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재킷 주인공, 패트릭 리드 '겉과 속'

골프만 잘하면 뭐해~ 매너가 Ⅹ인데!

지난 4월9일 PGA ‘명인 열전’ 마스터스 토너먼트가 막을 내렸다. 그린재킷의 주인공은 ‘캡틴 아메리카’로 통하는 패트릭 리드였다. 2018년 마스터스에서도 87명의 탑랭커들이 각본없는 드라마를 펼쳤다. 세르히오 가르시아의 옥튜플 보기, 타이거 우즈가 컷 통과에 만족해야 했던 것 등 이야깃거리를 남겼다.

패트릭 리드(미국)가 미국 조지아 주 오거스타 내셔널 골프클럽(파72·7435야드)에서 열린 제82회 마스터스 토너먼트 마지막 날 4라운드에서 버디 4개와 보기 3개로 1언더파 71타를 쳐 최종합계 15언더파 273타를 기록하며 14언더파 274타의 리키 파울러(미국)를 1타 차로 따돌리고 생애 첫 메이저 대회 우승의 영예를 누렸다. 우승 상금은 198만달러(약 21억1000만원)다.

팽팽한 경기
우승의 영예

미PGA 투어 통산 6승째. 조던 스피스, 로리 매킬로이, 리키 파울러 등 쟁쟁한 스타플레이어들과 끝까지 팽팽한 경기를 펼치며 우승을 차지했다.

조던 스피스(미국)는 마지막 날 하루에 8타를 줄이는 맹추격으로 경기 한때 공동 선두까지 오르며 우승권을 위협했지만 마지막 18번 홀(파4)에서 보기가 나오는 바람에 13언더파 275타로 3위에 만족해야 했다.

이번 대회에서 우승했더라면 ‘커리어 그랜드 슬램’을 달성할 수 있었던 로리 매킬로이(북아일랜드)는 9언더파 279타로 공동 5위에 머물렀다.


최종 라운드에서 로리 매킬로이와 패트릭 리드가 챔피언조로 묶이자 팬들은 열광했다. 커리어 그랜드슬램(메이저대회 4개를 모두 우승)에 마스터스만을 남겨둔 매킬로이가 전날 3라운드에서 이글 1개, 버디 5개로 7타를 줄이며 리드를 3타 차로 맹추격 해 남자 골프 역사상 단 5명에게만 허락된 대기록을 세울 수 있을지에 이목이 집중되었다.

패트릭 리드와 매킬로이 묘한 라이벌 관계도 관심을 드높였다. 리드는 미국과 유럽의 골프대항전인 라이더컵에서 유독 빼어난 활약을 펼쳐 골프계의 ‘캡틴 아메리카’라 불린다. 2016년 싱글 매치에서 유럽 최고봉이었던 매킬로이를 꺾고 포효하는 장면이 결정타였다. 이 승리를 앞세워 미국은 원정 우승을 차지했다. 리드는 두 번의 라이더컵 출전에서 6승2무1패로 높은 승률을 기록했다.

캡틴 아메리카라는 별명은 2016년 미국과 유럽의 골프 대항전인 라이더컵에서 유럽팀 로리 매킬로이와의 1대1 승부를 자청해 제압했고, 3승1무1패로 미국팀 우승에 기여한 뒤 얻게 됐다. 그는 매킬로이와의 대결 도중 검지를 세워 흔드는 ‘도발적인’ 제스처로 강렬한 승부사의 이미지를 얻었다.

생애 첫 메이저대회 우승 영예
스타플레이어들과 끝까지 팽팽

“사람들이 (나의 우승을) 좋아하든 좋아하지 않던 신경 쓰지 않는다. 내가 할 일을 제대로 하면 될 뿐이다.”고 말할 정도로 주변을 크게 의식하지 않는 스타일이라 ‘악동’ 이미지를 갖고 있기도 하다.

실력은 아마추어 시절부터 출중했다. 미국주니어골프협회(AJ GA) 챔피언십에서 여러 차례 우승했고, 오거스타대학에 다닐 때는 팀을 두 번이나 전국대회 정상에 올려놨다. 2013년 미국 프로골프(PGA)투어에 데뷔하자마자 윈덤챔피언십을 제패했다. 이후 2016년 바클레이스까지 매년 승수를 쌓았고 2014년 메이저급 대회인 월드골프챔피언십(WGC)을 제패하는 등 5승을 기록하며 자신의 실력에 대해 스스로 자신감을 드러냈다.

