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대북 프레임’ 전쟁 막전막후

  • 최현목 기자 chm@ilyosisa.co.kr
  • 등록 2018.03.05 10:13:34
  • 호수 1156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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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구한 날 치고받고…일은 언제하나

[일요시사 정치팀] 최현목 기자 = 엎치락뒤치락, 여야 정치권의 프레임 정쟁이 치열하다. 평창동계올림픽(이하 평창올림픽) 직전부터 이어지던 문재인정부 대북 외교에 대한 공방이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문정부의 성과를 칭찬하며 남북, 미북 대화의 교두보를 마련했다고 평가하는 반면, 자유한국당(이하 한국당)을 중심으로 한 보수야당은 김대중·노무현정부가 보였던 대북 퍼주기와 같다고 평가절하하고 있다. <일요시사>는 끝없이 이어지고 있는 여야 네거티브전을 살펴봤다.
 

평창올림픽이 끝났음에도 여야의 대결은 끝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앞서 평창올림픽 개막일인 지난달 9일에도 여야는 북한 대표단의 방남을 놓고 ‘평화올림픽’ 대 ‘평양올림픽’ 프레임을 내세우며 신경전을 벌인 바 있다.

평화 VS 평양
끝없는 프레임

문재인 대통령은 직접 평화올림픽을 언급했다. 강원도 용평 블리스힐스테이서 개최된 평창올림픽 개회식 사전 리셉션에 참석한 문 대통령은 “이제 몇 시간 뒤면 평창의 겨울이 눈부시게 깨어나고, 아름다운 개회식과 함께 우정과 평화가 시작된다”며 “평창올림픽이 ‘평화가 시작된 겨울올림픽’으로 기록되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여당은 즉각 화답했다. 민주당 우원식 원내대표는 같은 날 원내대책회의서 “정부와 여당은 국민의 하나 된 힘을 바탕으로 한 치의 소홀함 없이 대회 준비에 만전을 기해야 할 것”이라며 “어렵게 재개된 남북대화의 문을 활짝 열 수 있도록 평화 무대로 적극 활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같은 당 김태년 정책위의장은 “평창올림픽이 남북관계 개선과 한반도 평화로 이어지는 가교가 되도록 모두가 한마음으로 힘을 모았으면 한다”며 “올림픽의 최고 가치인 평화가 평창에서 실현되길 희망한다”고 전했다.

보수야당은 평양올림픽이라는 프레임을 개막 직전까지도 이어갔다. 

한국당 홍준표 대표는 개막식날 SNS에 “오늘 평양올림픽으로 둔갑한 우리의 평창올림픽이 개막하는 날”이라며 “개막식에 참가는 하지만 참으로 착잡한 심정”이라고 말했다.

같은 당 장제원 수석대변인은 “스포트라이트를 받아야 할 선수들의 땀방울과 국민의 헌신은 때맞춰 찾아온 김씨 왕조의 세습공주 김여정과 북한 공연단의 빨간 코트에 가려졌다”고 날을 세웠다. 

현송월 삼지연관현악단 단장이 이끄는 북한 예술단은 지난달 6일 만경봉 92호를 타고 동해 묵호항에 들어왔으며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의 여동생인 김여정 당 중앙위원회 제1부부장은 개막식이 열린 지난달 9일 남한 땅을 밟았다.
 

‘마이크 펜스 미 부통령 5분 리셉션’ 논란은 또 다른 정쟁을 불러왔다. 한국당 전희경 대변인은 논평서 “펜스 부통령이 (개회식 사전) 리셉션에 늦게 왔다가 5분 만에 퇴장했다”며 “미북간 대화쇼를 연출하려던 문재인정부가 빚은 외교참사”라고 날을 세웠다.

같은 당 김성원 원내대변인은 다른 논평서 “평창올림픽 개막식서 1조원을 넘게 후원한 자랑스러운 대한민국 기업인들은 눈에 띄지 않았다”며 “기업인 홀대가 도를 넘었다. 이런 사례들이 문정부가 대한민국 경제를 살리는 것보다 딴 곳에 정신이 팔려 있다는 것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고 주장했다.

