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명균 흔드는’ 검은 손 추적

  • 최현목 기자 chm@ilyosisa.co.kr
  • 등록 2018.08.13 10:15:16
  • 호수 1179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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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된 밥에…대북 주도권 다툼

[일요시사 정치팀] 최현목 기자 = ‘4·27판문점선언’ 핵심 중 하나라 할 수 있는 남북공동연락사무소(이하 연락사무소) 설치가 개성공단서 한창인 가운데 조명균 통일부장관의 항명 의혹이 불거졌다. 우리 측 연락사무소장의 직급에 대한 대통령의 지침이 내려졌음에도, 통일부가 이와 어긋나게 북측과 협의했다는 것이다. 의혹은 또 다른 의혹을 낳고 있다. 조 장관을 흔드는 모종의 세력이 있다는 주장이 통일부 안팎서 불거졌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지난 4월27일 판문점서 만나 13개 항목의 선언 합의문을 발표했다. 그중 핵심이 바로 개성공단 연락사무소 설치다. 연락사무소가 들어서면 언제라도 남북 당국자 간에 신속한 대면 협의가 가능하다. 이른바 남북 교류·협력의 ‘전진기지’인 셈이다.

4·27선언
핵심 사항

연락사무소는 완공 단계에 있다. 지난 6월19일부터 22일까지 개보수 공사 사전 준비를 마친 통일부는 북측과 공사 일정을 협의한 뒤 지난달 2일부터 공사를 시작했다. 현재 시설 개보수 작업은 마무리 단계에 있다. 문재인정부는 당초 계획대로 이달 중 연락사무소를 개소한다는 계획이다.

청와대와 통일부, 국가정보원(이하 국정원)은 수차례 회의를 통해 지난달 중순경 연락사무소장의 직급을 차관급 내지는 청와대 수석비서관급으로 하고 청와대 직속으로 두는 쪽으로 결론을 내렸다.

청와대가 연락사무소장의 직급을 차관 내지 수석급으로 하려는 이유는 연락사무소를 통해 남북 간 교류협력뿐 아니라 판문점선언 이행 과정서 북측과 폭넓은 의사교환을 하기 위함이다. 폭넓은 의사교환은 민간교류를 포함한 남북의 대대적인 교류·협력을 의미한다.

기존의 직급으로는 이러한 논의를 진행하기 힘들다. 실무 책임자는 깊이 있는 정무적 논의를 하는 데 제약이 따른다. 논의 대상인 북측 역시 정무적 판단을 할 수 있는 고위직 인사가 연락사무소장을 맡아줘야 우리 측과 폭넓은 대화를 할 수 있다.

청와대의 이 같은 결정은 선행학습에 기인한다. 현재까지 판문점 연락사무소장은 부처 과장급으로 주로 남북 간 전화통지문을 주고받거나 회담 일정 등을 조율하는 역할에 국한돼왔다. 개성공단의 남북경제협력사무소장 역시 소통 업무만을 수행하고 있다. 직급이 낮다보니 북측과 긴밀한 협의를 하지 못하는 한계가 드러난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연락사무소의 중요성을 익히 강조한 바 있다. 김정은 위원장과 판문점선언을 공동 발표하면서 연락사무소 설치에 대해 “매우 중요한 합의”라며 “여건이 되면 각각 상대방 지역에 연락사무소를 두는 것으로 발전해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자리 만들려
청와대 패싱?

개성공단을 벗어나 북측이 서울에, 우리측이 평양에 연락사무소를 설치하면 대사급 외교도 가능하다. 문 대통령은 이러한 단계까지 발전하는 교두보가 바로 개성공단 연락사무소라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지난달 초 문 대통령은 청와대 수석보좌관회의서 연락사무소 구성 및 운영을 통일부에만 맡기지 말고 ‘판문점선언 이행추진위원회’ 논의를 통해 조속히 가동할 수 있도록 지시했다. 이번 정부가 개성공단 연락사무소를 얼마만큼 중요하게 생각하는지를 보여주는 대목이다. 
 

강경화 외교부장관과 서훈 국정원장이 최근 미국을 방문해 유엔 대북제재 면제를 요청한 이유도 연락사무소 개소를 염두에 둔 조치라는 관측이다.

연락사무소 개소를 목전에 두고 통일부가 북측의 연락사무소장 직급을 국·실장급으로 내정해 달라고 요청했다는 의혹이 불거졌다. 이는 남북 연락사무소장을 차관급이나 수석급으로 격상하려는 청와대의 의중에 반한다. 

