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4당 ‘천하이분지계’ 로드맵

  • 최현목 기자 chm@ilyosisa.co.kr
  • 등록 2018.02.12 09:02:40
  • 호수 1153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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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7 대 147’ 용쟁호투 정국

[일요시사 정치팀] 최현목 기자 = 민주평화당(이하 민평당)의 창당. 국민의당-바른정당의 통합. 정계개편 소용돌이 속에서 무너질 것 같던 4당 체제가 유지됐다. 캐스팅보터의 증가는 이번 정계개편의 가장 뚜렷한 결과물이다. 이로써 여소야대 정국은 더욱 큰 혼란 속에서 공고해진 모습이다. 집권여당과 제1야당은 캐스팅보터의 힘을 빌리지 않고는 정국을 이끌어갈 수 없는 상황에 놓였다. <일요시사>는 ‘일도양단’으로 나뉜 정치권이 앞으로 보여줄 모습을 전망해봤다.
 

민평당이 지난 6일 닻을 올렸다. 당 대표로 조배숙 의원, 원내대표에는 장병완 의원이 추대됐다. 김경진·윤영일 의원, 배준현 전 부산시당위원장 등 3명이 당 최고위원, 정인화 의원이 사무총장을 각각 맡았다. 대변인에는 최경환 의원을 임명했다. 

민평당 출항
순항할까?

최고위원 4자리는 향후 합류할 의원을 위해 공석으로 비워뒀다. 최 대변인은 “최고위원 공석 4자리는 추후 영입 인사나 당에 참여할 의원들을 안배하기 위한 것”이라고 언급했다.

민평당 조배숙 대표는 국회 의원회관 대회의실서 열린 중앙당 창당대회서 “당원 동지 여러분과 함께 국민 앞에 선언한다”며 “민생 제일주의, 햇볕정책 계승 발전, 다당제 제도화, 촛불혁명 완성을 위해 오늘 여기에서 우리는 민평당을 창당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대표로서 “첫째 빠르게 지방선거 체제로 바꿔 경쟁력 있는 인물을 영입하는 데 총력을 다하고, 둘째 당의 지지율 높이며, 셋째 외연확장으로 원내교섭단체(이하 교섭단체)를 반드시 이룰 것”이라고 선언했다. 

민평당은 교섭단체 구성에 실패했다. 설상가상으로 15명이던 민평당은 박준영 의원이 지난 8일 대법원 최종 선고로 의원직을 잃게 되면서 14명으로 줄어들었다. 재판부는 공직선거법과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징역형이 선고된 박 의원에 대해 징역 2년6개월과 추징금 3억1713만원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박 의원은 지난 4·13 총선을 앞두고 신민당 전 사무총장 김모씨로부터 공천 헌금 명목으로 세 차례에 걸쳐 3억5200만원 상당액을 받은 혐의로 1·2심서 징역형을 선고받은 바 있다. 전남도지사를 지낸 박 의원은 바른정당과의 합당에 반대해 지난 5일 국민의당을 탈당해 민평당에 합류한 상태였다.

박 의원과 함께 국민의당 송기석 의원도 대법원 최종 선고로 의원직을 잃게 되면서 국회 재적 의원은 296명서 294명으로 줄게 됐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의석수는 121석, 자유한국당(이하 한국당) 117석, 바른미래당(국민의당 21석+바른정당 9석, 총 30석), 민평당 14석, 정의당 6석, 대한애국당 1석, 민중당 1석, 무소속 4석이다(이용호 의원 지난 11일 국민의당 탈당).

과반을 넘는 정당이 전무한 상태서 누가 국회 운영의 캐스팅보트를 행사하느냐가 큰 관심거리로 부상했다. 이를 전제로 재적 국회의원 294석이 147 대 147로 정확히 양분된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범여권의 경우 민주당 121석에 민평당 14석, 정의당 6석, 민중당 1석, 무소속 2석 등 여권에 우호적인 의석수를 합치면 산술적으로 144석에 그친다. 그러나 바른미래당 내에 있지만, 민평당과 뜻을 같이하는 비례대표 3명(박주현·이상돈·장정숙 의원)을 합하면 정확히 147석이 완성된다. 

민평당·정의당 등이 무조건 여권의 편에 선다는 보장은 없지만, 정치적 결이 서로 비슷하다는 점에서 현안마다 협치를 하는 그림이 그려진다.