반면 민주당 우원식 원내대표는 원내대책회의 모두발언서 “마이크 펜스 미 부통령과의 만찬 자리에서 굳건한 한미 동맹에 기반한 실질적 남북관계 진전에 대해 심도 있는 대화를 나눴다”며 “시진핑 중국 주석 특별 대표 자격으로 방한한 한정 중국 공산당 상무위원장과 슈타인 마이어 독일 대통령을 잇달아 예방하며 한반도 평화를 위한 적극적 협력과 지원을 약속 받았다”고 문정부 외교를 높이 평가했다.

평창올림픽이 한창 진행되던 때 남북정상회담 가능성이 수면위로 올랐다. 

지난달 10일 김여정에 의해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의 친서가 문 대통령에게 전달된 것이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문 대통령과 북한 고위급 대표단의 접견 및 오찬 결과 브리핑서“김 위원장은 이날 특사자격으로 청와대를 예방한 김여정 당 중앙위원회 제1부부장을 통해 친서를 문 대통령에게 전달하면서 방북 초청의사를 구두로 전달했다”고 말했다. 

이에 문 대통령은 “여건을 만들어 성사시켜 나가자”고 화답했다.

올림픽 내내
평창 때리기

한국당은 남북정상회담 반대 입장을 명확히 했다. 장제원 수석대변인은 “무엇을 위한 친서이고, 무엇을 위한 남북 정상회담인가”라며 반문한 뒤 “문정부는 북핵 폐기가 전제되지 않는 회담은 북한의 위장 평화 공세에 넘어가 북핵 완성의 시간만 벌어주는 이적행위가 된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당시 국민의당도 한국당의 기조와 함께했다.

신용현 수석대변인은 “문 대통령은 이번 정상회담 제안 등 평창올림픽 기간 중의 북한 측 행보가 핵고도화와 ICBM 완성을 앞 둔 시간벌기나 핵 체제 공고화를 위한 것일 수도 있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할 것”이라며 “문 대통령은 비핵화를 전제로 한 남북 정상회담만이 가능하다는 것을 명백히 밝히길 바란다”고 전했다.
 

한국당은 남북 정상회담 3불가론까지 제시했다. ▲국제적 여건 미성숙 ▲대한민국 내부 여건 미성숙 ▲북의 내부 여건 미성숙이 그것이다. 

국제적으로는 미국의 대북 제재 의지가 강한 상황서 남북 정상회담은 한미 균열로 이어질 수 있으며, 국내에서는 평창올림픽을 두고도 국론 분열이 극심한데 정상회담이 힘을 받을 수 없다는 논리였다. 

북한 내부적으로도 남북 정상회담을 제안한 바로 그날 김정은 위원장이 “핵을 질량적으로 강화하겠다”고 한 발언을 내세웠다.

한국당은 이 같은 3불가론을 뒷받침하는 논리로 옛날 중국 항우와 유방의 초한전쟁 당시 홍문연 사건을 예로 들기도 했다. 

항우가 유방을 풀어줬을 때 항우의 책사 범증이 “항우가 한낱 아녀자의 정을 베풀어 범을 숲에 놓아 주었으니 장차 우리가 유방의 포로가 되겠구나”라고 한탄한 사건이다. 

한국당은 “힘이 있고 상황이 될 때 확실히 적을 제압하지 않으면, 자신이 당한다는 교훈”이라며 “북한이 핵을 포기할 시 정상회담을 해야 한다. 아니면 우리가 당한다”고 역설했다.

‘평화’ 대 ‘평양’…끝나지 않은 논쟁
‘성과’ 대 ‘참사’…문 외교 평가 갈려

민주당은 한국당의 논리를 조목조목 지적했다.

백혜련 대변인은 서면 브리핑을 통해 대북 문제는 한미 동맹을 바탕으로 다루고 있다는 점을 강조하며 “북한의 참가결정부터 본격적인 방남에 대한 대처 및 후속 조치 역시 미국과의 조율을 거쳐 진행하고 있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한국당이 일말의 양심과 책임감을 느낀다면, 대북 정책을 포함한 외교 전반에 파탄을 불러온 박근혜정부의 무능함에 대국민 사과부터 해야 할 것”이라며 되받아쳤다.