인기는 ‘캡틴 아메리카’라는 별명만큼 높지 않은 모양새다. 이번 마스터스가 열린 조지아 주에서 대학을 다녔지만 갤러리들은 유럽파인 매킬로이를 더 큰 소리로 응원했을 정도다. 지나치게 강한 승부욕과 자신감, ‘악동’을 연상케 할 정도로 주변의 시선을 신경 쓰지 않는 언행 때문이다. USA투데이는 이번 대회 기간에 리드에 대해 ‘혼자 연습 라운드를 할 때가 잦은 선수’라고 소개하기도 했다.


과거 리드는 조지아 대에서 퇴학을 당했다. 리드 본인은 “술을 마시다가 적발돼 학교를 그만뒀다”고 했지만 실제로는 골프 성적표를 조작했고, 동료의 물건을 훔쳤기 때문이라는 당시 대학 코치의 주장이 제기된 바 있다.

하지만 리드에게는 특별한 에너지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자신을 부정하는 주변의 시선과 압박을 오히려 ‘에너지’로 삼았던 적이 많다. 2011년 미국 골프 대학리그 결승에서도 자신을 쫓아낸 ‘친정’ 조지아 대를 꺾고 우승했다. 또 이번 마스터스 결승에서도 갤러리가 매킬로이를 더 응원한 것에 대해서도 그는 “오히려 동기 부여가 됐다. 압박감을 덜어내는 효과가 있었다”고 말했을 정도다.

타이거 우즈를 우상으로 삼고 있는 패트릭 리드는 우즈처럼 최종일에 빨간색 계통의 티셔츠를 입고 검은 모자를 쓰는 것을 즐긴다.

이번 마스터스에서 그는 우즈 앞에서 당당히 그린재킷을 입어 보였고 우즈 역시 SNS를 통해 “2019년 프레지던츠컵에서 리드는 최소한 단장 추천으로라도 미국 대표로 경기할 수 있게 됐다”고 덕담했다.

올 들어 연이은 상승세를 보이며 마스터스 우승까지 넘봤던 타이거 우즈는 컷 통과한 것에 만족해야 하는 성적을 내 아쉬움을 남겼다. 하지만 그에게 쏟아진 관심은 대단했다. 대회 전 스포츠 도박사들로부터 우승 가능성 5순위로 기대를 모았다. 

강한 승부욕
격한 행동들

우즈는 1, 2라운드에서 각각 73타, 75타를 쳐 간신히 컷을 통과한 뒤 3라운드 이븐파, 최종라운드에서 이글 1개, 버디 5개, 보기 4개로 3언더파 69타를 쳐 최종합계 1오버파 289타를 기록, 공동 32위로 대회를 마쳤다.

미국프로골프(PGA)투어 통산 79승, 메이저 14승으로 각 부문 2위를 달리고 있는 우즈는 2015년 이후 3년 만에 마스터스에 나섰다. 허리 부상에서 완전히 회복돼 자신감을 가진 이후 5번째 마스터스 우승을 위해 예정에 없던 대회(발스파 챔피언십·2위)에 출전하고, 집 뒷마당에 오거스타 골프장과 같은 그린을 만들어 연습하는 등 쉼 없이 노력했다.

의문스럽지만
놀라운 에너지

드라이버, 아이언, 퍼트 등에서 골고루 최상의 실력을 보이지 못한 우즈는 “어려운 시간을 견뎌내고 오랫동안 그리워했던 마스터스에 다시 나와 플레이할 수 있었던 것만으로도 매우 기뻤다”면서 “계속 발전하고 있어 긍정적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우즈는 4개월 전 세계랭킹 1199위에서 이날 88위로 1111계단 뛰어올랐다.

