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기화 프로가 만난 사람>

대륙의 골프대회 가보니…

골프 열기가 뜨겁게 솟아오르고 있는 중국 무대에 한국 프로들이 코치로 활동하고 있어 동행하며 현장의 분위기를 체험했다. 수많은 중국 인구 속에서 뛰어난 기량을 발휘할 선수가 등장할 날도 머지않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차창 밖의 도로 길가에 소담히 핀 보라색 봄꽃이 반겨 주는 중국 북경 도심은 생각 외로 정비가 잘돼 있어 깔끔하다. 북경 공항에 마중 나온 홍주현 프로는 예의 바른 모습으로 필자를 반갑게 맞이해 준다.

내 짐가방을 건네받으며 생수 한 병을 건네준다. 홍 프로는 현재 캐나다프로골프(CPGA) 프로이며 한국 KPGA 준회원이기도 하다. 한국 정회원 테스트 준비 중이라고 한다. 꼭 합격하길 바라는 마음이 생긴다.

깔끔함
열성적

택시를 타고 제일 처음 안내 해 준 곳은 Beijing Shang Chon C.C 이다. 이곳에서는 베이징 주니어 골프대회가 열리고 있다. 이나라 프로, 문준하 원장, 그리고 필자와 함께 훈련 했던 선수들의 게임을 관전하면서 중국 골프대회 운영 방식도 알아보기로 했다. 

대회장은 선수들보다 갤러리들이 더 분주하다. 엄마, 아빠는 기본이고 할아버지, 할머니 온 가족이 소풍 나온 듯 아주 자유로운 분위기다. 골프 열기가 뜨거움을 확인하게 되었다. 우리나라 부모님보다도 더 열성적이다. 아마 더 극성적이라고 표현해도 될 만큼 선수들에 대한 기대가 큰 만큼 열정적이다. 


중국 골프의 참 미래를 보는 것 같아 흥미로웠다. 중국 전역에 약 3만명 정도가 미래를 향해 골프 연습을 하고 있다고 한다. 머지않아 한국과 전 세계 골프 시장을 뒤 흔들 것 같은 예감이 든다.‘계군일학’ 한자성어가 어울릴 듯 평범한 사람 중에 뛰어난 선수가 나타날 것 같다. 중국 경제 성장 속도만큼 골프 성장도 빠르게 움직이고 있는 모습이 피부에 와 닿는다. 언젠가는 우리나라와도 맞장 뜰 기세다. 우리나라 골프 협회 선수들이 중국 골프의 흐름을 알고 직시 할 때가 되지 않았나 생각 된다.

우리나라 선수와는 다르게 학교수업은 필수이므로 방과 후에 연습을 한다. 겨울, 여름 방학에만 코치들과 합숙훈련을 한다.

학창 시절 때 운동선수였던 필자도 항상 머릿속에 맴도는 체육선생님들의 늘 하시던 말씀이 생각난다. “선수 이전에 학생신분이란 것을 잊지 않는 공부하는 선수가 되라는 말씀”. 그 나이에 맞는 학교 교육 속에 인성교육이 포함되어 있다는 것을 시간이 흐르면서 어른이 되어 알게 되었다. 한쪽으로만 치우치지 않고 균형 있는 폭 넓은 지식과 교우 관계에도 의미를 둔다는 것이다.

대회장에서는 한국 골프 코치들을 만날 수 있었다. 뿌듯하기도 하고 후배들의 모습이 자랑스럽기도 하다. 우리나라 프로들이 지도하는 중국 선수들이 상위 그룹에 속해 있기 때문에 내 어깨마저도 으쓱해진다. 

골프 역사가 길지 않은 중국은 자국 코치보다 외국 코치에 의지하고 있는 실정이다. 초창기에는 호주, 뉴질랜드, 유럽 쪽의 코치기 주를 이루었는데 요즘은 한국 코치들이 저력을 과시하고 있다. 미국 최고의 아카데미로 알려진 데이비드 리드베터 아카테미도 개설 되었지만 한국 코치의 위력보다 뒷전에 있다. 중국인들의 골프 코치를 선택하는 현명함이 돋보이는 대목이다. 반대로 우리나라는 내 나라 코치들보다 무조건 외국 코치들을 우선 선호하는 예도 있다.

투어 선수 경험과 풍부한 코치경험을 갖춘 한국 코치들이 타 외국 코치보다 중국 내에서는 인기가 더 많다. 선호하는 이유 중에 한국 낭자들이 세계 골프무대를 뒤 흔들고 있다는 것도 큰 작용을 했을 것이다. 미국 LPGA대회에서는 한국 선수들이 앞 다투어 챔피언 자리를 노린다. 그들 뒤에는 부모들의 희생과 한국 골프 코치들의 뿌리가 단단하기 때문인 것 또한 부정할 수 없다.

