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3당 ‘평창 손익계산서’

  • 최현목 기자 chm@ilyosisa.co.kr
  • 등록 2018.01.23 09:00:29
  • 호수 1150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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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다 망하면 문재인만 ‘독박’

[일요시사 정치팀] 최현목 기자 = 야3당의 평창동계올림픽(이하 평창올림픽) 때리기가 멈출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마치 세 개의 개별 정당이 하나의 당처럼 공조하는 모습. 정치권은 한목소리를 내는 이들을 두고 ‘신 3당야합’의 전조라고 해석한다. 과연 어떤 실익을 위해 이념도 성향도 다른 세 개 정당이 뭉친 것일까. 또 어떤 손해를 감수하고 있는 것일까.
 

문재인 대통령이 평창올림픽 구상을 본격화하고 있다. 지난 17일 외부 일정을 잡지 않고 청와대에 머물며 정부 부처와 참모진으로부터 보고 받았다. 그중에는 평창올림픽 준비 상황과 남북 실무회담 관련 보고가 핵심이다. 올림픽의 성공적 개최를 위해 현 정부가 얼마나 심혈을 기울이고 있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었다.

정부 ‘올인’
정가 ‘딴지’

이날 남북은 판문점 남측 평화의집서 개최한 북한의 평창 올림픽 참가를 위한 차관급 실무회담서 ▲평창 겨울올림픽 개막식 때 한반도기를 앞세워 공동입장 ▲여자 아이스하키 단일팀 구성 등의 내용이 포함된 공동보도문을 채택했다. 

이와 함께 ▲북한 선수단·응원단 대회 참가 ▲마식령 스키장서 남북 스키선수 공동 훈련 ▲금강산 지역에서 합동 문화행사 진행에 합의했다.

문 대통령은 ‘평창’올림픽이 ‘평화’올림픽으로 거듭나길 희망하고 있다. 대선 기간 공약 중 하나였던 평화올림픽이 점차 현실화되는 모습이다.


남북이 세부 사항을 논의하는 과정도 평화의 긍정적 신호라는 평가다. 남북은 10차례 접촉 끝에 공동보도문을 채택했다. 남측 수석대표인 천해성 통일부 차관은 평화의집서 북측 대표단장인 전종수 조국평화통일위원회 부위원장을 만나 “오시는 길은 편안하셨나. 날씨가 그리 춥지 않아 다행”이라고 인사를 건넸다.

천 차관은 “지난 고위급회담에 이어 그제(지난 15일) 예술단 파견을 위한 실무접촉도 원만하게 잘 끝났다”며 “북측의 평창올림픽 및 패럴림픽 참가가 평화올림픽으로 자리매김하는 것뿐만 아니라 남북 관계 발전과 한반도 평화 정착에 기여할 수 있도록 힘을 모아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전 부위원장은 “날씨가 참 푸근하다. 일주일 만에 또 만나니까 반갑다”고 화답했다. 이어 “마치 6·15 시대로 다시 돌아온 것 같은 느낌이 든다”며 “2008년 이후 거의 10년 동안 사실상 북남관계가 차단됐고 대결 상태가 지속됐는데 그럴수록 우리 민족 겨레는 북남 관계가 하루빨리 열리기를 고대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올림픽 성공 북한에…대화 연결 심혈
내친김에 비핵화 위한 협의까지 유도

문 대통령은 평창올림픽 성공을 계기로 남북 관계 개선을 위한 대화에 속도를 낸다는 계획이다. 지난 10일 청와대 영빈관서 열린 신년기자회견서 문 대통령은 “남북 관계 개선을 위한 북한과의 대화를 통해 북한이 비핵화를 위한 대화에도 나서도록 유도해내야 한다”고 전한 바 있다. 

이러한 대화를 고리로 ‘비핵화 대화’를 끌어낸다는 전략이다. 남북 차관급 실무회담을 통해 첫 단추가 성공적으로 꿰진 셈이다.
 

그러나 야3당은 이러한 문 대통령의 남북 대화 노선을 일제히 지적하고 나서 눈길을 끈다. 


