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벼랑 끝’ 홍준표 전략공천 히든카드

  • 최현목 기자 chm@ilyosisa.co.kr
  • 등록 2018.04.02 09:48:58
  • 호수 1160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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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시사 정치팀] 최현목 기자 = 자유한국당(이하 한국당) 전략공천 바람이 심상치 않다. 당 공천관리위원회(이하 공관위)는 최근 잇따라 인물을 선정해 발표하고 있다. 인재난을 겪고 있는 한국당 입장에서는 조금이라도 당선확률을 높일 수 있는 전략공천이 상수라는 계산이다. 그러나 전략공천 대상에서 제외된 예비후보들이 당의 결정에 반기를 드는 등 당은 점점 혼돈 속으로 빠지는 모습이다. 지난해 11월 전략공천보다 경선을 암시했던 홍준표 대표에 대한 원망의 목소리도 들려온다. 보다 못한 반홍준표계는 행동에 나섰다.
 

한국당 공관위는 최근 경기 수원·고양·용인·성남과 경남 창원 등 인구 100만명 내외의 대도시 5곳을 중점전략특별지역으로 선정하고, 이 지역 기초자치단체장 후보자를 전략공천 대상자로 결정했다. 수원시장 후보인 정미경 전 의원, 성남시장에 박정오 전 성남시부시장, 고양시장에 이동환 고양병 당협위원장, 용인시장에 정찬민 현 시장과 창원시장에 조진래 전 경남도 정무부지사가 그들이다.

속속 확정
지역선 부글

앞서 한국당은 비공개 최고위원회의를 열고 경기도지사 후보로 남경필 현 지사, 대전시장에 박성효 전 대전시장, 강원도지사에 정창수 전 국토해양부 1차관을 공천하기로 확정했다. 전희경 대변인은 직후 브리핑을 통해 “지역 현안에 대한 깊이 있는 이해와 지역 주민에 대한 애정, 여타 후보에 비해 월등한 경쟁력을 최우선으로 봤다”며 배경을 설명했다.

지난달 16일 한국당은 대대적인 광역단체장 전략공천을 단행한 바 있다. 비공개 최고위원회의를 통해 부산시장 후보로 서병수 현 시장, 인천시장에 유정복 현 시장, 울산시장에 김기현 현 시장, 충북도지사에 박경국 전 안전행정부 차관, 제주도지사에 김방훈 제주도당위원장을 공천하기로 했다.

전 대변인은 직후 브리핑을 통해 “중앙당 공관위가 광역단체장 공천 신청자 31명에 대한 면밀한 서류 심사와 집중 개별면접, 현지 여론 청취 등을 통해 5개 지역의 단수 후보자를 선정했고, 오늘 최고위를 거쳐 의결했다”고 말했다.
 

홍문표 사무총장은 “이번 심사서 가장 중요한 것은 대한민국을 자유민주주의 국가로 성장·발전시킬 자격이 있는가, 지방을 발전시킬 능력이 있는가, 시장경제를 통해 국민 행복시대를 열 자격이 있는 후보인가를 봤다”며 “‘미투(Me Too·나도 당했다)’와의 관계도 살펴봤고, 지역 여론까지 수렴해 심사했다”고 강조했다.

보궐선거 후보도 속속 결정되고 있다. 

한국당은 홍준표 대표의 최측근인 김대식 여의도연구원장을 부산 해운대을 당협위원장으로 선임했다. 김 원장은 지방선거와 함께 치러지는 부산 해운대을 보궐선거에 출마할 예정이라고 알려졌다. 

전 대변인은 선임 배경에 대해 “부산의 여론을 많이 청취했고, 부산 지역의 현안과 정치에 대해 깊은 이해가 있다는 점을 주요하게 봤다”고 전했다. 

김 원장 외에도 길환영 전 KBS 사장을 충남 천안갑 당협위원장으로, 배현진 전 MBC 앵커를 서울 송파을 당협위원장으로 선정했다. 두 사람은 해당 지역구에서 출마가 유력한 상황이다.

사실상 ‘전략공천’ 방침에 여타 후보들의 반발이 격화하고 있다. 안상수 현 창원시장은 당이 조진래 전 경남도 정무부지사를 전략공천하자 무소속 출마 가능성까지 제기하며 맞서고 있다.

