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준표 ‘보신정치’ 해부

  • 최현목 기자 chm@ilyosisa.co.kr
  • 등록 2018.01.15 10:52:25
  • 호수 1149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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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랑이굴도 모자랄 판에 보수 텃밭 ‘셀프 입성’

[일요시사 정치팀] 최현목 기자 = 자유한국당(이하 한국당) 당협위원장 공모서 홍준표 대표가 보수 텃밭인 대구 북을에 신청했다. 당 외부는 물론 내부서도 ‘셀프 공모’ 논란으로 뜨겁다. 당 대표가 지방선거를 앞두고 험지는 고수하고 꽃길만 걸으려 한다는 지적이다. 당 일각에서는 ‘수도권 포기설’까지 제기되며 패배주의에 대한 우려가 새나오고 있다.
 

“홍준표 대표의 대구행은 보수주의 대신 ‘보신주의’를 택한 것으로, 한심하고 창피하고 민망하다.” 

한국당 박민식 전 의원은 최근 국회 정론관서 기자회견을 열고 홍 대표의 대구 북을 당협위원장 공모 신청에 대해 이같이 평가했다. 지난 7일 홍 대표의 공모 신청 소식이 전해진 후 당 내부에서는 그가 ‘보신정치’를 하고 있다는 불만이 터져 나오고 있다.

대구행 선택
도대체 왜?

홍 대표는 자신의 SNS에 “마지막 정치 인생을 대구서 시작하고자 한다”며 “초·중·고를 다니던 어릴 적 친구들이 있는 대구서 마지막 정치 인생을 시작하는 것에 대해 만감이 교차한다. 대구·경북(이하 TK)을 안정시키고 동남풍을 몰고 북상해 지방선거를 꼭 이기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홍 대표와 대구는 정치적 접점이 거의 없다. 특히 공모를 낸 대구 북구와의 인연은 전혀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홍 대표는 1996년 고 김영삼 전 대통령의 권유로 신한국당에 입당해 서울 송파갑서 정치를 시작했다. 


그 후 2001년 동대문을로 지역구를 옮겨 내리 3선을 했다. 2012년 박근혜 전 대통령이 당선된 후 치러진 경남도지사 보궐선거에 당선돼 PK(부산·경남)서 활동했다.

경남 창녕 출신인 홍 대표는 초등학교 졸업 후 대구로 이사해 중·고등학교(영남중·영남고)를 대구서 보낸 것 외에는 인연이 없다. 중·고등학교도 대구 달서구에 위치해 있어 공모한 대구 북을과는 거리가 멀다.

한국당 조직강화특별위원회(이하 조강특위)는 지난 3일부터 6일까지 74개 지역에 대한 당협위원장 공모를 진행했다. 서류접수 마감 결과 총 211명이 지원했다. 향후 조강특위는 서류심사를 끝낸 후 신청자를 대상으로 17일까지 ‘개별 심층면접’을 실시할 예정이다. 

심층 면접 후 이르면 19일쯤 선임 결과를 발표할 방침이다. 대구 북을 지역에는 홍 대표 외에 3∼4명의 추가 지원자가 몰린 것으로 알려졌다.

조강특위 운영기준은 ▲현역·원외 충돌지역은 현역우선 ▲지역 당선 의원 당협위원장으로 선임 ▲지방선거 출마자도 당협위원장 가능 ▲당원권 정지 현역 의원 경우 직무대행 체제로 당협 운영 ▲컷오프된 당협위원장은 해당 지역 응모 불가(타 지역 출마시 조강특위 심사) 등이다.

이에 따라 공모 신청을 한 홍 대표도 조강특위 위원들과의 심층면접을 거치게 된다. 조강특위 측은 “당 대표라고 해서 예외일 수 없다”며 모든 지원자들을 대상으로 공정한 평가를 약속했다.
 

그러나 정치권은 홍 대표가 공모서 탈락하는 일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 관측한다. 한국당 소속인 조강특위가 당의 수장을 면접서 떨어뜨리는 일이 실제로 벌어질 리 만무하기 때문이다.


