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3당 ‘평창 손익계산서’

  • 최현목 기자 chm@ilyosisa.co.kr
  • 등록 2018.01.23 09:00:29
  • 호수 1150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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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다 망하면 문재인만 ‘독박’

[일요시사 정치팀] 최현목 기자 = 야3당의 평창동계올림픽(이하 평창올림픽) 때리기가 멈출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마치 세 개의 개별 정당이 하나의 당처럼 공조하는 모습. 정치권은 한목소리를 내는 이들을 두고 ‘신 3당야합’의 전조라고 해석한다. 과연 어떤 실익을 위해 이념도 성향도 다른 세 개 정당이 뭉친 것일까. 또 어떤 손해를 감수하고 있는 것일까.
 

문재인 대통령이 평창올림픽 구상을 본격화하고 있다. 지난 17일 외부 일정을 잡지 않고 청와대에 머물며 정부 부처와 참모진으로부터 보고 받았다. 그중에는 평창올림픽 준비 상황과 남북 실무회담 관련 보고가 핵심이다. 올림픽의 성공적 개최를 위해 현 정부가 얼마나 심혈을 기울이고 있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었다.

정부 ‘올인’
정가 ‘딴지’

이날 남북은 판문점 남측 평화의집서 개최한 북한의 평창 올림픽 참가를 위한 차관급 실무회담서 ▲평창 겨울올림픽 개막식 때 한반도기를 앞세워 공동입장 ▲여자 아이스하키 단일팀 구성 등의 내용이 포함된 공동보도문을 채택했다. 

이와 함께 ▲북한 선수단·응원단 대회 참가 ▲마식령 스키장서 남북 스키선수 공동 훈련 ▲금강산 지역에서 합동 문화행사 진행에 합의했다.

문 대통령은 ‘평창’올림픽이 ‘평화’올림픽으로 거듭나길 희망하고 있다. 대선 기간 공약 중 하나였던 평화올림픽이 점차 현실화되는 모습이다.


남북이 세부 사항을 논의하는 과정도 평화의 긍정적 신호라는 평가다. 남북은 10차례 접촉 끝에 공동보도문을 채택했다. 남측 수석대표인 천해성 통일부 차관은 평화의집서 북측 대표단장인 전종수 조국평화통일위원회 부위원장을 만나 “오시는 길은 편안하셨나. 날씨가 그리 춥지 않아 다행”이라고 인사를 건넸다.

천 차관은 “지난 고위급회담에 이어 그제(지난 15일) 예술단 파견을 위한 실무접촉도 원만하게 잘 끝났다”며 “북측의 평창올림픽 및 패럴림픽 참가가 평화올림픽으로 자리매김하는 것뿐만 아니라 남북 관계 발전과 한반도 평화 정착에 기여할 수 있도록 힘을 모아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전 부위원장은 “날씨가 참 푸근하다. 일주일 만에 또 만나니까 반갑다”고 화답했다. 이어 “마치 6·15 시대로 다시 돌아온 것 같은 느낌이 든다”며 “2008년 이후 거의 10년 동안 사실상 북남관계가 차단됐고 대결 상태가 지속됐는데 그럴수록 우리 민족 겨레는 북남 관계가 하루빨리 열리기를 고대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올림픽 성공 북한에…대화 연결 심혈
내친김에 비핵화 위한 협의까지 유도

문 대통령은 평창올림픽 성공을 계기로 남북 관계 개선을 위한 대화에 속도를 낸다는 계획이다. 지난 10일 청와대 영빈관서 열린 신년기자회견서 문 대통령은 “남북 관계 개선을 위한 북한과의 대화를 통해 북한이 비핵화를 위한 대화에도 나서도록 유도해내야 한다”고 전한 바 있다. 

이러한 대화를 고리로 ‘비핵화 대화’를 끌어낸다는 전략이다. 남북 차관급 실무회담을 통해 첫 단추가 성공적으로 꿰진 셈이다.
 

그러나 야3당은 이러한 문 대통령의 남북 대화 노선을 일제히 지적하고 나서 눈길을 끈다. 


자유한국당(이하 한국당) 홍준표 대표는 문 대통령의 평화올림픽 구상에 대해 “평양올림픽을 준비하고 있다”며 “지방선거를 앞두고 우리가 유치한 평창올림픽을 평양올림픽으로 만들면서 김정은의 위장 평화공세에 같이 놀아나고 있다. 남북 정치쇼를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명박정부 시절 평창올림픽을 유치한 점을 상기시켜 문재인정부를 ‘무임승차자’로 규정하는 전략으로 읽힌다.

