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준표 ‘보신정치’ 해부

  • 최현목 기자 chm@ilyosisa.co.kr
  • 등록 2018.01.15 10:52:25
  • 호수 1149호
  • 댓글 0개

호랑이굴도 모자랄 판에 보수 텃밭 ‘셀프 입성’

[일요시사 정치팀] 최현목 기자 = 자유한국당(이하 한국당) 당협위원장 공모서 홍준표 대표가 보수 텃밭인 대구 북을에 신청했다. 당 외부는 물론 내부서도 ‘셀프 공모’ 논란으로 뜨겁다. 당 대표가 지방선거를 앞두고 험지는 고수하고 꽃길만 걸으려 한다는 지적이다. 당 일각에서는 ‘수도권 포기설’까지 제기되며 패배주의에 대한 우려가 새나오고 있다.
 

“홍준표 대표의 대구행은 보수주의 대신 ‘보신주의’를 택한 것으로, 한심하고 창피하고 민망하다.” 

한국당 박민식 전 의원은 최근 국회 정론관서 기자회견을 열고 홍 대표의 대구 북을 당협위원장 공모 신청에 대해 이같이 평가했다. 지난 7일 홍 대표의 공모 신청 소식이 전해진 후 당 내부에서는 그가 ‘보신정치’를 하고 있다는 불만이 터져 나오고 있다.

대구행 선택
도대체 왜?

홍 대표는 자신의 SNS에 “마지막 정치 인생을 대구서 시작하고자 한다”며 “초·중·고를 다니던 어릴 적 친구들이 있는 대구서 마지막 정치 인생을 시작하는 것에 대해 만감이 교차한다. 대구·경북(이하 TK)을 안정시키고 동남풍을 몰고 북상해 지방선거를 꼭 이기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홍 대표와 대구는 정치적 접점이 거의 없다. 특히 공모를 낸 대구 북구와의 인연은 전혀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홍 대표는 1996년 고 김영삼 전 대통령의 권유로 신한국당에 입당해 서울 송파갑서 정치를 시작했다. 

그 후 2001년 동대문을로 지역구를 옮겨 내리 3선을 했다. 2012년 박근혜 전 대통령이 당선된 후 치러진 경남도지사 보궐선거에 당선돼 PK(부산·경남)서 활동했다.

경남 창녕 출신인 홍 대표는 초등학교 졸업 후 대구로 이사해 중·고등학교(영남중·영남고)를 대구서 보낸 것 외에는 인연이 없다. 중·고등학교도 대구 달서구에 위치해 있어 공모한 대구 북을과는 거리가 멀다.

한국당 조직강화특별위원회(이하 조강특위)는 지난 3일부터 6일까지 74개 지역에 대한 당협위원장 공모를 진행했다. 서류접수 마감 결과 총 211명이 지원했다. 향후 조강특위는 서류심사를 끝낸 후 신청자를 대상으로 17일까지 ‘개별 심층면접’을 실시할 예정이다. 

심층 면접 후 이르면 19일쯤 선임 결과를 발표할 방침이다. 대구 북을 지역에는 홍 대표 외에 3∼4명의 추가 지원자가 몰린 것으로 알려졌다.

조강특위 운영기준은 ▲현역·원외 충돌지역은 현역우선 ▲지역 당선 의원 당협위원장으로 선임 ▲지방선거 출마자도 당협위원장 가능 ▲당원권 정지 현역 의원 경우 직무대행 체제로 당협 운영 ▲컷오프된 당협위원장은 해당 지역 응모 불가(타 지역 출마시 조강특위 심사) 등이다.

이에 따라 공모 신청을 한 홍 대표도 조강특위 위원들과의 심층면접을 거치게 된다. 조강특위 측은 “당 대표라고 해서 예외일 수 없다”며 모든 지원자들을 대상으로 공정한 평가를 약속했다.
 

그러나 정치권은 홍 대표가 공모서 탈락하는 일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 관측한다. 한국당 소속인 조강특위가 당의 수장을 면접서 떨어뜨리는 일이 실제로 벌어질 리 만무하기 때문이다.

