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한국당 여의도 탈환 플랜

  • 최현목 기자 chm@ilyosisa.co.kr
  • 등록 2018.01.29 10:32:53
  • 호수 1151호
  • 댓글 0개

지방 내주고 서울 취한다

[일요시사 정치팀] 최현목 기자 = 자유한국당(이하 한국당)이 여유롭다. 지방선거를 앞두고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강세가 각종 지표서 드러나고 있지만, 조급해하지 않고 있다. 6월까지 시간적 여유가 있어서일까, 아니면 믿는 구석이 있어서일까. 그도 아니면 이대로 민주당 강세가 이어져도 손해 볼 것 없다는 속내일까.
 

이대로라면 한국당의 필패다. 각종 여론조사 결과가 그 결말을 예상케 한다. 대구·경북을 제외한 거의 대부분의 지역서 민주당 강세가 뚜렷하다. 분위기를 반전시킬 수 있는 젊고 참신한 인재영입 소식도 들려오지 않는다. 오히려 영입 리스트에 올려놨던 사람들로부터 퇴짜를 맞는 실정이다. 현 정부의 실축만 기다리기에는 흘러가는 시간이 야속하다.

퇴짜 맞아도
여유만만∼

그러나 한국당은 별다른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다. 대정부·대여 투쟁의 강도를 높이고 있지만, 낙숫물로 극적인 반전을 꾀하기에는 부족하다. 평창동계올림픽, 가상화폐 이슈 등이 문재인 대통령의 국정운영 지지도를 흔들고 있음에도 여전히 60%대 전후를 유지하며 과반 이상의 지지를 얻고 있다.

정당 지지율을 보면 한국당 입장서 더욱 갈 길이 멀다. 리얼미터와 한국갤럽 등 주요 여론조사기관의 조사에서 민주당은 50% 내외, 한국당은 20% 내외를 기록하며 더블 스코어 이상의 차이를 보이고 있다.

인물로 들어가면 상황은 더 심각하다. 민주당은 출마를 희망하는 선수들이 줄을 잇는 반면, 한국당은 이렇다 할 인물들이 보이지 않는다. 최근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가 여의도 한 커피숍서 사진 공동 기자간담회 자리서 “몇 달간 인재영입을 위해 전국을 다녀보니 민주당은 이미 (인재풀이)꽉 차 있어서 아무리 능력이 있어도 기회를 주지 않고, 한국당은 누가 봐도 미래가 없어 뜻을 펼칠 공간이 없다”고 한 발언은 두 당의 현 상황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한국당은 인재영입에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실제로 최근 부산시장 후보로 공을 들였던 장제국 동서대 총장이 불출마를 선언했으며 경남도지사로 하마평에 올랐던 안대희 전 대법관 또한 출마 의사가 없음을 분명히 했다.

서울시장 후보도 활로를 못 찾고 있다. 지난해 말 홍정욱 홍정욱 헤럴드 회장 영입에 나섰다가 퇴짜를 맞았다. 당시 홍 대표는 대수롭지 않다는 반응을 보이며 인재영입을 계속하겠다고 말했지만, 한 달이 지난 지금까지 실적은 제로(0)다. 

본인이 직접 인재영입위원장 완장을 차고 있음에도 성과는 전무하다.

당내로 눈을 돌려도 상황은 변하지 않는다. 경남도지사로 박완수 의원, 부산시장으로 조경태 의원 등에게 당이 손을 내밀었다가 퇴짜를 맞았다는 소식이 전해진다. 두 사람 모두 현재 자리에 집중하고 싶다는 이유였다. 

그러나 두 사람의 출마 고사가 지방선거서 어려움을 겪고 있는 한국당의 실태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라는 게 중론이다. 부울경(부산·울산·경남)이 홍 대표의 ‘홈그라운드’라는 점을 고려해보면 더 뼈아프다.

한국당은 그들이 제시한 지방선거 ‘마지노선’을 지키지 못할 위기다. 앞서 홍 대표는 부산·인천·대구·울산·경북·경남을 사수하지 못하면 “물러나겠다”고 공언한 바 있다. 
 


부산·경남서 출전할 선수조차 제대로 꾸리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하는 등 홍 대표의 계획에 적신호가 켜진 셈이다.