한국당 내에서는 홍 대표와 함께 평창올림픽 때리기에 열을 올리고 있는 인물이 있다. 바로 김성태 원내대표다. 두 사람은 ‘투톱’이라는 위치를 십분 발휘해 날카로운 공세를 이어가고 있다.

홍준표 시동
“평양올림픽”

김성태 원내대표는 “평창 가는 버스가 아직 평양에 있다고 엄포를 놓는 북한에 제발 와주십사 구걸하는 것도 모자라 정부는 일찌감치 태극기를 포기하고 한반도기 입장을 공식화했다”며 “한마디로 죽 쒀서 개 주는 꼴”이라고 힐난했다.

이어 “일시적 남북 화해와 북핵을 애써 외면한 ‘가상 평화’라는 자기 최면에 빠져 주최국이 주최국 국기를 내세우는 자기 권리를 포기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며 “북한이 핵을 두고 자기과시에 빠져있는 이 마당에 올림픽을 갖다 바치며 평화를 구걸할 이유는 하나도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두 사람은 공세를 통해 ▲지방선거를 앞둔 보수 집결 ▲당내 홍준표 체제 공고화를 노리는 것으로 해석된다. 문 대통령의 평화 노선을 북한 퍼주기로 규정함으로써 보수 지지자들의 호응을 끌어낸다는 전략이다.

실제 국민들 중 과반에 가까운 수가 문 대통령 평화 노선의 상징이라고 할 수 있는 한반도기에 반감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지난 18일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가 발표한 결과에 따르면 ‘남한 선수단은 태극기를, 북한 선수단은 인공기를 각각 들고 입장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응답이 49.4%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남북 선수단이 모두 한반도기를 들고 입장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응답은 40.5%로 집계됐다. ‘기타 방안’은 4.1%, ‘잘 모름’은 6.0%였다.

지방선거 승리의 밑거름이라고 할 수 있는 대구·경북(TK) 지역서 56.2%가 한반도기를 반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뒤를 이어 서울이 53.0%로 두 번째 높았다. 

이는 홍 대표가 가장 반길만한 소식 중 하나로 꼽힐 만하다. 문재인정부의 한반도기 사용을 공격 포인트로 잡으면 지방선거 약세 지역으로 꼽혔던 서울서 반전을 만들 수 있다는 뜻이기 때문이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한국당 내에서는 투톱의 대여 투쟁력이 높아졌다고 평가한다. 제1야당으로서 필수적인 야성을 회복한 점에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는 셈이다. 김 원내대표가 당선된 지 한 달여 동안 홍준표 체제가 더욱 공고해졌다는 뜻이기도 하다.

다만 한국당 지지율 상승이 지지부진하다는 점이 딜레마다. 리얼미터가 tbs 의뢰로 조사한 2018년 1월 3주차 주중집계 결과 한국당은 17.9%를 기록, 전주대비 1.0%포인트 오르는 데 그쳤다.

홍, 네거티브로 내부 결집
안, 통합 띄워 시선 분산 
유, 뭘해도 손해볼 것 없어

평창올림픽에 대한 공세가 선거의 캐스팅보터가 될 중도성향 지지층을 흔들지는 못한다는 지적이 있다. 투톱이 새로운 보수의 가치, 비전 제시 등이 아닌 평창올림픽에 대한 네거티브에만 몰두하는 모습이 중도층의 표심을 끌어내지 못하는 결과로 이어지고 있다는 해석이다. 

한국당 관계자는 “현 지도부가 좌파나 종북 등의 단어를 자주 사용한다”며 “워딩이 두 사람 모두 너무 강한 측면이 있다. 전통적인 보수 지지자들에게는 이 같은 말이 효과를 보겠지만, 중간(중도층)에게는 도리어 반감을 줄 수 있다”고 지적했다.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도 평창올림픽 때리기에 앞장서고 있다. 안 대표는 최근 국회서 기자들과 만나 “한반도기로 합의됐지만 그럼에도 북한이 인공기를 흔들면 우리는 막을 수 있는 마땅한 방법이 없다”고 주장했다. 


태극기는 양보하면서 한반도기와 인공기만 사용하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는 논리다.

이어 안 대표는 “북측서 모든 경기에 한반도기를 써야 한다고 요구할 경우 어떻게 되느냐”라며 “그러면 우리 선수가 금메달을 땄을 때 태극기를 게양하지 못하고 애국가를 연주하지 못한다”고 주장했다.