자유한국당(이하 한국당) 홍준표 대표는 문 대통령의 평화올림픽 구상에 대해 “평양올림픽을 준비하고 있다”며 “지방선거를 앞두고 우리가 유치한 평창올림픽을 평양올림픽으로 만들면서 김정은의 위장 평화공세에 같이 놀아나고 있다. 남북 정치쇼를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명박정부 시절 평창올림픽을 유치한 점을 상기시켜 문재인정부를 ‘무임승차자’로 규정하는 전략으로 읽힌다.

한국당 내에서는 홍 대표와 함께 평창올림픽 때리기에 열을 올리고 있는 인물이 있다. 바로 김성태 원내대표다. 두 사람은 ‘투톱’이라는 위치를 십분 발휘해 날카로운 공세를 이어가고 있다.

홍준표 시동
“평양올림픽”

김성태 원내대표는 “평창 가는 버스가 아직 평양에 있다고 엄포를 놓는 북한에 제발 와주십사 구걸하는 것도 모자라 정부는 일찌감치 태극기를 포기하고 한반도기 입장을 공식화했다”며 “한마디로 죽 쒀서 개 주는 꼴”이라고 힐난했다.

이어 “일시적 남북 화해와 북핵을 애써 외면한 ‘가상 평화’라는 자기 최면에 빠져 주최국이 주최국 국기를 내세우는 자기 권리를 포기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며 “북한이 핵을 두고 자기과시에 빠져있는 이 마당에 올림픽을 갖다 바치며 평화를 구걸할 이유는 하나도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두 사람은 공세를 통해 ▲지방선거를 앞둔 보수 집결 ▲당내 홍준표 체제 공고화를 노리는 것으로 해석된다. 문 대통령의 평화 노선을 북한 퍼주기로 규정함으로써 보수 지지자들의 호응을 끌어낸다는 전략이다.

실제 국민들 중 과반에 가까운 수가 문 대통령 평화 노선의 상징이라고 할 수 있는 한반도기에 반감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지난 18일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가 발표한 결과에 따르면 ‘남한 선수단은 태극기를, 북한 선수단은 인공기를 각각 들고 입장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응답이 49.4%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남북 선수단이 모두 한반도기를 들고 입장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응답은 40.5%로 집계됐다. ‘기타 방안’은 4.1%, ‘잘 모름’은 6.0%였다.

지방선거 승리의 밑거름이라고 할 수 있는 대구·경북(TK) 지역서 56.2%가 한반도기를 반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뒤를 이어 서울이 53.0%로 두 번째 높았다. 

이는 홍 대표가 가장 반길만한 소식 중 하나로 꼽힐 만하다. 문재인정부의 한반도기 사용을 공격 포인트로 잡으면 지방선거 약세 지역으로 꼽혔던 서울서 반전을 만들 수 있다는 뜻이기 때문이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한국당 내에서는 투톱의 대여 투쟁력이 높아졌다고 평가한다. 제1야당으로서 필수적인 야성을 회복한 점에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는 셈이다. 김 원내대표가 당선된 지 한 달여 동안 홍준표 체제가 더욱 공고해졌다는 뜻이기도 하다.

다만 한국당 지지율 상승이 지지부진하다는 점이 딜레마다. 리얼미터가 tbs 의뢰로 조사한 2018년 1월 3주차 주중집계 결과 한국당은 17.9%를 기록, 전주대비 1.0%포인트 오르는 데 그쳤다.

홍, 네거티브로 내부 결집
안, 통합 띄워 시선 분산 
유, 뭘해도 손해볼 것 없어

평창올림픽에 대한 공세가 선거의 캐스팅보터가 될 중도성향 지지층을 흔들지는 못한다는 지적이 있다. 투톱이 새로운 보수의 가치, 비전 제시 등이 아닌 평창올림픽에 대한 네거티브에만 몰두하는 모습이 중도층의 표심을 끌어내지 못하는 결과로 이어지고 있다는 해석이다. 