특히 민평당은 바른미래당에 맞서기 위해 민주당과의 연대를 꾀할 가능성이 높다. 

민주당 김영진 전략기획위원장은 지난달 24일 “(민평당은) 햇볕정책의 존중과 평화, 중도개혁 이상의 개혁적 정당을 추구한다”며 “우리(민주당)와 (민평당은) 이념적 스펙트럼의 공통점이 많다”고 평가한 바 있다. 이는 향후 협치가 가능한 대상으로 민평당을 지목한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 민주당과 민평당은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연출하며 연대 가능성을 높였다. 민평당 조배숙 대표가 지난 7일 각 당 대표와 원내대표를 비롯한 지도부를 예방했을 때 민주당과 정의당을 방문한 자리서 같은 여성 대표라는 공통점을 화두로 꼽는 등 회동 내내 웃음이 멈추지 않았다.

민주당 추미애 대표는 조 대표에게 “환영한다. 어제 훌륭한 연설처럼 (당을)잘 이끌어달라”며 “차제에 여성 당대표가 뭉치면 못해낼 일이 없다. 앞으로 협치의 중심에 서달라”고 당부했다.

여야 대리전
심해진다!

이에 조 대표는 “문재인정부가 잘못한 것이 있을 때는 강하게 비판하고 견제하고, 때로는 개혁과제를 위해 협치하는 야당으로서의 본분을 잊지 않겠다”면서도 “여성 3인 당 대표(민주당 추미애, 민평당 조배숙, 정의당 이정미)가 오찬이라도 하면서 심도 있게 논의하자”고 제안했다.

정의당 이정미 대표는 조 대표를 만난 자리서 “평창동계올림픽이 열리는데 대한민국의 온전한 평화를 만드는 파트너로서 역할을 하자”고 요청했고, 조 대표는 “정당 개혁과제에 대한 연대의 기회나 고리가 더 강해질 것”이라고 화답했다.

민평당은 교섭단체 지위 확보를 위한 방안 마련에 고심 중이다. 교섭단체가 지위를 확보하지 못하면 예산안과 주요 쟁점 법안을 논의하는 데 장애가 따른다. 

자당의 핵심 지지층이 있는 지역 예산을 확보하지 못할 가능성이 높으며, 주요 이슈서 자당의 목소리를 낼 수 없다는 결론에 이른다. 이 때문에 정치권 안팎에서는 민평당이 정의당과 공동교섭단체를 구성하는 방안과 민주당 합류 가능성 등이 점쳐진다.

민평당 14석에 정의당 6석을 더하면 교섭단체 구성 요건에 필요한 의석수를 확보할 수 있다. 그러나 실제 공동교섭단체를 구성까지는 쉽지 않은 게 현실이다. 민평당과 정의당은 정치적 색깔과 노선서 다소 결이 다르기 때문이다. 이를 잘 아는 정의당도 공동교섭단체 구성에 난색을 표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민평당 출범…민주당 2중대론 격화
정계개편 소용돌이 4당 체제 유지

정치권은 민평당이 6·13 지방선거 이후 민주당으로 합류할 가능성에 좀 더 무게를 두고 있다. 실제 민평당 내부에는 이에 대한 공감 여론이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다만, 민주당이 합류를 받아 줄지가 변수다. 

문재인정부의 순항을 위해 민평당이 가진 호남 영향력을 가져와야 한다는 민주당 내부 목소리가 있는 반면, 지난 2016년 4월 총선을 앞두고 안철수계와 호남 중진 의원들이 ‘친노 패권주의’ 및 ‘반문(반 문재인) 정서’를 외치며 민주당을 탈당해 국민의당을 만들었다는 점을 상기시키는 목소리도 있다.

이에 맞서는 범야권은 산술적으로 한국당 117석, 바른미래당 30석, 대한애국당 1석, 무소속 2석으로 총 150석이다. 이는 범여권의 147석을 3석 차이로 앞서는 수다. 그러나 그 속을 들여다보면 허수가 존재한다.

출당 문제로 원치 않는 곤욕을 치르고 있는 박주현·이상돈·장정숙 의원 등 비례대표 3명은 바른미래당 내 몸을 담고 있지만, 마음은 민평당을 향해 있다. 앞서 각 정당 지도부를 예방하던 조배숙 대표는 안철수 대표를 만나 비례대표 의원들을 출당시켜달라고 강력하게 요구했지만, 안 대표는 일언지하에 거부한 것으로 전해진다.

