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성했던 스토브리그 '총정리'

누가 새 둥지 찾았나 어떤 팀 새로 생겼나

새해 들어 프로 골퍼들이 속속 후원사를 찾게 되면서 안정적인 투어 생활을 할 수 있는 기반이 만들어졌다. 스타성과 실력 등을 두루 갖추고도 1년간 메인 스폰서를 찾지 못하던 전인지가 KB금융그룹과 후원계약을 맺었고, 기업들의 골프단 창단도 이어졌다.

무술년 황금 개띠 스타 골퍼 전인지에게 새해 첫 달부터 좋은 소식이 날아들었다. LPGA에서 활동하는 한국 여자 골퍼 중 스타성, 실력, 인성 등에서 첫손에 꼽히는 전인지는 5년 동안 메인스폰서를 맡던 하이트진로와 2016년 연말 계약이 종료된 뒤 2017년 1년 동안 메인 스폰서 없이 활동했다.

드디어 결정된 
탑 선수들 거취

Nefs와 계약이 종료된 박성현이 KEB하나은행과 메인스폰서 계약을 한 후에도 전인지의 스폰서 계약은 쉽게 성사되지 못했다. 2015년 국내 무대를 석권한 데 이어 US여자오픈을 제패한 전인지는 2016년 미국 무대에 뛰어들어 신인왕과 평균타수 1위에 주는 베어트로피를 받는 등 세계적인 스타로 발돋움했다.

2017년에는 우승 없이 준우승만 5회를 차지해 아쉬움을 남겼지만 상금랭킹 11위, 평균타수 3위 등 정상급 활약을 펼쳤고 연말 세계랭킹 5위에 올랐다. 이렇듯 실력과 더불어 항상 환한 미소로 많은 팬들을 확보하고 있는 전인지가 자신에게 걸맞은 메인스폰서를 찾는 데 1년이라는 시간이 걸린 셈이다.

드디어 지난해 12월29일 서울 여의도 본점에서 KB금융그룹 윤종규 회장이 전인지와 후원계약서에 사인함으로써 그동안 비어 있던 전인지의 모자 정면 자리에 KB금융 로고가 들어선다. 그동안 전인지는 모자 정면에 아무런 로고가 없는 ‘민모자’를 쓰고 경기했다.


전인지는 “메인 스폰서는 결혼 상대를 고르는 것만큼 신중하게 결정해야겠기에 지난 1년 동안 심사숙고해왔다”며 “KB금융그룹이 저의 꿈을 공감해주시고 뒷받침해주기로 하니 가슴이 설레고 기운이 솟구친다. 힘찬 새 출발을 하겠다”고 말했다.

전인지가 KB금융 후원을 받게 된 것은 2015년 KB금융 스타챔피언십 우승으로 맺은 인연에서 비롯됐다고 전인지의 매니지먼트 회사는 설명했다.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 메이저대회인 KB금융 스타챔피언십을 개최하고 있는 KB금융은 박인비, 이미향 등 두 명의 LPGA투어 선수와 오지현(21), 안송이(27) 등 2명의 KLPGA투어 선수를 후원하는 등 골프 마케팅에 적극적인 기업이다.

이번 전인지 메인 스폰서 계약의 구체적인 금액은 공개하지 않았지만 KB금융그룹 관계자는 “전인지의 실력과 인기, 인성에 걸맞은 최고 대우를 했다”고 설명했다. KB금융 윤종규 회장은 “전인지의 도전 정신과 뜨거운 열정을 오랫동안 지켜봤고 전인지의 성실함과 성장 가능성을 주목해 후원을 결정했다”며 “더 안정적인 훈련을 받고 좋은 경기를 펼치도록 물심양면으로 돕겠다”고 밝혔다.

앞다둬 이뤄진 이적·계약연장
전인지, KB금융과 메인스폰서

데뷔 4년 만인 지난해에 2승을 거두며 신인왕에 오른 한국프로골프(KPGA)투어의 샛별인 장이근은 지난달 11일 신한금융그룹과 2년간의 후원 계약을 맺어 신한금융그룹 로고가 새겨진 모자와 유니폼을 착용하고 국내외 대회에서 활약하게 된다. 그동안 메인스폰서가 없었던 장이근은 김밥집 표식, ‘코리아’ 문구, 용품후원사 마크를 달고 뛰었다.