꽃가마 승차
비홍계 반발

조강특위서 밝힌 평가 항목들도 홍 대표의 무난한 면접 통과를 예상케 한다. 조강특위는 최근 향후 심층면접 과정서 대상자들을 상대로 6·13 지방선거 필승 전략과 조직 화합을 위한 비전 등에 주안점을 두고 면접을 진행한다는 방침을 발표했다. 

당 최고 의사결정권자인 홍 대표의 입에서 나오는 지방선거 필승 전략과 조직 화합 비전에 대해 조강특위가 반대할 가능성은 지극히 낮다. 홍 대표의 대구 북을 입성은 기정사실인 셈이다.

홍 대표는 대구 북을에 대한 욕심을 몇 차례 드러낸 바 있다. 

앞서 지난달 29일 열린 송년 기자간담회에서도 홍 대표는 “(당협위원장 공모가 시작되면) 그 때 할 것”이라며 “(대구 북을에)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홍의락 의원이 있기 때문에 내가 가야 견제가 된다”고 밝혔다. 

대구 북을은 지난 20대 총선서 민주당 홍 의원에게 의석을 뺏긴 지역이다. 최근 양명모 당협위원장의 사퇴로 공석이 된 상태다. 이 때문에 정치권은 홍 대표의 공모를 2020년으로 예정된 21대 총선을 겨냥한 전략으로 해석한다. 원외 대표인 홍 대표가 원내 무혈입성을 위해 대구를 ‘찜’했다는 주장도 있다.

홍 대표가 원내 입성을 노릴 이유는 충분하다. 홍 대표 입장에서는 리더십 공고화를 위해 원내 입성이 필요하다. 교섭단체 대표연설은 반드시 현역 국회의원만 할 수 있도록 국회법 제104조에 규정돼있다. 

그 외 예산안, 상임위 업무 등에 제약이 따른다. 필연적으로 원외 인사는 원내에 비해 정치적 활동폭이 좁다.

자존심이 강한 지역구 의원들을 통솔하기 위해서도 원내 입성이 중요하다. 무엇보다 계파 수장으로서 정치적 생명을 이어갈 수 있는 지역구가 필요하다. 정치권에선 친홍(친 홍준표)계의 확장성이 부족한 이유 중 하나로 원외서 머물고 있는 홍 대표의 위치를 꼽는 사람들이 있다.

‘홍준표 체제가 언제까지 이어질까’에 대한 의문이 친홍계로의 ‘줄서기’를 가로막는 요소라는 뜻이다. 여러 부분서 홍 대표의 대구행은 총선 출마를 위한 전조로 읽히기 충분하다.

당협위원장 공모 ‘무혈입성’ 예고
비홍 “사실상 수도권 포기” 쓴소리

홍 대표가 견제 대상으로 언급했으며, 현 대구 북을 현역인 민주당 홍 의원은 <오마이뉴스>와 인터뷰서 “홍의락을 견제하기 위해 온다는 말은 궁색하다. 지방선거를 앞두고 굳이 대구서 지역구를 맡을 이유가 있느냐”며 총선 출마설을 강하게 제기했다.

홍 의원은 “김문수 전 경기도지사가 대구에 내려와 실패했듯이 홍 대표는 ‘홍문수’가 될 것”이라고 승리에 대한 자신감을 표출했다. 경기도지사를 지낸 뒤 대구로 내려와 민주당 김부겸 당시 후보에게 패한 김 전 지사에 빗대 홍 대표를 ‘홍문수’로 표현한 것이다.

홍 대표의 공모를 두고 당내에서는 비판 목소리가 높다. 
 

친박(친 박근혜)계 김태흠 최고위원은 지난 8일, 입장문을 통해 “홍 대표의 대구 셀프 입성에 기가 막힌다”며 “당 대표라면 ‘생즉사 사즉생’의 각오로 낙동강 전선 사수작전이 아닌 인천 상륙작전을 도모해 전세 반전을 꾀해야 하는 게 아닌가”라고 날을 세웠다.