측근들 줄줄이 공천 받아
이탈자 속출…항의 방문도

지난달 29일 안 시장은 긴급 기자회견문을 통해 “창원시장 공천이 전략공천 지역으로 선정되면서 시민과 당원의 지지도가 극히 낮은 꼴찌 수준의 당 대표 측근을 공천하려는 사천의 부정공천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공정하지 못한 과정으로 지역 연고도 없고 지지도 꼴찌 수준으로 적임자도 아닌 자에게 공천이 이루어진다면 이것은 창원시민과 창원·경남의 당원의 뜻을 배신하는 것”라이며 저 “역시 심각한 우려를 나타내며 승복할 수 없음을 밝힌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안 시장과 홍 대표의 악연은 정치권서 유명하다. 두 사람은 지난 2010년 한나라당 7·14 전당대회에서 맞붙었으며, 안 시장이 승리한 후에도 최고위원회의서 번번이 신경전을 벌였다. 

이 때문에 지역 정가에선 홍 대표가 안 시장을 배제하기 위해 조 전 부지사를 전략공천했다는 해석이 제기된다.
 

‘토사구팽’이라는 평가를 받는 사람도 있다. 한때 홍준표 대표의 측근으로 분류됐던 이종혁 전 최고위원은 부산시장 후보로 서병수 현 시장이 확정되자 무소속 출마를 강행하고 나섰다. 

그는 보도자료를 통해 “마시던 물에 침 뱉지는 않겠다”면서도 “다만 반시대적, 반개혁적 길을 걷다 망한 새누리당의 전철을 답습하는 한국당이 안타까울 뿐”이라며 무소속 출마를 선언했다.

친홍만 득시글
반홍 불만 고조

한국당이 서울과 충남, 경남을 전략공천 지역으로 선정함으로써 선거를 준비하던 기존의 예비후보들은 날벼락을 맞은 상황이다.

서울시장 공천을 신청한 김정기 전 중국 상하이 총영사는 한국당이 서울시장 공천을 발표하자 “1995년 서울시장 직선제 도입 후 한국당은 그 전신이 되는 당에서부터 자유경선의 원칙을 철저히 지켜왔는데 이를 홍 대표가 짓밟고 있다”며 “원래부터 전략공천 예정이었다면 서울시장 후보는 왜 공모했나. 정치 사기 아닌가”라고 쏘아붙였다.

충남도지사를 준비하던 정용선 전 충남지방경찰청장은 최근 국회 정론관서 기자회견을 열고 “인지도가 낮다는 이유로 정치 신인을 배제한 채 기존 정치인 중에서 전략 공천하겠다는 방침을 철회하고, 도민과 당원의 참된 민의를 묻는 민주적이고 합리적인 경선을 통해 후보를 결정해달라”고 중앙당에 요구했다.

앞서 한국당 당원 20여명도 홍문표 사무처장의 홍성지역 사무실을 찾아 “일방적으로 공천을 강행하면 당원들이 실망해 적극적인 선거운동에 나서지 않는 데 따른 후유증은 커질 것”이라며 “한국당의 새로운 변화와 도약을 바라는 일반 유권자들의 실망감도 상당할 것”이라고 항의, 정 전 청장에게 힘을 실어준 바 있다.

이는 당시 한국당이 충남도지사 후보로 이인제 전 최고위원을 전략공천하기로 가닥을 잡은 데 대한 반발이었다. 앞서 김태흠·성일종·이명수 의원 등 한국당 소속 충남지역 국회의원들과 그 지역 원외 당협위원장들은 이 전 최고위원의 출마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국회 정론관서 열기도 했다.

당적을 옮긴 사람도 있다. 충북도지사 출마를 염두에 두고 있던 신용한 전 대통령 직속 청년위원장은 박경국 전 안전행정부 차관의 전략공천이 사실상 확정되자 일찌감치 한국당을 탈당해 바른미래당으로 옮겼다.
 

홍 대표를 직접 저격하는 목소리도 제기된다. 경기도지사 후보로 공천 신청을 한 박종희 전 의원은 공천 면접 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서 “면접서 홍 대표가 당의 얼굴이기 때문에 위기라고 말했다”며 공개적으로 쓴소리를 했다.

탈당 러시
이대로 끝?

당내 반홍계 의원들의 불만도 더욱 높아지고 있다. 이주영·나경원·정우택·유기준 의원 등 한국당 중진 의원 일부는 지난달 29일 간담회를 갖고 홍 대표를 향해 쓴소리를 날렸다. 지난달 22일 첫 번째 간담회에 이어 재차 독선적 당 운영에 대한 변화를 요구한 것이다.