반면 민주당은 최소 9지역을 마지노선으로 보고 있다. 민주당 정책·전략을 다루는 정책연구소인 민주연구원은 “(민주당이 2014년 지방선거서 이긴 곳이) 9곳인데, ‘9 + 알파’로 현상유지 이상의 승리를 기대한다”고 전망했다.

복수의 조사기관서 내놓는 예상치만 놓고 보면 연구원의 기준 설정은 다소 보수적이다. 

전국 17개 지역서 압승이 예상되고 있기 때문이다. 기존 9곳서 경기·부산·경남·대구 등 한국당이 광역단체장을 가져간 지역까지 우세하다는 결과가 나오고 있다. 몇몇 언론에서는 싹쓸이 전망도 심심찮게 내놓고 있다.

그러나 민주연구원은 신중하게 볼 필요가 있다는 입장이다. 문 대통령 지지도가 높고 여당으로서 선거를 치름에도 마지막까지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다는 이유다. 자칫 샴페인을 일찍 터트리는 모습이 유권자들의 민심 이반으로 이어질 수 있음을 경계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시간 가는데
선수가 없다

추미애 민주당 대표도 “경기·인천·부산·경남서 (추가 승리를)만들어낼 수 있지 않을까 속으로 목표를 세우고 있다”면서도 지방선거 낙승에 대해선 “꼭 그렇지 않다”고 말을 아꼈다.

민주당의 지방선거 ‘승리론’은 충분한 근거를 가졌다. 승리론을 넘어 ‘낙관론’까지 말할 수 있을 정도다. 현역 의원들도 이러한 분위기를 충분히 감지하고 있다. 

민주당 현역의원 121명 중 30여명이 자천타천으로 광역단체장 출마 후보군으로 거론되고 있다는 점이 그 증거다.

서울시장 자리는 박원순 시장의 3선 도전이 사실상 확정된 상태다. 여기에 4선인 박영선 의원, 3선 민병두·이인영·우상호 의원, 재선 신경민·전현희 의원 등이 출마 예상자로 거론되고 있다. 추미애 대표도 출마설의 중심에 있다.

경기도지사는 이재명 성남시장의 도전이 예상되는 가운데 ‘3철’ 중 한 명인 전해철 의원이 도전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석현·안민석 의원도 출마를 고심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인천시장은 친노(친 노무현)계 핵심인 박남춘 의원과 19대 대선 때 문재인 당시 후보 선대위서 공보단장을 맡았던 윤관석 의원이 하마평에 오르고 있다.


충북도지사는 민주당 충북도당위원장을 역임하고 있는 오제세 의원, 가상화폐 거래소 보안 취약 문제에 대해 목소리를 높이고 있는 변재일 의원, 현 문화체육관광부장관인 도종환 의원 등이 후보군으로 묶인다.

충남도지사는 손학규계로 분류되는 양승조 의원이 이미 출마 선언을 한 상태다. 양 의원은 박수현 청와대 대변인과 경쟁할 것으로 전망된다.

대전시장직에는 4선의 이상민 의원과 민주당 적폐청산위원장을 맡고 있는 재선의 박범계 의원 등이 경쟁을 벌일 것으로 점쳐진다.

경남도지사는 친노의 성지라 불리는 경남 김해에 당선된 민홍철 의원의 출마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여기에 문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알려진 김경수 의원 출마 여부가 변수다.

실적 ‘0’에도 당당한 이유는?
민주당 30명 단체장 출마 예상

부산시장은 해양수산부장관인 김영춘 의원, 노 전 대통령 비서실 정무비서관을 지낸 박재호 의원, 마찬가지로 노 전 대통령 비서실서 부대변인으로 활동했던 최인호 의원 등이 도전할 것으로 보인다.


그 외 대구시장은 행정안전부장관인 김부겸 의원, 제주도지사는 제주서 내리 4선에 성공한 강창일 의원이 자천타천으로 거론되고 있다. 전남도지사는 민주당 소속으로 유일한 광주·전남 지역 의원인 이개호 의원이 2월 말 경 출마를 선언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처럼 민주당 현역 의원 중 많은 수가 대거 지방선거 출마자로 거론되고 있다. 민주당이 강세를 보이는 지역은 그 경향이 더욱 뚜렷하다. 본선보다 치열한 경선은 달리 얘기하면 경선만 뚫으면 당선은 따좋은 당상이기 때문이다. 

