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순 VS 안철수’ 서울시장 빅매치 관전포인트

  • 최현목 기자 chm@ilyosisa.co.kr
  • 등록 2018.02.26 10:44:58
  • 호수 1155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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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의 동지가 오늘의 적으로

[일요시사 정치팀] 최현목 기자 = 바른미래당(이하 바미당) 안철수 전 대표가 서울시장 출마를 고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박원순 서울시장이 3선 도전을 시사, 그가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경선을 넘으면 두 사람의 빅매치가 성사된다. 무려 7년 만의 조우다. <일요시사>는 안 전 대표 출마와 박 시장의 경선 통과 가능성을 살펴봤다.
 

서울시장 자리를 건 여야의 한판 승부는 지방선거의 꽃으로 불린다. 역대 지방선거만 살펴봐도 가장 많은 스포트라이트를 받아왔다. 인구 1000만명인 서울시정을 살피는 자리라는 점에서 어찌 보면 당연한 관심이다. 

서울시장은 ‘소통령’이라 불리며 그만한 권한과 위상을 가진다. 정치적으로는 차기 대권에 가장 근접해 있는 자리다. 이 때문에 대권에 꿈이 있는 정치인이라면 한번쯤은 탐내는 자리기도 하다.

안철수 출격
장고 들어가

2선 후퇴를 선언한 바미당 안 전 대표가 서울시장 출마를 진지하게 고민하고 있다. 대외적으로는 “당이 요구하면 무슨 역할이든 하겠다”라며 원론적 입장을 표하고 있지만 출마 여부에 대해선 숙고 중에 있다고 한다.

바미당 측 관계자는 “안 전 대표가 출마한다면 서울시장 내지 부산시장일 것”이라며 “두 곳 모두 현재 여당 기세가 높은데, 기왕 힘든 게임이라면 서울시장 쪽을 택하지 않겠나”라고 조심스레 점쳤다.

또 다른 바미당 측 관계자는 “여러 가능성이 열려있다”면서도 “당내에서는(안 전 대표가) 서울시장으로 나서주길 바라는 사람이 많다”고 귀띔했다.

실제 바미당 내에서는 안 대표 스스로 서울시장 출마를 결정해야 한다면서도 그의 출마를 은근히 바라는 눈치다. 

이태규 사무총장은 지난 20일 한 라디오에 출연해 “당에서 아직 결정한 바는 없지만 본인의 생각과 잘 맞아떨어져야 하지 않겠나”면서도 “내 개인적으로는(서울시장에) 나가는 것이(당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하태경 최고위원도 같은날 “안 전 대표는 어디든 나올 자세가 돼있다”면서도 “보궐선거에 나갈 수도 있다는 안도 있다. 그러나 그건 극소수 안이고, 다수 안으로 1순위는 서울시장, 2순위는 부산시장 이런 식으로 가지 않을까”라고 덧붙였다.

이어 “안 전 대표는 서울시장에 반드시 출마해야 한다. 당을 살리려면 가장 경쟁력 있는 후보이기 때문”이라며 “유승민 대표도 서울시장 히든카드 정도로 생각한다. 대구시장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본다. 사실 박원순-안철수 작전이 베스트”라고 언급했다.

전국적으로 봤을 때 바미당은 지방선거에 낼 만한 카드가 풍족하지 않다. 이제 갓 세상에 나온 신생 정당이 가진 인재풀은 기존 정당들에 비해 그 폭과 깊이서 밀릴 수밖에 없다. 현 상황서 이름값 있는 인재들은 당선 가능성이 높은 민주당-자유한국당(이하 한국당)을 향하는 게 인지상정이다.

바미당은 이번 지방선거서 사실상 사활을 걸어야 할 만큼 중대 기로에 서있다. 지방선거서 좋은 성적을 거둬야 향후 정국서 힘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바미당은 기존 국민의당-바른정당서 각자 만들고 키워왔던 인재풀을 핵심 지역에 투입해 최대의 효과를 노리는 전략을 구사할 것으로 예상된다.

