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사들의 아귀다툼 전모

  • 최현목 기자 chm@ilyosisa.co.kr
  • 등록 2018.07.30 10:38:33
  • 호수 1177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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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로 찌르기 바쁜 똥별들

[일요시사 정치팀] 최현목 기자 = 2018년 7월24일, 국회 본관서 열린 국방위원회(이하 국방위)전체회의 도중 국방부장관과 국군기무사령부 간부들이 대립하는 초유의 ‘하극상’이 발생했다. 이날 양측의 공방은 국회 인터넷 방송을 통해 그대로 생중계됐다. 송영무 국방부장관의 체면과 리더십은 돌이킬 수 없을 정도로 타격을 입었다. 

이는 송 장관이 국방부 수장으로 내정됐을 때부터 우려됐던 상황. 해군 출신인 송 장관이 군 조직 내 주류인 육군사관학교(이하 육사) 출신 육군 장성들을 제어하지 못할 것이라는 우려였다. 송 장관은 육사들의 반란에 축출 직전까지 몰렸다.
 

“일어나서는 안 될 일이었다.” 

송영무 장관과 기무사 간부들의 대립을 지켜본 군 민심은 흉흉하다. 대체로 공개석상서 장관과 부하가 대립한 이번 사태를 곱잖은 시선으로 바라봤다. 

해병대 출신 국회 관계자는 “(생중계를) 보는 내내 기분이 좋지 않았다”며 “군대의 상명하복을 떠나서 비정상적인 일이 벌어진 것”이라고 말했다. 굳이 수직적인 군 조직 문화에 국한하지 않더라도 정상적이지 않은 일이 벌어졌다는 지적이다.

군내 하극상
물먹은 송


이날 국방위 전체회의서의 핵심 쟁점은 과연 송 장관이 지난 9일 주재한 국방부 실·국장 간담회서 기무사가 작성한 위수령 검토 문건을 거론했는지 여부였다. 당시 송 장관을 비롯한 실·국장, 100기무부대장 등 14명이 간담회에 참석했었다. 국회 국방위원들은 그날 간담회서 송 장관이 위수령 검토 문건에 대해 어떤 판단을 했는지 질의했다.

증인 신분으로 국회에 불려온 100기무부대장 민병삼(육사43기) 대령은 “(송)장관은 7월9일 오전 간담회서 ‘위수령 검토 문건은 잘못된 것이 아니다. 내가 법조계에 문의해보니 문제 될 것이 없다고 한다. 나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며 “다만 직권남용에 해당되는지 검토해보기 바란다’고 말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저는 현재 36년째 군복을 입고 있는 군인이다. 따라서 군인으로서 명예를 걸고, 양심을 걸고 답변 드리는 것”이라고 증언의 신빙성을 강조했다.

민 대령의 증언을 예상치 못했는지 회의장에 있던 송 장관의 얼굴색이 변했다. 송 장관은 자신의 발언 시간에 “(민 대령의 증언은)완벽한 거짓말이다. 대장까지 지낸 국방부장관이 거짓말을 하겠나. 장관을 그렇게 얘기하시면 안 된다”고 민 대령의 주장을 정면으로 반박했다. 

함께 배석한 국방장관 군사보좌관인 정해일 준장도 “민 대령이 뭔가 혼동한 것 같다. 지휘관의 발언을 각색해 보고하는 것에 경악스럽다”고 주장했다.
 

기무사 간부와 송 장관의 진실공방은 이것이 끝이 아니었다. 지난 3월16일 이석구(육사41기) 기무사령관이 송 장관에게 계엄령 검토 문건을 첫 대면보고한 시간을 놓고도 서로의 주장이 엇갈렸다.

송 장관은 대면보고 시간이 5분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송 장관에게 대면보고한 이 사령관은 20분간이라고 주장했다. 


정해일 보좌관은 “송 장관이 9일 오전 10시 국방운영개혁 관련 합동부대 토의에 참석했고, 이 사령관은 10시38분에 국방부 본관 2층에 도착했다. 10시59분부터 5분간 보고한 것으로 기억한다”고 송 장관의 손을 들었다.

그러나 상황은 송 장관에게 불리하게 돌아가는 듯하다. 송 장관 등 국방부 측과 민 대령 등 기무사 측이 팽팽히 맞서고 있는 가운데 기무사 측은 민 대령이 간담회 내용을 복기해 기무사에 보고한 ‘장관 주재 간담회 동정’ 문건을 국회에 제출했다. 