현지서 먹히는
한국코치 저력


이나라 프로는 한국여자 프로 정회원이다. 골프 아카데미 세대라고 해도 무방할 정도로 활약이 눈부시다. 삶의 나이테가 쌓인 옹이도 많이 배겨 거센 비바람이 불어도 흔들리지 않는 힘이 보이는 이나라 프로. 벌써 한국 골프를 떠나 북경 어린이 골프선수들과의 인연이 5년째이다. 언제나 긍정적인 태도는 지금도 변함없다. 다른 점은 뭔가 할 수 있다는 의지와 단단하게 다져진 마음이 가득 채워진 모습이다.

골프는 시작이 어렵지 시작하면 길이 보이고 일거리가 생긴다는 생각이다. 선수들의 기량과 정신 운동을 높여 주는 무언가를 찾고 있던 중에 우연히 Ru chen 트레이닝 센터 원장을 만난다. Ru Chen은 중국인으로 중국 TV에 자주 등장하는 인기 트레이너이다.

중국 북경의 많은 다양한 코치들과 소통하며 선수 기량 향상에 적극적으로 어시스트를 한다고 한다. 근육만 키우는 것이 아니고 몸건강 밸런스를 맞춰준다. 또 상해를 입은 선수들에게 맞춤형 헬스장으로 유명하다.

미지의 세계
퍼지는 한류

골프는 한 쪽으로 동작을 하기 때문에 몸의 밸런스가 제일 문제로 다가 온다.

이 트레이닝 센터는 골프 선수들에게 부족한 부위 강화는 물론 허리, 어깨, 팔꿈치 등 치료효과도 높여주는 데 목적을 둔다.

주니어 선수 대다수가 자기 신체에 대해 제대로 인지하지 못한 채 반복적으로 한쪽 근육만 사용한다. 어렸을 때는 나타나지 않았던 근육 통증이 나이가 들면서 찾아온다. 예를 들어 스쿼트 자세는 힙업과 허벅지 근육 강화 동작이지만 부정확한 동작을 하면 무릎 부상이 올 수 있다. 골프에 필요한 근육을 강화시키면 골프 스윙에 도움이 되며 좀 더 나은 체력을 유지시킬 수 있다. 여기에 정신 운동도 함께 강화된다는 것이다.

이나라 프로 골프아카데미와 Ru Chen의 협업 관계로 훌륭한 골프선수가 더 많이 배출될 것을 기대해 본다.

필자를 북경으로 초대해 준 이나라 프로와 같은 비행기에 몸을 싣고 한국으로 돌아오게 된다. 1년짜리 비자가 만료되어 급하게 귀국한다고 한다. 옆 좌석에 나란히 앉아 우리들의 골프 이야기는 다시 시작된다. 골프의 길을 함께 오랫동안 걸어 왔기에 서로 뜻이 통하는 이심전심의 시간이 있다. 조언 한마디 해 달라는 이나라 프로에게 선배인 내가 오히려 배우고 있다.

조언이라기보다는 내가 습득한 몇 가지를 정리하기로 했다. ‘어떻게 골프 레슨을 즐겁게 할 것인가.’ 먼저 내가 행복해야 한다. 특정 선수(제자)에게만 꽂히지 말아야 한다. 골프에 집착하면 보는 시야가 좁아진다. 바깥세상을 끌어들여 유쾌한 지도를 했을 때 즐겁고 쉽게 받아들인다.

특히 어린이들을 지도할 때는 나 자신을 많이 들여다보아야 한다. 내가 인내하고 있는지 내가 많은 것을 자제하고 있는지. 성인을 지도하는 것보다 내 행동에 책임 질 줄 알아야 한다. 어릴 때는 코치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 우수한 코치의 지도가 꼭 필요하다. 하지만 우수한 코치가 된다는 것은 그리 쉽지 않다. 기술만 가르치는 것은 누구나 할 수 있지만 기술 외의 마음, 정신의 기술까지도 선수와 함께해야 한다. 이러한 자세가 있어야 진정한 코치가 아닐까 생각한다.

