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창올림픽 꿈꾸던 골프 선수들

스케이트 벗고 그린에 서다

지난달 25일 ‘2018 평창동계올림픽’이 17일간의 대장정을 마쳤다. 1988년 서울 하계올림픽 이후 대한민국에서 30년 만에 개최된 올림픽이어서 전 국민의 관심 속에서 치러졌다. 이색 경력의 선수들이 주목을 받았는데 바로 골프를 접하기 전에 동계 스포츠를 먼저 시작했던 선수들이다. 전직 동계 스포츠 선수 출신의 프로 골퍼들을 모아봤다.

KPGA투어에서 2승을 올린 김태훈(33)은 초등학교 시절 아이스하키를 먼저 접했다. 12세부터 2년간 아이스하키 선수로 활동하며 고향인 전북 전주시에서 유망 선수로 꼽히기도 했지만 중학교 진학 시점에 인근에 아이스하키부가 있는 중학교가 없어 아이스하키를 접을 수밖에 없었다.

인생의 전환점

김태훈은 “아이스하키에 한창 재미를 붙이던 시기여서 아이스하키를 그만두고 힘든 시간을 보내기도 했지만 지금 후회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아이스하키를 그만둔 김태훈에게 그의 큰아버지는 골프를 권했다. 김태훈이 14세 때였다. 김태훈의 큰아버지는 야구선수 출신으로 1980년대 해태 타이거즈(현 KIA 타이거즈) 돌풍을 이끌었던 김준환(63) 원광대 감독이다. 김준환씨는 “아이스하키를 하면서 기초 체력을 쌓은 덕분에 골프를 배울 때도 많은 도움이 됐다. 그리고 하키와 골프의 스윙 매커니즘이 굉장히 비슷해서 골프 습득이 빨랐던 것 같다”고 돌아봤다.

2013년 KPGA투어에 데뷔한 박준섭(26)은 7세 때 쇼트트랙을 먼저 시작했다. 쇼트트랙 서울시 대표 선수로도 활약한 박준섭은 “단거리보다 장거리에서 더 좋은 성적을 거뒀다. 집에 메달이 많은 걸로 봐서는 꽤 좋은 선수였던 것 같다”고 회상했다.


재능을 보이며 유망주로 성장하던 중 13세때 무릎을 다쳤고 그는 고민 끝에 스케이트를 벗었고 골프로 전향을 결심했다. 박준섭은 “시작할 때부터 골프가 굉장히 재미있었다. 그래서 보다 쉽게 적응할 수 있었다. 쇼트트랙을 통해 균형감과 하체 힘을 키울 수 있어 골프를 하는데도 많은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동계스포츠서 골프 과감히 전환
좌절된 꿈…새로운 골프 인생들

올 시즌 목표를 ‘우승’이라고 밝힌 박준섭은 현재 국내에서 체력 훈련과 스윙 교정으로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그는 “지난 시즌 아쉬운 대회가 많았고 더 신경 써야 할 부분이 많다고 느꼈다. 2018년에는 부족했던 부분을 갈고닦아서 훨씬 더 좋은 선수로 성장하고 싶다. 빠른 시일 내로 첫 승을 거두고 그에 걸맞은 겸손한 선수가 되고 싶다”라고 전했다.

지난해 KPGA챌린지투어 상금순위 2위에 오르며 4년 만에 KPGA투어에 모습을 보이는 김지우(28)는 7세 때부터 스케이트를 탔다. 초등학교 4학년 때부터는 매년 전국체전에서 메달을 목에 거는 등 각종 대회에서 우승한 횟수만 30번이 넘는다. 13세 때에는 스피드 스케이팅 주니어 국가대표에 선발될 정도로 미래가 유망한 선수였다. 스피드 스케이팅 스타들인 모태범, 이상화, 이승훈 등과 어렸을 때 5~6년 동안 함께 숙소 생활을 했기 때문에 각별한 사이라고 한다.