1993년생인 장이근은 2013년 프로에 데뷔했으며, 아시안 투어 Q스쿨을 수석 통과해 2016년 잉더 헤리티지 대회에서 PGA 디오픈 챔피언십 공동 44위를 기록하며 해외 무대에서도 활약을 펼친 선수다. 장이근은 지난해 국내 무대에서 코오롱 한국오픈과 티업·지스윙 메가오픈을 제패했다. 

메가오픈에서는 28언더파 260 타를 기록해 한국 남자 프로골프 사상 72홀 최다 언더파, 최소타 신기록을 경신하며 스타성 있는 루키로 떠올랐다. 이번 후원 계약으로 일본프로골프(JGTO)투어에서 2010년과 2015년 상금왕을 차지한 김경태, 2016년 SMBC싱가포르오픈에서 연장 승부 끝에 조던 스피스(미국)를 꺾고 우승한 송영한, 지난해 9월 DGB금융그룹 대구경북오픈에서 약관의 나이로 첫 우승을 기록한 서형석과 한솥밥을 먹게 됐다.


또한 장이근은 ‘마스터바니 에디션’ 골프웨어와의 후원계약도 체결했다. 마스터바니 에디션 관계자는 “올해 단독 브랜드로서 처음 프로골퍼 후원을 진행하는데 뛰어난 외모와 신체조건, 그리고 화려한 플레이와 스타성까지 겸비한 장이근 프로와 함께 하게 되어 기쁘다. 장이근 프로가 2018년 더욱 좋은 성과를 이룰 수 있도록 아낌없는 지원을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CJ그룹 계열사인 CJ대한통운은 계약이 만료된 이수민과 이창우를 방출하고 김민휘와 PGA투어 진출을 위해 웹닷컴투어서 활동 중인 임성재, 이동환과 이경훈, 강성훈까지 새로 영입했다. 이로써 기존 김시우와 안병훈 등 총 7명으로 팀이 재정비됐다. 이들 7명이 모두 미국프로골프(PGA)투어에서 활동하고 있어 역대급 남자 골프단으로 평가받는다.

마케팅을 목적으로 골프단을 운영하는 국내 기업 중에서 계약 선수 전체가 PGA투어 멤버로 구성된 경우는 CJ대한통운이 처음이다. 이 역대급 골프단의 면면을 살펴보면 김시우는 두드러진 활약에 힘입어 지난해 말로 만료된 계약이 2022년까지 5년간 연장됐다.

후원사측 한 관계자는 PGA투어 퀄리파잉스쿨 최연소 합격자로 2016년 윈덤 챔피언십과 지난해 제5의 메이저대회로 불리는 플레이어스 챔피언십서 우승한 김시우의 활약을 평가해 계약기간을 다년으로 연장하게 됐다고 밝혔다. 구체적 계약금은 양측 합의에 따라 밝혀지지 않았다.

별로 꽉채워
선수단 재편

다음으로는 탁구스타 안재형 ·자오즈민 부부의 아들인 안병훈이 있다. 안병훈은 2015년 유러피언골프투어 메이저대회인 BMW PGA 챔피언십 우승 등으로 그해 신인상을 수상했다. 또한 2015년 KPGA투어 메이저급 대회인 신한동해오픈에서 우승하면서 국내 골프팬들과 친숙해졌고 활동 무대를 본격적으로 미국으로 옮긴 2016년 PGA투어 취리히클래식에서 2위에 입상했다.

또 다른 멤버 김민휘는 2013년 PGA 2부인 웹닷컴투어를 거쳐 2015년 PGA투어 진출에 성공했다. 2012년 KPGA투어 신한동해오픈에서 한 차례 우승이 있지만 PGA투어에서는 아직 무관이다. 2016~2017시즌 페덱스 세인트주드 클래식 준우승으로 자신감을 갖게 된 김민휘는 2017~2018시즌 들어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해 10월 제주도에서 열렸던 CJ컵@나인브릿지 4위, 11월 슈라이너스 아동병원 오픈 준우승 등 이번 시즌 7개 대회에 출전, 두 차례 ‘톱10’에 입상하면서 현재 상금순위 12위에 자리하고 있다. 한국 선수 중에서 가장 높은 순위다.