출마를 생각하는 의원이라면 누구나 혹할만한 유혹이다.

문제는 현역 의원들의 대거 이탈로 민주당이 원내1당 자리를 놓칠 수 있다는 점이다. 과거에는 국회의원이 의원직 사퇴 없이 지방선거에 출마할 수 있었다. 

그러나 개정된 공직선거법 제53조 2항에는 ‘국회의원이 지자체장 선거에 입후보한 경우 선거일 30일 전까지 의원직을 그만둬야 한다’고 명시돼있다. 최종 광역단체장 후보가 되면 의원직을 오는 5월14일까지 사퇴해야 한다.
 

당내 경선은 선거일 30일 이전에 끝난다. 이 같은 이유로 의원들의 ‘줄 사퇴 현상’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 예상하는 사람들이 있다. 후보들 입장서도 굳이 의원직을 내려놓는 무리수를 둘 이유가 없다.

그러나 본선보다 치열한 경선이라면 얘기가 달라진다. ‘배지’를 내려놓고 선거에 뛰어든 후보가 그렇지 않은 후보에게 “돌아갈 곳을 남겨두고 선거에 임하고 있다”는 프레임을 씌운다면 전자에게로 선거의 판이 기울 공산이 크다. 

결국 현역 의원의 줄 사퇴는 그 규모가 크든 작든 ‘4말 5초’에 일어날 현상임이 분명해 보인다.

너도 나도
출마 선언

현재 민주당의 의석수는 121석, 한국당 의석은 117석이다. 단 4석 차이에 불과하다. 앞서 30여명의 자천타천 민주당 지방선거 출마 예상자 중 단 5명만 현역서 내려와도 원내1당 자리는 자유한국당(이하 한국당)에게 돌아간다.

한국당의 원내1당 복귀에는 민주당 소속 의원들의 사퇴 외에도 몇 가지 복합적인 변수가 존재한다. ‘재판에 의한 의원직 상실’ ‘통합신당 이탈’ ‘구 여권 인사의 복귀’ 등이다.

앞서 엘시티 비리 혐의로 구치소에 수감 중인 배덕광 한국당 의원은 국회에 의원직 사직서를 제출했다. 이에 118석이던 한국당의 의석수는 117석이 됐다. 

배 의원 외에도 국정원 특수활동비를 챙긴 혐의를 받는 최경환 의원, 뇌물과 불법 공천헌금 명목으로 13억원이 넘는 돈을 받은 혐의로 구속된 이우현 의원, 지역구 업체들로부터 약 1억원 상당의 불법 정치자금을 수수한 혐의를 받고 있는 원유철 의원, 공직선거법 위반 등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권석창 의원 등이 한국당 소속이다. 

재판 결과에 따라 상당수의 의석이 빠져나갈 가능성이 있다.

재판에 의한 의원직 상실이 한국당의 규모를 줄일 수 있는 변수라면 ‘통합신당 이탈’ ‘구 여권 인사의 복귀’는 당의 규모가 커질 수 있는 변수다.

국민의당-바른정당은 통합 초읽기에 들어갔다. 바른정당 유승민 대표는 창당 1주년을 맞은 지난 24일 오전 당 소속 의원들을 소집해 “평창동계올림픽이 개막하기 전인 2월7일 국민의당과의 통합전당대회 개최를 하자”고 말했다고 복수의 참석자들이 전했다. 

국민의당은 2월4일 전당대회(이하 전대)를 열어 바른정당과의 통합 관련 안건을 의결하기로 했다. 다음날인 5일에는 바른정당이 당원대표자회의를 열어 국민의당과의 통합안을 의결할 계획이다.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는 보수의 성지인 대구를 찾아 국민통합포럼이 주최하는 ‘로봇산업 및 4차 산업혁명’ 정책간담회에 유 대표와 함께 참석하는 등 통합의 불씨를 키우기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다.

‘121 대 117’불안한 1위
호남파, 민주 복당이 변수

2월4일 국민의당 전대서 바른정당과의 통합 관련 안건이 의결될 경우 정치구도는 큰 변화를 맞이하게 된다. 우선 이틀 뒤인 6일 국민의당 통합반대파인 ‘민주평화당’이 창당 결의대회를 연다. 