서울시장은 상징성이 있는 자리이다. 만약 바미당이 서울시장직을 차지하는 데 성공한다면 이번 지방선거 최대 돌풍으로 떠오를만하다. 여세를 몰아 2020년으로 예정된 21대 총선까지 바람을 이어갈 수 있는 교두보가 되는 셈이다. 
 

캐스팅보터가 아닌 민주당-한국당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정당으로 거듭나는 일도 꿈은 아니다. 바미당이 선택할 수 있는 최선의 카드를 서울시장 선거에 낼 수밖에 없는 이유다.

안 전 대표는 서울시장 선거서 바미당이 꺼내들 수 있는 최선의 카드다. 안 전 대표가 정치권에 입문해 ‘안철수 돌풍’을 일으킨 때도 지난 2011년 서울시장 선거였다. 당시 후보군으로 거론됐던 안 전 대표는 범야권 후보였던 박 시장과 단일화를 선언하며 한발 물러났다. 

여론조사에서 50%가 넘는 지지율을 보였던 안 전 대표 입장에선 큰 양보였다. 당시 박 시장의 지지율은 5%였다. 단일화로 힘을 받은 박 시장은 본선서 50%를 넘기며 압승했다.

안 전 대표 입장에서는 서울시장 자리를 탐낼만한 이유가 있다. 꿈꿔왔던 대권에 한 발짝 다가설 수 있기 때문이다. 

차기인 제20대 대선과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는 모두 2022년에 열린다. 그 사이 서울시장으로서 문재인 대통령과 대립 구도를 형성, 자신의 존재감을 부각시키는 전략이 가능하다. 상황이 여의치 않으면 서울시장 연임으로 방향을 틀수도 있다. 선택지가 많아지는 점은 정치인 입장서 결코 나쁘지 않다.

1순위 서울
2순위 부산

그러나 상황이 여의치만은 않다. SBS가 ‘칸타퍼블릭’에 의뢰해 지난 11일부터 14일까지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서울시장 후보 선호도서 박 시장은 30.8%로 1위를 차지했다. 이어 오세훈 전 서울시장이 10.4%, 황교안 전 총리 9%, 안 전 대표 8.2%, 민주당 박영선 의원 7.5% 순으로 나타났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아무리 선거가 바람이라지만, 20%포인트 이상 나는 차이를 뒤집는 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현 상황서 안 전 대표의 서울시장 출마는 도박에 가깝다. 

더욱이 바미당의 미래, 자신의 정치적 생명까지 고려해야해 부담감이 크다. 정치권 안팎에선 안 전 대표가 이번에도 패배할 경우 ‘낙선 정치인’이라는 꼬리표가 붙어 다시 재기하기 어려울 수 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안 전 대표의 숙고가 길어질 수밖에 없는 분위기다. 안 전 대표 측은 최근 “안 전 대표가 통합 과정을 이끌어온 만큼 서울시장 출마 혹은 선거대책위원장 등 이번 지방선거서 무엇이 됐든 분명히 역할을 할 것”이라고 전했다.

반면 박 시장의 출마는 기정사실화 되는 분위기다. 지난 1월 복수와의 인터뷰서 박 시장은 “결심을 굳혀가고 있다”며 은근히 속내를 드러냈다. 설 연휴를 앞둔 지난 14일에는 서울 중랑구에 위치한 전통시장 2곳, 장애인종합복지관 등을 찾아 민심을 점검했다.

박 시장이 3선 도전을 선언할 경우 치열한 당내 경선을 뚫어야 한다. 민주당에 복당한 정봉주 전 의원이 최근 서울시장 도전을 선언함으로 인해 민주당 내 서울시장 후보군은 박 시장을 포함해 6명으로 늘었다.