반홍계는 최근 홍 대표의 독선을 지켜보지만은 않겠다는 입장이다. 

앞서 첫 번째 간담회를 통해 ▲민주적 당 운영 ▲지지율을 높일 획기적 대책 제시 ▲진중한 언행 ▲인재영입 전력투구 등 네 가지 요구사항을 홍 대표에게 전달한 바 있다.

이들은 두 번째 간담회가 끝난 직후 홍 대표에게 앞서 요구했던 4가지 사항 외에 추가로 ▲품격있는 언행 ▲조기 선대위 구성 ▲당 싱크탱크인 여의도연구원의 외부 우파 경제학자 대거 영입 등 당 역량 극대화 방안 마련을 촉구했다.

이주영 의원은 두 번째 간담회 자리서 “(지난달 22일) 홍 대표에게 요구한 사항들에 대한 아무런 답이 없고 비난과 험담만 되돌아올 뿐이라 매우 착잡하다”며 “공천이 계속 진행되고 있는데 주요 지역에선 인재영입이 뜻대로 되지 않아 많은 걱정들이 있고 또 일부 지역에선 홍 대표의 사천이라는 논란도 제기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홍 대표는 계속 나만 따르라는 식으로 해서는 지방선거서 승리할 수 없다는 것이 우리 판단”이라며 “그래서 홍 대표 자신부터 모든 것을 내려놓고 지방선거에 임하는 결연한 각오를 밝혀주길 거듭 촉구한다”고 전했다.

정우택 의원은 홍 대표의 ‘막말’에 대해 “당대표가 이러니(막말을 하니) 당 대변인도 막말을 한다”며 “우리 중진들에게 평생 들어보지도 못한 ‘연탄가스’를 언급하는 것을 보고 당 대표의 품격있는 행동을 요구하는 게 허공의 메아리로 끝나는 게 아닌가 우려된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여러 사람들을 만나 이야기 들어보면 결국 결론적으로 하는 말은 당 대표 입조심 좀 시키라는 것이 대부분”이라고 지적했다.

유기준 의원은 홍 대표가 조기 전당대회를 열어 다시 대표직을 맡아 다음 총선까지 공천권을 행사하려는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했다. 

그는 “홍 대표가 전대를 위해 일단 대표직을 내놓겠다는 취지의 말을 하고 거기다 우리 중진들을 다음 총선 때 험지에 차출하겠다고 했는데 이것이야말로 그런 의미(다음 총선까지 공천권을 행사하려는 것)가 아니겠냐고 생각한다”고 언급했다.
 

이어 “당 최고위원회 3석이 공석인데 아직도 최고위를 선출하지 않는 게 조기 전대 위한 명분으로 삼으려는 것 아닌가 하는 강한 의구심이 든다”고 주장했다.

중진들 “사당화 심각하다”
당내 비판에 철퇴로 응수

나경원 의원은 최근 한국당 윤리위가 김정기 전 중국 상하이 총영사에 대해 제명을 결정한 일에 대해 깊은 유감을 표명했다. 

그는 “과연 이게 공당인가 싶다”며 “당 대표가 해야 할 일은 선당후사의 마음이어야 될 텐데 선사후당이 된 게 아닌가 싶어 매우 안타깝다”고 지적했다. 

앞서 김 전 총영사는 서울시장 후보 공천을 신청했으나 중앙당이 전략공천 방침을 정하자 “정치 사기 아니냐”라고 공개 비판한 바 있다.

홍 대표에 반발한 당원을 ‘해당행위’ 등 이유로 제명한 사례는 김 전 총영사가 세 번째다. 

한국당은 지난해 12월 홍 대표를 ‘후안무치’ ‘배은망덕’ 등으로 비난한 류여해 전 최고위원을 제명했고, 지난 1월 류 전 최고위원에 동조해 당 위신을 해쳤다는 이유로 정준길 전 대변인마저도 제명했다. 

정치권 일각에선 세 차례의 제명 조치가 홍 대표의 사당화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예라고 입을 모은다.

“원수지간이라 해도 이길 사람으로 공천하겠다.” 

홍 대표는 지난해 11월 국회 헌정기념관서 열린 한국당 정치대학원 19기 수료식서 지방선거 공천 기준에 대해 이같이 설명했다.
 