이 중 일부 의원들이 민주당으로 넘어갈 가능성도 있다. 이렇게 될 경우 민주당의 의석수는 기존 121석에서 늘어나게 된다.

통합신당서 한국당으로 의원들이 넘어가는 그림도 그려진다. 통합이 이루어진 후 지방선거까지는 4개월이란 기간이 남는다. 어떤 정치적 이동이 있다 해도 이상하지 않을 시간이다. 

앞서 바른정당 소속이던 박인숙 의원은 지난 16일 탈당해 한국당으로 복당한 바 있다. 당시 유 대표는 “나를 포함해 아무도 (박 의원의 탈당을)몰랐다”라고 말했다. 언제 깜짝 탈당이 있어도 이상한 일이 아님을 상징하는 사건이었다.
 

이정현 의원 등 구 여권 인사의 복귀 여부도 주목할만하다. 한국당 출신 무소속인 이 의원은 지난해 1월 “전직 당 대표로서 모든 책임을 안고 가겠다”며 한국당 탈당을 선언했다. 인명진 당시 비상대책위원장의 ‘핵심 친박 탈당 요구’에 대한 대답이었다. 

이후 지난해 6월 국회 의원회관서 우박피해 관련 간담회 자리서 “한국당 복당에는 지금 생각이 없다”고 선을 그은 바 있다.

이탈·합류
복잡한 셈법

민주당 입장에선 문재인정부의 원할한 국정운영을 위해 원내1당만큼은 꼭 지켜내야 하는 입장이다. 안 그래도 ‘여소야대’의 상황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정부여당이 더욱 심각해질 수 있다. 원내1당이 누리는 프리미엄인 국회의장을 국회 하반기에 한국당에 빼앗길 수 있다는 문제도 있다. 여야는 오는 5월 20대 국회 하반기 원구성을 협상한다.


<chm@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민주당 현역 물갈이 신호탄
현역 단체장들 긴장

더불어민주당이 6·13 지방선거서 전략공천제를 도입하기로 결정했다. 당 지방선거기획단은 지난 24일 이 같은 입장을 밝혔다. 지난 2015년 폐지했던 전략공천제를 부활시킨 셈이다. 

현 당헌·당규 상 전략공천에 대한 규정이 있지만 이는 광역단체장만을 대상으로 한다. 이에 기초단체장에 대한 전략공천이 이번에 실시될 것으로 전망된다.

당 일부 현역 기초단체장들은 이번 전략공천 도입이 ‘물갈이 신호탄’이 아니냐는 우려를 제기한다. 아직 내부적인 논의가 진행되고는 있지만 경우에 따라선 지도부가 일부 지역에 대해 선거 출마를 염두에 두고 있는 현역 기초단체장을 배제하고 새로운 인물을 내세울 수 있는 길이 열렸기 때문이다.

6·13 전략공천제 도입
광역단체장만 대상으로

당은 앞서 지방선거를 통해 기초단체장을 대거 배출했다. 이에 이번 지방선거서 상당수 출마자들이 재선 내지는 3선 도전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 

다선 단체장에 대한 지역의 피로감 내지는 당이 판단했을 때 경쟁력이 부족한 인사들의 경우 전략공천을 통해 언제든지 배제될 수 있어 현역 단체장들은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지방선거기획단은 전략공천의 방법과 비율에 관해 논의를 조금 더 진행한 후 최고위원회의 의결을 거쳐 추후에 전략공천제 도입안에 대해 발표하기로 했다. 도입안 발표 이후 크게 반발하는 지역이 나올지 귀추가 주목된다. <목>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전한길 유니버스’ 절대 불가능한 이유