정 전 의원은 지난 21일 자신의 SNS를 통해 “서울을 공정하고 활기차게 바꿀 서울시장에 도전하는 것으로 정치 복귀의 명분을 찾았다”며 “공식 출마 선언은 3월 초에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안, 당 미래 짊어지고 출마?
지금은 밀리지만…안풍 변수

정 전 의원에 앞서 우상호·박영선·민병두·전현희 의원이 서울시장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우 의원은 지난 1월 민주당 인사 중 처음으로 서울시장 경선 출마를 선언하며 “문재인정부의 성공을 도와 세상을 바꾸기 위해 서울시장 선거에 출마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박 의원은 평창과 재래시장 등을 다니며 출마를 준비 중이다. 

민 의원은 지난 1월 자신의 싱크탱크인 ‘미래전략 연구소’ 창립 심포지엄서 “혁신의 기관차가 되겠다”며 사실상 서울시장 출마를 선언했다. 

전 의원은 지난 4일 “서울 강남의 지지를 받는 유일한 민주당 후보이자 강남권서 가장 많은 표를 가져올 수 있는 내가 서울시장 선거서 민주당의 압승을 보여주겠다”며 출마 선언을 했다.
 

본선보다 힘든 경선이 예상되기 때문일까. 민주당 서울시장 후보군은 전방위 네거티브전을 벌이며 치열한 공방을 벌이고 있다. 행간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각종 여론조사에서 가장 앞서 있는 박 시장에 대한 공세가 주를 이룬다.

출마를 선언한 날 자신이 두 번이나 선거를 도왔던 박 시장에게 날선 비판을 가했던 우 의원은 서울 강남권 재건축 아파트 가격 급등과 관련해 박 시장 책임론을 제기했다. 

한 라디오 인터뷰에서는 박 시장 3선 도전에 대해 “아무래도 부정적인 여론이 많다”며 “다음 정치세대를 키우는 데 새로운 목표를 두시는 게 더 좋지 않겠냐 하는 여론이 있다”고 각을 세웠다.

박 의원도 박 시장을 겨냥했다. 미세먼지 감소를 위해 대중교통 무료정책을 펼치고 있는 박 시장을 겨냥해 “서울시의 대중교통 무료정책을 더 이상 해선 안 되고 중단돼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박 시장의 부동산 정책에 대해서도 “정부와 서울시의 엇박자로 집값을 잡는 데 굉장한 어려움이 있다는 얘기를 여러 차례 들었다”며 정면 비판했다.

민 의원의 공세는 다른 후보군에 비해 한층 매섭다. 복수의 언론과 인터뷰서 박 시장의 시정에 대해 “박 시장의 상상력은 이미 멈췄다” “서울시의 패러다임을 전환할 아이디어를 가진 새 인물이 필요하다” “박 시장은 뚜렷이 내세울 실적이 없어 조바심을 낸다” 등의 저평가를 내놨다. 

3선 도전
기정사실

비판뿐 아니라 박 시장에게 정책 대결을 제안하는 모습도 보였다. 박 시장과 SNS상에서 일자리와 안전, 강남 집값 등 서울시의 주요 현안을 놓고 정책으로 겨루겠다는 각오다. 

그는 “민병두의 정책은 120% 준비됐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데 7년간 서울시장을 맡은 박 시장과 정책으로 정면승부를 하자는 것”이라며 자신감을 보였다.
 

전 의원은 출마를 선언한 자리서 “서울시장 자리가 대권으로 가는 디딤돌이나 징검다리로 생각해선 안 된다”며 “박 시장이 만약 대권 도전을 염두에 두고 있다면 당장 (대권을)도전하라고 말하고 싶다”고 했다.

정봉주 전 의원은 박 시장의 7년 서울시정을 꼬집었다. 2월 초 여의도 한 식당서 기자들과 만나 “박원순 7년을 보자. 그때는 맞고 지금은 틀렸다. 초기엔 워낙 ‘난장판’이라 정리하는 데 3∼4년이 걸렸다. 하지만 지금 서울시는 민생국장급이 할 만한 일을 서울시 전체가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경쟁자들의 비판에 박 시장은 의연하게 대응하고 있다. “비판은 쉽지만 구체적 해결방안을 내놓고 실천하는 일은 어렵다”는 입장을 내놨다.