팀의 막내인 기대주 임성재는 지난달 17일 막을 내린 웹닷컴투어 시즌 개막전 바하마 클래식에서 당당히 우승을 차지했다. 이로써 다음 시즌 PGA투어 진출 가능성이 한층 높아졌다. PGA투어는 웹닷컴투어 시즌 상금랭킹 25위 이내 선수에게 다음 시즌 시드를 준다. 임성재는 국가대표 출신으로 17세 때인 2015년 KPGA투어에 입문해 지난해까지 국내와 일본을 오가며 활동했다. JGTO투어에서 상금순위 12위에 오르며 일찌감치 가능성이 검증됐다.

건설사 앞장
신생팀 창단

마지막으로 골프단에 합류한 선수는 지난달 23일 후원 계약을 체결한 강성훈이다. 말이 필요가 없는 한국 남자골프 간판 중 한명인 강성훈은 2006년 도하 아시안게임 남자 단체전 금메달리스트이자 2008년 KPGA투어 신인상(명출상) 등을 수상한 선수다.

Q스쿨을 통해 2011년 PGA 투어에 진출한 후 지난해 4월 셸 휴스턴 오픈에서 준우승하는 등 정상 문턱에 다가갔으나 아직 첫 우승은 달성하지 못했다. 지금까지는 모교인 연세대 이름이 새겨진 모자를 쓰고 대회에 나서다 메인스폰서 로고를 달게 된 강성훈은 “든든한 지원을 받게 된 만큼 더 책임감을 느끼고, 집중력을 키워 목표를 이룰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CJ대한통운 관계자는 “우리 그룹이 국내 최초로 PGA투어 CJ컵@나인브릿지 대회를 오는 2026년까지 10년간 개최한다. 상금 등 제반규모 면에서 특급대회로 분류되는 이 대회가 손님들의 잔치로 끝나지 않으려면 뛰어난 국내 선수 발굴과 지원이 수반돼야 한다”며 “골프단을 PGA투어 멤버로 구성한 것은 바로 그런 차원에서다. 아울러 우리의 이번 전략이 자극제가 돼 국내 남자 프로골프의 발전에 기여했으면 한다”는 바람을 피력했다.


여자프로골프에서는 새롭게 팀을 창단한 기업과 기존 후원기업과 계약을 연장하거나 다른팀으로 이적하는 등 후원 계약 풍성하게 이뤄졌다. 주방가구 회사 넥시스는 지난해 12월28일 골프단 창단식을 열고 박유나 등 6명을 후원키로 했다.

2011년 대우증권클래식에서 우승한 박유나는 올 시즌 5개 대회에서 톱 10을 기록했다. 넥시스는 2015년 포스코 챔피언십 우승자인 최혜정, 국가대표 상비군 출신의 김보아도 후원한다. 또 2부 투어의 유망주인 안소현과 이지현, 방송 프로로 활동하고 있는 임미소도 넥시스 모자를 쓴다. 국가대표 유해란(숭일고)에게는 주니어 육성 차원의 장학금이 지급된다.

최민호 넥시스 대표는 “세계 최강을 자랑하는 국내 여자프로골퍼로 구성된 골프단을 창단해 무척 기쁘다. 창사 이래 매년 흑자를 기록 중인 넥시스처럼 소속 후원선수들도 함께 발전해 갈 수 있도록 여러 가지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며 “올해 골프단 창단을 시작으로 대회 개최 등 지속해서 스포츠마케팅에 투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동부건설도 여자골프단을 창단한다. 2016년 KLPGA투어 신인왕 지한솔과 박희영의 동생인 박주영, 여기에 신인급 2~3명의 선수를 추가로 영입할 예정이다. 페어라이어 골프단도 지난달 16일 창단식을 가졌다. 올해 KLPGA투어에서 활동할 송남경과 2부 투어에서 활동할 김도연, 이예슬, 탁경은, 이지현3의 5명으로 구성됐다.

건설사들도 여자 골프 선수 후원에 적극적이다. 호반건설, 요진건설, 대방건설, 문영그룹도 경쟁적으로 여자 골프단을 운영하고 있다. KLPGA 2017시즌 6관왕에 오른 스타 이정은은 대방건설과 3년간 24억원을 받는 대형 계약을 맺었다.