마스터스를 목표로 달려왔다는 우즈는 “당분간 골프 클럽을 잡지 않고 푹 쉬겠다”고 했다. 허리 부상을 털고 필드에 복귀한 이후 오로지 시즌 첫 메이저대회 마스터스 토너먼트에 초점을 맞추고 달려왔기에 잠시 재충전 시간을 갖겠다는 의미. 

지난해 그린재킷의 주인 세르히오 가르시아는 마스터스 토너먼트 1라운드에서 버디 4개와 보기 3개, 더블보기 1개, 옥튜플 보기 1개를 묶어 9오버파 81타를 적어냈다. 옥튜플 보기는 기준타수보다 8타가 많은 보기를 일컫는다. 15번홀(파5)에서 그린을 둘러싼 연못에 공을 무려 5차례나 빠트렸다. 15번 홀은 그린 앞뒤로 연못이 있는 홀이다. 가르시아의 드라이버 티샷은 322야드를 날아 페어웨이 좌중간에 떨어졌다. 핀에서 206야드 떨어진 지점이었다. 그러나 6번 아이언으로 친 두 번째 샷은 그린 앞에 있는 연못에 빠졌다.


1벌 타를 받고 공을 드롭한 가르시아는 웨지로 네 번째 샷을 했는데, 공이 또 연못에 빠졌다. 여섯 번째, 여덟 번째도, 열 번째 샷도 무심하게 연못 속으로 들어갔다. 공은 일단 그린에 올라가기는 했지만, 이번에는 데굴데굴 굴러가 연못으로 빨려 들어갔다. 멈출 듯하면서도 계속 굴러갔다. 13타는 마스터스 어느 홀에서도 나온 적이 없는 역대 최악의 스코어다. 이전까지 15번 홀 최악의 스코어는 점보 오자키(1987), 벤 크렌쇼(1998), 이그나시오 가리보(1999)가 기록한 11타였다.

‘도발적인’제스처로 강렬한 인상
주변 의식하지 않는 악동 이미지

가르시아는 마스터스 한 홀 최다 타수도 경신했다. 1978년 토미 나카지마가 13번홀(파5)에서 적어낸 13타 등이 기존 한 홀 최다 타수였다.

AFP 등 외신에 따르면 가르시아는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모르겠다. 나는 좋은 샷을 많이 했다고 생각했는데, 불행히도 공이 멈추지 않았다. 왜 멈추지 않았는지 모르겠다. 불운했다. 어쩔 수가 없었다”고 말했다.

2018 마스터스에서는 몇 가지의 골프규칙에 대한 해프닝이 있었다.

‘드롭하기 전 낙하지점의 솔잎 치워도 될까?’1, 2라운드에서 동반플레이를 펼친 김시우(CJ대한통운)와 재미교포 아마추어 덕 김(미 텍사스대4) 두 선수는 첫날 2번홀(파5)에서 티샷이 왼편 숲으로 날아가더니 경사를 타고 굴러 래터럴 워터해저드로 규정된 개울에 빠졌다. 두 선수는 각각 두 클럽 길이 내, 후방선상에 드롭 하는 옵션을 택했다. 그들은 드롭하기 전 볼 낙하예상 지점에 쌓여있는 솔잎을 치웠다. 솔잎은 코스 안에 방치된 자연 장해물인 루스 임페디먼트다. 루스 임페디먼트는 볼과 함께 해저드에 있는 경우를 제외하고 치울 수 있다. 드롭하기 직전 지면에 있는 루스 임페디먼트 역시 치울 수 있다.


‘선수가 친 볼이 갤러리 소지품 속으로 들어가면 어떻게 해야 할까?’대회 첫날 제이슨 데이(호주)가 1번홀(파4)에서 친 두 번째 샷이 나무를 맞고 갤러리가 들고 있는 맥주컵 안으로 들어갔다. 컵에는 맥주가 들어있었다. 이는 움직이고 있는 볼이 국외자 안에 멈춘 경우에 해당된다. 볼을 집어 들어 그 아래에 드롭하고 치면 된다. 물론 무벌타다. 데이는 갤러리가 맥주를 마신 후 볼을 꺼내들어 드롭한 후 보기로 홀아웃 했다.

한편 베테랑 두 골퍼의 상반된 매너도 화젯거리였다.