청와대, 국정원 등 관계부처와의 회의 때도 통일부는 연락사무소장을 실·국장급으로 해 통일부가 직접 운영하는 방안을 고집한 것으로 전해진다.

통일부가 개보수 공사를 위해 개성공단에 파견돼있는 통일부 연락사무소 추진단을 통해 북측에 이 같은 요청을 했다는 것이다. 추진단이 개성서 황충성 조국평화통일위원회 부장에게 이러한 통일부의 의사를 전달했다고 알려졌다.

추진단은 지난 6월부터 수차례 방북해 황 부장 등을 만나 사무소 개설을 논의한 바 있다. 지난 6월 통일부가 북측 인사와 관련협의를 한다며 기자들에게 보낸 보도자료 사진에는 추진단과 대화하는 황 부장의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북에 국장급 연락소장 요청 의혹
대통령 재가 어겼나 ‘항명’ 비난

북측에 국·실장급을 요청한 이유는 통일부 국장급과 직급을 맞추기 위함이라고 한다. 즉 통일부가 남북 개성공단 연락사무소장 직급을 맞춰 통일부 내부 인사를 연락사무소장 자리에 앉히려 한 것 아니냐는 해석이다. 

황 부장이 북측 연락사무소장 직급을 논의할 수 있는 관계자인지에 대해 통일부는 “관련정보가 없다”며 말을 아끼고 있다.

이와 관련해 청와대는 큰 충격에 빠진 것으로 전해진다. 일부 청와대 참모와 관련 기관 관계자들은 이미 결정된 정부의 의사를 무시하고 북측과 접촉한 데 대해 조명균 장관을 포함한 통일부 전체를 강하게 비판했다는 얘기도 나온다. ‘항명’ ‘국기문란’이라는 지적까지 나오는 상황이다.

통일부는 관련 의혹에 대해 반박했다. 통일부는 해명자료를 통해 “통일부는 연락사무소 개소 준비 및 개소 후 운영방안 등 관련된 모든 사안을 판문점선언 이행추진위원회 또는 국가안전보장회의 상임위원회 등 범정부적 협의체서 유관부처 간 긴밀한 협의를 통해 진행해왔다”며 “(해당) 보도는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연락사무소 세부 구성 및 운영문제는 현재 북측과 협의 중에 있는 사안으로 아직 아무것도 결정된 바 없다”고 덧붙였다.

청와대도 관련 의혹을 부인했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최근 춘추관서 기자들과 만나 “그런 일(통일부가 북측에 연락사무소장을 실·국장급으로 해달라고 요청했다는 의혹)이 전혀 없다”며 “당연히 청와대서 질책했다거나 한일은 전혀 사실무근”이라고 강조했다.

의혹은 또 다른 의혹을 낳고 있다. 통일부가 청와대의 결정을 무시한 채 독자적으로 북측에 실·국장급 연락사무소장을 요청했다는 점이 상식선서 행해질 수 없는 일이기 때문이다. 통일부 입장서도 대통령의 결정에 항명하면서까지 실·국장급 자리 하나 늘리려고 했다는 점이 쉽게 납득되지 않는다. 
 

통일부 수장인 조명균 장관은 관련 의혹에 대해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며 원칙적으로 끝까지 대응하라는 지침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관련 의혹에
통일부 발끈

통일부 안팎에서는 조 장관을 견제하려는 세력이 해당 의혹을 언론사에 흘렸을 가능성에 주목한다. 최근 남북훈풍이 예전만 못하다는 평가가 청와대와 여권 일각서 제기된다. 통일부가 남북협력사업에 다소 소극적으로 접근한다는 불만이다. 남북관계 주무부처로서 창의적인 교류 방안을 제시해 국면 전환을 주도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에 과거부터 이어져 온 통일부-국정원 간 주도권 대결이 이러한 의혹을 낳게 한 원인 아니냐는 해석이 정치권 등에서 제기된다. 연락사무소 설치에 대한 속사정을 아는 기관은 통일부 외 청와대와 국정원 정도다.

통일부와 국정원은 한 명의 대통령 임기 안에서도 누가 대북 주도권을 잡느냐에 따라 앞서거니 뒤서거니 해왔다. 문정부 초 국정원은 남북대화 채널을 복원하고 정상회담을 성사시키는 산파 역할을 하며 주목받았다. 대북 주무부처인 통일부는 이후 진행된 각종 공식 남북회담 과정에 국정원이 관여하려 하자 불만을 제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자극을 받은 통일부는 판문점선언이 나온 4·27정상회담 이후 진행된 후속 회담서 세부 의제 설정이나 대북 협상 과정을 주도했다. 판문점선언 이행을 위한 고위급회담이 있은 지난 6월 이후에는 국정원을 제치고 통일부가 대북 정책 및 의제 설정을 주도하고 있다는 게 정치권의 중론이다.