‘전한길 유니버스’ 절대 불가능한 이유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에 입당한 한국사 강사 전한길씨가 국민의힘 행사에서 영향력을 과시하다가 큰 물의를 일으켰다. 전씨는 국민의힘에서 ‘보수의 김어준’을 꿈꾸는 것 같다. 전씨는 과연 김씨가 15년 동안 구축했던 영향력을 단번에 얻을 수 있을까? 국민의힘에 입당한 한국사 강사 전한길씨가 지난 8일, 대구 EXCO에서 진행된 국민의힘 전당대회 대구·경북지역 합동연설회에서 큰 물의를 일으켰다. 전씨는 지난 3월 창간한 <전한길뉴스> 소속 언론인 자격으로 참석했다. 선거판 난장판 하지만 전씨는 언론 취재의 한계를 넘어 반탄(탄핵 반대) 성향 후보들의 연설 도중 응원하면서 분위기를 띄웠다. 반대로 찬탄(탄핵 찬성) 성향 당 대표·최고위원 후보들이 연설할 때마다 “내부 총질” 혹은 “배신자” 등 원색 비난을 했다. 이날 김근식 최고위원 후보는 전씨를 직접 지칭해 “부정선거 음모론에 빠지고, 계엄을 계몽령이라고 정당화하는 사람들과 어떻게 같이 투쟁할 수 있겠느냐”면서 비난했다. 그러자 전씨는 김 후보에게 욕설하면서 자신의 지지자들을 격동시켰다. 찬탄 성향 조경태 당 대표 후보가 연설할 땐 자리에서 일어나 한 손을 들고 항의하는 등 지지자들의 조 후보 비난을 유도했다. 그러자, 찬탄 성향 일부 당원들이 전씨에게 물병을 던지면서 항의했다. 한 당원은 전씨에게 “난 20년 차 당원인데, 입당한 지 한 달밖에 안 된 당신이 왜 이런 난동을 부리느냐”고 따져 물었다. 국민의힘 지도부는 전씨의 전당대회 출입을 막기 위해 대의원이 아닌 일반 당원의 행사장 출입을 금지했다. 이어 전씨에 대한 징계 가능성도 내비쳤다. 그러자 전씨는 <전한길뉴스> 발행인 신분을 내세워 “언론 탄압”이라며 반발했다. 이처럼 전씨는 국민의힘 당원과 언론인이란 신분을 왕래하면서 국민의힘 전당대회에 개입하고 있다. 지난달 31일과 지난 7일엔 시사평론가 고성국씨 등과 함께 주최한 ‘자유 우파 유튜브 연합 토론회’에 각각 장동혁·김문수 당 대표 후보를 출연시켜 ‘면접’을 보는 위력을 국민의힘 내외에 과시했다. 특정 진영의 강경파를 대상으로 언론사·유튜브 채널 등을 운영하면서 힘을 과시하는 모델로는 방송인 김어준씨가 있다. 김씨는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의 친문(친 문재인) 강경파 성향 당원·지지자를 대상으로 라디오·유튜브 방송을 진행하면서 당 전체를 좌지우지하는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당 대표 후보들을 면접하는 형식은 김씨가 지난해 3월 자신의 유튜브 방송 ‘김어준의 다스뵈이다’에 민주당 총선 후보자였던 이언주·전현희 의원과 안귀령 대통령실 부대변인을 출연시켜 객석의 청중에게 큰절을 시킨 것과 비슷하다. 김씨가 지난 6월 기획·진행한 ‘더 파워풀’ 콘서트엔 ▲문재인 전 대통령 ▲민주당 정청래 대표 ▲김민석 국무총리 등 다수의 민주당 내 유력 정치인이 참석했다. 입당하자마자 영향력 과시 물의 당원·언론인 오가며 전대 개입 김씨는 지난 2011년 팟캐스트 방송 ‘나는 꼼수다’ 공동 진행자로 활동하면서부터 민주당에 대한 영향력을 키워왔다. 물론 김씨가 15년 동안 구축한 영향력을 전씨가 단기간에 얻긴 어렵다. 이 때문인지 전씨는 국민의힘에 입당하자마자 ‘10만 당원 양병설’ 등을 주장하면서 당 대표 선거에 출마할 가능성을 내비쳤다. 하지만 국민의힘 전당대회에 출마하기 위해선 당비를 3개월 이상 납부하고, 연 1회 이상 교육을 받은 책임당원이어야 한다. 