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통보안’ 대통령경호처의 비밀

  • 최현목 기자 chm@ilyosisa.co.kr
  • 등록 2018.04.16 10:49:47
  • 호수 1162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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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도 경호받는 박근혜

[일요시사 정치팀] 최현목 기자 = 고 김대중 전 대통령의 부인 이희호 여사에 대한 경호 연장 건으로 대통령경호처(이하 경호처)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경호처는 전현직 대통령과 그 가족을 경호하는 중앙행정기관이다. 탄핵된 박근혜 전 대통령도 예외가 아니다. <일요시사>는 이 여사에 대한 경호 연장 건을 포함해 독자들이 궁금해할 경호처의 업무들을 추려봤다.
 

경호처는 2017년 7월 문재인 대통령이 기존 대통령경호실을 개편해 현재의 명칭에 이르렀다. 개편 당시 장관급 실장이 차관급 처장으로 하향 조정되면서 예전보다 힘이 약해졌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경호처의 경호업무 대상은 ▲대통령과 그 가족 ▲대통령 당선인과 그 가족 ▲퇴임 후 10년 이내의 전직 대통령과 그 배우자 ▲대통령권한대행과 그 배우자 ▲대한민국을 방문하는 외국의 국가 원수 또는 행정수반과 그 배우자 ▲그 밖에 경호가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국내외 요인 등이다.

2027년까지
박근혜 경호

경호처는 ‘대통령 등의 경호에 관한 법률’에 의거해 2027년 3월9일까지 박근혜 전 대통령을 경호한다. 박 전 대통령의 신변안전과 재산보호를 위한 경호다.

‘전직 대통령의 예우에 관한 법률’을 보면 탄핵된 대통령이라도 필요한 기간의 경호를 받을 수 있다. 

경호를 계속 지속하는 이유는 전직 대통령을 위해서 경호할 목적보다 전직 대통령이 적성단체·적성국(적으로 간주될 수 있거나 전쟁 법규상 공격·파괴·포획 따위의 가해행위를 할 수 있는 범위에 드는 단체 및 국가)에 납치돼 국익에 손해가 되는 일이 발생할 소지를 막기 위해서다. 


또 전직 대통령에게 원한을 품은 국내 민간인이나 단체로부터 암살의 우려를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대한민국 헌법에 명시된 최소한의 기본권을 보장하기 위함이기도 하다.

박 전 대통령이 받는 경호가 여타 다른 전직 대통령이 받는 경호와 다른 점은 기간이다. 현행 대통령 등의 경호에 관한 법률은 전직 대통령과 배우자에 대해 경호처가 퇴임 후 10년에 본인이 원할 시 추가로 5년을 더 경호하도록 하는 ‘10+5’다.
 

그러나 탄핵된 박 전 대통령의 경우 탄핵심판 선고일로부터 5년에 추가로 5년이 더해지는 ‘5+5’로 그 기간이 여타 대통령 및 배우자에 비해 5년이 적다. 박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 선고일은 2017년 3월10일, 이 때문에 2027년 3월9일까지 경호처서 경호가 이뤄진다.

박 전 대통령 경호에 소요되는 예산은 경호처에 배정된 전체 예산서 집행된다. 경호처 관계자는 “(별도로 예산이 책정된 것이 아닌)전체 예산 중에서 박 전 대통령에 대한 경호가 차지하는 부분이 있다. 인원과 장비에 예산이 들어간다”고 설명했다.

경호기간 연장
박근혜도 해당

현재 박 전 대통령은 구속된 상태다. 앞서 지난 6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부장판사 김세윤)는 박 전 대통령에게 징역 24년과 벌금 180억원을 선고했다. 박 전 대통령의 신변은 법원과 교정당국에 넘어가 있는 상태. 그렇다면 경호는 실질적으로 어떻게 이뤄지고 있는 것일까.