‘김일성 가면’ 논란도 여야의 충돌지점이었다. 북한 응원단이 평창올림픽 여자아이스하키 남북 단일팀 첫 경기서 젊은 남성 얼굴의 가면을 쓰고 응원한 데 대해 한 언론사가 ‘김일성 가면 쓰고 응원하는 북한 응원단’이란 제목을 달면서 사태는 촉발됐다.

논란이 불거지고 얼마 후 통일부가 직접 나서 “가면의 인물은 김일성이 아니다”라고 공식 해명했다. 김일성 가면이라고 보도한 해당 언론사도 “사실이 아닌 것으로 판명됐다”며 공식 사과문을 자사 홈페이지에 게재했다. 

빠른 사실 확인으로 사태는 일단락되는 듯했다. 그러나 정치권은 이를 상대방에 대한 공격 소재로 활용했다.

한국당 전희경 대변인은 논평서 “평창올림픽에 전범 김일성이 등장했다”며 “아이스하키팀은 남북단일팀에 희생된 것도 모자라 김일성이 내려다보는 가운데 경기를 펼친 것”이라며 문정부의 ‘사죄’를 요구했다.

당시 바른정당 하태경 의원은 국회 브리핑까지 열어 “가장 중요한 본질은 김일성을 연상시키는 가면을 응원도구로 쓴 것이 적절했느냐라는 것”이라며 “통일부 발표처럼 배우 얼굴에 불과하다고 해도, 그 얼굴이 김일성을 연상시킨다는 점은 누구도 부인 못한다”라고 가면 응원 금지 조치를 문정부에 촉구했다.

반면 민주당은 김일성 가면 보도를 가짜뉴스로 규정하고 “볼썽사나운 트집 잡기”를 자제할 것을 촉구했다. 

백혜련 대변인은 서면논평서 “북한에서 최고 존엄으로 여겨지는 김일성 주석의 얼굴을 응원 도구로 사용한다는 것은 북한 체제와 문화를 감안하면 절대 불가능한 일”이라며 “여전히 볼썽사나운 트집 잡기와 색깔론으로 응수하는 야당의 행태는 옥에 티”라고 지적했다.

옛 고사까지
정쟁에 활용

그러나 보수야당은 김일성 가면 이슈를 계속적으로 정쟁의 도구로 이용했다. 지난달 20일 국회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서 한국당 김진태 의원은 회의에 참석한 조명균 통일부장관을 향해 논란의 가면 인물과 김일성 북한 주석의 얼굴 사진이 인쇄된 종이를 흔들며 “이게 누구냐”라고 질문했다. 

이에 조 장관이 “분명하게 북한 측에서 입장을 밝혔고 우리가 판단할 때도 북한의 김일성이나 이런 쪽으로 판단하는 것은 합리적이지 않다, 이렇게 판단하고 있다”고 답했다. 그러자 김 의원은 “통일부 장관이 북한 대변인이냐”고 조 장관을 질타했다.

김 의원은 이어 “많은 사람들이 (사진 속 인물을)김일성 젊은 시절과 비슷하다고 지적하고, 북한 대형 벽화에 (김일성이)젊었을 때 미화한 그림으로 나오는데 북한에 물어보고 아니라고 한다”며 “통일부 장관이 (북한을) 대변하는 것이냐”고 언성을 높였다. 

김 의원은 “전혀 김일성과 상관없는 것이냐. 이렇게 막 찢어버려도, 짓밟아도 되느냐”고 물었고 이에 조 장관은 “예, 예”라고 답하자 논란의 사진을 현장서 찢는 퍼포먼스도 펼쳤다.
 

김영철 북한 노동당 중앙위원회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의 방남 소식이 전해지자 여의도는 두 동강 났다. 한국당은 길거리로 뛰쳐나왔고, 민주당은 그런 한국당의 행보를 ‘안보장사’라며 평가절하 했다.