앞서 안 대표는 문정부서 추진하는 한반도기 사용에 반대 의사를 분명히 했다. “평창올림픽서 우리나라 상징을 보일 필요가 있다”며 “평창올림픽은 우리가 오랜 세월에 걸쳐 전국민적 열망을 모아 유치한 것”이라고 언급했다.
 

안 대표가 한반도기 반대 의사를 표명한 것은 유승민 바른정당 대표의 의견에 따른 것이라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안 대표가 “우리나라 상징을 보일 필요가 있다”고 한 대답은 ‘유 대표가 평창올림픽 한반도기 입장을 반대하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대한 답변이었다.

홍준표 체제
공고해 진다

유 대표도 평창올림픽과 관련해 문정부가 추진하는 부분을 적극 반대하고 있다. 남북이 한반도기를 앞세워 공동입장하고, 여자 아이스하키 종목서 단일팀을 구성하기로 합의한 것과 관련해 유 대표는 “문 대통령과 이낙연 국무총리가 원칙이 아닌 반칙을 하고 있다”며 날선 비판을 했다.

더 나아가 유 대표는 평창올림픽과 관련된 남북 합의 내용을 조목조목 지적했다. 남북단일팀에 대해서는 “문 대통령이 ‘남북단일팀은 역사의 명장면이 될 것’이라고 말했는데 명장면 연출을 위해 개인의 희생을 강요하는 것이야말로 전체주의적 발상”이라고 주장했다.

금강산 합동 문화행사에 대해서는 “이해할 수가 없다. 대한민국을 찾는 각국의 선수 대표단이 전부 금강산에 가서 전야제에 참석해야 된다는 뜻인가”라며 “이것이 금강산 관광 재개를 위한 북한의 포석에 말려드는 것이라면 더욱 한심하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북한의 평창올림픽 참가를 위한 남북대화가 3번 이뤄졌는데 (문정부는)첫 회의 모두 발언서 비핵화 이야기를 꺼냈다가 북한에 야단맞은 것 외에는 비핵화 이야기는 한마디도 없었다”고 꼬집었다.

안 대표와 유 대표는 지난 18일 가칭 ‘통합개혁신당’ 창당을 선언했다. 합당 추진을 공식화한 것이다. 양당 통합 반대파에게 쐐기를 박겠다는 의지 표명으로 읽힌다.

당초 통합 반대파는 양당의 이념과 정책 노선이 다르다는 점을 들어 통합에 반대해왔다. 실제 지난해 말 양당은 예산 합의안에 다른 입장을 보이며 삐걱거렸다. 국민의당이 새해 예산안에 합의한 데 반해 바른정당은 반대 의사를 분명히 했다. 

당시 유 대표는 “국민의당이 캐스팅보트를 쥐고 있으면서도 잘못된 합의안에 서명한 것을 분명히 지적하고 싶다”고 말했다.

예산안 합의는 양당 통합의 가능성을 점치는 리트머스지였다.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이 ‘정책연대협의체’를 가동, 예산안을 공조 고리로 정책연대에 시동을 걸었기 때문이다. 

비교섭단체인 바른정당은 국민의당을 통해 예산안 협상에 대한 입장을 전달하고 있었다. 그런 바른정당이 예산안에 반대 당론을 정했는데 국민의당이 덜컥 합의 입장을 낸 것이다. 당장 정치권서 통합의 적신호가 켜졌다는 관측이 제기됐다.
 

그러나 이번 평창올림픽 정국을 지나면서 두 사람은 한마음 한뜻으로 문정부에 대한 비판 수위를 높이며 과거 예산안 때와는 다른 모습을 보였다. 평창올림픽 때리기가 통합의 전조였던 셈이다. 두 사람이 이념 및 정책 노선을 함께 걸을 수 있다는 점을 대중에게 보여줬다는 게 실익이다.

그러나 사실상 통합 반대파의 탈당을 막지 못한 점은 손실로 평가된다. 대표적으로 안 대표와 박지원 전 대표는 이번 평창올림픽 정국을 통해 완전히 사이가 틀어져버린 모습이다. 두 사람은 연이어 입씨름을 벌이며 상대를 공격했다.

안 대표가 한반도기로 북한의 인공기 사용을 막을 수 없다는 주장을 펴자 박 전 대표는 ‘소아병적 트집’이라고 비난한 점이 대표적이다. 