경호처 관계자는 “구체적인 말씀을 드릴 순 없다”면서도 “현재 신변 안전에 대해서는 법원과 교정당국서 하고 있어 (경호처가)지속적인 임무를 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신변은 교정당국서 맡고 있지만, 거기에 따르는 신변안전에 대한 부대업무들이 있다. 이에 대해선 자세히 말씀드릴 수 없다. 그런 부대업무들을 경호처서 하고 있다”고 답했다.


경호 기간에 대해서는 “현행법에 따라 2027년에 (경호가)종료되는 게 맞다. (박 전 대통령이)교정당국에 수용돼있다고 해서 시간을 정지시키는 게 아닌 수용된 날까지 기간에 포함해 법이 정하는 날짜에 정확히 종료된다”고 언급했다.

그러나 변수는 존재한다. 최근 여야가 뜨거운 공방을 벌였던 ‘대통령 등의 경호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면 박 전 대통령에 대한 경호 만료일은 2027년 3월9일서 5년이 추가된 2032년 3월9일까지가 된다. 

박 전 대통령뿐만 아니라 이희호 여사, 권양숙 여사, 이명박 전 대통령 등에 대한 경호 기간이 모두 5년씩 늘어난다.
 

이 때문에 일부 법학자들 사이에선 탄핵된 대통령에 대한 경호 기간 문제를 특별법으로 따로 제정해 관리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모 대학 법학과 교수는 “탄핵된 대통령에 대해서는 특별법으로 경호 기간 연장을 막거나 다른 전직 대통령과 다르게 적용되도록 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며 “헌법서 말하는 탄핵 소추 요건은 대통령이 그 직무 집행에 있어 헌법이나 법률을 위배한 때라고 규정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즉 대통령이 자신의 위치를 이용해 엄중한 범죄를 저질렀을 때 탄핵된다. 현행법서 규정하는 대통령 경호 기간보다 교정당국서 보내는 기간이 더 길 수밖에 없다”며 “이 때문에 (탄핵된 대통령과 관련해서는 현행법의)실효성이 크게 떨어진다. 경호처가 아닌 경찰이 탄핵된 대통령에 대한 경호를 맡는 것도 한 가지 방법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탄핵된 대통령도 ‘5+5’ 경호
이희호 경호 연장·박통도 해당

문재인정부는 지난해 10월20일 대통령 등의 경호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안을 발의했다. 물론 올해 2월24일로 경호처 경호가 종료되는 이희호 여사에 대한 경호업무 기간을 연장하기 위함이었다. 대통령 등의 경호에 관한 법률에 의해 경호 기간이 만료되면 경호업무는 경호처서 경찰로 이관된다.

개정안이 발의될 당시 경호처는 경호기간 연장의 필요성에 대해 두 가지 이유를 들었다. ▲사생활 보호 차원서 경호기관 변경에 따른 불편을 사전에 방지 ▲경찰로 이관시 예산 및 담당기구의 준비, 경호 유관기관과의 협조 등에 애로사항 발생이 그것이다.

이러한 이유에도 불구하고 해당 법률 개정안은 이 여사의 경호가 종료되는 지난 2월24일까지 국회를 통과하지 못했다. 

바로 자유한국당(이하 한국당)이 천안함 폭침의 주범으로 지목한 김영철 북한 노동당 중앙위원회 부위원장의 평창 동계올림픽 폐회식 참석과 관련해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의 출석을 요구, 국회 운영위원회(이하 운영위)가 파행을 맞았기 때문이다. 경호처의 소관 상임위가 바로 운영위다.

김성태 VS 임종석
발목 잡힌 개정안


이 여사 경호 종료일을 하루 앞둔 지난 2월23일, 운영위는 경호 연장을 골자로 한 대통령 등의 경호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안을 통과시키기 위해 임시회를 열었다. 당시 임시회 현장에는 이상붕 경호처 차장이 참석해 개정안 통과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러나 운영위원장인 김성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돌연 임 비서실장의 출석을 요구하고 나섰다. 