두 기관의 보이지 않는 주도권 대결은 어제 오늘일이 아니다. 박근혜정부 출범 이후 대북 정책을 청와대와 국정원이 주도하면서 통일부는 외교안보 정책 결정 과정서 큰 힘을 발휘하지 못했다. 

그러던 중 지난 2014년 10월 통일부 내 남북회담 경험이 가장 풍부한 간부들이 남북 고위급 대표단 오찬회담에 참석하면서 ‘통일부 주도론’이 부상했다.

통일부 내부 흉흉 국정원 배후설 솔솔
3차 회담 앞두고…대북라인 균열 조짐

이 과정서 통일부와 국정원 간 미묘한 신경전이 발생했다. 한기범 당시 국가정보원 1차장 오찬회담에 공식적으로 배석하자 통일부 안팎서 “첩보를 다루는 국정원이 공개적으로 나서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지적이 나왔다.

앞서 2013년 7월에는 민주당 장병완 정책위의장이 개성공단 3차 회담 결렬의 이면에 통일부-국정원 간 갈등이 존재한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장 정책위의장은 “개성공단 실무회담 관련 주무부처인 통일부와 국정원의 갈등설이 흘러나오는 것이 우려된다. 회담 대표 간 갈등이 있었고, 그 결과로 서호 남북당국실무회담수석대표가 전격 경질됐다”며 “주무부처인 통일부가 중심이 돼 개성공단 협상을 하는데 정보기관인 국정원이 강경한 입장을 제시해 갈등을 일으키지 않았나. NLL 대화록 공개·댓글 공작정치 등으로 정치를 혼란스럽게 하고 있는 국정원이 대북관계까지 파탄 내려하는 것 아닌지 걱정된다”고 폭로했다.

앞서 통일부는 1, 2차 실무회담서 우리 측 수석대표였던 서호 전 남북협력지구지원단장을 김기웅 전 통일부 정세분석국장으로 교체하는 인사를 단행했다. 협상 중 수석대표를 교체하는 매우 이례적인 상황이었다. 

이에 통일부는 “예정된 인사”라고 해명했지만, 실무회담 과정서 통일부의 대북 유화정책에 불만을 품은 김장수 당시 청와대 안보실장과 남재준 국정원장이 본보기 차원서 서 대표를 교체했다는 의혹이 나왔었다.

통일부-국정원
케케묵은 갈등

지난 2006년 10월 김승규 당시 국정원장이 돌연 사의를 표명하는 일이 발생했다. 청와대·통일부와 국정원의 갈등이 증폭되면서 김 원장이 사퇴 결심을 굳힌 것이다.

당시 정국은 민주노동당(이하 민노당) 지도부 방북과 386 간첩단 수사, 북한 핵무기 실험 이후 대북제재 수위로 시끄러웠다. 국정원은 전현직 민노당 당직자들이 구속된 386 간첩단 사건을 수사 중인 시점에 민노당 지도부 방북은 적절치 않다며 반대 의견을 전달했으나 통일부는 방북을 규제할 만한 아무런 법적 문제가 없다며 승인했다.

국정원은 청와대에 보고하지 않고 386 간첩단 수사에 착수했다. 윤태영 당시 청와대 대변인은 “보도를 보고(국정원이 386 간첩단 수사에 착수했다는 사실을) 알았다”며 “꼭 (청와대에)보고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고 전했다.

국정원은 북한 핵무기 실험 이후 대북 강경대응 기조를 펼쳤다. 그러나 청와대가 사실상 통일부를 중심으로 한 온건파의 손을 들어주면서 김 원장의 입지가 줄어들었다. 당시 국정원은 김 원장이 청와대·통일부와의 갈등 때문에 사의했다는 일부 보도에 대해 “전혀 사실무근”이라고 답했다.