그는 자신의 SNS에 “한반도기로 입장을 하더라도 메달 수여식에는 남북의 국기가 각자 게양되고 각자의 국가가 연주된다”며 “홍·안·유(홍준표, 안철수, 유승민)는 사실관계도 모르는 무식하고 소아병적인 트집으로 평화올림픽을 방해하지 말아야 한다”고 비난했다. 

이어 “평화올림픽을 묵사발로 만들려는 보수 트리오들의 발상에 대해선 일언반구의 가치도 없다”며 안 대표를 홍 대표, 유 대표와 묶어 비난했다.

안-유 공조
통합 이끌어

국민의당 통합 반대파는 안 대표와 유 대표의 통합 선언에 분명한 반대의사를 밝혔다. 국민의당지키기운동본부 대변인을 맡고 있는 최경환 의원은 두 사람의 통합 선언을 “보수패권 야합 선언”이라고 혹평했다. 

박 전 대표는 “홍 대표의 기자회견문을 낭독하는 것으로 착각할 정도의 수구보수 선언을 했다”며 두 사람의 통합 선언을 평가했고, 국민의당 천정배 의원은 “자유한국당과 대통합의 문을 여는 반호남 지역패권의 부활이자 남북 관계를 이명박근혜 시대로 되돌리려는 냉전 회귀 선언”이라고 비난했다.


<chm@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북 대표단 경호는?

경찰이 평창동계올림픽(이하 평창올림픽) 기간 동안 북한 대표단과 선수단을 위해 특별 경호에 나선다. 북 대표단 경호는 ‘근접 경호’ ‘숙소 경비’ ‘교통 경호’로 나뉜다. 

근접 경호의 경우 경찰관 60여명이 투입될 예정이다. 숙소 경비는 경찰관 기동대 2개 중대와 5개 의경 기동중대가 철통 경호에 나선다. 경찰은 북한 여자 아이스하키 선수단이 지난해 2월 테스트이벤트 대회에 참여했던 경험을 토대로 종합대책을 마련 중이다.

경찰은 각국 선수단, 임원, 취재진 등 특별 안전 활동 대상을 5만여명 정도로 추산한다. 이에 대회기간 하루 평균 6000여명의 경찰인력을 집중 배치할 계획이다. 또 고속도로 올림픽 전용차로 총 65㎞와 내부 연결도로망 80㎞ 구간에는 112순찰차와 불법 주정차 단속용 견인차 18대를 투입할 계획이다.