‘환영’ 대 ‘불가’…남북회담 도마 위
‘대화’ 대 ‘반역’…김영철 방남 논란

한국당은 청계광장에 나와 ‘천안함 폭침 주범 김영철 방한 규탄대회’ 결의문을 통해 문정부의 김영철 방남 승인을 ‘국정 농단이자 반역 행위’라고 발표하며, 문 대통령의 대국민 사과를 촉구하는 퍼포먼스를 펼쳤다. 

앞서 한국당은 김영철을 ▲천안함 폭침의 주범 ▲연평도 포격의 책임자 ▲목함지뢰 도발의 기획자로 규정했다.

한국당은 체제전쟁이라는 말까지 사용하며 김영철 방남을 극렬히 반대했다. 결의문을 통해 “자유대한민국을 지키기 위해 문정부와의 체제전쟁을 선포한다”며 “체제전쟁서 반드시 승리해 자유민주주의를 수호하고 평화통일에 앞장설 것”이라고 선언했다.

규탄대회에 모습을 드러낸 홍준표 대표는 김영철을 ‘살인범’으로 표현하며 “국군통수권자(문 대통령)가 살인범을 불러놓고 짝짜꿍을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김성태 원내대표는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지켜내는 것은 한국당의 존재 이유”라며 “국민적 우려와 반대에도 불구하고 김영철의 방남을 끝내 강행한 문정부와 끝까지 싸울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민주당은 한국당의 공세에 대해 ‘색깔론’이라며 응수했다. ‘한국당 = 구시대 정당’ 프레임을 강화하는 모습이다. 

추미애 대표는 국회 최고위원회의서 “평창올림픽 기간 중 딱 하나의 오점이 있다면 우리나라 제1야당 한국당의 행태”라며 “국민을 부끄럽게 하고 국격을 떨어트린 행태는 비판받아 마땅하다”고 날을 세웠다. 

대규모 장외투쟁에 대해서는 “민생을 팽개치고 장외로 나가려는 이유는 ‘색깔론 물타기’의 저급한 속셈”이라며 “검찰 소환이 임박한 이명박 정권의 타락과 국정 농단에 대한 국민 눈 가리기의 얄팍한 속임수”라고 꼬집었다. 장외투쟁을 전전 정권에 대한 수사와 결부시켜 진정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수로 읽힌다.

김영철 방남
대립 정점

우원식 원내대표는 “도발을 막기 위해서는 대화를 통한 평화의 길을 넓혀가야 하는데 북한의 실력자일수록 도발과 무관치 않을 것이지만, 그렇다고 이들에 대해 체포·사살을 얘기하며 평화를 얘기할 수 있겠느냐”며 “우리에게 가장 중요한 과제는 대화를 통해 평화의 길을 넓혀가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김영철이 한국 땅을 밟는다면 긴급체포하거나 사살해야 한다”고 주장한 한국당 김성태 원내대표에 대한 저격성 발언으로 풀이된다.


<chm@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3월 북미 정상회담설 추적
트럼프 동의없이 남북회담 못한다?

문재인 대통령이 강원도 평창에서 평창동계올림픽(이하 평창올림픽) 북한 대표단을 이끌고 방남한 김영철 노동당 중앙위원회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과 별도로 회동했다. 

문 대통령은 이 자리서 한반도 긴장 완화를 위해 미북 접촉을 강하게 권유한 것으로 전해진다. 1시간여 동안의 접견에서 김영철은 문 대통령에게 북미 대화 의향을 공식 표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평창올림픽을 계기로 극적인 미북 접촉이 성사될 가능성이 커졌다.

북미는 평창올림픽 대표단에 북한 핵문제와 미북 관계 등에 정통한 관료를 각각 파견해 미북이 대화를 위해 실무단을 파견한 것 아니냐는 해석을 낳았다. 통일부에 따르면 북측 대표단 지원인원으로 ‘최강일’이라는 인물이 포함됐는데, 그는 북한 외무성 북아메리카국 부국장 최강일인 것으로 추정된다. 