개성공단 연락사무소는 기존 판문점 연락사무소와 남북교류협력협의사무소를 넘어서는 권한과 위치를 보장받을 가능성이 높다. 개성공단 연락사무소장이 남북경제협력은 물론 정치·문화·사회·체육·법률 등 다양한 분야의 남북교류를 책임지게 될 것이라는 의미다. 최종적으로 민간교류 활성화를 결정짓는 자리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계획대로 이달 내 설치가 완료될 경우 당장 올해 가을로 예정된 3차 남북정상회담의 의제를 조율하는 과정서 큰 역할을 할 수 있다. 그러나 실·국장급 연락사무소장 요청 의혹에 이어 통일부-국정원 주도권 대결 의혹까지 불거지면서 두 차례의 남북정상회담을 성공적으로 치러내며 좋은 평가를 받아온 문정부 외교안보라인에 자칫 균열이 생길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chm@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3차남북회담 급물살 내막

3차남북정상회담이 급물살을 타고 있는 가운데 8월 말 내지 9월 초에 열릴 것이란 예상이 힘을 받고 있다. 

남북 고위급회담은 13일에 판문점 북측 통일각서 열린다. 북측이 지난 9일 우리 측에 통지문을 보내 고위급회담을 열어 ‘4·27판문점선언’의 이행 상황을 점검하고, 3차남북회담의 준비와 관련된 문제를 협의하자고 먼저 제안했다. 이에 우리 정부도 동의하는 통지문을 북측에 전달했다.

북한이 먼저 3차정상회담을 제안한 이유는 6·12북미정상회담 이후 북미가 비핵화와 종전선언 문제 등을 두고 좀처럼 활로를 찾지 못하고 있기 때문으로 읽힌다.

북미는 비핵화 신고·사찰과 종전선언을 각각 상대에게 요구하며 기 싸움을 벌이고 있다. 비핵화 협상을 두고 서로가 판을 깨려는 의지는 없으나, 좀처럼 신뢰를 쌓지 못하는 모습이다.

이러한 교착 상태를 타개하기 위해 북한이 우리 정부에게 도움을 요청했다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3차정상회담이 확정된다면 소강상태였던 북미 협상이 동력을 회복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 이러한 이유에서 북한은 북미 협상이 교착상태에 있는 현 시점을 남북정상회담의 적기라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북한이 판문점선언 이행과 정상회담 준비상황 협의라는 의제를 제시한 것 외 양측 간 협의된 사항이 없어 조심스러운 전망도 감지된다. 올해 들어 네 번째로 열리게 되는 이번 고위급회담서 우리 측은 조명균 통일부장관이 수석대표로 나선다.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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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POP 1위 하이브, 수사 리스크 타개책 있나?

K-POP 1위 하이브, 수사 리스크 타개책 있나?