이 문건에는 송 장관이 ‘위수령은 잘못된 것이 아님. 법조계에 문의하니 최악의 사태에 대비한 계획은 문제가 될 것이 없다고 함’이라고 발언했다는 내용이 담겨있다.

“일어나서는 안 될 일” 국회서 발발
기획된 하극상? 곧바로 증거 제출

국방부는 즉각 “간담회장에선 노트북은 안 되고 수기 메모만 가능하다. 민 대령이 자신의 메모 내용과 개인적 해석을 더해 발언을 왜곡해 기록한 것”이라며 민 대령이 복기 내용에 대해 반박했다. 

또 송 장관이 해당 발언을 했다는 지난 9일은 위수령 폐지 절차가 진행 중일 때인데 송 장관이 위수령을 언급한다는 것은 시기상으로도 맞지 않다고 주장했다. 지난 4일 국방부는 군사정권의 잔재인 위수령 폐지 절차에 착수했었다.

양측의 주장이 팽팽히 맞서는 가운데 문재인정부 청와대는 사태의 발단이라고 할 수 있는 기무사의 ‘촛불집회 계엄령 검토 문건(이하 계엄령 문건)’ 등이 군 조직 내 주류 지휘관들의 ‘이너서클’서 논의됐을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즉 청와대가 ‘하나회’ ‘알자회’ 등 사적 네트워크를 통해 권력을 잡으려는 군 사조직의 부활, 내지는 새로운 사조직의 탄생 가능성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는 뜻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군·검 합동수사단을 꾸릴 때 육군을 배제하도록 한 것이 그 증거라는 분석이다.
 

계엄령 문건은 조현천 전 기무사령관이 작성을 지시했다. 육사 38기인 그는 육사 출신 사조직 알자회의 핵심 중 한 명으로 알려져 있다. 

알자회는 육사 34기부터 43기까지 120여명이 활동하는 군내 사조직으로 지난 1992년 해체됐으나, 이명박·박근혜정부서 기무사령관과 특수전사령관 등의 요직을 이전 알자회 멤버들이 차지하면서 사실상 모임이 부활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알자회 부활?
합참의장 패싱

군 외부에선 “알고 지내자”는 뜻에서 알자회라고 이름지어진 것으로 알려졌지만, 군 내부에선 멤버들끼리 알짜 보직을 주고받아 ‘알짜회’로 불린다고 한다.


박정부 당시 군과 청와대 안보 라인은 사실상 육사 출신들이 장악했었다. 

장준규 당시 육군참모총장(이하 육참총장)과 조현천 기무사령관, 한민구 국방부장관을 비롯해 청와대의 김관진 안보실장, 박흥렬 경호실장 등은 모두 육사 출신이다. 김관진 전 국가안보실장과 박흥렬 전 경호실장은 육사 28기 동기고, 한민구 전 장관은 31기, 장준규 육참총장은 육사 36기다.

박정부 당시 육사 출신들은 촛불집회 당시 계엄령 발동을 검토하면서 육사 출신을 계엄사령관으로 임명할 계획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가 지난 20일 공개한 ‘계엄령 대비계획 세부자료’를 보면 전국 비상계엄 발령 시 계엄사령관에 장준규 육군참모총장을 계엄사령관으로 임명하는 안을 기정사실화하고 있다.

사실상 서열 1위인 합참의장을 배제하려던 계획이다. 세부문건 중 ‘계엄사령관 추천 건의’를 보면 ”계엄사령관은 군사대비태세 유지 임무서 자유로워야 하며, 현행작전 임무가 없는 각 군을 지휘하는 지휘관으로 임명해야 한다”며 “현행작전 임무서 비교적 자유로운 육군(참모)총장, 연부사령관(연합사 부사령관), 합참차장 등을 검토해야 한다”고 명시했다. 

기무사는 셋 중 육군참모총장에게만 ‘적합’ 판단을 내리고 나머지 연부사령관, 합참차장에 대해서는 ‘부적합’ 판단을 내려 사실상 육군참모총장이 계엄사령관이 돼야 한다는 취지로 문건을 작성했다.

들통난 계획
비육사 축출


계엄법에 따르면 계엄사령관은 현역 장관급 장교(장성)를 국방부장관이 추천해 국무회의 심의를 거쳐 대통령이 임명한다. 합참에 따르면 현재 계엄에 대한 준비와 실행, 훈련 등은 모두 합참 소관이다. 