꽃가마 승차
비홍계 반발

조강특위서 밝힌 평가 항목들도 홍 대표의 무난한 면접 통과를 예상케 한다. 조강특위는 최근 향후 심층면접 과정서 대상자들을 상대로 6·13 지방선거 필승 전략과 조직 화합을 위한 비전 등에 주안점을 두고 면접을 진행한다는 방침을 발표했다. 

당 최고 의사결정권자인 홍 대표의 입에서 나오는 지방선거 필승 전략과 조직 화합 비전에 대해 조강특위가 반대할 가능성은 지극히 낮다. 홍 대표의 대구 북을 입성은 기정사실인 셈이다.

홍 대표는 대구 북을에 대한 욕심을 몇 차례 드러낸 바 있다. 

앞서 지난달 29일 열린 송년 기자간담회에서도 홍 대표는 “(당협위원장 공모가 시작되면) 그 때 할 것”이라며 “(대구 북을에)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홍의락 의원이 있기 때문에 내가 가야 견제가 된다”고 밝혔다. 

대구 북을은 지난 20대 총선서 민주당 홍 의원에게 의석을 뺏긴 지역이다. 최근 양명모 당협위원장의 사퇴로 공석이 된 상태다. 이 때문에 정치권은 홍 대표의 공모를 2020년으로 예정된 21대 총선을 겨냥한 전략으로 해석한다. 원외 대표인 홍 대표가 원내 무혈입성을 위해 대구를 ‘찜’했다는 주장도 있다.

홍 대표가 원내 입성을 노릴 이유는 충분하다. 홍 대표 입장에서는 리더십 공고화를 위해 원내 입성이 필요하다. 교섭단체 대표연설은 반드시 현역 국회의원만 할 수 있도록 국회법 제104조에 규정돼있다. 

그 외 예산안, 상임위 업무 등에 제약이 따른다. 필연적으로 원외 인사는 원내에 비해 정치적 활동폭이 좁다.

자존심이 강한 지역구 의원들을 통솔하기 위해서도 원내 입성이 중요하다. 무엇보다 계파 수장으로서 정치적 생명을 이어갈 수 있는 지역구가 필요하다. 정치권에선 친홍(친 홍준표)계의 확장성이 부족한 이유 중 하나로 원외서 머물고 있는 홍 대표의 위치를 꼽는 사람들이 있다.

‘홍준표 체제가 언제까지 이어질까’에 대한 의문이 친홍계로의 ‘줄서기’를 가로막는 요소라는 뜻이다. 여러 부분서 홍 대표의 대구행은 총선 출마를 위한 전조로 읽히기 충분하다.

당협위원장 공모 ‘무혈입성’ 예고
비홍 “사실상 수도권 포기” 쓴소리

홍 대표가 견제 대상으로 언급했으며, 현 대구 북을 현역인 민주당 홍 의원은 <오마이뉴스>와 인터뷰서 “홍의락을 견제하기 위해 온다는 말은 궁색하다. 지방선거를 앞두고 굳이 대구서 지역구를 맡을 이유가 있느냐”며 총선 출마설을 강하게 제기했다.


홍 의원은 “김문수 전 경기도지사가 대구에 내려와 실패했듯이 홍 대표는 ‘홍문수’가 될 것”이라고 승리에 대한 자신감을 표출했다. 경기도지사를 지낸 뒤 대구로 내려와 민주당 김부겸 당시 후보에게 패한 김 전 지사에 빗대 홍 대표를 ‘홍문수’로 표현한 것이다.

홍 대표의 공모를 두고 당내에서는 비판 목소리가 높다. 
 

친박(친 박근혜)계 김태흠 최고위원은 지난 8일, 입장문을 통해 “홍 대표의 대구 셀프 입성에 기가 막힌다”며 “당 대표라면 ‘생즉사 사즉생’의 각오로 낙동강 전선 사수작전이 아닌 인천 상륙작전을 도모해 전세 반전을 꾀해야 하는 게 아닌가”라고 날을 세웠다.

이어 그는 “(홍 대표가) 누구라도 원하는 당의 텃밭 대구에 안주하겠다는 건 당 지지 기반 확장 포기와 다름없다”며 “이렇게 해서 인재영입이 가능하겠는가. 당의 구성원들에게 희생과 헌신을 요구할 수 있겠느냐”고 따졌다.