현 상황에서는 박 시장이 선두를 달리고 있다. 각종 여론조사 결과가 이를 증명한다. 그러나 변수는 존재한다. 바로 민주당 경선 룰이다. 지방선거까지 4개월이 채 남지 않은 상황서 ‘권리당원 50%, 국민 50%’라는 비율 외에는 합의된 룰이 없다. 

민주당은 평창동계올림픽 폐막을 전후로 경선 룰 논의에 속도를 낸다는 입장이다.

박, 네거티브에도 끄떡없어
“독주 막자” 반박연합 슬슬∼

‘컷오프’ ‘결선투표’가 경선 룰 논의의 핵심 쟁점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앞서 민주당은 지난 2016년 8월27일 전당대회 전 4명의 당대표 후보 중 1명을 떨어뜨리는 컷오프를 실시한 바 있다. 

이번 지방선거서도 이와 비슷한 형식을 따를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점쳐진다. 6명의 후보군을 3명 내지 4명까지 추려내야 경선 집중도를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단, 지난 2016년 모델을 그대로 적용할지, 여론조사 방식을 채택할 지는 미지수다. 

2016년의 경우 국회의원과 지역위원장, 지자체장 등으로 구성된 350명의 제한된 선거인단 투표로 컷오프를 결정했다. 

제한된 선거인단 투표로 결정할 경우 상대적으로 당내 세가 약한 박 시장이 불리한 반면, 여론조사 방식을 선택할 경우 현역 프리미엄을 등에 엎은 박 시장이 유리하다는 게 정치권의 분석이다. 

민주당의 한 관계자는 “어떤 방식이든 박 시장이 컷오프 될 확률은 희박하다”며 “나머지 두 개 내지는 세 개 자리를 놓고 후보군들이 각축을 벌이지 않을까 예상한다”고 내다봤다.

‘결선투표’ 도입 여부도 쟁점이다. 결선투표는 1위 득표율이 과반(50%)에 미달할 경우 1위와 2위 후보가 2차 투표를 실시하는 제도다. 박 시장을 제외한 나머지 후보군이 도입을 적극 찬성할 것으로 예상된다. 

‘박원순 독주’를 막기 위해 ‘반박(원순)연합’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만약 결선투표가 도입돼 박 시장이 과반에 미달하면 ‘박원순 대 반박연합’ 구도가 완성된다. 민주당 내부에서는 결선투표가 도입되지 않으면 현역 의원들 중 상당수가 경선을 포기하지 않겠느냐는 관측도 제기된다.

현행 민주당 당규도 박 시장 편에 서있다. 박원순·정봉주를 제외한 현역 의원들은 서울시장에 출마할 경우 10%의 페널티를 받게 된다. 
 

민주당은 지난 2015년 9월 ‘임기를 4분의 3 이상 마치지 않고 다른 공직에 출마하는 선출직에 대해서는 최고위원회가 정한 기준에 따라 심사결과의 10%를 감산한다’는 규정을 신설한 바 있다. 

2016년 4월13일 20대 총선을 치른 우상호·박영선·민병두·전현희 의원의 임기는 아직 4분의 3 이상을 마치지 못해 페널티 대상이다. 후보군들 사이서 “현역 지자체장에게 절대 유리한 당규”라는 볼멘소리가 나오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후보 난립
그래도 유리

민주당 입장에선 행복한 고민이다. 여러모로 유리한 고지를 점한 상태서 높은 인지도와 강한 내공을 지닌 소위 ‘스타성’ 있는 정치인들이 경선 열기를 달구고 있기 때문이다. 후보 층도 두터워 유권자들의 관심을 받기 충분하다. 

여러모로 야권보다 최소한 한 발 이상 앞서 있다는 게 정치권의 중론이다. 과연 여러 변수를 뚫고 박원순 대 안철수의 대결이 성사될 수 있을 것인가. 현 상황이 6월까지 이어진다면 두 사람의 대결은 시간문제다.


<chm@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돌고 돌아 결국 오세훈?