한국당 관계자는 “현 지도부가 좌파나 종북 등의 단어를 자주 사용한다”며 “워딩이 두 사람 모두 너무 강한 측면이 있다. 전통적인 보수 지지자들에게는 이 같은 말이 효과를 보겠지만, 중간(중도층)에게는 도리어 반감을 줄 수 있다”고 지적했다.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도 평창올림픽 때리기에 앞장서고 있다. 안 대표는 최근 국회서 기자들과 만나 “한반도기로 합의됐지만 그럼에도 북한이 인공기를 흔들면 우리는 막을 수 있는 마땅한 방법이 없다”고 주장했다. 


태극기는 양보하면서 한반도기와 인공기만 사용하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는 논리다.

이어 안 대표는 “북측서 모든 경기에 한반도기를 써야 한다고 요구할 경우 어떻게 되느냐”라며 “그러면 우리 선수가 금메달을 땄을 때 태극기를 게양하지 못하고 애국가를 연주하지 못한다”고 주장했다.

앞서 안 대표는 문정부서 추진하는 한반도기 사용에 반대 의사를 분명히 했다. “평창올림픽서 우리나라 상징을 보일 필요가 있다”며 “평창올림픽은 우리가 오랜 세월에 걸쳐 전국민적 열망을 모아 유치한 것”이라고 언급했다.
 

안 대표가 한반도기 반대 의사를 표명한 것은 유승민 바른정당 대표의 의견에 따른 것이라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안 대표가 “우리나라 상징을 보일 필요가 있다”고 한 대답은 ‘유 대표가 평창올림픽 한반도기 입장을 반대하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대한 답변이었다.

홍준표 체제
공고해 진다

유 대표도 평창올림픽과 관련해 문정부가 추진하는 부분을 적극 반대하고 있다. 남북이 한반도기를 앞세워 공동입장하고, 여자 아이스하키 종목서 단일팀을 구성하기로 합의한 것과 관련해 유 대표는 “문 대통령과 이낙연 국무총리가 원칙이 아닌 반칙을 하고 있다”며 날선 비판을 했다.

더 나아가 유 대표는 평창올림픽과 관련된 남북 합의 내용을 조목조목 지적했다. 남북단일팀에 대해서는 “문 대통령이 ‘남북단일팀은 역사의 명장면이 될 것’이라고 말했는데 명장면 연출을 위해 개인의 희생을 강요하는 것이야말로 전체주의적 발상”이라고 주장했다.

금강산 합동 문화행사에 대해서는 “이해할 수가 없다. 대한민국을 찾는 각국의 선수 대표단이 전부 금강산에 가서 전야제에 참석해야 된다는 뜻인가”라며 “이것이 금강산 관광 재개를 위한 북한의 포석에 말려드는 것이라면 더욱 한심하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북한의 평창올림픽 참가를 위한 남북대화가 3번 이뤄졌는데 (문정부는)첫 회의 모두 발언서 비핵화 이야기를 꺼냈다가 북한에 야단맞은 것 외에는 비핵화 이야기는 한마디도 없었다”고 꼬집었다.

안 대표와 유 대표는 지난 18일 가칭 ‘통합개혁신당’ 창당을 선언했다. 합당 추진을 공식화한 것이다. 양당 통합 반대파에게 쐐기를 박겠다는 의지 표명으로 읽힌다.

당초 통합 반대파는 양당의 이념과 정책 노선이 다르다는 점을 들어 통합에 반대해왔다. 실제 지난해 말 양당은 예산 합의안에 다른 입장을 보이며 삐걱거렸다. 국민의당이 새해 예산안에 합의한 데 반해 바른정당은 반대 의사를 분명히 했다. 

당시 유 대표는 “국민의당이 캐스팅보트를 쥐고 있으면서도 잘못된 합의안에 서명한 것을 분명히 지적하고 싶다”고 말했다.

예산안 합의는 양당 통합의 가능성을 점치는 리트머스지였다.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이 ‘정책연대협의체’를 가동, 예산안을 공조 고리로 정책연대에 시동을 걸었기 때문이다. 