박민식 전 의원도 같은날 기자회견서 “솔선수범해야 할 당 대표가 제 한 몸 챙기겠다고 선언한 셈”이라며 “대장부가 아닌 졸장부의 약아 빠진 꼼수”라고 격한 반응을 보였다. 

박 전 의원은 지난해 말 당무감사 결과 부산 북·강서갑 당협위원장직을 박탈당했다.


총선 불출마
그렇다면 왜?

앞서 홍 대표는 당무감사 결과를 근거로 현역 국회의원 4명을 포함해 전체 30%에 달하는 당협위원장들의 직위를 박탈한 바 있다. 당시 직위를 잃은 당협위원장들에게 내세웠던 명분이 바로 ‘인적쇄신’이었다.

홍 대표는 자신의 SNS에 “탄핵과 분당과정서 급조된 당협위원장이 70여명에 이른다는 보고를 받았다”며 “옥석을 가리고 정비하지 않으면 지방선거를 치를 수 없기에 부득이하게 당협위원장 정비를 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일체의 정무판단 없이 계량화된 수치로 엄격히 블라인드로 결정했다”며 “조속히 조직혁신을 하고 내년부터는 본격적인 지방선거 준비에 나서겠다”고 선언했다. 

그랬던 홍 대표가 한국당 깃발만 꽂으면 된다는 대구행을 택하자 당내에 잠재돼 있던 불만이 봇물처럼 표출되는 양상이다.

당 외부서도 홍 대표의 대구행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높다. 

노동당 경남도당(위원장 안혜린)은 지난 8일 논평을 내고 “홍 대표 대구 북을 당협위원장 신청은 차기 총선 당선 가능성만 염두에 둔 비겁한 결정”이라며 “한마디로 정치 생명 연장만 노린 노추(老醜)”라고 지적했다. 

이어 도당은 홍 대표에게 “앞장서서 험지로 뛰어들라”고 제안했다.

하태경 바른정당 최고위원은 당 최고위원·국회의원 연석회의서 “(홍 대표의 대구 북을 당협위원장 신청은)수도권을 포기한 것”이라며 “홍 대표가 의원을 해보지 않은 대구에 당협위원장을 신청한 것은 수도권이 가망 없다고 판단한 것 같다”고 평가절하했다.

심층면접 예정됐지만…막을 자 없다
대구시당 두 팔 벌려 환영…줄서기?

홍 대표는 자신을 향한 비판 여론을 의식한 듯 대구 지역 ‘총선 불출마’를 선언, 대구행의 ‘순수성’을 강조했다. 

최근 대구 엑스코서 열린 대구시당 신년인사회에 참석한 그는 “(당협위원장 공모는)대구를 근거지로 해 정치를 하겠다는 뜻이지 대구에 출마하겠다는 뜻은 절대 아니다”라며 “다음 총선 전에 그 지역구(대구 북을)는 훌륭한 대구 인재를 모셔다 놓고 출마하도록 할 것”이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홍 대표의 불출마 선언을 액면 그대로 믿기 힘든 상황이다. 

한국당 홍문표 사무총장은 홍 대표가 불출마 선언을 한 자리서 “홍 대표가 (총선에)출마하고 안 하고는 대구 시민들의 손에 달려있다”며 “당 대표 마음대로 하는 것이 아니다”라고 여지를 남겼다. 홍 사무총장은 복당파 중 대표적인 친홍계 인사로 분류된다.
 

한국당 소속 대구 북구 지역 광역·기초의원들도 홍 대표의 대구행 비판 여론 잠재우기에 나섰다. 

대구시의원 5명을 비롯해 북구의원 15명 등 한국당 소속 광역·기초의원 20명은 대구시당서 기자회견을 열어 “최근 대구를 대표하는 정치인이 없고 지역을 이끌어나가는 리더의 부재로 지역발전을 선도하고 지역 민심을 중앙에 제대로 반영하는 데 상당한 어려움을 겪어왔다”며 “한국당 혁신과 조직 쇄신을 위해 당협위원장 재선정 작업이 진행되는 과정서 홍 대표가 대구 북을 당협위원장에 거론되고 있는 것을 적극적으로 환영한다”고 밝혔다.