KLPGA투어 통산 4승에 빛나는 김민선5은 기존 스폰서였던 CJ오쇼핑의 품을 떠나 문영그룹과 후원계약식을 통해 새 보금자리를 틀었다. 175㎝의 큰 키를 자랑하는 김민선5은 타고난 장타력을 앞세워 KLPGA 무대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고 있다. 2014년 11월 ADT캡스 챔피언십에서 생애 첫 승을 거둔 이후 2015년부터 지난해까지 매년 1승씩을 추가해 통산 4승을 기록 중이다. 문영그룹은 김민선5을 비롯해 최가람, 박유준, 황율린, 안나린 등을 추가로 영입해 총 11명의 선수단을 꾸리게 됐다.


배선우와 홍란 등 이미 걸출한 선수를 보유하고 있던 삼천리는 올해 3승을 거든 김해림을 영입했다. 김해림은 롯데 모자를 벗고 삼천리와 계약을 맺었다. 삼천리는 3년간 열리던 삼천리 투게더 오픈을 내년부터 개최하지 않는 대신 선수 후원 쪽으로 방향을 돌렸다. 삼천리는 일본에서 활동하게 될 김해림의 투어 경비도 지원하게 된다. KLPGA투어 3승을 거둔 조윤지, 이주미도 삼천리가 후원한다.

KPGA 신인왕 장이근 신한금융으로
연일 쏟아진 골프단 창단 낭보

올해 5년 만에 우승하며 부활한 김자영은 SK네트웍스의 모자를 쓴다. 2012년 3승을 거두며 스타덤에 올랐다가 한 동안 슬럼프에 빠졌던 김자영은 우승과 함께 대기업 후원사를 맞게 됐다.

2014년 상금랭킹 3위, 2015년 상금랭킹 4위에 올랐다가 지난 2년간 스윙 교정으로 성적을 내지 못한 이정민도 새로운 보금자리를 찾았다. 이정민은 올해 상금랭킹 81위로 부진했지만 한화는 가능성을 믿고 후원하기로 했다. 

한화큐셀이라는 이름으로 골프단 간판을 바꿔단 한화는 LPGA투어에서 3승을 거둔 김인경과 지은희, 노무라 하루를 지원하고 있다. 또한 국내 투어 3승을 한 김지현과 일본 투어에서 2승을 한 이민영도 한화 모자를 썼다. 

한화는 지난해 소속 선수들이 국·내외 무대에서 맹활약을 펼친 성과가 골프단 확대로 이어졌다. 한화는 김지현과 김인경, 이민영, 지은희 등이 2017시즌 한·미·일 필드에서 무려 10승을 합작했다.

하이트진로는 김하늘과 타이틀스폰서 계약을 3년 연장했다. 김하늘은 말이 필요 없는 선수다. 2008년 KLPGA투어에 데뷔해 통산 8승을 수확했고 2011년과 2012년에는 2년 연속 상금왕에 등극했다. 2015년부터 일본에서 활동하고 있는데 지난해는 3승을 쓸어 담아 더욱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며 JLPGA 투어의 골프 한류를 이끄는 주역으로 자리매김했다.

고진영에 이어 최예림도 하이트진로의 새 식구로 합류했다. 최예림은 국가대표 상비군 출신으로 점프(3부)투어와 드림(2부)투어를 거쳐 지난해 11월 시드순위전 6위로 단숨에 KLPGA투어 2018시즌 풀시드를 확보한 특급 루키다. 

KLPGA 최장 기간 후원사인 하이트진로는 2000년부터 메이저대회 중 하나인 ‘하이트진로 챔피언십’을 주최함은 물론, 국내외에서 큰 활약을 펼친 스타플레이어들을 다수 배출하는 명문 골프단을 운영하며 한국 골프 발전에 힘쓰고 있다.

친환경 창호 선도기업 피엔에스(이하 PNS)도 KLPGA 루키 김지윤을 새식구로 맞이했다. 19살의 김지윤은 공격적인 경기운영과 아이언 샷, 쇼트게임 운영능력이 강점이다. 지난해 7월 점프투어 7차전에서 우승했고, 지난해 11월 펼쳐진 2018 KLPGA 정규투어 시드순위전 19위, 2018 시즌 개막전 ‘효성 챔피언십 with SBS’ 36위를 기록했다.