이어 그는 “(홍 대표가) 누구라도 원하는 당의 텃밭 대구에 안주하겠다는 건 당 지지 기반 확장 포기와 다름없다”며 “이렇게 해서 인재영입이 가능하겠는가. 당의 구성원들에게 희생과 헌신을 요구할 수 있겠느냐”고 따졌다.

박민식 전 의원도 같은날 기자회견서 “솔선수범해야 할 당 대표가 제 한 몸 챙기겠다고 선언한 셈”이라며 “대장부가 아닌 졸장부의 약아 빠진 꼼수”라고 격한 반응을 보였다. 

박 전 의원은 지난해 말 당무감사 결과 부산 북·강서갑 당협위원장직을 박탈당했다.

총선 불출마
그렇다면 왜?

앞서 홍 대표는 당무감사 결과를 근거로 현역 국회의원 4명을 포함해 전체 30%에 달하는 당협위원장들의 직위를 박탈한 바 있다. 당시 직위를 잃은 당협위원장들에게 내세웠던 명분이 바로 ‘인적쇄신’이었다.

홍 대표는 자신의 SNS에 “탄핵과 분당과정서 급조된 당협위원장이 70여명에 이른다는 보고를 받았다”며 “옥석을 가리고 정비하지 않으면 지방선거를 치를 수 없기에 부득이하게 당협위원장 정비를 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일체의 정무판단 없이 계량화된 수치로 엄격히 블라인드로 결정했다”며 “조속히 조직혁신을 하고 내년부터는 본격적인 지방선거 준비에 나서겠다”고 선언했다. 

그랬던 홍 대표가 한국당 깃발만 꽂으면 된다는 대구행을 택하자 당내에 잠재돼 있던 불만이 봇물처럼 표출되는 양상이다.

당 외부서도 홍 대표의 대구행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높다. 

노동당 경남도당(위원장 안혜린)은 지난 8일 논평을 내고 “홍 대표 대구 북을 당협위원장 신청은 차기 총선 당선 가능성만 염두에 둔 비겁한 결정”이라며 “한마디로 정치 생명 연장만 노린 노추(老醜)”라고 지적했다. 

이어 도당은 홍 대표에게 “앞장서서 험지로 뛰어들라”고 제안했다.

하태경 바른정당 최고위원은 당 최고위원·국회의원 연석회의서 “(홍 대표의 대구 북을 당협위원장 신청은)수도권을 포기한 것”이라며 “홍 대표가 의원을 해보지 않은 대구에 당협위원장을 신청한 것은 수도권이 가망 없다고 판단한 것 같다”고 평가절하했다.

심층면접 예정됐지만…막을 자 없다
대구시당 두 팔 벌려 환영…줄서기?

홍 대표는 자신을 향한 비판 여론을 의식한 듯 대구 지역 ‘총선 불출마’를 선언, 대구행의 ‘순수성’을 강조했다. 

최근 대구 엑스코서 열린 대구시당 신년인사회에 참석한 그는 “(당협위원장 공모는)대구를 근거지로 해 정치를 하겠다는 뜻이지 대구에 출마하겠다는 뜻은 절대 아니다”라며 “다음 총선 전에 그 지역구(대구 북을)는 훌륭한 대구 인재를 모셔다 놓고 출마하도록 할 것”이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홍 대표의 불출마 선언을 액면 그대로 믿기 힘든 상황이다. 

한국당 홍문표 사무총장은 홍 대표가 불출마 선언을 한 자리서 “홍 대표가 (총선에)출마하고 안 하고는 대구 시민들의 손에 달려있다”며 “당 대표 마음대로 하는 것이 아니다”라고 여지를 남겼다. 홍 사무총장은 복당파 중 대표적인 친홍계 인사로 분류된다.
 

한국당 소속 대구 북구 지역 광역·기초의원들도 홍 대표의 대구행 비판 여론 잠재우기에 나섰다. 