1,2라운드에서 김시우, 덕 김과 동반라운드를 펼쳤던 1988년 마스터스 우승자 ‘노장’ 샌디 라일(60·영국)이 볼을 그린에 올린 후 마크할 때 그린 보수기를 사용해 베테랑답지 않은 행동으로 눈총을 받았다.

그린보수기는 동전 형태의 일반적인 볼 마커보다 멀리에서도 눈에 잘 띄는 장점이 있으나 동반자가 퍼트할 때 방해가 되거나, 시야에 들어올 수도 있다. 만약 동반플레이어가 퍼트한 볼이 볼마커로 꽂은 라일의 그린보수기에 맞더라도 아무런 구제를 받을 수 없다. 볼이 멈춘 곳에서 다음 플레이를 해야 한다.

신사의 품격
벙커정리 매너

반면 3라운드에서 덕 김과 플레이한 1985, 1993년 마스터스 2회 제패한 베른하르트 랑거(61·독일)는 신사다운 매너를 보여주었다. 3번홀(파4)에서 덕 김이 페어웨이 벙커샷을 하고 나가자 벙커 쪽으로 와 덕 김 캐디에게 “내가 할 터이니 가서 선수를 도와줘라”고 말하며 직접 고무래를 들고 벙커를 정리하는 매너를 보여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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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특집 대담> 정치 9단 김종인 대한민국을 묻다