치열한 영입전 
용품 계약 활발

출범 3기를 맞은 PNS골프단은 김지윤을 포함, 기존 후원 선수인 LPGA 양희영, KLPGA 김소이, 김규리 등으로 선수단을 꾸렸다. PNS는 향후 유망 선수의 추가 영입과 체계적인 지원을 계획하고 있고, 골프단을 활용한 스포츠마케팅도 활발히 펼칠 방침이다.

한국미즈노는 LPGA투어에서 6승을 올린 김세영, KLPGA투어 통산 8승을 거둔 이정민, 퍼팅 달인 이승현 등과 용품 후원 계약을 맺으며 골프스타 마케팅을 강화했다. 6년째 미즈노 아이언을 사용하고 있는 김세영과 이정민은 재계약이고, 이승현은 이번에 처음 미즈노 아이언을 사용한다. 

LPGA무대에서 활약하다가 지난해 한국으로 복귀한 백규정, KLPGA 투어 3년 차 김아림과도 계약을 맺었다. LPGA 투어 베테랑 박희영도 계약을 연장했다. 박희영은 8년째 미즈노와의 인연을 이어오고 있다. 미즈노 아이언을 후원받게 된 남자 골퍼는 문경준과 이태희 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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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특집 대담> 정치 9단 김종인 대한민국을 묻다