골프와의 인연은 2006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는 “당시는 스피드 스케이팅 선수 생명이 짧았다. 아시안게임 금메달리스트였던 선배가 10만원짜리 레슨 시장을 전전하는 것을 보고 놀라기도 했고 회의감이 들었다. 인라인 스케이트와 MTB 등 다른 운동을 고민하던 중 아버지의 권유로 골프채를 잡게 됐다”고 골프 선수로 전향한 배경을 설명했다.

골프가 처음부터 쉬었던 것은 아니다. 그는 “익사이팅한 스피드 스케이팅에서 절제된 동작과 상대적으로 정적인 골프로 전향한 후 적응하기 힘들었다. 사실 적응한 지도 불과 몇 년 되지 않는다. 하지만 골프가 재미있고 매일 또 다른 매력을 경험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나 역시 올림픽이 항상 목표였고 꿈이었다. 지금도 나가지 못하리라 생각하지 않는다. 골프가 하계올림픽 종목으로 다시 채택된 만큼 꼭 한 번 도전해보고 싶다”며 당찬 포부를 드러냈다.


태국에서 전지훈련 중인 그는 “안정된 경기 운영과 숏게임을 중심으로 연습 중이다. 오랜만에 KPGA투어에 복귀하는데 이 기회를 놓치지 않고 싶다. 시드 유지가 목표지만 더 나아가 우승까지 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며 힘주어 말했다.

유용하게 써먹는 하체 힘
다른 듯 닮은 매커니즘

2015년 KPGA투어 명출상(신인상) 수상자 이수민(25)은 골프 이전에 스키를 먼저 접했다. 강원도 평창이 고향인 이수민의 아버지 이정열(53)씨는 대한스키지도자연맹 이사로 있는 스키 선수 출신이다. 평창에서 스키샵도 운영하고 있다.

하지만 이수민은 아버지의 권유로 초등학교 4학년 때 스키에서 골프로 전향했다. 골프의 비전을 믿었고 이수민의 재능을 믿었기 때문이다. 이에 보답하듯 이수민은 골프에 재능을 보였다. 오랜 기간 국가대표를 지냈고 아마추어 신분으로 2013년 군산CC오픈에서 우승을 차지했다. 프로 대회에서 우승컵을 품에 안은 6번째 아마추어 선수가 됐다. 

2015년에는 프로로 군산CC오픈에서 정상에 올라 아마추어와 프로로 동일 대회에서 우승컵을 들어 올리는 진기록을 써냈다. 이수민은 2016년 유러피언투어 선전 인터내셔널에서 우승컵을 들어 올린 뒤 유럽 무대에서 활동하고 있다.