그는 “이번 지방선거를 치르면서 공천 매뉴얼을 만들고 대폭적인 물갈이 공천을 하게 될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생존하기 어렵다”며 “공천권자와 개인적 인연을 가지고 공천하면 당이 망한다. 지난 총선 때 ‘진박(진짜 친박근혜)’ 공천을 해서 국민이 얼마나 역겨움을 느꼈나”라고도 말했다.

홍 대표의 발언에 대해 정치권에선 곧바로 전략공천 확대를 시사했던 홍 대표가 경선에 중점을 둔 방식으로 방향을 선회한 것 아니냐는 해석을 내놨다. 

앞서 대구를 방문한 홍 대표는 지방선거 공천과 관련해 “전부 전략공천으로 할 생각은 추호도 없다”고도 말했었다. 

그간 “야당이 경선을 남발하면 통제가 안 된다”며 전략공천 확대를 강조해온 모습과는 확연히 대조를 보였다. 당시 출마를 저울질 중이던 한국당 내 인사들은 홍 대표의 이 같은 변화를 믿고 지방선거에 뛰어들었다.

확장 위한
거짓이었나?

경선을 암시하는 발언이 나왔던 자리는 정치대학원 수료식이었다. 여기에는 주로 지방선거 출마를 염두에 둔 인사들이 참여했었다. 당시 홍 대표의 발언은 ‘공천을 받고 싶다면 당의 외연을 넓히는 데 기여하라’는 메시지로도 읽히는 셈이다. 

실제 당시 홍 대표의 경선 암시로 일부 출마예정자들은 경선에 유리한 고지를 점하고자 책임당원 확보에 집중하거나 출판기념회를 개최하는 등 분주하게 움직인 바 있다. 결과적으로 홍 대표의 경선 암시는 지방선거 전 당의 세를 확장하기 위한 노림수였던 것으로 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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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POP 1위 하이브, 수사 리스크 타개책 있나?

K-POP 1위 하이브, 수사 리스크 타개책 있나?