전씨는 지난 6월 온라인으로 입당했고, 당 대표 후보 등록일은 지난달 30일부터 단 이틀 동안이었다. 따라서 전씨는 당 대표 선거에 출마할 수 없었다. 출마 길이 막힌 전씨는 전당대회에서 당원·언론인 신분을 교차하면서 자신을 따르는 당원들을 선동해 영향력을 과시하려고 한다. 하지만 전씨는 김씨가 민주당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게 된 구조를 이해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과 주변 진영 전체를 둘러싼 질서는 20세기 초·중반에 활동했던 이탈리아 사회주의자 안토니오 그람시의 헤게모니 이론이 갖는 틀과 비슷하다. 그람시는 “자본주의는 견고하게 발전할 것”이라는 대전제를 토대로 “언론·문화 등 각 분야에 진지를 구축해 참호전으로써 상대 세력을 약화해야 한다”는 사상을 정리했다. 각 분야에 구축한 진지는 결정적인 시기에 전개할 기동전의 전초기지 역할을 한다. 자본주의 구조가 뿌리내리면서 러시아 2월·10월 혁명과 같이 한순간에 모든 것을 뒤집는 혁명은 사실상 불가능해졌다. 그람시는 주도권 다툼으로써 체제 내 혁명을 추구하는 취지의 사상을 구체화했다. 우리나라에선 소련 해체가 가시화되던 1980년대 후반부터 기존 노동운동에 문화·예술운동을 접목하는 단체가 활동하는 등 각계에서 다른 방향의 노동운동을 전개하는 것으로부터 시작된다. 민주당을 받치는 양대 축은 각계의 시민단체들과 진보 성향 매체들이다. 대규모 정치 이벤트가 진행될 땐 민주당 지원 사격을 맡으면서, 정치적 명분과 정당성을 구축·홍보하는 역할을 맡는다. 또 민주당에 인력을 공급하는 역할도 한다. 주요 선거 등 대규모 기동전이 필요한 상황에선 각자의 진지에서 일시에 뛰쳐나와 물량을 공급하는 식이다. 이 같은 구조를 상징하는 사람이 민주당 윤미향 전 의원이다. 정의기억연대 대표로 오랫동안 활동하던 윤 전 의원은 민주당을 통해 국회의원이 됐지만, 횡령 의혹이 유죄로 확정돼 의원직을 잃었다. 같은 당 추미애 의원 등 민주당 일각에선 윤 전 의원의 사면을 강하게 지지했고, 결국 8·15 광복절특사를 통해 사면·복권됐다. 민주당과 그람시 하지만 시민단체와 매체는 대중을 직접 동원하기가 어려운 데다, 매체는 언론 고유의 한계가 있다. 시민단체 역시 시민들의 참여가 부실하다는 핸디캡을 떠안을 수밖에 없는 구조적 문제도 존재해 왔다. 이 때문에 삼각 구조를 받쳐줄 또 하나의 하부 구조가 필요했다. 이 문제를 해결해준 사람이 바로 김씨였다. 김씨는 지난 1998년 ‘안티 <조선일보>’라는 깃발을 내걸고 <딴지일보>를 창간한 후 풍자·B급 정서·유머를 지향해오고 있다. 당시 <딴지일보>에선 포장마차에서 어묵을 찍어 먹는 용도로 내는 간장의 위생 상태를 취재해 기사화하거나 국가혁명당 허경영 명예대표의 대권 도전 과정을 풍자하는 등 ‘신선한 B급 정서’를 지향해 독자적인 인기를 누렸다. 하지만 한편으로 김씨에게 평생 따라다닐 놀림거리를 남겼다. 김씨가 <딴지일보>의 채무를 해결하기 위해 여성용 성인용품을 판매했고, 성인남녀의 만남을 중개하는 사이트를 개설했던 탓이다. 보수 성향 유권자들은 여전히 김씨를 비판하면서 당시의 전력을 함께 언급한다. 이후 김씨는 ▲황우석 박사 옹호 ▲영화감독 겸 코미디언 심형래씨 옹호 등 숱한 논란을 일으켰다. 특히 황 박사 옹호는 그럴 듯한 음모론을 제시하면서도 설득력 있는 근거는 제시하지 않는 김씨의 특성과 깊이 맞물린다. 당시의 논란도 김씨에 대한 비판론을 형성하는 중심축이다. 그랬던 김씨가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게 된 계기로는 크게 2가지를 들 수 있다. 