[추석특집 대담] 정치 9단 김종인 대한민국을 묻다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박희영 기자 = 국민의힘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은 더불어민주당의 검찰개혁에 대해 “검찰을 3개로 찢어놓는다고 해서, 검찰이 정상적으로 돌아갈 것이란 확신은 못하겠다”고 비판했다. 김 전 비대위원장은 국민의힘에 대해서도 “강경 보수로 회귀하면, 희망이 있다고 보이진 않는다”고 경고했다. 국민의힘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은 개혁신당 공천관리위원장을 끝으로 정치에 직접 개입하지 않고 있다. <일요시사>는 추석 연휴를 앞두고 김 전 비대위원장을 만나 그가 제시하는 정국 진단 결과와 향후 우리 정치가 나아가야 할 길을 들었다. 다음은 김 전 비대위원장과의 일문일답. -출범 100일을 넘긴 이재명 정부를 어떻게 평가하는가? ▲100일 동안 별 탈 없이 무난하게 잘했다고 본다. 국민과 소통하려고 애를 많이 썼다. -추석을 앞두고 지급된 2차 민생회복 소비쿠폰에 대한 의견은? ▲민생 경제가 굉장히 어렵고, 우리나라의 총수요가 낮아졌다. 한국은행이 진단한 올해 성장률도 0.9%밖에 안 된다. 쿠폰을 풀면, 약간의 소비 촉진 효과는 있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 경제가 당면한 문제를 해결하기엔 부족하다. -이재명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정상회담은 겉보기엔 훈훈했다. 하지만 미국 정부의 3500억달러 투자 펀드 조성 요구와 노동자 317명 추방 등 사태와 맞물려 이 대통령에 대한 비판 여론이 불거졌다. ▲우리 경제 부처 장관들이 미국 월가를 이해하지 못한 채 막연하게 생각한 것 같다. 그래서 “미국의 요구는 보증·대출을 거쳐 이행하면 될 것”이라고 이해한 것 같다. 근본적인 시각 차이 때문에 협상이 타결되지 못했다. 그런데 국민에겐 마치 타결된 것 같은 인상을 줬다. 한 달도 안 돼 사실이 드러났기 때문에 국민은 의아하게 생각할 수밖에 없다. -트럼프 대통령과 함께하는 미국의 MAGA 진영은 우리나라 일각의 부정선거론을 지지하면서 “한국이 공산주의에 진입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어떻게 보는가? ▲그들은 미국이 어떻게 위대한 나라가 됐는지 이해하지 못했다. 트럼프의 MAGA 프로젝트는 성공하기 힘들다고 생각한다. 우리와도 관계가 없다. “MAGA 진영이 우리 정치에 개입할 것”이란 믿음은 국내 보수 진영의 희망 사항일 뿐이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검찰 해체를 서둘러 마무리하려고 한다. 민주당이 새로 구상하는 검찰 체계에 대한 평가는?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는다. 검찰의 문제는 지금까지 권력자가 검찰을 이용해 자신의 권력을 유지하려고 한 것으로부터 비롯된다. 이 때문에 검찰도 못된 버릇이 들어 이렇게 됐다. 개혁보다 “검찰을 어떻게 활용하느냐”가 진짜 문제다. 검찰을 3개로 찢어놓는다고 해서, 검찰이 정상적으로 돌아갈 것이란 확신은 못하겠다. -이 대통령이 노태우 전 대통령의 장남 재헌씨를 주중대사로 임명했다. 노 대사가 어떤 역할을 할 것 같은가? ▲노 전 대통령은 한중 수교를 이끌었다. 노 대사는 동아시아문화센터 이사장으로서 한중 문화 교류와 관련된 많은 역할을 했다. 이 대통령이 이를 참작해 중국 대사로 임명하는 신선한 인사를 한 것 같다. 이 대통령도 자신에게 정치적으로 유리하다고 생각했으니 노 대사를 임명했을 것이다. -최근 민주당의 내부 구도를 놓고 ‘김어준 상왕설’이 불거지고 있다. 이 주장은 정국을 강경하게 이끄는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대응과 맞물리고 있는데… ▲김어준씨가 유튜브를 시청하는 일정 부류엔 영향력을 행사할 것이다. 그런데 대중에게 크게 영향력을 행사한다고 보진 않는다. 대통령이 엄연히 있기 때문이다. ‘상왕설’은 너무 과장된 얘기라고 생각한다. -최근 특검 수사 기간 연장과 관련해 정 대표와 민주당 김병기 원내대표가 충돌했다. ▲내부 의견 충돌 때문에 일어난 사건이다. 내가 보기엔 김 원내대표가 독단적으로 합의한 것 같진 않다. 합의 후 강성 지지층이 반발해서 문제가 생겼다. 그래서 합의를 파기하려다 보니 두 사람 사이에 갈등이 생겼다. 그 자체가 대단히 중요하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이 대통령과 정 대표는 과거에 갈등이 많았고, 최근 민주당에 대해선 “친명과 구 친문이 갈등하는 게 아니냐”는 얘기가 나온다. ▲그건 다 괜히 하는 소리다. 