앞서 한국당 김상훈 대구시당위원장은 “현재 한국당에 대구를 대표할 수 있는 중량감 있는 정치지도자가 부재하다는 것이 세간의 중평”이라며 “시당위원장의 입장서 당 대표가 여기(대구)에 기반을 두고 지방선거를 전력 진두지휘한다면 긍정적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홍 대표는 사심이 없는 정치인”이라며 “당 대표가 지방선거 앞두고 한국당 우세지역 안주하려는 것 아니냐는 비판은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반박했다.

대구시당 및 광역·기초의원들의 이 같은 반응에 대해 지역정가 일각에선 ‘홍준표 체제 줄서기’라는 평가가 나온다. 

자발적인 반응이 아닌 지방선거를 앞두고 공천 임명장을 받으려는 속내가 이면에 깔려있다는 것이다. 해당 입장 표명이 홍 대표의 대구시당 신년교례회 참석 바로 직전에 나왔다는 점도 줄서기 가능성을 높게 보는 이유 중 하나다.

TK는 홍 대표가 지난해 대선 후보 시절부터 줄곧 공을 들여온 지역이다. 지난해 3월 대구 서문시장서 대선 출마를 선언했으며 대선 기간 중 TK를 자주 찾아 유권자들에게 한 표를 호소한 바 있다. 새해 신년인사회 첫 방문지도 대구였다. 

이 자리서 홍 대표는 사실상의 ‘지방선거 출정식’을 치렀다.

의문 투성
결국 대선?

이는 최근 대구 민심이 흔들리고 있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해석된다. <CBS대구방송>이 <영남일보>와 함께 여론조사전문기관 리얼미터에 의뢰, 지난달 25일부터 27일까지 대구 성인남녀 81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 ±3.4포인트) 결과 김부겸 행정안전부장관은 대구시장 후보 적합도서 41.5%를 기록해 17.5%를 기록한 2위 권영진 현 대구시장을 압도적으로 따돌렸다(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즉 홍 대표가 ‘TK 수성전’을 위해 대구행을 택한 것으로 읽히는 대목이다. 


<chm@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자유한국당 미래는?
도로 새누리당 되나

탄핵 정국 당시 자유한국당(이하 한국당)을 떠났던 바른정당 의원들이 속속 한국당으로 돌아오는 모습이다. 바른정당 김세연 의원과 남경필 경기도지사는 지난 9일, 국민의당과의 통합에 반대하며 탈당했다.

김 의원은 탈당한 직후 곧바로 입장문을 통해 “지역구 국회의원으로서 그간 지역서 어떠한 어려움 속에서도 저와 정치적 행보를 함께 해 온 당원 동지들의 뜻을 받들어 한국당으로 복귀하겠다”고 선언했다.

한국당 홍준표 대표는 지난 11일 청주서 열린 충북도당 신년인사회에 참석, 인사말을 통해 “차를 타고 (한국당) 충북도당으로 내려오면서 남 지사와 거의 4년 만에 처음으로 통화했다”며 “‘언제 (한국당으로) 오나’라고 물으니 남 지사가 ‘주말경에 갑니다’라고 답했다”고 소개했다.

바른정당 의원 이탈
속속 친정으로 복귀

그러면서 홍 대표는 “또 한 분의 광역단체장도 올 준비를 하고 있다”며 “그분들은 참 정치감각이 빠르다. 당이 안 될 것 같으면 절대 오지 않는데 될 것 같으니까 모여드는 것”이라고 말해 추가 복당 인사가 있음을 시사했다.

이러한 한국당 복당 분위기에 바른정당 지도부는 긴장한 분위기가 역력하다. 

바른정당 유승민 대표는 최근 국회의원·원외위원장 연석회의서 “개혁보수의 길을 끝까지 가겠다고 했던 약속을 저버리고 아무런 희망과 비전도 없는 한국당으로 돌아간 결정”이라며 “창당을 했던 동지이자 당 대표로서 매우 유감스럽고 정말 이해가 안 되는 결정”이라고 지적했다.