전향 배경 제각각

이수민은 “아버지께서 체력 훈련을 많이 시키셨다. 특히 하체 트레이닝을 많이 했는데 산을 많이 올랐고 용평 스키장 슬로프도 많이 뛰어다녔다. 스키도 하체가 중요하듯 골프도 하체가 견고해야 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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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전국 한의과대학교에는 ‘졸업준비위원회’가 존재한다. 말 그대로 졸업 준비를 위해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조직이다. 하지만 내부에서는 “명목상 자발적인 가입을 독려하는 듯하지만 실질적으로는 강제로 가입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졸업준비위원회(이하 졸준위)는 졸업앨범 촬영, 실습 준비, 학번 일정 조율, 학사 일정과 실습 공지, 단체 일정뿐 아니라 국가시험(이하 국시) 대비를 위한 각종 자료 배포를 하고 있다. 매 대학 한의대마다 졸준위는 거의 필수적인 조직이 됐다. 졸준위는 ‘전국한의과대학졸업준비협의체(이하 전졸협)’라는 상위 조직이 존재한다. 자료 독점 전졸협은 각 한의대 졸업준비위원장(이하 졸장)의 연합체로 구성돼있으며, 매년 국시 대비 자료집을 제작해 졸준위에 제공한다. 대표적으로 ‘의텐’ ‘의지’ ‘의맥’ ‘의련’ 등으로 불리는 자료집들이다. 실제 한의대 학생들에게는 ‘국시 준비의 필수 자료’로 통한다. 국시 100일 전에는 ‘의텐’만 보는 사람도 있을 정도다. 학생들 사이에서는 “졸준위가 없으면 국시 준비 자체가 어려워진다”는 말이 정설이다. 한의계 국시는 직전 1개년의 시험 문제만 공개되기 때문에 시험 대비가 어렵기 때문이다. 국시 문제는 오직 졸준위를 통해서만 5개년분 열람이 가능할뿐더러, 이 자료집은 공개자료가 아니라서 학생이 직접 구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사실상 전졸협이 자료들을 독점하고 있는 셈이다. 이 자료집을 얻을 수 있는 경로는 단 하나, 졸준위를 결성하는 것이다. 졸준위가 학생들의 투표로 결성되면 전졸협이 졸준위에 문제집을 제공한다. 이 체계는 오랫동안 유지돼왔고, 학생들도 졸준위를 통해 시험 자료를 제공 받는 것이 ‘관행’처럼 받아들여왔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반드시 결성돼야만 한다는 기조가 강하다. 학생들의 반대로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시 전졸협은 해당 학교에 문제를 제공하지 않기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은 모든 학생들의 가입 동의를 얻어야 가능하다. 졸준위 가입 여부는 실질적으로 선택이 아니다. 자료집은 전졸협을 통해서만 제공되기 때문에, 졸준위에 가입하지 않으면 불이익을 받는다는 인식이 학생들 사이에서 강하게 자리 잡았다. 학생들은 “문제를 얻기 위한 목적이 가장 크다”고 말한다.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경우 현실적으로 문제집을 받아볼 수 있는 마땅한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학생들의 해당 학년 학생들을 모두 가입시키는 것이 목적이다. 실제 한 대학교에서는 졸준위 결성을 위한 투표를 진행했는데 익명도 아닌 실명 투표로 진행됐다. 처음에는 익명으로 진행했지만 반대자가 나오자 실명 투표로 전환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는 반대 의견이 나오기 어렵다. 실명으로 투표가 진행되는 데다, 반대표를 던질 경우 이후 자료 배포·학년 일정에 불이익이 있을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 실명 투표로 진행 가입시 200만원 이상 납부 필수 문제는 이 졸준위 가입이 무료가 아니라는 점이다. 졸준위에 가입하면 졸업 준비 비용(이하 졸비) 명목으로 학생들에게 돈을 걷는데, 그 비용이 상당하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한 대학교의 졸비는 3차에 걸쳐 납부하도록 했는데 1차에 75만원, 2차에 80만원, 3차에 77만원 등 총 232만원 수준이었다. 이는 한 학기 등록금에 맞먹는 금액이다. 금액 산정 방식은 졸준위 가입 학생 수에 따라 결정되는데, 한 명이라도 빠지게 되면 나머지 인원의 비용 부담이 커지게 된다. 