비교섭단체인 바른정당은 국민의당을 통해 예산안 협상에 대한 입장을 전달하고 있었다. 그런 바른정당이 예산안에 반대 당론을 정했는데 국민의당이 덜컥 합의 입장을 낸 것이다. 당장 정치권서 통합의 적신호가 켜졌다는 관측이 제기됐다.
 

그러나 이번 평창올림픽 정국을 지나면서 두 사람은 한마음 한뜻으로 문정부에 대한 비판 수위를 높이며 과거 예산안 때와는 다른 모습을 보였다. 평창올림픽 때리기가 통합의 전조였던 셈이다. 두 사람이 이념 및 정책 노선을 함께 걸을 수 있다는 점을 대중에게 보여줬다는 게 실익이다.

그러나 사실상 통합 반대파의 탈당을 막지 못한 점은 손실로 평가된다. 대표적으로 안 대표와 박지원 전 대표는 이번 평창올림픽 정국을 통해 완전히 사이가 틀어져버린 모습이다. 두 사람은 연이어 입씨름을 벌이며 상대를 공격했다.

안 대표가 한반도기로 북한의 인공기 사용을 막을 수 없다는 주장을 펴자 박 전 대표는 ‘소아병적 트집’이라고 비난한 점이 대표적이다. 

그는 자신의 SNS에 “한반도기로 입장을 하더라도 메달 수여식에는 남북의 국기가 각자 게양되고 각자의 국가가 연주된다”며 “홍·안·유(홍준표, 안철수, 유승민)는 사실관계도 모르는 무식하고 소아병적인 트집으로 평화올림픽을 방해하지 말아야 한다”고 비난했다. 

이어 “평화올림픽을 묵사발로 만들려는 보수 트리오들의 발상에 대해선 일언반구의 가치도 없다”며 안 대표를 홍 대표, 유 대표와 묶어 비난했다.

안-유 공조
통합 이끌어

국민의당 통합 반대파는 안 대표와 유 대표의 통합 선언에 분명한 반대의사를 밝혔다. 국민의당지키기운동본부 대변인을 맡고 있는 최경환 의원은 두 사람의 통합 선언을 “보수패권 야합 선언”이라고 혹평했다. 

박 전 대표는 “홍 대표의 기자회견문을 낭독하는 것으로 착각할 정도의 수구보수 선언을 했다”며 두 사람의 통합 선언을 평가했고, 국민의당 천정배 의원은 “자유한국당과 대통합의 문을 여는 반호남 지역패권의 부활이자 남북 관계를 이명박근혜 시대로 되돌리려는 냉전 회귀 선언”이라고 비난했다.


<chm@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북 대표단 경호는?

경찰이 평창동계올림픽(이하 평창올림픽) 기간 동안 북한 대표단과 선수단을 위해 특별 경호에 나선다. 북 대표단 경호는 ‘근접 경호’ ‘숙소 경비’ ‘교통 경호’로 나뉜다. 

근접 경호의 경우 경찰관 60여명이 투입될 예정이다. 숙소 경비는 경찰관 기동대 2개 중대와 5개 의경 기동중대가 철통 경호에 나선다. 경찰은 북한 여자 아이스하키 선수단이 지난해 2월 테스트이벤트 대회에 참여했던 경험을 토대로 종합대책을 마련 중이다.

경찰은 각국 선수단, 임원, 취재진 등 특별 안전 활동 대상을 5만여명 정도로 추산한다. 이에 대회기간 하루 평균 6000여명의 경찰인력을 집중 배치할 계획이다. 또 고속도로 올림픽 전용차로 총 65㎞와 내부 연결도로망 80㎞ 구간에는 112순찰차와 불법 주정차 단속용 견인차 18대를 투입할 계획이다.