재주의 뿌리
온몸이자 마음


‘깨닫는 골프, 의식 있는 골프’를 알았을 때 내 것이 된다. 골프는 두 손 끝에서 나온다. 그러나 두 손끝에서 나오는 그 재주의 뿌리는 온몸이며 마음이다. 온몸이 두 손끝의 재주를 위해서 준비 되어야 한다. 골프의 특징은 자기 통제와 정서 안정을 가장 엄격하게 요구 당하는 데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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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화 프로는?
▲1988 KLPGA 43번째 프로골퍼 데뷔
▲2002 KLPGA 선정 올해의 지도자상 수상
▲KLPGA 부회장 역임, 전 교육위원
▲이기화 골프아카데미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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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양 무인기’ 안보실 비밀 작전 주도 의혹

‘평양 무인기’ 안보실 비밀 작전 주도 의혹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윤석열정부는 북한 도발에 역대 정부 중 가장 적극적이었다. 대북 확성기를 틀거나 삐라를 날리면서 군사적 긴장감을 끌어올렸다. 북한도 오물 풍선과 무인기를 날리면서 윤석열 전 대통령을 비판했다. 물론 윤정부도 참지 않았다. 북한처럼 평양에 무인기를 날렸다. 이 비밀 작전은 국가안보실이 주도한 것으로 파악됐다. 조은석 내란 특검팀은 군 관계자로부터 국가안보실 지시로 북한 평양에 무인기를 날렸다는 진술을 확보했다. 6개월 전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언급했던 주장을 뒷받침할 만한 근거라는 평가다. 안보실 중 국방·안보 파트는 1차장 소관이다. 나머지는 각각 외교와 경제를 담당한다. 지난해 안보실 국방·안보 파트 담당은 김태효 전 1차장이었다. 계속되는 군 거짓말 내란 특검팀은 지난해 10월 북한이 평양에 추락한 우리 군 무인기라며 공개한 사진 외에도 우리 군이 보낸 또 다른 무인기가 있다는 진술을 군 관계자로부터 확보했다. 이 관계자는 특검팀에 “백령도에서 날린 무인기 두 대 중 한 대는 평양에 추락했고, 나머지 한 대는 평양 인근에 추락했다”고 주장했다. 그간 김명수 합참의장과 김용대 드론작전사령관은 “확인해줄 수 없다”며 사실관계 공개 자체를 거부해 왔다. 앞서 평양 무인기 침투 의혹은 북한 외무성이 지난해 10월 “한국이 10월3일, 9일, 10일 심야 시간을 노려 무인기를 평양 상공에 침범시켜 삐라(대북 전단지)를 살포했다”고 밝히면서 불거졌다. 국방부 국방과학연구소는 국회에 제출한 ‘북 전단 무인기 비교분석’ 보고서에서 “북한이 공개한 무인기와 우리 군 드론작전사령부(드론사)에 납품한 무인기의 전체적인 형상이 매우 유사하다”고 분석했다. 이와 관련해 민주당 등에선 윤석열 전 대통령이 12·3 비상계엄 선포의 명분을 만들기 위해 북한의 도발을 유도하려고 무인기를 평양에 침투시켰다며 외환 의혹을 제기해 왔다. 그러나 2022년 있었던 북한군의 서울 상공 무인기 침투와 2024년 오물 풍선 살포에 대응한 대북 작전이었다는 게 군 관계자들의 입장이다. 평양 무인기 침투 작전이 이뤄진 지난해 10월은 남북 관계가 긴장 국면으로 치달았을 때다. 북한은 2022년 12월 무인기 5대를 수도권 일대 영공에 침투시켰다. 그중 1대는 대통령실이 있는 서울 용산구 일대 비행금지구역 안에 진입해 국가원수 경호 방공망이 뚫렸다는 지적도 나왔다. 그러다가 2024년 5월부터11월에는 북한이 오물 풍선 수천 개를 한국에 살포하면서 긴장이 고조됐다. 윤 전 대통령은 그해 6월 현충일 기념사에서 오물 풍선 도발을 겨냥해 “정부는 북한의 위협을 결코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하지만 합참 지휘부는 대응 작전과 관련해 신중한 기조를 유지했다. 남북 긴장이 충돌로 이어지는 것을 막겠다며 상황 관리에 치중했다. “국방·안보 1차장 소관”…정보융합팀 추진? 