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PGA 데뷔전 우승' 고진영 활약상

떡잎부터 남달랐던 수퍼루키

미국 무대에서 한국 낭자들이 쓰는 역사는 넘사벽이다. 지난해 초청 선수로 출전한 KEB하나은행 챔피언십에서 우승해 LPGA 무대에 올해 데뷔한 고진영은 67년 만에 ‘신인 데뷔전 우승’이라는 대기록을 세우며 또 한 명의 강력한 한국 선수로 미국 무대에 자신을 각인시켰다.

지난달 18일 호주 애들레이드의 쿠용가 컨트리클럽(파72)에서 끝난 ISPS 한다 호주여자오픈에서 올해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무대에 데뷔한 고진영이 데뷔 첫해 첫 경기에서 우승하며 LPGA 사상 67년 만에 ‘신인 데뷔전 우승’이라는 대기록을 세웠다. 고진영은 올해 LPGA 투어에 진출하며‘1승’과‘신인왕’그리고‘영어 우승 인터뷰’ 세 가지를 목표로 잡았는데 그 목표 중 한 가지는 일찌감치 달성한 셈이다.

정상에 우뚝

고진영은 대회 최종일 4라운드에서 버디 5개, 보기 2개로 3언더파 69타를 기록해 합계 14언더파 274타로 최혜진(19·롯데)을 3타 차로 따돌리고 우승했다. 첫날부터 단독 선두에 나선 고진영은 끝내 한 번도 선두 자리를 내놓지 않는 ‘와이어 투 와이어’ 우승을 거뒀다.

고진영의 이번 우승은 1951년 베벌리 핸슨(이스턴오픈) 이후 67년 만에 나온 신인 데뷔전 우승이다. 이는 역대 최강의 신인왕이라는 박성현이나 전인지 그리고 LPGA투어 명예의 전당에 오른 전설의 박세리조차 이루지 못한 대기록이다.

이번 우승으로 고진영의 신인왕 수상에 대한 기대가 높아지고 있다. 한국은 1998년 박세리가 LPGA 투어에서 처음 신인상을 수상한 이래 2017년까지 11명의 신인상 수상자를 배출했다. 고진영이 이번 시즌 신인상 타이틀을 수상한다면 한국 선수로는 12번째 신인상 수상자이자 최근 3년(김세영-전인지-박성현) 동안 이어 온 한국 선수 신인상 수상 기록을 4년으로 늘리게 된다.


지난해 LPGA투어 KEB 하나은행 챔피언십에서 우승했을 때 미국 언론은 고진영에 대해 “2015년 브리티시여자오픈에서 준우승을 차지했고 US오픈에서도 15위에 오르는 등 LPGA투어에서 우승하고도 남을 기량을 이미 입증한 선수”라고 보도한 바 있다. 이번 호주여자오픈 우승은 고진영이 검증된 실력을 완벽하게 입증한 무대였다.

첫 출전 경기서 와이어 투 와이어 우승
검증되고 준비된 신인…초청선수로 각인

2013년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에 입회한 고진영은 2014년 KLPGA 1승(넵스 마스터피스), 2015년 KLPGA 3승(넥센 세인트나인 마스터스·교촌허니 오픈·초정탄산수 용평리조트 오픈), 2016년 KLPGA 3승(KG 이데일리 오픈·BMW 챔피언십 ·하이트진로 챔피언십), 2017년 KLPGA 2승(제주 삼다수 마스터스·BMW 챔피언십), LPGA 1승(KEB하나은행 챔피언십)을 기록하며 커리어를 쌓아왔다. KLPGA투어에서 4년 동안 10승을 올렸고 지난 2016년에는 대상까지 차지하는 등 정상급 실력을 갖췄다.

이미 검증되고 준비된 고진영이지만 LPGA 진출을 결심하는 것을 두고는 고민이 깊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국내에서 열린 LPGA투어 대회 우승으로 갑자기 LPGA투어 카드를 획득한 선수들이 대부분 LPGA투어 적응에 실패한 사실을 잘 알기 때문에 실패에 대한 두려움이 없지 않았다.