대구시의원 5명을 비롯해 북구의원 15명 등 한국당 소속 광역·기초의원 20명은 대구시당서 기자회견을 열어 “최근 대구를 대표하는 정치인이 없고 지역을 이끌어나가는 리더의 부재로 지역발전을 선도하고 지역 민심을 중앙에 제대로 반영하는 데 상당한 어려움을 겪어왔다”며 “한국당 혁신과 조직 쇄신을 위해 당협위원장 재선정 작업이 진행되는 과정서 홍 대표가 대구 북을 당협위원장에 거론되고 있는 것을 적극적으로 환영한다”고 밝혔다.

앞서 한국당 김상훈 대구시당위원장은 “현재 한국당에 대구를 대표할 수 있는 중량감 있는 정치지도자가 부재하다는 것이 세간의 중평”이라며 “시당위원장의 입장서 당 대표가 여기(대구)에 기반을 두고 지방선거를 전력 진두지휘한다면 긍정적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홍 대표는 사심이 없는 정치인”이라며 “당 대표가 지방선거 앞두고 한국당 우세지역 안주하려는 것 아니냐는 비판은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반박했다.

대구시당 및 광역·기초의원들의 이 같은 반응에 대해 지역정가 일각에선 ‘홍준표 체제 줄서기’라는 평가가 나온다. 

자발적인 반응이 아닌 지방선거를 앞두고 공천 임명장을 받으려는 속내가 이면에 깔려있다는 것이다. 해당 입장 표명이 홍 대표의 대구시당 신년교례회 참석 바로 직전에 나왔다는 점도 줄서기 가능성을 높게 보는 이유 중 하나다.

TK는 홍 대표가 지난해 대선 후보 시절부터 줄곧 공을 들여온 지역이다. 지난해 3월 대구 서문시장서 대선 출마를 선언했으며 대선 기간 중 TK를 자주 찾아 유권자들에게 한 표를 호소한 바 있다. 새해 신년인사회 첫 방문지도 대구였다. 

이 자리서 홍 대표는 사실상의 ‘지방선거 출정식’을 치렀다.

의문 투성
결국 대선?

이는 최근 대구 민심이 흔들리고 있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해석된다. <CBS대구방송>이 <영남일보>와 함께 여론조사전문기관 리얼미터에 의뢰, 지난달 25일부터 27일까지 대구 성인남녀 81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 ±3.4포인트) 결과 김부겸 행정안전부장관은 대구시장 후보 적합도서 41.5%를 기록해 17.5%를 기록한 2위 권영진 현 대구시장을 압도적으로 따돌렸다(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즉 홍 대표가 ‘TK 수성전’을 위해 대구행을 택한 것으로 읽히는 대목이다. 


<chm@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자유한국당 미래는?
도로 새누리당 되나

탄핵 정국 당시 자유한국당(이하 한국당)을 떠났던 바른정당 의원들이 속속 한국당으로 돌아오는 모습이다. 바른정당 김세연 의원과 남경필 경기도지사는 지난 9일, 국민의당과의 통합에 반대하며 탈당했다.

김 의원은 탈당한 직후 곧바로 입장문을 통해 “지역구 국회의원으로서 그간 지역서 어떠한 어려움 속에서도 저와 정치적 행보를 함께 해 온 당원 동지들의 뜻을 받들어 한국당으로 복귀하겠다”고 선언했다.

한국당 홍준표 대표는 지난 11일 청주서 열린 충북도당 신년인사회에 참석, 인사말을 통해 “차를 타고 (한국당) 충북도당으로 내려오면서 남 지사와 거의 4년 만에 처음으로 통화했다”며 “‘언제 (한국당으로) 오나’라고 물으니 남 지사가 ‘주말경에 갑니다’라고 답했다”고 소개했다.

바른정당 의원 이탈
속속 친정으로 복귀

그러면서 홍 대표는 “또 한 분의 광역단체장도 올 준비를 하고 있다”며 “그분들은 참 정치감각이 빠르다. 당이 안 될 것 같으면 절대 오지 않는데 될 것 같으니까 모여드는 것”이라고 말해 추가 복당 인사가 있음을 시사했다.

이러한 한국당 복당 분위기에 바른정당 지도부는 긴장한 분위기가 역력하다. 