반면 탈당이 예상됐던 바른정당 이학재 의원과 박인숙 최고위원은 잔류했다. 이 의원은 최고위원·국회의원 연석회의서 “바른정당에 남아 통합신당 출범에 힘을 보태겠다”고 입장을 밝혔으며 박인숙 최고위원도 “이 의원의 선언이 조류의 방향이 바뀌는, 썰물이 밀물로 바뀌는 중요한 전환점이 될 것이라 굳게 믿는다”며 사실상 잔류하겠다는 의사를 내비쳤다.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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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터질’ 2025 국감 관전 포인트

‘박 터질’ 2025 국감 관전 포인트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추석 연휴 직후 진행될 국정감사에선 여야가 수많은 현안을 놓고 공방을 진행할 예정이다. 현안을 밀어붙이려는 더불어민주당과 자기 앞가림도 어려운 국민의힘이 이번에도 맹탕 국감을 진행하는 데 머무를지 많은 국민이 지켜볼 예정이다. 2025년 국정감사는 13일부터 오는 31일까지 진행된다. 첫날인 13일엔 국방위·정무위·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이하 과방위)·국토교통위·법제사법위(이하 법사위)·행정안전위(이하 행안위)·기획재정위(이하 기재위)의 국정감사가 시작된다. 누가 또… 회피성 출장 정치적인 주목을 가장 많이 받는 곳은 국회 운영위가 될 것으로 보인다. 운영위는 대통령비서실 등을 피감기관으로 두고 있다. 지난달 24일 전체회의서 증인·참고인 명단을 확정할 때, 당시 대통령실 총무비서관이었던 김현지 제1부속실장 출석 여부는 큰 논란이 됐다. 이번 증인·참고인 명단에 김 실장은 명단에 포함되지 않자 운영위 국민의힘 간사인 유상범 의원은 “김 비서관은 절대 불러선 안 되는 존엄한 존재냐”고 비판했다. 이어 “이재명 대통령의 최측근이라고 평가받는 김 비서관을 국회에 보내지 않으면, 뭔가 숨기는 게 있기 때문이란 비난을 받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유 의원에 따르면, 지난 1992년부터 지난해까지 대통령실 총무비서관이었던 11명은 한 해도 빠짐없이 국감에 출석했다. 그러자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간사인 문진석 의원은 “정부 출범 후 6개월 동안은 정부에 협조적 태도를 보이는 게 관례”라고 주장했다. 같은 당 박상혁 의원도 “대통령비서실 최종 책임자는 강훈식 실장”이라며 “비서실장이 증인으로 채택된 것으로 충분하다”고 주장했다. 대통령비서실은 여야의 논쟁이 이어지던 지난달 29일 돌연 김 실장을 제1부속실장으로 발령냈다. 김남준 당시 제1부속실장은 대통령실 대변인으로 자리를 옮겼다. 제1부속실장은 국정감사에 출석할 의무가 없다. 김 실장에 대해선 구체적으로 알려진 것이 없다. 이 대통령과의 인연을 맺은 시기는 지난 1998년으로 알려졌다. 김 실장은 정의당 박원석 전 의원이 이 대통령에게 소개한 것을 계기로 당시 이 대통령이 설립했던 성남시민모임에 합류했다. 장성철 공감과정책 소장은 지난 8월 “김 실장이 실세라는 소문은 자자했지만 누구도 만나지 않고, 로비도 안 통한다고 알려졌다”고 주장했다. 이어 “김 실장의 남편은 세무사인데, 사람이 너무 몰려 견디지 못한 남편은 얼마 못 가 개업한 세무사 사무소를 폐업했다”고 설명했다. 신상 정보가 구체적으로 알려지지 않은 채 ‘대통령의 집사’로 통하는 총무비서관으로 임명됐던 인물 사례로는 박근혜정부 당시 이재만 전 총무비서관이 있다. 이 전 비서관은 박근혜정부 ‘문고리 3인방’ 중 1명으로 거론됐다. 이런 전례가 있어서 야당도 김 실장에 대한 공세를 준비하려고 했다. 