그는 “김영철 참석에 따른 엄청난 국민적 관심이 집중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소관 상임위에서 임 비서실장을 부르지 않는다는 것은 국회가 국민들을 위해서 할 도리가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임 비서실장은 오늘(지난 2월23일) 오후 4시에 운영위에 출석해 주실 것을 공식적으로 요청한다. 그 부분은 위원장으로서 판단한다”고 선언했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소속 운영위원들은 극렬한 반응을 보였다. 민주당 간사인 박홍근 원내수석부대표는 “간사 간 합의도 없는데 (위원장)마음대로 하시면 되느냐”고 따졌다. 다른 민주당 의원들은 “국정 농단을 못하니 상임위 농단을 하고 있다”고 맞섰다. 

회의장은 단숨에 아수라장이 됐다. 참석한 이상붕 경호처 차장은 경호 연장과 관련해 한마디도 하지 못한 채 돌아가야만 했다.

한 달여가 지나 해당 개정안은 우여곡절 끝에 운영위를 통과했다. 그러나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이하 법사위)서 다시 한 번 발목이 잡혔다. 법사위원인 김진태 자유한국당 의원은 지난 2일 경호처에 이희호 여사에 대한 경호를 중단할 것을 요구했다.


김 의원은 당일 입장문을 통해 “이 여사에 대한 경호처의 경호는 지난 2월24일로 종료됐다”며 “경호를 즉시 중단하고 경찰청에 이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개정안이 국회에 계류 중이나 경호를 계속할 근거는 될 수 없다”며 “4일까지 이 여사에 대한 경호를 중단하고 결과를 알려달라”고 밝했다. 

그는 “불응할 경우 형법상 직권남용과 대통령 등의 경호에 관한 법률 위반으로 형사 고발할 것”이라고 엄포를 놓기도 했다.

법학자들 “특별법 제정 필요”
한국당 형평성 지적 “손명순은?”

이에 경호처는 개정안의 국회 부결에 대비해 경찰에 인수인계 절차를 밟고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동시에 법제처에 이 여사에 대한 경호업무를 지속할 수 있는지에 대한 유권해석을 요청했다.

이 여사에 대한 경호 연장 건이 난상토론으로 이어지자 문재인 대통령이 직접 나섰다. 문 대통령은 지난 5일 경호처의 이 여사 경호와 관련해 “국회서 관련법 개정이 이뤄지기 전까지 대통령 등의 경호에 관한 법률 제4조 1항6호에 따라 이 여사를 경호할 수 있다고 본다”고 해석했다. 

제4조 1항6호에 따르면 경호처장이 그 밖에 경호가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국내외 요인이 있으면 경호처서 해당 인물을 경호대상으로 규정할 수 있는 점을 거론한 것이다. 문 대통령의 이 같은 입장표명은 국회가 이 여사 경호 연장과 관련한 법안을 조속히 통과시킬 것을 촉구하려는 의도로 읽힌다.
 

경호 연장 건은 문 대통령에 대한 공세로 비화됐다. 김진태 한국당 의원은 “경호처서 웬일로 순순히 이 여사 경호를 경찰로 이관하나 했더니 문 대통령이 제동을 걸었다”며 “지금 정부는 법 해석도 다 대통령이 직접 하나보다”라고 비판했다.

같은 당 김 원내대표는 “현행법상 경호처장이 인정하는 국내 요인은 경호처가 경호할 수 있지만 김영삼 전 대통령의 미망인 손명순 여사는 경호처 경호 기간이 끝나 경찰 경호를 받고 있다”며 “손 여사에 대해서는 경호처 경호가 필요하지 않다고 판단해 경찰이 경호하고 있나”라고 형평성에 이의를 제기했다. 