[일요시사 취재1팀 ] 장지선 기자 = 국내 최대 연예기획사가 사면초가 상태에 빠졌다. 업계에서는 부동의 1위를 달리고 있지만 내부는 엉망진창이라는 풍문이 돌고 있다. 레이블 간의 갈등이 법정 공방으로 번졌고 주력 IP는 과거와 비교해 힘을 못 쓰는 모양새다. 연예계 ‘미다스의 손’으로 불리는 수장은 이 위기를 어떻게 타개하려는 걸까? 2024년 5월 엔터테인먼트 기업 하이브가 대기업집단으로 지정됐다. 공정거래위원회는 계열사 자산 총액과 자본 총액을 더한 자산이 5조원을 넘긴 곳을 대기업집단으로 지정한다. 2024년 3월 공개한 사업보고서 기준으로 하이브 자산 총계는 5조원을 넘었다. 당시 기준으로 재계 순위 85위에 올랐다. 빛 좋은 개살구? 대기업집단으로 지정되면 공정거래법상 기업의 의무가 늘어난다. 엄격한 법의 테두리 안으로 들어가게 되는 것이다. 동시에 상징성도 얻는다. 실제 하이브는 국내 엔터테인먼트 업계에서 최초로 대기업집단에 지정됐다. 국가 차원에서 하이브가 ‘업계 1위’로 인정받은 셈이다. 공정거래위원회는 “K팝의 세계화로 앨범, 공연, 콘텐츠 등이 주요 수익원인 엔터테인먼트 업계가 급격히 성장한 것이 반영됐다”고 지정 배경을 밝혔다. 하이브의 대기업집단 지정은 민희진 전 어도어 대표와의 갈등이 한창 불거질 무렵에 이뤄졌다. 앞서 2024년 4월 하이브는 그룹 뉴진스 등이 소속된 레이블 어도어를 이끌고 있던 민 전 대표가 경영권을 탈취하려 했다는 의혹을 제기하며 감사를 진행했다. 민 전 대표와 하이브 간 이른바 ‘민-하 대전’의 시작이었다. 이후 뉴진스, 다른 레이블까지 싸움에 뛰어들었다. 뉴진스는 자신들의 프로듀서는 민 전 대표라고 주장하면서 계약 해지를 요구했고 다른 레이블은 민 전 대표가 제기한 표절 의혹 등에 반발해 소를 제기했다. 민 전 대표와 하이브 간의 계약 문제도 송사로 번졌다. 그 사이 뉴진스는 쪼개졌고 멤버 1명은 계약 해지 후 피소됐다. 내부 문제 외에도 SM엔터테인먼트(이하 SM)의 경영권을 인수하는 과정에서 불거진 카카오와의 갈등도 현재 진행형이다. 카카오와 하이브는 ‘아이돌 명가’로 불리는 SM을 인수하기 위해 엄청난 출혈 경쟁을 벌였다. 인수전이 과열되면서 카카오가 주가를 조작했다는 의혹이 제기됐고 김범수 의장이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기소돼 구속됐다가 보석 석방되기도 했다. 1900억원대 부당이득 혐의 경찰 영장 청구, 검찰 반려 이 모든 과정이 진행되는 동안 방시혁 하이브 의장은 두문불출 상태였다. 미국에 머물다가 인터넷 방송 BJ ‘과즙세연(본명 인세연)’과 거리를 걷는 사진이 찍혀 입길에 오른 것을 제외하면 행보를 알기 어려웠다. 방 의장이 프로듀싱을 도맡아 온 방탄소년단(BTS)도 ‘군백기(군대+공백기)’ 상태였다. 하지만 BTS의 광화문 공연 이후 방 의장에 대한 언급이 늘었다. BTS는 멤버 전원이 군대에 다녀온 뒤 ‘완전체’ 첫 행보로 광화문 공연을 선택했다. 정부와 서울시가 하이브의 제안을 받아들이면서 성사된 공연은 각종 논란으로 이어졌다. 정부가 하이브에 특혜를 주고 있는 게 아니냐는 의심이 제기된 시점도 이때다. 지난달 21일 광화문 일대는 경찰 등에서 동원된 경비 인원으로 삼엄했다. 광화문 인근을 지나가는 사람들에 대한 대대적인 검문이 이뤄졌고 그 수위는 살벌했다. 공연과는 전혀 관계가 없어 보이는 이들도 검문 대상으로 지목됐고 결혼식 등 행사에 참석하기 위해 모인 사람도 어김없었다. 정부와 전폭적인 지원에도 BTS 공연을 위해 광화문에 모인 인파는 예상에 크게 미치지 못했다. 앞서 26만명이 몰릴 것으로 예상했지만 공연 직후 경찰은 4만명으로 추산했고 하이브는 10만여명으로 발표했다. 어떤 기준을 갖다 대도 예상치보다 적은 인원이 모이면서 공연 자체를 비판하는 목소리와 모두의 광장인 광화문을 사기업이 특정 시간대에 독점하는 게 맞느냐는 지적이 이어졌다. 회사 뒤에 숨어 있나 실제 BTS의 광화문 공연은 ‘관급 행사’를 방불케 하는 모습을 보였다. 공연 전 국무총리가 하이브를 방문했고 서울시는 공연 당일 경비를 위한 회의를 여러 번 진행했다. 물 샐 틈 하나 없는 경비 체제를 구축한다는 명분으로 안전 관리에만 경찰 6700여명 등 모두 1만5000명에 이르는 인력이 동원됐다. 이재명 대통령도 가세했다. 이 대통령은 공연 전에는 안전 관리를 당부하는 목소리를 냈고 공연 이후에도 호평을 남겼다. 이 대통령은 공연 이후인 지난달 24일 열린 국무회의에서 “이번 공연은 광화문 홍보를 넘어 대한민국 홍보에 결정적이었다”며 “기획을 잘 해서 잘 진행했다”고 평했다. 대통령까지 언급한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은 공교롭게도 방 의장에 대한 비판으로 튀었다. 방의장이 현재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는 점, 그 내용이 주식과 관련된 것이라 정부 정책에 반한다는 점 등이 화두가 됐다. 이 대통령은 ‘주가조작은 패가망신’이라면서 엄하게 처벌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바 있다. 