[일요시사 취재1팀 ] 장지선 기자 = 국내 최대 연예기획사가 사면초가 상태에 빠졌다. 업계에서는 부동의 1위를 달리고 있지만 내부는 엉망진창이라는 풍문이 돌고 있다. 레이블 간의 갈등이 법정 공방으로 번졌고 주력 IP는 과거와 비교해 힘을 못 쓰는 모양새다. 연예계 ‘미다스의 손’으로 불리는 수장은 이 위기를 어떻게 타개하려는 걸까? 2024년 5월 엔터테인먼트 기업 하이브가 대기업집단으로 지정됐다. 공정거래위원회는 계열사 자산 총액과 자본 총액을 더한 자산이 5조원을 넘긴 곳을 대기업집단으로 지정한다. 2024년 3월 공개한 사업보고서 기준으로 하이브 자산 총계는 5조원을 넘었다. 당시 기준으로 재계 순위 85위에 올랐다. 빛 좋은 개살구? 대기업집단으로 지정되면 공정거래법상 기업의 의무가 늘어난다. 엄격한 법의 테두리 안으로 들어가게 되는 것이다. 동시에 상징성도 얻는다. 실제 하이브는 국내 엔터테인먼트 업계에서 최초로 대기업집단에 지정됐다. 국가 차원에서 하이브가 ‘업계 1위’로 인정받은 셈이다. 공정거래위원회는 “K팝의 세계화로 앨범, 공연, 콘텐츠 등이 주요 수익원인 엔터테인먼트 업계가 급격히 성장한 것이 반영됐다”고 지정 배경을 밝혔다. 하이브의 대기업집단 지정은 민희진 전 어도어 대표와의 갈등이 한창 불거질 무렵에 이뤄졌다. 앞서 2024년 4월 하이브는 그룹 뉴진스 등이 소속된 레이블 어도어를 이끌고 있던 민 전 대표가 경영권을 탈취하려 했다는 의혹을 제기하며 감사를 진행했다. 민 전 대표와 하이브 간 이른바 ‘민-하 대전’의 시작이었다. 이후 뉴진스, 다른 레이블까지 싸움에 뛰어들었다. 뉴진스는 자신들의 프로듀서는 민 전 대표라고 주장하면서 계약 해지를 요구했고 다른 레이블은 민 전 대표가 제기한 표절 의혹 등에 반발해 소를 제기했다. 민 전 대표와 하이브 간의 계약 문제도 송사로 번졌다. 그 사이 뉴진스는 쪼개졌고 멤버 1명은 계약 해지 후 피소됐다. 내부 문제 외에도 SM엔터테인먼트(이하 SM)의 경영권을 인수하는 과정에서 불거진 카카오와의 갈등도 현재 진행형이다. 카카오와 하이브는 ‘아이돌 명가’로 불리는 SM을 인수하기 위해 엄청난 출혈 경쟁을 벌였다. 인수전이 과열되면서 카카오가 주가를 조작했다는 의혹이 제기됐고 김범수 의장이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기소돼 구속됐다가 보석 석방되기도 했다. 1900억원대 부당이득 혐의 경찰 영장 청구, 검찰 반려 이 모든 과정이 진행되는 동안 방시혁 하이브 의장은 두문불출 상태였다. 미국에 머물다가 인터넷 방송 BJ ‘과즙세연(본명 인세연)’과 거리를 걷는 사진이 찍혀 입길에 오른 것을 제외하면 행보를 알기 어려웠다. 방 의장이 프로듀싱을 도맡아 온 방탄소년단(BTS)도 ‘군백기(군대+공백기)’ 상태였다. 하지만 BTS의 광화문 공연 이후 방 의장에 대한 언급이 늘었다. BTS는 멤버 전원이 군대에 다녀온 뒤 ‘완전체’ 첫 행보로 광화문 공연을 선택했다. 정부와 서울시가 하이브의 제안을 받아들이면서 성사된 공연은 각종 논란으로 이어졌다. 정부가 하이브에 특혜를 주고 있는 게 아니냐는 의심이 제기된 시점도 이때다. 지난달 21일 광화문 일대는 경찰 등에서 동원된 경비 인원으로 삼엄했다. 광화문 인근을 지나가는 사람들에 대한 대대적인 검문이 이뤄졌고 그 수위는 살벌했다. 공연과는 전혀 관계가 없어 보이는 이들도 검문 대상으로 지목됐고 결혼식 등 행사에 참석하기 위해 모인 사람도 어김없었다. 정부와 전폭적인 지원에도 BTS 공연을 위해 광화문에 모인 인파는 예상에 크게 미치지 못했다. 앞서 26만명이 몰릴 것으로 예상했지만 공연 직후 경찰은 4만명으로 추산했고 하이브는 10만여명으로 발표했다. 어떤 기준을 갖다 대도 예상치보다 적은 인원이 모이면서 공연 자체를 비판하는 목소리와 모두의 광장인 광화문을 사기업이 특정 시간대에 독점하는 게 맞느냐는 지적이 이어졌다. 회사 뒤에 숨어 있나 실제 BTS의 광화문 공연은 ‘관급 행사’를 방불케 하는 모습을 보였다. 공연 전 국무총리가 하이브를 방문했고 서울시는 공연 당일 경비를 위한 회의를 여러 번 진행했다. 물 샐 틈 하나 없는 경비 체제를 구축한다는 명분으로 안전 관리에만 경찰 6700여명 등 모두 1만5000명에 이르는 인력이 동원됐다. 이재명 대통령도 가세했다. 이 대통령은 공연 전에는 안전 관리를 당부하는 목소리를 냈고 공연 이후에도 호평을 남겼다. 이 대통령은 공연 이후인 지난달 24일 열린 국무회의에서 “이번 공연은 광화문 홍보를 넘어 대한민국 홍보에 결정적이었다”며 “기획을 잘 해서 잘 진행했다”고 평했다. 대통령까지 언급한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은 공교롭게도 방 의장에 대한 비판으로 튀었다. 방의장이 현재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는 점, 그 내용이 주식과 관련된 것이라 정부 정책에 반한다는 점 등이 화두가 됐다. 이 대통령은 ‘주가조작은 패가망신’이라면서 엄하게 처벌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바 있다. 