조 대표는 안 대표와의 면담 후 기자들과 만나 “민평당 창당 과정서 적극적으로 활동하고, 그쪽(바른미래당)에 합류할 뜻이 없는 비례대표 의원들의 의사를 존중하고 배려해달라고 정중하게 부탁드렸다”고 전한 반면, 안 대표는 기자들에게 “조 대표에게 원칙적인 부분을 말했다. 이미 내가 여러 번에 걸쳐서 입장을 밝힌 바 있다”며 출당을 불허한다는 기존 입장을 재확인했다.

지방선거 후
민주당 합류

실질적으로 바른미래당 범야권 세력은 30석이 아닌 27석에 가깝다. 이를 대입하면 범야권 또한 147석이 된다. 여야 힘의 균형이 맞춰진 셈이다. 수감 중인 한국당 최경환·이우현 의원이 본회의에 참석할 수 없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오히려 범야권이 145석으로 147석의 범여권에게 밀리는 형국이다.

이처럼 정치 지형이 급격하게 요동치면서 바른미래당과 민평당 사이의 3지대 주도권 싸움도 치열하게 전개될 것으로 예상된다.

국민의당 통합파, 즉 바른미래당 측은 바른정당과 통합을 거쳐 탄생할 (바른)미래당이야말로 진정한 대안세력이 될 것이라고 호언장담하고 있다. 
 

안철수 대표는 기자들을 만나 “당은 국민을 위해 도움이 될지, 미래를 위해 올바른 일인지를 기준으로 판단할 것”이라며 “올바른 일이라고 생각되면 여당에 협조하고, 그렇지 않다면 저희가 대안을 내놓고 대안정당으로서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민평당 측은 캐스팅보터는 바로 민평당이라며 강조한다. 

조 대표는 <불교방송> 라디오에 출연해 “교섭단체에 연연하지 않는다. 국회 의석을 보면 과반 기준은 147석이 된다. 지금 (민평당을 제외한) 범여권 의석이 129석이니 우리 당에서 18석(14석+4석)만 투표를 같이하면 과반을 확보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에게 정국을 주도할 힘이 있는 셈”이라고 주장했다.

캐스팅보터로서의 주도권 싸움이 한창인 가운데 서로에 대한 네거티브전이 시간이 갈수록 격해지고 있다. 바른미래당과 민평당은 서로를 각각 한국당과 민주당의 2중대라고 평가절하한다.

맞춰진 균형, 여야대전 시작
개헌부터 삐끗, 말짱 도루묵?

민평당 창당에 대해 바른미래당 측은 “정부여당 편에서 무조건적인 거수기를 자처하며 민주당 2중대, 도로민주당이 되는 불상사가 없기를 진정 바란다”며 “지방선거를 앞둔 지금, 부랴부랴 출범한 민평당이 호남의 멱살을 잡고 호남정치의 전국화를 가로막는 등 호남팔이당이 되지 않을까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는 점도 가슴에 새기시기 바란다”고 힐난했다.

한국당도 “국민의당이 실패한 중요한 이유 중 하나가 시작은 야당, 끝은 여당. 낮에는 야당, 밤에는 여당 역할을 한 것”이라며 “많은 국민이 민평당이 민주당의 2중대 역할을 할 것이 아닌가 하고 우려하고 있음을 분명하게 인식하기 바란다”고 대립각을 세웠다.

반면 민평당은 국민의당-바른정당 통합신당 이름이 ‘미래당’으로 결정된 것에 대해 “당명서부터 한국당 2중대를 자임하고 있는 건 아닌지 심히 우려스럽다”며 “우리 정당사에 ‘미래’가 정당명으로 쓰인 사례는 과거 박근혜가 한나라당을 탈당해 만든 ‘한국미래연합’이 있다”고 응수했다. 

이어 “이명박정부 당시 한나라당 친박(친 박근혜)계가 탈당해 만든 ‘미래희망연대’도 있었다. 극우논객 지만원씨가 만든 ‘시스템미래당’도 있고, 우익 민족주의 정당인 ‘한반도미래연합’도 있다”며 “그런데 공교롭게도 하나같이 미래가 들어간 당명은 죄다 극우보수의 거룩한 계보를 잇는 한국당 계열”이라고 주장했다.