경찰 관계자는 “북한 대표단의 규모와 숙소, 이동경로 등이 확정되고 통일부 등의 협조 요청이 있으면 보다 세밀한 경비·경호대책이 세워질 것”이라고 전했다.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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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김건희 일가 연루 의혹 ‘선라이즈F&T’ 주주명부 공개

[단독] 김건희 일가 연루 의혹 ‘선라이즈F&T’ 주주명부 공개

갈수록 증폭되는 평택 논란 이제야 공개된 소소한 흔적 쉽게 거두지 못하는 의심 의미심장 세력 교체 과정 [일요시사 취재1팀] 양동주 기자 = 소문이 어느덧 사실처럼 인식되고 있다. 명확한 물증이 없는 가운데 파편적인 의혹이 덧씌워진 양상은 좀처럼 바뀌지 않고 있으며, 흐름을 파악할 만한 유의미한 흔적이 이제야 겨우 나왔을 뿐이다. 증폭된 의혹 뒤편에서 여전히 진실은 빼꼼히 잘 보이지 않는다. 2010년 9월 설립된 ‘선라이즈에프앤티’는 황해경제자유구역에 자리 잡은 유일한 농산물 가공 업체로, 그간 심심치 않게 밀수 의혹을 받아왔다. 가공 목적으로 수입한 농산물을 가공 없이 시중에 유통시켜 엄청난 차익을 봤다는 꼬리표가 뒤따랐다. 의혹하는 눈초리 선라이즈에프앤티가 취급했던 대다수 농산물이 고관세 품목이라는 점은 이 같은 의혹을 부채질했다. 그간 선라이즈에프앤티는 ▲녹두 ▲콩나물콩 ▲다대기(혼합양념) ▲생강 ▲마늘 ▲참깨 ▲팥 ▲서리태 등 높은 세율이 붙는 고관세 품목을 주로 수입했던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한 예로 콩나물콩의 경우 그대로 들여와 국내에 유통하면 487% 관세가 부과되지만, 콩나물 재배 목적으로 수입하면 27%만 반영된다. 평택세관에 몸담았던 다수의 전직 세관공무원이 기업 출범 및 운영에 관여했다는 점도 선라이즈에프앤티를 부정적으로 보게 만들었다. 심지어 선라이즈에프앤티 이사진에 포함됐던 특정 세관 출신 임원이 한때 다이아몬드 밀수 사건에 이름이 오르내린 사례도 존재한다. 수년 전부터는 김건희씨 일가와 선라이즈에프앤티를 동일선상에서 바라보는 경향이 강해졌다. 선라이즈에프앤티의 밀수 의혹을 수차례에 걸쳐 제기했던 공익 제보자 이성열씨가 재판에 연루되는 과정에서 김건희씨의 모친인 최은순씨가 거론됐던 게 이 같은 흐름에 불을 지핀 형국이다. 이런 가운데 정치평론가인 장성철 공론센터 소장이 최근 ‘평택항’을 언급하자, 김건희씨 일가와 선라이즈에프앤티 간 연관성은 사실처럼 받아들여질 정도가 됐다. 장 소장은 SBS라디오 <김태현의 뉴스쇼>가 운영하는 유튜브 방송에 출연해 김건희씨 일가의 수상한 물건 수입 의혹과 관련한 이야기를 전했다. 장 소장은 “최은순씨가 주인으로 있는 농수산물 수입업체에서 이상한 것을 들고 오려고 하다가 걸려서 (김건희) 오빠와 김건희씨가 그것을 무마시키려고 여러 가지 이상한 (일들을 했다고 한다)”며 “어떤 물건인지 구체적으로 밝히지는 않았지만, 부적절한 물건인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고 말했다. 급기야 선라이즈에프앤티의 폐업이 알려지자, 의혹은 그야말로 걷잡을 수 없이 커진 양상이다. 선라이즈에프앤티는 국세청 사업자 과세 유형 조회 결과 지난 10일자로 폐업한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폐업자로 조회된 지난 10일은 김건희 특검법이 공포된 시기와 맞물린다. 물론 꾸준히 의혹이 제기된 것과 별개로, 김건희씨 일가와 선라이즈에프앤티 간 연관성을 입증할 만한 확실한 단서는 없는 상황이다. 