국군조직법상 부적절…당시 실장들은 몰랐다 그러자 민주당 등에서도 오물 풍선의 자유 낙하를 기다리는 군의 대응이 미온적이라며 휴전선 상공에서 풍선을 격추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주장이 나왔다.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은 당시 “북한이 한계선을 넘어가고 있다. 다양한 대응을 준비 중”이라고 했다. 이 같은 상황에서 드론사의 평양 무인기 침투 작전이 진행됐다는 것이다. 특검은 드론사에 무인기 침투 작전을 지시한 최종 결정권자가 누구인지 수사 중이다. 군 안팎에선 ‘김 전 장관→김 의장→이승오 합참 작전본부장’을 거쳐 드론사에 지시가 내려갔을 가능성과, 김 전 장관이 김 의장이나 이 본부장을 건너뛰고 드론사에 직접 지시를 내렸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 합동참모본부와 방첩사령부도 이 사건에서 자유롭지 않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김 사령관은 무인기 북파 시점을 전후해 이승오 합참 작전본부장과 김 의장을 잇달아 면담했다. 특검팀은 “2024년 6월 드론사 방첩대가 평양 무인기 침투 작전을 알고 있어서 놀랐다”는 군 현역 장교의 증언도 확보했다. 당시 드론사 방첩대 지휘는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이 맡았다. 드론사는 적 무인기 등에 대응하기 위해 2023년에 출범한 육·해·공군 및 해병대 합동 전투부대로, 국군조직법에 따라 합참의장의 지휘·감독을 받는다. 안보실과는 동떨어져 있는 부대다. 그러나 특검팀에 출석한 군 관계자는 “모든 군 작전은 상급 기관인 합동참모본부의 지시를 받는데 무인기 침투 작전은 대통령실 안보실로부터 직접 지시를 받았다”며 “북한이 무인기 추락 사실을 공개한 날 작전을 수행한 드론사령부에 김용현 당시 국방부 장관이 격려금을 보냈다”고 증언했다. 관계없는 안보실 왜? 민주당 부승찬 의원도 “김용대 드론작전사령관이 V(대통령)의 지시라며 국가안보실 직통으로 무인기 침투 작전을 하달했다”는 내부 증언을 공개하기도 했다. 민주당 외환유치진상조사단은 올해 초부터 드론사가(歌) ▲무인기 기종 재고 현황 ▲평양에 드론이 침투한 지난해 10월 드론사 상황일지 ▲삐라통을 제작할 수 있는 3D 프린터 보유 여부 등의 자료 제출에 성실히 응하고, 수사기관이 김 사령관과 핵심 참모들에 대한 수사에 즉각 착수할 것을 요구한 바 있다. 안보실은 당시 기자단 공지를 통해 “인성환 제2차장이 지난 2024년 3월 드론사를 공식 방문한 바 있다”며 방문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그러나 이는 육·해·공군 주요 사령부 현장 확인의 일환으로 진행된 부대 방문이며, 당시 드론사의 업무보고 등 공식 일정에 다수의 드론사 장병들이 함께했다”고 해명했다. 또 “김용대 드론사령관은 같은 해 8월 국가안보실 방문 당시 드론 전력화 방안 및 국방혁신위원회 안건 등을 논의하기 위해 국방부 및 방사청 관계관 다수와 함께했던 것으로 확인했다. 다수의 인원이 함께한 공식 방문과 안보 태세 강화를 위해 정상적으로 추진한 업무를 ‘북풍 몰이’로 연결 짓는 것은 지나친 비약이자, 터무니없는 정치공세”라고 주장했다. 특검팀은 외환 의혹 관련 윤 전 대통령의 ‘지시 연결고리’를 수사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국군 통수권자인 윤 전 대통령으로부터 국방부 장관, 군부대까지 이어지는 지휘체계 전체가 조사 대상이 될 전망이다. 특검팀이 김 전 국방부 장관을 추가 구속하고, 군검찰과 협조해 여 전 사령관·문상호 전 정보사령관을 추가 구속한 것도 외환 수사의 일환이라는 분석이다. ‘계엄 비선’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에 대해 추가 구속영장 발부를 요청한 것 역시 마찬가지다. ‘노상원 수첩’의 경우 ‘NLL(북방한계선)에서 북한 공격 유도’ 등 이른바 ‘북풍’ 준비 정황이 담겨 있어 실체 규명이 필요하다. 노 전 사령관이 정보사 비선 조직을 활용해 북한을 자극해 대남 도발을 유도했다는 시나리오가 가장 유력하다는 게 정보기관 간부들의 설명이다. 수상한 연결고리 김봉규 정보사 대령의 “(노씨가) 북한 오물 풍선 얘기를 시작했다. 언론에 특별 보도가 날 거라고 했다”는 경찰 진술 등도 특검으로 송부됐다. 