최강일은 지난해 9월 스위스서 열린 민간 주최 회의에서 미국의 전직 관료와 대화한 경험이 있다.

김영철, 대화 의향 전해
합동훈련 전 만나는 그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장녀 이방카 보좌관이 이끄는 미국 대표단에도 백악관서 남북한 문제를 실무적으로 담당하는 앨리슨 후커 국가안보회의(NSC) 한반도 보좌관이 비공식 수행원으로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평창올림픽 폐회식을 전후로 미북 양국이 대화 가능성을 고려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4월 초 한미 합동군사훈련 재개 이전에 미북 양국이 만나는 그림을 만들어내기 위해 외교력을 집중할 것이라는 분석도 제기된다. 

이에 3월 중 대한민국의 중재로 미북 대화가 성사될 것이란 관측이 힘을 받고 있다.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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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POP 1위 하이브, 수사 리스크 타개책 있나?

K-POP 1위 하이브, 수사 리스크 타개책 있나?

[일요시사 취재1팀 ] 장지선 기자 = 국내 최대 연예기획사가 사면초가 상태에 빠졌다. 업계에서는 부동의 1위를 달리고 있지만 내부는 엉망진창이라는 풍문이 돌고 있다. 레이블 간의 갈등이 법정 공방으로 번졌고 주력 IP는 과거와 비교해 힘을 못 쓰는 모양새다. 연예계 ‘미다스의 손’으로 불리는 수장은 이 위기를 어떻게 타개하려는 걸까? 2024년 5월 엔터테인먼트 기업 하이브가 대기업집단으로 지정됐다. 공정거래위원회는 계열사 자산 총액과 자본 총액을 더한 자산이 5조원을 넘긴 곳을 대기업집단으로 지정한다. 2024년 3월 공개한 사업보고서 기준으로 하이브 자산 총계는 5조원을 넘었다. 당시 기준으로 재계 순위 85위에 올랐다. 빛 좋은 개살구? 대기업집단으로 지정되면 공정거래법상 기업의 의무가 늘어난다. 엄격한 법의 테두리 안으로 들어가게 되는 것이다. 동시에 상징성도 얻는다. 실제 하이브는 국내 엔터테인먼트 업계에서 최초로 대기업집단에 지정됐다. 국가 차원에서 하이브가 ‘업계 1위’로 인정받은 셈이다. 공정거래위원회는 “K팝의 세계화로 앨범, 공연, 콘텐츠 등이 주요 수익원인 엔터테인먼트 업계가 급격히 성장한 것이 반영됐다”고 지정 배경을 밝혔다. 하이브의 대기업집단 지정은 민희진 전 어도어 대표와의 갈등이 한창 불거질 무렵에 이뤄졌다. 앞서 2024년 4월 하이브는 그룹 뉴진스 등이 소속된 레이블 어도어를 이끌고 있던 민 전 대표가 경영권을 탈취하려 했다는 의혹을 제기하며 감사를 진행했다. 민 전 대표와 하이브 간 이른바 ‘민-하 대전’의 시작이었다. 이후 뉴진스, 다른 레이블까지 싸움에 뛰어들었다. 뉴진스는 자신들의 프로듀서는 민 전 대표라고 주장하면서 계약 해지를 요구했고 다른 레이블은 민 전 대표가 제기한 표절 의혹 등에 반발해 소를 제기했다. 민 전 대표와 하이브 간의 계약 문제도 송사로 번졌다. 그 사이 뉴진스는 쪼개졌고 멤버 1명은 계약 해지 후 피소됐다. 내부 문제 외에도 SM엔터테인먼트(이하 SM)의 경영권을 인수하는 과정에서 불거진 카카오와의 갈등도 현재 진행형이다. 카카오와 하이브는 ‘아이돌 명가’로 불리는 SM을 인수하기 위해 엄청난 출혈 경쟁을 벌였다. 인수전이 과열되면서 카카오가 주가를 조작했다는 의혹이 제기됐고 김범수 의장이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기소돼 구속됐다가 보석 석방되기도 했다. 1900억원대 부당이득 혐의 경찰 영장 청구, 검찰 반려 이 모든 과정이 진행되는 동안 방시혁 하이브 의장은 두문불출 상태였다. 