현재 경호처의 경호 대상은 고 김대중 전 대통령의 부인 이 여사와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부인 권양숙 여사, 이명박 전 대통령, 박근혜 전 대통령이다. 반면 손 여사의 경호는 지난 2010년 개정 전 대통령 등의 경호에 관한 법률에 따라 고 김영삼 전 대통령이 퇴임한 지 7년이 지난 2005년 2월 경호처의 전신인 대통령경호실서 경찰청으로 이관됐다.

청와대는 즉각 한국당 측의 형평성 지적에 반박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기자들과 만난 자리서 “두 분(이희호 여사, 손명순 여사)간 차별이 있는 것이 아니라 그 당시 시기상의 문제”라며 “손 여사는 안 해드리고, 이 여사는 해드린다는 표현이 있는데 이는 사실과 다르다”고 말했다. 

커지는 불씨
양보 없는 여야

청와대 해명에도 불구하고 한국당은 이 여사 경호 연장 건에 대해 지속적인 공세를 이어가고 있다. 한국당 일각에선 “문재인정부와 민주당이 오는 6·13지방선거서 김대중정권 지지자들의 표심을 얻기 위해 유권해석까지 해가며 이 여사 경호를 경호처서 하도록 하고 있다”고 비난한다. 이러한 여야의 공방은 향후 개정안이 상정되는 국회 본회의장서 절정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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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또다시 나타난 그때 그 사기꾼’ 케이삼흥은 왜 서울시 팔았나

