석업체 ‘클락슨리서치’에 따르면 대한민국 조선업계는 지난달 전 세계 선박 발주량 201만CGT(표준화물선환산톤수)중 절반에 가까운 97만CGT을 수주했다. 이는 14%에 그친 중국에 두 배를 넘는 세계 1위다.

그러나 편중 현상이 심하다. 현대중공업·대우조선해양·삼성중공업 등 빅3는 지난 7월까지 누적 수주량 645만CGT를 기록했다. 중국 501만CGT, 일본 159만CGT를 크게 앞서는 수치다. 반면 같은 기간 대선조선, 성동조선, SPP, STX 등 중소조선사들의 실적은 대형사들의 2%도 안 되는 10만1000CGT에 그쳤다.

한국수출입은행에 따르면 상반기 중소조선사들의 총 수주 금액은 4억7000만달러다. 지난해 동기보다 45%나 급감했다. 봄을 맞이한 대형조선사들과는 달리 중소조선사들의 겨울은 계속되고 있다.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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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POP 1위 하이브, 수사 리스크 타개책 있나?

K-POP 1위 하이브, 수사 리스크 타개책 있나?

[일요시사 취재1팀 ] 장지선 기자 = 국내 최대 연예기획사가 사면초가 상태에 빠졌다. 업계에서는 부동의 1위를 달리고 있지만 내부는 엉망진창이라는 풍문이 돌고 있다. 레이블 간의 갈등이 법정 공방으로 번졌고 주력 IP는 과거와 비교해 힘을 못 쓰는 모양새다. 연예계 ‘미다스의 손’으로 불리는 수장은 이 위기를 어떻게 타개하려는 걸까? 2024년 5월 엔터테인먼트 기업 하이브가 대기업집단으로 지정됐다. 공정거래위원회는 계열사 자산 총액과 자본 총액을 더한 자산이 5조원을 넘긴 곳을 대기업집단으로 지정한다. 2024년 3월 공개한 사업보고서 기준으로 하이브 자산 총계는 5조원을 넘었다. 당시 기준으로 재계 순위 85위에 올랐다. 빛 좋은 개살구? 대기업집단으로 지정되면 공정거래법상 기업의 의무가 늘어난다. 엄격한 법의 테두리 안으로 들어가게 되는 것이다. 동시에 상징성도 얻는다. 실제 하이브는 국내 엔터테인먼트 업계에서 최초로 대기업집단에 지정됐다. 국가 차원에서 하이브가 ‘업계 1위’로 인정받은 셈이다. 공정거래위원회는 “K팝의 세계화로 앨범, 공연, 콘텐츠 등이 주요 수익원인 엔터테인먼트 업계가 급격히 성장한 것이 반영됐다”고 지정 배경을 밝혔다. 하이브의 대기업집단 지정은 민희진 전 어도어 대표와의 갈등이 한창 불거질 무렵에 이뤄졌다. 앞서 2024년 4월 하이브는 그룹 뉴진스 등이 소속된 레이블 어도어를 이끌고 있던 민 전 대표가 경영권을 탈취하려 했다는 의혹을 제기하며 감사를 진행했다. 민 전 대표와 하이브 간 이른바 ‘민-하 대전’의 시작이었다. 이후 뉴진스, 다른 레이블까지 싸움에 뛰어들었다. 뉴진스는 자신들의 프로듀서는 민 전 대표라고 주장하면서 계약 해지를 요구했고 다른 레이블은 민 전 대표가 제기한 표절 의혹 등에 반발해 소를 제기했다. 민 전 대표와 하이브 간의 계약 문제도 송사로 번졌다. 그 사이 뉴진스는 쪼개졌고 멤버 1명은 계약 해지 후 피소됐다. 내부 문제 외에도 SM엔터테인먼트(이하 SM)의 경영권을 인수하는 과정에서 불거진 카카오와의 갈등도 현재 진행형이다. 카카오와 하이브는 ‘아이돌 명가’로 불리는 SM을 인수하기 위해 엄청난 출혈 경쟁을 벌였다. 인수전이 과열되면서 카카오가 주가를 조작했다는 의혹이 제기됐고 김범수 의장이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기소돼 구속됐다가 보석 석방되기도 했다. 1900억원대 부당이득 혐의 경찰 영장 청구, 검찰 반려 이 모든 과정이 진행되는 동안 방시혁 하이브 의장은 두문불출 상태였다. 