하나는 ‘문재인 대통령 만들기’를 처음 시작했다는 것이었고, 다른 하나는 팟캐스트 ‘나는 꼼수다’ 공동 진행자 중 1명으로 활동했단 것이었다. 김씨는 당시 민주당 백원우 의원이 노무현 전 대통령 영결식장에서 이명박 당시 대통령에게 거친 항의를 말리고 고개 숙여 사과하는 문 전 대통령을 주목했다. 이후 김씨는 문 전 대통령의 킹메이커를 자처했고, 이는 ‘나는 꼼수다’ 진행 이후 문 전 대통령의 대세론으로 이어졌다. ‘나는 꼼수다’는 김씨 특유의 B급 정서·음모론이 이명박정부에 대한 다양한 불만과 맞물려 대성했던 방송이었다. ‘나는 꼼수다’는 현재까지 이어지는 김씨의 성향을 구체화한 방송이라고 볼 수도 있다. 해당 팟캐스트의 상징으로 통하는 “쫄지 마”는 여전히 회자된다. ‘나는 꼼수다’는 구체적인 사실관계 검증엔 큰 관심을 두지 않았다. 명확한 당파성을 매개로 특정 정당·진영 사람들이 선호할 음모론과 괴담을 이미 밝혀진 사실관계와 섞어 전달하는 것에 집중했다. 진실과 거짓의 경계선을 적당히 왕래하면서 민주당 지지를 극대화하는 것이 주된 목적이었다. 영웅과 악당들 이는 집단의식으로 연결됐고, 김씨에겐 거대한 영향력을, 민주당엔 거대한 지지 집단을 만들어줬다. 김씨는 ‘나는 꼼수다’를 통해 단순·명쾌한 이분 구도를 완성했다. 그를 선호하는 민주당 지지자의 정치관은 “보수진영이란 거대한 악에 맞서 싸운다”는 것이다. 이는 정의로운 주인공이 지구 정복을 노리는 악당의 무리에 맞서 싸우는 어린이용 만화의 서사와 크게 다르지 않다. 아울러 현재 민주당 핵심 지지 세대로 알려진 4050세대가 미국의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를 선호하는 것과 연결해볼 수 있다. 이 세계관엔 초월적인 힘을 갖고 모든 생명체의 절반을 죽여 우주를 정화하려는 악당에 맞서는 영웅들이 등장한다. 이 세계관에 결정적인 영향을 준 사건은 지난 2009년 노무현 전 대통령 사망사건이었다. 이들에게 노 전 대통령 사망사건은 거대 악당과 싸워야 하는 당위성을 제공해주는 절대적인 명분이었다. 김씨가 이 사건에 주목하고, 상주로서 백 전 의원의 항의를 제지하던 문 전 대통령을 주목한 것은 당연한 순서였다. 우리 고전문학 중 전설은 김씨의 평소 주장과 비슷한 서사 구조를 띠고 있다. 전설은 능력이 뛰어난 주인공이 현실의 한계에 좌절하고 무너지는 비극적인 구조를 취한다. 또 설득력을 부여해야 많은 사람에게 퍼질 수 있어서 실제 존재하는 지역·지명을 매개로 그럴듯하게 전개된다. 여기엔 각박한 현실을 바꿔줄 새로운 영웅의 출현을 기대하는 민중의 소망이 담겨있다. 그래서 조선시대엔 “정씨 성을 가진 영웅이 새 나라를 만들어 왕이 될 것”이란 취지의 예언서가 오랫동안 돌아다녔다. 김씨의 주장은 21세기판 전설이라고 할 수 있다. 김씨는 민주당과 주변 진영을 취약한 상황에서 거대한 악에 도전하는 영웅으로 묘사하고, 지지자들은 그 영웅담에 환호한다. 그러면서 “거대한 악에 맞서 싸우는 영웅을 또 잃을 수 없다”는 공감대를 공유한다. 그들은 “대통령을 지켜야 한다”는 같은 목표를 공유한다. 김씨는 ‘김어준 유니버스’ 혹은 ‘민주 유니버스’를 만들었고, 지지자들은 관객을 넘어선 참여자로서 희열과 보람을 느낀다. <한국일보>는 지난 2017년 이들의 세계관을 소개하면서 “대통령이 국민을 지켜야지, 왜 국민이 대통령을 지켜야 하느냐”고 비판했다. 완전히 다른 ‘B급 정서’ 카타르시스·도파민 차이 김씨는 ▲세월호 고의 침몰설 ▲천안함 피격 사건 관련 가짜 뉴스 살포 ▲코로나19 대구 확산설 등 주장을 이어가면서 지지자들에게 정치적 카타르시스와 도파민을 제공했다. 