[단독] ‘또다시 나타난 그때 그 사기꾼’ 케이삼흥은 왜 서울시 팔았나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케이삼흥 사태가 대국민 사기극으로 번질 조짐을 보이고 있다. 피해자가 최소 1000여명, 피해액은 수천억원에 이르는 등 실체가 드러날수록 피해가 눈덩이처럼 커지는 상황이다. 피해자들은 무엇에 홀려 돈을 넣었을까? 무엇이 그들에게 절대적인 믿음을 안겨줬을까? “징조도 없었어요. 2월까지는 돈이 잘 들어왔거든요. 3월25일하고 27일에 원금하고 배당금이 안 들어오면서 난리가 난 거죠.” <일요시사>와 연락이 닿은 한 케이삼흥 투자 피해자는 여전히 정신이 없는 듯했다. 이 피해자는 가족과 지인에게도 투자를 권유했다고 한다. 현재 원망 그 이상의 감정을 받고 있다고 토로했다. 2월까진 괜찮았다 최근 케이삼흥 사태가 일파만파로 번지고 있다. 2021년 설립된 부동산 투자플랫폼업체 케이삼흥은 월 최소 2% 수익을 보장하겠다며 투자자를 끌어모았다. 연 단위로 따지면 24%의 고수익 투자상품인 셈이다. 피해자는 ‘정부’ ‘지방자치단체’ ‘공공기관’ 등의 말에 현혹된 것으로 보인다. 케이삼흥은 정부나 지방자치단체가 개발 예정인 토지를 매입한 뒤 개발사업이 확정되면 소유권을 넘겨 보상금을 받는 방식으로 수익을 만들 수 있다고 홍보했다. ‘토지 보상 투자’라는 용어가 나왔다. 직급에 따라 수익금을 차등 지급하는 다단계 방식으로 업체를 운영해 전형적인 ‘다단계금융 사기’라는 의혹도 제기됐다. 이번 사태서 의문이 제기된 부분은 횡령 등의 혐의로 복역한 경험이 있는 김현재 케이삼흥 회장이 어떻게 또다시 수천명에 이르는 투자자를 끌어모았는지다. 김 회장은 ‘기획부동산’의 창시자로 불린다. 토지를 싼 가격에 사들인 뒤 개발 호재 등이 있다고 소문내 이를 쪼개 파는 방식으로 사기를 저질렀다. 이 과정서 투자금 200억원을 횡령한 혐의 등으로 2006년 징역 3년형을 선고받았다. 20여년이 지난 2021년 김 회장은 ‘케이삼흥’이라는 회사를 만들었다. 서울 등 전국에 7개 지점을 둔 케이삼흥은 언론 광고 등 공격적인 마케팅을 통해 투자자를 모았다. 한 케이삼흥 직원에 따르면, 7개 지점서 일하는 직원은 300~350명가량이었다. 직원들은 이른바 가족·지인 영업을 통해 투자자를 모집했다. 월 2% 수익 약속에 수천명 투자 20년 전과 과정도 결과도 같다? 대부분의 직원은 중·장년층으로 인터넷 기사 등을 통해 공개된 김 회장의 과거를 잘 알지 못했던 것으로 보인다. 김 회장의 사기 전과를 알고 있던 피해자 역시 “원래 무죄였다”거나 전직 대통령을 거론하는 김 회장의 말솜씨에 넘어갔다고 한다. 훈장, 공적비, 기부 기사 등은 김 회장의 주장에 힘을 실었다. 따박따박 통장에 찍히는 배당금은 김 회장에 대한 신뢰를 굳건하게 만들었다. 투자금의 1.5~2%에 이르는 배당금이 매달 입금되고 계약에 따라 만기가 되면 원금이 들어오는 구조였다. 예를 들어 1000만원을 투자하고 3개월 만기로 계약을 맺었다면 1060만원을 돌려받게 되는 셈이다. 요즘 같은 저금리 시대에 파격적인 수준이었다. 김 회장은 본인의 사재를 털어 부족한 부분을 메꾸고 있다고 직원들에게 말한 것으로 전해진다. 그러면서 직원들에게 더 열심히 일하라고(투자자를 모집하라고) 했다는 것이다. 피해자들에 따르면, 김 회장은 자신의 재산이 1조원에 달한다고 주장했다. 수익이 나기 전까지 자신의 돈으로 원금과 배당금을 일부 주고 있다고 여러 차례 강조했다고 덧붙였다. 꾸준히 원금과 배당금을 받은 대부분의 피해자는 더 많은 돈을 재투자했다. 피해액이 천문학적인 수준으로 불어난 이유다. 하지만 ‘윗돌 빼서 아랫돌 괴는’ 방식의 사업구조는 자금 순환이 막히면서 결국 무너져 버렸다. 피해자는 지난 2월까지 원금과 배당금을 정상적으로 받았기에 케이삼흥 사태를 예측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피해자 중장년층↑ 하지만 경고음은 분명히 존재했다. 회계법인은 케이삼흥에 대해 ‘감사 의견 거절’을 냈다. 감사 의견 거절은 ▲감사인이 감사보고서를 만드는 데 필요한 증거를 얻지 못해 재무제표 전체에 대한 의견 표명이 불가능할 때 ▲기업의 존립에 의문이 들 때 ▲감사인의 독립성 결여 등으로 회계 감사가 불가능한 상황에 제시한다. 기업 내부 사정이 심상찮다는 소리다. 케이삼흥의 경우 ‘회계연도의 현금흐름표 및 재무제표에 대한 주석을 받지 못했다’가 감사 의견 거절의 근거가 됐다. 그럼에도 수많은 피해자는 김 회장을 철석같이 믿었다. 오히려 정관계 인사를 잘 안다는 김 회장의 말이 피해자의 투자심리를 부추겼다. 