김현지 증인 거론되자 급하게 보직 변경 사이버 레커 피해자 쯔양도 참고인 출석 대통령실은 보직 이동으로 이를 피했고, 이는 상당히 오랫동안 이어질 가능성이 있는 정치적 구설수로 연결됐다. 김 실장이 대장동 소재 아파트를 보유하고 있는 것에 대해서도 야권의 공세가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김 실장이 국회에 직접 출석해 야당의 공세를 받는 일은 피했지만, 여야 간 공방은 계속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과방위)에선 오는 14일 국민의힘 김장겸 의원의 신청으로 유튜버 쯔양이 참고인으로 출석할 예정이다. 쯔양 측도 “국회 출석에 부담이 있었지만, 고민 끝에 사이버 레커 관련 추가 피해를 예방하기 위해 결정했다”면서 출석 의사를 밝혔다. 쯔양은 구제역·카라큘라·주작감별사·크로커다일 등 온라인견인차 공제회에 소속된 유튜버들로부터 “과거사를 폭로하지 않겠다”는 조건으로 수익금 수십억원을 갈취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중 구제역은 항소심에서까지 징역 3년형을 선고받았다. 한 경제지의 법조 전문 기자로 근무하면서 이들이 쯔양을 협박하도록 배후에서 활동한 것으로 알려진 최우석 변호사는 제1심에서 법정 구속됐다가 항소심에서 집행유예로 감형됐다. 그외 유튜버들은 각각 징역형 집행유예와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이들이 쯔양을 공갈한 사실이 알려진 후 “기성 언론사와 비교해 사이버 레커에 대한 법적 규제가 너무 약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잇따랐다. 이어 ▲수익 창출 정지 ▲처벌법 신설 ▲전담 규제 기관 신설 등 대책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과방위 국감에선 쯔양의 피해 증언을 토대로 그동안 제시됐던 관련 대책이 논의될 것으로 예상된다. 가장 많은 논점이 제기돼 여야 간 격론이 가장 치열하게 진행될 것으로 예상되는 곳은 교육위원회(이하 교육위)다. 민주당은 국민의힘과 윤석열정부를 겨냥해 리박스쿨 관련 공세를 이어나갈 예정이다. 리박스쿨은 ‘이승만·박정희 학교’의 약자로 알려졌다. 리박스쿨은 두 전직 대통령에 대해 우호적인 관점을 유지하면서 윤석열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와 부정선거론에도 긍정적인 것으로 알려졌다. 따라서 일각에선 “극우 성향 아니냐”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리박스쿨에 대해선 지난 대선서 일명 ‘자손군(자유 손가락 군대)’로 알려진 댓글 조작팀을 운영했단 의혹이 제기됐다. 자손군은 국민의힘 김문수 당시 대선후보에게 우호적인 댓글을 달면서, 이 대통령과 개혁신당 이준석 대선후보를 비방하는 댓글을 함께 달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뜨거울 교육위 리박스쿨은 불과 하루 동안 진행되는 교육을 이수한 이들에게 늘봄학교 강사 자격증을 발급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어 “자격증 발급과 초등학교 방과후 강사 알선을 미끼로 댓글 작성을 제안했다”는 의혹이 불거졌다. “수강생과 교육 이수자를 상대로 김 후보에게 우호적인 댓글을 작성하도록 지시했다”는 의혹도 있다. 일각에선 “윤석열정부가 리박스쿨에 특혜를 제공했다”고 의심하고 있다. 리박스쿨은 서울교대와의 협약을 토대로 서울 소재 10개 학교서 늘봄학교 프로그램을 운영했다. 전직 우체국장이었던 손효숙 리박스쿨 대표가 교육부의 교육정책 자문위원 직함을 가졌던 것도 그동안 제기됐던 특혜 의혹의 일부분이다. 민주당에선 신문규 전 대통령실 교육비서관을 증인으로 부를 예정이다. 