6·13 지방선거가 4개월도 채 남지 않았음에도 자유한국당(이하 한국당)은 좀처럼 서울시장 후보를 찾지 못하고 있다. 그런 가운데 당 지도부가 전직 시장·도지사 등 소위 ‘올드보이 차출’에 나서는 모습이다. 

대구·경북을 제외하곤 ‘인물난’에 시달리는 한국당의 고육지책으로 풀이된다. 

올드보이 차출설은 홍준표 대표가 군불을 지폈다. 

설 연휴 직전에 가진 기자간담회서 홍 대표는 오세훈 전 서울시장 차출설에 대해 “원 오브 뎀(여러 명 중 한 명)”이라며 “당의 제일 중요한 자산이고 당을 이끌어나갈 지도자감”이라고 평가했다.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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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POP 1위 하이브, 수사 리스크 타개책 있나?

K-POP 1위 하이브, 수사 리스크 타개책 있나?

[일요시사 취재1팀 ] 장지선 기자 = 국내 최대 연예기획사가 사면초가 상태에 빠졌다. 업계에서는 부동의 1위를 달리고 있지만 내부는 엉망진창이라는 풍문이 돌고 있다. 레이블 간의 갈등이 법정 공방으로 번졌고 주력 IP는 과거와 비교해 힘을 못 쓰는 모양새다. 연예계 ‘미다스의 손’으로 불리는 수장은 이 위기를 어떻게 타개하려는 걸까? 2024년 5월 엔터테인먼트 기업 하이브가 대기업집단으로 지정됐다. 공정거래위원회는 계열사 자산 총액과 자본 총액을 더한 자산이 5조원을 넘긴 곳을 대기업집단으로 지정한다. 2024년 3월 공개한 사업보고서 기준으로 하이브 자산 총계는 5조원을 넘었다. 당시 기준으로 재계 순위 85위에 올랐다. 빛 좋은 개살구? 대기업집단으로 지정되면 공정거래법상 기업의 의무가 늘어난다. 엄격한 법의 테두리 안으로 들어가게 되는 것이다. 동시에 상징성도 얻는다. 실제 하이브는 국내 엔터테인먼트 업계에서 최초로 대기업집단에 지정됐다. 국가 차원에서 하이브가 ‘업계 1위’로 인정받은 셈이다. 공정거래위원회는 “K팝의 세계화로 앨범, 공연, 콘텐츠 등이 주요 수익원인 엔터테인먼트 업계가 급격히 성장한 것이 반영됐다”고 지정 배경을 밝혔다. 하이브의 대기업집단 지정은 민희진 전 어도어 대표와의 갈등이 한창 불거질 무렵에 이뤄졌다. 앞서 2024년 4월 하이브는 그룹 뉴진스 등이 소속된 레이블 어도어를 이끌고 있던 민 전 대표가 경영권을 탈취하려 했다는 의혹을 제기하며 감사를 진행했다. 민 전 대표와 하이브 간 이른바 ‘민-하 대전’의 시작이었다. 이후 뉴진스, 다른 레이블까지 싸움에 뛰어들었다. 뉴진스는 자신들의 프로듀서는 민 전 대표라고 주장하면서 계약 해지를 요구했고 다른 레이블은 민 전 대표가 제기한 표절 의혹 등에 반발해 소를 제기했다. 민 전 대표와 하이브 간의 계약 문제도 송사로 번졌다. 그 사이 뉴진스는 쪼개졌고 멤버 1명은 계약 해지 후 피소됐다. 내부 문제 외에도 SM엔터테인먼트(이하 SM)의 경영권을 인수하는 과정에서 불거진 카카오와의 갈등도 현재 진행형이다. 카카오와 하이브는 ‘아이돌 명가’로 불리는 SM을 인수하기 위해 엄청난 출혈 경쟁을 벌였다. 인수전이 과열되면서 카카오가 주가를 조작했다는 의혹이 제기됐고 김범수 의장이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기소돼 구속됐다가 보석 석방되기도 했다. 1900억원대 부당이득 혐의 경찰 영장 청구, 검찰 반려 이 모든 과정이 진행되는 동안 방시혁 하이브 의장은 두문불출 상태였다. 미국에 머물다가 인터넷 방송 BJ ‘과즙세연(본명 인세연)’과 거리를 걷는 사진이 찍혀 입길에 오른 것을 제외하면 행보를 알기 어려웠다. 