경찰 관계자는 “북한 대표단의 규모와 숙소, 이동경로 등이 확정되고 통일부 등의 협조 요청이 있으면 보다 세밀한 경비·경호대책이 세워질 것”이라고 전했다.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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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 흔든 트럼프 1년 풀 스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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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처음에는 ‘설마, 그렇게까지?’라는 반응이었다. 하지만 불과 1년여 만에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모두가 ‘미친 짓’이라고 말하지만 당사자는 거칠 게 없다는 태도다. 문제는 그 여파가 전 세계로 확산하고 있다는 점이다. ‘지구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가 ‘천조국’ 미국을 어디로 끌고 가는 걸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행보가 충격과 경악으로 물들고 있다. ‘이보다 더 놀랄 일이 있을까?’라는 반응이 거듭되는 모양새다. 되짚어 보면 이제 와 말이 안 된다고 하기엔 등장부터 파격적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이 처음 대선 출마를 선언할 당시에는 조롱과 웃음이 난무했다. 하지만 미국은 그를 선택했다. 그것도 두 번이나. 예상보다 더 파격 사실 트럼프 대통령은 첫 임기 때나 지금이나 크게 다르지 않다. 선거 기간 동안 공약으로 내세운 내용은 임기 중에 어떤 식으로든 진행했다. 그 공약이 ‘미치광이’ ‘사이코’ 등의 원색적인 비난으로 이어져도 요지부동이었다. 되레 외부 자극이 커질수록 트럼프 대통령의 행보는 더욱 거칠어졌다. 문제는 그 행보에 전 세계가 영향을 받는다는 점이다. 과거 미국이 ‘유일한’ 패권국으로 군림하던 시기와 비견될 정도라는 말이 나온다. ‘세계의 경찰’로 각국 상황에 관여했던 때보다도 영향력이 크다는 분석도 있다. 그 배경으로 지목되는 게 바로 트럼프 대통령의 행보다. 실제로 트럼프 대통령의 말 한마디에 세계 질서를 유지했던 틀이 무너져 내리고 있다. 대표적인 게 관세 부과에서 비롯된 통상 전쟁과 국제 질서 유지를 내세운 타국에 대한 물리적 개입이다. 두 사안 모두 ‘평범한’ 미국 대통령이라면 생각은 해도 실제로 행하기는 어려운 내용이다. 당장 전 세계의 지도자가 반발할 테고 각국의 이해관계도 복잡하게 얽혀있다. 무엇보다 대통령 자신이 겪어야 할 정치적 리스크가 매우 크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했고 또 하려 하고 있다. 모두가 ‘설마’라고 손사래 치던 일이 실제로 벌어지는 데 걸린 시간은 1년 남짓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재선에 도전하면서 ‘미국 우선주의’를 앞세우며 관세 부과를 예고했다. 캐나다, 그린란드, 파나마 운하 등을 미국 소유로 하겠다는 야욕을 드러냈다. 영토 확장이라는 제국주의 시기에나 빈번하게 일어났던 일을 공언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에게 관세는 ‘무기’나 다름없다. 원하는 것을 얻어내기 위해 상대국에 관세를 부과하는 방법으로 압박을 가하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직후부터 전 세계와 통상 전쟁을 벌이기 시작했다. 특히 미국의 자리를 노리는 중국과는 서로 수천%의 관세를 부과하면서 세계 경제를 흔들었다. 관세 부과로 흔들더니 그린란드로 공포 조장 과거 FTA 체결로 미국과의 무역에서 관세 0%를 유지했던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었다. 우리나라보다 앞서 협상한 일본의 관세 부과율을 기본으로 깔고 조율이 이뤄졌다. 줄다리기 끝에 협상이 타결됐지만 관세 문제는 현재진행형이다. 국가 간 외교에서 불확실성이 해소되지 않은 상황인 셈이다. 전 세계가 통상 전쟁의 여파를 겪고 있는 상황에서 이번에는 영토 확장 문제가 불거졌다. 최근 미국은 베네수엘라에서 군사 작전을 진행해 전 세계를 경악에 빠뜨렸다.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 부부를 미국으로 데려와 법정에 세운 것이다. 표면상으로는 베네수엘라 내부 상황을 언급했지만 속내는 석유라는 말이 나왔다. 베네수엘라는 제1의 석유 매장국이다. 미국이 베네수엘라의 석유 사업을 지배하겠다는 의지를 실행으로 옮겼다는 것이다. 미국이 베네수엘라 석유를 차지하게 되면 세계시장이 요동칠 가능성이 크다. 베네수엘라 석유를 등에 업은 미국이 세계 석유시장 개편에 나설 길이 생긴다. 이렇게 되면 주변국은 물론 산유국은 크든 작든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더 나아가 미국은 베네수엘라 자체를 통치하려는 모습도 보인다. 미국에 적대적인 정권을 몰아내고 권력 지형을 ‘친미’ 또는 친미 우호 세력으로 개편할 것으로 예상된다. 전 세계는 미국의 베네수엘라 군사 작전을 시작으로 보는 시각이 존재한다. 정가에서는 공산 정권을 유지 중인 쿠바가 다음 표적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비판에도 마이웨이 베네수엘라 충격이 가시기도 전에 ‘그린란드’가 화두로 떠올랐다. 그린란드는 덴마크 자치령의 섬으로 한반도보다 9배나 큰 섬이다. 인구가 6만여명에 불과하고 두꺼운 얼음으로 뒤덮인 땅이라 가치 평가가 낮았다. 하지만 최근 들어 온난화로 얼음이 녹으면서 아래에 묻힌 광물을 채취할 수 있는 길이 열렸고 지정학적으로도 좋은 위치라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관심이 커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임기 초부터 그린란드를 미국에 편입시키겠다는 뜻을 감추지 않았다. 