과거에도 김 회장은 기획부동산 사기로 검찰 조사를 받던 시기에 정관계 로비 의혹을 받은 바 있다. 당시 김 회장이 횡령한 돈 일부가 정치자금으로 흘러 들어갔다는 의혹이 제기된 것이다. 정치권 등의 유력인사를 언급해 투자자의 믿음을 사는 김 회장의 수법은 이번 케이삼흥 사태서도 반복된 것으로 보인다. 한 피해자는 “(김 회장이)정치인 인맥이 많다는 말을 하곤 했다”고 말했다. 다양한 통로로 정보를 얻는 젊은 층에 비해 정보에 어두운 중‧장년층은 김 회장이 주장하는 인맥에 신뢰를 보냈다. 사기 전과 있는데도… <일요시사> 취재에 따르면 김 회장은 서울시 고위공무원과의 친분도 주장했다. 강연 과정서 서울시 고위공무원의 직책을 언급하면서 그를 통해 협조 약속을 받았다는 주장을 펼쳤다. 이 과정서 토지나 주택 등을 관리하는 공공기관의 이름도 등장한다. 투자자에게 수익금에 대한 확신을 심어주려는 의도로 파악된다. 김 회장은 “작년에는 부동산 경기 자체가 불투명하니까 1년 동안 거의 안했어요. 착공 들어가려면 제일 먼저 하는 게 보상 업무잖아요. 올해 작년 것까지 합쳐서 하고 있어요. 사업계획 세워놓은 것은 차질이 없다고 하니까”라고 말한다. 그러면서 공공기관, 서울시 고위공무원 직책을 말하면서 “(서울시 고위공무원 직책이)그걸 관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 회장이 언급한 직책은 서울시서 주택, 재난안전 등을 관리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김 회장은 “(서울시 고위공무원을)만나서 사업이 진행되면 케이삼흥 것을 우선적으로 하겠다(는 약속을 받았다)”고 했다. 토지 보상을 하는 과정서 케이삼흥에 우선적으로 협조한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김 회장은 ‘주진입도로’ 등을 언급하면서 “2단계든, 3단계든 관계없이 케이삼흥 것을 먼저 협조해주겠다고 그 약속까지 제가 다 받아냈으니까. 하반기에 보상 나오는 것은 확실합니다”라고 강조했다. 강연에 참석한 투자자들은 중간중간 호응하다가 김 회장의 말이 끝나자 박수를 치면서 환호했다. 정치인 인맥·훈장 자랑 당사자는 “처음 들었다” 서울시 관계자는 사실 확인을 요청하는 <일요시사>에 “개인적인 부분에 대해서는 확인을 해줄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김 회장이 언급한 직책의 인물은 지난 8일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김현재라는 이름은 지금 처음 듣는다”고 전했다. 케이삼흥이라는 회사명도 이날 처음 들었다고 주장했다. 김 회장과는 사적 친분은 물론이고 전혀 관계가 없다는 말이다. 현재 케이삼흥 사태는 서울경찰청 금융범죄수사대서 수사하고 있다. 김 회장 등 케이삼흥 경영진은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특경법)과 유사수신행위 규제법 위반 등의 혐의를 받는다. 지금까지 파악된 피해자와 피해액은 최소 규모로 시간이 가면 더 늘어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직원으로 불린 모집책이 가족이나 지인 등을 상대로 투자를 권유한 경우가 많아 가정이 파탄난 사례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피해자 가운데 일부는 가족의 병원비 등을 투자금으로 넣은 경우도 있었다. 피해자들은 수사기관에 고소하거나 집회를 준비하는 등 개별적으로 대응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은 빠른 수사가 관건이라고 입을 모았다. 시간이 흐를수록 피해자가 받는 정신적 고통이 커지기 때문이다. 실제 케이삼흥 사태와 같은 대형 사건서 투자금을 돌려받지 못하거나 투자를 권유한 사람에게 독촉을 받던 피해자가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례를 심심찮게 볼 수 있다. 빠른 수사 피해 복구는? 한 피해자는 “가족과 지인 돈까지 다 끌어모아서 투자했다. 원금만이라도 제발 돌려받고 싶다. 가족과 지인들에게 얼굴을 들 수 없다”고 안타까워했다. 직원이면서 동시에 투자자인 이 피해자는 5억원 이상을 투자금으로 넣었다고 고백했다. 김 회장의 입장을 듣기 위해 문자메시지, 전화 등을 통해 연락을 취했지만 닿지 않았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