방 의장이 프로듀싱을 도맡아 온 방탄소년단(BTS)도 ‘군백기(군대+공백기)’ 상태였다. 하지만 BTS의 광화문 공연 이후 방 의장에 대한 언급이 늘었다. BTS는 멤버 전원이 군대에 다녀온 뒤 ‘완전체’ 첫 행보로 광화문 공연을 선택했다. 정부와 서울시가 하이브의 제안을 받아들이면서 성사된 공연은 각종 논란으로 이어졌다. 정부가 하이브에 특혜를 주고 있는 게 아니냐는 의심이 제기된 시점도 이때다. 지난달 21일 광화문 일대는 경찰 등에서 동원된 경비 인원으로 삼엄했다. 광화문 인근을 지나가는 사람들에 대한 대대적인 검문이 이뤄졌고 그 수위는 살벌했다. 공연과는 전혀 관계가 없어 보이는 이들도 검문 대상으로 지목됐고 결혼식 등 행사에 참석하기 위해 모인 사람도 어김없었다. 정부와 전폭적인 지원에도 BTS 공연을 위해 광화문에 모인 인파는 예상에 크게 미치지 못했다. 앞서 26만명이 몰릴 것으로 예상했지만 공연 직후 경찰은 4만명으로 추산했고 하이브는 10만여명으로 발표했다. 어떤 기준을 갖다 대도 예상치보다 적은 인원이 모이면서 공연 자체를 비판하는 목소리와 모두의 광장인 광화문을 사기업이 특정 시간대에 독점하는 게 맞느냐는 지적이 이어졌다. 회사 뒤에 숨어 있나 실제 BTS의 광화문 공연은 ‘관급 행사’를 방불케 하는 모습을 보였다. 공연 전 국무총리가 하이브를 방문했고 서울시는 공연 당일 경비를 위한 회의를 여러 번 진행했다. 물 샐 틈 하나 없는 경비 체제를 구축한다는 명분으로 안전 관리에만 경찰 6700여명 등 모두 1만5000명에 이르는 인력이 동원됐다. 이재명 대통령도 가세했다. 이 대통령은 공연 전에는 안전 관리를 당부하는 목소리를 냈고 공연 이후에도 호평을 남겼다. 이 대통령은 공연 이후인 지난달 24일 열린 국무회의에서 “이번 공연은 광화문 홍보를 넘어 대한민국 홍보에 결정적이었다”며 “기획을 잘 해서 잘 진행했다”고 평했다. 대통령까지 언급한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은 공교롭게도 방 의장에 대한 비판으로 튀었다. 방의장이 현재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는 점, 그 내용이 주식과 관련된 것이라 정부 정책에 반한다는 점 등이 화두가 됐다. 이 대통령은 ‘주가조작은 패가망신’이라면서 엄하게 처벌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바 있다. 방 의장은 하이브 IPO(기업 공개) 이전인 2019년 기존 투자자들에게 상장 계획이 지연될 것처럼 설명하는 등 기망행위를 통해 주식을 매수하고 이후 자신과 관련된 사모펀드가 설립한 특수목적법인(SPC)에 지분을 넘기는 방식으로 부당이득을 취한 혐의를 받는다. 경찰이 추산한 부당이득 액수는 1900억원에 이른다. 지난해 7월 이 대통령의 ‘주가조작은 패가망신’ 경고 이후 주식시장을 교란한 혐의를 받는 인사들에 대한 금융 당국의 제재가 강해졌다. 당시 지목당한 인물 가운데 한 명이 바로 방 의장이었다. 금융위원회 증권선물위원회는 지난해 7월16일 자본시장법상 부정거래 행위 금지 위반 혐의로 방 의장을 검찰에 고발했다. 경찰도 같은 혐의로 방 의장에 대한 수사에 착수했다. 미국 압박 경찰 발끈? 검․경의 중복 수사 우려까지 불거졌던 사안은 경찰이 내사에 착수한 2024년 말 이후 1년 반이 지나도록 어떤 결론에도 이르지 못했다. 경찰은 지난해 9월 방 의장을 처음 소환한 이후 같은 해 11월까지 총 5차례 조사했다. 이후 5개월간 추가 소환이나 신병 확보가 진행되지 않으면서 ‘늑장 수사’라는 비판이 일었다. 