계엄에 대한 평시 준비뿐 아니라 실제 계엄 상황이 발생하면 합참의장이 사령관이 되는 매뉴얼이 존재하는 것이다.

또 한민구 전 국방부장관이 지난해 4월19일 국방부 전비태세검열단 업무보고를 받은 자리서 계엄사령관을 합참의장서 육군참모총장으로의 변경을 검토해보라는 지시를 내린 국방부 내부 문건이 발견됐다. 

시기상 기무사에서 세부문건이 작성된 지 한 달이 지난 시점이었다.

기무사 계엄령 세부문건 작성→한 전 장관 계엄사령관 변경 지시의 순으로 진행됐을 가능성이 크다. 공조 수사를 벌이고 있는 국방부 특별수사단과 서울중앙지검 등 군·검 합동수사단은 최근 한 전 장관에 대한 출국금지 조치를 내렸다. 군·검 합동수사단은 한 전 장관에게 내란 음모 혐의 등을 적용했다.
 

정황을 종합하면 이명박·박근혜정부 때 주류로 올라선 육사 출신들이 육사 출신을 중심으로 계엄사령부를 편성하기 위해 3사관학교 출신인 이순진 당시 합참의장을 의도적으로 배제하려 했다는 결론에 도달한다. 

이는 전두환 당시 보안사령관의 계엄 전국확대 시도와 매우 흡사하다.

지난 1979년 전두환 보안사령관은 12·12군사쿠데타로 자신들과 대립했던 정승화 육군참모총장 겸 계엄사령관을 끌어내리고 육사 출신 신군부에 협조적이던 이희성 육군 대장을 육군참모총장 겸 계엄사령관에 앉힌 바 있다. 당시 쿠데타는 육군 내 육사 출신 사조직인 하나회 장성들이 주도했다.

문건 작성도, 지시도 알자회
목적은 ‘기무사 개혁’ 저지

전두환·노태우 전 대통령 집권당시 전성기를 누렸던 하나회는 김영삼(YS)정부가 들어선 뒤 쇠퇴의 길을 걸었다. 최초의 문민정부가 들어섰던 1993년, YS는 취임 9일 만에 하나회 청산에 돌입했다. 이는 대통령의 측근들조차 모를 정도로 속전속결로 진행됐다. 

당시 YS는 권영해 국방부 장관을 불러 육군참모총장과 기무사령관을 예편하도록 지시했다. 하나회 몰락의 시작이었다. 이어 수도방위사령관, 특전사령관 등 하나회가 차지했던 군 요직을 비하나회로 채웠다. 이는 오늘날 YS의 최대 업적 중 하나로 꼽힌다.

이후에도 군 사조직을 혁파하려는 시도는 꾸준했다. 군사재판서 사형까지 언도받은 바 있는 김대중(DJ) 대통령은 집권한 후 기무사 개혁을 추진했다. 기무사의 방첩 기능을 제외하고 나머지 일반정보, 대전복 임무 등의 핵심 기능을 해체한 후 그 지휘권을 합참 정보본부에 귀속시키는 안이었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뜻을 이루지는 못했다. 노무현 대통령도 마찬가지였다. 그는 기무사령관의 대통령 독대보고를 폐지함으로써 정보의 민주적 유통이라는 부분적 개혁을 이뤄냈다. 그러나 기무사 내부 개혁까지는 이르지 못했다.

육사 중심의 군 사조직은 기무사 개혁을 철저히 거부해왔다. 이번 송영무 ‘하극상’ 사태도 결국은 기무사 개혁에 반대하는 세력의 저항이라는 게 정치권의 중론이다. 

송 장관은 기무사 개혁에 강한 의지를 보여왔다. 약 1년여 전 송 장관은 자신의 취임식을 마친 후 국방부에 기무사와 사이버사에 대한 개혁안을 마련하라는 방침을 전달했다. 방침에는 국민들로부터 정치적 오해를 사거나 사찰로 오해받을 수 있는 기무사의 동향정보 수집을 막기 위한 조치들이 포함됐다.
 

기무사 내에서 군 인사 정보와 동향 파악을 담당했던 1처를 없애는 안을 검토하라는 지시도 내려졌다. 송 장관은 평소 자신의 참모진에게 “임기 동안 ‘송영무가 기무사 개혁만큼은 해냈구나’하는 말을 듣겠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진다.