특검팀 관계자는 “언론에 보도된 부분에 대해 사실관계를 확인해주는 것도 하나의 역할”이라고 말했다. 드론사가 안보실의 지시로 무인기 침투 비밀 작전이 진행됐다는 의혹이 가리키는 시기는 지난해 8월이다. 안보실은 산하에 1·2·3 차장을 둔다. 이들은 각각 국방과 외교, 경제를 담당한다. 지난해 안보실 국방·안보 파트 담당은 김 전 1차장이었다. 안보실장은 장호진·신원식 전 국방부 장관이었으나 대통령실 내부에서는 사실상 허수아비에 불과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었다. 당시 안보실 행정관으로 근무하던 관계자는 “김 전 차장이 실세 중의 실세였다. 최종적으로 안보실장이 모든 보고를 받지만 핵심 정보는 김태효 전 차장이 먼저 훑는 경우가 많았다”고 주장했다. 김 전 차장은 국방이 아닌 외교 전문가로 알려져 있다. 대북 문제에 어떤 군사적 방법으로 접근해야 하는지 전략을 세우는 데는 신 전 실장보다 한 수 아래였다는 평가다. 사실상 ‘국방 문외한’인 김 전 차장은 2023년 강원도 속초에 위치한 북파공작부대(HID)를 방문했다. 그는 “2023년 6월 초 정보 당국 관계자들과 HID 부대를 격려 방문한 바 있지만 1년7개월 전에 있었던 군 부대 격려 방문을 이번 계엄 선포와 연결 짓는 것은 터무니없는 비약”이라고 반박한 바 있다. 정보사 고위 관계자는 <일요시사>에 “윤석열 전 대통령도 오려고 했다는 건 사실이다. 김태효가 그때 왜 왔는지 모르겠다. 와선 안 되는 건 아닌데 올 일이 없다. 우리 입장에서는 이해 가지 않는 해명”이라고 지적했다. 다른 정보사 관계자도 “윤 전 대통령이 오고 싶어 했고 안보실이 그의 HID 방문이 검토된 바 없다고 하는데 (이건) 말도 안 된다. 당시에 대통령 방문 가능성 때문에 대비 회의까지 한 바 있다”고 강조했다. 속초 갔던 김, HID 출신 용산 스카우트 왜? “방문 이례적” 대북 공작 플랜 일환이었나 김 전 차장이 HID를 방문한 이후 신기한 일이 벌어진다. 인간정보 특기(820) 육관사관학교 60기 출신 오모 중령이 2023년 12월 안보실 2차장 산하 국가위기관리센터 안보현안대응팀에 들어갔다. 오 중령은 인성환 당시 안보실 2차장의 통제를 받지 않았다. 인 2차장도 “공개된 자리서 말하기 어렵지만 제가 통제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오 중령을 포함한 팀원들의 보고서는 인 2차장이 아닌 김 전 1차장이 검토했다. 안보실은 이 비밀 TF가 “규정화된 테두리 밖에서 대북 특수정보를 분석하는 팀”이라며 계엄과 관련해 정보사와 소통한 적은 없다고 해명했다. 또 “비밀 조직이 아니라 위기관리센터에 배치된 ‘정보융합팀’이다. 정보융합팀은 지난 정부의 정보융합비서관실을 대북 정보 분석에 특화시켜 슬림화한 조직으로, 2022년 5월1일 대통령직 인수위 브리핑서도 해당 조직의 신설 취지와 배경을 밝힌 바 있다”고 설명했다. 안보실이 당시에 언급했던 것처럼 오 중령이 소속된 팀은 ‘대북 특수정보’를 다룬다. 대북 문제에 대해 깊숙하게 알지 못하는 김 전 1차장을 사실상 보좌하는 팀이라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특히 오 중령은 정보사 내 얼마 남지 않은 ‘대북 공작’ 전문가로 꼽힌다. 12·3 내란에 가담한 혐의로 재판을 받는 정성욱 정보사 대령의 계보를 잇는 유일한 사람이기도 하다. 안보실의 지시로 드론사가 평양 무인기 침투 작전을 실행했다는 의혹이 사실이라면 오 중령이 속한 팀이 작전의 밑그림을 그렸을 가능성이 크다는 게 정보사 내부의 분석이다. 무인기를 언제 평양에 보내고 어떤 방법을 구사해야 하는지도 대북 공작의 한 종류기 때문이다. 일부러 들키려 분명한 목적 정보사 한 고위 관계자는 “무인기를 날린 시기를 보면 대북 공작 플랜을 한두 달 전부터 준비한 것으로 보인다. 아무 때나 막 날리는 게 아니다. 어떤 목적을 정한 이후 그다음 시기를 정한다”고 분석했다. 이 관계자는 “통상 대북 공작은 일부러 들키게 하거나 정말 들키지 않아야 하는데 일부러 들키려 한 공작은 ‘북풍 공작’이다. 이 방법은 2000년대 초반 이후 쓰지 않았던 방법이다. 자칫하면 수많은 인명피해를 야기할 수 있고 실패할 경우 정보사의 피해까지 감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