바른정당 유승민 대표는 최근 국회의원·원외위원장 연석회의서 “개혁보수의 길을 끝까지 가겠다고 했던 약속을 저버리고 아무런 희망과 비전도 없는 한국당으로 돌아간 결정”이라며 “창당을 했던 동지이자 당 대표로서 매우 유감스럽고 정말 이해가 안 되는 결정”이라고 지적했다.

반면 탈당이 예상됐던 바른정당 이학재 의원과 박인숙 최고위원은 잔류했다. 이 의원은 최고위원·국회의원 연석회의서 “바른정당에 남아 통합신당 출범에 힘을 보태겠다”고 입장을 밝혔으며 박인숙 최고위원도 “이 의원의 선언이 조류의 방향이 바뀌는, 썰물이 밀물로 바뀌는 중요한 전환점이 될 것이라 굳게 믿는다”며 사실상 잔류하겠다는 의사를 내비쳤다. <목>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K-POP 1위 하이브, 수사 리스크 타개책 있나?

K-POP 1위 하이브, 수사 리스크 타개책 있나?

[일요시사 취재1팀 ] 장지선 기자 = 국내 최대 연예기획사가 사면초가 상태에 빠졌다. 업계에서는 부동의 1위를 달리고 있지만 내부는 엉망진창이라는 풍문이 돌고 있다. 레이블 간의 갈등이 법정 공방으로 번졌고 주력 IP는 과거와 비교해 힘을 못 쓰는 모양새다. 연예계 ‘미다스의 손’으로 불리는 수장은 이 위기를 어떻게 타개하려는 걸까? 2024년 5월 엔터테인먼트 기업 하이브가 대기업집단으로 지정됐다. 공정거래위원회는 계열사 자산 총액과 자본 총액을 더한 자산이 5조원을 넘긴 곳을 대기업집단으로 지정한다. 2024년 3월 공개한 사업보고서 기준으로 하이브 자산 총계는 5조원을 넘었다. 당시 기준으로 재계 순위 85위에 올랐다. 빛 좋은 개살구? 대기업집단으로 지정되면 공정거래법상 기업의 의무가 늘어난다. 엄격한 법의 테두리 안으로 들어가게 되는 것이다. 동시에 상징성도 얻는다. 실제 하이브는 국내 엔터테인먼트 업계에서 최초로 대기업집단에 지정됐다. 국가 차원에서 하이브가 ‘업계 1위’로 인정받은 셈이다. 공정거래위원회는 “K팝의 세계화로 앨범, 공연, 콘텐츠 등이 주요 수익원인 엔터테인먼트 업계가 급격히 성장한 것이 반영됐다”고 지정 배경을 밝혔다. 하이브의 대기업집단 지정은 민희진 전 어도어 대표와의 갈등이 한창 불거질 무렵에 이뤄졌다. 앞서 2024년 4월 하이브는 그룹 뉴진스 등이 소속된 레이블 어도어를 이끌고 있던 민 전 대표가 경영권을 탈취하려 했다는 의혹을 제기하며 감사를 진행했다. 민 전 대표와 하이브 간 이른바 ‘민-하 대전’의 시작이었다. 이후 뉴진스, 다른 레이블까지 싸움에 뛰어들었다. 뉴진스는 자신들의 프로듀서는 민 전 대표라고 주장하면서 계약 해지를 요구했고 다른 레이블은 민 전 대표가 제기한 표절 의혹 등에 반발해 소를 제기했다. 민 전 대표와 하이브 간의 계약 문제도 송사로 번졌다. 그 사이 뉴진스는 쪼개졌고 멤버 1명은 계약 해지 후 피소됐다. 내부 문제 외에도 SM엔터테인먼트(이하 SM)의 경영권을 인수하는 과정에서 불거진 카카오와의 갈등도 현재 진행형이다. 카카오와 하이브는 ‘아이돌 명가’로 불리는 SM을 인수하기 위해 엄청난 출혈 경쟁을 벌였다. 인수전이 과열되면서 카카오가 주가를 조작했다는 의혹이 제기됐고 김범수 의장이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기소돼 구속됐다가 보석 석방되기도 했다. 1900억원대 부당이득 혐의 경찰 영장 청구, 검찰 반려 이 모든 과정이 진행되는 동안 방시혁 하이브 의장은 두문불출 상태였다. 미국에 머물다가 인터넷 방송 BJ ‘과즙세연(본명 인세연)’과 거리를 걷는 사진이 찍혀 입길에 오른 것을 제외하면 행보를 알기 어려웠다. 방 의장이 프로듀싱을 도맡아 온 방탄소년단(BTS)도 ‘군백기(군대+공백기)’ 상태였다. 