송 장관은 국방부장관에 임명되기 전부터 기무사 개혁에 적극적이었다. 참여정부 시절 합참전략본부장을 지낸 시절에도 기무사의 권위적인 모습과 월권행위 등을 지적한 것으로 알려진다. 2012년 제18대 대선 후보였던 문 대통령과 국방현안에 대해 의견을 나눌 때도 기무사 개혁의 필요성에 대해 강조했다는 후문이다.

기무사 개혁
반대 이유는?

정치권에선 육사 34기부터 43기까지가 주축인 알자회의 부활 가능성을 지속적으로 경고해왔다. 사드(THAAD) 발사대 추가 반입 보고 누락 사태가 벌어졌을 당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홍익표 의원은 알자회를 배후로 지목했다. 

최순실 국정 농단 파문이 한창일 때 같은 당 박범계 의원은 “알자회가 살아나고 있는데 우병우 전 민정수석과 안봉근 전 비서관이 봐주고 있다는 소리가 있다”고 주장했다. 당시 박 의원은 이모영 한미연합군 부사령관, 조현천 기무사령관, 조정설 특전사령관 등을 알자회 멤버로 지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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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김건희 일가 연루 의혹 ‘선라이즈F&T’ 주주명부 공개

[단독] 김건희 일가 연루 의혹 ‘선라이즈F&T’ 주주명부 공개

갈수록 증폭되는 평택 논란 이제야 공개된 소소한 흔적 쉽게 거두지 못하는 의심 의미심장 세력 교체 과정 [일요시사 취재1팀] 양동주 기자 = 소문이 어느덧 사실처럼 인식되고 있다. 명확한 물증이 없는 가운데 파편적인 의혹이 덧씌워진 양상은 좀처럼 바뀌지 않고 있으며, 흐름을 파악할 만한 유의미한 흔적이 이제야 겨우 나왔을 뿐이다. 증폭된 의혹 뒤편에서 여전히 진실은 빼꼼히 잘 보이지 않는다. 2010년 9월 설립된 ‘선라이즈에프앤티’는 황해경제자유구역에 자리 잡은 유일한 농산물 가공 업체로, 그간 심심치 않게 밀수 의혹을 받아왔다. 가공 목적으로 수입한 농산물을 가공 없이 시중에 유통시켜 엄청난 차익을 봤다는 꼬리표가 뒤따랐다. 의혹하는 눈초리 선라이즈에프앤티가 취급했던 대다수 농산물이 고관세 품목이라는 점은 이 같은 의혹을 부채질했다. 그간 선라이즈에프앤티는 ▲녹두 ▲콩나물콩 ▲다대기(혼합양념) ▲생강 ▲마늘 ▲참깨 ▲팥 ▲서리태 등 높은 세율이 붙는 고관세 품목을 주로 수입했던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한 예로 콩나물콩의 경우 그대로 들여와 국내에 유통하면 487% 관세가 부과되지만, 콩나물 재배 목적으로 수입하면 27%만 반영된다. 평택세관에 몸담았던 다수의 전직 세관공무원이 기업 출범 및 운영에 관여했다는 점도 선라이즈에프앤티를 부정적으로 보게 만들었다. 심지어 선라이즈에프앤티 이사진에 포함됐던 특정 세관 출신 임원이 한때 다이아몬드 밀수 사건에 이름이 오르내린 사례도 존재한다. 수년 전부터는 김건희씨 일가와 선라이즈에프앤티를 동일선상에서 바라보는 경향이 강해졌다. 선라이즈에프앤티의 밀수 의혹을 수차례에 걸쳐 제기했던 공익 제보자 이성열씨가 재판에 연루되는 과정에서 김건희씨의 모친인 최은순씨가 거론됐던 게 이 같은 흐름에 불을 지핀 형국이다. 이런 가운데 정치평론가인 장성철 공론센터 소장이 최근 ‘평택항’을 언급하자, 김건희씨 일가와 선라이즈에프앤티 간 연관성은 사실처럼 받아들여질 정도가 됐다. 장 소장은 SBS라디오 <김태현의 뉴스쇼>가 운영하는 유튜브 방송에 출연해 김건희씨 일가의 수상한 물건 수입 의혹과 관련한 이야기를 전했다. 장 소장은 “최은순씨가 주인으로 있는 농수산물 수입업체에서 이상한 것을 들고 오려고 하다가 걸려서 (김건희) 오빠와 김건희씨가 그것을 무마시키려고 여러 가지 이상한 (일들을 했다고 한다)”며 “어떤 물건인지 구체적으로 밝히지는 않았지만, 부적절한 물건인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고 말했다. 