앞서 국민의당-바른정당은 ‘미래당’을 신당 이름으로 결정했다가 중앙선거관리위원회 결정으로 해당 명칭을 사용하지 못하게 되자 재논의를 거쳐 외견상 바른정당의 정체성이 담긴 것으로 비칠 수 있는 ‘바른미래당’으로 당명을 변경한 바 있다.

불붙은 전쟁
2중대론 심화

정치권은 바른미래당 대 민평당의 대결 구도가 정치권 전체로 번져 범여권과 범야권의 갈등으로 확장될 것이라 예견한다. 당장 개헌 정국만 봐도 이러한 행간을 읽을 수 있다는 것이다. 

민평당은 “지금이야말로 개헌의 골든타임”이라며 문재인정부 및 민주당에게 힘을 실어준 반면, 바른미래당은 문 대통령의 정부주도 개헌 언급과 민주당의 4년 중임제 당론을 지적하며 “정략적 의도가 숨어있다”고 의혹을 제기하며 맞붙고 있다.


<chm@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문준용 의혹 2라운드

문재인 대통령의 아들 준용씨가 정치권서 제기된 ‘평창미디어아트프로젝트’ 특혜 참여 의혹을 전면 반박했다.

문씨 측은 입장문을 통해 “평창미디어아트프로젝트는 정부나 공공기관, 지방자치단체 지원 없이 민간기업이 자율적으로 주최했다”며 “특혜를 받는 것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앞서 바른정당 황유정 대변인은 지난달 31일 논평을 통해 “문씨는 아버지가 (청와대) 비서실장일 때 고용정보원 직원이 됐고 대통령일 때 평창올림픽 미디어아트 전시회 28인의 작가 반열에 올랐다”며 “공정한 심사로 선발됐다고 하지만 객관적 기준보다 개인의 선호가 심사기준이 되는 예술 세계서 이런 주장은 설득력이 없다”고 의혹을 제기한 바 있다.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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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POP 1위 하이브, 수사 리스크 타개책 있나?

K-POP 1위 하이브, 수사 리스크 타개책 있나?