[추석특집 대담] 정치 9단 김종인 대한민국을 묻다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박희영 기자 = 국민의힘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은 더불어민주당의 검찰개혁에 대해 “검찰을 3개로 찢어놓는다고 해서, 검찰이 정상적으로 돌아갈 것이란 확신은 못하겠다”고 비판했다. 김 전 비대위원장은 국민의힘에 대해서도 “강경 보수로 회귀하면, 희망이 있다고 보이진 않는다”고 경고했다. 국민의힘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은 개혁신당 공천관리위원장을 끝으로 정치에 직접 개입하지 않고 있다. <일요시사>는 추석 연휴를 앞두고 김 전 비대위원장을 만나 그가 제시하는 정국 진단 결과와 향후 우리 정치가 나아가야 할 길을 들었다. 다음은 김 전 비대위원장과의 일문일답. -출범 100일을 넘긴 이재명 정부를 어떻게 평가하는가? ▲100일 동안 별 탈 없이 무난하게 잘했다고 본다. 국민과 소통하려고 애를 많이 썼다. -추석을 앞두고 지급된 2차 민생회복 소비쿠폰에 대한 의견은? ▲민생 경제가 굉장히 어렵고, 우리나라의 총수요가 낮아졌다. 한국은행이 진단한 올해 성장률도 0.9%밖에 안 된다. 쿠폰을 풀면, 약간의 소비 촉진 효과는 있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 경제가 당면한 문제를 해결하기엔 부족하다. -이재명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정상회담은 겉보기엔 훈훈했다. 하지만 미국 정부의 3500억달러 투자 펀드 조성 요구와 노동자 317명 추방 등 사태와 맞물려 이 대통령에 대한 비판 여론이 불거졌다. ▲우리 경제 부처 장관들이 미국 월가를 이해하지 못한 채 막연하게 생각한 것 같다. 그래서 “미국의 요구는 보증·대출을 거쳐 이행하면 될 것”이라고 이해한 것 같다. 근본적인 시각 차이 때문에 협상이 타결되지 못했다. 그런데 국민에겐 마치 타결된 것 같은 인상을 줬다. 한 달도 안 돼 사실이 드러났기 때문에 국민은 의아하게 생각할 수밖에 없다. -트럼프 대통령과 함께하는 미국의 MAGA 진영은 우리나라 일각의 부정선거론을 지지하면서 “한국이 공산주의에 진입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어떻게 보는가? ▲그들은 미국이 어떻게 위대한 나라가 됐는지 이해하지 못했다. 트럼프의 MAGA 프로젝트는 성공하기 힘들다고 생각한다. 우리와도 관계가 없다. “MAGA 진영이 우리 정치에 개입할 것”이란 믿음은 국내 보수 진영의 희망 사항일 뿐이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검찰 해체를 서둘러 마무리하려고 한다. 민주당이 새로 구상하는 검찰 체계에 대한 평가는?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는다. 검찰의 문제는 지금까지 권력자가 검찰을 이용해 자신의 권력을 유지하려고 한 것으로부터 비롯된다. 이 때문에 검찰도 못된 버릇이 들어 이렇게 됐다. 개혁보다 “검찰을 어떻게 활용하느냐”가 진짜 문제다. 검찰을 3개로 찢어놓는다고 해서, 검찰이 정상적으로 돌아갈 것이란 확신은 못하겠다. -이 대통령이 노태우 전 대통령의 장남 재헌씨를 주중대사로 임명했다. 노 대사가 어떤 역할을 할 것 같은가? ▲노 전 대통령은 한중 수교를 이끌었다. 노 대사는 동아시아문화센터 이사장으로서 한중 문화 교류와 관련된 많은 역할을 했다. 이 대통령이 이를 참작해 중국 대사로 임명하는 신선한 인사를 한 것 같다. 이 대통령도 자신에게 정치적으로 유리하다고 생각했으니 노 대사를 임명했을 것이다. -최근 민주당의 내부 구도를 놓고 ‘김어준 상왕설’이 불거지고 있다. 이 주장은 정국을 강경하게 이끄는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대응과 맞물리고 있는데… ▲김어준씨가 유튜브를 시청하는 일정 부류엔 영향력을 행사할 것이다. 그런데 대중에게 크게 영향력을 행사한다고 보진 않는다. 대통령이 엄연히 있기 때문이다. ‘상왕설’은 너무 과장된 얘기라고 생각한다. -최근 특검 수사 기간 연장과 관련해 정 대표와 민주당 김병기 원내대표가 충돌했다. ▲내부 의견 충돌 때문에 일어난 사건이다. 내가 보기엔 김 원내대표가 독단적으로 합의한 것 같진 않다. 합의 후 강성 지지층이 반발해서 문제가 생겼다. 그래서 합의를 파기하려다 보니 두 사람 사이에 갈등이 생겼다. 그 자체가 대단히 중요하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이 대통령과 정 대표는 과거에 갈등이 많았고, 최근 민주당에 대해선 “친명과 구 친문이 갈등하는 게 아니냐”는 얘기가 나온다. ▲그건 다 괜히 하는 소리다. 