급기야 선라이즈에프앤티의 폐업이 알려지자, 의혹은 그야말로 걷잡을 수 없이 커진 양상이다. 선라이즈에프앤티는 국세청 사업자 과세 유형 조회 결과 지난 10일자로 폐업한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폐업자로 조회된 지난 10일은 김건희 특검법이 공포된 시기와 맞물린다. 물론 꾸준히 의혹이 제기된 것과 별개로, 김건희씨 일가와 선라이즈에프앤티 간 연관성을 입증할 만한 확실한 단서는 없는 상황이다. 특히 주주명부가 지금껏 외부에 공개되지 않았다는 게 의혹과 진실을 구분 짓기 어렵게 만들고 있다. 이런 의미에서 <일요시사>가 최초 입수한 주주명부는 간접적으로나마 의문을 풀 수 있는 열쇠로 작용할 여지를 남긴다. 의문 해소 첫 단추 2022년 10월 작성된 ‘카리나에프앤티(선라이즈에프앤티에서 2020년 9월 상호 변경) 주주명부’를 검토한 결과 주주는 총 17명, 발행주식은 91만8400주(1주당 5000원)로 확인됐다. 2010년 9월 자본금 5억원으로 설립된 선라이즈에프앤티는 수차례 증자를 거쳤고, 해당 시기에 자본금을 45억9200만원으로 늘린 상태였다. 일단 주주명부에서는 김건희씨 일가의 이름을 찾을 수 없다. 대신 경영권 교체 과정이나마 엿볼 수 있을 뿐이다. 법인 등기와 주주명부를 교차 검증한 결과를 토대로 추정하면, 표면상 선라이즈에프앤티 지배 세력은 ‘전직 세관공무원(설립~2018년 중순)→지엔티에이치(~2020년 중순)→킴스에O엔O(~2022년 초순)→동OO앤에스(~2025년 6월)’ 순으로 변경된 흐름이다. 첫 번째 경영권 교체는 ‘펀딩하이 연체 사건’과 함께 발생했다. 펀딩하이는 중국·동남아시아에서 농산물을 수입하는 업체에 돈을 빌려 주고, 투자자들에게 15% 이상 수익을 보장하는 펀딩 상품으로 인기를 끌던 P2P 업체였다. 그러나 펀딩하이는 2018년 6월20일 ‘마늘 시즌2-17차(모집 금액 3억원, 차주 승리산업)’ 펀딩 상품의 연체를 시작으로 ▲세척 당근 시즌2-18차(모집금액 5억원, 차주 지엔티에이치) ▲김치 펀딩 2차(모집금액 1억2000만원, 차주 상아농산) ▲번데기 펀딩 1차(모집금액 1억8000만원, 차주 월량완코리아) 등에서 차주의 투자금 상환 실패를 알렸다. 연체 금액은 ▲지엔티에이치 29억원 ▲승리산업 33억원 ▲상아농산 11억8000만원 ▲월량완코리아 1억8000만원 등 총 75억6000만원에 달했다. 급기야 펀딩하이는 연체율 100%를 찍은 채 영업을 중단했다. 상환 실패 이후 차주 사이에 관련성이 드러났다. 지엔티에이치와 승리산업에서 대표이사였던 윤석호씨는 두 회사 지분을 각각 60%, 100% 보유 중이었다. 또한 월량완코리아 사내이사로도 등재돼있었다. 연체가 발생한 직접적인 사유는 선라이즈에프앤티를 대상으로 한 지분 투자였다. 지엔티에이치는 펀딩받은 금액을 농산물을 들여오는 데 쓰지 않고,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을 매입하는 데 활용한 것으로 뒤늦게 확인됐다. 이를 계기로 지엔티에이치는 2018년 6월경 주식 16만1400주를 확보한 선라이즈에프앤티 최대주주로 올라섰다. 지엔티에이치가 지배력을 확보한 이후 선라이즈에프앤티 임원 명단에 변화가 목격됐다. 선라이즈에프앤티 초창기부터 함께했던 사내이사와 부친에 이어 회사에 몸담았던 대표이사를 대신해 지엔티에이치가 끌어들인 얼굴들이 등기임원 자리를 꿰찼다. 정작 지엔티에이치는 연체 발생 넉 달 후인 2018년 10월 보유 중이던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을 ‘란릉현래보식품유한공사’에 넘겼다. 펀딩하이 투자자들과의 소송전이 불거지자 중국에 본거지를 둔 우군에 주식을 양도한 모양새였다. 