그들이 김씨를 통해 느낀 카타르시스와 도파민은 고스란히 민주당의 정치적 자양분이 됐다. 그래서 총선 출마 후보들은 김씨가 보는 앞에서 지지자들에게 큰절을 해야 했다. 윤석열 전 대통령이 지난해 12월 비상계엄을 선포하면서 체포 대상 중 1명으로 김씨를 지목했던 것은 김씨에게 엄청난 이익이 됐다. 당시 계엄군은 김씨가 진행하는 유튜브 채널 ‘김어준의 겸손은 힘들다 뉴스공장’ 스튜디오 주변을 통제했다. 김씨는 지난해 12월13일 국회에서 “계엄군이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를 사살한 후 북한 소행으로 공작하려고 했다”면서 “정보 출처는 국내에 대사관이 있는 우방국”이라고 주장했다. 이후 “그 우방국은 미국 아니냐”는 의문이 제기됐지만, 미국은 국무부·주한미국대사관을 통해 이를 부인했다. 반면 민주당 최민희 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김어준님’의 증언을 허구로 단정하고 비난부터 하는 것은 무모하다”고 주장했다. 국민의힘과 보수 세력은 민주당과 그 주변 세력처럼 정교한 조직체를 만들지 못했다. 보수 세력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스피커 역할은 전씨와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가 맡고 있다. 하지만 이들은 김씨처럼 진영 전체를 들썩일 수 있는 정치적 유머 감각과 설득력을 갖추지 못했다. 카타르시스와 도파민을 제공하지도 못한다. 이 때문에 이들의 주장은 강경 보수 지지자들 외 국민 사이에서 웃음거리로 전락한 지 오래고, 국민의힘 내부서도 강하게 비판한다. 국민의힘이 지난 2022년 대선과 지방선거에서 이겼을 당시엔 민주당에 비판적인 2030세대 남성과 6070세대를 아울러 민주당을 지지하는 4050세대와 2030세대 여성을 포위한다는 ‘세대포위론’ 전략이 제시됐다. 그러나 윤 전 대통령과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가 불화 끝에 결별하면서 이 연합은 얼마 가지 못해 해체됐다. 당시 승리를 주도했던 국민의힘 지지층은 이 대표 특유의 합리주의를 지지하는 젊은 유권자와 강경 보수를 지향하는 노년 유권자로 분열됐다. 전씨는 많은 공무원 제자를 거느린 유명 한국사 강사였다. 따라서 적절히 순화된 주장과 교묘하게 선정한 정치적 입지를 섞어서 정치 전면에 나섰더라면, ‘보수의 김어준’이 될 수도 있었다. 하지만 전씨는 김씨와 달리 그럴듯한 이야기를 구성하고 유머를 섞는 능력을 보여준 적이 없다. 전씨의 옛 제자들은 그를 강하게 비판하고 있다. 절대로 정치 전면에 나서지 않는 김씨와 달리, 직접 국민의힘에 입당해 당 대표 선거에 출마하려 하는 등 적당히 선을 긋지도 않는다. 정치인들이 알아서 자신의 스튜디오에서 큰절을 하게 만드는 김씨와 달리, 전씨는 스스로 영향력을 과시하기 위해 전당대회서 눈에 띄는 행동을 했다. 전에겐 없는 것들 무엇보다 김씨가 “이 대통령을 능가하는 영향력을 가진 것 아니냐”는 설까지 나올 정도로 강력한 영향력을 구축하기까지 15년이 걸렸단 사실도 제대로 통찰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결정적으로 국민의힘은 정치 구조를 통찰하지 못해 민주당이 장기간 공들여 구축한 정치 구조체를 갖추지 못했다. 그런데도 전씨는 ‘전한길 유니버스’ 제작을 멈추지 않는다. 과연 전씨는 ‘보수의 김어준’이 될 수 있을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