[일요시사 취재1팀 ] 장지선 기자 = 국내 최대 연예기획사가 사면초가 상태에 빠졌다. 업계에서는 부동의 1위를 달리고 있지만 내부는 엉망진창이라는 풍문이 돌고 있다. 레이블 간의 갈등이 법정 공방으로 번졌고 주력 IP는 과거와 비교해 힘을 못 쓰는 모양새다. 연예계 ‘미다스의 손’으로 불리는 수장은 이 위기를 어떻게 타개하려는 걸까? 2024년 5월 엔터테인먼트 기업 하이브가 대기업집단으로 지정됐다. 공정거래위원회는 계열사 자산 총액과 자본 총액을 더한 자산이 5조원을 넘긴 곳을 대기업집단으로 지정한다. 2024년 3월 공개한 사업보고서 기준으로 하이브 자산 총계는 5조원을 넘었다. 당시 기준으로 재계 순위 85위에 올랐다. 빛 좋은 개살구? 대기업집단으로 지정되면 공정거래법상 기업의 의무가 늘어난다. 엄격한 법의 테두리 안으로 들어가게 되는 것이다. 동시에 상징성도 얻는다. 실제 하이브는 국내 엔터테인먼트 업계에서 최초로 대기업집단에 지정됐다. 국가 차원에서 하이브가 ‘업계 1위’로 인정받은 셈이다. 공정거래위원회는 “K팝의 세계화로 앨범, 공연, 콘텐츠 등이 주요 수익원인 엔터테인먼트 업계가 급격히 성장한 것이 반영됐다”고 지정 배경을 밝혔다. 하이브의 대기업집단 지정은 민희진 전 어도어 대표와의 갈등이 한창 불거질 무렵에 이뤄졌다. 앞서 2024년 4월 하이브는 그룹 뉴진스 등이 소속된 레이블 어도어를 이끌고 있던 민 전 대표가 경영권을 탈취하려 했다는 의혹을 제기하며 감사를 진행했다. 민 전 대표와 하이브 간 이른바 ‘민-하 대전’의 시작이었다. 이후 뉴진스, 다른 레이블까지 싸움에 뛰어들었다. 뉴진스는 자신들의 프로듀서는 민 전 대표라고 주장하면서 계약 해지를 요구했고 다른 레이블은 민 전 대표가 제기한 표절 의혹 등에 반발해 소를 제기했다. 민 전 대표와 하이브 간의 계약 문제도 송사로 번졌다. 그 사이 뉴진스는 쪼개졌고 멤버 1명은 계약 해지 후 피소됐다. 내부 문제 외에도 SM엔터테인먼트(이하 SM)의 경영권을 인수하는 과정에서 불거진 카카오와의 갈등도 현재 진행형이다. 카카오와 하이브는 ‘아이돌 명가’로 불리는 SM을 인수하기 위해 엄청난 출혈 경쟁을 벌였다. 인수전이 과열되면서 카카오가 주가를 조작했다는 의혹이 제기됐고 김범수 의장이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기소돼 구속됐다가 보석 석방되기도 했다. 1900억원대 부당이득 혐의 경찰 영장 청구, 검찰 반려 이 모든 과정이 진행되는 동안 방시혁 하이브 의장은 두문불출 상태였다. 미국에 머물다가 인터넷 방송 BJ ‘과즙세연(본명 인세연)’과 거리를 걷는 사진이 찍혀 입길에 오른 것을 제외하면 행보를 알기 어려웠다. 방 의장이 프로듀싱을 도맡아 온 방탄소년단(BTS)도 ‘군백기(군대+공백기)’ 상태였다. 하지만 BTS의 광화문 공연 이후 방 의장에 대한 언급이 늘었다. BTS는 멤버 전원이 군대에 다녀온 뒤 ‘완전체’ 첫 행보로 광화문 공연을 선택했다. 정부와 서울시가 하이브의 제안을 받아들이면서 성사된 공연은 각종 논란으로 이어졌다. 정부가 하이브에 특혜를 주고 있는 게 아니냐는 의심이 제기된 시점도 이때다. 지난달 21일 광화문 일대는 경찰 등에서 동원된 경비 인원으로 삼엄했다. 광화문 인근을 지나가는 사람들에 대한 대대적인 검문이 이뤄졌고 그 수위는 살벌했다. 공연과는 전혀 관계가 없어 보이는 이들도 검문 대상으로 지목됐고 결혼식 등 행사에 참석하기 위해 모인 사람도 어김없었다. 정부와 전폭적인 지원에도 BTS 공연을 위해 광화문에 모인 인파는 예상에 크게 미치지 못했다. 앞서 26만명이 몰릴 것으로 예상했지만 공연 직후 경찰은 4만명으로 추산했고 하이브는 10만여명으로 발표했다. 어떤 기준을 갖다 대도 예상치보다 적은 인원이 모이면서 공연 자체를 비판하는 목소리와 모두의 광장인 광화문을 사기업이 특정 시간대에 독점하는 게 맞느냐는 지적이 이어졌다. 회사 뒤에 숨어 있나 실제 BTS의 광화문 공연은 ‘관급 행사’를 방불케 하는 모습을 보였다. 공연 전 국무총리가 하이브를 방문했고 서울시는 공연 당일 경비를 위한 회의를 여러 번 진행했다. 물 샐 틈 하나 없는 경비 체제를 구축한다는 명분으로 안전 관리에만 경찰 6700여명 등 모두 1만5000명에 이르는 인력이 동원됐다. 이재명 대통령도 가세했다. 이 대통령은 공연 전에는 안전 관리를 당부하는 목소리를 냈고 공연 이후에도 호평을 남겼다. 이 대통령은 공연 이후인 지난달 24일 열린 국무회의에서 “이번 공연은 광화문 홍보를 넘어 대한민국 홍보에 결정적이었다”며 “기획을 잘 해서 잘 진행했다”고 평했다. 대통령까지 언급한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은 공교롭게도 방 의장에 대한 비판으로 튀었다. 방의장이 현재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는 점, 그 내용이 주식과 관련된 것이라 정부 정책에 반한다는 점 등이 화두가 됐다. 이 대통령은 ‘주가조작은 패가망신’이라면서 엄하게 처벌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바 있다. 