심지어 2명 이상 탈퇴하게 된다면 졸준위가 무산될 수도 있다. 이 모든 사안은 ‘졸장’의 주도 하에 움직인다. 졸장은 학년 전체를 대변하며 전졸협과 직접 소통하는 역할을 맡는다. 실제 졸장을 선발하는 과정에서 “한 명이라도 탈퇴하면 안 된다”는 취지의 발언이 오갔을 정도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졸준위가 결성되면 가입한 모든 학생들은 졸준위의 통제를 받는다.<일요시사>가 입수한 한 학교의 규칙문에 따르면 졸준위는 다음과 같은 규정을 두고 있었다. ▲출석 시간(8시49분59초까지 착석 등) ▲교수·레지던트에게 개인 연락 금지 ▲지각·결석 시 벌금 ▲회의·행사 참여 의무 ▲병결·생리 결 확인 절차 ▲전자기기 사용 제한 ▲비대면 수업 접속 규칙 ▲시험 기간 행동 규칙 ▲기출·족보 자료 관리 규정 등이다. 학생들이 이 규정을 어길 시 졸준위는 ‘벌금’을 부과해 통제하고 있었다. 금액도 적지 않았다. 규정 위반 시 벌금 2만원에서 50만원까지 부과할 수 있도록 정해져 있었다. 가장 논란이 되는 부분은 병결이다. 졸준위는 병결을 인정하기 위해 학생에게 진단서 제출을 요구하고, 그 내용(질병명·진료 소견·감염 여부 등)을 직접 열람해 판단했다. 제출 병원에 따라 병결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공지도 있었다. 한 병원의 진단서가 획일적이라는 이유에서였다. 단체가 학생의 개인 의료 정보를 열람해 병결 여부를 자체적으로 결정하는 방식은 학생들 사이에서 부담과 압박으로 작용했다. 질병이 있어도 벌금이 부과될 수 있고, 병결을 얻기 위한 절차가 학습보다 더 어렵다는 말도 나왔다. 규정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하면 졸준위는 대면 면담을 하는 방식으로 대응했다. 이 과정에서 3:1로 면담을 진행하는 등 학생이 위축될 수 있는 방식을 행하기도 했다. 전자기기 사용 불가 규칙 어기면 벌금도 이 같은 문제로 탈퇴자가 발생하기도 했다. 실제 A 대학 졸준위 전체 학번 회의에서 밝혀진 내용에 따르면 한 학생은 규정에 문제를 느껴 졸준위 측에 탈퇴를 의사를 밝혀왔다. 이 회의에서는 그간 탈퇴 의사를 밝힌 학생과의 카톡 대화 전문이 학생들에게 공개됐다. 공개된 카톡 내용에는 탈퇴 과정이 담겨있었는데 순탄하지 않았다. 졸준위 측은 탈퇴 의사를 즉각적으로 승인하지 않았고, 재고를 요청하거나 면담하는 방식으로 요청을 지연했다. 해당 학생이 다시 한번 탈퇴 의사를 명확히 밝힌 뒤에도, 졸장은 “만나서 얘기하자”며 받아주지 않았다. 심지어는 이 대화를 공개한 뒤 학우들에게 ‘졸준위에서 이탈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서약서를 받아내기도 했다. 졸준위 운영이 조직 이탈 자체를 문제로 판단하고, 이를 최소화하기 위해 압박을 가한 정황이 확인되는 대목이다. 해당 학우는 탈퇴 확인 및 권리 포기 동의서에 서명한 뒤에야 졸준위를 탈퇴할 수 있었다. 탈퇴 이후에도 갈등은 지속됐다. 목격자에 따르면 시험 기간 중, 강의실 앞을 지나던 탈퇴 학생은 졸준위 임원 두 명에게 “제보가 들어왔다”며 불려 세워졌다. 임원들은 이 학생이 학습 플랫폼 ‘퀴즐렛’을 사용한 점을 언급하며, 그 자료 안에 졸준위에서 배포한 기출문제가 포함돼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후, 졸준위에서는 퀴즐렛에 학교 시험 내용이 있다며 탈퇴자가 보지 못하도록 사용자를 색출하기도 했다. 한편, 전졸협은 10년 전 자체 제작한 문제집으로 논란된 적이 있다. 당시 한의사 국가고시 시험문제가 학생들 사이에서 사용되는 예상 문제집과 지나치게 유사하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시험이 끝난 직후 시험장 앞에서 수험생 60여명을 상대로 참고서와 문제집을 압수했고, 국가시험원까지 압수수색해 기출문제와 대조 작업에 들어갔다. 기형적 구조 문제가 된 교재는 ‘의맥’ ‘의련’ 등 졸준위 연합체인 전졸협이 제작·배포해 온 자료들이다. 학생들은 교재에 일련번호를 붙이고 신분증을 확인한 후 배포하는 등 통제된 방식으로 유통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제보자는 “학생들이 전졸협을 통해서만 기출문제를 구할 수 있는 구조는 기형적”이라며 “국가고시를 위해 몇백만원씩 돈을 받고 문제를 제공하는 건 문제를 사고파는 것”이라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