윤 전 대통령의 부인 김건희씨의 박사 과정 논문 관련 논란도 재점화될 예정이다. 김씨는 국민대 대학원에서 지난 2007년부터 2년 동안 3편의 논문을 작성했다. 이 중엔 ‘회원 유지’를 영문 ‘Member Yuji’로 표기한 논문도 있어 윤 전 대통령의 대선후보 시절부터 큰 논란이 돼왔다. 아울러 역술인의 홈페이지와 사주팔자 관련 블로그에 게재된 내용을 출처 표기 없이 무단 전재한 논문도 있었다. 논란이 불거진 후 국민대는 소극적으로 대응했다. 국민대는 지난 2021년 “만 5년이 지나 접수된 제보는 처리하지 않는다는 규정에 따라 검증 시효가 지나 본조사를 하지 않기로 했다”고 밝혀 적잖은 비판을 받았다. 여론의 비판을 이기지 못해 재조사에 착수했지만, 윤 전 대통령 당선 이후 “연구 부정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거나 “학회의 검증 기준을 알 수 없어 검증할 수 없다”는 취지로 의혹을 무마하려고 했다. 김씨의 논문은 지난 2022년 교육위 국감에서도 큰 화제였다. 김지용 국민대 이사장과 임홍재 총장은 해외 일정을 이유로 국감에 출석하지 않았다. 국민대는 윤 전 대통령 부부가 몰락하고, 이재명정부가 출범한 지난 7월이 돼서야 김 여사의 박사학위를 최종 취소했다. 이에 대해선 “정치 상황 변화에 따른 대응 아니냐”는 의심이 제기될 수밖에 없어, 국감에서 쟁점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김 이사장은 이번 국감서도 증인으로 채택됐다. 물론 범여권도 논란의 도마 위에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윤 전 대통령은 조국혁신당 조국 비상대책위원장이 문재인정부 법무부 장관으로 재직하던 시절, 그의 일가에 대한 수사를 진행하려다가 정치적으로 주목받았다. 조 비대위원장은 지난해 12월 대법원으로부터 징역 2년 형을 확정받았다가, 지난 8월 광복절 특사로 석방됐다. 조 비대위원장의 딸 조민씨에게도 논문 관련 논란이 있다. 조씨는 한영외고 1학년이었던 지난 2009년 대한병리학회지에 게재된 논문 제1저자로 등재됐고, 이를 고려대학교 수시전형 자기소개서에 기재한 것으로 확인됐다. 백종원 대표 증인으로? 조씨는 단국대 의대 의과학연구소에서 2주 동안 인턴으로 활동한 후 논문 제1저자로 등재된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논문은 연구부정행위가 인정돼 게재가 철회됐다. 조 비대위원장의 부인 정경심 동양대 교수는 대법원으로부터 최종 유죄 판결을 받았다. 조 비대위원장을 둘러싼 비판은 그가 석방된 이후 곧바로 정치 행보에 들어가고 비대위원장까지 맡으며 다시 거론되고 있다. 국민의힘은 김동원 고려대 총장을 증인으로 부른다. 지난 6월 학생 3명이 사망한 부산 브니엘예고 사태도 국감에서 다뤄질 예정이다. 사망한 학생들은 전임 강사와 심각한 마찰을 빚다가 사망한 것으로 알려졌다. 학부모들은 전임 강사의 수업 중 태도를 문제 삼아 고소를 준비하고 있었다. 학교 측에 “부실하게 운영돼 각종 민원이 이어졌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아울러 “교장이 특정 학원과 연결돼 해당 학원에 다녀야 했다”는 의혹이 제기됐고, “선·후배 간 군기도 과도해 폭력적”이란 지적도 이어졌다. 현임숙 브니엘고 교장은 증인으로서 국감에 출석할 예정이다. 금융위원회를 소관 기관으로 두고 있는 국회 정무위에선 롯데카드 개인정보 유출 사태와 연이은 홈플러스 지점 폐쇄가 쟁점으로 두드러진다. 롯데카드에선 지난 8월 해킹 사고가 발생했다. 이 때문에 약 222만명의 결제 정보가 유출됐고, 47만명의 개인정보가 유출됐다. 롯데카드는 지난달 1일 해킹 및 개인정보 유출 사실을 신고했다. 홈플러스는 회생 절차에 돌입한 이후 임대료가 조정되지 않는 점포를 중심으로 총 15개의 점포를 폐쇄했다. MBK 파트너스는 지난 2015년 홈플러스를 인수하면서 금융권에서 7조2000억원을 차입했다. 