미국에 머물다가 인터넷 방송 BJ ‘과즙세연(본명 인세연)’과 거리를 걷는 사진이 찍혀 입길에 오른 것을 제외하면 행보를 알기 어려웠다. 방 의장이 프로듀싱을 도맡아 온 방탄소년단(BTS)도 ‘군백기(군대+공백기)’ 상태였다. 하지만 BTS의 광화문 공연 이후 방 의장에 대한 언급이 늘었다. BTS는 멤버 전원이 군대에 다녀온 뒤 ‘완전체’ 첫 행보로 광화문 공연을 선택했다. 정부와 서울시가 하이브의 제안을 받아들이면서 성사된 공연은 각종 논란으로 이어졌다. 정부가 하이브에 특혜를 주고 있는 게 아니냐는 의심이 제기된 시점도 이때다. 지난달 21일 광화문 일대는 경찰 등에서 동원된 경비 인원으로 삼엄했다. 광화문 인근을 지나가는 사람들에 대한 대대적인 검문이 이뤄졌고 그 수위는 살벌했다. 공연과는 전혀 관계가 없어 보이는 이들도 검문 대상으로 지목됐고 결혼식 등 행사에 참석하기 위해 모인 사람도 어김없었다. 정부와 전폭적인 지원에도 BTS 공연을 위해 광화문에 모인 인파는 예상에 크게 미치지 못했다. 앞서 26만명이 몰릴 것으로 예상했지만 공연 직후 경찰은 4만명으로 추산했고 하이브는 10만여명으로 발표했다. 어떤 기준을 갖다 대도 예상치보다 적은 인원이 모이면서 공연 자체를 비판하는 목소리와 모두의 광장인 광화문을 사기업이 특정 시간대에 독점하는 게 맞느냐는 지적이 이어졌다. 회사 뒤에 숨어 있나 실제 BTS의 광화문 공연은 ‘관급 행사’를 방불케 하는 모습을 보였다. 공연 전 국무총리가 하이브를 방문했고 서울시는 공연 당일 경비를 위한 회의를 여러 번 진행했다. 물 샐 틈 하나 없는 경비 체제를 구축한다는 명분으로 안전 관리에만 경찰 6700여명 등 모두 1만5000명에 이르는 인력이 동원됐다. 이재명 대통령도 가세했다. 이 대통령은 공연 전에는 안전 관리를 당부하는 목소리를 냈고 공연 이후에도 호평을 남겼다. 이 대통령은 공연 이후인 지난달 24일 열린 국무회의에서 “이번 공연은 광화문 홍보를 넘어 대한민국 홍보에 결정적이었다”며 “기획을 잘 해서 잘 진행했다”고 평했다. 대통령까지 언급한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은 공교롭게도 방 의장에 대한 비판으로 튀었다. 방의장이 현재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는 점, 그 내용이 주식과 관련된 것이라 정부 정책에 반한다는 점 등이 화두가 됐다. 이 대통령은 ‘주가조작은 패가망신’이라면서 엄하게 처벌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바 있다. 방 의장은 하이브 IPO(기업 공개) 이전인 2019년 기존 투자자들에게 상장 계획이 지연될 것처럼 설명하는 등 기망행위를 통해 주식을 매수하고 이후 자신과 관련된 사모펀드가 설립한 특수목적법인(SPC)에 지분을 넘기는 방식으로 부당이득을 취한 혐의를 받는다. 경찰이 추산한 부당이득 액수는 1900억원에 이른다. 지난해 7월 이 대통령의 ‘주가조작은 패가망신’ 경고 이후 주식시장을 교란한 혐의를 받는 인사들에 대한 금융 당국의 제재가 강해졌다. 당시 지목당한 인물 가운데 한 명이 바로 방 의장이었다. 금융위원회 증권선물위원회는 지난해 7월16일 자본시장법상 부정거래 행위 금지 위반 혐의로 방 의장을 검찰에 고발했다. 경찰도 같은 혐의로 방 의장에 대한 수사에 착수했다. 미국 압박 경찰 발끈? 검․경의 중복 수사 우려까지 불거졌던 사안은 경찰이 내사에 착수한 2024년 말 이후 1년 반이 지나도록 어떤 결론에도 이르지 못했다. 경찰은 지난해 9월 방 의장을 처음 소환한 이후 같은 해 11월까지 총 5차례 조사했다. 이후 5개월간 추가 소환이나 신병 확보가 진행되지 않으면서 ‘늑장 수사’라는 비판이 일었다. 