사실 트럼프정부 이전에도 그린란드를 미국령으로 하려는 시도는 있었다. 과거 미국정부는 그린란드를 사기 위해 돈을 제시한 적도 있고, 세계 2차대전 기간에는 점거하기도 했다. 하지만 덴마크의 반발, 무엇보다 그린란드 주민의 반대로 이뤄지지 못했다. 그러다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하면서 노골적인 요구가 시작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안보상 이유를 들었다. 그린란드를 지킬 수 있는 건 미국뿐이라고 주장하는 것이다. 하지만 베네수엘라 군사 작전 때와 마찬가지로 트럼프 대통령의 ‘속내’는 그린란드에 묻혀 있는 자원일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외신들은 베네수엘라 군사 작전으로 마두로 대통령 부부를 미국으로 압송하면서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감이 붙은 상태라고 보도했다. 베네수엘라 군사 작전이 국제법 위반이라는 비판이 쏟아졌지만 트럼프 대통령 본인은 ‘승리’라고 평가한다는 것이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이 그린란드에 무력을 사용할 수 있다는 뜻을 비치면서 극대화됐다. 협상의 기술 자유자재로 트럼프 대통령의 행보에 북대서양조약기구(이하 나토)에 참여 중인 국가들은 일제히 반기를 들었다. 미국과 유럽 간 오랜 시간 유지돼 온 ‘대서양 질서’가 뿌리째 흔들릴 수 있는 상황이 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발 더 나아가 그린란드에 병력을 파견한 덴마크·노르웨이·스웨덴·프랑스·독일·영국·네덜란드·핀란드 등 8개국에 대해 대미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혔다. 관세 부과, 무력 충돌 가능성 등으로 전운이 감돌던 미국과 유럽의 관계는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리고 있는 세계경제포럼 연차총회, 이른바 다보스 포럼에서 출구를 찾는 듯한 모습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1일 자신의 SNS 트루스소셜에 “마르크 뤼터 나토 사무총장과의 매우 생산적인 회담을 바탕으로, 그린란드와 사실상 전체 북극 지역에 관한 미래 합의의 틀을 만들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유럽 8개국을 상대로 다음 달 1일부터 부과하기로 한 관세를 “부과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적었다. 미국이 그린란드 병합을 위한 무력 사용 가능성을 철폐하면서 상황 반전의 여지가 생겼다. 실제 그의 발언 이후 미국 증시 등은 오름세를 보였다. 전문가들은 유럽의 집단 반발, 금융시장 동요 등이 트럼프 대통령의 한발 후퇴를 이끌었다고 진단했다. 계속 가다간 나토의 내부 분열은 물론 유럽의 실력행사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계산이 선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극단적인 방법으로 전 세계를 공포로 몰아넣고 원하는 것을 취하는 ‘협상의 기술’을 또 사용했다는 말이 나오기도 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다른 나라로부터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 각종 협상 기술을 사용해 왔다. 과도한 관세 부과, SNS 사용 등이 그 예다. 베네수엘라 군사 작전 이어 광물 자원 노리고 장악 시도 그러면서도 전문가들은 아직 갈등의 불씨가 꺼지지 않았다고 분석했다. 무력 사용 가능성을 배제했을 뿐 그린란드에 대한 병합 의지 자체가 꺾인 건 아니라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다보스 포럼에서 진행한 연설을 통해 그린란드 병합의 당위성을 긴 시간을 할애해 설명했다. 그는 그린란드를 ‘전략 요충지’이며 ‘북미 대륙의 일부, 서반구 최북단에 있는 우리의 영토’라고 주장했다. 우리나라는 트럼프 대통령이 만든 ‘불확실성’의 토대 위에서 실리를 찾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좌충우돌’이라는 말로는 부족할 만큼 예측불가의 행보가 계속될 때마다 우리나라 또한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외교에서 가장 중요한 게 미국과의 관계인 만큼 안정화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최근 트럼프 대통령은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전후 관리를 위해 만든 ‘평화위원회’ 가입 초청장을 60여개국에 보낸 것으로 확인됐다. 표면상으로는 가자지구의 평화지만 속내는 국제연합(UN) 등을 대체할 다자간 기구를 만들려는 게 아니냐는 의심이 일고 있다. 캐나다, 프랑스, 영국 등 서방 및 친서방 국가와 러시아, 벨라루스 등이 초청장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나라, 일본, 베트남 등 아시아 국가도 포함됐다. 우리나라 외교부는 지난 20일 “미국 측 초청에 따라 검토 중에 있다”고 밝혔다. 한 언론에서는 우리나라가 평화위원회 가입을 적극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표면상으로는 가자지구 평화를 내세웠지만 실제로는 전 세계 분쟁에 개입할 명분을 만들려 한다는 우려가 나온다. 언제나 영향권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0일(현지시각) 임기 1주년을 맞았다. 불과 1년 만에 트럼프 대통령이 전 세계에 일으킨 풍파는 엄청나다. 앞으로 불어닥칠 태풍의 크기도 도무지 가늠할 수 없는 지경이다. 미국 대통령의 임기는 4년으로 트럼프 대통령은 2029년 1월20일 정오까지다. 아직 3년이나 남았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