미국에 머물다가 인터넷 방송 BJ ‘과즙세연(본명 인세연)’과 거리를 걷는 사진이 찍혀 입길에 오른 것을 제외하면 행보를 알기 어려웠다. 방 의장이 프로듀싱을 도맡아 온 방탄소년단(BTS)도 ‘군백기(군대+공백기)’ 상태였다. 하지만 BTS의 광화문 공연 이후 방 의장에 대한 언급이 늘었다. BTS는 멤버 전원이 군대에 다녀온 뒤 ‘완전체’ 첫 행보로 광화문 공연을 선택했다. 정부와 서울시가 하이브의 제안을 받아들이면서 성사된 공연은 각종 논란으로 이어졌다. 정부가 하이브에 특혜를 주고 있는 게 아니냐는 의심이 제기된 시점도 이때다. 지난달 21일 광화문 일대는 경찰 등에서 동원된 경비 인원으로 삼엄했다. 광화문 인근을 지나가는 사람들에 대한 대대적인 검문이 이뤄졌고 그 수위는 살벌했다. 공연과는 전혀 관계가 없어 보이는 이들도 검문 대상으로 지목됐고 결혼식 등 행사에 참석하기 위해 모인 사람도 어김없었다. 정부와 전폭적인 지원에도 BTS 공연을 위해 광화문에 모인 인파는 예상에 크게 미치지 못했다. 앞서 26만명이 몰릴 것으로 예상했지만 공연 직후 경찰은 4만명으로 추산했고 하이브는 10만여명으로 발표했다. 어떤 기준을 갖다 대도 예상치보다 적은 인원이 모이면서 공연 자체를 비판하는 목소리와 모두의 광장인 광화문을 사기업이 특정 시간대에 독점하는 게 맞느냐는 지적이 이어졌다. 회사 뒤에 숨어 있나 실제 BTS의 광화문 공연은 ‘관급 행사’를 방불케 하는 모습을 보였다. 공연 전 국무총리가 하이브를 방문했고 서울시는 공연 당일 경비를 위한 회의를 여러 번 진행했다. 물 샐 틈 하나 없는 경비 체제를 구축한다는 명분으로 안전 관리에만 경찰 6700여명 등 모두 1만5000명에 이르는 인력이 동원됐다. 이재명 대통령도 가세했다. 이 대통령은 공연 전에는 안전 관리를 당부하는 목소리를 냈고 공연 이후에도 호평을 남겼다. 이 대통령은 공연 이후인 지난달 24일 열린 국무회의에서 “이번 공연은 광화문 홍보를 넘어 대한민국 홍보에 결정적이었다”며 “기획을 잘 해서 잘 진행했다”고 평했다. 대통령까지 언급한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은 공교롭게도 방 의장에 대한 비판으로 튀었다. 방의장이 현재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는 점, 그 내용이 주식과 관련된 것이라 정부 정책에 반한다는 점 등이 화두가 됐다. 이 대통령은 ‘주가조작은 패가망신’이라면서 엄하게 처벌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바 있다. 방 의장은 하이브 IPO(기업 공개) 이전인 2019년 기존 투자자들에게 상장 계획이 지연될 것처럼 설명하는 등 기망행위를 통해 주식을 매수하고 이후 자신과 관련된 사모펀드가 설립한 특수목적법인(SPC)에 지분을 넘기는 방식으로 부당이득을 취한 혐의를 받는다. 경찰이 추산한 부당이득 액수는 1900억원에 이른다. 지난해 7월 이 대통령의 ‘주가조작은 패가망신’ 경고 이후 주식시장을 교란한 혐의를 받는 인사들에 대한 금융 당국의 제재가 강해졌다. 당시 지목당한 인물 가운데 한 명이 바로 방 의장이었다. 금융위원회 증권선물위원회는 지난해 7월16일 자본시장법상 부정거래 행위 금지 위반 혐의로 방 의장을 검찰에 고발했다. 경찰도 같은 혐의로 방 의장에 대한 수사에 착수했다. 미국 압박 경찰 발끈? 검․경의 중복 수사 우려까지 불거졌던 사안은 경찰이 내사에 착수한 2024년 말 이후 1년 반이 지나도록 어떤 결론에도 이르지 못했다. 경찰은 지난해 9월 방 의장을 처음 소환한 이후 같은 해 11월까지 총 5차례 조사했다. 이후 5개월간 추가 소환이나 신병 확보가 진행되지 않으면서 ‘늑장 수사’라는 비판이 일었다. 