방 의장은 하이브 IPO(기업 공개) 이전인 2019년 기존 투자자들에게 상장 계획이 지연될 것처럼 설명하는 등 기망행위를 통해 주식을 매수하고 이후 자신과 관련된 사모펀드가 설립한 특수목적법인(SPC)에 지분을 넘기는 방식으로 부당이득을 취한 혐의를 받는다. 경찰이 추산한 부당이득 액수는 1900억원에 이른다. 지난해 7월 이 대통령의 ‘주가조작은 패가망신’ 경고 이후 주식시장을 교란한 혐의를 받는 인사들에 대한 금융 당국의 제재가 강해졌다. 당시 지목당한 인물 가운데 한 명이 바로 방 의장이었다. 금융위원회 증권선물위원회는 지난해 7월16일 자본시장법상 부정거래 행위 금지 위반 혐의로 방 의장을 검찰에 고발했다. 경찰도 같은 혐의로 방 의장에 대한 수사에 착수했다. 미국 압박 경찰 발끈? 검․경의 중복 수사 우려까지 불거졌던 사안은 경찰이 내사에 착수한 2024년 말 이후 1년 반이 지나도록 어떤 결론에도 이르지 못했다. 경찰은 지난해 9월 방 의장을 처음 소환한 이후 같은 해 11월까지 총 5차례 조사했다. 이후 5개월간 추가 소환이나 신병 확보가 진행되지 않으면서 ‘늑장 수사’라는 비판이 일었다. 서울경찰청 금융범죄수사대는 지난 21일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방 의장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박정보 서울경찰청장은 구속영장 청구 하루 전인 지난 20일 정례 기자간담회에서 “방 의장 수사는 거의 마무리됐다”며 “법리를 검토 중이고 머지않은 시간 내에 종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고 다음 날 방 의장에 대한 신병 확보에 나선 것이다. 방 의장 측은 즉각 유감을 표명했다. 그의 변호인단은 “장기간 성실히 수사에 협조했음에도 구속영장이 신청된 것은 유감”이라며 “향후 법적 절차에도 충실히 임해 최선을 다해 소명할 것”이라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주한미국대사관의 압박에 영향을 받은 게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주한미국대사관은 최근 방 의장의 미국 방문과 관련해 출국 협조를 요청하는 서한을 경찰에 전달한 것으로 확인됐다. 서한에는 오는 7월4일 예정된 미국 독립기념일 250주년 행사 참석과 BTS의 월드투어 지원 필요성 등이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 방 의장은 출국금지 상태다. BTS 광화문 공연부터 특혜 의혹 솔솔 나와 주한미국대사관의 행보에 경찰 내부는 격앙된 상태인 것으로 전해졌다. BTS 콘서트나 독립 250주년 기념행사 등을 고리로 미국 측을 움직여 수사 편의를 우회 압박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 나왔다. 이번 사건의 공범으로 의심되는 인물이 지난해 미국으로 출국한 뒤 귀국하지 않는 상황이라 방 의장이 입을 맞추거나 도주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고, 경찰의 신병 확보 결정에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하이브는 국민 정서를 자극할 수 있는 ‘무리수’를 둘 이유가 없다는 입장이다. 오히려 주한미국대사관의 서한 발송이 당혹스럽다는 분위기다. 하이브 관계자는 “공식적으로 행사 참석을 요청받은 적도 없고 출국금지를 해제해 달라고 요청할 수도 없다”고 전했다. 구속 갈림길에 서 있던 방 의장은 검찰의 구속영장 반려로 한숨 돌리게 됐다. 서울남부지검 금융.증권범죄합동수사부는 지난 24일 방 의장에게 신청된 구속영장을 돌려보냈다. 검찰은 “현 단계에서 구속을 필요로 하는 사유 등에 대한 소명이 부족하다고 판단해 보완수사를 요구했다”고 밝혔다. 일단 구속 위기는 피했지만 방 의장의 사법 리스크가 다시 수면 위로 올라오면서 하이브의 최대 변수가 되는 모양새다. 하이브는 핵심 IP인 BTS 컴백으로 최대한 분위기를 띄워야 하는 상황에서 광화문 공연이 한 차례 논란이 된 데 이어 오너 리스크까지 덮쳤다. 무엇보다 방 의장이 하이브에 끼치는 영향이 절대적인 만큼 향후 상황에 따라 발생할 예측 불가능한 수준의 후폭풍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오너 리스크 K-팝도 영향 연예계 관계자 사이에서는 방 의장의 사법 리스크가 하이브를 넘어 K-팝 업계에 미칠 영향이 상당할 것이라는 분석도 제기된다. 우리나라 문화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는 K-팝의 이미지가 업계 1위 수장의 오너 리스크로 얼룩질 수 있다는 걱정이다. 방 의장은 이 위기를 어떻게 타개할까?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