방 의장은 하이브 IPO(기업 공개) 이전인 2019년 기존 투자자들에게 상장 계획이 지연될 것처럼 설명하는 등 기망행위를 통해 주식을 매수하고 이후 자신과 관련된 사모펀드가 설립한 특수목적법인(SPC)에 지분을 넘기는 방식으로 부당이득을 취한 혐의를 받는다. 경찰이 추산한 부당이득 액수는 1900억원에 이른다. 지난해 7월 이 대통령의 ‘주가조작은 패가망신’ 경고 이후 주식시장을 교란한 혐의를 받는 인사들에 대한 금융 당국의 제재가 강해졌다. 당시 지목당한 인물 가운데 한 명이 바로 방 의장이었다. 금융위원회 증권선물위원회는 지난해 7월16일 자본시장법상 부정거래 행위 금지 위반 혐의로 방 의장을 검찰에 고발했다. 경찰도 같은 혐의로 방 의장에 대한 수사에 착수했다. 미국 압박 경찰 발끈? 검․경의 중복 수사 우려까지 불거졌던 사안은 경찰이 내사에 착수한 2024년 말 이후 1년 반이 지나도록 어떤 결론에도 이르지 못했다. 경찰은 지난해 9월 방 의장을 처음 소환한 이후 같은 해 11월까지 총 5차례 조사했다. 이후 5개월간 추가 소환이나 신병 확보가 진행되지 않으면서 ‘늑장 수사’라는 비판이 일었다. 서울경찰청 금융범죄수사대는 지난 21일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방 의장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박정보 서울경찰청장은 구속영장 청구 하루 전인 지난 20일 정례 기자간담회에서 “방 의장 수사는 거의 마무리됐다”며 “법리를 검토 중이고 머지않은 시간 내에 종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고 다음 날 방 의장에 대한 신병 확보에 나선 것이다. 방 의장 측은 즉각 유감을 표명했다. 그의 변호인단은 “장기간 성실히 수사에 협조했음에도 구속영장이 신청된 것은 유감”이라며 “향후 법적 절차에도 충실히 임해 최선을 다해 소명할 것”이라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주한미국대사관의 압박에 영향을 받은 게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주한미국대사관은 최근 방 의장의 미국 방문과 관련해 출국 협조를 요청하는 서한을 경찰에 전달한 것으로 확인됐다. 서한에는 오는 7월4일 예정된 미국 독립기념일 250주년 행사 참석과 BTS의 월드투어 지원 필요성 등이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 방 의장은 출국금지 상태다. BTS 광화문 공연부터 특혜 의혹 솔솔 나와 주한미국대사관의 행보에 경찰 내부는 격앙된 상태인 것으로 전해졌다. BTS 콘서트나 독립 250주년 기념행사 등을 고리로 미국 측을 움직여 수사 편의를 우회 압박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 나왔다. 이번 사건의 공범으로 의심되는 인물이 지난해 미국으로 출국한 뒤 귀국하지 않는 상황이라 방 의장이 입을 맞추거나 도주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고, 경찰의 신병 확보 결정에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하이브는 국민 정서를 자극할 수 있는 ‘무리수’를 둘 이유가 없다는 입장이다. 오히려 주한미국대사관의 서한 발송이 당혹스럽다는 분위기다. 하이브 관계자는 “공식적으로 행사 참석을 요청받은 적도 없고 출국금지를 해제해 달라고 요청할 수도 없다”고 전했다. 구속 갈림길에 서 있던 방 의장은 검찰의 구속영장 반려로 한숨 돌리게 됐다. 서울남부지검 금융.증권범죄합동수사부는 지난 24일 방 의장에게 신청된 구속영장을 돌려보냈다. 검찰은 “현 단계에서 구속을 필요로 하는 사유 등에 대한 소명이 부족하다고 판단해 보완수사를 요구했다”고 밝혔다. 일단 구속 위기는 피했지만 방 의장의 사법 리스크가 다시 수면 위로 올라오면서 하이브의 최대 변수가 되는 모양새다. 하이브는 핵심 IP인 BTS 컴백으로 최대한 분위기를 띄워야 하는 상황에서 광화문 공연이 한 차례 논란이 된 데 이어 오너 리스크까지 덮쳤다. 무엇보다 방 의장이 하이브에 끼치는 영향이 절대적인 만큼 향후 상황에 따라 발생할 예측 불가능한 수준의 후폭풍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오너 리스크 K-팝도 영향 연예계 관계자 사이에서는 방 의장의 사법 리스크가 하이브를 넘어 K-팝 업계에 미칠 영향이 상당할 것이라는 분석도 제기된다. 우리나라 문화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는 K-팝의 이미지가 업계 1위 수장의 오너 리스크로 얼룩질 수 있다는 걱정이다. 방 의장은 이 위기를 어떻게 타개할까?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