담보는 홈플러스 주식이었다. 이 때문에 홈플러스는 5조원대 부채를 떠안았고, 8년 동안 부담한 이자만 약 3조원에 육박한 것으로 알려졌다. 홈플러스는 지난 3월 기업회생을 신청했다. 이후 지점 폐쇄에 대해선 “알짜 부동산을 매각해 차입금을 상환하려 한 것 아니냐”는 의혹을 받고 있다. 롯데카드와 홈플러스의 최대주주는 MBK 파트너스다. 정무위는 김병주 MBK 파트너스 회장을 증인으로 부른다. 현안 많은 교육위, 여야 불꽃 공방 예상 롯데카드·홈플 논란에 김병주도 국회로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농해수위)에선 하이볼 원산지 표기 논란을 놓고, 백종원 더본코리아 대표가 국감에 출석할 예정이다. 앞서 백 대표는 매출·수익률 허위 과장 논란이 불거진 연돈볼카츠 사태와 관련해 국감 증인 출석 여부가 거론됐던 적이 있다. 백 대표는 지난 2월 돼지고기 함량 및 가격 논란에 휘말린 빽햄 사태가 불거진 이후 지속해서 그가 운영하는 프랜차이즈와 관련해 광범위한 위법 논란의 중심에 서 있다. 법사위에선 최근 정치권 최대의 이슈로 거론되는 ▲대법관 증원 ▲검찰 해체 ▲조희대 대법원장 논란 등이 주요 쟁점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이 시도하는 대법관 증원과 검찰 해체 후 중대범죄수사청·공소청 설치에 대한 비판 공세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은 고 노무현 전 대통령 사망 이후 최대 숙원이었던 검찰 해체를 달성했기 때문에 쉽게 물러서지 않으리라고 예상된다. 민주당은 이미 지난달 30일 조 대법원장의 대선 개입 의혹 청문회를 진행했다. 조 대법원장은 출석을 거부했고, 민주당은 고발 조치와 국정감사 증인 소환을 압박 카드로 제시했다. 대법관 증원은 대법원에서 매우 꺼리는 이슈였기 때문에, 이번 법사위 국감은 민주당과 국민의힘·사법부의 대결로 채워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 외에도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에선 ▲대왕고래 프로젝트 실패 ▲기후에너지환경부 신설 등에 대한 정치적 공방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대왕고래 프로젝트에 대해선 “윤석열정부가 정부에 대한 부정적 여론을 반전하기 위해 성급하게 발표했다”는 논란이 이어졌다. 이정부의 정부 조직 개편으로 신설되는 기후에너지환경부의 경우 “환경부가 재생에너지·원자력 발전을 맡고, 기존 화석연료 정책은 산업부에 남는 등 이원화한다”는 데 따른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보건복지위원회에선 건강보험공단에 대한 국정감사 중 건강보험 재정 등 이슈가 여야 간 공방의 대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의사·간호사 증원 문제도 다시 거론될 것으로 예상된다. 국방위에선 ▲해병 대원 특검법 ▲비상계엄 사태 ▲합참 이전 비용 등 이슈가 거론될 것으로 예상된다. 환경노동위원회에선 영풍 석포제련소의 환경오염시설법 위반 논란과 관련해 장형진 영풍 고문이 증인으로 채택됐다. 우려되는 맹탕 국감 이번 국감은 이정부 출범 후 처음 진행되는 국감이다. 민주당 등 범여권이 다수의 의석을 앞세워 각종 현안을 밀어붙이고 있다. 국민의힘은 ▲장외 투쟁 ▲중도 공략 ▲특검법 방어 등 당내 현안을 제대로 정리하지 못해 혼란을 거듭하고 있다. 많은 현안 앞에서 이전처럼 존재감 부각 목적의 쇼 위주로 진행되는 맹탕 국감으로 끝나진 않을지, 국민의 시선이 집중될 것으로 보인다.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