서울경찰청 금융범죄수사대는 지난 21일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방 의장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박정보 서울경찰청장은 구속영장 청구 하루 전인 지난 20일 정례 기자간담회에서 “방 의장 수사는 거의 마무리됐다”며 “법리를 검토 중이고 머지않은 시간 내에 종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고 다음 날 방 의장에 대한 신병 확보에 나선 것이다. 방 의장 측은 즉각 유감을 표명했다. 그의 변호인단은 “장기간 성실히 수사에 협조했음에도 구속영장이 신청된 것은 유감”이라며 “향후 법적 절차에도 충실히 임해 최선을 다해 소명할 것”이라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주한미국대사관의 압박에 영향을 받은 게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주한미국대사관은 최근 방 의장의 미국 방문과 관련해 출국 협조를 요청하는 서한을 경찰에 전달한 것으로 확인됐다. 서한에는 오는 7월4일 예정된 미국 독립기념일 250주년 행사 참석과 BTS의 월드투어 지원 필요성 등이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 방 의장은 출국금지 상태다. BTS 광화문 공연부터 특혜 의혹 솔솔 나와 주한미국대사관의 행보에 경찰 내부는 격앙된 상태인 것으로 전해졌다. BTS 콘서트나 독립 250주년 기념행사 등을 고리로 미국 측을 움직여 수사 편의를 우회 압박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 나왔다. 이번 사건의 공범으로 의심되는 인물이 지난해 미국으로 출국한 뒤 귀국하지 않는 상황이라 방 의장이 입을 맞추거나 도주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고, 경찰의 신병 확보 결정에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하이브는 국민 정서를 자극할 수 있는 ‘무리수’를 둘 이유가 없다는 입장이다. 오히려 주한미국대사관의 서한 발송이 당혹스럽다는 분위기다. 하이브 관계자는 “공식적으로 행사 참석을 요청받은 적도 없고 출국금지를 해제해 달라고 요청할 수도 없다”고 전했다. 구속 갈림길에 서 있던 방 의장은 검찰의 구속영장 반려로 한숨 돌리게 됐다. 서울남부지검 금융.증권범죄합동수사부는 지난 24일 방 의장에게 신청된 구속영장을 돌려보냈다. 검찰은 “현 단계에서 구속을 필요로 하는 사유 등에 대한 소명이 부족하다고 판단해 보완수사를 요구했다”고 밝혔다. 일단 구속 위기는 피했지만 방 의장의 사법 리스크가 다시 수면 위로 올라오면서 하이브의 최대 변수가 되는 모양새다. 하이브는 핵심 IP인 BTS 컴백으로 최대한 분위기를 띄워야 하는 상황에서 광화문 공연이 한 차례 논란이 된 데 이어 오너 리스크까지 덮쳤다. 무엇보다 방 의장이 하이브에 끼치는 영향이 절대적인 만큼 향후 상황에 따라 발생할 예측 불가능한 수준의 후폭풍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오너 리스크 K-팝도 영향 연예계 관계자 사이에서는 방 의장의 사법 리스크가 하이브를 넘어 K-팝 업계에 미칠 영향이 상당할 것이라는 분석도 제기된다. 우리나라 문화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는 K-팝의 이미지가 업계 1위 수장의 오너 리스크로 얼룩질 수 있다는 걱정이다. 방 의장은 이 위기를 어떻게 타개할까?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