대통령이 엄연히 있는데, 당 대표가 대통령을 상대로 자신의 의사를 관철하기가 쉽진 않다. -민주당 일각에선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에 합당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혁신당 조국 비대위원장은 목표가 정해진 사람이다. 합당이 그 목표 실현에 유리할지 많이 생각할 것이다. 아울러 조 비대위원장으로선 혁신당만으로 전국 단위 선거를 치를 수 있을지 고민할 텐데, 상황에 직면하면 합당 여부를 정하지 않겠나? 합당은 민주당 내부에서도 받아들일 의사가 있어야 진행될 수 있다. 자신들에게 미칠 영향을 생각하면서 합의점에 도달하면 합당 여부를 결정할 것이다. “대통령 있는데 당대표가 어떻게 의사 관철?” “장동혁은 대권 욕심 갖고 계속 변화할 것”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이 이끌던 국민의당과 혁신당은 총선을 치르면서 호남에서 선전해 존재감을 드러냈다. 내년 지방선거에서 호남 민심이 어떤 선택을 할 거라고 보나? ▲두고 봐야 안다. 호남 민심은 제19대 대선에선 안 의원이 아니라 문재인 전 대통령을 선택했다. 호남 유권자들은 상당히 전략적으로 투표한다. 그들은 정권 재창출이 가능한 후보에게 표를 몰아준다. 그러니 선거를 치러봐야 알 수 있다. 지금은 뭐라고 얘기하기 어렵다. -장 대표가 취임하자, 강경 보수 유튜버들은 “군소 보수 정당에 지방자치단체장 30석을 내놓으라”고 요구하고 있다. “국민의힘과 강경 보수 유튜버들이 너무 밀착한다”는 일각의 주장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는가? ▲국민의힘이 계속 지금과 같은 자세를 유지하면, 희망이 별로 보이지 않는다. 국민의힘은 지난해 12월 비상계엄 사태와 윤석열 전 대통령 파면 이후 우리 정치 지형이 어떻게 변하고 있는지 냉철하게 분석해야 한다. 변화가 있어야 국민의 지지를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요즘처럼 강경 보수로 회귀하면, 희망이 있다고 보이진 않는다. -장 대표는 강경 보수와의 밀착과 중도층 공략 사이에서 계속 의견이 바뀐다. ▲장 대표에게도 정치적 목표가 있을 텐데 그는 목표 달성을 위해 많은 변화를 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 강경 보수의 지원을 받아 당 대표가 됐지만, 자신의 정치적 지향점을 어떻게 결정할지 잘 생각해 봐야 한다. 만약 “지나치게 강경 보수와 밀착하면 안 된다”고 생각하면, 어느 정도는 그들과 선을 그을 필요가 있다. 하지만 선을 긋는 데 한계가 있을 것이다. 이를 극복하지 못하면, 그에게는 크게 정치적 기대를 하기 힘들다고 본다.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는 “장 대표가 용꿈을 꾸고 있다”고 평가한다. ▲장 대표도 어차피 당 대표가 됐으니, 대권 욕심을 가질 것이다. 정치인은 언제나 시대 변화에 적응해야 한다. 장 대표 스스로 “변화하는 능력이 있다”고 생각한다면, 계속 많이 변할 것이다.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는 장 대표가 당선되면서 위상이 많이 훼손됐다. 비상계엄 사태 이후 한 전 대표의 행보를 어떻게 평가하는가? ▲국민의힘 당원들은 상당한 분노에 차 있었기 때문에 갑자기 강경해졌다. 세월이 흘러 당원들이 당을 위해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 알게 되면, 또 변할 수도 있다. 지금 상황만으로 판단하기엔 굉장히 이르다. 한 전 대표가 당시 여당 대표로서 비상계엄 선포 직후 반대 의견을 밝히면서 윤 전 대통령 탄핵소추에 찬성한 것은 굉장히 용기 있는 행동이라고 생각한다. 그가 앞으로 어떻게 정치적으로 발전할지는 아직 모르겠다. 그래도 국민의힘에선 가장 올바른 판단을 했다고 본다. -장 대표가 한 전 대표에 대한 강경한 태도를 바꾸지 않고 있다. ▲장 대표로선 당연히 한 전 대표를 국민의힘에서 쫓아내고 싶을 것이다. 그런데 쫓아낼 수 있겠는가? 어떻게 쫓아내겠나? 오늘의 장 대표는 한 전 대표 덕분에 존재하는 것이다. -이 대표는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 오세훈 서울시장 등과 지방선거에서 연대할 가능성을 내비친다. ▲뻔한 사람들끼리 하는 거라서 큰 효과가 있을 것 같진 않다. 