KEB하나은행 우승 직후 고진영은 자신의 롤모델인 선배 서희경에게 SOS를 청했다. 대선배이자 우상에게 청하는 도움이었다. 서희경이 고진영에게 한 조언은 단 두 마디였다. 먼저 “후회 없는 선택을 해라” 그리고 “지금 당장이 아닌 10년 후를 바라보는 선택을 해라”는 조언이었다.

서희경 역시 LPGA에서도 자신의 실력을 당당하게 보이며, 국내뿐만 아니라 세계의 골프팬들까지 사로잡았었기에 사실상 도전을 택하라는 조언이었다. 고진영은 이 조언을 받아들여 올해 LPGA무대에 서게 되었다.

LPGA투어 진출을 결심한 뒤 고진영은 철저한 준비에 착수했다. 정상급 선수라면 줄을 잇는 연말 행사와 미디어 노출을 피한 채 뉴질랜드로 날아가 한 달 동안 구슬땀을 흘렸다. 뉴질랜드 전지훈련 동안 중점을 둔 부분은 쇼트게임과 체력 강화였다.


정교한 아이언샷
철저했던 준비성 

드라이버와 아이언이 정확한 고진영은 100야드 이내 어프로치 샷에 정성을 기울였다. 또한 장거리 이동이 많고 출전 대회가 많은 LPGA투어 일정을 고려해 강한 체력이 필수라는 판단에서 웨이트 트레이닝을 통해 근력을 키웠다.

고진영이 LPGA투어 호주여자오픈에서 67년 만에 데뷔전 우승이라는 대기록을 세운 원동력에는 날카롭고 정확한 아이언 샷이 있었다. 고진영은 국내 무대에서 활동할 때부터 정확한 아이언 샷으로 유명했다. 지난 시즌 21개 대회에 출전해 78.99%의 그린적중률을 보여 2위에 올랐다. 

날카로운 아이언 샷은 호주여자오픈에서도 돋보였다. 대회 최종 4라운드에 나선 고진영은 이날 83.3%의 고감도 아이언 샷을 앞세워 3타를 더 줄였고, 합계 14언더파 274타로 우승했다. 2위 최혜진에게 1타 차로 쫓기던 9번홀에서는 핀에 가깝게 붙이는 절묘한 아이언 샷으로 추격에서 벗어났다. 가장 어렵게 세팅된 17번홀에서도 정확한 아이언 샷으로 2온에 성공해 우승의 발판을 만들었다.

또한 드라이버샷은 92.9%의 페어웨이 안착률을 보였다. 박성현이 평균 265.59야드를 날려 장타 부문 1위에 오른 것과 달리 고진영은 246.51야드로 29위였다. 그러나 페어웨이 안착률은 고진영이 5위(80.67%)로 124위(67.53%)에 머문 박성현을 압도했을 정도로 고진영의 드라이버샷은 정확하다.

호주여자오픈 드라이버샷 통계를 봐도 알 수 있다. 고진영은 2013년부터 4년 연속 ‘LPGA 페어웨이 안착률 1위’에 오르고 지난해에도 2위를 기록했던 모 마틴(미국)보다도 정확한 티샷을 날렸다.

1차 목표 달성

고진영은 이번 대회 기간 동안 드라이버거리 평균 250.13야드, 페어웨이 적중률 (52/56) 92.9  %, 그린 적중률 (61/72) 84.7%로 놀라울 정도의 정확한 샷을 뽐내며 흔들림 없는 경기력을 선보였다. 전지훈련을 통해 갈고 닦았던 기량을 유감없이 보여 준 셈이다. 