거듭되는 교체 수순 두 번째 경영권 교체는 ‘킴스에O엔O’ 측이 선라이즈에프앤티의 주체로 올라서는 과정에서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 충청권에 본적을 둔 킴스에O엔O는 2022년 10월 기준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 10만8200주를 확보한 것으로 확인됐다. 킴스에O엔O 대표이사의 친인척이 보유한 주식 13만2800주를 합산하면 우호 주식은 24만주 안팎이다. 기존 지엔티에이치 측 우호 세력(란릉현래보식품유한공사 16만1400주+마송재 3만주)과 비교해 5만주 가까이 격차를 벌린 셈이다. 킴스에O엔O 측이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을 대량 매입한 시기는 2020년 중후반으로 추정된다. 이 무렵 선라이즈에프앤티 등기임원 구성이 크게 요동쳤다는 점을 통해 짐작 가능한 사안이다. 실제로 지엔티에이치가 지배력을 발휘하던 2018년 7월 대표이사에 선임됐던 김정일 대표는 2020년 3월 해임됐다. 2018년 9월 취임했던 또 다른 대표이사 역시 당해 10월을 넘기지 못한 채 사임했다. 공석이 된 주요 등기임원 자리는 킴스에O엔O 측 인물로 채워졌다. 킴스에O엔O 대표이사가 2020년 10월 선라이즈에프앤티 대표이사로 취임했고, 해당 시기에 사외이사, 감사 등 등기임원 전원이 새 얼굴로 교체됐다. 킴스에O엔O에 이어 지배 세력으로 등장한 곳은 식료품 제조업을 영위하는 동OO앤에스였다. 이 회사는 2022년 10월 기준 주주명부에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 41만주(지분율 44.64%)를 보유한 단일 최대주주로 등재돼있다. 여기에 우호 세력(글로O포O 1만주+김성수 2만주+김종봉 788주)의 주식을 합산하면 지분율은 50%에 육박한다. 동OO앤에스는 사실상 선라이즈에프앤티를 인수하고자 만든 업체로 비쳐질 여지를 남긴다. 2022년 2월 출범 당시 자본금 10억원짜리였던 동OO앤에스는 불과 두 달 만인 2022년 4월14일 자본금을 21억원으로 두 배 이상 키웠다. 공교롭게도 동OO앤에스가 설립 이후 8개월 사이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 41만주를 확보하는 과정에서 투입한 금액은 총 20억5000만원이었다. 이는 동OO앤에스 자본금 21억원이 선라이즈 주식 41만주를 매입하는 데 쓰였을 가능성에 주목하게 만든다. 게다가 선라이즈에프앤티는 기존 61만8400주였던 발행주식을 2022년 4월22일 91만8400주로 30만주 확대했다. 동OO앤에스가 자본금을 21억원으로 확충한 지 8일 만이다. 선라이즈에프앤티가 발행주식을 30만주 늘린 덕분에 동OO앤에스는 상대적으로 수월하게 주식 41만주를 확보한 형국이다. 동OO앤에스가 선라이즈에프앤티를 지배하는 위치로 올라설 무렵에 선라이즈에프앤티 임원 구성은 또 한 번 바뀌었다. 동OO앤에스 대표이사가 사내이사, 글로O포O 대표이사가 사외이사에 이름을 올렸고, 김성수 대표이사가 신규 선임됐다. 이후 김성수 대표는 선라이즈에프앤티 폐업 전까지 자리를 지킨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되짚어보는 연결고리 한편 일각에서는 김건희씨 일가에서 선라이즈에프앤티에 영향력을 행사했다면 그 시기는 지엔티에이치 측이 지배력을 상실한 이후일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그나마 킴스에O엔O 혹은 동OO앤에스와의 연관성이 높다고 보는 것이다. 한 경찰 관계자는 “김건희씨 일가에서 선라이즈에프앤티에 관여한 직접적인 흔적이 발견되지 않았지만, 만약 영향력을 행사했다면 그 시기를 2021년 이후로 특정해볼 수 있을 것”이라며 “항간에 떠도는 마약 적발 여부는 2022년 근방으로 얘기가 오가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heaty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