모두 국민의힘 사람이거나 국민의힘 출신인데 특별한 효과가 있겠는가? -진영 간 대결 구도가 성별·세대 갈등 구도로 번졌다. 정치권 원로로서 어떻게 생각하는가? ▲그건 어쩔 수 없는 것이다. 시대·사회·경제 구조가 변하고, 새 기술이 도입되면 의견이 분분할 수밖에 없다. 국민 사이에 형성되는 ‘그룹’을 조화시킬 수 있는 정치적 능력이 필요하다. 이런 능력이 없는 사람은 정치적으로 성공할 수 없다. “이준석·안철수·오세훈? 뻔한 사람들” “국힘, 강경 보수로? 희망 보이지 않아” -일부 정치인은 갈등을 이용해 정치적 영향력을 확대하면서 후원금을 벌고 있다. ▲큰 도움이 되진 않을 것이다. 갈등을 전체적으로 포괄한 후 최대공약수를 찾아 정치해야 한다. -과거 정치와 현재 정치의 가장 큰 변화와 차이점은? ▲못 살던 시절엔 먹고사는 게 가장 중요해서 경제가 가장 큰 영향을 미쳤다. 그런데 먹고사는 문제가 어느 정도 해결된 지금은 국민의 의식 구조가 과거와 다르다. 이 시대의 젊은 세대는 우리 국민 중 성숙도가 가장 높다. 정보를 활용할 수 있는 능력도 가장 좋다. 이들은 공정하지 못하고, 불평등하며, 민주적이지 않은 것에 크게 저항한다. 세대별로 약간의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다. 누군가는 이를 두고 “극우화됐다”고 하지만, 그렇게 생각하면 안 된다. -4050 남성이 2030 남성에게 가장 불만을 품는 부분은 “너희는 왜 국민의힘을 지지하면서 보수화되느냐”는 것이다. ▲2030 남성은 국민의힘을 지지하는 게 아니다. 최근 국민의힘은 장외 집회를 하고 있는데, 이들은 이런 걸 별로 좋아하지 않을 것이다. 이들은 너무 소란을 피우는 것 자체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흔히들 “장 자크 루소가 얘기하는 계몽주의가 프랑스 대혁명을 낳았다”고 한다. 그런데 그 계몽주의가 뭔가? 성숙지 못한 국민을 성숙하게 만들어서 사회를 변화시킨다는 것이다. 우리 국민의 성숙도는 매우 높아졌다. 이 때문에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도 실패했다. 국민의 의식 수준이 높아지면, 정치가 이를 따라가야 하는데, 접근을 제대로 못하고 있다. -정계의 킹메이커로 알려졌다. 대통령의 가장 중요한 덕목은 무엇인가? ▲대통령은 정직해야 한다. 시대 변화에 민감하게 적응할 수 있어야 한다. 우리 대통령들이 모두 실패한 원인은 너무 탐욕스러웠고, 시대 변화를 제대로 못 따라갔다는 것이었다. -최근 한국 정치·사회에서 작게나마 희망을 봤거나 “아직은 희망이 있다”고 생각하거나 그 반대가 된 일이 있다면? ▲우리나라의 제일 시급한 과제는 아주 극단적인 양극화 현상이다. 이를 완화하지 않으면, 한국 정치는 국민통합을 이룰 수 없다. 우리는 초고령화 사회로 가고 있고, 출산율은 매우 낮다. 경제의 역동성이 거의 없어지고 있다. 정치인이 말로만 소통·통합을 외친들 아무 소용이 없다. -추석 연휴를 앞둔 <일요시사> 독자에게 남길 덕담 한마디가 있다면? ▲대통령을 선출하는 기준이 여론조사에 휩쓸리는 식으로 정해지면, 문제가 복잡해진다. 윤 전 대통령도 그렇게 대통령에 당선됐다. 오랫동안 검사였던 사람이 지도자가 된 사례가 세계적으로 별로 없다. 이들은 남의 부정적인 측면만 따지는 사람들이다. 그래서 창의적·긍정적 역할을 하기 힘든 사람들이다. 제가 그를 호의적으로 봤던 것도 큰 잘못이었다. 당시 국민의힘엔 대통령감이 없었다. 그래서 저는 윤 전 대통령의 여론조사 지지율이 높은 것을 일컬어 “별의 순간을 잡았다”고 말했다. 결국 윤 전 대통령은 제가 우려했던 행동을 했다. 저는 이승만 전 대통령 외엔 모든 대통령을 만나봤다. 직접 자문도 했고, 대통령 선거에 참여한 적도 있다. 이 경험을 토대로 <왜 대통령은 실패하는가>라는 책도 출간했다. 이들이 실패한 원인은 초심을 관철하지 못했단 것이었다. 박근혜·윤석열 전 대통령이 파면된 이유를 생각해야 한다. 이미 우리나라에선 오래전에 보수·진보가 사라졌다. 지난 1997년 김대중 전 대통령이 당선됐던 제15대 대선도 보수·진보의 싸움이 아니었다. 모두 보수였다. 1980년대 운동권 출신들은 정치권에 진출한 후 스스로 대단한 진보를 자처했다. 그런데 이들은 진보의 뜻도 모른다. 이들은 정권을 네 번 잡을 동안 양극화 하나도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 이들이 무슨 진보 정권인가? 국민이 정치 상황을 냉철하게 관찰하시고 올바른 선택을 하는 자세를 갖추셔야 한다. 대통령·국회의원도 결국 국민이 선출한다는 사실을 잊지 마시길 바란다. <ctzxp@ilyosisa.co.kr>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