서울경찰청 금융범죄수사대는 지난 21일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방 의장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박정보 서울경찰청장은 구속영장 청구 하루 전인 지난 20일 정례 기자간담회에서 “방 의장 수사는 거의 마무리됐다”며 “법리를 검토 중이고 머지않은 시간 내에 종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고 다음 날 방 의장에 대한 신병 확보에 나선 것이다. 방 의장 측은 즉각 유감을 표명했다. 그의 변호인단은 “장기간 성실히 수사에 협조했음에도 구속영장이 신청된 것은 유감”이라며 “향후 법적 절차에도 충실히 임해 최선을 다해 소명할 것”이라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주한미국대사관의 압박에 영향을 받은 게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주한미국대사관은 최근 방 의장의 미국 방문과 관련해 출국 협조를 요청하는 서한을 경찰에 전달한 것으로 확인됐다. 서한에는 오는 7월4일 예정된 미국 독립기념일 250주년 행사 참석과 BTS의 월드투어 지원 필요성 등이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 방 의장은 출국금지 상태다. BTS 광화문 공연부터 특혜 의혹 솔솔 나와 주한미국대사관의 행보에 경찰 내부는 격앙된 상태인 것으로 전해졌다. BTS 콘서트나 독립 250주년 기념행사 등을 고리로 미국 측을 움직여 수사 편의를 우회 압박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 나왔다. 이번 사건의 공범으로 의심되는 인물이 지난해 미국으로 출국한 뒤 귀국하지 않는 상황이라 방 의장이 입을 맞추거나 도주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고, 경찰의 신병 확보 결정에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하이브는 국민 정서를 자극할 수 있는 ‘무리수’를 둘 이유가 없다는 입장이다. 오히려 주한미국대사관의 서한 발송이 당혹스럽다는 분위기다. 하이브 관계자는 “공식적으로 행사 참석을 요청받은 적도 없고 출국금지를 해제해 달라고 요청할 수도 없다”고 전했다. 구속 갈림길에 서 있던 방 의장은 검찰의 구속영장 반려로 한숨 돌리게 됐다. 서울남부지검 금융.증권범죄합동수사부는 지난 24일 방 의장에게 신청된 구속영장을 돌려보냈다. 검찰은 “현 단계에서 구속을 필요로 하는 사유 등에 대한 소명이 부족하다고 판단해 보완수사를 요구했다”고 밝혔다. 일단 구속 위기는 피했지만 방 의장의 사법 리스크가 다시 수면 위로 올라오면서 하이브의 최대 변수가 되는 모양새다. 하이브는 핵심 IP인 BTS 컴백으로 최대한 분위기를 띄워야 하는 상황에서 광화문 공연이 한 차례 논란이 된 데 이어 오너 리스크까지 덮쳤다. 무엇보다 방 의장이 하이브에 끼치는 영향이 절대적인 만큼 향후 상황에 따라 발생할 예측 불가능한 수준의 후폭풍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오너 리스크 K-팝도 영향 연예계 관계자 사이에서는 방 의장의 사법 리스크가 하이브를 넘어 K-팝 업계에 미칠 영향이 상당할 것이라는 분석도 제기된다. 우리나라 문화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는 K-팝의 이미지가 업계 1위 수장의 오너 리스크로 얼룩질 수 있다는 걱정이다. 방 의장은 이 위기를 어떻게 타개할까?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