방 의장은 하이브 IPO(기업 공개) 이전인 2019년 기존 투자자들에게 상장 계획이 지연될 것처럼 설명하는 등 기망행위를 통해 주식을 매수하고 이후 자신과 관련된 사모펀드가 설립한 특수목적법인(SPC)에 지분을 넘기는 방식으로 부당이득을 취한 혐의를 받는다. 경찰이 추산한 부당이득 액수는 1900억원에 이른다. 지난해 7월 이 대통령의 ‘주가조작은 패가망신’ 경고 이후 주식시장을 교란한 혐의를 받는 인사들에 대한 금융 당국의 제재가 강해졌다. 당시 지목당한 인물 가운데 한 명이 바로 방 의장이었다. 금융위원회 증권선물위원회는 지난해 7월16일 자본시장법상 부정거래 행위 금지 위반 혐의로 방 의장을 검찰에 고발했다. 경찰도 같은 혐의로 방 의장에 대한 수사에 착수했다. 미국 압박 경찰 발끈? 검․경의 중복 수사 우려까지 불거졌던 사안은 경찰이 내사에 착수한 2024년 말 이후 1년 반이 지나도록 어떤 결론에도 이르지 못했다. 경찰은 지난해 9월 방 의장을 처음 소환한 이후 같은 해 11월까지 총 5차례 조사했다. 이후 5개월간 추가 소환이나 신병 확보가 진행되지 않으면서 ‘늑장 수사’라는 비판이 일었다. 서울경찰청 금융범죄수사대는 지난 21일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방 의장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박정보 서울경찰청장은 구속영장 청구 하루 전인 지난 20일 정례 기자간담회에서 “방 의장 수사는 거의 마무리됐다”며 “법리를 검토 중이고 머지않은 시간 내에 종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고 다음 날 방 의장에 대한 신병 확보에 나선 것이다. 방 의장 측은 즉각 유감을 표명했다. 그의 변호인단은 “장기간 성실히 수사에 협조했음에도 구속영장이 신청된 것은 유감”이라며 “향후 법적 절차에도 충실히 임해 최선을 다해 소명할 것”이라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주한미국대사관의 압박에 영향을 받은 게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주한미국대사관은 최근 방 의장의 미국 방문과 관련해 출국 협조를 요청하는 서한을 경찰에 전달한 것으로 확인됐다. 서한에는 오는 7월4일 예정된 미국 독립기념일 250주년 행사 참석과 BTS의 월드투어 지원 필요성 등이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 방 의장은 출국금지 상태다. BTS 광화문 공연부터 특혜 의혹 솔솔 나와 주한미국대사관의 행보에 경찰 내부는 격앙된 상태인 것으로 전해졌다. BTS 콘서트나 독립 250주년 기념행사 등을 고리로 미국 측을 움직여 수사 편의를 우회 압박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 나왔다. 이번 사건의 공범으로 의심되는 인물이 지난해 미국으로 출국한 뒤 귀국하지 않는 상황이라 방 의장이 입을 맞추거나 도주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고, 경찰의 신병 확보 결정에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하이브는 국민 정서를 자극할 수 있는 ‘무리수’를 둘 이유가 없다는 입장이다. 오히려 주한미국대사관의 서한 발송이 당혹스럽다는 분위기다. 하이브 관계자는 “공식적으로 행사 참석을 요청받은 적도 없고 출국금지를 해제해 달라고 요청할 수도 없다”고 전했다. 구속 갈림길에 서 있던 방 의장은 검찰의 구속영장 반려로 한숨 돌리게 됐다. 서울남부지검 금융.증권범죄합동수사부는 지난 24일 방 의장에게 신청된 구속영장을 돌려보냈다. 검찰은 “현 단계에서 구속을 필요로 하는 사유 등에 대한 소명이 부족하다고 판단해 보완수사를 요구했다”고 밝혔다. 일단 구속 위기는 피했지만 방 의장의 사법 리스크가 다시 수면 위로 올라오면서 하이브의 최대 변수가 되는 모양새다. 하이브는 핵심 IP인 BTS 컴백으로 최대한 분위기를 띄워야 하는 상황에서 광화문 공연이 한 차례 논란이 된 데 이어 오너 리스크까지 덮쳤다. 무엇보다 방 의장이 하이브에 끼치는 영향이 절대적인 만큼 향후 상황에 따라 발생할 예측 불가능한 수준의 후폭풍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오너 리스크 K-팝도 영향 연예계 관계자 사이에서는 방 의장의 사법 리스크가 하이브를 넘어 K-팝 업계에 미칠 영향이 상당할 것이라는 분석도 제기된다. 우리나라 문화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는 K-팝의 이미지가 업계 1위 수장의 오너 리스크로 얼룩질 수 있다는 걱정이다. 방 의장은 이 위기를 어떻게 타개할까?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