대통령이 엄연히 있는데, 당 대표가 대통령을 상대로 자신의 의사를 관철하기가 쉽진 않다. -민주당 일각에선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에 합당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혁신당 조국 비대위원장은 목표가 정해진 사람이다. 합당이 그 목표 실현에 유리할지 많이 생각할 것이다. 아울러 조 비대위원장으로선 혁신당만으로 전국 단위 선거를 치를 수 있을지 고민할 텐데, 상황에 직면하면 합당 여부를 정하지 않겠나? 합당은 민주당 내부에서도 받아들일 의사가 있어야 진행될 수 있다. 자신들에게 미칠 영향을 생각하면서 합의점에 도달하면 합당 여부를 결정할 것이다. “대통령 있는데 당대표가 어떻게 의사 관철?” “장동혁은 대권 욕심 갖고 계속 변화할 것”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이 이끌던 국민의당과 혁신당은 총선을 치르면서 호남에서 선전해 존재감을 드러냈다. 내년 지방선거에서 호남 민심이 어떤 선택을 할 거라고 보나? ▲두고 봐야 안다. 호남 민심은 제19대 대선에선 안 의원이 아니라 문재인 전 대통령을 선택했다. 호남 유권자들은 상당히 전략적으로 투표한다. 그들은 정권 재창출이 가능한 후보에게 표를 몰아준다. 그러니 선거를 치러봐야 알 수 있다. 지금은 뭐라고 얘기하기 어렵다. -장 대표가 취임하자, 강경 보수 유튜버들은 “군소 보수 정당에 지방자치단체장 30석을 내놓으라”고 요구하고 있다. “국민의힘과 강경 보수 유튜버들이 너무 밀착한다”는 일각의 주장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는가? ▲국민의힘이 계속 지금과 같은 자세를 유지하면, 희망이 별로 보이지 않는다. 국민의힘은 지난해 12월 비상계엄 사태와 윤석열 전 대통령 파면 이후 우리 정치 지형이 어떻게 변하고 있는지 냉철하게 분석해야 한다. 변화가 있어야 국민의 지지를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요즘처럼 강경 보수로 회귀하면, 희망이 있다고 보이진 않는다. -장 대표는 강경 보수와의 밀착과 중도층 공략 사이에서 계속 의견이 바뀐다. ▲장 대표에게도 정치적 목표가 있을 텐데 그는 목표 달성을 위해 많은 변화를 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 강경 보수의 지원을 받아 당 대표가 됐지만, 자신의 정치적 지향점을 어떻게 결정할지 잘 생각해 봐야 한다. 만약 “지나치게 강경 보수와 밀착하면 안 된다”고 생각하면, 어느 정도는 그들과 선을 그을 필요가 있다. 하지만 선을 긋는 데 한계가 있을 것이다. 이를 극복하지 못하면, 그에게는 크게 정치적 기대를 하기 힘들다고 본다.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는 “장 대표가 용꿈을 꾸고 있다”고 평가한다. ▲장 대표도 어차피 당 대표가 됐으니, 대권 욕심을 가질 것이다. 정치인은 언제나 시대 변화에 적응해야 한다. 장 대표 스스로 “변화하는 능력이 있다”고 생각한다면, 계속 많이 변할 것이다.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는 장 대표가 당선되면서 위상이 많이 훼손됐다. 비상계엄 사태 이후 한 전 대표의 행보를 어떻게 평가하는가? ▲국민의힘 당원들은 상당한 분노에 차 있었기 때문에 갑자기 강경해졌다. 세월이 흘러 당원들이 당을 위해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 알게 되면, 또 변할 수도 있다. 지금 상황만으로 판단하기엔 굉장히 이르다. 한 전 대표가 당시 여당 대표로서 비상계엄 선포 직후 반대 의견을 밝히면서 윤 전 대통령 탄핵소추에 찬성한 것은 굉장히 용기 있는 행동이라고 생각한다. 그가 앞으로 어떻게 정치적으로 발전할지는 아직 모르겠다. 그래도 국민의힘에선 가장 올바른 판단을 했다고 본다. -장 대표가 한 전 대표에 대한 강경한 태도를 바꾸지 않고 있다. ▲장 대표로선 당연히 한 전 대표를 국민의힘에서 쫓아내고 싶을 것이다. 그런데 쫓아낼 수 있겠는가? 어떻게 쫓아내겠나? 오늘의 장 대표는 한 전 대표 덕분에 존재하는 것이다. -이 대표는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 오세훈 서울시장 등과 지방선거에서 연대할 가능성을 내비친다. ▲뻔한 사람들끼리 하는 거라서 큰 효과가 있을 것 같진 않다. 