서울경찰청 금융범죄수사대는 지난 21일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방 의장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박정보 서울경찰청장은 구속영장 청구 하루 전인 지난 20일 정례 기자간담회에서 “방 의장 수사는 거의 마무리됐다”며 “법리를 검토 중이고 머지않은 시간 내에 종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고 다음 날 방 의장에 대한 신병 확보에 나선 것이다. 방 의장 측은 즉각 유감을 표명했다. 그의 변호인단은 “장기간 성실히 수사에 협조했음에도 구속영장이 신청된 것은 유감”이라며 “향후 법적 절차에도 충실히 임해 최선을 다해 소명할 것”이라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주한미국대사관의 압박에 영향을 받은 게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주한미국대사관은 최근 방 의장의 미국 방문과 관련해 출국 협조를 요청하는 서한을 경찰에 전달한 것으로 확인됐다. 서한에는 오는 7월4일 예정된 미국 독립기념일 250주년 행사 참석과 BTS의 월드투어 지원 필요성 등이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 방 의장은 출국금지 상태다. BTS 광화문 공연부터 특혜 의혹 솔솔 나와 주한미국대사관의 행보에 경찰 내부는 격앙된 상태인 것으로 전해졌다. BTS 콘서트나 독립 250주년 기념행사 등을 고리로 미국 측을 움직여 수사 편의를 우회 압박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 나왔다. 이번 사건의 공범으로 의심되는 인물이 지난해 미국으로 출국한 뒤 귀국하지 않는 상황이라 방 의장이 입을 맞추거나 도주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고, 경찰의 신병 확보 결정에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하이브는 국민 정서를 자극할 수 있는 ‘무리수’를 둘 이유가 없다는 입장이다. 오히려 주한미국대사관의 서한 발송이 당혹스럽다는 분위기다. 하이브 관계자는 “공식적으로 행사 참석을 요청받은 적도 없고 출국금지를 해제해 달라고 요청할 수도 없다”고 전했다. 구속 갈림길에 서 있던 방 의장은 검찰의 구속영장 반려로 한숨 돌리게 됐다. 서울남부지검 금융.증권범죄합동수사부는 지난 24일 방 의장에게 신청된 구속영장을 돌려보냈다. 검찰은 “현 단계에서 구속을 필요로 하는 사유 등에 대한 소명이 부족하다고 판단해 보완수사를 요구했다”고 밝혔다. 일단 구속 위기는 피했지만 방 의장의 사법 리스크가 다시 수면 위로 올라오면서 하이브의 최대 변수가 되는 모양새다. 하이브는 핵심 IP인 BTS 컴백으로 최대한 분위기를 띄워야 하는 상황에서 광화문 공연이 한 차례 논란이 된 데 이어 오너 리스크까지 덮쳤다. 무엇보다 방 의장이 하이브에 끼치는 영향이 절대적인 만큼 향후 상황에 따라 발생할 예측 불가능한 수준의 후폭풍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오너 리스크 K-팝도 영향 연예계 관계자 사이에서는 방 의장의 사법 리스크가 하이브를 넘어 K-팝 업계에 미칠 영향이 상당할 것이라는 분석도 제기된다. 우리나라 문화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는 K-팝의 이미지가 업계 1위 수장의 오너 리스크로 얼룩질 수 있다는 걱정이다. 방 의장은 이 위기를 어떻게 타개할까?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