이번 시즌을 앞두고 LPGA 투어 1승과 신인상 수상이라는 목표를 잡은 고진영은 이번 대회 정상에 오르며 1차 목표를 달성했다. 또 신인상 포인트 150점을 받으며 신인상 경쟁에서도 한걸음 앞서나가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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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전국 한의과대학교에는 ‘졸업준비위원회’가 존재한다. 말 그대로 졸업 준비를 위해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조직이다. 하지만 내부에서는 “명목상 자발적인 가입을 독려하는 듯하지만 실질적으로는 강제로 가입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졸업준비위원회(이하 졸준위)는 졸업앨범 촬영, 실습 준비, 학번 일정 조율, 학사 일정과 실습 공지, 단체 일정뿐 아니라 국가시험(이하 국시) 대비를 위한 각종 자료 배포를 하고 있다. 매 대학 한의대마다 졸준위는 거의 필수적인 조직이 됐다. 졸준위는 ‘전국한의과대학졸업준비협의체(이하 전졸협)’라는 상위 조직이 존재한다. 자료 독점 전졸협은 각 한의대 졸업준비위원장(이하 졸장)의 연합체로 구성돼있으며, 매년 국시 대비 자료집을 제작해 졸준위에 제공한다. 대표적으로 ‘의텐’ ‘의지’ ‘의맥’ ‘의련’ 등으로 불리는 자료집들이다. 실제 한의대 학생들에게는 ‘국시 준비의 필수 자료’로 통한다. 국시 100일 전에는 ‘의텐’만 보는 사람도 있을 정도다. 학생들 사이에서는 “졸준위가 없으면 국시 준비 자체가 어려워진다”는 말이 정설이다. 한의계 국시는 직전 1개년의 시험 문제만 공개되기 때문에 시험 대비가 어렵기 때문이다. 국시 문제는 오직 졸준위를 통해서만 5개년분 열람이 가능할뿐더러, 이 자료집은 공개자료가 아니라서 학생이 직접 구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사실상 전졸협이 자료들을 독점하고 있는 셈이다. 이 자료집을 얻을 수 있는 경로는 단 하나, 졸준위를 결성하는 것이다. 졸준위가 학생들의 투표로 결성되면 전졸협이 졸준위에 문제집을 제공한다. 이 체계는 오랫동안 유지돼왔고, 학생들도 졸준위를 통해 시험 자료를 제공 받는 것이 ‘관행’처럼 받아들여왔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반드시 결성돼야만 한다는 기조가 강하다. 학생들의 반대로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시 전졸협은 해당 학교에 문제를 제공하지 않기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은 모든 학생들의 가입 동의를 얻어야 가능하다. 졸준위 가입 여부는 실질적으로 선택이 아니다. 자료집은 전졸협을 통해서만 제공되기 때문에, 졸준위에 가입하지 않으면 불이익을 받는다는 인식이 학생들 사이에서 강하게 자리 잡았다. 학생들은 “문제를 얻기 위한 목적이 가장 크다”고 말한다.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경우 현실적으로 문제집을 받아볼 수 있는 마땅한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학생들의 해당 학년 학생들을 모두 가입시키는 것이 목적이다. 실제 한 대학교에서는 졸준위 결성을 위한 투표를 진행했는데 익명도 아닌 실명 투표로 진행됐다. 처음에는 익명으로 진행했지만 반대자가 나오자 실명 투표로 전환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는 반대 의견이 나오기 어렵다. 실명으로 투표가 진행되는 데다, 반대표를 던질 경우 이후 자료 배포·학년 일정에 불이익이 있을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 실명 투표로 진행 가입시 200만원 이상 납부 필수 문제는 이 졸준위 가입이 무료가 아니라는 점이다. 졸준위에 가입하면 졸업 준비 비용(이하 졸비) 명목으로 학생들에게 돈을 걷는데, 그 비용이 상당하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한 대학교의 졸비는 3차에 걸쳐 납부하도록 했는데 1차에 75만원, 2차에 80만원, 3차에 77만원 등 총 232만원 수준이었다. 이는 한 학기 등록금에 맞먹는 금액이다. 금액 산정 방식은 졸준위 가입 학생 수에 따라 결정되는데, 한 명이라도 빠지게 되면 나머지 인원의 비용 부담이 커지게 된다. 