특히 주주명부가 지금껏 외부에 공개되지 않았다는 게 의혹과 진실을 구분 짓기 어렵게 만들고 있다. 이런 의미에서 <일요시사>가 최초 입수한 주주명부는 간접적으로나마 의문을 풀 수 있는 열쇠로 작용할 여지를 남긴다. 의문 해소 첫 단추 2022년 10월 작성된 ‘카리나에프앤티(선라이즈에프앤티에서 2020년 9월 상호 변경) 주주명부’를 검토한 결과 주주는 총 17명, 발행주식은 91만8400주(1주당 5000원)로 확인됐다. 2010년 9월 자본금 5억원으로 설립된 선라이즈에프앤티는 수차례 증자를 거쳤고, 해당 시기에 자본금을 45억9200만원으로 늘린 상태였다. 일단 주주명부에서는 김건희씨 일가의 이름을 찾을 수 없다. 대신 경영권 교체 과정이나마 엿볼 수 있을 뿐이다. 법인 등기와 주주명부를 교차 검증한 결과를 토대로 추정하면, 표면상 선라이즈에프앤티 지배 세력은 ‘전직 세관공무원(설립~2018년 중순)→지엔티에이치(~2020년 중순)→킴스에O엔O(~2022년 초순)→동OO앤에스(~2025년 6월)’ 순으로 변경된 흐름이다. 첫 번째 경영권 교체는 ‘펀딩하이 연체 사건’과 함께 발생했다. 펀딩하이는 중국·동남아시아에서 농산물을 수입하는 업체에 돈을 빌려 주고, 투자자들에게 15% 이상 수익을 보장하는 펀딩 상품으로 인기를 끌던 P2P 업체였다. 그러나 펀딩하이는 2018년 6월20일 ‘마늘 시즌2-17차(모집 금액 3억원, 차주 승리산업)’ 펀딩 상품의 연체를 시작으로 ▲세척 당근 시즌2-18차(모집금액 5억원, 차주 지엔티에이치) ▲김치 펀딩 2차(모집금액 1억2000만원, 차주 상아농산) ▲번데기 펀딩 1차(모집금액 1억8000만원, 차주 월량완코리아) 등에서 차주의 투자금 상환 실패를 알렸다. 연체 금액은 ▲지엔티에이치 29억원 ▲승리산업 33억원 ▲상아농산 11억8000만원 ▲월량완코리아 1억8000만원 등 총 75억6000만원에 달했다. 급기야 펀딩하이는 연체율 100%를 찍은 채 영업을 중단했다. 상환 실패 이후 차주 사이에 관련성이 드러났다. 지엔티에이치와 승리산업에서 대표이사였던 윤석호씨는 두 회사 지분을 각각 60%, 100% 보유 중이었다. 또한 월량완코리아 사내이사로도 등재돼있었다. 연체가 발생한 직접적인 사유는 선라이즈에프앤티를 대상으로 한 지분 투자였다. 지엔티에이치는 펀딩받은 금액을 농산물을 들여오는 데 쓰지 않고,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을 매입하는 데 활용한 것으로 뒤늦게 확인됐다. 이를 계기로 지엔티에이치는 2018년 6월경 주식 16만1400주를 확보한 선라이즈에프앤티 최대주주로 올라섰다. 지엔티에이치가 지배력을 확보한 이후 선라이즈에프앤티 임원 명단에 변화가 목격됐다. 선라이즈에프앤티 초창기부터 함께했던 사내이사와 부친에 이어 회사에 몸담았던 대표이사를 대신해 지엔티에이치가 끌어들인 얼굴들이 등기임원 자리를 꿰찼다. 정작 지엔티에이치는 연체 발생 넉 달 후인 2018년 10월 보유 중이던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을 ‘란릉현래보식품유한공사’에 넘겼다. 펀딩하이 투자자들과의 소송전이 불거지자 중국에 본거지를 둔 우군에 주식을 양도한 모양새였다. 거듭되는 교체 수순 두 번째 경영권 교체는 ‘킴스에O엔O’ 측이 선라이즈에프앤티의 주체로 올라서는 과정에서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 충청권에 본적을 둔 킴스에O엔O는 2022년 10월 기준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 10만8200주를 확보한 것으로 확인됐다. 