모두 국민의힘 사람이거나 국민의힘 출신인데 특별한 효과가 있겠는가? -진영 간 대결 구도가 성별·세대 갈등 구도로 번졌다. 정치권 원로로서 어떻게 생각하는가? ▲그건 어쩔 수 없는 것이다. 시대·사회·경제 구조가 변하고, 새 기술이 도입되면 의견이 분분할 수밖에 없다. 국민 사이에 형성되는 ‘그룹’을 조화시킬 수 있는 정치적 능력이 필요하다. 이런 능력이 없는 사람은 정치적으로 성공할 수 없다. “이준석·안철수·오세훈? 뻔한 사람들” “국힘, 강경 보수로? 희망 보이지 않아” -일부 정치인은 갈등을 이용해 정치적 영향력을 확대하면서 후원금을 벌고 있다. ▲큰 도움이 되진 않을 것이다. 갈등을 전체적으로 포괄한 후 최대공약수를 찾아 정치해야 한다. -과거 정치와 현재 정치의 가장 큰 변화와 차이점은? ▲못 살던 시절엔 먹고사는 게 가장 중요해서 경제가 가장 큰 영향을 미쳤다. 그런데 먹고사는 문제가 어느 정도 해결된 지금은 국민의 의식 구조가 과거와 다르다. 이 시대의 젊은 세대는 우리 국민 중 성숙도가 가장 높다. 정보를 활용할 수 있는 능력도 가장 좋다. 이들은 공정하지 못하고, 불평등하며, 민주적이지 않은 것에 크게 저항한다. 세대별로 약간의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다. 누군가는 이를 두고 “극우화됐다”고 하지만, 그렇게 생각하면 안 된다. -4050 남성이 2030 남성에게 가장 불만을 품는 부분은 “너희는 왜 국민의힘을 지지하면서 보수화되느냐”는 것이다. ▲2030 남성은 국민의힘을 지지하는 게 아니다. 최근 국민의힘은 장외 집회를 하고 있는데, 이들은 이런 걸 별로 좋아하지 않을 것이다. 이들은 너무 소란을 피우는 것 자체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흔히들 “장 자크 루소가 얘기하는 계몽주의가 프랑스 대혁명을 낳았다”고 한다. 그런데 그 계몽주의가 뭔가? 성숙지 못한 국민을 성숙하게 만들어서 사회를 변화시킨다는 것이다. 우리 국민의 성숙도는 매우 높아졌다. 이 때문에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도 실패했다. 국민의 의식 수준이 높아지면, 정치가 이를 따라가야 하는데, 접근을 제대로 못하고 있다. -정계의 킹메이커로 알려졌다. 대통령의 가장 중요한 덕목은 무엇인가? ▲대통령은 정직해야 한다. 시대 변화에 민감하게 적응할 수 있어야 한다. 우리 대통령들이 모두 실패한 원인은 너무 탐욕스러웠고, 시대 변화를 제대로 못 따라갔다는 것이었다. -최근 한국 정치·사회에서 작게나마 희망을 봤거나 “아직은 희망이 있다”고 생각하거나 그 반대가 된 일이 있다면? ▲우리나라의 제일 시급한 과제는 아주 극단적인 양극화 현상이다. 이를 완화하지 않으면, 한국 정치는 국민통합을 이룰 수 없다. 우리는 초고령화 사회로 가고 있고, 출산율은 매우 낮다. 경제의 역동성이 거의 없어지고 있다. 정치인이 말로만 소통·통합을 외친들 아무 소용이 없다. -추석 연휴를 앞둔 <일요시사> 독자에게 남길 덕담 한마디가 있다면? ▲대통령을 선출하는 기준이 여론조사에 휩쓸리는 식으로 정해지면, 문제가 복잡해진다. 윤 전 대통령도 그렇게 대통령에 당선됐다. 오랫동안 검사였던 사람이 지도자가 된 사례가 세계적으로 별로 없다. 이들은 남의 부정적인 측면만 따지는 사람들이다. 그래서 창의적·긍정적 역할을 하기 힘든 사람들이다. 제가 그를 호의적으로 봤던 것도 큰 잘못이었다. 당시 국민의힘엔 대통령감이 없었다. 그래서 저는 윤 전 대통령의 여론조사 지지율이 높은 것을 일컬어 “별의 순간을 잡았다”고 말했다. 결국 윤 전 대통령은 제가 우려했던 행동을 했다. 저는 이승만 전 대통령 외엔 모든 대통령을 만나봤다. 직접 자문도 했고, 대통령 선거에 참여한 적도 있다. 이 경험을 토대로 <왜 대통령은 실패하는가>라는 책도 출간했다. 이들이 실패한 원인은 초심을 관철하지 못했단 것이었다. 박근혜·윤석열 전 대통령이 파면된 이유를 생각해야 한다. 이미 우리나라에선 오래전에 보수·진보가 사라졌다. 지난 1997년 김대중 전 대통령이 당선됐던 제15대 대선도 보수·진보의 싸움이 아니었다. 모두 보수였다. 1980년대 운동권 출신들은 정치권에 진출한 후 스스로 대단한 진보를 자처했다. 그런데 이들은 진보의 뜻도 모른다. 이들은 정권을 네 번 잡을 동안 양극화 하나도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 이들이 무슨 진보 정권인가? 국민이 정치 상황을 냉철하게 관찰하시고 올바른 선택을 하는 자세를 갖추셔야 한다. 대통령·국회의원도 결국 국민이 선출한다는 사실을 잊지 마시길 바란다. <ctzxp@ilyosisa.co.kr>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