하지만 BTS의 광화문 공연 이후 방 의장에 대한 언급이 늘었다. BTS는 멤버 전원이 군대에 다녀온 뒤 ‘완전체’ 첫 행보로 광화문 공연을 선택했다. 정부와 서울시가 하이브의 제안을 받아들이면서 성사된 공연은 각종 논란으로 이어졌다. 정부가 하이브에 특혜를 주고 있는 게 아니냐는 의심이 제기된 시점도 이때다. 지난달 21일 광화문 일대는 경찰 등에서 동원된 경비 인원으로 삼엄했다. 광화문 인근을 지나가는 사람들에 대한 대대적인 검문이 이뤄졌고 그 수위는 살벌했다. 공연과는 전혀 관계가 없어 보이는 이들도 검문 대상으로 지목됐고 결혼식 등 행사에 참석하기 위해 모인 사람도 어김없었다. 정부와 전폭적인 지원에도 BTS 공연을 위해 광화문에 모인 인파는 예상에 크게 미치지 못했다. 앞서 26만명이 몰릴 것으로 예상했지만 공연 직후 경찰은 4만명으로 추산했고 하이브는 10만여명으로 발표했다. 어떤 기준을 갖다 대도 예상치보다 적은 인원이 모이면서 공연 자체를 비판하는 목소리와 모두의 광장인 광화문을 사기업이 특정 시간대에 독점하는 게 맞느냐는 지적이 이어졌다. 회사 뒤에 숨어 있나 실제 BTS의 광화문 공연은 ‘관급 행사’를 방불케 하는 모습을 보였다. 공연 전 국무총리가 하이브를 방문했고 서울시는 공연 당일 경비를 위한 회의를 여러 번 진행했다. 물 샐 틈 하나 없는 경비 체제를 구축한다는 명분으로 안전 관리에만 경찰 6700여명 등 모두 1만5000명에 이르는 인력이 동원됐다. 이재명 대통령도 가세했다. 이 대통령은 공연 전에는 안전 관리를 당부하는 목소리를 냈고 공연 이후에도 호평을 남겼다. 이 대통령은 공연 이후인 지난달 24일 열린 국무회의에서 “이번 공연은 광화문 홍보를 넘어 대한민국 홍보에 결정적이었다”며 “기획을 잘 해서 잘 진행했다”고 평했다. 대통령까지 언급한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은 공교롭게도 방 의장에 대한 비판으로 튀었다. 방의장이 현재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는 점, 그 내용이 주식과 관련된 것이라 정부 정책에 반한다는 점 등이 화두가 됐다. 이 대통령은 ‘주가조작은 패가망신’이라면서 엄하게 처벌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바 있다. 방 의장은 하이브 IPO(기업 공개) 이전인 2019년 기존 투자자들에게 상장 계획이 지연될 것처럼 설명하는 등 기망행위를 통해 주식을 매수하고 이후 자신과 관련된 사모펀드가 설립한 특수목적법인(SPC)에 지분을 넘기는 방식으로 부당이득을 취한 혐의를 받는다. 경찰이 추산한 부당이득 액수는 1900억원에 이른다. 지난해 7월 이 대통령의 ‘주가조작은 패가망신’ 경고 이후 주식시장을 교란한 혐의를 받는 인사들에 대한 금융 당국의 제재가 강해졌다. 당시 지목당한 인물 가운데 한 명이 바로 방 의장이었다. 금융위원회 증권선물위원회는 지난해 7월16일 자본시장법상 부정거래 행위 금지 위반 혐의로 방 의장을 검찰에 고발했다. 경찰도 같은 혐의로 방 의장에 대한 수사에 착수했다. 미국 압박 경찰 발끈? 검․경의 중복 수사 우려까지 불거졌던 사안은 경찰이 내사에 착수한 2024년 말 이후 1년 반이 지나도록 어떤 결론에도 이르지 못했다. 경찰은 지난해 9월 방 의장을 처음 소환한 이후 같은 해 11월까지 총 5차례 조사했다. 이후 5개월간 추가 소환이나 신병 확보가 진행되지 않으면서 ‘늑장 수사’라는 비판이 일었다. 