킴스에O엔O 대표이사의 친인척이 보유한 주식 13만2800주를 합산하면 우호 주식은 24만주 안팎이다. 기존 지엔티에이치 측 우호 세력(란릉현래보식품유한공사 16만1400주+마송재 3만주)과 비교해 5만주 가까이 격차를 벌린 셈이다. 킴스에O엔O 측이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을 대량 매입한 시기는 2020년 중후반으로 추정된다. 이 무렵 선라이즈에프앤티 등기임원 구성이 크게 요동쳤다는 점을 통해 짐작 가능한 사안이다. 실제로 지엔티에이치가 지배력을 발휘하던 2018년 7월 대표이사에 선임됐던 김정일 대표는 2020년 3월 해임됐다. 2018년 9월 취임했던 또 다른 대표이사 역시 당해 10월을 넘기지 못한 채 사임했다. 공석이 된 주요 등기임원 자리는 킴스에O엔O 측 인물로 채워졌다. 킴스에O엔O 대표이사가 2020년 10월 선라이즈에프앤티 대표이사로 취임했고, 해당 시기에 사외이사, 감사 등 등기임원 전원이 새 얼굴로 교체됐다. 킴스에O엔O에 이어 지배 세력으로 등장한 곳은 식료품 제조업을 영위하는 동OO앤에스였다. 이 회사는 2022년 10월 기준 주주명부에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 41만주(지분율 44.64%)를 보유한 단일 최대주주로 등재돼있다. 여기에 우호 세력(글로O포O 1만주+김성수 2만주+김종봉 788주)의 주식을 합산하면 지분율은 50%에 육박한다. 동OO앤에스는 사실상 선라이즈에프앤티를 인수하고자 만든 업체로 비쳐질 여지를 남긴다. 2022년 2월 출범 당시 자본금 10억원짜리였던 동OO앤에스는 불과 두 달 만인 2022년 4월14일 자본금을 21억원으로 두 배 이상 키웠다. 공교롭게도 동OO앤에스가 설립 이후 8개월 사이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 41만주를 확보하는 과정에서 투입한 금액은 총 20억5000만원이었다. 이는 동OO앤에스 자본금 21억원이 선라이즈 주식 41만주를 매입하는 데 쓰였을 가능성에 주목하게 만든다. 게다가 선라이즈에프앤티는 기존 61만8400주였던 발행주식을 2022년 4월22일 91만8400주로 30만주 확대했다. 동OO앤에스가 자본금을 21억원으로 확충한 지 8일 만이다. 선라이즈에프앤티가 발행주식을 30만주 늘린 덕분에 동OO앤에스는 상대적으로 수월하게 주식 41만주를 확보한 형국이다. 동OO앤에스가 선라이즈에프앤티를 지배하는 위치로 올라설 무렵에 선라이즈에프앤티 임원 구성은 또 한 번 바뀌었다. 동OO앤에스 대표이사가 사내이사, 글로O포O 대표이사가 사외이사에 이름을 올렸고, 김성수 대표이사가 신규 선임됐다. 이후 김성수 대표는 선라이즈에프앤티 폐업 전까지 자리를 지킨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되짚어보는 연결고리 한편 일각에서는 김건희씨 일가에서 선라이즈에프앤티에 영향력을 행사했다면 그 시기는 지엔티에이치 측이 지배력을 상실한 이후일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그나마 킴스에O엔O 혹은 동OO앤에스와의 연관성이 높다고 보는 것이다. 한 경찰 관계자는 “김건희씨 일가에서 선라이즈에프앤티에 관여한 직접적인 흔적이 발견되지 않았지만, 만약 영향력을 행사했다면 그 시기를 2021년 이후로 특정해볼 수 있을 것”이라며 “항간에 떠도는 마약 적발 여부는 2022년 근방으로 얘기가 오가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heaty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