심지어 2명 이상 탈퇴하게 된다면 졸준위가 무산될 수도 있다. 이 모든 사안은 ‘졸장’의 주도 하에 움직인다. 졸장은 학년 전체를 대변하며 전졸협과 직접 소통하는 역할을 맡는다. 실제 졸장을 선발하는 과정에서 “한 명이라도 탈퇴하면 안 된다”는 취지의 발언이 오갔을 정도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졸준위가 결성되면 가입한 모든 학생들은 졸준위의 통제를 받는다.<일요시사>가 입수한 한 학교의 규칙문에 따르면 졸준위는 다음과 같은 규정을 두고 있었다. ▲출석 시간(8시49분59초까지 착석 등) ▲교수·레지던트에게 개인 연락 금지 ▲지각·결석 시 벌금 ▲회의·행사 참여 의무 ▲병결·생리 결 확인 절차 ▲전자기기 사용 제한 ▲비대면 수업 접속 규칙 ▲시험 기간 행동 규칙 ▲기출·족보 자료 관리 규정 등이다. 학생들이 이 규정을 어길 시 졸준위는 ‘벌금’을 부과해 통제하고 있었다. 금액도 적지 않았다. 규정 위반 시 벌금 2만원에서 50만원까지 부과할 수 있도록 정해져 있었다. 가장 논란이 되는 부분은 병결이다. 졸준위는 병결을 인정하기 위해 학생에게 진단서 제출을 요구하고, 그 내용(질병명·진료 소견·감염 여부 등)을 직접 열람해 판단했다. 제출 병원에 따라 병결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공지도 있었다. 한 병원의 진단서가 획일적이라는 이유에서였다. 단체가 학생의 개인 의료 정보를 열람해 병결 여부를 자체적으로 결정하는 방식은 학생들 사이에서 부담과 압박으로 작용했다. 질병이 있어도 벌금이 부과될 수 있고, 병결을 얻기 위한 절차가 학습보다 더 어렵다는 말도 나왔다. 규정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하면 졸준위는 대면 면담을 하는 방식으로 대응했다. 이 과정에서 3:1로 면담을 진행하는 등 학생이 위축될 수 있는 방식을 행하기도 했다. 전자기기 사용 불가 규칙 어기면 벌금도 이 같은 문제로 탈퇴자가 발생하기도 했다. 실제 A 대학 졸준위 전체 학번 회의에서 밝혀진 내용에 따르면 한 학생은 규정에 문제를 느껴 졸준위 측에 탈퇴를 의사를 밝혀왔다. 이 회의에서는 그간 탈퇴 의사를 밝힌 학생과의 카톡 대화 전문이 학생들에게 공개됐다. 공개된 카톡 내용에는 탈퇴 과정이 담겨있었는데 순탄하지 않았다. 졸준위 측은 탈퇴 의사를 즉각적으로 승인하지 않았고, 재고를 요청하거나 면담하는 방식으로 요청을 지연했다. 해당 학생이 다시 한번 탈퇴 의사를 명확히 밝힌 뒤에도, 졸장은 “만나서 얘기하자”며 받아주지 않았다. 심지어는 이 대화를 공개한 뒤 학우들에게 ‘졸준위에서 이탈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서약서를 받아내기도 했다. 졸준위 운영이 조직 이탈 자체를 문제로 판단하고, 이를 최소화하기 위해 압박을 가한 정황이 확인되는 대목이다. 해당 학우는 탈퇴 확인 및 권리 포기 동의서에 서명한 뒤에야 졸준위를 탈퇴할 수 있었다. 탈퇴 이후에도 갈등은 지속됐다. 목격자에 따르면 시험 기간 중, 강의실 앞을 지나던 탈퇴 학생은 졸준위 임원 두 명에게 “제보가 들어왔다”며 불려 세워졌다. 임원들은 이 학생이 학습 플랫폼 ‘퀴즐렛’을 사용한 점을 언급하며, 그 자료 안에 졸준위에서 배포한 기출문제가 포함돼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후, 졸준위에서는 퀴즐렛에 학교 시험 내용이 있다며 탈퇴자가 보지 못하도록 사용자를 색출하기도 했다. 한편, 전졸협은 10년 전 자체 제작한 문제집으로 논란된 적이 있다. 당시 한의사 국가고시 시험문제가 학생들 사이에서 사용되는 예상 문제집과 지나치게 유사하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시험이 끝난 직후 시험장 앞에서 수험생 60여명을 상대로 참고서와 문제집을 압수했고, 국가시험원까지 압수수색해 기출문제와 대조 작업에 들어갔다. 기형적 구조 문제가 된 교재는 ‘의맥’ ‘의련’ 등 졸준위 연합체인 전졸협이 제작·배포해 온 자료들이다. 학생들은 교재에 일련번호를 붙이고 신분증을 확인한 후 배포하는 등 통제된 방식으로 유통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제보자는 “학생들이 전졸협을 통해서만 기출문제를 구할 수 있는 구조는 기형적”이라며 “국가고시를 위해 몇백만원씩 돈을 받고 문제를 제공하는 건 문제를 사고파는 것”이라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