서울경찰청 금융범죄수사대는 지난 21일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방 의장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박정보 서울경찰청장은 구속영장 청구 하루 전인 지난 20일 정례 기자간담회에서 “방 의장 수사는 거의 마무리됐다”며 “법리를 검토 중이고 머지않은 시간 내에 종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고 다음 날 방 의장에 대한 신병 확보에 나선 것이다. 방 의장 측은 즉각 유감을 표명했다. 그의 변호인단은 “장기간 성실히 수사에 협조했음에도 구속영장이 신청된 것은 유감”이라며 “향후 법적 절차에도 충실히 임해 최선을 다해 소명할 것”이라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주한미국대사관의 압박에 영향을 받은 게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주한미국대사관은 최근 방 의장의 미국 방문과 관련해 출국 협조를 요청하는 서한을 경찰에 전달한 것으로 확인됐다. 서한에는 오는 7월4일 예정된 미국 독립기념일 250주년 행사 참석과 BTS의 월드투어 지원 필요성 등이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 방 의장은 출국금지 상태다. BTS 광화문 공연부터 특혜 의혹 솔솔 나와 주한미국대사관의 행보에 경찰 내부는 격앙된 상태인 것으로 전해졌다. BTS 콘서트나 독립 250주년 기념행사 등을 고리로 미국 측을 움직여 수사 편의를 우회 압박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 나왔다. 이번 사건의 공범으로 의심되는 인물이 지난해 미국으로 출국한 뒤 귀국하지 않는 상황이라 방 의장이 입을 맞추거나 도주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고, 경찰의 신병 확보 결정에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하이브는 국민 정서를 자극할 수 있는 ‘무리수’를 둘 이유가 없다는 입장이다. 오히려 주한미국대사관의 서한 발송이 당혹스럽다는 분위기다. 하이브 관계자는 “공식적으로 행사 참석을 요청받은 적도 없고 출국금지를 해제해 달라고 요청할 수도 없다”고 전했다. 구속 갈림길에 서 있던 방 의장은 검찰의 구속영장 반려로 한숨 돌리게 됐다. 서울남부지검 금융.증권범죄합동수사부는 지난 24일 방 의장에게 신청된 구속영장을 돌려보냈다. 검찰은 “현 단계에서 구속을 필요로 하는 사유 등에 대한 소명이 부족하다고 판단해 보완수사를 요구했다”고 밝혔다. 일단 구속 위기는 피했지만 방 의장의 사법 리스크가 다시 수면 위로 올라오면서 하이브의 최대 변수가 되는 모양새다. 하이브는 핵심 IP인 BTS 컴백으로 최대한 분위기를 띄워야 하는 상황에서 광화문 공연이 한 차례 논란이 된 데 이어 오너 리스크까지 덮쳤다. 무엇보다 방 의장이 하이브에 끼치는 영향이 절대적인 만큼 향후 상황에 따라 발생할 예측 불가능한 수준의 후폭풍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오너 리스크 K-팝도 영향 연예계 관계자 사이에서는 방 의장의 사법 리스크가 하이브를 넘어 K-팝 업계에 미칠 영향이 상당할 것이라는 분석도 제기된다. 우리나라 문화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는 K-팝의 이미지가 업계 1위 수장의 오너 리스크로 얼룩질 수 있다는 걱정이다. 방 의장은 이 위기를 어떻게 타개할까? <jsjang@ilyosisa.co.kr>